| [평화담론] 기후변화와 한반도 평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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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인권이고 평화라는 인식은 한반도의 평화를 상상하는데 중요한 함의를 준다. 남북한 모두 세계평균 보다 높은 속도의 기후온난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의 탄소배출량 추세가 지속되는 경우 21세기 후반에는 파리협정 1.5도 목표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온도가 상승하여 더욱 빈번한 자연재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가 분쟁을 촉발시킨다는 연구결과와 목도된 비극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분쟁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함의를 준다. 특히 북한은 기후변화 대응 취약국으로 기후위기는 국가발전과 주민의 생명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내부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기후 취약성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 국제정치 전반에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남한은 북한과 지리적으로 접경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이기도 한다. 따라서 기후변화는 한반도 평화만들기 작업에 핵심적인 의제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는 인권의 문제이다. 유엔은 기후변화는 인권의제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2021년 10월, 유엔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 UNHCR)는 ‘깨끗하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환경에 대한 인권’(결의안 48/1)을 통과시키며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보호를 위한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결의안 48/14에서는 기후위기 전담 특별 보고관의 임명을 명시하며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환경을 기본 인권으로 선언하는 행위는 기후변화가 인권 위기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생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C의 기후상승 상황에서는 1억~4억의 사람들이 기아의 위험에 처할 수 있으며 10억~2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물을 구할 수 없게 된다. 4°C가 오르게 되면 전례 없는 열파로 인해 식량 생산의 70%가 감소하게 된다(세계은행, 2014). 기후변화 적응 조치를 동원해도 2080년까지 전 세계 작물 수확량이 30% 감소할 수 있으며(세계은행, 2010), 2030년에서 2050년 사이에는 말라리아, 설사, 더위 스트레스, 영양실조로 연간 250,000명이 추가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위기가 파생하는 불평등과 불공정 문제 역시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협이다. 기후변화는 매년 1억 명을 빈곤에 빠뜨리고 있으며(세계은행, 2016), 빈곤층의 보험 가입률은 매우 낮다는 점에서 기후변화는 건강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당사자는 소수의 부유한 국가와 부유계층이지만 더 큰 비용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대상은 개발도상국과 빈곤층이라는 점에서 ‘위험’이 불평등하게 분배된다. 전 세계 가장 부유한 인구의 10%가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50%에 달하지만, 가장 가난한 인구의 절반인 35억 명이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은 10%에 불과하다. 또한 가장 부유한 1%에 포함되는 사람은 하위 10%에 속하는 사람보다 175배나 더 많은 탄소를 사용한다. 기후변화의 비용도 탄소배출량이 높은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이 약 75-80%를 부담해야 한다(WHO, 2014). 하지만 기후변화의 부정적 여파는 가난한 나라, 지역, 사람에게 더욱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2050년 내, 기후변화로 인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남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에서만 1억 4천만 명의 사람들이 이주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World Bank, 2018). 2017년 135개국에서 1,88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이는 분쟁으로 발생한 이재민 수의 거의 두 배이다(IDMC and NRC, 2018). 기후변화가 인권이라면 기후변화는 평화의제이기도 하다. 인권과 평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점에서 기후변화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은 평화와 연결된다.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전문에서 “모든 인류 구성원의 천부의 존엄성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및 평화의 기초”라고 천명하고 있다. 인권이 평화를 만들어 내는 기본 토대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많은 국가들과 국제기구들은 기후변화가 평화에 위협이 되는 안보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자연재해 증가, 난민 유입 그리고 물과 식량과 같은 기본 자원에 대한 갈등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국가안보에 긴급하고도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NSS, 2015).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전유지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UN 안정보장이사회(안보리)는 기후변화를 안보의제화 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국제평화와 안전의 수호를 책임지는 안보리가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임무로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의 핵심기구인 안보리에서 기후변화를 주요 의제화하는 시도는 기후변화를 전 지구적 위협으로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안보리는 2007년 처음으로 기후변화와 안보의 상관관계를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2009년 두 번째로 개최된 총회에서 기후변화의 안보와 기후변화를 연계시킨 최초의 공식적 유엔 결의안(A/RES/63/281)을 채택하기도 했다.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의 반대가 있지만 기후변화의 안보의제화 추진은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가 평화의 관계는 기후변화와 무력갈등의 상관관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세기에 발생한 무력 분쟁의 최대 20%(3%~20%)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본 연구는 기후변화는 기후가 분쟁에 미치는 영향을 ‘상당한 감소(substantial decrease)’부터 ‘상당한 증가(substantial increase)’까지 5가지 단계로 설정하여 보여주고 있다<그림 1>. 현재까지 기후는 분쟁의 5%에 걸쳐 위험을 상당히 증가시켰다. 미래의 분쟁을 예측한 결과 산업화 이전 평균기온 상승 2도를 유지하는 시나리오의 경우 13%의 확률로, 4도를 유지하는 시나리오의 경우는 26%로 기후온난화의 정도에 따라 기후가 분쟁에 미치는 위험의 정도는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된다(Mach K.J. et a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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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재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를 수정·보완하고 통일적 위기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이행해 오고 있다. 국제사회 재난위험 경감 기본전략인 센다이프레임워크(Sendai Framework for Disaster Risk Reduction)를 반영한 북한식 ‘2019-2030 국가재해위험감소전략’을 수립하여 국가의 재난관리를 위한 중장기적 정책을 마련했다. 국가재해위험감소전략(2019-2030)은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 밑에 재해 위험을 미리 막고 재해 대응력과 회복력을 높여 사회경제 발전을 담보하며 생명·재산과 재부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부적인 이행 방안으로 “2022년까지 도·시·군 인민위원회에서 지역재해위험감소계획을 수립”과 “자연재해경보체계의 구축” 등이 있다(조선중앙통신, 2020). 또한 통일적인 국가위기관리체계 확립하여 이행해 오고 있다. 재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4년 6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76호로 「재해방지 및 구조, 복구법」을 채택하여 통합적인 법을 마련하였다. 동 법은 과거 현지 지도나 교시 혹은 개별법에서 사안별로 다루던 관리체계를 하나의 법으로 통합하여 재해관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등의 통일적인 지도체계를 수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법제처, 2020). 예로 들면 북한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그림 2 >와 같이 국가비상재해위원회를 중심으로 국가적 수준에서 세부 단위까지 통일적 지휘체계로 대응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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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21세기 한반도 평균기온 예측
자료: 정회성 외(2012)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지구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티핑포인트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C 이내로 제시하고 있다.지금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한반도 전역의 기온상승 정도는 파리협정 1.5도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며 기후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훨씬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분쟁 발발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분쟁 발발 가능성도 상승한다. 임진강은 군사분계선을 가로질러 북한과 남한이 상·하류지역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수자원관리를 두고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임진강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강력한 태풍을 포함한 집중호우와 상류지역의 산림황폐화로 인한 홍수의 피해가 큰 곳이다. 임진강 지역의 산림상태는 상류와 하류간에 극명한 차이가 나는데 상류는 산림황폐화와 녹지 손실이 심각하여 홍수가 발생했을 때 침수 위험이 크다. 임진강 수역의 관리를 두고 남북은 2000년부터 논의를 해왔으며 당시 협의된 구체적인 사업내용들로는 홍수예보시설 설치, 기상수문자료 통보, 임진강 유역 및 한강 하류 현지조사, 임진강 상류의 녹화사업 등이 있다. 하지만 일부 사안들만 진행되었고 남북관계 악화로 실질적인 진전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실제 임진강 유역에 설치된 댐들의 방류 문제로 남북간에 갈등이 발생했었다. 북한의 사전 통보 없는 무단 방류로 2005년 연천군 일대 주민들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으며 2009년 9월에는 임진강 남한쪽 강변 일대에 있던 6명의 피서객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접경지역은 특히 군사적 대치지역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결부되어 자연재해로 인한 갈등이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 있다. 2021년 200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키르기르스탄과 탄지키스탄의 무력충돌도 양국의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물 분쟁으로 촉발했다. 공동 저수시설을 사용하는 양측 주민간에 발생한 갈등이 총격전으로 번지며 군사 충돌로 확대된 것이다. 중앙아시아도 기후변화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아랄해 고갈과 광범위한 황폐화 문제는 농업과 식량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는 온대성 사막 및 반사막 지역이 많고 1990년 초 구소련 붕괴 이후 경제 및 제도적 변화를 겪은 개발도상국으로 이루어져 있어 기후변화 대응에 취약하다. 키르기르스탄과 탄지키스탄은 수십년 동안 지속된 수자원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국경협력사업을 이행하며 상호 신뢰를 구축해 왔음에도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는 점은 기후변화가 미치는 파급력의 중대성을 잘 보여준다. 5. 마치며 지금의 온실가스배출량이 지속된다면 미래 한반도 전역의 기온상승은 변화에 관한 IPCC에서 경고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기후온난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북한은 기후변화 대응 취약국으로 기후위기는 국가발전과 인민의 생존에 중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미래의 온도를 예측한 결과 한반도 전역에서 온도가 상승하여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가 무력분쟁을 촉발한다는 전제를 수용했을 때, 기후변화는 한반도 평화에 직접적이고 근본적이며 광범위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지금도 목도되고 있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실증적인 비극의 사례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상상할 때 기후변화를 핵심의제로 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함의를 준다. 기상이변은 직접적으로 사람들의 목숨에 위협이 되며 이상고온, 물 부족 등으로 전염병, 각종 질병을 초래한다. 홍수, 가뭄과 같은 기상이변은 농지에 피해를 주어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삶의 터전을 잃어 생계권을 침해한다. 특히 남한에 비해 후진국형 재난재해 피해유형의 특성을 보이는 북한의 인명피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남북이 공동으로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기상협력을 추진하는 경우 인명 및 농작물 피해(약 2,09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이우성 외, 2009). 평화의 관점에서 기후변화 대응 취약국인 북한은 기후위기로 내부 갈등이 심화될 수 있으며 이는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산림복구사업의 성과를 위해 법의 강화를 통해 산림보호를 강조해오고 있지만, 식량난이 심각한 경우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주민들의 산림훼손을 통제하기 어렵다. 최근 벌목을 두고 북한 주민간, 주민과 통제당국간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또한 남북간 지리적 접경지에서 해수면 상승, 홍수 등으로 인한 갈등이 무장폭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기후변화가 분쟁을 촉발시킨다는 연구결과와 실증적인 사례들은, 기후변화가 향후 한반도에 분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함의를 준다. 미국의 국가정보국(DNI)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정보평가(National Intelligence Estimate on Climate Change)’를 통해 북한을 비롯한 11개 국가를 ‘기후변화 대응 취약 우려국(highly vulnerable countries of concern)’으로 지정했다. 본 보고서는 기후변화 취약국에 기후위기 대응 능력을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향후 미국의 안보위협을 줄이는데 이익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하면, 우선적으로 남북협력을 통해 북한의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한반도 통합재난재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협력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존의 2030 NDC 목표를 14% 상향 조정한 2018년 대비 40%이상 감축 목표를 선언했다. 동시에 ‘산림 및 토지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선언(Glasgow Leaders Declaration on Forests and Land Use)’의 지지를 표명하며 “남북한 산림협력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온실가스를 감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OP26 연설, 2021). 같은 날 한국의 환경부 장관은 내년 개최되는 ‘세계산림총회’에서 남북한 산림협력 문제를 의제화할 것이며 북한과 산림협력에 대한 소망을 피력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매개로 남북이 만들어 갈 수 있는 협력은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 유기은 박사후연구원 저자소개 이 경 희 한국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의 물 협력을 오스트롬의 SES 분석틀의 적용한 연구로 북한학 박사학위(2019) 를 취득. 북한의 물, 환경 문제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협력을 연구해 왔음. WWF에서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오피서로 근무했던 경험을 계기로 최근에는 기후변화를 매개로 한 남북협력 방안을 주요하게 연구하고 있음. 주요 연구로는 "북한의 물 거버넌스 변화 연구: 북한과 유니세프의 물 협력 실증 분석을 중심으로," 국제정치 논청 제59집 제3호, "북한의 식수 문제를 통해 고찰한 남북 물 협력의 중요성", 북한연구학회 제23권 제1권, "북한과 유엔의 진화하는 협력 게임: 유엔의 대북 개발협력 유형의 변화 분석을 중심으로" 현대북한연구 제 22권 제2호 등이 있음메노나이트 대학교(Eastern Mennonite University) 교수로 정치학과 평화학을 가르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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