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유럽 선거 개입 논란: 팽창주의 전략의 새로운 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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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유럽인들이 가진 대 러시아 이미지 2. 러시아의 팽창주의에 대한 이미지 3. 러시아 팽창주의의 새로운 전개 4.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 부패, 그리고 극우주의: 러시아 팽창주의의 새로운 기제 1. 유럽인들이 가진 대 러시아 이미지 동·서유럽을 막론하고 러시아(舊 소련 포함)가 가진 영향력에 대한 유럽인들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2014년 영국 BBC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인들이 내린 러시아에 대한 평가는 긍정 30%, 부정 45%였다. 반면, 유럽 주요국들의 평가는 긍정 18~28%, 부정58~69%에 그쳐 평균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그렇다면 유럽은 왜 러시아가 가진 영향력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2. 러시아의 팽창주의에 대한 이미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오로지 한 가지 원인에 있다. 즉, 러시아가 ‘팽창주의(expansionism)’를 추구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이후, 유럽인들이 느끼는 러시아의 팽창주의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파악되었다. 하나는 군사력을 통한 영토적 팽창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데올로기적 연대를 통한 정치적 팽창이다. 지금부터 꼭 100년 전에 일어난 1917년 러시아혁명은 유럽이 러시아의 레짐 팽창을 두려워한 첫 번째 사건이었다. 유럽제국(諸國)들은 러시아를 붕괴시키고 탄생한 소련 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명목상의 이유는 새로 수립된 소련정부가 구 러시아가 체결했던 채무를 인수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1) 그러나 유럽의 진정한 속내는 정치적으로 거부감을 주는 볼셰비즘이 유럽으로 파급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유럽열강은 독특한 명분을 갖고 등장한 소련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2)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후인 1948-49년, 유럽은 러시아의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팽창과 영토 확장이라는 물질적 팽창을 모두 두려워해야 했다, 이 시기에 설치된 ‘브뤼셀 조약기구’,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유럽평의회(The Council of Europe)’는 유럽 스스로가 그러한 공포를 재현해 낸 것이었다. 이데올로기 대립이 사라진 탈냉전 이후에도 러시아의 영토 팽창에 대한 거부감은 계속되었다. 2008년 8월에 발발한 남오세티야 전쟁은 그러한 거부감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확신을 준 사건이었다. 전쟁은 도발국인 그루지아의 참패로 끝났지만, 불과 보름 남짓 치러진 이 전쟁에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보다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2014년 2월에 벌어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은 탈냉전 이후 유럽인들이 러시아의 팽창주의를 최고조로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파생시킨 유럽인들의 대 러시아 경계 의식은 향후 NATO의 존폐 혹은 개혁 논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브뤼셀에 소재한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스티븐 블로크만(Steven Blockmans) 박사는 올해 NATO 개혁과 관련한 EU-미국 간 줄다리기 싸움에서 그 핵심은 여전히 러시아 팽창과 그에 따른 유럽의 거부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있다고 강조한바 있다.3) 3. 러시아 팽창주의의 새로운 전개 영토적 팽창이 방위 차원의 문제라면, 국가주의 이데올로기, 포퓰리즘, 선거개입 등은 정치적 차원의 문제다. 특히 국내 정치에 대한 간접적 개입은 최근 유럽 각국이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사실 이러한 시도는 유래가 꽤나 깊다. 러시아 혁명 후, 소련을 처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한 유럽 국가는 영국이었다. 1924년 1월, 사회주의 강령을 채택한 노동당의 맥도널드 내각은 집권하자마자 소련을 법률상의 정부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단행된 맥도널드 내각의 보건·의료 개혁은 야당의 반대와 당내 내분을 불러와 집권 9개월 만인 11월에 붕괴되고 보수당이 새로 들어섰다. 이런 가운데, 1926년 360만 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한 노동조합 총파업의 뒤에 소련 정부가 개입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소련의 노동조합들이 영국의 총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전개했으며 소련 정부가 다시 이를 후원했다는 것이다. 이로서 영국과 소련은 크게 불편한 관계에 이르게 되었다. 더 나아가 당시 소련-영국 간 무역을 중개하던 소련 업체 아르코스(ARCOS) 사가 런던 지사에서 영국의 군사기밀을 빼 돌리는 스파이 역할을 했다는 것이 영국 보안청 MI5에 의해 발각되면서 사태는 급격히 악화되었다. 급기야 아르코스 사에 대한 압수 수색이 있었고 이로 말미암아 영국-러시아 관계는 외교단절로 이어지게 되었다. 정파를 떠나 최초로 사회주의 정권을 인정했던 영국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러시아가 반 EU정서를 가진 유럽 정당들에게 비밀리에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유럽은 술렁이고 있다. 그들이 우려하는 것은 사실 어느 정파가 집권하느냐 하는 문제를 넘어, 러시아의 시도가 민주주의라는 유럽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더구나 선거 운동 과정에서 불법 자금이 동원되고 있다는 의혹이 일면서 러시아의 개입 논쟁은 보다 큰 파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Spiegel)은 러시아 집권여당, ‘통합러시아당(UR)’이 독일의 포퓰리스트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청년 당원 간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연결 고리를 통해 러시아가 러시아계 독일 유권자들의 극우정파 투표를 독려하고, 독일의 반 NATO 정서 유도 등을 모의하고 있다는 것이다.4) 또한 프랑스의 인터넷 매체 메디어파흐(Mediapart)는, 극우 정당 국민전선(FN)과 푸틴 대통령 간의 잦은 교류가 이미 상식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국민전선의 대선 후보 장 마리 르 펜은 이미 2014,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푸틴과 직접 만나 회담을 했을 뿐 아니라, 올해도 3월에 푸틴 대통령과 독대를 한바 있다. 국가 정상이 아닌 군소 정당의 지도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잦은 만남인 것은 사실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앞선 두 번의 만남에서 르 펜은 푸틴에게 1,100만 유로에 달하는 정치 자금 지원을 요청하였으며, 올해 만남에서는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400만 유로를 더 차용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5) 러시아는 반 EU 통합 정서를 갖고 있는 정당들과 ‘협력협정(cooperation agreement)’의 형태로 관계를 맺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이미 많이 거론된 정당들로는 국민전선, 독일을 위한 대안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자유당(FPOe)’, ‘헝가리 요비크(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 Jobbik)’, ‘이탈리아 북부동맹(Lega Nord)’ 등이 있고, 현재 협력을 진행 중인 정당으로는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등이 있다.6) 이들간의 관계가 향후 유럽 정치의 극우화를 노리는 러시아 팽창주의의 일면이라는 측면 외에도, 이들의 당 운영비와 선거자금이 러시아의 검은 돈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럽인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협회(ICIJ)가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에 따르면, 러시아의 숨겨진 자금 규모는 드러난 것만 약 2십억 달러에 이른다. 이들 자금의 상당 부분이 푸틴의 손을 거쳐 유럽 각국의 선거 자금에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금액은 스위스와 사이프러스 등 유럽의 대형 로펌 등을 통해 돈 세탁을 거쳐 비교적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독일 최대 은행 도이치 방크조차 러시아를 큰 손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4.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 부패, 그리고 극우주의: 러시아 팽창주의의 새로운 기제 프랑스 선거를 앞두고 당선이 유력한 마크롱을 끌어내기 위해 러시아발 가짜 뉴스가 흘러나왔다는 논란은 유럽 선거에 러시아가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의 정치 컨설팅 업체 바카모(Bakamo)가 내놓은 보고서, “2017 프랑스 선거에서 왜곡된 정보 유형”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는 러시아의 영향력은 각 후보들 간의 정책 경쟁 담론에서 나타나고 있다. 친 러시아성 정책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곳은 주로 국제문제와 관련된 사안이고, 이들은 또한 전통 언론보다는 사회적 관계 소통망(SNS)를 통해 유통된다. 이들은 대체로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삼가고 암묵적으로 친 러시아적인 인사의 정책을 지지하는 데 집중된다”는 것이다.7) 출처가 러시아로 의심되는 마크롱 흠집 내기도 그치지 않고 있다. 마크롱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공급된 자금으로 운영되는 미국 대형 금융회사의 직원이었으며, 그가 진보적 이미지로 보이고 있지만 사실은 믿을 수 없는 자본가의 전형이라는 것이다.8) 작년 12월 초, 미국 CIA는 러시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자가 대통령에 당선 될 수 있도록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 러시아 정부가 미공개 정보를 폭로하는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에 민주당 전국 위원회(DNC)로부터 해킹한 수천 건의 이 메일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의 개인 메시지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제 러시아의 선거 개입 논란은 올해 잦은 선거가 예상된 유럽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럽은 미국과는 달리, 극우 정당과 검은 돈이라는 부패가 연결고리로 맺어져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이데올로기적인 연대는 국가주의, 극우주의 정당과의 고리 맺기에 있으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비밀자금으로 의심되고 있다. 그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민주주의의 실현수단 중 하나인 선거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려는데 있다. 또한 소셜 미디어 서비스는 해외발 가짜 뉴스가 유통되는 거점이 되고 있다. 유럽인들은 이제, 러시아의 팽창주의를 군사적 영역 뿐 아니라, 선거와 같은 정치적 영역에서도 보다 크게 느끼고 있다. 올해 유럽 안보는 군사안보 뿐 아니라 정치적 선택에서도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는 셈이다. 유럽인들이 일상에서 갖는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는 바로 이 같은 점을 반영하고 있다. ----- 1) 이병조, 이중범, 『국제법 신강』(7판), 일조각, 1996, p.167. 2) 김용구, 『세계외교사』, 서울대출판문화원, 2013, pp. 681-682 3) 2017.03.23. 브뤼셀에서 저자 인터뷰 4) SPIEGEL Online, “German Populists Forge Ties with Russia”, 2016.4.26 5) MEDIAPART, “Dossier: l'argent russe du Front national”, https://www.mediapart.fr/journal/france/dossier/dossier-largent-russe-du-front-national 6) Euobserver, “Illicit Russian money poses threat to EU democracy”, 2017.4.21. 7) “Patterns of Disinformation in the 2017 French Presidential Election”, Bakamo, 2017. 8) Buzz Feed News, “Here’s How Far-Right Trolls Are Spreading Hoaxes About French Presidential Candidate Emmanuel Macron”, 2017.04.25 9) Washington Post, “Secret CIA assessment says Russia was trying to help Trump win White House”, 2016.12.09現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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