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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의 평가: 평화와 통일을 위한 동맹
등록일
2009-07-02
조회수
8
북한의 ‘살라미 전술’은 더 이상 불용

백악관 정원 로즈 가든에서 한미정상은 북한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6월 16일 오전 내내 계속된 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한미양국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핵을 불용한다는 데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도 “한미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강력히 추구할 것이다”라고 말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위협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였다.

양국정상은 그 동안 적법하고 성실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북한의 헛된 약속에 대한 대가로 국제사회가 북한에게 연료와 식량 그리고 차관을 제공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적 행동들을 ‘보상(reward)’해 온 점을 지적하였다. 두 정상은 한 목소리로 “한미양국은 앞으로 그러한 패턴을 깰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북한이 위협이나 불법적 무기를 통하여 안보도 존경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그 동안 살라미 전술(salami tactics), 즉 쟁점 이슈를 세분화하고 세분화된 이슈별로 협상을 전개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사용해 왔던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점진적 협상’을 북한이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들은 점진적 협상보다는 모든 사안을 한꺼번에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고 ‘일괄타결’ 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1994년 제네바 합의 (Geneva Agreed Framework)와 2007년 2.13 합의를 통해서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의 ‘동결’이라는 북한의 거짓 약속에 대하여 이미 두 번이나 보상해줬다. 따라서 6자회담 참가국들은 이제 북한의 핵무기 개발프로그램 ‘동결’ 약속에 대해 또 한번 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핵시설을 해체하고 핵무기를 폐기해야 할 것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궁극적인 목표는 ‘비핵화되고,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한반도’의 실현이다. 이 같은 목표는 재래식 무기뿐만 아니라 생화학 무기 그리고 핵 폐기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군비축소를 의미한다. 포괄적 군축은 남한, 북한, 그리고 미국 간의 관계정상화로 이어져 새로운 역내 평화질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핵문제의 해결은 다음과 같은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첫째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물론 한반도에서의 전쟁도 방지되어야 한다. 둘째 북한 핵문제는 미북 간의 관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남북 관계에도 관련된 것이다. 셋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한국, 일본, 미국 간의 협력에 근간을 두지만 모든 관계당사국의 협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넷째 강온 양면책이 사용되어야 한다. 다섯째 북한이 더 이상 대화를 거부하고 핵무장을 선택하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북한 핵문제는 한반도 문제를 넘어서는 국제적 의제의 일부로 받아들여진 상태다. 따라서 북한체제의 특수성만을 강조하는 ‘한국적 예외주의’보다는 비핵화, 비확산, 인권 등에 기초한 ‘국제적 보편주의’라는 개념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맹

한미간의 동맹은 냉전기간 중에 체결된 동맹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냉전 종식 이래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강력한 안보동맹으로 발전해왔다.  오십 년 전에는 북한을 공동의 적으로 두었다는 점을 빼고는 양국간에 아무런 이해가 없었다. 그러나 그 이후 양국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유대관계를 강화시켜 왔다. 핵을 포함한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에 직면하여 양국간 견고한 동맹관계는 지속적으로 양국간 경제적, 사회적 상호의존을 심화시킬 수 있게 지원해주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지리-전략적(geo-strategic) 범위가 한반도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에 합의하였다. 양국 대통령은 또한 한미동맹이 중국과 일본 간 19세기식 패권투쟁을 억지할 뿐만 아니라 테러리즘,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마약, 불법이민, 해적행위 등과 같은 21세기의 새로운 안보위협에 대해서도 전략적 억지력이 되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했다.

6월 16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정상은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의 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이라는 비전 선언문을 채택하였다. 이 선언문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주목을 끄는 문장은 “양국은 동맹을 통하여 한반도에 지속적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이루어 한반도의 모든 국민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마련하고자 한다”이다.  이 문장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가치 동맹이라는 점이다. 둘째 한미동맹은 평화구축과 한반도 통일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가치 동맹’이란 양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인권침해, 테러리즘, 마약, 환경 및 자연 재해와 같은 인간의 안위에 대한 위협(인간안보 위협)에 대해 협력하여 대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북한내 인권침해를 포함한 전세계의 인권침해를 근절하는 한편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와 같은 민주국가들과의 인간안보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공동비전 선언문에서 양국정상은 또한 북한주민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서 협력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양국은 한미동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에 기여할 것임을 명확히 하였는데 이는 한반도 통일이 미국의 협조 아래 대한민국 주도로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6월16일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두 동맹국이 한반도에서 ‘선언적 평화’가 아니라 ‘실질적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전기를 가져왔다. 평화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첫번째 종류는 ‘선언적 평화’로서 평화가 있다고 말로만 선언된 것이다. 두 번째 종류는 ‘실질적 평화’로서 행동으로 평화가 증명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평화선언’이나 ‘종전선언’을 통한 ‘선언적 평화’가 아니라 비핵화를 통해 전쟁의 위협이 감소되고 재래무기군축이 이루어지는 ‘실질적 평화’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수 많은 선언들이 평화를 보장하지 못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실질적 평화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한미 FTA 비준 추진

정상회담이 끝나고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의 주요 기업인들에게 한미 FTA의 조속한 통과를 추진하도록 촉구하였다.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6월 16일 만찬에서 이 대통령은 재계 지도자들에게 “지금이야말로 서둘러서” 양국동맹을 강화하고 양국무역을 극적으로 증대시킬 한미FTA를 통과할 시점이라고 말하였다. 정상회담 중에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FTA협상결과가 의회에서 표결에 부쳐지기 전에 자동차에 관한 양국의 이견이 확실히 해소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였다.

국제관계에서 정치경제의 중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탁월한 위상이 정치적, 전략적, 그리고 경제적 함의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태평양 양안 국가들간의 경제적 상호의존은 지난 몇 십년 간 번영의 근간이 되었으며 금세기 이 지역의 경제질서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상호의존은 상호호혜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미국에게도 모두 도움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과 미국은 양국간 경제적 관계를 심화하고 역내 경제협력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역내 경제발전수준의 커다란 격차를 고려할 때 한국은 개발도상국가와 선진국간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미 FTA는 전략적 동맹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를 통하여 지역 FTA 구축을 촉진하고 미국을 배제한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한미 FTA를 통하여 상당한 전략적 혜택을 얻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지역적 차원에서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한국은 중국이 선호하는 ‘동아시아 지역주의’와 미국이 힘쓰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주의’ 간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요구 받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ASEAN 국가들과 한·중·일만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지역주의보다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태평양 국가들을 포함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주의’가 중국과 미국을 모두 만족시키는 데 더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시아 태평양 지역주의는 역내 국가들과 중국 간의 협력을 저해하지 말아야 하며 지역협력을 위한 노력을 유도하여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6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정상, 특히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다 넓은 지역적 관점에서 한미 FTA의 전략적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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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한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