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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와 한국의 외교적 대응
등록일
2009-09-20
조회수
8
UN이 주도하고 있는 기후변화 협상은 지난 2007년 12월 Bali 에서 열린 제 13차 당사국 총회에서 역사적인 Bali Roadmap 을 채택하고, 금년 2009년 말 Copenhagen에서 열리는 제 15차 당사국 총회에서 교토 의정서의 1차 공약 기간이 끝나는 2012 년 이후의 새로운 국제적인 기후변화 체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합의를 도출하기로 한바 있다.


  Bali Roadmap 에 근거하여 진행되어온 그간의 기후변화 관련 협상은 미국 부시 행정부의 미온적 태도와 선진 개도국간의 입장 대립으로 별다른 진전을 **** 못 하고 있었으나,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어느 정도 고무된 분위기 속에서 금년 12 월 Copenhagen 당사국 총회에서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이나 EU, 일본 등은, OECD 국가이면서 기후변화 협약 상 개도국으로 남아있는 우리나라에 대해 자신들과 같이 선진국으로서 법적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수용 하라고 상당한 압력을 넣고 있다. 우리도 책임 있는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특히 경제 발전 수준이 상당 부문 선진국에 근접하고 있는 OECD 국가로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당연히 적극 참여하고 기여하여야 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에너지를 거의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여 쓰고 있는 우리로서는 우리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에너지 효율 향상과 온실가스 감축에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도 부합 한다.  


  그러나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행동”을 취하는 것과 기후변화 협약 상 선진국의 “지위”와 선진국으로서의 감축 “의무”를 수락하는 것은 분명하게 구분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기후 협약 상 선진국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가 충분히 개발되어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라는 뜻이 아니다. 기후 협약 상 선진국이라는 지위는 산업 혁명이래 지난 150여 년간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현재의 기후변화를 일으킨 역사적 책임이 있는 국가라는 뜻이며, 이러한 역사적 책임으로 인해 이들 국가들은 앞으로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경제 성장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우선하여야 하는 “감축 의무 국가”라는 뜻이다. 반대로 기후 협약 상 개도국이란 뜻은 발전 수준이 낮은 국가라는 뜻이 아니라, 역사적 책임이 없는 감축 “비 의무 국가”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선진국과 개도국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국내외에서 많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한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에 상응한 범위에서 비록 협약상의 법률적 “의무”가 없지만, 우리 스스로 지난 한 세대 동안 우리가 배출한 온실가스에 합당한 만큼을 우리의 능력에 적합한 수준으로 기여를 한다는 의미가 되어야지, 지난 150년간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의 “의무”를 나누어 가진다는 뜻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단지 우리 스스로 우리의 능력에 맞게 온실가스 감축을 하겠다고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현재 선진-개도국의 흑백 체제로 되어 있는 기후변화 체제가 우리와 같은 중간 국가의 사정에 맞는, 즉 지난 150 년간의 역사적 책임은 지지 않되, 자기 스스로 국력에 상응한 “자발적인” 감축을 하고 이를 인정해주는 국제적 체제를 제안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자발적인” 감축의 “자발적”이란 의미는 감축의 이행을 자의적으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기후 변화의 역사적 의무로부터 강제된 감축이 아니고, 역사적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감축에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자발적”이란 뜻이다. 선진국들은 이러한 의미의 “자발적”이란 뜻을 감축 행동의 이행에 있어 “자의적”이란 뜻으로 이해하고, 부정적으로 받아드리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자신들의 일방적인 오해 일 뿐이다.  


  우리는 실제 행동 면에서 우리의 능력에 상응한 2020년까지의 “자발적”인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행하는 감축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여타 주요 개도국이 참여하는 선도적인 모델을 제공하는 한편, 협상 면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양측이 수용 가능한 방안을 제안하여 양측 간의 합의 도출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현재의 기후 체제가 선진국과 개도국이라는 이분법에 의해 선진국만이 구속적 감축 의무를 지고 개도국은 아무런 구체적 감축 행동에 참여를 하지 않는 흑백 구조의 틀을 우리가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서, 우리에게 적절하지 않은 선진국으로서의 의무라는 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에게 적합한 틀 (등록부) 을 제안할 뿐 만 아니라 선진국들의 절대량 감축 방식과는 차별화된 감축 목표치 제시 방안 (BAU 대비 감축 시나리오)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의를 확보함으로써 우리와 같은 신흥 공업국가에 적합한 감축 방식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개척하여 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접근 방식은 우리의 온실가스 참여 방식을 개척해나간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후 변화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며,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방식에 대해 양측이 수용 가능한 해법을 제시하여 국제 합의 도출에도 기여한다는 의미 또한 적지 않다. 우리가 제시한 방식은 Greenpeace 조차도 수긍을 하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정도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우리의 자율성을 견지하여 나가기 위해 우리 나름대로의 적절한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여 국내적으로 구속적인 방법으로 이행하여 나감으로써 국제 사회의 신뢰를 구축하여 나가야 하며, 아울러 동시에 협상 차원에서는 개도국의 자발적인 감축 참여 방안으로 “감축 행동 등록부”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제고하는 노력을 계속하여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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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한인택(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 정래권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