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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문제와 한국의 대응
등록일
2009-10-08
조회수
8
  최근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관심과 주목을 받는 가운데,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협력도 강화되는 추세이다. 2005년 12월 이래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가 연속 네 차례 채택된 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금년만 해도 3월 호주 멜버른, 4월 워싱톤, 7월 도쿄, 9월 서울과 토론토 등지에서 대규모의 북한 인권 행사들이 열렸다. 이들은 열악한 북한 인권 참상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인류 양심의 표현이자,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단합된 행동을 대변하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는 본질상 3가지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균형감 있는 시각을 갖는 게 필요하다.

  첫째, 북한 인권문제는 (국제사회가 당면한) 심각한 ‘인권문제’ 중 가장 중요한 일부이다. 2008년 12월 유엔 총회는 이란, 미얀마, 북한 등 3개국의 인권 결의를 채택했다. 이런 사실만 봐도 북한 인권 상황이 세계 최악의 수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권은 체제와 이념, 성별과 국경을 떠나서 모든 사람에게 인정되는 가치이자 권리이다. 말하자면 보편적 가치(universal value)의 문제인 것이다.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한 채 ‘매 맞고, 끌려가며, 피 흘리며, 굶어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의 비인간적인 삶을 같이 아파하고 그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세계시민의 한 사람으로 마땅히 감당해야 할 도리요 의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세계 최악의 북한 인권에 침묵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둘째, 북한 인권문제는 ‘북한문제’의 중요한 일부이다. 북한문제에는 인권문제 외에도 핵문제, 경제난, 식량난과 인도적 지원, 외교적 고립의 타개(특히 대미일 관계 개선), 권력승계(후계체제 안정) 등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들은 강고한 수령독재체제와 비효율적인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즉, 독재와 폐쇄가 오늘의 북한을 규정하며 제약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처한 온갖 어려움을 완화해소하는 길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북한이 선군독재(Military-First Dictatorship)가 아니라 ‘선민정치’(People-First Politics)를 베푸는 데 있으며, 이는 다시 주민의 인권 개선 및 대외 개방 등과 직결돼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당면한 북핵문제에만 단선적이고 대증요법적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곤란하며, 인권 개선과 민주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셋째, 북한인권문제는 우리가 직면한 ‘통일문제’의 중요한 일부이기도 하다.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은 자유민주통일이며, 민족 성원 모두의 자유복지인간 존엄성이 존중보장되는 내용의 통일이다. 그럴진대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추구하지 않는 대북정책은 그 자체 반인권적반민족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통일철학 및 이념과도 맞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지난 시기 ‘인권 개념’을 등한시 했던 대북정책은 깊이 반성해야 마땅하다.

  흔히 북한 인권문제라고 말하지만, 여기에는 다양한 내용과 수준의 인권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첫째는 ‘북한주민’의 인권 문제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정치범수용소, 반문명적인 공개처형, 고문과 학대, 이중삼중의 감시와 성분 차별, 사상표현의 자유 침해, 기아와 영양실조 등을 겪고 있다. 총체적으로 북한주민의 인권문제는 ‘수령독재’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체제’와 관련된 ‘구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전 사회분야에 걸쳐 있다는 점에서 ‘광범위’하며, 역사적 뿌리가 깊다는 점에서 장기적이고 고질적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해결을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둘째는 ‘탈북자’의 인권문제다. 탈북자문제는 ‘식량난경제난’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북한 당국이 그들 주민에 대해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켜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다. 곧, 북한 정권이 생존의 위협에 처한 주민들을 품어주지 못하고 밖으로 밀어내는 현상이 ‘탈북’인 것이다. 탈북자들의 경우 신변의 안전 위협, 체포 시 대북 강제송환, 노동력임금 착취, 인신매매 또는 강제결혼, 감금린치학대 등 다양한 형태의 가혹행위, 보호소 수용 과정에서의 고문 등 비인간적 처우, 탈북자 자녀(아동)의 무국적 상태 발생 등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북한 주민의 그것들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특히 탈북자의 인권문제는 중국러시아 등 접경지역에 그치지 않고, 생존과 안전을 위해 제3국(주로 동남아)으로 월경, 유랑함으로써 ‘문제의 광역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 같은 절박한 인권침해에 지금 국제사회는 보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수한 국제 NGO들은 탈북자들에게 난민의 지위(Refugee Status)를 부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1차 피난지국인 중국은 물론, 2차 피난지국인 태국캄보디아라오스 등 관련국들이 난민의 지위를 인정하길 거부하고 있다.

  셋째는 남북관계에서 발생하는 인권문제이다. 여기에는 이산가족문제, 납북자국군포로의 문제가 있다. 이산가족문제는 3년간에 걸친 한국전쟁의 결과 발생한 것으로 이를테면 ‘전쟁’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세기가 넘도록 근원적인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어, 아직까지도 가장 대표적인 분단 고통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그간 이산가족문제는 주로 인도적 차원에서 다루어져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산가족문제 또한 엄연히 가족권(family rights)이란 인권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이산가족들은 지금 가족 성원간의  연락 및 접촉, 안부를 전할 권리, 귀향의 권리가 거부 당하고 있다.

  다음, 납북자문제는 납치테러리즘이란 ‘범죄’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자기 의사에 반한 납치와 강제연행, 불법억류가 개재돼 있다. 무조건 원상회복이 이루어져야 하나, 북한은 납북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반면 자진 월북자 내지 의거 입북자라고 강변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자유의사 표명의 기회뿐만 아니라, 본국(대한민국) 관리와의 접견 및 영사보호 등 인권이 박탈당하고 있다. 누구나 자기의 원거주지로 돌아갈 권리가 있으나, 이것마저 거부당하고 있다. 북한체제가 싫어 제 발로 남으로 내려온 이산가족들과 비교하면, 납북자들의 인권상황은 가히 비극적이다.

  마지막으로 국군포로문제는 한국‘전쟁’의 산물인 동시에, 1949년 제네바 제3협약에 따른 포로송환의무 위반, 생존 포로 존재의 은폐 및 강제억류 등 국제인도법 위반(비인도적 범죄)의 결과로 생겨난 문제이다. 즉, ‘전쟁’과 ‘전쟁범죄’가 복합적으로 작용돼 생겨난 것이다. 이들의 처지는 납북자와 비슷하며, 인권문제도 그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넷째는 기타의 인권문제로서 외국인 납치문제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납치문제 하면 주로 일본인 납치문제만 연상하지만, 북한이 납치해 나간 외국인은 11개국 38명(일본인 16명, 레바논인 4명, 말레이지아인 4명, 프랑스인 3명, 이태리인 3명, 중국인 2명, 네덜란드인 2명, 태국인 1명, 싱가폴인 1명, 루마니아인 1명, 요르단인 1명)에 달한다. 외국인 납치문제는 2005년 12월 이후 채택된 유엔 총회 결의에서 계속 거론하고 있는 중요한 인권문제이다. 우리가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사안인 것이다. 이 밖에도 북송 일본인 처의 귀향문제나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베트남전 국군포로문제가 있다.

  한 마디로 북한 인권문제는 북한 정권이 존재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많은 경우 북한이 인간적 도리와 국제적 규범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작금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총체적으로 비인간, 반문명, 무책임, 범죄성에 기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북한 인권문제에 대처해 나갈 것인가?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인권문제는 내용과 수준이 다기하여, 단선적인 방식으로 대처하기가 어렵다. 다음에서는 북한인권 개선의 방향을 몇 가지로 요약, 제시하기로 한다.

  첫째, 북한 인권문제는 정부 혼자서, 또한 일거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물론 우리 정부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인력과 예산 등 나름의 한계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국제기구, (국제 및 국내) NGO, 교회,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대처하는 게 긴요하다. 특히 정부가 나서기 곤란한 때는 오히려 NGO가 적극 목소리를 내는 것이 도움이 될 경우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 행위주체, 특히 NGO와의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꾸준히 북한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NGO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종합적체계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보편적 가치’의 문제로 접근하고, 다른 문제와 분리해 독자적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화의 논란을 가능한 한 피할 수 있고, 실질적인 개선을 모색할 수 있다. 보편적 가치와 국제인권규범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런 시각에서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면서(예컨대, 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 결의 공동제안국 참여 및 찬성 투표), 북한이 국제인권규범을 지키도록 설득권고해야 한다. 특히 북한은 금년 12월 제네바에서 열리는 ‘보편적 정례 인권상황 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우리가 적극 참여하여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유엔 총회 결의에서 명시된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조사에 북한이 협조하도록 인권이사회 이사국 및 관련 국제기구와 공조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다만, 정부가 북한 인권 개선을 추구함에 있어서는 국제무대와 남북대화를 준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제무대에서는 주로 북한 주민과 탈북자의 인권문제를 다루는 것이 적어도 현단계에서는 현실적이다. 남북대화에서 가령 정치범수용소를 거론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합당치 못하다. 반면 이산가족납북자국군포로문제는 남북대화에서 해결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남북한은 이들 문제에 관한 합의 생산 및 실천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면하게는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가 시급하며, 납북자국군포로문제의 경우 ‘이산가족에 끼워넣는 해결’ 대신 보다 근원적 은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셋째, 인권 NGO들과 시민사회는 앞으로도 북한 인권문제를 공론화하고,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는 노력을 계속 전개해야 한다. 더불어 이 문제에 대한 국제시민사회의 일치된 목소리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인류의 양심’을 대변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해 도덕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야말로 북한 인권 개선운동에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다. 국내외의 NGO들은 상호 긴밀하게 협력하는 가운데, 유엔 인권이사회(UNHRC)나 인권고등판무관실(UNHCHR) 등 유엔기구 인사들과의 수시 접촉과 정보 제공을 모색하는 한편, 국제사면위원회 등 저명한 국제인권단체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을 계속 촉구해야 한다. 해외 및 국내 입국 탈북자 지원은 교회 등 NGO가 전면에 나서고, 정부가 관련법과 절차에 따라 조력을 구하는 구도가 적절하다.

  넷째, 현 단계에서 정부와 민간 부문이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가 있다. 그것은 북한 인권 개선 역량의 강화 차원에서 시민들에게 북한 인권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 인권교육이 극히 부실했다.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국민교육을 꾸준히 실시해야 한다. 북한 인권 전문가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결국 사람이 새로운 역사를 쓰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언론과 방송도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 환기와 국민교육에 일조할 수 있다. 국회도 북한인권법 제정 등 입법적 대응에 힘을 쏟아야 한다.

  무릇 인권은 ‘거론’할 때 ‘개선’이 있고, ‘침묵’하면 ‘진전’이 없는 법이다. 우리가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북한 정권의 행동을 비판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의 빛’이 전달되도록 하자는 뜻에서다. 그러한 점에서 북한 인권문제 거론(선의의 비판)은 ‘민족자애적’인 것이지, 결코 북한과 냉전적으로 대결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많은 사람들이 북한주민의 생명을 살리는 북한 인권 개선 운동에 나서길 기대한다. 그리고 정부의 각종 노력에도 성원을 아끼지 않기를 바란다. 그럴 때 북한 주민들도 우리처럼 사람답게 사는 날이 보다 빨리 찾아오게 될 것이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제 성호(중앙대 법과대학 교수, 인권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