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테러에 대한 한국의 대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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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외국에서 매일이다시피 발생하고 있는 ‘테러(terror)’에 대해 한국인은 아직도 무관심한 편이며, 더구나 그것이 ‘우리의 문제’라는 의식은 희박하다. 2001년 이라크에서의 김선일씨 피살사건, 2007년 아프간에서의 샘물교회 선교단 피랍사건 당시의 국민들의 경악과 언론의 관심은 반복되는 해외 테러사건과 테러와의 전쟁 뉴스 속에 점차 무뎌지기 시작했고, 금년 3월과 6월, 예멘에서 발생했던 관광객과 의료봉사단원 사망사건 시에는 예전처럼 들끓는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국민들의 비교적 차분해진 반응이 정부에 대한 비난 속에서 변명과 미봉책 마련을 위해 행정력을 낭비하기 보다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존재하는 테러로부터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오래 전부터 국내적으로는 꾸준히 테러에 대응하는 능력과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는 주로 아시안게임, 올림픽등의 스포츠 행사와 APEC, ASEM 등의 국제정치적인 행사을 안전하게 치루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이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한국정부의 노력은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아서, 금년 4월에 발간된 미국 국무부의 대테러보고서에서 한국의 대테러 제도 및 국제협력 활동을 우수(excellent)하다고 평가하였으며, 금년 3월에 실사를 위해서 한국을 방문한 유엔 대테러사무국(UNCTED)도 한국의 대테러대응 시스템의 발전을 높이 평가하였다. 본론 1. 테러위협 평가 한국은 삼면이 바다이고, 남북 대치상황으로 인해 국경이 엄격하게 통제되기 때문에 유럽과 같이 외부세력으로부터의 침입이 용이하지 않다. 또한 소수민족 문제가 없고 종교로 인한 갈등이 없기때문에 중국, 태국 등과 같이 민족종교적 분리주의를 위한 테러사건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 그렇다고 한국을 테러로부터 안전한 국가라고 소개하지는 않는다. 오늘날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9/11을 계획했던 ‘칼리드 ****크 모하메드’의 진술에 따르면, 한국도 원래 9/11 당시 동시다발 테러공격의 대상이었으나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공격에 집중하기 위해 아시아에서의 동시 공격계획은 취소했다고 한다. 그 후 2004년 ‘오사마 빈 라덴’은 서방국가에 대한 테러촉구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공격대상으로 다시 언급하였다. 2005년 런던 테러사건 후, 외부에서 침투한 테러단체가 자행하는 것보다 자국민 또는 귀화자 등에 의한 자생테러(home-grown)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올해 독일 총선을 겨냥하여 여러 차례 테러성명을 발표한 자도 독일에서 자라온 청년이었다. 사춘기의 청년들이 가난, 소외를 겪으면서 사회에 대한 반감을 형성하고, 종교적으로 잘못 세뇌당해 테러단체에 의해 쉽게 이용당하는 것이다. 한국도 이러한 자생테러의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내 체류외국인, 다문화가정, 이슬람성원 등의 증가현상에 대해 다민족다문화 국가로의 나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거부반응을 보여서는 안되나, 유럽국가에서 발생했던 테러사건들을 교훈 삼아 우리도 유사한 자생테러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자면, 한국은 다행히 ‘아직’ 국내에서 테러공격이 발생치 않은 상대적으로 ‘공격하기 쉽지 않은’ 국가일 뿐, 테러로부터 ‘안전한’ 국가는 될 수 없다. 국내테러에 대한 위협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 할 수 있다면, 해외에서의 자국민에 대한 테러 위협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이는 해외 여행객, 우리기업의 해외 진출, 선교단체의 해외활동 증가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금년중에만 예멘에서 관광객 4명, 의료봉사단원 1명이 사망했다. 2004년 1명, 2007년 2명 사망후 최대 숫자인 것이다. 외교통상부에서는 위험국가에 대한 해외안전여행 정보제공, 여행경보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연간 해외여행객이 1천만명을 상회하는 시대에 국가의 노력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최선책은 정부가 모든 재외국민을 보호해 줄 수 없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어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민 스스로 조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2007년 아프간에서 발생한 샘물교회 선교단의 피랍 및 사망사건은 ‘모든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올바로 잡아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2. 테러대응을 위한 외교통상부의 역할 한국에는 아직 ‘대테러법’이라 불릴만한 ‘법률’이 없다. 하지만 대통령훈령인 ‘국가대테러활동지침’에 테러대책회의기구, 기관별 임무 등이 잘 규정되어 있고, 이에 따라 정부유관기관들이 유형별 테러사건에 대한 각자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재외국민에 대한 테러사건 발생 시 주무기관으로서 테러사건대책본부를 설립하고, 상황에 따라서 정부현지대책반, 신속대응팀 등을 구성하여 현지에 파견하고 있다. 또한,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는 영사콜센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직접 테러 및 범죄피해 등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재외공관을 통해 신속하게 해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국제협력을 위한 대외창구로서 UN 대테러협약, 안보리결의 등이 국내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조정하고, 국제회의에 참가하여 한국의 대테러노력을 소개하고, 국제세미나 개최 및 개도국 대테러역량강화 지원 등 외국와의 테러관련 협력을 다지고 있다. 또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을 초청하여 우리의 우수한 기술을 전수하고,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의 교육훈련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테러의 근간 중 하나인 민족종교간 이해부족과 갈등을 제거하는 융화책(Integration)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작년 발족한 ‘한-아랍소사이어티(Korea-Arab Society)’를 중심으로 아랍국가 학생 초청 문화행사, 한-아랍 특별 카라반 등 행사를 개최하여 아랍국가와의 상호 이해증진 및 유대강화를 위해노력하고 있다. 3. 대테러 국제협력 현황 한국은 UN의 대테러협약 13개에 모두 가입하였으며(이 중 1개 협약에 대한 비준 준비중), 2006년 채택한 UN 범세계대테러전략(UN Global Counter-Terrorism Strategy)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ASEM, APEC, ASEAN+3, ARF 등 협력기구의 틀 안에서 의장국 수임 및 세미나 개최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3월, 베트남에서 개최된 ARF 대테러초국가범죄 회기간회의시 베트남과 공동의장을 수임하였으며, 6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에서 테러 사이버범죄 마약밀매 인신매매 자금세탁 대응에 대한 협력에 합의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11월에는 APEC 국가들의 컴퓨터보안 전문가를 초청하여 사이버테러 대응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양자 차원에서는 주요 국가들과 2005년부터 매년 대테러협의회를 개최하고 있다. 금년에는 인도네시아(5월), 일본(7월), 프랑스 및 독일(10월)과 회의를 개최하여 상호간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를 했다.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이 부시행정부의 모토였다면, 오바마 정부와 서방 선진국들의 모토는 ‘대테러 역량강화(Counter-Terrorism Capacity Building)’라고 할 수 있다. ‘대테러 역량강화’란 군사력을 동원한 테러단체 소탕에 집중하기 보다는 아프간 및 파키스탄 등 테러취약국에 대한 민주제도의 마련, 경찰훈련, 법제도 정비, 학교 설립 등을 지원하여 이들 국가들이 테러의 온상이 되는 것을 스스로 방지도록 하는 근본적이고 예방적인 활동을 말한다. 먼 타국에서 국가기반을 설립해주는 것이 자국 테러예방과 어떤 관계가 있겠는가 의구심이 들 수 있겠지만, 지구상에 테러단체의 은거지가 되는 지역이 한 군데라도 남아있다면 종국적으로는 어느 나라든지 그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곧 자국에 대한 테러위협이 되는 것이다. 아프간에서의 지방재건팀(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 사업은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탈레반 정권 축출 후, 미국, 영국, 독일 등 국가들이 한 개의 지역을 전담하여, 치안 법제도 교육 의료 등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은 2007.12월까지 아프간에 의료 공병부대를 파병하여 현지인에 대한 의료서비스와 직업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현재는 소수의 의료 기술지원팀(Korea Medical & Vocational Training Team)이 ‘바그람’에 파견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 본격적인 지방재건팀(PRT)과 경비병력을 파견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테러 국제협력 활동 중 예방적 성격이 강한 또 다른 하나는 ‘테러자금 차단’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2001년 UN ‘테러자금조달의 억제를 위한 협약’에 서명하였으며, 이의 국내적 이행을 위한 작년에 ‘공중등협박목적을위한자금조달행위의금지에관한법률’을 제정하였다. 아울러, 금년 10월 15일 OECD 산하의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테러자금 차단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IT기술을 활용하여, 사이버테러에 대한 대응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사이버테러라는 개념과 국제안보와의 연관성에 대해서 아직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는 않았으나, 테러단체의 성명발표, 테러촉구 동영상유포, 테러계획 전달 등이 모두 인터넷상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의 DDOS 공격사례는 사이버공간에 대한 테러공격으로 국가기간시설이 마비될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현재 ARF의 사이버보안 및 테러대응을 위한 온라인 전문가 회의(Virtual Meeting of Experts on Cyber Security and Cyber Terrorism)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결론 현대사회에서 테러가 초래하는 심각함을 감안시 각국 정부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고세미나 몇 번 개최하는 것만으로 테러대응을 위한 국제적 의무를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최근 눈부시게 신장된 경제적 규모와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기여를 할 필요가 있다. 2010년 G20회의를 유치하는 등 ‘노블리스’ 문제에는 당당히 앞으로 나서면서, 테러 대처를 위한 국제적 의무의 이행과 같은 ‘오블리쥬’에 대해서는 소극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다시 한번, 국민과 언론 모두 한국이 테러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테러 척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의 동참을 한층 강화시켜 나갈 때가 왔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이준규(외교통상부 대테러국제협력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