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존의 경제위기와 동아시아 통화협력의 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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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로존 경제위기의 전개
2010년에 들어와 국제금융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으나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 일부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인해 다시 크게 출렁거렸다. 이들의 경제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시장이 동요한 것은 이 국가들에 대한 유럽 중심국 금융기관의 채권 규모가 작지 않다는 사실 외에도 주요 통화 대비 유로화 가치의 급락에서 드러나듯이 유로화와 유로존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안을 발표하고 유로존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천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였다. 물론 유로존 차원의 공동대책 마련이 순조롭게만 진전된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그리스 지원을 유로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독일, 스웨덴, 핀란드 등은 IMF의 참여를 전제로 지원할 것을 주장하였다. 결국 유로지역이 지원금의 3분의 2를 부담하고 IMF가 나머지 3분의 1을 지원하는 방식이 채택됨으로써 독일 등의 주장이 관철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유로존의 지원 노력에 힘입어 유로존 경제는 최근 다소 안정세를 찾은 듯하고 유로화 가치도 반등하였으나 일부 국가들의 국가위험은 여전히 높으며 현재 잠복해 있는 위기 상황이 언제든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의 중심 국가에서 경기 회복이 전망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의 경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들 국가의 경제위기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 2. 유로존 경제위기의 원인 이번 유로존 경제위기의 중요한 원인으로는 남유럽 국가들의 방만한 재정 운용과 과도한 복지 지출 등 대내적 요인 외에도 단일통화권 형성과정의 태생적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지난 60년간 지속되어 온 유럽경제통합의 심화와 확대 과정에는 경제적 논리와 정치적 고려가 공히 중요한 추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탄생은 경제적 결속체가 지역 내 평화 유지에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하리라는 기대가 작용한 결과였으며, 그 이후 유럽경제공동체와 유럽통화제도의 출범, 그리고 남북 유럽국가 및 중동부 유럽 국가로의 통합 외연의 확대 과정에서 모두 정치적 결속의 강화가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하였다. 유로화의 출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단일통화권의 형성은 역내 교역과 인적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통화의 국제적 사용을 촉진하는 등 장점이 있으나 회원국 차원의 통화정책 및 환율정책 수단이 없어짐에 따라 일국 차원의 경기침체나 경상수지 등 경제적 불균형을 시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경기 사이클이 유사하고, 산업경쟁력에 큰 격차가 없으며, 건전한 거시경제 기초여건을 지닌 국가 간에 단일통화가 채택되어야 한다. 유럽에서도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 상당히 엄격한 경제수렴조건을 제시하고 그 조건을 충족하는 국가들만 유로존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였었다. 그러나 실제 그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국가가 일부 국가에 머무르자 정치적 결속이 보다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유로존 가입을 원했던 대부분 국가가 1999년 유럽통화동맹의 출범에 동참할 수 있었다. 그리스의 경우 워낙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기준에 미달하여 가입이 유보되었으나 그리스가 통계를 조작한 데다가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여 2001년에 유로존에 가입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경제적 측면에서 부적절한 파트너들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다수 통화통합에 참여하게 된 것이 유로존의 태생적 한계였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산업경쟁력이 취약한 남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역내 경상수지 적자가 심화되었다. 전세계적 호황기에는 이들 국가들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구조적 문제점이 부각되지 않았으나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를 맞아 유일한 정책수단인 재정정책에 의존하면서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대외채무가 증가하는 등 재정위기가 표면화되었다. 3. 동아시아 통화협력에 대한 시사점 동아시아 지역은 현재 통화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통화가 없으며, 미달러화가 표시, 결제, 가치저장 등 국제통화의 모든 기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면서 향후 20 내지 30년 후에는 중국 위안화가 지역적 기축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물론 당장은 중국 경제의 불투명성과 폐쇄성, 중국 자본시장의 미발달 등으로 인해 위안화의 국제통화로서의 부상 가능성이 낮은 실정이지만 향후 중국이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투명한 경제정책체계를 확립한다면 중국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역내 교역의 높은 대중국 의존도에 힘입어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통화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자국 통화의 국제화를 위한 조치들을 추진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중국 위안화의 헤게모니 획득을 아주 먼 장래의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위안화가 지역 기축통화가 된다면 지역 내 국가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실물 뿐 아니라 통화·금융부문으로 확대되면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는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별국이 통화주권을 상실하게 되며, 중국경제가 불안할 때 받게 되는 영향이 증폭된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 보다는 역내 국가들간 통화협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제3의 단일통화를 창출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다. 중국도 현재는 미국으로부터의 환율절상 압력에 직면해 있는 만큼 역내 통화협력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을 통화협력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는 어떠한 국가들이 통화협력의 한 배에 탈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유럽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정치적인 고려가 지나치게 강하게 작용해 통화협력의 대상을 예를 들어 ASEAN+3 국가 전체로 확대한다면 궁극적으로 그렇게 형성될 통화블럭은 취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동아시아의 통화협력은 경제발전단계가 유사하고 투명한 정책과 통계시스템을 지닌 국가들을 우선 고려 대상으로 해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경제적 요인들만 고려할 때 동아시아 국가들 간 경기와 환율이 상당히 비대칭적으로 움직이고 산업경쟁력이 상이한 상황에서 통화협력의 대상국은 매우 한정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동아시아 통화협력의 주된 목적이 중국의 장래 헤게모니에 대한 견제임을 감안할 때 소수국가만의 통화협력, 특히 중국을 제외한 협력은 그러한 목적 달성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향후의 동아시아 통화협력은 정치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추진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유럽경제의 위기가 통화통합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스나 포르투갈은 재정위기를 겪었지만 외화유동성 위기는 겪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자국통화가 유로화라는 국제통화였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재정 등 거시경제 기초여건이 우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외화유동성 문제에 직면했다. 만약 동아시아 단일통화가 출범해서 국제통화로 자리 잡게 된다면 건실한 경제운용을 하면서 산업경쟁력이 있는 한국과 같은 나라는 지금보다도 더 안정적인 위기대응태세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채희율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