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I PeaceNet

제목, 작성일, 조회수, 내용, 항목으로 구성된 표입니다.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 이후 대북정책 추진방향
등록일
2010-07-27
조회수
8
지난 7월 9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되었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지 3개월 반 만에 그리고 이 사건이 안보리에 공식 회부된 지 35일 만에 천안함 사건 관련 문건이 유엔 안보리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사이의 견해 차이와 성명문안의 내용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에서의 조치가 일단락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를 천안함 사건의 해결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천안함 사건의 본질은 최근 남북 간의 긴장과 대립이 지속적으로 고조되어 왔고 이로 인해 NLL해역의 불안정이 심화되어 온 데서 찾을 수 있다. 즉 천안함 사건은 남북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종국적으로는 남북 간에 해결되어야할 문제라는 성격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에서 분명하고 구속력 있는 조치가 나오기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의 향방은 우리가 천안함 사건의 해결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와 연관되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5월 24일 대국민 담화에서 북한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이 줄곧 남측의 “날조, 모략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더욱이 지금까지 중국과 러시아가 보인 태도나 안보리 의장 성명으로 미루어 보면 북한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전무 하다고 할 수 있다.

천안함 사건은 본질적으로 남북관계 속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 과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핵심적 관심사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천안함 문제를 당장 남북대화의 틀 속에서 다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남북 간에 신뢰가 소진된 상태에서는 어떠한 성과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건 자체의 무게로 보아서도 용이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애초부터 남북 간의 문제로 접근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회부는 당연한 조치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국의 국가이익과 연관되어 관련국들의 태도에서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주변국의 견해가 각기 다른 것도 이 문제를 그들 나름의 국익의 관점에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는 상당기간 단절과 실종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형국이다. 그래서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

7월 9일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은 “정전협정의 완전한 준수를 촉구하고, 분쟁을 회피하고 상황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한편 천안함 사건으로 중단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문제도 마냥 미루어 둘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핵능력은 통제 없이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현안과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천안함 사건으로 중단된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를 재가동하는 것이 ‘적절한 경로’가 될 수 있다. 천안함 사건의 해결방향을 안보리에서 논의하여 의장 성명에 담았다면 6자회담에서는 북핵문제 해결과 함께 안보리의 권장사항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정전협정 준수와 남북 간 분쟁 방지 문제’를 병행 논의하는 방안을 강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6자회담 프로세스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게 되면 이를 토대로 천안함 문제를 직접 당사자인 남북관계의 문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북한은 안보리 의장 성명에서 북한을 공격의 주체로 명기하지 않은 점과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문제가 언급되지 않은데 대해 안도해 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6자회담의 참여에 좋은 구실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안보리 의장 성명 채택 직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평등한 6자회담을 통하여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기울여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판문점에서 유엔사와의 대화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하기 위해 또 다시 전제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지만 미중이 천안함 사건 이전에 보인 협력 체제를 가동한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6자회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는 이유는 첫째, 현재 북한은「9.19 공동성명」에 합의한 5년 전 보다 체제 생존이 더욱 긴박한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북한이 계속 제기해 왔던 대북제재 해제요구와 평화협정 우선 논의 주장도 궁극적으로는 경제지원과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요구이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겠다” 고 공언한 6자회담에 복귀하기 위한 명분 축적용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추후 6자회담은 과거 남한 정부가 수행해 온 조정자, 촉진자 역할을 중국이 수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의장국인 중국의 체면과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은 남한 정부가 천안함 사건으로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보고 한반도 문제를 국제화함으로써 남한의 강경공세를 누그러뜨리고 동시에 북중관계 발전과 북미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천안함 사건은 갈 길이 바쁜 김정일 정권으로 하여금 중국에 대한 의존을 심화시키는 한편 상대적으로 우리의 대북 영향력을 제한함으로써 북한을 근원적으로 바꾸어 보려는 이명박 정부의 노력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6자회담 재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이다.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 채택 이후 상황에서 대북정책의 방향은 먼저 상황관리에 주력하면서 그동안의 단선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보다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과 이후 조성된 정세변화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대북정책을 보완하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가 전략과 대안을 갖고 주도하지 못하면 미국과 중국의 전략이 한반도에서 각축을 하게 되고 결국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미국과 중국이 쥐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남북이 모두 더 이상 실패하지 않으려면 국력이나 국제사회의 위상이 북한에 비해 월등한 위치에 있는 우리로부터 새로운 돌파구가 나와야 할 것이다. 압박정책 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우리가 갖고 있던 대북 레버리지가 이미 소진된 상태에서 5.24 조치는 실효성을 갖기가 어렵다. 그나마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상정 가능한 조치들을 한꺼번에 모두 열거함으로써 실질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추후 대응을 어렵게 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해 안보리에 회부는 하였으나 의장 성명 선에서 절충이 되었고 내용 또한「5.24 조치」에서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은 어렵겠지만 안보리 의장 성명에서 권장한 ‘적절한 경로를 통한 직접대화와 협상’에 입각한 출구전략의 모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현 상황에서 대북정책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첫째, 안보리 논의의 종결을 기점으로 그동안 북한에만 초점을 맞춘 대북정책을 동북아라는 보다 큰 틀 속에서 북한 문제에 접근하는 정책으로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다. 둘째, 이러한 맥락에서 과거와 달리 생산적인 6자회담이 되도록 우리가 대안을 갖고 적극 나서고 6자회담의 진전을 남북관계 정상화의 계기로 활용하는 세밀한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 셋째, 6자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중협력을 통해 천안함 사건에서 비롯된 불신을 해소하고 6자회담의 진전에 대한 담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넷째, 6자회담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되면 남북 직접대화를 통해 NLL에서의 긴장해소와 분쟁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가능하다면 G20 정상회의 이전에 이런 여건이 마련된다면 회의의 성공적 개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현 단계에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임이 분명하나 가변적 요소 또한 적지 않기 때문에 여지를 열어 놓고 다양한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긴요하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