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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와 외교
등록일
2011-03-29
조회수
8
  민주주의의 오지로 생각되어 온 중동에 민주화의 바람이 불고 있고, 확고부동해 보였던 중동의 권력자들이 권좌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러한 중동사태를 계기로 소셜미디어가 자연스럽게 화두가 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위력은 과연 어떠하며, 어떻게 외교정책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또 외교정책의 수립과 집행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소셜미디어의 “힘”

소셜미디어의 위력에 대해서 일치된 평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곳도 아닌 중동에 민주화 바람을 불게 하고 절대권력을 행사해온 권력자마저 위협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의 위력이 말 그대로 혁명적이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소셜미디어의 위력이 과장되고 오해되고 있다는 반대 견해도 있다.

중동사태에 있어서 소셜미디어의 위력이 제한적이라는 견해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중동국가 ‘내’에서는 실제로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반정부 지도자나 시위군중이 소셜미디어를 사용은 했지만 많이 의존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또한 소셜미디어의 위력이 위협적으로 될 것 같으면 그 이전에 각국의 정부가 휴대전화 네트워크와 인터넷 망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사태에서 소셜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오해가 생겨난 이유는 중동국가 내에서는 언론이 자유롭지 않아서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시위소식이 밖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달리 말하면 소셜미디어는 중동국가 ‘밖’에서 중동사태에 대한 관심이 생겨 나는 데에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정작 중동국가 ‘내’에서 반정부 조직이 생겨나고 시위가 조직되는 데에는 별 역할이 없었다는 것이다.

둘째, 소셜미디어가 온라인 상에서 대규모 서명운동이나 열띤 토론이 발생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을지 모르나, 고문이나 투옥의 위협을 무릅쓸 반정부 조직이 결성되거나 체포와 심한 경우 무차별 총격을 각오할 시위대를 동원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달리 말하면 소셜미디어가 ‘저 위험, 저 비용’의 온라인 활동의 촉매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고 위험, 고 비용’을 수반하는 행동의 실천은 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예컨대 오프라인 조직의 지휘와 준비를 통해서-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외교정책수단으로서 소셜미디어

만약 소셜미디어가 위력적이라면 당연히 외교정책수단으로서 소셜미디어의 활용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불행히도 중동사태가 아직 진행중인 현 시점에서 소셜미디어의 위력에 대한 상반된 견해 중 어느 것이 더 정확한지 확인하는 대에서는, 즉 소셜미디어의 위력을 정확히 평가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상반된 견해의 존재가 시사하는 바는 아마도 소셜미디어의 위력이 일률적이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맥락’과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예컨대 소셜미디어는 언론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기존 언론이 다루지 않는 주제를 다루고자 할 때에 대안이나 대체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중동국가들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였다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이루어진 많은 논의들이 기존의 언론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졌을 것이고, 따라서 소셜미디어의 중요성은 부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당연히 인터넷이나 휴대전화가 어느 정도 보급된 국가들에서만 소셜미디어가 제대로 역할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동국가들이 IT 기술의 최첨단 국가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면 IT 기술은 어느 수준을 넘어서기만 하면 되는 것 같다. 대상집단의 경우 IT 기술과 IT 장비의 특성상 노년층보다는 청년층에게 그리고 저학력 층보다는 고학력 층에게 소셜미디어가 효과적일 수 있으며, 목적 상 대상집단에게 ‘고 위험, 고 비용’ 행동이나 결정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저 위험, 저 비용’ 행동이나 결정을 촉구하는 데에 소셜 미디어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렇듯 소셜미디어의 “힘”이 맥락과 목적에 좌우된다면, 대상 국가, 대상 집단, 외교적 목적에 따라 맞춤형으로 소셜미디어 사용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외교정책과 소셜미디어

소셜미디어는 외교정책의 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지만 역으로 외교정책의 수립과 집행과정 자체가 소셜미디어에 의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가 바로 그러한 예가 될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외교의 수립과 집행에 미치는 영향을 두 가지 키워드-“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과 “영리한 군중(smart mobs)”-을 통해서 이해 볼 수 있다.

‘집단지성’이란 개별적으로는 전문가에 못 미치는 일반대중들이 상호작용을 통해서 얻게 되는 집단적 지적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Wikipedia처럼 실제로 일반대중이 개개인의 지적 능력을 초월하여 전문가적 지적 수준에 도달하는 사례들이 존재한다. 물론 아고라의 경제논객 ‘미네르바’가 보여준 것처럼 1인 또는 소수의 사람들이 부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여론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외교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일반대중이 나름대로의 지식을 갖고 관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정부가 단독으로 의제설정을 하거나 일반대중에 비하여 정보나 지식에서 우위를 확신하기 힘들어졌다. 물론 정부에 대한 견제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주로 언론에 의해서 이루어졌었다.

둘째는 ‘영리한 군중’의 등장이다. 정당이나 정치인을 통한 간접적인 민의의 표시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블로그, 리플, 트위트만으로 자신들의 목소리가 정책결정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블로거, 리플러, 트위터들은 집단행동을 고려하게 된다. 이때 소셜미디어는 이들의 집단행동을 용이하게 만든다. 소셜미디어를 이슈의 제기나 확산도 쉬워지고 비슷한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 군집하는 것도 용이하게 하기 때문이다. 과거라면 무관심하고 정보를 결한 분자적 개인으로 남았을 개인들이 이제는 소셜미디어를 통하여 신속히 그리고 자생적으로 조직되어 군중으로 개입하게 된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세계 도처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더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소셜미디어의 힘을 잘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우리의 외교정책수단도 더 풍부해지고 외교적 목적도 더 잘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외교정책의 수립과 집행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 된다.

소셜미디어를 통하여 국민들이 외교정책의 수립과 결정에 참여하게 되는 것은 민주주의의 정신 상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집단지성보다 ‘미네르바’ 같은 논객들이 여론을 주도 하는 경우, 그리고 만약 소셜미디어 때문에 정당이나 의회 또는 선거 같은 전통적 정치참여의 채널과 방식이 외면될 경우에는 자칫 외교정책과정의 안정성이나 객관성,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정당성의 확보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데에 그 고민이 있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공공외교포럼 운영위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UC, Berkeley에서 정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 최근 연구로 “한국형 공공외교 모델의 모색: 정책네트워크를 활용한 맞춤형, 과학적 공공외교”와 “핵폐기 사례연구: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의 함의와 한계”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