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정상회담의 의미와 교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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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간의 갈등은 일단 봉합
21세기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시점에 이루어진 미중정상회담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상호존중·호혜공영의 협력동반자관계 건설’이라는 양국관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기간 ‘상호존중’과 ‘협력’이라는 단어가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사실상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격을 대변해 주고 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후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미중 양국은 2010년 벽두부터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문제, 천안함과 연평도사건,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 그리고 류샤오보(劉曉波) 노벨 평화상 수상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 왔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신냉전의 도래를 우려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러한 우려를 완화시키며 양국관계가 다시 협력기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쇼윈도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특히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각각 “강력하고 번영하며 성공적인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고”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 안정, 그리고 번영에 기여하고 있음을 환영 한다” 라고 명시함으로써 “상호존중”의 정신을 십분 과시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천안함 사건 이후 진행되었던 미중간의 동아시아지역에서의 영향력 경쟁, 즉 자신의 지역기반을 확장하려는 중국과 전통적 지역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미국간의 갈등이 적정선의 타협점을 찾아 봉합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미중 양국 모두 현재 본격적인 세력경쟁 국면으로 발전하는 것은 양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중국은 명실상부한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상당기간 동안 체제내의 부상을 진행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과의 협력은 현실적, 전략적으로 필수적이다. 아울러 2012년 10년만의 5세대 지도부로의 대대적인 권력교체를 앞두고 있는 중국에게 체제안정은 다시 최대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역시 이라크 철군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 이란 문제, 그리고 국내 경제회복 문제로 인해 중국과의 협력적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단일 제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대신, G2, G20 등 새로운 국제적 다자주의가 지구적 거버넌스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국제정치의 현실 또한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통해 재확인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어떤 국가도 현실적으로 국제체제의 독점적 리더십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상호 인정한 것이다. 즉, 미중 양국이 현안별로 경쟁과 갈등을 지속 할 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상호 상대의 지위를 인정하고, 협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양국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2. 협력적 관계가 반드시 안정적이라고 단정은 불가 그럼에도 양제츠(杨洁篪) 중국 외교부장이 이번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방미를 ‘중미간 협력동반자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개척한 여정’으로 평가하는 것처럼 향후 미중관계를 낙관적으로만 전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은 6개 부분 41개 항으로 구성된 방대한 공동성명이 상징하듯 전체적으로는 양국이 상당한 영역에서 합의에 도달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 의지가 읽혀진다. 그런데 정작 공동성명의 내용을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2010년 양국간 갈등을 야기했던 쟁점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봉합되거나 아니면 이견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예컨대 인권, 대만, 티베트 문제와 같은 전통적인 양자간 이슈에서 여전히 입장 차이를 분명히 했다. 후 주석은 워싱턴에서 한 연설을 통해 “대만과 티베트 관련 문제는 중국의 주권에 관련된 핵심이익으로 13억 중국 인민의 감정과 관련돼 있는 것”이라며 예의 핵심이익론을 제기하였다. 위안화 환율 절상 문제 또한 일단 450억 달러어치의 대미 수입패키지로 임시 봉합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았다. 그리고 북핵문제 역시 원론적으로는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 또한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은 외교적 수사를 통한 비전제시에도 불구하고 미중이 향후 세계질서의 운영에 대한 어떠한 청사진에 합의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제시해주고 있지 않다. 양국 정상 공히 일정 정도는 이번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야 하는 정치적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구동존의(求同存異)의 타협을 이끌어 낸 측면도 있다. 2012년 퇴임을 앞둔 후진타오 주석은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을 넘어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각인시켜 리더십의 정당성과 안정성을 강화해야 할 정치적 동기가 있었으며, 오바마 대통령 또한 재선을 앞두고 중국으로부터의 일정한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 경제회복에 일조했다는 성과가 필요했던 것이다. 요컨대 미중관계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단은 갈등을 봉합하고 협력적 관계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협력관계가 안정적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중관계는 공동성명에 명시했듯이 “매우 중요하면서도 복잡한 관계”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 냉전시기 미소 양극체제와 달리 미중관계는 갈수록 상호의존성이 높아지고 협력의 동기 또한 확대되고 있는 한편, 경쟁적이고, 갈등적인 이슈들을 내재하고 있고 심지어 세력 대결적 속성마저 지닌 복잡한 관계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 역시 이러한 미중관계의 복잡성의 단면을 확인해주고 있는 것이다. 향후 미중관계 역시 이러한 복잡한 모습과 요인들이 상호작용하고 교차하면서 경쟁, 갈등, 협력이 반복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양국관계의 복잡성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할 경우, 취약한 안보구조와 분열적 국내 정치 지형을 지닌 한국에게는 예상치 못한 강한 충격을 전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목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한반도 문제가 핵심 의제로 대두되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양국이 중요한 양자간 쟁점에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반면에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타협을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양국은 기본적으로 “한반도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로 인해 긴장이 고조된데 우려”를 표명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가 중요하다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그 기반위에서 진정성있고 건설적인 남북대화와 6자회담의 재개를 해법으로 제시하는데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북한이 주장한 농축우라늄계획(UFP)에 대한 우려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키는데 동의했고, 미국은 UFP에 대한 우려 표명이 한국이 남북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것이고,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 합의가 미중정상회담의 중요한 성과라는 부연 설명까지 덧붙이고 있다. 미중 양국이 남북대화와 6자회담에 남북한을 각각 유도해 내기 위한 최소한의 여건을 조성하려고 주고받기식의 타협을 이룬 흔적이 역력하다. 3. 미중정상회담의 시사점과 교훈 이를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외교적 시사와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우선 한반도의 운명이 향후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갈수록 미중 양국의 갈등과 타협의 산물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중 양국이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원론적 합의를 통해 한반도 문제로 인해 양국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고, 또한 양국간 온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 불안정성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이는 결국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중국의 상대적 영향력은 증대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의 입지와 발언권을 확보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 문제가 급속하게 미중간 갈등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미중간 타협의 결과에 따라 대화국면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에서 외교적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강대국간 협력과 경쟁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한반도의 통일이라는 국가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한반도 문제에서의 우리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다시 재개되는 대화국면에 참여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교훈을 새기면서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찾는 보다 치밀하고 전향적인 의제를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주도하는 정교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1996년 중국 북경대학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확위를 취득하였다. 1997년 3월부터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정치, 외교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 China’s policy and influence on the North korea nuclear issue: denuclearization and/or stabi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vol.22 no.2(June 2010), 『중국외교연구의 새로운 영역(공저)』(나남, 2008), 『중국의 영토분쟁(공저)』(동북아역사재단, 2008)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