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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본 원자력 외교의 바람직한 방향
등록일
2012-10-23
조회수
8
​I.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경과

  한국은 2014년 ‘원자력의 민간 이용에 관한 협력을 위한 협정(이하 한·미 원자력 협정)’의 개정을 앞두고 있다. 이 협정은 1956년 한·미 간 ‘원자력의 비군사적 사용에 관한 협력협정’ 체결에서 시작되었지만, 1974년에 현행 협정으로 대체되었고, 2014년 3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미 양국은 협정의 연장과 새로운 내용의 확정을 위해 2010년부터 협상을 벌여오고 있다. 최근 양국 간 미사일 협정 개정에 관한 협상이 타결되면서 한미원자력협정을 둘러싼 본격적 협상의 향방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협정의 개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뿐 아니라 비확산을 위한 양국의 노력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전반적인 한미관계, 한미동맹의 미래비전과 전반적으로 관계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2012년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 12월 한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 새롭게 출범하는 양국 간의 전체적인 한미관계 역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방향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II.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둘러싼 문제들

  원자력의 이용과 핵무기를 둘러싼 안보정책을 둘러싸고 그간 한국에서는 일관된 종합적 정책을 도출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우선 안보의 문제가 있다. 냉전 종식과 더불어 한반도 평화에 대한 많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1993년 북핵위기가 발생하고 이후 북한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고 현재 우라늄 농축에 의한 핵무기 개발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보의 문제가 부각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의 확대억지에 의해 북한의 핵공격을 억지해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가 미본토에 이를 경우 미국의 대한국 핵억지 공약이 약화될 가능성, 한미관계의 악화로 확대억지의 공약이 약화될 가능성, 북한의 핵개발 및 실질적인 대남 핵공격 위협이 가속화될 가능성 때문에 한국 내 자체 핵무기 개발에 대한 여론이 간헐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비확산 의지에 대한 미국과 세계의 의심은 가중되어 왔다.

  둘째, 한국 내 원자력 기술 개발과 상업적 이용의 경향과 비확산 노력이 절절히 결합되지 못한 문제가 있다. 한국의 원자력계는 눈부신 발전을 계속하여 세계 수준의 원자력 기술 강국이 되었고 마침내 원자로 수출국이 되었다. 현재에도 한국 원자력계는 파이로프로세싱 등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확산방지력을 가진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의 상업적 이익을 위한 다양한 경제행위자들은 이익 극대화를 위해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여왔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 개발과 상업적 노력이 적절한 비확산 정책의 강화와 연결되어 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원자력 기술 개발과 비확산을 위한 정책적 결의가 국가 차원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국의 원자력 기술 개발에서 비롯될 수 있는 확산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원자력 개발과 비확산을 둘러싼 국내 정치세력과 여론들의 분열양상을 들 수 있다. 향후 한국의 원자력 및 안보 방향에 대한 견해는 크게 넷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핵주권론, 핵비확산론, 탈핵론, 핵실용론 등이 그것이다. ‘핵주권론’은 원자력의 이용 확대를 선호하고, 특히 농축재처리를 포함한 핵연료주기 능력의 즉각적인 도입을 주장하는 입장이다. 핵주권론을 다시 양분하면, 미래 핵무장을 염두에 두고 핵잠재력의 확보를 위해 농축재처리 도입을 주장하는 입장과 핵무장을 거부하면서 원자력을 위해 독자적이며 즉각적인 농축재처리 역량을 확보하자는 주장이 있다. 반핵주기론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수용하면서도 한미동맹의 중요성, 원자력 연료 공급 시장의 안정성, 국제비확산레짐의 유지 필요성,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완전한 입지 확보 등을 이유로 핵주기에 대한 요구 자체를 포기하는 입장이다. 탈핵, 반핵론은 환경적 관점에 따라 원자력의 이용을 거부하며, 진보적 반전평화 신념에 따라 농축재처리 활동도 거부하는 입장이다. 핵실용론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 NPT에 따라 핵무장을 철저히 반대하지만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적극 지지하며, 이를 위해 실용적, 탈정치적 고려에서 핵연료주기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중도적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농축, 재처리를 불허함은 물론, 파이로프로세싱 등의 기술 개발에 대해서도 매우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양자협력 속에서도 다자적, 지구적 원칙을 견지하여 최대한 예외를 허용하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엄격한 비확산의 원칙을 견지하려 하고 있고, 농축, 재처리 등이 경제적으로도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이 더욱 비확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또한 동북아 안보정세 속에서 핵무기 경쟁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협상에 임해왔다. 과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이 어떠한 원칙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II. 향후 고려사항

  원자력과 안보에 관해 한국이 추구해야 할 목적은 단기적으로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원활히 마무리 짓고, 중장기적으로는 원자력의 안전하고 평화적인 이용과 한반도 안보, 그리고 지구적 확산방지레짐에 대한 기여 등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원자력과 한반도 안보를 둘러싼 각 정책결정 그룹들 간의 상호 이해와 평시 협력, 협상을 앞둔 전략적 협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재까지 한국은 원자력계의 기술 발전, 상업적 이익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 그리고 한국의 안보를 위한 외교와 국방 분야의 노력이 각각 이루어져왔고 이들 분야 간 긴밀한 협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반도비핵화선언 관련해서도 사후에 각 분야들 간의 협의 부족이 계속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단기적으로는 한미원자력 협정 개정,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에너지 및 안보정책을 위해 모든 관련 분야들 간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둘째, 한국의 중장기 외교전략 개념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약소국에서 중견국으로 국력이 향상되고 선진국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점차 치열해지는 동북아 세력전이와 지구적 거버넌스 변화 속에서 한국은 새로운 외교대전략을 설정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보편적 이익에 기여하면서 한국의 국익을 증진하는 중견국 외교를 지향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다른 어느 국가들보다 비확산이라는 가치를 견고히 하고 이를 위한 국내체제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 지구적 비확산 체제를 위해서 앞장서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중견국 지위와 소프트 파워가 증진되고 북한에 대해서도 비핵화 요구를 가중할 수 있다.

  셋째, 다양한 목적들 간의 전략적 관계 설정과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향후 10년 이상의 기간을 설정하고 한편으로는 중견국 비확산 모범국가가 되는 한편, 이 과정에서 외부의 의심 없이 보다 적극적인 원자력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비확산의 규범 위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면서 동북아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안보노력을 보장받고, 한국의 안보를 견고히 하는 동시에 동북아의 핵경쟁을 방지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들 목표들은 상충되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이들 간의 관계 설정을 치밀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現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 후, 미 노스웨스턴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함.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관계사 및 국제정치이론이고, 주요논저로는 『한국의 스마트 파워 외교전략』및 “유럽의 국제정치적 근대 출현에 관한 이론적 연구: 중첩과 복합의 거시이행”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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