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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동아시아 지역 정상회의 결산: 한-아세안 안보 대화와 미-중 경쟁
등록일
2013-11-15
조회수
8
2013년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정상외교 이벤트가 막을 내렸다. 매년 동아시아 정상들은 아태경제협력(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그리고 동아시아정상회의(East Asia Summit: EAS)를 잇달아 연말에 개최한다. 올해도 10월 7일부터 약 일주일간 일련의 정상회의들이 펼쳐졌다. 2013년 정상회의들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발전 혹은 변화들이 눈에 띈다. 한 가지는 한국과 아세안 간의 안보 대화를 신설하기로 한 점이고, 다른 한 가지는 중국과 미국 사이 지역에서 전략경쟁에 일정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이 두가지 변화의 의미와 한국의 전략에 대해서 언급하려 한다. 한-아세안 안보 대화 올해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한국과 아세안 사이에 안보 대화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한-아세안 간 안보 대화는 지금까지 아세안을 둘러싼 지역협력들이 안보 관련 협력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례적이다. 더욱이 아세안이 보다 지역안보 문제에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과 안보 관련 대화체를 가지고 있지 않고, 한국이 처음으로 공식화된 안보 대화를 아세안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 쪽에 유리하게 해석하자면 아세안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한국은 매우 민감한 사안인 안보 문제에 까지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편한 상대, 신뢰할만한 상대로 여긴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이 안보 대화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라는 질문들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세 가지 정도의 제안이 가능하다. 우선 한-아세안 안보 대화는 비전통안보, 인간안보와 관련한 기존 한-아세안 협력을 모두 담아내고, 다양한 비전통-인간안보 분야 협력을 조정하는 창구의 역할을 해야 한다.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이슈를 가진 비전통-인간안보 협력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파편화된 협력이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한-아세안 안보 대화체는 이를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두 번째로 한-아세안 안보 대화체는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대국 경쟁에 대해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인가에 관해 한국과 아세안이 공동의 지혜를 모으는 장으로 역할 해야 한다. 지역 중소국가인 한국과 아세안은 강대국 경쟁으로부터 전략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를 공동의 노력으로 대처하는 전략을 한-아세안 안보 대화를 통해 모색해야 한다. 세 번째로 이런 대화와 합의의 과정에서 한-아세안 간 전략적 신뢰를 높여야 할 것이다. 대화체의 설립 자체가 신뢰구축의 최종단계는 아니며 안보 관련 협의 속에서 더욱 신뢰를 공고히 할 여지가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당부해야 할 점은 이미 안보 대화를 설치하기로 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이 대화체가 내실 있게 발전하도록 관련 의제를 재빨리 준비하고 제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많은 동아시아에서 협력의 제도들이 시작 당시에는 큰 관심을 모으지만, 관련 당국의 느린 움직임으로 인해서 초기 추동력을 잃고 의미 없는 제도로 전락하는 일이 많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한국은 아세안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의제를 제안하고 콘텐츠를 채워 나가야 한다. 미-중 경쟁 두 번째로 주목해볼 내용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불참하면서 더욱 증폭된 미국의 대(對) 아시아 피봇에 관한 의문이다. 오마바 대통령이 미국 국내 경제문제로 인해 이번 정상회의에 불참하면서 이번 정상회의는 중국의 독무대가 되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불참과 관련하여 이번 정상회의 자체만을 볼 것이 아니라 최근 일 년간 중국과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취한 전략을 돌아보며 양국 경쟁의 큰 그림을 해석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오바마 2기 국무장관을 맡은 존 케리(John Kerry)는 취임 초기부터 그가 아시아 피봇 정책을 잘 이끌 수 있는 인물인가에 대해 의심받아왔다. 그리고 취임 이후 행보를 볼 때도 아시아 보다는 중동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이런 케리의 행보는 아시아 피봇을 강력히 추진했던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과 대비되어 더욱 도드라졌다. 2013년 중동에서 벌어진 일련의 중요한 변화들, 즉 시리아 사태의 악화, 이집트에서 군부의 쿠데타 등으로 인해 미국의 관심은 더욱 중동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미국의 피봇 정책이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한 의문이 크게 제기되었다. 반면 남중국해서 자기 주장 강화로 인해 동남아 국가들의 안보 불안을 일으키고 미국의 아시아 피봇 정책, 특히 군사적 관여 정책에 빌미를 주었던 중국은 태도를 바꾸고 있다. 적어도 최근 1년여 정도 기간에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동남아 국가들에게 훨씬 유화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남중국해에서 큰 충돌을 회피하면서 동남아 국가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남중국해 행동규약(Code of Conduct) 논의에 대해서 이전에 비해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여 왔다. 나아가 중국의 대(對) 동남아 매력공세(charm offensive)를 다시 연상시키게 할 만큼 동남아 국가들에게 다양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아세안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아시아 피봇 정책이 행동 보다는 말에 그치고 있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보다 유연한 정책을 구사할 때 미국의 군사적 관여가 이전처럼 그리 매력적인 선택은 아니다. 미국의 군사적 관여를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이전에 비해서 강력하게 미국의 진입을 찬성할 필요 역시 없다. 보다 장기적으로 동남아 국가들은 긴급한 안보 문제만 아니라면 역시 경제성장이 가장 중요한 국가 과제이다. 이때 중국과 미국 중 어느 편이 자신들의 경제성장에 보다 도움이 될 것인가를 계산할 것이다. 이번 일련의 정상회의, 지난 일 년간의 미-중 동학으로 볼 때 중국이 동남아 지역에서 다시 미국에 대해서 잃어버린 우위를 빨리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 강대국 경쟁으로 인한 지역 질서의 유동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은 지역 국가들에게는 전략적 부담이 된다. 한국과 아세안의 안보 협력은 양자의 이익을 위한 협력을 넘어서 미-중 간 지역의 전략적 유동성에 공동 대처하는 동시에 지역 전체에 안보, 전략적 공공재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現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호주 Murdoch University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 한국동남아연구소 전임연구원, 외교안보연구원 객원교수 등을 역임. “전환기 아세안의 생존전략: 현실주의와 제도주의의 중층적 적용과 그 한계" 『동아연구』, “미국의 대 동남아 재관여 정책과 동아시아 지역 협력 참여: 달라진 환경과 새로운 도전” 『외교안보연구』, “Transnational Natural Disasters and Environmental Issues in East Asia: Current Situation and the Way Forwards in the perspective of Regional Cooperation″ IFANS Review 등의 논문이 있으며,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및 국제관계,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비전통안보, 인간안보, 개발협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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