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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공공외교의 한 형태로서의 ‘포럼외교’
등록일
2014-01-23
조회수
8
 1월 22일 박근혜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44차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다보스포럼) 첫 전체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하였다. "창조경제와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한 연설을 통해서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을 이루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비전과 그 추진전략을 국제사회에 소개하였다. 해마다 개최되는 다보스포럼에는 세계의 언론은 물론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각국, 각계의 지도급 인사들이 모여 글로벌 현안 이슈들을 어젠다로 설정하고 그 해결책을 논의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44차 포럼만 해도 세계 각국의 지도급 인사 2,500여 명이 참석하고 있고 국가정상급 인사만도 40여 명에 이른다. 세계를 향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의 창'이 아닐 수 없다. 인도와 스위스를 잇는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 정상외교를 '경제외교,' '세일즈외교'의 관점을 넘어서 '공공외교,' '포럼외교'의 시각으로 보아야 할 이유이다.
 

  1990년대 후반 이래 한국 공공외교의 주류는 문화외교 특히 "한류"로 통칭되는 문화외교였다. 드라마와 K-Pop이 선두 주자로서 한국의 공공외교를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문화외교는 문화자산을 사용하는 공공외교의 한 분야에 불과하며, 특히 상업적 이익에 의해 추동되는 대중문화 상품을 핵심으로 하는 문화외교는 한 가지 형태로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뚜렷한 한계를 지닌다. 과거 일본의 드라마, J-Pop이 한때 아시아를 풍미하였으나 지금은 그 열기가 식은 지 오래고, 오늘날의 한류 역시 드라마에 이어 K-Pop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류의 인기가 절정에 있는 지금이 한류의 지속성에 대해서 심각히 고민해야 할 시점이며, 더불어 문화외교를 넘어서 공공외교의 다변화에 주력할 시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화외교와는 또 다른 형태의 공공외교인 ‘지식외교’(knowledge diplomacy)는 지식의 전파와 공유를 통해서 범지역적, 범세계적 지식 공동체, 지식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새로운 규범과 질서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한국의 지식외교는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정책적 경험과 가치, 제도를 소프트 파워 자산으로 '지식 공유 프로그램'(KSP: knowledge sharing program)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수요에 대해 한국의 경험을 지식의 형태로 확산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중견국으로서 가교(bridge)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발전 경험을 핵심으로 하는 지식 공유를 넘어서 다른 지식 영역에서도 잠재성을 가진다. 분단국으로서의 평화와 위기관리, 교육을 포함하는 인적 자원 개발(HRD), 첨단 IT기술을 응용한 전자 정부 및 전자 치안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치적 민주화 등은 지식의 형태로 여러 개발도상국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분야이다.

  지식외교의 또 하나의 유형은 주요 국제 이슈들을 어젠다로 설정하여 다양한 국제회의, 세미나 등 회의체를 통해서 국제적인 지식연대와 합의를 구축해 나가는 포럼외교이다. ‘포럼’의 사전적 의미는 ‘토론의 장소’ 또는 ‘토론을 위한 모임’을 지칭한다. 토론의 모임에서 토론을 통해서 전달되는 것은 본질적으로 ‘지식’이며, 토론에 참가한 자들은 특정 주제나 이슈, 현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지식의 형태로 전달한다. 포럼외교란 곧 회의체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포럼을 공공외교의 수단 또는 매체(medium)로 사용하는 공공외교의 한 형태를 지칭한다.

  공공외교의 매체로서 포럼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포럼은 개방적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서 특정 이슈나 어젠다에 대해 자국의 입장을 밝힘으로써 상대측의 이해를 도모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상대측을 설득할 수 있는 장이다. 포럼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통상 쌍방향적인 대칭적, 대화적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일방향적 정보의 전달이나 홍보와는 뚜렷이 구별된다. 특히 특정 이슈에 대해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듣고 이해함으로써 최소한 상대방과 자신의 '차이'를 알게 된다. 상대방을 설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자국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과의 차이를 알고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공공외교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둘째, 포럼을 주관하고 조직하는 입장에서는 포럼의 어젠다를 설정하고 발신할 수 있다. 어젠다가 국제적 관심과 반향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클수록 포럼 조직자의 어젠다 설정력(agenda setting power)은 보다 큰 공공외교적 의미를 갖는다. 2010년 G20 정상회의, 2011년 세계개발원조총회,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와 같은 굵직굵직한 세계적 포럼을 한국에 유치하는 것은 세계의 이목을 한국에 집중시키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량을 과시하는 측면 이외에도, 주최국으로서 어젠다 설정 파워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식외교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포럼의 세 번째 특징은 회의체 통해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며, 이는 포럼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이 유지될 때에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특정 포럼이 지속성을 가질 경우 이는 국가 간 교류를 심화하고 확대하는 장으로 기능할 수 있고 제도화된 정부 간 또는 민간 소통의 채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국가 간 협력뿐만 아니라 갈등을 관리하는 매체가 될 수 있다. 특정 어젠다를 중심으로 각국에서 모인 포럼의 해당 분야 참석자들이 포럼을 통해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포럼을 떠나서 새롭게 자신들의 교류관계를 확립할 경우 이는 포럼을 통해서, 포럼으로부터 파생된 국제교류 영역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넷째, 포럼을 통해서 참가자 간 합의적인 지식(consensual knowledge)을 구축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합의된 지식의 축적은 궁극적으로 '지식 공동체'(epistemic community)의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현안 이슈들을 둘러싼 지식공동체의 존재는 합의를 통한 갈등관리, 위기관리, 문제해결에 유리한 공공재(public good)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금세기 공공외교는 문화외교를 넘어서 전방위적으로, 다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식외교는 지식을 자산으로 열린 소통을 통해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문화는 감성에 호소하고 지식은 이성과 논리에 호소한다. 오늘날의 국제사회는 국지적인 민족주의나 편협한 국가이익을 넘어서 글로벌 공공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국제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주요 이슈들에 대해서 국지적인 국가이익을 넘어서 합의적 지식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한국과 같은 중견국이 당면하고 있는 공공외교의 핵심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점이 지식외교의 한 형태로서 포럼외교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現 국립외교원 부교수. 미국 Columbia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에서 정책연구실장, 공공외교 사업부장을 역임하였음. 최근 저작으로는 "Paradigm Shift in Diplomacy: A Conceptual Model for Korea's New Public Diplomacy"(2012), "21세기 탈사회주의 후발산업화의 빈곤감소형 발전모델"(2013)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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