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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중국의 핵우산
등록일
2014-03-10
조회수
8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서구언론의 보도에서는 거의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우크라이나는 작년 12월부터 공식적으로 중국의 핵우산 보호 아래 있다. 중국은 1994년에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한 바 있는데, 작년 12월에는 한 걸음 더 나가서 우크라이나가 핵공격을 받거나 핵공격의 위협을 받으면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적극적 안전보장’을 약속하였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핵우산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그것도 러시아와 접경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에 대해 중국이 핵우산을 제공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시기적으로도 우크라이나에서 시위가 시작되고 난 후에 핵우산 제공을 공약한 것이라서 중국의 결정은 더욱 의외로 받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중국에게 군사기술적 및 경제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핵우산 제공을 약속하였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중국에 J10, J11 전투기의 엔진을 공급하였고,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요녕(랴오닝)호로 개조된 구소련의 바리야크 항공모함을 판매하는 등 중국에게 군사기술상 중요한 공급원 역할을 하여 왔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의 곡창지대는 인구대국인 중국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군사기술적, 경제적 이익만으로 중국의 핵우산 공약을 설명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핵우산 제공이라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사상 초유의 시도이며, 핵전략은 단순히 군사기술의 이전이나 경제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하위 수단으로 가볍게 사용되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우산 제공에는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 이상의 의도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국의 핵우산 제공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새로운 시도로 보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 중국은 그동안 6자 회담을 통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여 왔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기 때문에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을 이유로 핵보유를 정당화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이러한 주장을 전제로 중국이 핵우산을 통하여 북한을 외부로부터의 핵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면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으로부터 물려받은 핵무기들을 반환하고 핵확산금지조약에도 가입한 모범적인 비핵국가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대해 중국이 핵우산을 제공하기로 한 결정은 의외로 받아들여질지언정 국내외적으로 비난을 받을 소지는 적다. 따라서 북한에게 핵우산 제공을 제안하기 전에 먼저 시범적 사례로 우크라이나를 선택한 것은 논리적으로 보인다.

  만약 이러한 분석이 맞는다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중국의 핵우산 정책과 북한의 비핵화에 주는 함의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무엇보다도 핵우산이 영토나 주권을 보전하는 데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효과가 없는 것은 적극적 안전보장(핵우산)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경우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도 지키지 않았다. 따라서 적극적인 안전보장이든 소극적인 안전보장이든 러시아와 중국이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것보다는 좀 더 구속력과 신뢰성이 있어야 북한을 설득시켜 실질적으로 비핵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전보장의 약속이 각서나 선언의 형태가 아니라 법률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조약으로 명문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 점은 러시아나 중국의 안전보장 공약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만약 미국이 북한에 안전보장을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이때 미국이 제공하는 안전보장 공약의 구속력과 신뢰성은 대단히 높은 수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중국의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정치적으로 혼란하고 경제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에 대한 핵우산 제공은 소용없는 정책이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중국으로 하여금 ‘안정’과 ‘비핵화’ 간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고, 향후 중국의 비핵화 정책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한도 외부의 위협을 억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적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 정권과 체제의 생존에 핵심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핵우산을 통한 비핵화는 그 선행조건으로 안정적인 국가와 국민, 그리고 경제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하여 중국의 핵우산 제공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 정책은 첫 시도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하였다.

  만약 핵우산을 제공받는 국가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라면, 그리고 핵우산이 구속력이 있고 신뢰할 수 있다면 비핵화가 가능할 것인가? 보다 구체적으로, 까다로운 선행조건들만 충족된다면 중국의 핵우산이 북한의 비핵화를 낳을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핵보유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냐에 달렸다. 만약 북한의 핵무장이 북한의 주장대로 외부로부터 핵위협을 억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중국의 신뢰성 있고 구속력 있는 핵우산 공약은 외부의 공격을 억지해서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에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장이 핵억지가 아니라 다른 목적을 지니고 있다면, 중국의 핵우산은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에 기여하기 힘들다. 만약 북한의 핵무장의 진정한 동기가 핵억지가 아니라면 핵우산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려는 중국의 전략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이미 실패하였는지도 모른다.

  PS: Jeffrey Lewis 박사는 중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보도가 번역상의 오류에 기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신화사통신이나 환구시보 등 중국의 현지의 관영매체들이 모두 중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보도하고 있어서 단순히 번역상의 오류로 보기 힘들다. 만약 표현상의 애매함이 존재하였다면 이는 의도적인 것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경제, 핵전략, 공공외교.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및 정치학 석사를 취득하고, UC 버클리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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