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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때리기'를 넘어서: 일본의 한국연구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등록일
2014-08-12
조회수
8
  일본의 한국 연구자로서 일본에서의 한국 연구의 현황과 동아시아 학술 공동체의 가능성에 대한 원고 의뢰를 받았기에 본고에서는 일본의 한국 연구가 경쟁자로서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조금 생각해보고자 한다. 어느 시기까지 일본의 한국 연구가 세계를 선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리적 인접성, 식민지 지배라고 하는 역사적 경험과 언어와 문화의 유사성, 그리고 한국의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학문의 자유에 대한 억압 등 여러 요인이 얽혀서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의 한국 연구가 세계에서 ‘군림’하고 있었다. 필자는 1980년대 후반에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유학했었다. 그때 사학과 강만길 교수님의 대학원 세미나에서 일본 식민지기의 농촌 사회, 농민 운동 등을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연구 문헌 중 절반 이상이 일본어로 된 것이었다. “자국 역사를 모국어만으로는 제대로 연구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어떤 ‘불합리함’을 느낀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사 연구자도 외국어가 필요하다는 논의는 당연한 것이 되어오고 있지만, 당시 일본사 연구는 거의 일본어만으로 충분한 상황이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더더욱 ‘불합리함’을 느끼게 했다. 반대로 당시는 한국어 문헌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또한 한국에서의 연구를 거의 참조하지 않고서도, 일본에서는 한국에 관한 연구 논문을 집필하는 것이 허용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한국의 한국 연구가 그다지 볼만한 가치가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대략 1980년 정도까지 한국 연구에서는 이러한 한일 간의 비대칭 관계가 존재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의 한국 연구에서 한국어 문헌을 사용하지 않고 또한 한국의 선행 연구를 참조하지 않아도 되는 연구는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 연구라고 인정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한편, 한국의 한국 연구 업적이 비약적으로 축적되고 또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의 상승과 그에 따른 한국 연구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한국 연구의 국제화도 현저해졌다. 그 결과 일본의 한국 연구가 가지고 있었던 국제적 지위는 급격히 떨어졌다. 이제까지 일본의 한국 연구가 차지했던 ‘특권적 지위’는 그 자체의 독보적인 고수준에 기인한다기보다는 국제적인 관심이 낮았었던 점과 한국에서의 자국 연구의 ‘저조함’이라고 하는 타율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이었던 만큼, 이러한 요인이 극복되면 일본의 한국 연구는 그 ‘특권적인 지위’를 포기하고 일반적인 ‘외국 연구’에 ‘복귀’하게 된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아무것도 한탄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본의 한국 연구는 태평하게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첫째, 일본의 한국 연구가 기존의 ‘특권적인 지위’를 박탈당한 것을 전혀 문제시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가기만 해도 좋은지 하는 점은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한국 연구가 축적한 성과를 검토하고 그 장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등 전략을 생각하지 않으면 기존의 ‘비교 우위’에 안주하면서 실제로는 우위성을 완전히 상실하고 오히려 ‘마이너스에서 출발’하게 되는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둘째, 일본의 한국 연구가 경쟁자로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일본의 다른 지역 연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가 정치학이나 국제관계학 관련학과 소속이라면 이러한 것을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지역연구과 소속으로 다른 아시아 지역 연구나 구미 지역 연구 등과 접촉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더욱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의 한국 연구를 상대화해서 생각하는 데에 아주 좋은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한일의 ‘특수 관계’를 자명한 전제로 한 나머지, 일본의 한국 연구는 ‘외국 연구로서의 지역 연구 중 하나’라는 것을 그다지 자각하지 않고 지내왔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일본의 한국 연구를 다른 지역 연구와의 비교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자세는 약했다. 1980년대, 세계적으로 유행한 한국 연구인 NICs로서의 공통성에 바탕을 둔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과의 비교 연구, 아시아 NIES로서의 공통성에 바탕을 둔 대만 등과의 비교 연구 등 비교 관점에서 한국 연구가 시도되어 왔다. 최근에는 한국의 선진국화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의 한일 비교 연구가 일본의 사회 과학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영역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한국 연구가 결코 폐쇄적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한국 연구는 한국과의 관계의 ‘특수성’에 ‘안주’하고 다른 지역 연구와의 ‘경쟁’이라는 문제 의식을 그다지 강하게 가지고 오지 않았던 것 같다. 일본에게 이웃 나라인 한국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고 또한 다른 지역 연구를 동일 선상에서 경쟁시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제한된 지적 자본과 연구비를 한국 연구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타지역 연구에 비해 한국 연구의 지적 매력을 높여 사회적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우수한 인재를 한국 연구에 끌어들이는 것과 동시에, 대학과 연구소에서 전임연구인력을 채용하고 연구 예산 면에서 충실한 연구 환경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산학 연계’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연구 성과를 사회에 환원하여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社 연계’라는 자세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에서 한국 연구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다른 지역 연구와 절차탁마하면서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다른 지역 연구와 비교하여 한국 연구가 가지는 장점을 자각하고 그것을 신장하는 것과 동시에 열등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타지역 연구로부터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한국 연구자로서 경시할 수 없는 것은 지금 일본에서 매우 유행하는 ‘한국 때리기’를 위한 ‘한국론’이다. 이전부터도 일본에서는 이러한 책들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조용히 서점의 한쪽 구석에 놓일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한일 관계 악화에 ‘편승’하는 형태로 이러한 책들은 잘 팔리고 있는 것 같다. 대형 서점에도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그러한 책들이 놓여 있다. 그만큼 잘 팔리고 있고 읽힌다는 것이다. 필자도 가끔 이러한 책에서 한국 관계의 정보를 얻은 것처럼 생각되는 사람으로부터 “한국이라는 나라는 이런 나라지요, 정말 심하네요.”라는 질문을 받는 일이 있다. 책뿐만 아니라 주간지나 신문 석간에서 연일 ‘한국 때리기’가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것이 일본 사회의 한국 인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다가 완전히 터무니없다고도 말할 수 없고 어느 정도 한국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그러한 한국 사회의 일부를 잘라내서 그것이 마치 한국 사회 전체상인 것처럼 과장하고 쓰고 있는 것이 많아, 제법 ‘만만치 않은’ 상대로 봐야 한다. 게다가 아쉽게도 필자가 쓴 책이나 논문보다 훨씬 일본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에도 이러한 ‘특정 국가 때리기 현상’은 있고 그것을 일일이 제대로 상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필자도 이전에는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가 되면 그저 느긋하게 있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본의 한국 연구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통감하고 사회적으로 널리 읽히고 일본 사회의 한국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한국 연구를 지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미있게 쓰면 되는 것도 아니고 환심을 사기 위한 글을 쓸 필요도 없다. 단지 일본 사회에서 한국 연구의 존재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그러한 질 높은 연구를 수행하고 그 연구 성과를 배출해 나가는 것이 먼 길을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지름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상으로 일본의 한국 연구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그것이 직면하는 세 가지의 경쟁상대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했다. 당연하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한국의 한국 연구, 국제적인 한국 연구와 절차탁마함으로써 일본의 한국 연구 수준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또한 일본의 다른 지역 연구와 경쟁하고 절차탁마하는 것도 기존의 일본의 한국 연구에는 없었던 새로운 관점을 도입하여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해 나갈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높은 질적 수준을 과시하는 일본의 한국 연구가 당당하게 사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사회 공헌을 강화해 나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세 가지의 경쟁상대에 별도의 개별 전략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본의 한국 연구의 강점이기도 한 역사 연구의 성과를 활용하면서 국제적인 한국 연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인문 사회 과학의 방법론을 제대로 갖춘 연구자를 육성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일본의 한국 연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점들에 집약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現 동경대 현대한국연구센터장. 동경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同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 『韓國-民主化と經濟發展のダイナミズム』(2003), 『한국현대정치론 2』(1996), 『한국과 일본』(1997), 『시장, 국가, 국제체제』(2002), 『일본은 한국에게 무엇인가』( 2006), 『전후 한일관계의 전개』(2008), 『한국과 일본의 역사인식』( 2008), “일본의 대북한 인식과 한일관계”(2007) 등 다수의 연구를 단독 또는 공동으로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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