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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다자안보협력: 의의와 실현방안
등록일
2014-10-30
조회수
8

  한국전쟁 이후 동북아에서의 ‘긴 평화(long peace)’는 각국의 일방적 조치(군비증강)와 양자적 협력(군사동맹)을 통하여 달성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들은 이제 동북아에 평화와 안정을 제공하는 데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일례로 한미동맹은 북한의 재래식 공격을 억지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핵공격이나 사이버 공격 등 새로운 위협을 억지하는 데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며 북한의 비핵화나 체제변화를 유도하는 데에도 역부족이다.

  기본의 안보 패러다임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다자안보협력’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 (Conference on Interaction and Confidence Building Measures in Asia)’를 개최하여 아시아에서 다자안보협력을 제안하였으며, 한국도 ‘동북아평화협력 포럼’과 ‘서울안보대화’를 연이어 개최하면서 다자안보협력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동북아에서 이루어지는 다자안보협력논의는 대개 CSCE/OSCE로 대표되는 유럽의 경험을 아시아에서 재연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나 제주평화연구원이 추진해온 ‘제주프로세스’도 동일하다.

  유럽의 다자안보협력은 정부공식(Track 1)외교의 산물로서, 먼저 각국의 대표들이 추상적인 원칙에 합의하고, 이후 그 원칙에 따라 협력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6자 회담의 결렬, 한일정상회담과 중일정상회담의 지연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동북아에서는 Track 1 외교가 순조롭지 않다. 또한 동북아 국가들이 유럽국가들처럼 먼저 추상적 원칙에 합의하고, 합의된 원칙에 따라 다자협력을 추진하는 방식을 받아들일 지도 미지수이다.

  동남아는 우리와 역사나 문화가 상대적으로 유사하며, 우리처럼 다자주의의 전통도 빈곤하였지만 단시일 내 다자안보협력을 성공시킨 사례이다. 민간전문가와 개인의 자격으로 참여하는 관료와 정치인들 간의 정책대화를 Track 2 외교라고 하는데, 동남아에서는 다자안보협력에 있어서 Track 2 외교가 Track 1 외교를 선도하고 보완하였다. 이 과정에서 ASEAN ISIS라고 하는 동남아 민간전문가 협의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동북아에서도 처음부터 정부대표들이 모여 다자안보협력을 논하는 것보다는 동남아에서처럼 민간전문가들과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정부대표들이 먼저 모여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다자안보협력을 논하는 것이 더 현실성이 있고 좋은 전략일 수 있다. Track 1 다자안보협력의 시작이 현 정부의 전략처럼 협력이 용이한 ‘연성 이슈’를 먼저 선택함으로써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동남아의 경험을 보면 Track 2 다자안보대화를 선행함으로써 촉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ASEAN ISIS에 비견되는 동북아 고유의 민간전문가 협의체가 아직 동북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공백은 기존의 존재하고 있는 민간전문가 협의체를 활용하여 임시적으로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아태안보협력이사회(Council for Security Cooperation in the Asia Pacific: CSCAP)'의 동북아 지역 회원 위원회를 초청하여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위한 구상을 만들어 공동으로 동북아 각국 정부에 제안을 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CSCAP도 기존에 존재하는 제도(ASEAN ISIS)를 토대로 창설되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민간전문가에 의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구상이 각국 정부에 의하여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구상이 만들어지는 프로세스의 “integrity”와 “credibility”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성, 정당성, 전문성을 갖춘 민간전문가들이 참가하여야 하며, 정부는 정치적 개입이나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

  다자안보협력은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는 기존의 안보전략과 제도를 보완하고 궁극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가능성을 지닌다. 민간전문가의 참여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군비증강이나 양자동맹 등과 달리 다자안보협력은 그 성공을 위해서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전문가 외교가 중요할 수 있다.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실현을 위해서 민간전문가의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자와 정책당국 간의 대화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및 정치학 석사를 취득하고, UC 버클리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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