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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이후 한국의 대비방향
등록일
2016-02-19
조회수
8

  지난 1월 6일의 제4차 핵실험과 2월 7일의 장거리미사일실험을 통해 북한은 비핵화의 진정성을 실제적으로 확인하는 단계로 시작되는 기존의 북핵 해법을 거부하는 입장을 보여주었다. 핵능력과 투발수단의 수준을 패키지화하여 실증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핵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려는 북한의 의지는 “핵보유국의 전렬에 당당히 올라서게 되었다”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핵억제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제고시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제4차 핵실험’이 아니라 ‘제1차 수소탄 실험’이라고 표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추가적 핵실험 가능성을 암시하였고, 광명성 4호의 발사가 5개년 우주개발 계획의 산물이라고 설명하면서 미사일기술 개발이 장기계획 속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북한이 기술적 증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도 "수소탄실험이 성공"했다고 강조한 점과 예외적으로 핵실험 징후를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핵실험에 대한 심리적 충격을 가중시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핵‧미사일에 대한 위협 인식을 제고시키려는 북한의 의지는 매우 큰 것을 판단된다.

그러한 목표 달성을 꾀하고 있는 북한의 추가 핵‧미사일실험은 불가피할 것이다. 북한은 그간 6차례의 장거리로켓 시험발사를 통해 미사일 성능의 개선 정도를 과시해왔으나,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이나 항법 유도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아직 ICBM 개발능력을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비록 그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북한이 위력을 낮게 설계하면서 수소탄 개발의 전 단계인 증폭기술을 검증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으며1) 북한이 이미 추가 실험의 여건을 마련해놓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앞으로도 증폭기술의 향상을 도모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한미 연합연습의 강화와 대북제재를 통한 압박 수위의 조절 및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등으로 북한의 도발의지를 약화시키는 것이 중요하겠다. 한편,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에 주는 함의에 대해서도 보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능력 증강은 한미동맹의 대북 억제전략 수립 및 실행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은 핵실험으로부터 불과 이틀이 지난 후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실험 영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방영했고, 은하 3호 모형이 전시된 과학기술전당을 CNN에 개방하여 핵프로그램이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인터뷰를 내보낸 바 있다. 이는 북한이 2013년 3월 31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전쟁 억제전략과 수행전략의 모든 면에서 핵무력의 중추적 역할을 높일 것"을 강조한 것의 연장선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북한이 신뢰할만한 핵억제력을 보유하게 될 경우, 이를 유사시 미 증원군의 개입을 억제하는 반접근/지역거부의 기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북한이 한‧미 기동전력에 대한 전술적 공격, 전자기파(EMP)를 활용한 공격 등 다양한 옵션을 보유하게 되었을 때, 한‧미가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방어하는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한국과 미국 양국 정부는 작년 ‘한미 억제전략위원회(DSC)’를 출범시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통합대응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으나, 아직은 북한의 핵‧WMD를 포함한 미사일 위협을 탐지, 교란, 파괴, 방어하기 위한 이행지침을 도출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즉, 합의된 개념의 이행방식을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 양국이 목표, 수단 및 우선순위 등 다양한 고려사항을 조율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춘 대응방식을 발전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노력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발전은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실시간 식별하고 추적하기 위해 정확한 정보력이 전제가 되는 한국군의 '선제타격체계(Kill-Chain)'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운용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지상 이동형 탄도미사일인 KN-08를 개발하여 전력화를 완성하고 잠수함 탄도미사일 기술을 보유하여 운용할 경우,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긴급표적을 효과적으로 격퇴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 외에도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발사각과 사거리를 조정하여 한반도를 타격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을 복합적으로 운용하는 경우의 수까지 고려한다면,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는 2020년 중반까지 한국군이 'K2(Kill-Chain과 KAMD의 통합)'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과는 별개로 대북 핵‧미사일 방어체계의 효용성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이슈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한 정보자산의 확보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평가하는 역량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북한의 핵‧미사일이 초래하는 지역적 파급효과(ripple)를 관리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새로운 냉전구도를 만드는 핵심계기로 작용하게 된다”2)는 논리를 개진하면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중 간의 불편한 심리를 자극하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그간 중국 정부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 줄 것을 요구했고, 중국 언론매체들도 전략적 측면의 근시안적 판단3)이라고 평가하는 등 우려를 표명해왔다. 그리고 러시아 외무부 또한 “사드의 배치가 세계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4)이라고 표명한 바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발을 예상하면서 핵‧미사일 실험을 감행한 데에는 대북압박의 수위를 조절함에 있어 역내 국가 간 공조가 어려운 구조를 활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드 논의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이제는 주변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간 관련 논의는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주로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왜 필요하며 중국의 안보이익을 저해하지 않는지를 설득하기 위해, 보다 기술적‧구체적 설명이 필요하다. 한미동맹 차원에서 이러한 노력이 지원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에 대한 보장(assurance)과 중국에 대한 재보장(reassurance)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특히 한·미는 3월부터 시작되는 연합훈련 기간에 한미 연합‧합동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연습할 예정인데, 미사일 방어 공조를 강화하는 조짐에 대한 주변국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위기관리 측면에서는, 한미 연합훈련 기간 동안 한반도의 긴장 국면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실험 이후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하고 PAC-3 부대를 배치하는 한편, 한‧미가 이번 군사훈련을 사상 최대 규모로 실행할 것을 공언한 것은 직접적으로 상대방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개시한 행동을 변화시키도록 만드는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5)의 측면으로 이해될 수 있다. 주지할 것은 이러한 군사력과 대응의지의 과시노력이 강압외교의 기본 원리에 부합되게 수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대북 강압수단이 정치‧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확전 위험을 최소화하며, 북한의 행동을 변경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북 강경조치는 궁극적으로 긴장 완화(de-escalation)를 유도하기 위한 협상전략 측면에서는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역으로 북한이 도발의 빌미로 활용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________ 1)  이상민, “제4차 북한 핵실험의 기술적 평가 및 추가 핵실험 전망,” 『주간국방논단』 제1606호 2) "우리민족끼리," www.uriminzokkiri.com/ (검색일: 2016. 2. 15). 3) "环球时报(환구시보)," http://world.huanqiu.com/ (검색일: 2016. 2. 7). 4) "Tass," http://www.tassinternational.com/ (검색일: 2016. 2. 10). 5) Alexander L. George, The Limits of Coercive Diplomacy (1994)​

現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북한군사연구실 선임연구원. 터프츠대 국제법 외교대학원인 플레쳐스쿨(Fletcher School of Law and Diplomacy)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 취득.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인도주의 개입 이론과 실제' 강의를 맡고 있으며, 국방부와 외교부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음. 주요 연구분야는 비확산레짐과 북미관계이며, The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Crisis(Palgrave McMillan, 2014)를 비롯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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