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중해 보트피플 사태와 지역주의의 한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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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럽은 북아프리카로부터 밀려드는 보트피플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유럽 차원의 공동출입국관리체제를 발전시켜왔지만, 현재의 보트피플 사태에 대해 유럽의 지역주의는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회원국 간 입장 차가 불거지면서 지역주의에 기초한 공동관리체제는 불편한 장치가 되었다. 유럽출입국 공동관리체제 유럽의 공동출입국관리체제 역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5년 6월 14일에 룩셈부르크의 작은 마을 솅겐에서 벨기에, 프랑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서독 등 서유럽 5개국이 회원국의 차량과 사람을 별도의 검색 없이 국경을 통과시키자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솅겐협정(Schengen Agreement)에 서명한 데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솅겐협정은 솅겐협약으로 발전하였고, 1995년 3월 26일부터 가입국 사이에 상호 국경통제가 생략되고 유럽 차원의 공동 비자가 통용되는 하나의 솅겐지역이 건설되었다. 솅겐지역 가입국은 유럽 차원에서 운영되는 솅겐정보시스템에 접속하고 이용하면서 유럽 차원의 출입국관리정책에 따른다. 2015년 5월 현재 솅겐지역 가입에 서명한 국가는 30개국이다. 2004년 설치된 프론텍스(Frontex)는 오늘날 유럽공동출입국관리체제의 핵심 장치이다. 프론텍스는 유럽 차원에서 EU회원국과 협력을 통한 EU영역 공동관리, 출입국업무 담당자 훈련, EU영역 외부경계지역 위험요인 분석, 출입국관리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국경관리를 위한 신속대응팀 제공, 회원국의 불법입국자 귀환 업무 지원, 국경지역 정보시스템 운영과 정보의 공유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솅겐지역과 프론텍스는 지역 차원의 공동출입국관리가 국가단위 관리보다 효율적이라는 전제하에 고안되었다. 하지만 2011년 무렵부터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보트피플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유럽의 지역주의 체제는 오랫동안 보트피플을 사실상 방치하는 소극적인 역할만 했다. 최근의 지중해 보트피플이 급증한 원인은 2010년 말, 중동과 북아프리카지역에 이른바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민주화혁명이 연속적으로 발발한 데에 있다. 그 이전에도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보트피플이 있었지만, 이들은 주로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스페인 자치도시 세우타와 멜리야에서 스페인을 향해 떠났고, 스페인 정부가 모로코와 해안 경비를 강화하고 세우타와 멜리야에 방벽을 설치한 이후 그 수가 크게 감소했었다. 하지만 아랍의 봄 이후의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정세 불안을 이유로 다수의 사람들이 난민을 자처하고 보트피플이 되었고, 유럽을 향한 항해도 스페인을 향하던 서쪽길보다 훨씬 긴, 그리스를 향하는 동쪽길을 택했다. 최근에는 그리스 인근에 해상경비가 강화되면서 지중해 중앙의 이탈리아를 향하는 보다 더 긴 항해 길을 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최근에 시리아 정세가 불안정한 틈을 타서 브로커들이 시리아에서 사람을 모아 유럽으로 보내면서, 시리아는 아프리카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유럽을 향해 떠나는 송출항 역할을, 이탈리아 남부 섬들은 아프리카 난민을 받아들이는 수용항 역할을 한다. 이탈리아 남부의 섬 가운데 특히 람페두사(Lampedusa)는 보트피플이 많이 도착하는 장소다. 아랍의 봄 직전에 주민이 약 4,500명에 불과했던 이 섬마을에 2011년 1월부터 9월 사이에 55,000명이 넘는 북아프리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북아프리카 보트피플이 도착하고 있다. 망명자 처리와 외교 갈등 솅겐지역에는 제3세계 시민이 유럽회원국에서 망명 신청을 할 경우, 망명 신청자가 처음으로 입국한 국가에서 망명자를 책임진다는 더블린규정(Dublin II Regulation)이 적용되기 때문에, 람페두사에 상륙한 외국인이 난민신청을 할 경우, 이것은 이탈리아 정부의 업무가 된다. 그런데 보트피플 입국이 급증하자, 2011년에 이탈리아 정부는, 지중해를 통해 자국으로 몰려드는 외국인 행렬을 차단할 수도 없고, 무한정 수용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하면서, 입국자의 주요 출신국인 튀니지 정부와 협정을 체결하였다. 즉, 2011년 4월 5일 이전까지 입국한 25,000명의 튀니지인들에게 6개월의 임시거주증을 발급한 것이다. 임시거주증을 발급받은 이민자는 솅겐지역을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와 독일은 이탈리아를 무책임하다고 비난하였다. 프랑스는 이탈리아에서 기차를 타고 프랑스에 도착한 튀니지인들의 입국을 거부하면서 솅겐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이 사건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심각한 외교 갈등으로 비화되자 2011년 6월 24일 긴급 EU정상회담이 소집되었다. 석 달 후 EU집행위원회는 개별국가 차원의 국경검문은 원칙적으로 불허하되, 예외적인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EU 결정에 근거하여 국경검문은 허용하는 탄력적인 운영 방안을 도입하는 것으로 갈등을 일단락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주의의 산물인 더블린규정에 따라 밀려드는 지중해 보트피플 문제는 일부 지중해 국가에 과중한 부담을 안기고, 지리적으로 지중해와 거리가 있는 국가들은 문제를 회피하려는 상황이 관찰된다. ‘마레 노스트룸’ 작전과 ‘트리톤’ 작전 최근 보트피플을 태우고 아프리카를 출발해 유럽을 향하던 배가 지중해 해상에서 조난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적게는 수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보트피플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3년 10월 3일 람페두사 섬 인근에서 선박사고로 368명 보트피플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이탈리아 정부가 지중해 일대 보트피플의 대대적인 수색과 구조를 담당하는 일명, ‘마레 노스트룸(Mare Nostrum: 우리들의 바다)’ 작전을 시작했지만, EU의 지원은 적었다. 마레 노스트룸 작전은 람페두사 섬으로부터 100해리까지 수색구조 활동을 벌여 보트피플의 참사를 예방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작전을 펼치면서 이탈리아는 1년간 지중해에서 약 10만 명에 달하는 보트피플을 구조했고, 351명의 난민선 브로커도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 작전 수행에는 매일 30만 유로, 연간 1억 1400만 유로의 예산이 소요되었고, 이 부담은 전적으로 이탈리아 정부의 몫이었다. 경제침체기에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데 부담을 느낀 이탈리아 정부는 이 사업을 유럽 차원에서 진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독일을 비롯한 EU 주요 회원국들은 마레 노스트룸과 같은 적극적인 보트피플 구조 전략이 오히려 북아프리카인의 유럽 불법입국을 동기를 제공하고 브로커들의 밀입국 행위를 부추긴다는 이유를 들어 비용 부담에 반대했다. 결국 마레 노스트룸은 시행 1년 만에 종료되었다. 이후 2014년 11월부터 EU 기구인 프론텍스가 ‘트리톤(Triton)’ 작전명으로 지중해 해상 구조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역주의 차원에서 고안된 트리톤 작전에는 마레 노스트룸의 1/3 수준의 예산만 배정되었고, 전용 구조선이 단 한 척도 배정되지 않았다. 해상 구조 활동 범위도 이탈리아 해역으로부터 30마일 이내로 대폭 축소되어 바다 한가운데서 조난을 당하곤 하는 대다수의 지중해 보트피플에게 소용이 없었다. 트리온이 보다 적극적인 해상 구조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반대했다. 이러한 가운데, 2015년 4월 13일 리비아 해안에서 400여 명의 보트피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5일 후인 2015년 4월 18일에 약 800명으로 추산되는 보트피플이 수장되는 참사가 발생했는데, 세계 각국은 일주일 만에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비극의 책임을 EU의 소극적인 구조 작전에서 찾고, 유럽의 소극적인 지역주의 체제를 비난했다. 결국 EU는 4월 20일 장관회담, 4월 23일 정상회담을 각각 개최하고, 보다 적극적인 보트피플 구제책을 발표했다. 즉, 프론텍스의 해상 순찰 예산을 세 배 늘리고, 난민 구조와 지중해 순찰을 위해 영국이 군항 3척과 헬기, 프랑스와 독일이 각각 군함 2척씩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북아프리카에 난민센터를 설치하는 것과 같은 유럽 차원에서 난민신청 시스템을 개선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난민 문제: 지역주의적 해법은? 지난 한 달 여 기간 동안 EU 회원국 대표들의 이끌어 낸 유럽 차원의 합의안은 얼마 전까지 보트피플 구조와 지원 확대에 대다수의 EU국가가 미온적이던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큰 발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전히 EU 국가들은 보트피플 구조의 다음 단계, 즉, 구조한 사람들을 자신의 나라에 재정착난민으로 수용하는 문제에 대해서 망설이고 있다. 유럽 차원의 지역주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지중해 보트피플 사태 해결 노력은 보트피플 문제를 당면과제로 인식하는 특정 국가들의 노력보다 느리고, 수동적이고 비효율적인 실정이다. 세계 각지에서 지역협력을 모색할 때마다 유럽의 지역주의는 모범사례로 예시되곤 했다. 유럽 차원의 정책을 관할하는 EU의 운영 체계는 회원국들이 모여 있는 국제기구라기보다 하나의 독립적 정치 단위에 가까울 정도로 세련되었다고 칭송받았다. 하지만 최근의 지중해 보트피플 사태는 지역주의에 근거한 공동체제가 항상 효율적인 것은 아니며, 오히려 국가 간 이견 속에서 소극적인 정책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동북아지역에서는 지역협력체의 부재를 염려하고 유럽의 모델을 참고하면서 동북아 지역협력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담론이 퍼져 있다. 하지만, 참여국가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때, 지역협력체는 오히려 비효율적인 장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지역주의가 발전한 유럽에서, 국익을 초월하여 인도주의적 기여를 추구하리라 기대되는 난민 문제를 두고도 지역공동체가 국가기관보다 소극적일 수 있다는 사실은 지역협력 강화를 추구하는 동북아지역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現 IOM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 벨기에 가톨릭루뱅대학교(Universite Catholique de Louvain)에서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 연구분야는 EU의 이민망명정책. 고급인력정책, 유학생정책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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