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I PeaceNet

제목, 작성일, 조회수, 내용, 항목으로 구성된 표입니다.
유럽 난민 위기, 어떻게 다룰 것인가?
등록일
2015-09-16
조회수
8
난민(refugee) 유입으로 유럽이 곤경에 빠져 있다(유럽 언론들은 ‘난민’이라는 표현 대신 [불법]이민자(migrants)라는 표현을 주로 쓰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그리스 위기에 이어 난민처리 문제가 올 하반기 유럽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들어 지난 9개월 동안 시리아, 리비아, 에리트레아 등에서 유럽에 유입된 난민의 숫자는 대략 50만 명에 이른다. 독일은 2016년 기준 난민 관련 예산으로 60억 유로를 긴급 편성하였고 다른 회원국들도 잇달아 난민 수용안을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집행위원회와 회원국 간, 각 회원국 간,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만족할 만한 해법은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난민 방지를 위한 구조적 처방   유럽이 난민을 다루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구조적 관점으로, 난민 방지를 위해 원천적으로 주변국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지원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2003년 유럽근린정책(ENP)를 내놓으면서 유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일명 ‘친구들의 고리(Ring of Friends)’-의 번영과 안정이 유럽의 안정을 위한 중요 조건이라고 보았다. 난민은 전쟁과 압제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 때문에 발생한다. 유럽에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동부·남부 지역 국가들의 안정과 번영은 무역을 촉진하고 외교적 우호관계를 지속시켜 줄 뿐 아니라 불법 난민의 유입을 방지해준다. 따라서 유럽연합은 시리아를 비롯하여 리비아,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이집트, 아르메니아 등 16개 취약 국가의 분쟁예방과 위기관리를 위해 공동행동계획을 수립하여 이들에게 민주주의, 법치, 건전한 통치 체제, 시장경제 옹호 등이 뿌리내리도록 꾸준히 원조하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가 2014년 내놓은 실행보고서에 따르면, 2007-2013년 동안 유럽연합이 이 같은 근린정책에 쏟아 부은 금액은 130억 유로(한화로 약 2조 원)에 달한다.   난민 유입 관리 처방   다른 하나는 문제해결적 관점에서 난민 유입 과정과 유입 이후 그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집행위원회는 2014년 초, 불법이민과 난민을 관리하기 위한 다섯 가지 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이는 기존의 더블린 규약(난민을 최초 입국 지점으로 되돌리는 정책) 이상으로 보다 적극적인 관리 정책을 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섯 정책 중 첫째는, ‘유럽 공동의 난민 시스템’의 구축이다. 이는 난민 신청자가 어느 한 국가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난민 사유가 같더라도 국가별로 신청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입국의 조건을 일관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골자다. 둘째, ‘유럽난민사무국’의 확대 개편이다. 이는 난민들의 지속적인 삶을 위해 보다 체계적인 훈련과 지원을 수행하는 일이다. 셋째, 불법이민자 발생국가와의 긴밀한 협력이다 이는 근린정책과 접점을 이루는 부분으로, 상시적으로 불법이민자가 발생하는 북아프리카 국가들- 예컨대, 이집트, 요르단, 모로코, 튀니지-에게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자금을 투입하여 그들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넷째, 합법적인 이민을 수용하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다. 2060년을 기준으로 유럽의 경제 활동 인구는 현재보다 10%이상, 숫자로는 5천만 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은퇴한 인구의 비율은 현재 17.1%에서 30%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때문에 재능 있고 숙련된 기술을 가진 외국인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필요성이 있기에, 국내 문제로 이민자들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유럽 대륙의 국경통제를 강화하는 정책이다. 난민 사태를 확대시키는 것은 불법 이민브로커들이 활개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을 일소하기 위해서는 국경통제통제청(FRONTEX)의 역할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또 하나의 목소리: "언젠가는 당신이 난민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유럽 지도자들로부터 들려오는 또 하나의 목소리는 인도주의적 처방이다. 이는 구조적 처방 및 문제해결적 처방과 같은 제도적 처방이 가진 한계를 유럽인 내부의 가치적 측면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이 본격화된 것은 터키 해안에서 발견된 시리아 출신 어린 난민 아일란 쿠르디(Aylan Kurdi)의 죽음-최근 그의 아버지가 불법 이민 중개업자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 사진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었다-이 전 세계 언론을 통해서 알려지고부터이다.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9월 9일 유럽의회에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종교적, 정치적 박해로 인해 (유럽인들도) 한 번 정도는 난민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라고 언급하면서, 난민을 대하는 유럽인들의 태도를 스스로 돌아볼 것을 촉구하였다. 실제로 유럽인들이 난민이 되어 지구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녔던 역사는 매우 깊다. 프랑스의 위그노(huguenot)은 17세기 말 루이 14세 치하에서 낭트칙령이 폐기되면서 범죄자로 내몰렸다. 약 30만 명으로 추정되던 신교도들이 네덜란드, 미국, 스위스 등으로 떠돌이 생활을 해야만 했다. 20세기 초 나치의 등장으로 소위 ‘집시’라고 불리는 로마니(Romani people)- 신타이(Sinti), 마누쉬(Manush), 카일(Kale) 등-가 학살당하거나 유럽 대륙을 전전했다. 이들은 유대인과 달리 전쟁 이후에도 인정받지 못하였다. 스페인 내전(1936-39)에서 프랑코 반란군에 패한 뒤 프랑스로 망명한 공화파 난민의 숫자는 50만 명에 달했다.   이처럼 지난 200여년 간 지구 어느 곳보다 더 많은 전쟁과 내전을 치렀던 유럽 대륙은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난민이 되어 떠돌아 다녔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때때로 비범한 업적을 남기기도 한다. 1956년 헝가리 혁명이 실패한 후 오스트리아로 탈출한 수많은 헝가리인 중에는 임레 라카토스(Imre Lakatos)도 있었다. 훗날 ‘과학적 연구 프로그램 방법론’으로 포퍼와 쿤을 합리적으로 종합한 그는 영국에 정착한 이후에도 평생 무국적자로 남았다. 사후 그의 영국인 동료와 제자들은 ‘라카토스 상’을 제정하여 그의 과학철학 업적을 기리고 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저술한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는 1968년 프라하의 봄 이후 서유럽으로 탈출한 체코슬로바키아인들 중 한 사람이었다. 1975년 프랑스에 정착한 이후 그는 자신의 모든 작품을 프랑스어로 출간하여 프랑스 문단의 중요한 거장이 되었다. 이민자가 아닌 난민   프랑스 언론인 장 카트르메르는 자신의 칼럼에서 유럽의 언론매체는 현재의 사태를 ‘이민자(migrants)’에 관한 문제가 아닌 ‘난민(refugies)’에 관한 문제로 바꿔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아일란 같은 어린이의 죽음을 단지 엘도라도(eldorado)를 찾아 떠난 불법이민자와 같은 것으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민자’라는 말뜻 속에는 고향을 떠나 숨을 곳을 찾아 변방을 떠도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숨어있는 반면, ‘난민’은 마지못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존중받지 못한 인간의 존엄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의 56%는 ‘이민자’를 받아들이는데 반대하지만 독일인들의 66%는 ‘난민’을 받아들이는데 긍정적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융커 집행위원장이 언급한, “행복한 조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주장은 새겨들을 만하다. 조국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이들은 결코 난민이 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삶의 가치를 존중하는 유럽이 ‘난민’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 학위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
파일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