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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남북고위급회담: 우린 정말 협상을 잘했을까?
등록일
2015-08-28
조회수
7

  이번에 진행된 이른바 2+2 남북고위급회담을 협상론의 측면에서 분석함으로써 국익을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회담의 결과에 대한 이해를 위해 하나의 에피소드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아빠에게 무언가를 해 달라는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자 아빠의 팔을 뒤로 비틀면서 이른바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아빠의 팔이 뒤로 꺾이고 “아!”하고 비명을 지르면 부자 간에는 일종의 묵언의 합의가 이루어진다. 아들은 “아빠가 고통받고 있구나”하고 생각하고 아빠는 “내가 고통받고 있는 한 아들은 다른 요구를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빠의 엄살(fraggle) 전략이 아들의 협상 전략을 효과적으로 제약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에게 손실이 발생한다는 착각을 상대방에게 신뢰하게 함으로써 협상에서 불리한 의제를 선제적으로 회피하고 협상 비용을 줄이는 일종의 기만술(deception)이다.

  북한의 ‘목함지뢰 공격’에 우리는 ‘확성기 방송’으로 대응했다. 이에 북한은 “확성기를 타격하겠다.”고 위협했고 우리는 “원점타격과 선조치 후보고”로 맞받아쳤다. 그 사이에 남북한은 서로 포 사격을 교환했지만 이는 양쪽 모두 구체적인 목표물을 타격하지 않는 위협사격이었다. 위협사격을 제외하면 앞의 ‘맞대응 전략(Tit-for-Tat)’은 실제 행동(action)이고 그 다음의 맞대응은 구두 협박(verbal threat)이다. 문제는 북한이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의 정권에 타격이 큰 것처럼 우리에게 알렸고 우리는 그 엄살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우리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이나 과장된 위협(bluffing)에 익숙한 나머지 북한의 엄살을 간과했다. 그 결과, 한반도 평화에 정작 중요한 전략적 이슈와 정책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핵개발, 미사일 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박왕자 피격,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논의가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되었다.

  북한의 도발을 우리 국익의 손실과 관련해 비유하자면, 우리에게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이 중상이었다면 목함지뢰는 비교적 경미한 상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고위급회담이 있기 전까지 우리 정부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에 대해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남북화해협력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왔다. 확성기공격에 대한 북한의 엄살로 2+2 남북고위급회담의 프레임은 목함지뢰에 대한 사과 문제에 매몰되어 정작 한반도 평화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의제로 언급조차 못했다. 북한은 남한의 확성기 방송을 통한 대북심리전이 북한에게 치명적인 것처럼 고통을 과장해 남한 당국자에게 믿게 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와 천안함 같은 주요 현안을 의제 목록에서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북한은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없이 합의문 6조의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의 활성화”를 얻어냈다.

  북한은 3대가 권좌를 세습하는 공산주의 왕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구 상에 유래가 없는 전체주의 국가로, 주민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한편, 최근 주민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력 이완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방에 배치되어 있는 북한군 병사들이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설득될 만큼 북한 당국의 통제력이 취약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가깝다. 북한군 초병들이 우리의 확성기 방송으로 정신전력이 무너지고 급변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 역설적으로 우리는 북한과 심각한 협상을 할 필요 없이 김정은의 몰락을 기다리면 될 것이다.

  합의문의 더욱 심각한 취약점은 3조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는 부분이다. 북한에 의해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사태는 ‘군사적 도발’이거나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혹은 실험’인데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는 대응은 확성기 방송, 다시 말해 ‘구두 경고’에 그치겠다고 우리 스스로 대응 수준의 한계를 정해 버린 것이다. 남북 간 대화와 협상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협상 결과가 북한에게 유리하게 이용될 여지가 크다는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피하고 평화와 번영을 공동으로 추구하는 남북관계가 바람직하다는 것은 우리 정부와 국민 모두의 여망이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목표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평화적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북한에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에 조성된 군사적 긴장으로 우리의 주식, 외환, 무역에 악영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남북한의 고위급회담은 시의적절했다. 하지만 ‘비핵·개방·3000’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목표로 설정한 북한의 비핵화와 군사적 도발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은 달성되지 않은 상태로 결국 화해협력 정책을 답습하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 이번 고위급 접촉의 결과인 공동합의문에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권의 교체에 따라 변화되지 않는 ‘대북정책의 원칙’ 마련이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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