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I PeaceNet

제목, 작성일, 조회수, 내용, 항목으로 구성된 표입니다.
핵무기에 대한 간략한 고찰
등록일
2015-11-11
조회수
7

[편집자 註] '차세대의 목소리'는 젊은 세대들의 신선한 시각을 통해 평화와 안보문제를 살펴보고, 갈등해소와 평화정착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논의하는 JPI PeaceNet의 기획 시리즈입니다.

 

  물질과 에너지의 등가성이 밝혀진 이래 과학의 발전은 놀라운 가속도를 얻게 되었다. 그 학문적 업적에 발맞추어 인류 문명을 송두리째 지울 수 있는 단 하나의 무기가 빛을 보았고,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잔혹한 데뷔를 마쳤다. ‘상대성’에 입각한 재래전의 종말이 가까워졌으며, 어쩌면 인류의 멸종도 머지않았을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방점을 찍은 핵무기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핵무기의 등장으로 기존의 전쟁 양상은 송두리째 뒤집혔다. 손자에서 클라우제비츠, 그리고 실전에서 스타크래프트(Starcraft)까지 전장에서의 갑은 항상 힘이 강한 쪽이었다. 우세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군사사상과 전략이론들이 요구되고, 또 가치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핵무기가 보여준 전대미문의 위력 앞에서 기존의 사상과 이론, 탱크와 전투기 등의 재래식 무기들은 상대적으로 사소해 보이게 된 것이 사실이다. 핵보유국이라는 지위만 획득하면 제아무리 강한 군사력을 지닌 적이라도 머리를 조아리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2차세계대전 이후 많은 국가들이 핵폭탄을 보유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그렇게 사이좋게 멸망을 향한 행진에 동참하게 되었다.

핵무기에 대한 환상

  사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이후, 핵무기는 이름만 무기일 뿐 무기가 아니게 되었다. 무기란 “전쟁에 사용되는 기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지구를 수백 번이고 초토화시킬 수 있을 만큼의 핵무기가 지상에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그동안 경험해 온 폭력의 역사를 통해 어디선가 날아온 핵탄두는 두 배가 되어 돌아가고, 이는 다시 네 배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핵무기 사용은 곧 인류 멸망의 동의어로, 인류가 멸망하면 승리도, 패배도, 그리고 전쟁도 없다. 따라서 핵무기는 무기로써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더 나아가 무기라는 것은 그 수에 비례해 전력이 배가되기 마련인데, 핵무기의 경우, 절대량보다는 보유 여부에 따라서 영향력이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소형핵탄두 한 기만으로도 웬만한 나라를 패망으로 몰아넣을 수 있으니 갖느냐 안 갖느냐의 양자택일(All or Nothing) 게임이 되는 것이다. 사용할 수도 없고 열 개나 백 개나 비슷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무기를 과연 무기로 볼 수 있을까? 핵무기 그 자체는 무기가 아니다.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무기이다.

  그 ‘사실’을 알아주길 바라는 우리네 이웃은 지금도 핵개발에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덕분에 우리는 발 뻗고 잘 수 없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는 것이, 김정은 정권에게 핵은 생존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자 전략적 방어수단이다. 그러한 핵을 버리라는 것은 인질범에게 총을 버리라는 것과 같다. 따라서, 실현 가능성이 적은 꿈을 꾸기 보다는 눈을 돌려 조금 더 먼 곳에서 그림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핵무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이러한 관점에서, 어쩌면 모든 국가가 핵을 보유해 소모적인 군비경쟁을 끝내고 ‘만국의 만국에 대한 투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에 등장하는 ‘둠스데이 머신(Doomsday Machine)’처럼 핵무기의 통제권을 컴퓨터에게 위임하여 핵위협을 억지하려는 시도도 존재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다양한 변수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국제사회라는 복잡계에서 이러한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시도는 최악의 결과로 비화될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모든 국가가 사이좋게 핵무기를 버릴 수도, 가질 수도 없다면 핵이 없는 국가, 특히 대한민국과 같이 적성국이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어떠한 핵전략을 구사해야 하는가? 필자는 가능한 수단을 조합하여 적의 핵능력을 최대한 상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외교 노력으로는 우방국의 핵우산 강화를 들 수 있다. 동맹 간 핵교리 동기화와 핵협정 정례화 등의 하드웨어 장착과 확장억제의지 천명 등의 소프트웨어 정착을 통해 핵우산을 ‘핵파라솔’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 방어 노력으로는 미사일방어체계를 한층 두텁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다층적·다종적 방어체계로 적의 핵공격에 대한 최소한의 거부 능력이라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복 노력으로는 핵피격 시 핵보복을 할 수 있도록 ‘핵능력은 있되 핵무기는 보유하지 않는’ 준핵보유국 지위를 달성하고, 이를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대안이 적국의 핵포기나 자국의 핵보유만큼 확실한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핵우산은 우방국의 의지에 따라 신뢰도가 변하며, 미사일방어체계 역시 기술적인 한계에 봉착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준핵보유국이라는 절제된 핵지위를 국제사회에서 어느 범위까지 용인할지도 미지수이다. 그러나 이처럼 불완전한 대안들이라도 조합되면 상호보완하여 실질적인 핵억지방안으로 작동할 여지도 있다. 뭐라도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핵중독'

  핵무기는 인류의 담배이다. 일단 한 번 그 맛을 본 인류는 흡연과도 같이 핵무기에 계속하여 집착하거나 영원히 참는 두 선택지 중에 고를 수밖에 없다. 애연가가 금연 사흘 만에 폐암과 금연스트레스의 폐해를 심각하게 저울질하듯이, 인류도 언제 발현될지 모르는 핵전쟁이라는 암과 핵포기가 수반할 전략적 스트레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담배를 끊지 않으면 자신의 정서는 더 편안해질지 모르지만 본인의 폐와 주변의 비흡연자들은 불편해진다. 마찬가지로 핵보유국들이 핵을 유지하면 국가차원의 안보전략을 더 편하게 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삶의 터전인 지구와 비핵보유국들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불안감에 떨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4차세계대전이 돌과 막대기의 전쟁일 것이라고 예언했다. 3차대전은 핵전쟁이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문명이 거세된 인류가 다시 원시로 회귀하리라는 섬뜩한 경고이다. 북핵문제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 지금, 핵폭탄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한 이 과학자의 암시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인류는 한층 더 대승적인 차원으로 진화하여 국가와 세계의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파일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