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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위기: 인도적 관심과 정치적 무관심
등록일
2015-12-05
조회수
8
난민은 분쟁과 박해, 폭력과 인권 유린 등으로 인해 고향과 고국을 떠난다. 이들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타국이 국경을 열게도 하고, 닫게도 한다.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보트피플, 거친 말라카 해협을 통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떠난 미얀마 로힝야족 출신의 보트피플 등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유럽과 동아시아 각국의 국경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어린 아일란 쿠르디의 모습에 국제사회는 난민 위기에 대한 무관심을 반성하고 국경을 열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경제상황 악화와 파리 등지에서 발생한 테러리즘은 유럽으로 하여금 난민 문제 해결에 대한 인도적 지지를 철회하고 국경을 닫게 만들었다. 2015년, 국제사회의 난민 위기를 목도하면서 다시 한 번 난민 위기는 정치적 무관심에 의해 오히려 더욱 심화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난민들의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이들의 인간안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인도적 노력이 확대되어야 함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 혹은 ‘우리’와 먼 곳에서 벌어지는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규범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하고는 한다. 반면, 난민 문제가 ‘나’ 혹은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다면 그것은 함께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과도 같은 것이 되어 버린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의지의 부재 속에 오히려 난민 위기는 악화되고 있다. 파리 테러 이후 각국이 난민들을 안보를 위협하는 사람들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이 아일란의 죽음이 일깨운 국제사회의 인도적 책무를 약화시키고 있다. 겨울의 추위와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어려움에 처한 난민들의 문제가 각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점차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 지나친 낙관이 아니길 바란다.? 난민 위기: 안보, 주권, 정치의 복합적 위기 난민 문제의 본질적 해결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25,000명 이상의 난민들이 한 곳에서 최소 5년 이상 거주하는 ‘장기화된 난민 상황(protracted refugee situations)’이 확산되고 있다. 본국의 불안정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감소하면서 이러한 상황에 처한 난민들은 스스로 생존을 모색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케냐의 다다브 난민캠프에 거주하는 소말리아 난민들은 스스로 캠프 안팎에서 경제활동을 해야만 한다. 캠프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은 소말리아에 가 본 적도 없고 소말리아 정치에 대한 관심도 적다. 그들은 케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런데 케냐 정부는 소말리아 내전이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말리아 난민들이 케냐 내에서 발생하는 테러를 감행하는 ‘알 샤바브(Al Shabaab)’를 지원한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 20년 이상씩 국경을 떠나 캠프에서 생활을 한 이들은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경쟁력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생활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따라서 난민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근본적인 난민 문제의 해결이 더욱 어렵게 된다. 난민 위기의 종합적 이해를 위해서는 단순히 자연인으로서 ‘난민’의 인권과 인도주의적 관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구조적이고 정치적인 요인들로 인해 발생되는 ‘난민 문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난민들을 법적인 보호의 대상으로만 이해하기보다 그들로 인해 파생되는 정치적 현상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난민 문제의 정치적 속성은 난민 지위 부여와 관련된 개인 중심성, 난민의 발생과 수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국제규범과 주권의 갈등, 난민의 이동에 의한 안보위기 등을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속성으로 인해 난민 문제는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지를 받더라도 국내의 정치사회적 요인에 의해 관심과 지지가 쉽게 철회되고, 안보화 경향으로 인해 정치적 무관심의 영역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반복된다. 난민 문제의 첫 번째 특징은 개인을 대상으로 난민 지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그 보호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 ‘개인’을 의미한다. 즉, 난민 지위는 집단 혹은 국적에 따라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최근의 상황을 고려하여 시리아 국적을 가진 사람은 자동적으로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아야 할 것 같지만 ‘국적’(nationality)이라는 해석 때문에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리아 국민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한다고 해서 모두가 그 지위를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난민 정의의 요소로 포함되어 있는 국적은 오히려 민족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것으로, 시리아인들이 국가를 떠났어도 그들이 경제적 이주를 선택한 것인지, 박해를 피해서 떠나 온 것인지 수용국 정부가 따지게 된다. 물론 이에 대한 구분이 모호하고 어렵지만, 난민 지위는 개인별로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용국에서는 쟁점이 되는 사안이다. 두 번째 특징은 난민 문제가 국가 간 관계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난민 지위의 인정은 수용국 정부와 발생국 정부의 주권 및 정통성과 관련된 사안이다. 자국 시민에 대한 일차적 보호 책임이 각국 정부에 있기 때문에 난민 지위의 인정은 발생국 정부가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하였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된다. 이로 인하여 인접국가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종종 두 나라 간 외교적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시리아 내전사태와 같이 국제적으로 긴급한 사안인 경우에는 수용국이 발생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하기보다는 우선 잠정적으로 난민들을 수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중국은 미얀마 정부와의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중국 내 미얀마 난민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하였다. 반면, 미얀마와의 관계가 개선되었을 때는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파면서 난민들의 일시적 체류를 허가하였다. 한편, 난민 지위의 인정은 국제사회가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의 정부는 국제적 기준에 맞는 절차에 의해 난민을 수용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으며, 그러한 결정은 재정적 부담을 수반하기 때문에 개별국가의 주권과 관련된 사항이 된다. 9월 22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된 유엔난민특별회의에서도 글로벌 쿼터제와 시리아 내 안전지대 설치 등 난상 토론이 있었지만, 유엔과 국제사회가 유럽 각국에 난민 수용을 강제하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정책을 펼치더라도 난민 이동의 길목에 있는 동유럽 및 남부유럽 국가들은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은 난민을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결정이 국가마다 안보의 문제를 고려하기 때문에 달리 나타난다는 것이다. 케냐 웨스트케이트몰 테러사건, 파리 테러사건 등이 발생하면 각국 정부는 난민들을 안보위기 요인으로 의심하고 입국을 저지하거나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 현재 유럽 국가들이 중동으로부터 유입되는 난민 행렬 속에 이슬람국가(IS) 대원이 포함되어 있을 것을 우려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규모 난민의 유입은 제한된 자원과 일자리 확보를 위한 난민과 정주민들 간의 경쟁을 유발하기도 하며, 정부 재정의 급속한 악화로 이어져 국내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이 확산될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소규모의 난민 유입에 대해서 포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국가들은 많다. 그러나 하루에 15,000명이 넘는 난민이 계속 유입된다면 아무리 포용적인 독일과 같은 국가라도 국경에서 IS 대원의 적발을 위한 수사를 하는 등 난민 문제를 안보 관점에서 다루게 된다. 난민 문제가 안보 및 주권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이 된다는 주장은 이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책무를 부인하는 것과 다른 것이다. 난민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누구나 동등하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유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과 도덕적인 차원에서 난민 문제는 국제사회가 협력해하여 해결해야 할 일인 것이다. 자연인으로서 난민이 지니고 있는 인간 존엄성은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존중되어야 한다. 한편, 난민의 이동이 안보와 주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는 특징이 국제정치 현실에서 지니는 함의는 각국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난민 위기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9월 초, 유럽연합 내에서의 ‘망명쇼핑’을 방지하기 위해 최초 입국 국가에서 난민 신청을 하도록 한 ‘더블린 조약’의 유예까지 선언하면서 시리아 난민 수용에 나섰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 후, 독일 정부가 난민에 대한 현금 지원 삭감, 난민 신청 결격자 신속 귀국 조치 등 난민 규제 강화를 추진하게 된 것도 이와 같은 난민 위기의 속성을 보여준다. 심지어 영국 내무부 장관이 난민들에게 TV를 지원하는 것은 사치라고 주장하거나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난민캠프에 대한 공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례들은 각국 정부의 난민 문제와 관련된 인도적 원칙 및 그에 따른 정책도 국내정치적 반발이 거세진다면 국익과 안보의 차원에서 쉽게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치적 의지 없이는 인도적 위기의 해결도 없다 냉전 종식 후, 국제정치의 소용돌이 속 내전과 분쟁의 현장에서 난민 구호에 앞장섰던 전 유엔난민기구 대표 사다코 오가타는 “난민은 죄인이 아니다. 난민을 만든 정치와 국가, 정부의 책임이다”라고 하였다. 그런 그녀가 10년의 재임기간의 교훈으로 난민에 대한 지원과 보호활동은 인도적 규범과 동인에 의해서 이뤄지지만 난민 위기의 본질적 해결은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지(political will) 없이 이룰 수 없는 꿈임을 강조하였다.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 앞에 인도적 관심과 도덕적 책무의식이 깨어날 수 있지만, 파리 테러사건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치적 의지 없이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인도주의 캠페인은 성공하기 어렵다. 난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는 두 가지 차원에서 필요하다. 첫째, 난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지원과 이들의 재정착에 대해 정치적 결단이 요구된다. 시리아 난민 위기는 국제적 수준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유럽으로의 정착을 희망하는 피난민들이 난민 지위 인정을 위한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열어 주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유럽이 아닌, 시리아의 인접국가에 체류하는 난민들의 경우에는 난민캠프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지원 규모도 늘려야 한다. 이들이 향후 고향으로 되돌아가서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면 캠프에 대한 지원도 긴급구호와 더불어 이들의 사회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과 보건 분야의 지원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둘째, 난민 발생을 야기하는 근본적 원인 해소를 위한 국제사회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그리고 IS까지 개입된 분쟁을 해결하지 않고서 시리아 난민 위기의 근본적 해결은 불가하다. 최근 IS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공조 속에서 시리아 내전은 오히려 미국과 러시아의 역내 주도권 경쟁으로 더욱 국제화되고 정치적으로 복잡해지고 있다. 파리 테러 이후 IS 기지에 대한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IS가 축출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가? 시리아의 독재권력에 대해서 국제사회는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이 모든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난민 문제는 인도적 책무로만은 해결될 수 없는 지극히 정치적인 것이다. 2015년, 국제사회의 난민 위기를 목도하면서 다시 한 번 난민 위기는 정치적 무관심에 의해 오히려 더욱 심화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난민들의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이들의 인간안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인도적 노력이 확대되어야 함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 혹은 ‘우리’와 먼 곳에서 벌어지는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규범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하고는 한다. 반면, 난민 문제가 ‘나’ 혹은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다면 그것은 함께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과도 같은 것이 되어 버린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의지의 부재 속에 오히려 난민 위기는 악화되고 있다. 파리 테러 이후 각국이 난민들을 안보를 위협하는 사람들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이 아일란의 죽음이 일깨운 국제사회의 인도적 책무를 약화시키고 있다. 겨울의 추위와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어려움에 처한 난민들의 문제가 각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점차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 지나친 낙관이 아니길 바란다.?? 現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University of South Carolina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정치학회 및 북한연구학회 연구위원, 한국유엔체제학회 출판이사, 한국이민학회 및 국제이해교육학회 연구이사, Asian Journal of Peacebuilding Book Review Editor로 활동하고 있음. 주요 저서는 『신통일대계 구현을 위한 구조분석』(공저), 『남북통합을 위한 국민의식조사』(공저), 『유엔 인권매커니즘과 북한인권』(공저), 『인간안보와 남북한 협력』(공저)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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