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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 이론을 통해 본 새로운 국제질서의 가능성
등록일
2015-12-02
조회수
8

  국제정치학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세계질서를 설명하는 주류 이론이 변화해왔다. 영국의 시대에는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 이론으로 ‘Pax Britannica’를 설명하였고, 미국의 시대는 ‘힘의 우위(Power Preponderance)’ 이론으로 ‘Pax Americana’를 설명했다. 오늘날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새로운 국제질서, 즉 'post Pax-Americana'의 출현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힘의 균형 이론에 기초한 Pax Britannica에서 국제질서의 위협요소는 패권을 획득하기 위한 유럽의 주요국들의 무한 경쟁이었다. 이때, 영국이 균형자의 역할을 자임하여 유럽의 세력균형을 유지하여 국제질서의 안정을 추구했다. 당시 영국은 상당한 국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국제질서를 주도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과 이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정학적으로 유럽에서 분리된 섬나라 영국은 대륙의 안정을 위해, 그리고 강력한 대륙국가의 출현을 방지하는 것이 자국의 국익과 안보에 부합되었기 때문에 시대와 사안에 따라 대립하는 세력 간 균형자의 역할을 하면서 유럽의 안정을 추구해왔다. 힘의 우위 이론에 기초한 Pax Americana에서는 각국이 패권을 추구하는 국가이기주의가 어느 정도 종식된 상태였다. 그러나 이 시기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것은 각 국가들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에 따라 두 개의 진영으로 분리되어 대결하는 냉전이었다. 소련의 붕괴로 미국의 패권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강력한 국력에 근거하여 세계질서를 집행해 나가면서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국제질서에 긍정적이라는 것이 힘의 우위에서 설명하는 Pax Americana이다. 힘의 균형 이론과 힘의 우위 이론 모두 현실주의 국제정치, 즉 힘의 정치를 바탕으로 국제질서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그 근본은 같다고 할 수 있다. 냉전이 종식되고 국제질서의 위협은 다양한 방향에서 제기되고 있다. 불량국가들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력이 증대되면서 중국은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역할과 위상을 요구하고, 미국의 패권지위에 도전하고 있다. 북한은 긴 냉전의 그림자를 남기며 미국에 대한 위협을 지속하고 있고 냉전 시기 미국의 우방이었던 이라크는 국제질서의 변화로 미국을 겨냥하는 테러의 진원지로 지목되었다. 9·11을 통해 이미 표면화되었지만 알카에다, IS와 같은 테러집단의 위협은 미국과 서유럽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하는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위협은 다양하지만 그 저변의 공통점은 종교, 문화, 가치관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탈냉전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힘의 우위는 중국, 러시아와 같은 냉전 시기 적대국뿐 아니라 서유럽 및 동아시아의 우방국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세계적 차원에서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국제질서를 구현해 나가는 것이 미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정책 수단이자 패권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정책의 목표였다. 힘의 균형에 요구되는 국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국력이 존재해야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세계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국제질서에서의 위협은 공격자가 난민과 함께 침투하고 공격의 형식도 총과 화약을 이용한 재래식 무기에서 생물학 무기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언급되며 SNS, you tube, 그리고 게임통신망을 대원모집, 홍보, 그리고 교신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전례 없던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위협은 국가가 아닌 집단 및 단체 수준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위협이다. 2015년 10월 31일의 러시아 여객기 폭파·추락 사고에 이어 11월 13일 파리 도심에서 발생한 동시다발적 테러로 국제사회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시리아의 IS 기지에 대한 폭격을 지속하고 있다. 피해 당사국인 러시아와 프랑스의 주도 하에 미국, 영국, 독일을 비롯한 서구사회뿐 아니라 중국까지 동참하여 IS의 격퇴를 외치고 있다. 강력한 첨단 군사력을 갖춘 초강대국들의 힘의 우위는 IS와 비교가 무의미한 수준이다. 새로운 안보의 패러다임은 여전히 국력을 바탕으로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도 단일 패권국은 세계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 테러집단인 질서교란세력이 수시로 공격의 상대를 변경하고 위협수단도 다양화하기 때문에 강대국의 군사적 대응만으로 위협을 제거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형태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극복하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국제사회 구성원들 간 합의에 기초한 ‘통합된 힘(coordinated power based on agreement)’을 창출해야 한다. 통합된 힘을 만들어 내더라도 군사력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수반되어야 할 중요한 무형의 자원은 ‘도덕성(morality)’이다. 사회과학에서 도덕성이라는 개념은 구체화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고, 특히 현실주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정치를 논의하는 데 이 기준을 적용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 힘의 균형을 논의하던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의 국제질서에서는 힘이 곧 정의였다. 냉전 시기 미국은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정당성을 확보하여 도덕성에 도전을 받지 않고 구성원의 동의와 지지를 얻어 안전을 확보하였다. 지금 테러집단으로부터 미국을 포함한 서구사회가 지키려는 가치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이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존엄성과 생명을 보호받아야 하는 인간의 범주에 난민이 배제된다면 테러와의 전쟁에서 서구사회의 도덕성과 정당성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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