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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공격, 글로벌 테러와의 전쟁으로 확산될 것인가?
등록일
2015-11-23
조회수
8

1. 제2의 글로벌 테러와의 전쟁으로 확산될 것인가?

  2015년 11월 시리아 반군이자 테러조직인 IS(Islamic State) 소속 13명에 의한 파리 테러공격으로 13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을 당했다.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2001년 9/11 테러이후 부시 대통령이 “전쟁 행위(an act of war)”라고 명명한 것처럼 이번 테러를 “전쟁 행위”로 선언하고 시리아 내의 IS의 근거지에 대한 전격적인 공습을 단행했다. IS도 이번 테러가 “폭풍의 서곡(the first of the storm)”이라고 명명하면서 다음 테러는 워싱턴, 뉴욕, 런던, 로마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UN의 안보리는 IS 척결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바야흐로 국제사회는 제2의 글로벌 테러와의 전쟁을 암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방국들이 과연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견할 것인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2. 테러의 새로운 경향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테러리즘의 주요 경향은 1950~60년대 미국과 소련의 좌우이데올로기 투쟁 하에서 일종의 대리전(proxy warfare)의 양상을 보인 제3세계에서의 농촌 게릴라 운동, 70년대 미국과 유럽 및 중동지역에서의 도시 테러, 1980년대 국가 지원 테러리즘, 90년대 과격 이슬람 조직에 의한 반미(反美) 테러, 그리고 21세기 9/11 테러 이후부터 2011년 5월 오사마 빈 라덴이 피살될 때까지 알카에다를 중심으로 반(反)서방 테러가 특징을 이루었다. 그러나 빈 라덴 피살 이래 이번 파리 테러까지 IS를 중심으로 테러행위는 기존 알카에다에 의한 글로벌 차원의 과격 이슬람 테러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구별되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테러장소의 측면에서 2001년부터 2011년까지의 테러행위는 주로 아프간과 이라크 내에서 미국을 비롯한 참전국에 대한 테러가 주류를 이루었다면, 2011년부터 파리 테러공격까지는 아프간과 이라크를 포함한 이슬람 국가들(나이지리아, 시리아,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등)에 집중되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테러조직의 경우는 아프간의 탈리반과 알카에다(특히 아라비아 반도의 알카에다인 AQAP: Al-Queda in the Arabian Peninsula)보다는 새로운 조직인 시리아의 IS,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 보코하람과 연계한 소말리아의 알-샤바브(Al-Shabaab) 등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새로 부상하는 테러조직들은 알카에다보다 더욱 과격하고 무슬림에도 테러행위를 하는 순니 이슬람의 극단적 신봉자들이다. 이 때문에 2014년 2월 알카에다의 리더(Ayman al-Zawahiri)도 IS와 결별하고 투쟁노선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무슬림 테러의 대표적인 사례는 2014년 11월 나이지리아의 카노(Kano)에서 발생한 이슬람 사원에 대한 자살테러로, 이로 인해 120명 이상이 사망했다.

활동 거점의 측면에서 새로운 조직들은 1960년대 중남미에서의 농촌 게릴라 운동처럼 모두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거나 내전이 발생하는 지역에서 일정 부분의 거점을 확보하면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테러자금의 경우 알카에다가 주로 기부금에 의존했다면 새로운 조직들은  마약·석유 밀매, 납치, 약탈 등 소위 범죄조직들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활동목표의 경우, 알카에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부패한 독재국가의 타도와 그런 사우디아라비아를 조장한 미국에 대한 테러행위를 목표로 한다면, 새로운 조직들은 칼리프, 즉 엄격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Sharia)에 의한 초기 사라센 제국의 통치형태인 정교일치 국가의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3. 지상군을 파견할 것인가?  

  파리 테러공격 이후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는 지상군의 시리아 파견 여부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테러공격은 지상군을 파견할 정도로 제2의 글로벌 테러와의 전쟁으로 유도하기에는 9/11 테러와는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 또한 중동지역 관련 강대국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치의 구도로 볼 때, 지상군 파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를 좀 더 상세히 분석하기 위해 먼저 미국의 기본적인 중동정책 및 내부사정에 대한 이해와 함께 테러 피해 당사자인 프랑스와 러시아의 입장은 물론,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주변국들인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이라크, 이란 등의 입장도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미국의 대(對)중동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이스라엘에 대한 정치군사적 보호와 석유자원의 안정적 확보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미국은 한편으로는 중동평화협정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중동지역에서의 미군의 군사적 개입 혹은 친미정권의 수립으로 중동정책을 펼쳐 왔다. 전자의 사례들로는 닉슨 행정부에서 키신저의 중동평화협상, 1979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 1998년 와이리버 협정 등이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는 레바논 내전의 개입, 걸프전, 이라크전 등이며 또한 친미정권들인 이란의 샤 독재정권, 사우디아라비아의 부패정권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중동정책으로 인해 9/11 테러범 19명 중에서 15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다만 2003년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한 군사기지를 제공받은 것이 전부였다. 또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와 무관한 이라크를 공격한 것은 당시 미국의 중동 교두보였던 이란의 샤 정권이 1979년 회교혁명에 의해 붕괴되고 더구나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이라크 후세인 정권이 부상하면서 이스라엘의 안전에 매우 심각한 위협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이라크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고 친미정권을 수립한 것은 이스라엘의 안전을 확립함과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양질의 이라크 석유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문제는 이런 미국의 대중동정책이 현재 파리 테러공격의 근원이라는 사실이다. 부시 행정부의 ‘글로벌 테러와의 전쟁’ 10년 동안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았든 미군의 공습과 드론 공격에 희생된 사람들 중에는 공격의 목표였던 테러리스트 혹은 반군보다는 민간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 무차별 공격에서 부모와 형제·자매가 희생된 무슬림들이 지금 현재의 극단적 테러리스트들의 모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원한들은 부분적으로 자살테러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의 IS가 2006년 이라크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알카에다의 지도자 자르카위(Zarqawi)가 사망한 후 결성한 ISI(Islamic State in Iraq)에서 기원한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런 행태가 2011년 ‘아랍의 봄’의 여파로 아사드 독재정권(Bashar al-Assad: 2000~)의 타도를 외치면서 악화된 시리아 내전에서도 등장했다. 당시부터 미국과 프랑스는 시리아 반군들을 선택적으로 지원해왔다. 이 때문에 파리 테러에 대한 IS의 공식발표에서도 나타나듯 IS는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의 동맹국을 표적으로 삼는다고 선언한 것이다.

  둘째, 현재 미국의 대선후보들은 IS 토벌을 위한 지상군의 파병에 대해 찬반논쟁을 하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지상군의 파병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 이유는 지상군을 파병할 명분이 분명하지 않으며, 미국 국민이 부시행정부 10년 동안 진행된 ‘글로벌 테러와의 전쟁’에 심각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미국의 경제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에서 막대한 군사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바마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미군의 철군이 거의 마무리되고 임기를 1년 정도 남은 시점에서 굳이 지상군을 파병하여 새로운 불씨를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 설령 미군이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하더라도 얻는 결과가 크지 않다. 다시 말하면 아사드 정권이 몰락하고 새로운 민주주의 정권이 등장하더라도 친미정권이 된다는 보장도 없으며, 그러한 변화가 이스라엘의 안전에 획기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되돌아오는 것은 반미감정이란 사실을 미국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것은 이미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뼈저리게 경험한 것이다. 더구나 이런 반미감정의 결과로 결국 중동지역에서 러시아 혹은 중국의 정치경제적 입지만 넓혀주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이 굳이 지상군 파병이라는 불필요한 도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셋째, 미국의 이런 입장 때문에 테러 피해 당사국인 프랑스는 독자적으로 지상군을 파병하기가 쉽지 않다.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될 때까지 시리아를 식민 통치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 식민지였던 인도차이나 지역에 군사적 개입을 한 사례가 있는데 결국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1945~1954)에서 참담한 패배를 경험한 후 미국에 넘겨주었다. 이런 과거의 경험이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테러의 직접 피해국이지만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 한 영국과 독일도 마찬가지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러시아를 비롯한 이라크와 이란 그리고 이란이 후원하고 있는 레바논의 헤즈볼라(Hezbollah) 등이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아사드 정권도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터키,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친미국가들과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아사드 정권과는 정치군사적으로 전략적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이 때문에 제정 러시아 이래 러시아의 전통적인 남하정책의 일환으로 지중해로 진출을 원하는 러시아에게 아사드 정권은 시리아의 지중해 항구(Tartus)에 러시아 함대가 정박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시리아에 새로운 친미정권이 등장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2015년 10월 이집트에서 탑승 인원 224명이 전원 사망한 여객기 추락사고가 IS의 폭탄 설치에 의한 것이라는 설로 인해 IS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파리 테러공격으로 서방과 보조를 맞추면서 러시아군의 IS에 대한 공습은 친러정권인 아사드 정권을 이롭게 하는 행위이다. 이런 요인들이 러시아가 미국 및 EU와는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IS에 대한 러시아 공습을 떨떠름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

4. 미국의 분열정책인가?

  9/11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동정책은 이스라엘의 보호라는 제1원칙은 변하지 않았지만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의 탈피라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했다. 이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제 더 이상 중동 석유자원에 대한 스윙국가(swing state)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정책의 가장 뚜렷한 가시적인 효과가 OPEC의 힘이 1970년대에 비해 현저하게 하락된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런 OPEC의 세력약화와 분열은 이스라엘의 보호와 부합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제1원칙을 위해 미국은 지지부진한 중동 평화협상도, 미국의 군사적 개입도 아닌 중동 이슬람 국가들의 분열정책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런 미국의 정책을 공식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분열정책은 순니와 시아는 물론 다양한 종족, 인종, 종교적 갈등으로 복잡한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시리아도 순니파 시리안 아랍민족의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여전히 또 다른 7개의 종족과 7개의 인종이 뒤섞여 있는 복잡한 국가이다. 현재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원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 시리아 반군들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군사적 지원은 이런 분열정책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런 미국의 정책에 순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이라크-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편승하고 있다. 결국 중동국가들 자체적인 내란은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이라는 외부의 적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감소시키면서 미국은 중동 분쟁국 혹은 내란이 발생할 때 양쪽 모두에게 무기를 판매할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다. 과거 이런 대표적인 사례가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 중에서도 나타났고 결국 1986년에 터진 이란-콘트라 스캔들의 주요 원인이 됐다.

  한편 1980년대 아프간에서의 대소항쟁(1979~1989)에서 빈 라덴과 미국 CIA가 함께 손을 잡았지만 결국 9/11 테러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듯이, 2011년 이래 아사드 독재정권을 몰아내기 위한 미국 주도의 시리아 반군들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등장한 것이 파리 테러공격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파리 테러공격에서 미국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IS의 활동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석유밀매에 대한 공습을 목표로 하는 방향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이 전략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주로 터키로 향하는 석유밀매에 의한 테러자금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아프간의 탈리반에서 생산되는 아편과 헤로인이 이란→이라크를 거쳐 시리아→터키→서유럽으로 향하는 중계망으로 통해 벌어들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라크-시리아라는 보이지 않는 부패의 연결고리를 활용하여 마약밀매를 통해 테러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리아의 이웃국가인 레바논의 경우 지중해→서유럽으로 향하는 마약밀매의 주요 루트로 활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키고 IS를 시리아에서 몰아내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미국에게 시리아 내전에 지상군을 파병할 충분한 명분이 필요하다. 이런 명분은 파리 테러공격과 같은 형태가 아닌 미국 본토에서, 혹은 미군이 주둔한 지역에 대한 핵, 생물, 화학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이용한 슈퍼테러가 발생하여 미국에 심각한 피해가 나타나야 국민적 합의를 얻을 수 있다. 둘째,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의 사례에서 보듯 친미성향의 시리아 정치인을 내세워 새로운 정권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내전 중인 이라크 지역에 미군의 지상군을 파견하는 것은 매우 커다란 도박이기 때문에 결국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를 교두보로 삼아야 하는데,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국가적 반발이 매우 심할 것이다. 또한, 이런 조건들이 충족된다 하더라도 서방국가의 군사적 지원은 물론, 시리아 내전에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는 국가들인 한국과 일본 같은 국가들에서 미군 군사비의 일정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이 미국의 지상군 파견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現 한성대학교 행정대학원 마약알콜학과 교수. 미국 University of New Mexico 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범죄정보센터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음. 주요 저서는 『세계화와 인간안보』(공저), 『한국조직범죄사: 정치권력과 조직범죄』(2006), 『21세기 초국가적 조직범죄와 통합안보』(2011), 『마약의 역사』(2012)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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