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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해결을 위한 3단계 방안
등록일
2016-02-04
조회수
8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 해법’으로 한∙미∙중 3자 전략대화를 추진했지만, 2013년 7월 서울에서의 첫 회의 이후 미∙중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 그 추동력을 잃었다. 그 후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비핵화 해법은 북한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해법은커녕 결과적으로 정치적 구호로 전락하게 되었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2014년 8월에 한 방송에 출연하여 ‘코리안 포뮬러(Korean formula-한국 방안)’을 제의하였다. 그러나 한국이 주도하는 세일즈 외교에만 주력하다 보니 성과가 없이 정치적 구호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북한은 진정성을 보이기는커녕 경제-핵 개발 병진노선을 헌법에 삽입하고 핵 억제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한국 정부는 고사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소생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6자회담 당사국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화의 장을 먼저 마련하자는 탐색적 대화라는 구상을 하였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 정부에게 사전조치에 대한 문턱을 낮추라고 계속 요구하였다. 한∙미 정부의 전제조건인 사전조치가 6자회담 재개의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이어 지난해 도쿄에서 6자 당사국이 모두 참석하기로 한 1.5 트랙 회의가 개최되었지만 북한은 불참하였다. 그리고 금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박근혜 정부의 비핵화 해법은 실질적으로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북한이 제4차 핵실험(수소탄실험)을 감행하자 유엔 안보리에서 고강도 대북 제재 결의안을 논의하는 한편, 한∙미 정부도 중국에게 이를 권유하는 압박을 했지만 중국은 북핵 해결을 위한 비핵화, 한반도 안정, 평화적 해결 3대 원칙만을 반복하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6자회담 무용론’을 거론하면서 미∙중∙러∙일∙한 5자 회담을 대북 압박용으로 제안했으나, 북한의 경제적 파탄을 두려워한 중국은 즉각 거부하였다. 한∙미 양국 정부는 현 시점에서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은 바라지 않고 있고, 더욱이 미국은 핵 포기의 진정성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하고 있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북미 대화나 지난 7년간 고사상태인 6자회담 재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는 박 대통령이 6자회담 무용론 견해를 피력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북한이 국제적 압박 때문에 핵 문제를 풀 것으로 믿는다면 큰 오산이다. 북한이 핵 억제력을 증강하는 근본적인 논리를 이해한다면 새로운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남아있는 수단은 북한과 결실 있는 대화를 얻어내기 위한 국내외 분위기 조성이다. 한∙미 양국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접근을 담은 로드맵을 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은 핵 억제력을 지속적으로 소량화, 경량화, 다종화할 것이고, 2020년에는 수소탄을 포함한 핵무기를 100개 이상 소유하는 실질적인 핵 국가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일 내에 북한과의 핵 협상을 위한 진정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북핵 해법의 실패 이유는 북한체제의 생존 보장 없이 핵 억제력을 포기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의 유훈이라고 천명하며 체제의 생존과 안보를 보장하면 핵을 가질 필요성이 없다고 설파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고강도 대북 제재와 압박정책으로 인해 북한은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었고, 북한체제의 생존을 위한 ‘자위권’ 차원에서 핵 억제력을 최고 수준까지 증강한 것이 사실이다. 만약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이 스스로 핵무기 보유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핵 억제력을 증강하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북한은 궁극적으로 핵 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피포위강박증(siege mentality)’을 앓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강박증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가? 북핵 문제의 핵심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로, 이것이 바로 북한을 피포위강박증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지름길이다. 그러므로 한∙미 정부는 소탐대실하지 말고 대북 제재 압박정책을 접고, 큰 틀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협력을 장기적으로 구상하는 새로운 로드맵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한∙미 양국 정부의 새로운 구상을 위해 북한 입장을 아래 간단히 요약한다. 스티븐 보스워스 전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는 전제로 대북 전략을 짜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는지를 테스트해 보려면 테이블에 앉아 대화해 보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그의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테스트를 해 봐야 한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북한에게 비핵화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이라고 고집한다면 오히려 미국의 대화 진실성 여부가 문제될 수도 있다. 북한은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고 재강조하며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해 한반도 현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조선반도 핵 문제 해결의 선결 과제"라고 강변했다. 미국이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선(先) 조치를 고집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시킬 의사가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현재 미국의 선 조치와 관련해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을 강조해 사드 한반도 배치를 시도하고 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도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하고 있어 미국이 선 조치를 주장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과거 트랙2 차원의 북미 간 세 차례 회동에서 북한은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첫째로, 북한에게서 비핵화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2012년 2.29 합의 당시 비핵화 사전조치의 일부인 핵∙미사일 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이행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는 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대화를 시작하는 초기에 이뤄질 수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또 "그러나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사전조치들을 이행하는 것은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대화 초기에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한 신뢰 구축 단계를 밟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셋째로 북한은 비핵화를 위해 '다단계 협상 프로세스'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제네바 합의나 일련의 6자회담 합의와 마찬가지로 여러 단계로 나눠 양측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방식이다. 종착역은 한반도 비핵화이다. 협상 분야는 비핵화, 정치, 군사, 경제 등 네 가지로 나눴다. 군사 분야에는 평화조약과 한미 군사훈련도 논의될 수 있으며 경제 분야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여 미국이 사전조치에 유연성을 갖고 새로운 구상을 하길 기대한다. 북한에게 비핵화를 위한 사전조치를 행동으로 보여 줄 것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북한으로 하여금 핵 활동을 동결하고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할 것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시작함이 바람직하다. 새로운 로드맵으로, 먼저 한∙미 정부가 고수해 온 선 비핵화 후 평화체제 구축 전략을 탈피하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논의를 고려해 주길 바란다.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북핵 문제의 논의와 6자회담 틀 속에서 미∙중∙남∙북 4자가 한반도 평화조약을 논의하는 것을 병행 추진하여 일괄 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 요약하여 3단계 구상을 제안하고자 한다. 제1단계로 현재 극도로 고조되어 있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과 남북한 3자회담을 개최할 것을 먼저 제의한다. 이 회담에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단과 동시에 북한이 핵 동결에 합의할 것을 제안하며, 이 단계에서는 2.29 북미 합의를 준수, 실천 및 이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29 합의의 핵심은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발사를 유예하고, 미국은 인도주의적·경제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미가 합동 군사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는 결심 역시 필수적이다. 그리고 과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오바마 행정부에 그런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여 사드 한국 배치를 원하는 군산복합체는 결렬하게 반대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하여 박근혜 정부가 오바마 행정부를 설득할 의지와 결단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1단계에서 이런 조치에 미, 남북한 3자가 합의한다면 다음 2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1단계가 성공적으로 진전되면 제2단계에서는 자연히 6자회담이 재개되고, 동시에 북미 간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화도 진행될 것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7년 동안 고사상태인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사항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러므로 2008년 12월 초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 6자간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북한과 협상부터 시작해야 한다. 동시에 9.19 공동성명에 합의한 북미, 북일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회담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제3단계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 단계이다.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과 관련한 필자의 구상1)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구체적 논의를 생략하기로 한다. 강조할 필요도 없이 3단계 방안은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제안이지만 각 단계마다 핵심이슈들이 동시에 타결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거시적인 구상을 소개하였다. 이러한 3단계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북한체제의 생존이 보장되고, 남북 간 적대적 관계가 협력적 관계로 전환될 것이며 북한이 피포위강박증으로부터 해방이 될 것이기에 북한은 핵무기를 가질 논리가 자연히 없어질 것이다. 대북 압박제재정책이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면 우리가 그의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순차적인 새로운 구상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며 대북 압박정책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비핵화된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그 다음 단계는 남과 북이 함께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관해 합의를 해야 할 것이다. ________ 1) "북한의 '호전적 행동'과 한반도 평화구축", 통일뉴스, 2013.05.10.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1969).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국제정치학 교수(1969-1999)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1995-1999) 통일연구원 원장(1999-2000). 현재 경남대 석좌교수,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사)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상임고문, 통일전략연구협의회(Los Angeles)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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