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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이민망명 정책: 전망과 한계
등록일
2016-01-27
조회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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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연합은 리스본 조약의 발효에도 불구하고 역내시장, 사회, 지역, 환경, 에너지, 운송, 소비자 보호, 자유·안전·사법 지대와 같은 정책을 비롯한 이민·망명정책은 여전히 유럽연합과 회원국 간의 공유 권한으로 남겨 놓았다. 이는 개별 회원국이 정책 선호의 차이와 자국의 사회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 따라 공동체의 정책 결정에 반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회원국들이 이민·망명정책을 국가주권 및 자율성 문제 등과 함께 안보적 측면에서 접근함으로써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28개 회원국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순환이민(Circular Migration) 협력기반(Co-operation Platform)’을 조성할 필요성에 대해 합의하였다. 순환이민이란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국가의 이민정책 수단 중 하나로, 고급 기술과 일거리를 가져오는 이민자들에게는 국경을 개방하는 반면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은 단기적으로 순환하도록 만드는 제도이다. 그러나 실제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원국마다 인식의 차이가 있어 이 제도는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몇몇 회원국들은 순환이민이라는 제도를 숙련 노동자들에게만 적용하였고, 또다른 회원국들은 농업, 건설, 여행업계에서 일자리를 찾는 계절이민에만 적용했기 때문이다. 순환이민제도에 앞서 2007년 유럽연합은 역외국가들에 유럽연합 내에서의 교육훈련 기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불법이민문제를 공동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로 ‘이동동반자협력(mobility partnership)’ 프로그램을 추진한 바 있다. 2008년, 케이프베르데(Cape Verde)와 몰도바(Moldova)가 이동동반자협력 프로그램을 먼저 진행하였다. 이후 2009년 그루지아(Georgia), 2011년 아르메니아(Armenia), 2013년 아제르바이젠(Azerbaijan), 모로코(Morocco), 2014년 튜니지아(Tunisia), 요르단(Jordan)등 협정을 맺은 국가와는 새로운 거주 허가 및 노동 비자와 장기간의 다국 입국 비자와 같은 혜택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협정을 맺은 국가 수가 적고 법률적 구속력이 없어서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은 상태이다. 이번 시리아 난민사태로 망명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난민들의 본국 귀환을 받아들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10억 유로(약 1조 3300억 원)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회원국에게는 난민 한 명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1인당 800만 원이 지급될 것이다. 또한, 유럽연합의 정상들은 인접국 간접지원 방안으로 국제난민구호기구에도 1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난민 쿼터제’로 유럽연합은 기존 목표 4만 명에 추가로 12만 명의 난민을 회원국별로 할당하는 방안이다.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등 4개 국가는 반대했고 핀란드는 기권했다. 난민 쿼터제를 둘러싼 갈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동유럽 국가들은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은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사회결속기금을 줄인다고 압박을 가하는 반면, 동유럽 국가들은 국내 반발을 고려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움으로써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난민들의 시민권 획득은 이와 별개의 문제이다. 난민들이 유럽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회원국  국적 취득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유럽시민권 획득 자격 요건은 회원국마다 다르기 때문에 취득의 용이함에 따른 이민 선호국이 생겨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속지주의를 표방하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이민자 후손들은 18세가 되어야 프랑스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이는 18세 이후에나 자연스럽게 유럽연합 시민이 되어 역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거주할 수 있는 유럽연합의 권리를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독일은 속인주의와 속지주의를 모두 채택하고 있다. 아이의 출생 시 적어도 부모가 독일에 8년 이상 합법적으로 거주했고, 무기한 체류허가나 영주권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 자녀는 자동으로 독일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다. 이처럼 회원국별로 다양한 국적 취득 방법은 난민들의 유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거 집행위원회는 유럽연합의 고질적인 전문인력 부족 현상을 완화할 목적으로 2007년 가을 블루카드(blue card)라는 유럽연합 차원의 노동 비자를 제안했다. 블루카드를 소지한 노동자는 2년 동안 유럽연합 내 어느 국가에서라도 2년간 거주할 수 있다. 주로 비유럽권 출신의 의사, 엔지니어, IT 전문가 등이 대상이다. 30~90일 이내에 노동 및 체류 허가를 내주고 블루카드를 발급받으면 90일 이내에 가족도 데려올 수 있다. 이들을 고용한 고용주는 임금을 역내 최저임금의 3배로 지불해야 하며, 이는 적어도 1년 이상 보장되어야만 한다. 집행위원회는 블루카드를 인정할 수 있는 범위와 블루카드 소지자의 보건, 세금, 연금을 보장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주자들에게 있어서 블루카드의 장점은 체류 만기 이후 기한 연장이 가능하며, 유럽연합의 어떤 곳에서라도 일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편, 이번 시리아 난민 사태로 인해 향후 블루카드 소지자들의 이동을 둘러싼 회원국들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며 지속 여부 또한 불투명하다. 영국은 블루카드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고 스스로 마련한 ‘점수에 기반을 둔(pointed-based)’ 이주 관리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 시스템은 항목별로 점수를 만들어서 75점 이상의 점수를 받게 되면 비자를 내주고, 그렇지 않으면 비자를 주지 않는다. 영국은 이 시스템 하에 노동시장에서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기술자와 숙련 노동자에게 취업비자를 내주었다. 영국은 포인트 제도가 관료주의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비난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쿼터제보다 세련된 제도라고 반박한다. 집행위원회의 초국가적 결단과 달리 회원국들은 난민 문제를 국가주권 및 자율성 문제 등과 함께 안보적 측면에서 접근함으로써 난민 유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난민 유입으로 인한 사회보장제도의 붕괴, 극우세력의 확산 등 국가안전망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한, 회원국들은 난민 문제를 철저하게 국익에 부합하게끔 노력할 것이다. 독일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리스 부채 해결을 위해 온정을 베풀려는 타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정면으로 맞섰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협박과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의 양적 완화정책 제안도 단호하게 배격했다. 메르켈 총리는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원칙을 내세우고 온정주의를 배격했다. 그러나 이번 시리아 난민사태를 대하는 메르켈의 태도는 온정주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선 독일은 비록 시리아 전체 난민 수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은 숫자이지만 이들 중 약 3만 1000명을 추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독일이 이러한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독일이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과 같이 출산율 저하로 노동력 부족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독일 인구가 2013년 기준 8,130명에서 2060년 7,080명으로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다. 최근 폭스바겐 사태가 독일 경제의 발목을 잡고는 있지만, 독일 경제는 눈에 띄게 회복되고 있으며 경제성장에 따른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즉, 노동 수요 부족은 난민으로 메우면서 임금 상승 억제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임금 상승의 억제는 2016년 독일의 경제성장률을 1.9% 정도 상승시킬 것이다. 이는 난민 유입으로 발생한 GDP의 0.2~0.3%의 증가치를 합한 숫자이다.

유럽연합의 어떤 국가도 안보와 연관된 난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는 없다. 따라서 회원국들은 초국가 차원의 통합된 망명정책을 취하는 동시에 난민 문제를 철저하게 국익에 부합하게끔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연합의 시리아 난민수용정책은 온정주의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의 최대화라는 측면이 기저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경을 넘는 이동은 빈곤국들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현상이지만, 난민을 받아들이는 국가는 상당한 수준의 관리를 필요로 한다. 난민 문제는 국가 내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이슈인 동시에 국제범죄, 테러리즘, 마약 문제 등 새로운 안보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정책을 철저하게 국익에 부합하게끔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당분간 보충성의 원칙을 앞세운 회원국의 독자적인 문제해결방식을 외면할 수 없는 구조로 인해 유럽연합의 이민·망명정책은 규범적 권력의 확산과 회원국의 이익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중적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現 중원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 한국외국어대학교 EU 연구소 초빙연구원.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저서로는 EU Discovery 및 유럽연합의 대외정책 등이 있음.[/fusion_text][/fusion_builder_column][/fusion_builder_row][/fusion_builder_conta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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