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자적 국제협력과 중견국가의 리더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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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간 그리고 다자간 협정은 아태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25년 전만 해도, 아태지역 역내 이니셔티브는 상대적으로 흔치 않았습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중심에서 이루어진 신중한 협력은 예외적인 경우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아태지역 역내 무역과 각종 협정, 그리고 다자간 협력은 역내 독보적인 경제 성장과 통합의 촉매제가 되고 있습니다. 다자주의와 번영은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안보 협력은 지금까지 나름의 성공을 거두어 왔지만 국제적 혼란이 증가하면서 점차 속도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부 차원, 그리고 민간 차원의 핵심적인 협력이 어떻게 안보 문제로 확장될 수 있는지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과거 캐나다와 한국이 공조하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떠오릅니다. 캐나다는 1990년, 동북아 지역분쟁에 대한 접근 방법으로써 민간 차원에서 북태평양협력안보대화(North Pacific Co-operative Security Dialogue)를 제안했습니다. 당시 저는 캐나다 외무 장관이었습니다. 현인(賢人)이셨던 故 김경원 대사의 리더십이 특히 떠오릅니다. 온건하면서도 중요했던 그 대화체제 제안은 그 동안 역내 안보에 관한 다자간 대화를 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동북아 지역 관계국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었고, 한반도 에너지 개발 기구(Korean Peninsula Energy Development Organization) 발족과 6자 회담을 개최하는데 일조하였습니다.
괄목할 만한 것은 그 안보대화가 중견국만이 취할 수 있었던 발의였다는 점입니다. 강대국은 그들 자신의 안보에 급급했고 그들 자신의 안보 대책에만 골몰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전세계의 시선은 패권을 가진 국가 즉, 미합중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을 향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에 내재한 야망과 패권, 그들 사이에 공유된 이익, 그리고 긴장감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호주, 말레이시아 등 그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세계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중견국들의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사실, 현재 중견국들은 과거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강대국은 그들 간 긴장의 고조로 인해 더 넓은 시각에서 사안을 보지 못하여 새로운 변화를 자극하고 이끌어내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현대의 중견국은 새로운 회담을 개최하고, 국제공조체제를 구축하고 기존 체제에 회의적이거나 봉쇄된 국가가 그들이 추구하는 것과 다른 방향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독려하는데 더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다음은 국제관계에서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할 목록으로, 강대국보다 중견국이 맡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역할에 관한 것입니다.
- 갈등 중재: 강대국을 신뢰할 수 없는 사안일 경우
- 절제: 미국이나 중국이 관심 갖지 않거나 논쟁을 초래할만한 이슈에 대해
- 타협과 절충: 강대국보다는 중견국이 제안하기 쉬운 경우가 더 많음
- 선두가 아닌, 단순히 중간적 위치에 존재하는 것
패권국 시대에, 리더십은 주로 위에서 아래로의 수직적 관계였습니다. 그러나 몇몇 국민국가가 상당부분의 패권을 가졌으며 비정부 활동세력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수평적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중심에 있다는 것”은 누가 상석에 앉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세계 무대의 여러 주체들이 함께 성취하는 것을 말합니다.
함께 성취한다는 것,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회를 만들고 동맹을 형성하기 위해 세계적 도전 과제가 있는 시대, 표현할 기회 그리고 현시대를 특징짓는 중요한 차이를 조화시킬 기회가 있다는 점이 이 시대에 전례 없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거시적 관점은 정보가 빠른 속도로 전달되는 이 시대에서 새로운 입지와 영향력을 확보한 비국가주체, 즉 비정부 기관, 게이츠 자선재단, 환경운동가,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기업 등의 영향력이 커지는 점도 고려한 시각입니다.
“중간적 위치에 존재하는 것”은 한국과 캐나다 양국 모두에게 익숙한 개념입니다. 두 국가는 영향력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중견국의 위치에 있습니다. 양국은 모두 패권국가 옆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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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중견국들은 각기 다른 이익과 영향력을 보유합니다. 그러나 함께 공유하는 이익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다자간 공조체제를 이행하는 것입니다. 다자간 공조체제는 단순한 패권이나 무력이 아닌 협정에 의거하여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약소국과 중견국은 강대국에 비해 국제규범과 질서를 더더욱 필요로 합니다.
다자간 공조체제에 대한 공유 이익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국제적, 내부적 갈등이 고조되는 오늘날, 그리고 항상 격동의 가능성을 품어온 광범위한 아-태 지역에 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가 마주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의 패권이 도전받으며, 세력균형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다자주의적 접근 방법 및 제도가 어떻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이 글은 제10회 제주포럼 개회식 기조연설 발췌문이며,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의견으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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