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화와 지방정부의 대응전략: 중앙-지방정부의 관계설정과 국제화사업 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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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와 지방정부의 대응전략을 논하기에 앞서 국제화의 개념부터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화는 국민국가 간의 교류가 단순히 늘어나는 현상을 말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그와 유사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 세계화(globalization)란 개념이다. 하비(David Harvey)에 따르면, 세계화는 국제화가 보여주는 단순한 양적 교류의 확대를 넘어서 근대적인 사회생활이 새롭게 재구성됨으로써 세계사회가 독자적인 차원을 획득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글에서 사용하게 될 국제화의 개념은 후자인 세계화의 개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국제화와 세계화의 용어를 혼용한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세계가 지금과 같은 세계화·국제화를 경험하게 되기까지에는 거의 350여년이 넘는 장구한 시간이 필요했다. 알려진 대로 1648년 기나긴 30년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웨스트팔리아 조약(Peace of Westphalia)은 근대 국민국가 시대의 새로운 국제관계 질서를 만들어 냈다. 1648년 이전의 시기는 교황의 교권이 세속의 왕권을 압도하던(물론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인해 많이 약화되어 가고 있긴 했지만) 시대였다. 하지만 30년 전쟁에서 개신교 동맹국들의 승리에 힘입어 새롭게 시작된 시대는 영국,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 강대국들이 전쟁에서 패한 신성로마제국의 권위를 딛고 새롭게 국제질서의 강자로 부상하는 시기였다. 바야흐로 최초의 근대적 외교회의를 통해 탄생한 웨스트팔리아 체제로 인해 국가주권의 개념에 기반을 둔 새로운 국제질서가 만들어 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35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세계화의 거센 흐름 속에 또 다른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근대적인 국민국가의 주권이 국가 간 관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는 국제질서는 점점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다국적(multinational companies: MNCs) 혹은 초국적기업(transnational companies: TNCs)의 존재는 이제 더 이상 기업이 국민경제의 좁은 틀 안에서 움직이는 수동적 주체가 아니라 경제의 세계화를 앞당기는 주요 행위자로 등장하였음을 보여준다. 미국 자본주의의 기준을 세계에 강요하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에 입각한 경제와 금융의 세계화는 정치, 문화 등 다른 영역에서 마저 서구적 기준을 강요하며 전 세계를 유사한 생활의 가치와 신념에 의해 움직이는 새로운 글로벌 공동체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만들어낸 정치, 경제, 군사, 안보,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친 변화는 근대 국민국가 체제 하에서 대외적으로는 독립된 주권행사의 거의 유일한 주체였던 국가, 즉 중앙정부에 대응하는 지방정부의 위상과 역할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즉 세계화와 함께 나타나기 시작한 새로운 현상의 하나인 지방화(localization)가 동시에 진전되면서 세방화(glocalization)라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세방화의 시대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위상과 역할 그리고 양자 간의 관계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가? 세계화·국제화의 진전으로 인해 국가 주권이란 두꺼운 당구공의 외피가 벗겨져 나간 탓에 중앙정부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그 공백을 지방정부가 메워가는 힘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80년대 전 세계 후진·개발도상국을 무섭게 휘몰아쳤던 민주화의 물결이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통한 지방화의 움직임을 동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전개되는 이 새로운 시대를 일컬어 혹자는 ‘신중세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절대적 주권에 의존하는 근대 국민국가 체제에 기반한 웨스트팔리아적 국제관계의 질서는 형해화 되었고 각 주권국가 내부의 지방정부들은 그 무덤 위에 새로운 지방주권의 영토를 확인하는 플래그십(flagship)을 세워나가고 있다. 주권국가에 대응할 만한 충분한 자치능력을 지닌 지방정부는 이제 더 이상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자신들의 대외적인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국제화가 진전되기 이전에는 외교에 관한 권한이 주로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어 국제적인 교류협력은 국가 간 외교를 통해서나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세계화·국제화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세계 외교의 무대에는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기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나타나게 되었고 이들 간의 교류협력의 방법과 내용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입장에서는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 국제교류(international exchange), 국제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대외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지방외교(local diplomacy)나 자치외교를 통한 국제관계는 보다 공식적이고 정태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그에 반해 국제교류는 주로 문화적 활동이나 민간차원의 관계 형성을 의미하고, 국제협력은 협력 주체들 간의 사업이나 활동에 초점을 맞춘 적극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같이 아직 지방자치가 중앙집권적 전통에 의해 제대로 제도화되지 못한 국가의 경우 국제관계 차원의 지방정부의 대외관계 형성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의 수준이 아무리 높은 국가라 하더라도 중앙정부는 외교나 군사, 치안 등의 기본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반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사무(위임사무)나 지방정부 스스로 결정한 사무(자치사무)를 수행하게 된다.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는 확실한 역할 구분이 따르며, 이는 지방자치의 수준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지켜지는 준칙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화가 아무리 급속히 진전된다 하더라도 지방정부가 국가, 즉 중앙정부의 고유한 사무라 할 수 있는 외교나 군사, 치안 등과 같은 영역에서 다른 국가와 대등한 행위자로 행세할 수는 없다. 아무리 지방자치가 발달하고 또 세계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국가라 하더라도 지방정부의 국제교류협력이 외교, 군사, 안보의 측면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세계화·국제화의 시대라 하더라도 지방정부의 권한 위임에 대한 요구가 지나칠 때 중앙정부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파국적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최근 스페인 카탈루니아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사태에서 드러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 악화는 그 대표적 사례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어떤 영역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지방정부에게 위임되거나 이양된 국제교류협력의 영역인 것인가?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되는 지방과 지방 간의 교류협력은 너무도 당연히 행정, 경제, 사회, 문화 분야의 교류협력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자치의 수준이 비교적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교류협력의 내용을 교류형태별로 살펴보면 시민·기업 협력형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협정-선언형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가장 흔히 시도되고 있는 국제교류협력의 형식은 자매결연 및 우호도시 교류이다. 지방정부는 자매결연이나 우호도시 교류라는 비교적 쉬운 국제교류협력사업을 통해 외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정보를 교환하거나, 우호친선을 다지거나, 경제교류, 통상,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방자치단체간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그와 같은 국제교류협력을 위한 노력은 최근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표>는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의 변화 추이를 나타낸 자료인데 1960년대 이후 2000년대까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1990년대에 국제교류협력은 1980년대와 비교해 광역자치단체 수준에서는 4.5배 이상,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는 8배 가량 폭증하였다. 2000년대 역시 1990년대와 비교해 큰 폭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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