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PI PeaceNet] 펜데믹 시대, 국제사회는 왜 협력해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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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註] 코로나19 펜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지도 어느덧 1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펜데믹은 여전히 가라앉을 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각종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등장하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2021년 마침내 코로나19 백신의 개발과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펜데믹의 종식을 꿈꿔왔던 인류지만 펜데믹 이후의 시대를 맞이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어 보인다. 백신의 개발과 보급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펜데믹의 종식을 위해 궁극적으로 필요한 요인은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일 것이다. 펜데믹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한 국가가, 혹은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펜데믹 시대를 종식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왜 협력해야 하는가? 또한, 마침내 공식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한국은 펜데믹 시대의 종식을 위해 국제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으며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JPI PeaceNet은 국방부 육군 박기철 중령님의 기고문을 통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알아보고자 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scchung@jpi.or.kr)]
<사진-1> 뉴델리의 코로나 사망자 노천 화장(火葬) 모습 (출처: 연합뉴스 2021. 4. 27)
<그림-1>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사망률과 약물적 개입(PI)과의 상관관계
물론 약물적 개입이 치명률을 낮추고 감염병의 확산을 방지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 다만 그 공헌의 정도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NPI는 개인적 NPI와 집단적 NPI가 있다. 개인적 NPI는 쉽게 개인 위생관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가 격리하기, 악수하지 않기,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이 해당된다. 개인적 NPI는 의지에 따라 개인위생 관리를 어느 수준까지 준수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반면 집단적 NPI는 국가 간 방역 지침에 따라 결정된다. 국경폐쇄, 휴교령, 집회 및 종교 활동 금지, 사적 모임 금지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한국을 포함해 일부 나라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Social Distance Level)’ 등으로 그 수준이 결정되지만 이는 ‘신체적 거리두기 지침(Physical Activity Guideline)’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방역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는 신체 간 물리적인 거리를 2m 이상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것이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개인, 가족, 직장, 사적 모임 등 사회적인 거리를 두라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NPI의 목적은 감염 확산을 최대한 지연시켜 발생 환자의 수를 가용 의료지원 능력 내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림-2 참조)
<그림-2> 일일 환자 발생 수와 가용 의류 지원 능력을 고려한 곡선 평탄화 *출처: 미국 질병관리본부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8614)
중요한 사실은 PI든 NPI든 어느 한 국가의 노력으로만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감염병 확산에 뚜렷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는 각국 정부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백신 접종이라고 강조하며 백신 확보에 사활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과거 PI가 효력을 발생하는 시점. 즉, PI가 시작된 이후, 사망자가 줄어드는 시점은 펜데믹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또한 바이러스의 변이 발생 속도를 고려해보면 임상시험을 거쳐서 안정성과 효과성을 검증해야 하는 PI의 대응은 항상 늦을 수밖에 없다. NPI도 마찬가지다. NPI의 목적은 펜데믹을 종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료지원 능력이 붕괴되지 않도록 환자 수용 여력을 유지하면서 감염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인류가 질병을 정복하고 새로운 바이러스를 박멸한다는 표현은 사실상 현실성이 없는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한 국가가 홀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치료약과 백신을 개발하여 자국민에 우선적으로 접종하고 신체적 거리두기 지침을 철저하게 지킨다고 하더라도 펜데믹 사태를 종식시킬 수 없다. 인도에서 발생한 델타 변이가 순식간에 영국을 삼켜버린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림-3> 코로나 바이러스 평균 변이발생기간(2주)를 적용한 이동경로 추적 유전자 지도 (출처: Medical Life Science News Thomas, 2020. 10. 20)
WHO 대변인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Christian Lindmeier)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국경폐쇄, 여행 및 무역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으며, 국경폐쇄가 모니터링되지 않는 사람, 물건의 비공식적인 국경 이동을 유발하여 오히려 질병의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고 경고하였다. 국경을 폐쇄하면 밀 입국자나 밀수 등 비공식 통로를 통해 ‘검역 시스템’을 우회하는 사례가 증가하기 때문에 방역체계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 미국, 중남미 국가들은 국경폐쇄를 서둘러 시행하였다.
국경 폐쇄는 사실 과학적인 이유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에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미·중 경쟁은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도 더욱 심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 기원, 감염경로 추적, 백신 개발, 또한 펜데믹 극복에 유용한 디지털 거버넌스 체제의 경쟁 등 모든 분야에서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발생 책임에 대하여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으며, 중국은 방역 성과를 강조하며 미국에 대하여 ‘체제우월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특히, 코로나 기원과 관련하여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우한 발원지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오히려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냉동육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과 미군이 생화학무기를 만들다 유출되었다는 외부 유입설을 펼치고 있다.
한편, WHO는 우한 시장에 대한 현장 조사를 두 차례나 실시하였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을 공식 확인하는 데까지 무려 44일이나 경과하여 초기 대응에 실패하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친(親) 중국 행보로 논란을 일으킨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의 리더십으로 인해 미국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WHO 탈퇴 선언 등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하였다. 코로나 발생 책임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 그룹과 중국과 친 중국 성향을 보이고 있는 WHO의 대립으로 확대되어 국제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림-4> 가난한 나라와 부자나라의 인구대비 백신접종 비율 * 출처 : Bloomberg Covid-19 Tracker (https://www.bloomberg.com/graphics/covid-vaccine-tracker-global-distribution/)
최초 인도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4월이었다. 이후 잠잠하다 올해 3월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서부 마하라슈뜨라(Maharashtra)주(州)에서 이중변이가 발생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인도와 교류가 많은 영국은 4월 23일 인도 발 입국자에 대해 국경을 폐쇄하였지만 델타 바이러스는 전체인구의 80%가 1차례 이상 백신 접종을 마친 영국을 순식간에 점령하였고 포르투갈, 독일, 이스라엘, 유럽연합, 미국, 한국 등 전 세계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초국가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시대에 국경을 폐쇄하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자국민에 대해 백신 접종율을 높인다고 해서 바이러스로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79개국 295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코로나19는 지난 20년간 국제사회가 노력해온 세계 빈곤 감소추세를 한순간에 되돌려 놓았다. 응답자의 87%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소득 불평등이 증가하거나 급등할 것으로 예측하였고 56%는 성불평등이 심화될 것이고, 66%는 인종별 불평등이 악화할 것이며 67%는 국가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세계 상위 10위의 억만장자들의 소득은 5,400억 달러가 증가하였고, 1억 2000만 명의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아프리카계 흑인은 백인보다 2만 2천 명이 더 사망하였다.
<그림-5> 세계 백신·면역 엽합(GAVI) 파트너 기관
UNICEF 한국위원회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인도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구호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산소 농축기 3,000개, 병원용 산소 공급기 25대, 진단키트 500개, 열상 스캐너 70개를 제공하였으며 얼굴 가리개 200만 개와 수술용 마스크 20만 개를 추가 지원하고 보건 인력을 현지에 파견하여 인도 정부와 감염 경로 모니터링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의 촘촘한 가치사슬로 연결된 현실에서 국가 간의 협력 필요성은 한목소리로 강조된다. 특히, 의료기기, 개인보호장비, 백신, 치료제 등의 재화에 대한 생산 및 분배에 있어 개별국가의 이익 추구 행위가 가져올 수 있는 불균형적·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통제할 수 있는 독립 상설국제기구의 설립에 관한 논의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펜데믹 종식을 위한 국제협력이 활발해지면서, 이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펜데믹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퍼지고 있다.
인류는 역사상 많은 펜데믹을 극복해왔다. 다만, 우리 세대가 펜데믹을 처음 경험하면서 많은 실수를 했을 뿐이다. 우리는 당황했고, 욕심을 부렸고, 상대방을 탓하고, 공포심에 빗장을 걸어 잠그기도 하였다. 인간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서로 접촉하며 소통하고 사랑을 나눈다. 죽은 자를 땅에 묻고 애도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바이러스는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그 이유로 인해 확산하며, 인간 본연의 속성을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단절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인류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답을 찾을 것이다. 그 답은 “단절과 분리”가 아닌 “연대와 협력”이다. 국제사회가 연대와 협력을 통해서 하나가 될 때, 아폴론은 역병의 화살을 거둘 것이라는 지혜를 깨달으면서, 이제 우리는 길었던 펜데믹 터널의 출구 앞에 서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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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승철 연구위원 편집: 김애리 연구원 박기철 중령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청와대, 국방부, 합참, 육군본부에서 대량살상무기 대응 담당으로 근무하였다.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에서 생물 무기 사찰담당으로 근무하면서 UN 제네바 군축사무소 주관 생물무기금지협약(BWC) 베이징 전문가회의 (2009), 마닐라 회의에서(2010)에서 정부대표로 활동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레짐이론, 레짐효과성,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대확산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레짐의 성패에 관한 연구: 강대국의 실행결정 요인을 중심으로" (동북아논총, 2021), "포스트 코로나19, 넥스트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유엔체제의 역할과 책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21) 등 다수의 논문과 기고문이 있다. 현재 美 8군 사령부에서 대량살상무기대응 계획장교로 근무 중이며 한국유엔체제학회 총무이사로 활동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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