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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I PeaceNet] 펜데믹 시대, 국제사회는 왜 협력해야 하는가?
등록일
2021-10-07
조회수
8
[기획자 註] 코로나19 펜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지도 어느덧 1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펜데믹은 여전히 가라앉을 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각종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등장하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2021년 마침내 코로나19 백신의 개발과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펜데믹의 종식을 꿈꿔왔던 인류지만 펜데믹 이후의 시대를 맞이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어 보인다. 백신의 개발과 보급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펜데믹의 종식을 위해 궁극적으로 필요한 요인은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일 것이다. 펜데믹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한 국가가, 혹은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펜데믹 시대를 종식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왜 협력해야 하는가? 또한, 마침내 공식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한국은 펜데믹 시대의 종식을 위해 국제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으며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JPI PeaceNet은 국방부 육군 박기철 중령님의 기고문을 통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알아보고자 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scchung@jpi.or.kr)]
  1. 아폴론의 화살과 국제사회 불평등의 심화
니콜라스 A. 크리스타키스는 코로나19 펜데믹을 트로이 전쟁에 비유하였다. 『일리아스(Ilias)』 에 등장하는 아폴론은 자신을 섬기는 신관의 딸 크리세이스를 납치한 것에 분노하여 그리스인들에게 역병의 화살을 퍼부었고, 호메로스(Homeros)는 역병으로 사망한 시체들의 화장(火葬) 더미가 끊임없이 타올랐다고 기록하였다. 3000년이 지난 오늘, 인도 뉴델리는 쏟아지는 코로나 사망자를 감당할 수 없어 노천 화장장을 운용하고 있으며 장작더미에 시신을 쌓아놓고 집단 화장을 하는 모습을 공공연히 볼 수 있다. 일리아스에 기록된 역병에 고통받는 인류의 모습이 재현된 것이다. (<사진-1> 참조)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미미한 존재인 바이러스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류가 도도하게 발전시켜온 공중보건 시스템, 생명 연장을 위한 과학과 의학 기술, 질병 예방을 위한 국가 간 공조와 연대를 일순간에 무력화 시키면서 가난한 나라들을 트로이 전쟁의 시간으로 돌려놓았다. 코로나19 펜데믹은 국제사회의 협력과 공조체계를 무너뜨렸다. 국제사회는 “세계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최고의 건강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를 출범시켰으며 WHO는 인류 공동의 노력을 이끌며 천연두를 박멸하였다. 또한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등 새롭게 등장하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국제보건협력을 강화하였으며 백신과 치료약을 공공재로 규정하고 제공함으로써 질병 극복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펜데믹이 시작되면서 WHO는 초기 대응에 문제점을 드러냈으며 리더십의 부재로 국가 간 협력은 실종되었다. 선진국들은 국경을 폐쇄하는 등 빗장을 걸어 잠갔으며 국가 간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국제사회의 불평등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민족주의와 국가이기주의가 고조됨에 따라 사회적 동물인 인간들의 자유로운 이동도 제한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의 내부 붕괴를 가속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새로운 안보 문제를 야기해 어느 순간에는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들에게도 피해를 입힐 것이다.

<사진-1> 뉴델리의 코로나 사망자 노천 화장(火葬) 모습 (출처: 연합뉴스 2021. 4. 27)

  1. 인류가 펜데믹과 싸우는 두 가지 방법
역사적으로 인류는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펜데믹과 싸워왔다. 지난 세기의 놀라운 생명공학과 의학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펜데믹에 대처하는 방법은 트로이 전쟁시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새로운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항체는 늘 새롭게 찾아야 하기 때문에 백신과 치료약을 펜데믹 이전에 준비하여 대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마스크를 쓰고, 인구 밀집을 회피하고 개인 위생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류가 펜데믹에 대응하는 방법은 의약품과 백신 등을 이용한 ‘약물적 개입(PI: Pharmaceutical Interventions)’과 ‘비약물적 개입(NPI: 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백신을 이용한 PI가 실제 사망자 감소에 기여한 정도는 놀랍게도 비교적 크지 않다. 토머스 메큐언(Thomas McKeown)은 ‘질병의 역사’에서 인류가 앓고 있는 질병 중에서 정복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심지어 치료가 가능한 질병들도 의학과 약학발전 덕분이 아니라 경제 성장에 따른 영양과 위생 상태 개선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그림-1>을 보면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사라지는 시점과 PI가 시작되는 시점을 비교하면 PI가 펜데믹을 종식시키는데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림-1>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사망률과 약물적 개입(PI)과의 상관관계

물론 약물적 개입이 치명률을 낮추고 감염병의 확산을 방지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 다만 그 공헌의 정도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NPI는 개인적 NPI와 집단적 NPI가 있다. 개인적 NPI는 쉽게 개인 위생관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가 격리하기, 악수하지 않기,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이 해당된다. 개인적 NPI는 의지에 따라 개인위생 관리를 어느 수준까지 준수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반면 집단적 NPI는 국가 간 방역 지침에 따라 결정된다. 국경폐쇄, 휴교령, 집회 및 종교 활동 금지, 사적 모임 금지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한국을 포함해 일부 나라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Social Distance Level)’ 등으로 그 수준이 결정되지만 이는 ‘신체적 거리두기 지침(Physical Activity Guideline)’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방역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는 신체 간 물리적인 거리를 2m 이상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것이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개인, 가족, 직장, 사적 모임 등 사회적인 거리를 두라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NPI의 목적은 감염 확산을 최대한 지연시켜 발생 환자의 수를 가용 의료지원 능력 내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림-2 참조)

<그림-2> 일일 환자 발생 수와 가용 의류 지원 능력을 고려한 곡선 평탄화

*출처: 미국 질병관리본부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8614)

중요한 사실은 PI든 NPI든 어느 한 국가의 노력으로만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감염병 확산에 뚜렷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는 각국 정부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백신 접종이라고 강조하며 백신 확보에 사활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과거 PI가 효력을 발생하는 시점. 즉, PI가 시작된 이후, 사망자가 줄어드는 시점은 펜데믹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또한 바이러스의 변이 발생 속도를 고려해보면 임상시험을 거쳐서 안정성과 효과성을 검증해야 하는 PI의 대응은 항상 늦을 수밖에 없다. NPI도 마찬가지다. NPI의 목적은 펜데믹을 종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료지원 능력이 붕괴되지 않도록 환자 수용 여력을 유지하면서 감염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인류가 질병을 정복하고 새로운 바이러스를 박멸한다는 표현은 사실상 현실성이 없는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한 국가가 홀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치료약과 백신을 개발하여 자국민에 우선적으로 접종하고 신체적 거리두기 지침을 철저하게 지킨다고 하더라도 펜데믹 사태를 종식시킬 수 없다. 인도에서 발생한 델타 변이가 순식간에 영국을 삼켜버린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1. 빗장을 걸어 잠그는 효과에 대한 평가와 정치적 이유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세계 각국은 국경을 폐쇄하고 국가 간 교류와 협력을 단절시켰다. 하지만 “빗장을 걸어 잠그는 효과”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경을 폐쇄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과 이에 대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유전학 기술은 바이러스의 기본 특성을 이해하고 확산 지역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 유전체 지도 작성의 중요한 장점 하나는 바이러스의 변이체를 정확히 가려내 전 세계 확산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검체를 수집하여 무작위적으로 누적된 돌연변이를 조사하면, 바이러스의 이동 경로를 밝힐 수 있다. (<그림-3>참고) 실제로 2020년 3월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코네티컷에 출현했을 때도 연구자들은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하여 바이러스가 미국 내 또는 해외에서 유래했는지 추적하였다. 검체 9건을 수집하여 유전자 분석을 실시한 결과 코로나 확산에 가장 큰 원인은 해외 바이러스 유입이 아니라 국내 지역사회에서의 감염이었다. 휴교, 재택근무 등 다양한 이동 억제 대책을 추진하더라도 이동자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위험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림-3> 코로나 바이러스 평균 변이발생기간(2주)를 적용한 이동경로 추적 유전자 지도

(출처: Medical Life Science News Thomas, 2020. 10. 20)

WHO 대변인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Christian Lindmeier)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국경폐쇄, 여행 및 무역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으며, 국경폐쇄가 모니터링되지 않는 사람, 물건의 비공식적인 국경 이동을 유발하여 오히려 질병의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고 경고하였다. 국경을 폐쇄하면 밀 입국자나 밀수 등 비공식 통로를 통해 ‘검역 시스템’을 우회하는 사례가 증가하기 때문에 방역체계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 미국, 중남미 국가들은 국경폐쇄를 서둘러 시행하였다. 국경 폐쇄는 사실 과학적인 이유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에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미·중 경쟁은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도 더욱 심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 기원, 감염경로 추적, 백신 개발, 또한 펜데믹 극복에 유용한 디지털 거버넌스 체제의 경쟁 등 모든 분야에서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발생 책임에 대하여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으며, 중국은 방역 성과를 강조하며 미국에 대하여 ‘체제우월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특히, 코로나 기원과 관련하여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우한 발원지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오히려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냉동육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과 미군이 생화학무기를 만들다 유출되었다는 외부 유입설을 펼치고 있다. 한편, WHO는 우한 시장에 대한 현장 조사를 두 차례나 실시하였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을 공식 확인하는 데까지 무려 44일이나 경과하여 초기 대응에 실패하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친(親) 중국 행보로 논란을 일으킨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의 리더십으로 인해 미국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WHO 탈퇴 선언 등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하였다. 코로나 발생 책임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 그룹과 중국과 친 중국 성향을 보이고 있는 WHO의 대립으로 확대되어 국제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1.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심화되는 불평등
세계화와 이를 뒷받침했던 국제기구들의 협력이 후퇴하는 현상은 이미 시작되었고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촉발로 글로벌 공급망과 교역이 감소하면서 탈세계화의 추세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비대면 접촉 활성화로 인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그동안의 국제사회가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펜데믹은 인종, 성별, 종교, 문화를 가리지 않고 전파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평등한 것 같지만 이를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자원(resources)은 매우 불평등하게 분포되어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이 시작되었던 2020년 1월 아프리카 41개국이 보유한 산소호흡기는 2,000대에 불과하였고 한 대도 갖고 있지 않은 나라가 10개국이나 되었다. 반면 미국은 17만 대를 보유하여 대조를 이뤘다. 환자를 돌보는 병상을 살펴보면 방글레데시는 1만 명당 8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1/4, 유럽연합의 1/8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백신 접종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그 불평등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부유한 국가들과 가난한 국가들과의 백신 접종 속도의 차이는 최대 25배에 이른다. 세계인구의 1/5(20.5%)을 구성하는 가난한 나라 52개국은 국민은 전체 백신 중 3.2%밖에 접종받지 못했지만, 전 세계인구의 4.3%를 차지하는 미국은 전 세계 백신 분량의 7%를 접종하였다. 하지만 WHO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2021년 9월부터 세 번째 접종(boost shot)과 5~11세 어린이에 대한 접종을 추진하고 있다.(<그림-4> 참조)

<그림-4> 가난한 나라와 부자나라의 인구대비 백신접종 비율

* 출처 : Bloomberg Covid-19 Tracker (https://www.bloomberg.com/graphics/covid-vaccine-tracker-global-distribution/)

최초 인도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4월이었다. 이후 잠잠하다 올해 3월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서부 마하라슈뜨라(Maharashtra)주(州)에서 이중변이가 발생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인도와 교류가 많은 영국은 4월 23일 인도 발 입국자에 대해 국경을 폐쇄하였지만 델타 바이러스는 전체인구의 80%가 1차례 이상 백신 접종을 마친 영국을 순식간에 점령하였고 포르투갈, 독일, 이스라엘, 유럽연합, 미국, 한국 등 전 세계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초국가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시대에 국경을 폐쇄하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자국민에 대해 백신 접종율을 높인다고 해서 바이러스로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79개국 295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코로나19는 지난 20년간 국제사회가 노력해온 세계 빈곤 감소추세를 한순간에 되돌려 놓았다. 응답자의 87%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소득 불평등이 증가하거나 급등할 것으로 예측하였고 56%는 성불평등이 심화될 것이고, 66%는 인종별 불평등이 악화할 것이며 67%는 국가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세계 상위 10위의 억만장자들의 소득은 5,400억 달러가 증가하였고, 1억 2000만 명의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아프리카계 흑인은 백인보다 2만 2천 명이 더 사망하였다.  
  1. 펜데믹 시대, 국제협력과 한국의 역할
불평등 심화는 가난한 나라들의 내부 붕괴를 더욱 촉진할 것이다.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국가들은 엄청난 난민을 양산할 것이고, 막대한 국가 부채 등으로 재정적 보호막이 붕괴되면 안보, 보건 혹은 에너지 자원이나 기후 문제 등 모든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연대를 심대하게 손상시킬 것이다. 빗장을 걸어 잠그고 교류와 협력을 단절해서는 현재의 펜데믹의 터널을 통과할 수 없다. 탈세계화로 세계 각국이 민족주의와 자국이기주의로 회귀하여 글로벌 거버넌스를 약화시키고 백신을 우선 확보하여 약물적 개입을 독자적으로 앞당기거나, 국경을 폐쇄하고 교류와 협력을 중단하여 비약물적 개입을 강화하여도 펜데믹을 종식시킬 수는 없다. 냉전시기 WHO가 설립되고 10년이 지난 1958년에 이르러 소련 공산당 서기장 흐루쇼프(Khrushchev)는 처음으로 WHO 세계보건총회 이사회에 대표를 보냈다. 소련 정부대표 빅토르 즈다노프(Victor Zhdanov) 박사는 이사회 연설을 통해서 “세계보건증진을 위한 미국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였으며,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천연두 백신의 개척자 에드워드 제너에게 천연두를 박멸하기 위해 편지를 보낸 사실을 인용하면서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하였다. 미국은 이러한 제안에 말라리아를 박멸하려는 미국 주도의 국제협력을 희석시키고 소련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불순한 의도라고 생각해서 협력하지 않았지만, 이후 닉슨 대통령은 흐루쇼프의 제안을 받아들여 천연두 박멸 프로젝트를 지원하였다. 미국과 소련은 서로 협력하여 백신 개발과 대량 생산에 성공하였고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백신 지원을 통해 1980년 천연두를 지구상에서 몰아냈다. 에네즈 마넬라(Erez Manala)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는 미·소의 천연두 백신협력을 냉전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협력 사례라고 평가하였다. 이는 코로나19 펜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베이징과 워싱턴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역사적인 협력 사례이기도 하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강조되면서 한국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제76차 유엔 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인류는 공동체를 통한 집단 지성과 상호 부조에 기대어 수많은 감염병을 이겨내며 공존해 왔으며, 코로나 펜데믹 역시 인류애와 연대의식으로 극복할 것이며 유엔이 그 중심에 설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지구공동체’가 해야 할 당면 과제는 코로나 위기로부터 포용적 회복을 이루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한국은 국제사회와 협력하면서 코백스(Covax)에 2억 달러를 공여하고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의 한 축을 맡아 백신의 공평하고 빠른 보급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약속했다.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국의 역할은 WHO, UNICEF(United Nations Children’s Fund)를 중심으로 기여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WHO 주관으로 저소득국가들에 대한 백신 공급을 목적으로 추진 중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은 총 184개국에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며 이중 한국을 포함한 63개 개별국가와 유럽 29개국은 자체부담으로, 나머지 92개 개발도상국은 세계백신면역연합(Glob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zations, GAVI)에 의해 출범한 ‘선구매 공약 메커니즘(COVAX AMC) 통해 백신을 지원받는다. 한국 정부는 2억 달러를 기여하기로 약속하였으며, 올해 10월까지 베트남에 100만 회분의 백신을 제공할 예정이다. (<그림-5> 참조)

<그림-5> 세계 백신·면역 엽합(GAVI) 파트너 기관

UNICEF 한국위원회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인도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구호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산소 농축기 3,000개, 병원용 산소 공급기 25대, 진단키트 500개, 열상 스캐너 70개를 제공하였으며 얼굴 가리개 200만 개와 수술용 마스크 20만 개를 추가 지원하고 보건 인력을 현지에 파견하여 인도 정부와 감염 경로 모니터링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의 촘촘한 가치사슬로 연결된 현실에서 국가 간의 협력 필요성은 한목소리로 강조된다. 특히, 의료기기, 개인보호장비, 백신, 치료제 등의 재화에 대한 생산 및 분배에 있어 개별국가의 이익 추구 행위가 가져올 수 있는 불균형적·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통제할 수 있는 독립 상설국제기구의 설립에 관한 논의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펜데믹 종식을 위한 국제협력이 활발해지면서, 이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펜데믹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퍼지고 있다. 인류는 역사상 많은 펜데믹을 극복해왔다. 다만, 우리 세대가 펜데믹을 처음 경험하면서 많은 실수를 했을 뿐이다. 우리는 당황했고, 욕심을 부렸고, 상대방을 탓하고, 공포심에 빗장을 걸어 잠그기도 하였다. 인간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서로 접촉하며 소통하고 사랑을 나눈다. 죽은 자를 땅에 묻고 애도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바이러스는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그 이유로 인해 확산하며, 인간 본연의 속성을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단절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인류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답을 찾을 것이다. 그 답은 “단절과 분리”가 아닌 “연대와 협력”이다. 국제사회가 연대와 협력을 통해서 하나가 될 때, 아폴론은 역병의 화살을 거둘 것이라는 지혜를 깨달으면서, 이제 우리는 길었던 펜데믹 터널의 출구 앞에 서 있다. <끝>   참고문헌 김나현. "약자에게 가혹한 코로나19, 국제적 보건의료체계 공조 중요.” 「메디컬옵서버」 (2021. 9. 6) 김윤미. "백신 없는 코로나 19, 최상의 시나리오는 Flattening the Curve.” 『청년의사』, (2020. 3. 17) 김윤구. "미 정보당국, 중국이 코로나 19 통계 축소 은폐했다고 결론.” 『연합뉴스』 (2020. 4. 2) 김진방. "코로나 발병 1년... 중국 발원 ̇책임론 두고 논쟁 여전히 평행선.” 『연합뉴스』 (2020.12. 25) 김진욱. "트럼프 정부 CDC 국장, 코로나,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됐다.” 『한국일보』 (2021. 3. 27)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전문] 문 대통령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청와대』 (2021. 9. 22) 박성용.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인도 아동 ‘코로나19 긴급구호’켐페인 시작.” 「웰페어 뉴스」 (2021. 9. 24) 임소정. "WHO 신종코로나 확산에도 국경폐쇄는 안돼 재차 강조.” 『문화방송』 (2020. 2. 1) 정구연. "펜데믹 시대 디지털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미래.” 『JPI PeaceNet』 2021-15호 (2021. 8. 17) 최현준. "백신 공든 탑 허무는 델타변이... 그래도 믿을 구석은 백신뿐.” 『한겨례』 (2021. 6. 24) Berkhout, Esme et al. "The Inequality Virus: Bringing together a world torn apart by coronavirus through a fair, just and sustainable economy.” OXFAM (January 2021) Christakis, Nicholas A. "Apollo's Arrow.” Little, Brown and Company. New York, 2020. Fauver, Joseph R. et al, "Coast to Coast Spread of SARS-CoV-2 during the Early Epidemic in the United States.” Cell. Volume 181, Issue 5, 28 May 2020. pp. 990-996. Maclean, Ruth and Marks, Simon "10 African Countries Have No Ventilators. That's Only Part of the Problem.” New York Times (2020. 4. 18) Rambaut, Andrew. "Phylogenetic Analysis of nCoV-2019 Genomes.” Virological. March 6, 2020. Randall, Tom "The World's Wealthiest Countries Are Getting Vaccinated 35 Times Faster: Economies with the highst incomes have 40% of the world's vaccinations, but just 11% of the global population.” 『Bloomberg』 (2021. 4. 9) Spinney, Laura. Pale Rider: The Spanish Flu of 1918 and How It Changed the World. New York: Public Affairs. 2017. Yergin, Daniel. The New Map: Energy, Climate, and the Clash of Nations. Penguin Press (2020. 9. 15) Zakaria, Fareed. Ten Lessons For A Post-Pandemic World. W.W Norton & Company, London (2020. 10. 6)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 편집: 김애리 연구원

  박기철 중령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청와대, 국방부, 합참, 육군본부에서 대량살상무기 대응 담당으로 근무하였다.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에서 생물 무기 사찰담당으로 근무하면서 UN 제네바 군축사무소 주관 생물무기금지협약(BWC) 베이징 전문가회의 (2009), 마닐라 회의에서(2010)에서 정부대표로 활동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레짐이론, 레짐효과성,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대확산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레짐의 성패에 관한 연구: 강대국의 실행결정 요인을 중심으로" (동북아논총, 2021), "포스트 코로나19, 넥스트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유엔체제의 역할과 책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21) 등 다수의 논문과 기고문이 있다. 현재 美 8군 사령부에서 대량살상무기대응 계획장교로 근무 중이며 한국유엔체제학회 총무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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