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PI PeaceNet] 빈곤과 평화: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한 국제협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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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註] 두 번째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 국제사회는 식량, 교육, 보건, 젠더 분야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상식적인 빈곤문제들을 종식시키기 위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이하 MDGs)를 수립하였고, 그 종료시점인 2015년 극빈 인구수를 절반으로 낮추는데 있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리고 2015년, 2030년까지를 목표 시한으로 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0년 12월 세계빈곤연구소(World Poverty Map)가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세계 극빈 인구수는 약 7억 2천 7백만명(2020년 12월 기준)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인구 약 10%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수치는 떨어지기는커녕 초침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데, 이러한 빠른 극빈 인구수 증가는 COVID-19이 빈곤국가들에게 특히 취약하다는 분석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1] 이러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1986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법 공포를 시작으로 유상원조를 그리고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설치를 시작으로 무상원조를 본격적으로 실시하였고, 2010년 원조 선진국 그룹인 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 회원 자격을 획득함으로써 명실상부 원조 선진국 그룹이 되었다. 이후 2021년 해외원조 예산은 4조 793억 원으로 절대규모로 29개 DAC회원국 중에서 15위 수준을 기록할 만큼 성장하였다. 특히 SDGs의 채택과정에서 과거 MDGs 수립과는 다른 위상과 역할을 하였으며, 이후에도 국제사회의 국제개발협력 주요 논의에 참여하며 규범 및 의제 선도 국가로서 위상과 기여를 강화해 왔다. 또한 SDGs 채택과 함께 인도적지원과 개발지원 유기적 연계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넘어 이 두 요소와 평화구축이라는 요소를 접목한‘인도주의-개발-평화(Humanitarian-Development-Peace Nexus, HDP Nexus)’접근법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는데, 분단 상황 속에서 평화 이슈에 민감한 우리 정부는‘평화 ODA’를 국제협력에서 주요 사업 모델로 채택하였다. 이러한 최근의 논의에 대한 학습과 함께 짧은 기간 빠르게 성장한 한국 대외원조의 양적, 질적 측면 뿐만 아니라 사업 유형, 전달 방식 등 여러 측면에서 관찰되는 주요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빈곤의 원인에 대한 이해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 수단으로 어떠한 원조가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주요 원조 정책결정 및 집행에 참여하는 행위자와 기관의 접근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실제로 외교적 관점에서는 원조는 글로벌 공공재이자 소프트파워로써 외교의 한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며, 경제적 관점에서는 공여국의 수출 시장 개척 및 기업의 대 개도국 진출을 위한 마중물 같이 경제적 이익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II. 빈곤의 원인과 해결 수단으로써 원조에 대한 인식 그렇다면 빈곤과 원조 이슈가 국제정치 무대의 주요 이슈로 등장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조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빈곤의 근원적인 이유는 무엇이며,[2]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제프리 D. 삭스(Jeffrey D. Sachs)는 2005년 ‘빈곤의 종말(The End of Poverty)’을[3] 통해 빈곤의 원인을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근저에 배태된 혹은 외부에 의해 주입・형성된 복합적 결과물로 분석한 가운데,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된 원조마저도 불완전했기 때문에 지금의 빈곤이 지속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과감하고 새로운 형태의 원조를 주장하였다. 반면 삭스의 ‘빈곤의 종말’ 출판된 지 4년 후인 2009년, 담비사 모요(Dambisa Moyo)는 ‘죽은 원조(Dead Aid)’를[4] 통해 삭스와 다른 빈곤의 원인과 해결책, 즉, 아프리카 빈곤의 원인이 ‘원조’ 자체에 있다고 보고 이 원조를 끊는‘충격요법’을 통해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 하였다. 시간적 측면에서 보면 삭스가 원조를 늘려야 한다는‘빈곤의 종말’이 읽은 아프리카 잠비아 출신 모요의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삭스가 주장한 원조의 확대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삭스는 규모와 원조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며 대안적 원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삭스는 모요와 달리 차관은 부채의 문제를 일으켜 경제발전의 사다리에 오르지 못하게 한다고 보고 무상원조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수치적으로 엄밀히 분석하여 실제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가 너무 미미했다고 보며, 이에 대한 부국과 잘못된 발전 정책 처방을 내린 IMF, 세계은행의 원조 정책을 신랄히 비판한다. 결론적으로 삭스는 부국과 국제금융기구가 원조의 규모를 획기적으로 확대 혹은 최소한 부국이 GNI 대비 0.7%까지 확대하기로 한 약속 이행을 통해 빈곤국가들로 하여금 ‘경제발전 사다리’의 첫 단계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부국의 사명이라고 주장한다. 삭스가 빈곤의 원인을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지리적,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자고 했다면, 모요는 작금의 아프리카 빈곤의 원인에 원조가 있다는 돌직구 같은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또한 부패한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차관과 무상원조를 사실상 같은 것으로 보고 무분별하게 사용한 결과 지금의 빈곤상태에 빠지게 되었다고 보고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시킨다. 모요도 삭스와 같이 ‘경제발전 사다리’ 개념을 사용하나, 아프리카로 하여금 경제발전의 사다리를 못 오르게 만든 것이 원조라고 주장한다. 모요는 수치상의 아프리카 원조규모에 대해서 엄밀한 분석을 통해 발표된 원조 수치와 달리 실제로 이 원조가 아프리카나 빈곤국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삭스와 달리, 해당 수치상의 원조를 그대로 받아들여 막대한 원조가 제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로 원조가 아프리카를 병들게 했다고 보고, 이러한 원조를 중단하는 ‘충격요법’이 있어야만 비로소 아프리카가 스스로 발전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주장한다.[5] III. 평화 ODA 2.0 구상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삭스와 모요는 둘 다 이론가를 넘어서 매우 열정적인 실천가이다. 때문에 이 두 저서는 책의 말미에 다르지만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들 메시지의 이행을 위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삭스는 양질의 대규모 원조가 필요하며 국제사회는 약속한 0.7% ODA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모요는 아프리카를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원조를 중단하고 시장경제 메커니즘에 기반한 대안적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최근 2025년 까지 우리 정부의 해외원조 방향성을 결정짓는‘제3차 국제개발협력기본 계획’수립에 참여한 바 있다. 원조 계획인 만큼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는 모요의 주장에 반하는 연구에 참여한 것이 되겠으나, 모요는 원조 보다는 개도국의 무역 촉진과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력을 대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는 점에서 원조를 완전히 부정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3차 기본계획에서 우리 정부는 향후 10년간 경제력에 맞게 ODA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OECD DAC 평균 수준까지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포함하였다.[6] 이 목표만 놓고 보면 삭스는 경제적 부국들이 GNI 0.7%를 달성해야 빈곤의 종말이 가능하다고 하였는데, 정작 2030년까지 우리의 목표는 OECD DAC 평균인 0.3%에 맞추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우리 정부의 ODA 규모를 현재 수준(0.16%)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던 과정이었는지 알기 때문에 삭스 앞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싶다. 하지만 인류 인구의 6분의 1이 극빈계층의 삶을 사고 있는 현실 가운데 부국은 0.7%를 원조에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충분한데도 이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삭스의 따가운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IMF와 세계은행 그리고 주요 공여국이 보여준 위선적 모습을‘그림자 연극’에 비유한 것처럼, 우리는 UN 무대에서 SDGs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우리의 이익과 현실을 이유로 자기합리화적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않은지 자문해 보게 된다. 아울러 원조 중단이라는 충격요법을 주장한 모요의 정책은 현실 세계에서는 이행되기 어려운 제안처럼 들린다. 하지만 후발 원조 국가로서 원조 정책의 양적, 질적 발전을 꾀하고 있는 우리에게 모요가 주장하는 원조의 효과와 폐해에 대한 반성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모요의 관점에서 우리의 원조가 수원국의 빈곤문제를 더욱 심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관성에 젖어 효과 없는 원조에 매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의 원조가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그렇지 못하다면 무엇이 문제이며, 이러한 제반 평가를 바탕으로 우리의 원조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성을 재설정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 모요의 연구는 관성에 젖어 있는 원조정책 연구자, 정책가 그리고 원조기관에 새로운 성찰의 화두를 던지기에 충분하다. 특히 모요가 원조의 대안으로 제시한 자본시장, FDI, 무역, 송금, 저축, 소액금융, 발전 지향적 정부 등의 어젠다는 원조의 효과성 제고를 위한 우리 정부 부처들의 끊임없는 논쟁의 핵심 주제들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또한 이러한 접근법은 단순히 논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대외원조 정책에서‘무역을 위한 원조(Aid for Trade)’접근법에 기반하여 다양한 유형의 사업으로 개도국의 무역 역량강화를 위한 원조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개도국 이주노동자의 송금 장애물 완화(온라인 송금 앱 개발) 및 수수료 완화, NGOs 등을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소액금융 관련 사업 그리고 개도국의 발전 역량강화를 위한 지식컨설팅(KSP, DEEP 사업 등) 사업 등은 모요의 진단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의 대외원조 정책은 삭스와 모요의 접근법을 둘 다 준용하고 있는 셈이다. 인도적지원과 개발지원에 초점을 맞춘 삭스와 모요의 논쟁 이후, SDGs의 채택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HDP Nexus 접근법 또한 국제사회의 주요 아젠다이다. 우리 정부도 HDP Nexus 논의에 편승하여 베트남 등 과거 분쟁지역에서 평화활동의 일환으로 대인지뢰를 제거하고, 지뢰 피해자에 대한 인도적지원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농가소득 창출을 지원하는‘평화 ODA’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역재건 위주의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PKO(평화유지군) 역시 대표적인 HDP Nexus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원조 규모 15위로 우뚝 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모범적인 원조 공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개발, 평화 관련 논의에 있어 글로벌 국제협력 선도국가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더욱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사업모델의 발굴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즉 베트남의 대인지뢰 사업이‘평화 ODA 1.0’이라면 새롭고 발전된‘평화 ODA 2.0’모델 발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 빈곤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필독서로써 동 비교서평의 저자인 제프리 삭스와 담비사 모요 외에 최소한 두 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더 있다.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김원기 옮김 (서울: 갈라파고스, 2013)/Amarty Sen, Development as Freedom (New York: Anchor Books, 1999);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이순희 옮김 (서울: 생각연구소, 2012)/Abhijit V. Banerjee & Esther Duflo, Poor Economics (New Yok: Public Affairs, 2011). [3] 제프리 D. 삭스, 『빈곤의 종말』, 김현구 옮김 (서울: 21세기 북스, 2006)/Jeffrey D. Sachs, The End of Poverty: Economic Possibility for Our Time (London: Penguin Group, 2005). [4] 담비사 모요, 『죽은 원조』, 김진경 옮김(서울: 알마, 2012)/Dambisa Moyo, Dead Aid: Why Aid Is not Working and How There Is Another Way for Africa (London: Penguin Books, 2009). [5] 문경연.“‘빈곤의 종말’vs ‘죽은 원조’: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한 지식인들의 논쟁,”『국제정치논총』 60권 4호 (2020), 461-498. [6] 정부가 원조 규모를 정권 임기 안에 국력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편집 : 김서연 인턴
문경연은 현재 전북대학교 글로벌융합대학 국제인문사회학부 부교수로,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과 영국 크랜필드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제개발협력 및 북한개발협력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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