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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I PeaceNet]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이후: 아프리카 외교의 발전형 국가 모델
등록일
2024-07-29
조회수
10

[기획자 註] 본고는 지난 6월 초에 개최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로 만들어진 모멘텀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생각해본다. 한국은 2022년에 발표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외교적 지평과 영향력을 아프리카까지 확대하겠다는 방향성을 수립한 바 있으며,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對아프리카 외교는 타지역, 그리고 강대국을 대상으로 한 외교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며, 본고를 통해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기획: 박동준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djpark@jpi.or.kr)]
 



서론
: -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종료하였다. ‘한국과 아프리카가 함께 만드는 미래: 동반성장, 지속가능성, 그리고 연대’를 주제로 열린 2024 한국-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와 최초로 진행한 다자정상회의였다. 한국 언론은 “아프리카 54개국 중 쿠데타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약을 받고 있지 않은 나라 48개국 모두 참석하였으며, 이 중 25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날씨마저 도왔다,” “아프리카 대통령과 배우자가 한국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냈다,” 등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흥행’을 중심으로 보도하였다.
 

물론, 참석자의 수를 성공적 개최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번 정상회의는 성공적이었다.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일대다(一對多) 형식의 외교 행사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잃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다자외교가 이탈리아에서 진행되었는데, 이때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이런 형식의 외교에 반감을 표시하면서 당시 본인은 이탈리아와 지척에 있는 프랑스에 머무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참석한 정상급 인사의 숫자만으로 아프리카가 다른 나라보다 한국과의 협력에 더 적극적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정상급 인사가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상대국과의 협력에 더 적극적이거나 혹은 소극적이거나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아프리카 국내정세를 포함한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G20의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이며 국제정치 무대에서 아프리카를 대변하는 중요한 국가이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국의 대아프리카 수입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수입 대상국이며, 우리의 대아프리카 주요 수출 대상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유치’하는 데 실패하였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일주일 전에 총선이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즉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우리와의 협력에 적극적이지 않아서 참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국에서 벌어지는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지 않은 것이고, 이는 다른 여러 나라의 대표들이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 비슷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분명 흥행에 성공하였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외교관계자 뿐 아니라, 학계, 기업 등의 전방위적 노력의 결과다. 또한, 이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긍정적이고 진심이 담긴 민간 교류의 결실이기도 하다. 더불어 한국의 기술력, 문화상품, 성공적인 코로나 대응은 아프리카 각국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한국에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부상하고 있는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보편적인 아프리카 사람뿐 아니라 아프리카 정치 엘리트들에게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1)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유의미하다. 정부는 한국과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이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동반자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우선 협력 분야로 △교역 및 투자 △글로벌 도전과제 대응 △지속가능한 인프라 △직업훈련 및 교육 △디지털 전환 및 과학기술 △상호 이해 및 교류 증진 △평화·안보 등 7개 분야를 선정하였다. 농업을 중심으로 한 식량 분야협력, 디지털 협력, 핵심광물 협력, 무역과 투자의 확대, 학자간 교류 및 기술 협력을 통한 인적자본에의 투자와 교류 등 전략적 분야를 명확히 하고 협력 분야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아프리카 정상회의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나아가,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한국 외교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2006년 노무현 정부의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시작으로 한국과 아프리카의 정기적인 모임이 제도화되었다. 그리고 이번 2024 회의를 ‘특별’ 회의로 격상시키겠다고 한 것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한국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을 약속하였고, 그해 12월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였다. 이는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따르겠다는 외교적 방향을 표명한 것이라는 점에서 영국, 호주,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인도-태평양 전략 보유한 다른 국가들과 공통점을 지닌다. 반면, 한국의 인도-태평양은 특이성을 갖는데, 그것은 한국이 인식하는 지역적 범위에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지리적 범위를 아세안과 인도를 중심으로 설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의 범위를 동일하게 설정하고 있지 않다.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인도-태평양 지역인가?’라는 외교적 지도는 개별 국가의 외교적 상황과 목적 따라 다르다. 그리고 이는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의 아프리카 포함 여부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부 아프리카 및 남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들은 인도양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속한다. 그러나 인도-태평양 전략이 아프리카까지 확장되어 있는지는 인도-태평양 전략 국가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프리카를 언급하지 않는다. 해양안보,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 그리고 기후변화를 이유로 아프리카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하지만, 호주의 공식적인 인도-태평양 전략 또한 아프리카를 포함하지 않는다. 영국 역시 2022년 ‘인도 태평양 중시 정책(Indo-Pacific Tilt)’를 발표하면서, ASEAN, 호주 등의 국가와 협력을 더욱 강조하고 중국의 공격적 외교를 제지할 의향이 있음을 보였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없다. 이는 경제력 및 군사력의 약화로 유럽의 지역 중견국으로 격하된 영국의 현실에 맞춰 외교력을 유럽-아시아 지역으로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2)
 

반면 한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설정에는 아프리카가 명확하게 포함되어 있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동부 아프리카와 남부 아프리카에서 인도양을 접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 10개국(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모잠비크, 남아공, 모리셔스, 마다가스카르, 코모로, 세이셸)을 포함한다. 외교 관계자는 이 10개국으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 10개 나라를 관문(gateway)으로 활용하여 아프리카 전체를 우리 인도-태평양 전략에 포함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한국의 외교적 지평을 아프리카까지 넓히고 이 지역까지 외교적 자원을 활용하겠다는 한국 외교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이러한 한국 외교의 방향성과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아프리카 정상회의 공동선언문과 아프리카 외교의 방향성

이러한 외교 방향성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채택되어 발표된 공동선언문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공동선언문은 “1950년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6.25 전쟁 당시 소중한 참전과 지원을 계기로 시작된 한-아프리카 관계가 호혜적 협력관계로 발전해 왔음을 높이 평가한다. 선언문은 “우리는 상호 신뢰, 연대 및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양측간 파트너십의 특별함에 기반하여 한국과 아프리카가 새로운 차원의 전략적 협력을 구축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로 시작한다. 이는 한국과 아프리카 관계의 정체성, 그리고 차별성을 보여준다. 과거 아프리카는 한국을 먼저 도와줬으며, 이는 오늘날 우리의 아프리카 기여 외교를 호혜적으로 만든다. 이는 한국과 아프리카 모두 식민주의를 겪은 역사적 남반구라는 공통적 정체성에 기인하는데, 이는 한국 외교의 차별성과 철학을 명시하는 좋은 시작이다.
 

공동선언문에서 ‘기후변화, 식량 불안정, 분쟁, 보건 위기, 에너지 위기,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라는 우선 과제를 언급한 것은 향후 한국-아프리카 외교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제에 중점적으로 외교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국가의 여러 정책간 정합성을 높이고, 효과적 외교활동을 항상성 있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공동선언문 내용은 주제인 ‘함께 만드는 미래: 동반성장, 지속가능성 그리고 연대’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체화되어 있으며, 선언문은 2030년까지 약 140억 불의 수출금융을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게 제공하고, 아프리카 ODA 규모를 1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함께, 2026년 한-아프리카 외교장관 회의에서 차기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약속으로 마무리한다.
 

선언문은 향후 한국의 정책 우선순위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지속적인 외교적 의지를 표명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아프리카와 일대 다자간 외교협의체를 가장 먼저 시작한 일본의 경우, 이러한 선언문을 통해 공약(commitment)과 자국의 아프리카 정책방향을 전반적으로 제시하고, 각 정부 기관이 이 청사진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54개국에 조화롭고 통일성 있는 외교를 효율적이고 지속성 있게 진행한다는 강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구체화된 공동선언문을 통해서 한국 아프리카외교의 효율성, 효과성, 지속성을 추구해야 한다.
 

아프리카 무역 비중이 아직 낮다는 이유로 아프리카 외교의 중요성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아프리카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 1.4% 수입 1.2%로 높지 않다.3) 그리고 그 구조는 아프리카의 자원과 한국의 기술 집약적 제조 역량을 활용한 상품간 교환으로 교역의 보완구조가 뚜렷하다. 우리의 아프리카 수출의 절반 이상이 자본재이고 수입의 절반 이상이 1차 산품이다. 최근 아프리카의 교역 대상국은 지속적으로 다변화되는 추세이다. 기존 전통적인 교역 대상국인 중국, 프랑스, 미국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아랍에미리트(UAE)나 한국과 같은 새로운 교역 대상국들과의 교역 규모가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은 역내 무역 파트너를 제외하면 17번째 큰 수출 대상국이며 13번째로 큰 수입 대상국이다.

현재 교역량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아프리카와의 교역의 중요성은 크다. 중국은 핵심 광물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 중 하나인데, 최근 미중 갈등으로 중국 자원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아프리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아프리카 경제의 지속적 성장, 아프리카의 젊은 인구 등의 요인도 아프리카와의 교역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감안해야 하는 요인들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모로코, 탄자니아, 케냐 3국과 경제동반자협정(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EPA)을 추진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경제동반자협정은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과 같은 시장개방을 포함한 공동번영과 협력을 강조하는 통상협정으로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아프리카 외교는 늦은 감이 있다. 미국의 로비토 회랑(Lobito Corridor)은 좋은 예이다. 로비토 회랑은 대서양에서 콩고민주공화국과 잠비아와의 국경에서 시작하여 앙골라를 횡단하는 1,300km의 철도 노선이다. 녹색 및 청정 에너지 기술, 특히 EV 배터리 가치 사슬 제품과 관련된 경제적 가치가 증가하면서 미국은 2023년 로비토 회랑을 건설하기 위해 관련 아프리카 국가에서 다양한 양해각서(MoU)와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간 미국과 유럽에서 외면하던 아프리카의 인프라 구축은 오랫동안 중국의 주도로 이루어졌는데,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로비토 회랑을 통해 미국이 다시 아프리카의 인프라 개발에 참여한다고 선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로비토 회랑 프로젝트는 현재 난관에 봉착하였다. 2024년 타당성조사 결과, 로비토 회랑이 지나가는 길에 위치하는 광산의 대부분이 이미 중국의 소유나 관리하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70년대 아프리카에서 탄자니아와 잠비아를 이어주는 타자라(TAZARA) 철도를 건설하였으며, 이를 통해 내륙 국가인 잠비아는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구리 생산 및 수출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이 철로는 최근에는 콩고민주공화국의 핵심 광물인 코발트의 주요 수출 경로이다. 중국은 철도를 건설함으로써 자국이 필요한 구리나 코발트 등 원자재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아프리카는 이를 통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중국은 또한 현재 일대일로 핵심 사업의 일환으로 인도양 연안과 내륙의 동아프리카 국가들을 새로운 표준궤 철도로 연결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과 핵심 산업의 많은 부분이 겹치는 한국의 경우, 이 핵심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광물 확보가 중요하다. 로비토 회랑의 교훈이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이다.


발전형 국가 모델 기반 아프리카 외교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제도와 행정은 발전형 국가(developmental state) 모델의 습성이 남아있다. 강력한 컨트롤타워 혹은 파일럿 에이전시(pilot agency)가 중심이 되어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목표치를 설정하며, 재원을 분배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발전형 국가 모델은 성공적으로 한국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었던 모델이다.4) 그러나 이와 같은 발전형 국가 모델은 제품생산 위주의 산업 구조에서 지식산업, 창조산업의 역할이 증가하는 오늘 한국의 산업 구조에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다고 여겨진다.
 

발전형 국가 모델은 비단 산업구조 변화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데, 특히 우리의 아프리카 외교에서는 효율적이며 효과적일 것이다. 아프리카는 54개국의 다양한 나라로 구성되어 있으며, 비평가들은 ‘아프리카는 국가가 아니라 대륙이므로 개별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외교에서 아프리카 54개국을 개별적으로 상대할 재정적, 제도적, 인적 역량은 부족하다. 또한, 한국의 대표적인 아프리카 외교로써 개발 협력이 추진되고 있지만 개발협력 역시 유상과 무상 개발 협력의 분절화, 그리고 정부기관 및 부처별 프로그램의 분절화가 큰 것이 제약으로 작용한다.5)
 

보다 근본적으로, 아프리카 외교의 주제는 다양할 뿐 아니라 많은 경우 강대국 외교와 상이하다. 난민, 개발 협력, 식량안보 협력, 기후변화 대응, 해적 등의 문제는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특수한 프레임워크(framework)를 통해 이해해야 효과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특수 분야 협력은 한국과 아프리카 간에 더 보편적인 무역 협력, 지하자원 협력, 국제기구 안에서의 협력의 근본이 된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외교는 한국 전체 국가 이익의 정합성이라는 큰 관점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더욱 요구된다.
 

한국 발전형 국가 모델에서 경제기획원은 파일럿 에이전시의 역할을 하는 핵심이었다. 이처럼, 아프리카 외교에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외교 주제와 외교 주체를 총괄하고, 조율하며, 이를 위한 재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하여 하나의 아프리카 외교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아프리카 외교를 위한 파일럿 에이전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파일럿 에이전시는 지역에 대한 이해, 경쟁국가들의 아프리카 외교에 대한 이해, 그리고 우리 산업의 경쟁구조에 대한 이해, 그리고 우리가 처한 국제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을 어우를 수 있도록 옛 경제기획원보다 더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UN 총회 투표의 28%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아프리카 대륙과의 지속적인 신뢰 관계는 중요하다. 한국 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아프리카에 공을 들인 북한은 1970년대 당시 UN 무대에서 남한을 제치고 북한이 한반도의 정통성 있는 국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6) 북한의 아프리카 외교가 뚝배기 외교였다면, 한국은 냄비 아프리카 외교였다. 줄곧 투표 직전 이벤트성 외교에 급급했던 한국은 국제기구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였다. 앞으로도 한국-북한, 한국-일본, 한국-중국 간에 영토 문제를 비롯한 민감한 이슈들이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에 회부될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과 안정적인 신뢰의 구축이 필요한 이유이다.
 

한국은 아프리카 외교에서 후발주자이며, 경험이 많은 국가들에게 배울 부분도 많다. 일본은 그 대표적인 나라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만의 강점을 활용하여 접근해야 한다. 과거 식민 경험의 동질성 그리고 현재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막강한 소프트 파워는 한국 아프리카 외교의 엄청난 자산이다. 54개국을 바라보면서 분절화된 아프리카 외교 전략을 하나의 방향으로 아우를 수 있는 한국 아프리카 외교의 발전형 국가 모델을 제안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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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수원. 2024. “아프리카에서 누가 한국을 매력적으로 보는가?” 『아프리카 위클리 2024-25호』 한-아프리카 재단. 2024년 5월 29일, https://www.k-af.or.kr/load.asp?subPage=731.View&searchValue=%EC%8A%A4%ED%83%80%ED%8A%B8%EC%97%85&searchType=content&page=1&idx=8300.
2) James Crabtree, “Britain’s Surprisingly Enduring Tilt to Asia.” Foreign Policy, April 11, 2023, https://foreignpolicy.com/2023/04/11/uk-britain-tilt-indo-pacific-asia-strategy-review-aukus-cptpp-geopolitics/.
3) 양지원, 김나율, 허슬비. “Trade Focus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 기념 한-아프리카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 한국무역협회(KITA), 2024년 5월 29일, https://www.kita.net/researchTrade/report/tradeFocus/tradeFocusDetail.do;JSESSIONID_KITA=08BC3F87FDA5840FCFAE3ABFA27A175F.Hyper?no=2601.
4) Suweon Kim, “Aggressive yet Benign: Korea’s Engagement in Creative Industries in Africa,”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Policy 26, no. 7 (2020), pp. 929-941.
5) Suweon Kim, “The Misadventure of Korea Aid: Developmental Soft Power and the Troubling Motives of an Emerging Donor.” Third World Quarterly 40, no. 11 (2019), pp. 2052-2070.
6) Suweon Kim, “Dynamics of Korea-Africa cultural engagements,” in Y Chang eds., South Korea's Engagement with Africa: A History of the Relationship in Multiple Aspects (Singapore: Palgrave Macmillan, 2020), pp. 133-158.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김수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국제학과 조교수)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웹스터 대학교 아크라 캠퍼스에서 국제관계학을 강의하였으며, 2020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국제학과에 재직 중이다.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 대학 아프리카 아시아 연구센터 공동 연구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국제정치경제, 아프리카-아시아 외교 관계, 문화를 활용한 개발협력과 공공외교 등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한다. 지구 남반구의 디지털 격차를 남남 연대감과 짜증이라는 감정의 관점에서 분석한 논문 Almost South-South solidarity: The frustration of K-pop fans (but not true fans) in South Africa,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Studies, 26(5): 518-535 을 최근 출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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