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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PI PeaceNet] 바이든 정부의 평화인식과 한반도 평화정책
    저자
    민태은(통일연구원)
    발간호
    2021-26
    [기획자 註] 정책의 구상에 있어 정책결정자의 인식이 미치는 영향은 중요하다. 안보정책은 정책구상에서 비롯되고 이는 정책결정자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인식에 기댈 것이다. 안보와 평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일국의 대외관계 관련 투입과 산출의 함수로 간주될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는 한미동맹을 기초로 유지가 되고 있는 바, 미국 바이든 정부의 평화인식과 그에 기반한 한반도 정책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JPI의 PeaceNet은 민태은 박사의 기고문을 통해 바이든 정부의 글로벌 평화인식과 한반도에 대한 평화인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기획: 임해용 연구위원(haeyonglim@jpi.or.kr)]    바이든 정부의 평화인식 바이든 정부는 중산층에 경제 및 안보 실익을 가져오는 평화에 방점을 두고, 이러한 평화를 가져오는 수단으로 협정과 같은 약속에 기반한 외교와 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을 이러한 미국의 실익을 유지·확보하는 주요 승부처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든 정부의 평화에 대한 시각은 오바마 정부에서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평화인식은 바이든 정부보다는 더 적극적이다. 구체적으로 오바마 정부의 평화인식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한 무력 사용에 대한 반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모순적으로 오바마 정부는 전쟁이 평화를 가져오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도 보았다. 구체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양립 불가능한 ‘전쟁과 평화’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국의 과제라고 보고 “보다 실질적이고, 성취할 수 있는 평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 뒤에는 소위 ‘적극적 평화’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즉 오바마 대통령은 평화를 전쟁의 부재를 넘어선 개념으로 이해했다. 그는 참된 평화는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뿐 아니라 빈곤과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라고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정의로운 평화는 경제적 안위와 기회 즉 인권을 포괄해야 한다. 그래서 오바마 정부는 개인의 권리와 위엄이 존중되는 토대 위에서만 정의로운 평화가 구축될 수 있으며 이러한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규칙과 법률을 위반하는 국가들의 폭력에 대처할 강력한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큰 틀에서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계승한다고 알려진 바이든 정부 평화인식은 보다 실익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성향을 띄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평화인식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징이 보인다. 첫째, 바이든 대통령은 실리주의적 평화인식을 가지고 있다. 평화가 미국과 미 중산층의 실질적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외교정책 첫 브리핑에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의 목표는 국민이 평화, 안보, 번영 속에서 살게 하는 것으로, 이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미국이 추구하는 대외정책은 국내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미국의 외교정책은 근본적으로 미국 노동자 계층으로 대표되는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맹 강화를 통한 외교정책이 필요한 이유가 미국의 경제 성장을 위한 투자 환경 조성, 공정한 거래 그리고 정당한 보호가 이루어지는 국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미국과 자국민의 이익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정책 기조는 현재까지의 대중 정책이나 인도-태평양 정책 뿐 아니라 국제평화 문제에서도 확인된다.  사실 바이든 정부 이전에도 미국은 실익을 고려해 왔다. 그러나 같은 민주당 출신의 클린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코소보 사태 개입과 ISIS에 대한 군사개입 결정에는 각각 발칸에서의 인권유린과 중동에서 집단학살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코소보와 이라크의 평화구축 경험은 바이든 정부가 보다 실용주의적 평화인식을 갖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 유혈사태가 심각해지는 동안에도 중국 견제 측면에서 시급성이 덜한 대만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바이든 정부의 실익중심의 평화인식이 국제평화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 관여 여부를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바이든 정부의 인식은 지난 8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과정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미군 철수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권력 공백으로 이어져 아프간인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이유가 그곳에서의 미군 주둔이 더 이상 국익에 기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둘째, 바이든 정부의 평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중동과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중동에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취임 초기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미국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아랍의 평화를 구현하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평화의 기반이 된다는 그의 입장을 중동문제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평화는 이라크와 시리아가 민주화 됨으로써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중동과 더불어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가 미국의 대외정책의 승부를 결정짓는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감행한 이유도 바이든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 의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바이든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목표로 하는 ‘평화’의 모습은 역내 국가들이 민주주의에 기반해 미국이 중시하는 가치와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외교적 도전인 중국에 대한 견제가 있다. 바이든 정부가 쿼드를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 강화 및 국제 공조에 힘을 쏟는 핵심 이유다.  사실 바이든 정부의 쿼드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트럼프 정부의 관련 전략을 계승한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쿼드는 2007년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안보 대화에서 처음 논의된 구상이다. 이후 논의가 중단되었다가 2017년 말, 트럼프 정부에서 논의가 재점화되었다. 그런데 당시 중국은 이를 자국에 대한 봉쇄로 인식하고 크게 반발했다. 즉 중국은 쿼드를 ‘안보’구상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북한과 중국이라는 지정학적 제약 속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마련하는 우리 정부 역시 당시 쿼드를 미중경쟁과 관련된 안보 네트워크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2017년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참여를 요구했을 때 우리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인 배경에는 이러한 시각이 있었다.  반면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비전에서 소위 비안보, 비군사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 목표가 역내 국가들과 안보 외에 신기술, 환경, 기후변화, 불평등, COVID-19와 같은 보건 문제 등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력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쿼드의 경우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 복합체 설립 구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쿼드가 군사‧안보 구상에 국한된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미국의 이러한 조심성이 엿보였다. 당시 양국정상은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함께 조율하기로 합의했지만 쿼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 한미정상은 남중국해 및 주변 수역에서 평화, 안정, 합법적이고 자유로운 교역, 그리고 자유 항해 및 비행을 위한 국제법 존중을 위해 양국이 노력한다는 다소 원칙적인 틀에 대한 상호 공감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회담을 마무리 지었다. 이러한 한미정상회담 내용은 쿼드가 안보 네트워크로 인식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쿼드를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복합 네트워크 수립 전략은 미국의 안보 개념 확장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시 말해 현재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전통적 의미의 안보와 비안보의 경계를 허무는 포괄적인(comprehensive) 안보 네트워크 구축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는 군사, 경제, 외교, 신기술, 과학 방면의 통합적 접근으로 달성 가능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덧붙여 강압적이고 공세적인(coercive and assertive) 중국에 맞서기 위해서는 이러한 접근이 불가피함을 강조하고 있다. 즉 전방위적 안보 복합체의 구상과 추진 배경에는 급부상하는 중국을 관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의 견제는 중국의 경제력 부상 이상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위기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환경, 기후, 보건, 과학, 기술 등과 같은 비군사 분야에서 역내 협력 파트너십을 추구하는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영토팽창을 비롯한 군사력 확장에 대한 우려도 반영하고 있다. 요약하면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트럼프 정부와 달리 동맹을 경시하는 자국 우선주의 성격에서는 벗어나고 있지만, 중국을 견제하며 미국의 포괄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면에서는 대중 압박의 성격이 강하다. 즉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바이든 정부가 목표로 하는 평화의 모습은 국제 규범과 민주주의에 기반해 군사적 충돌 없이 동맹 및 우방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며 미국의 이익을 방어하는 것이다.  셋째, 바이든 정부는 긴 호흡으로 평화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2013년 부통령 시절, 바이든 대통령은‘평화에 이르는 지름길은 없다(There is no shortcut to peace)’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평화달성을 장기적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이든 정부가 평화를 이루는 데 외교(diplomacy)와 협상(negotiation)을 강조하는 것도 평화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그의 시각에 기반한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5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 해결 방안에 있어서도 외교와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서둘러 해결될 사안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바이든 정부의 평화접근 방식은 임기 내에 국제평화의 가시적 성과를 보는 데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 평화가 미국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는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넷째, 바이든 정부는 평화구축을 위해 주변국의 협력을 강조하는 반면 미국의 적극적 개입에는 소극적인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어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해결을 위해 당사국뿐 아니라 주변 아랍국들의 협력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서도 주변국들이 시리아에 맞서는 것이 시리아뿐 아니라 중동지역의 평화에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변국이 협력하여 핵을 가진 시리아에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바이든 정부의 입장은 분쟁 해결과 평화 정착을 위한 주변국의 역할에 대한 미국의 기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분쟁 해결을 위한 주변국의 협력을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이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 미얀바마 사태, 아프간 미군 철군에서 확인 된 바와 같이 미국의 국제 평화구축 참여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바이든 정부의 이러한 소극성은 분쟁을 본질적으로 분쟁 당사국의 일이라고 보는 데서 기인한다.   바이든 정부의 한반도 평화인식 이러한 바이든 정부의 평화인식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도 투영되어 있다. 바이든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실리주의에 입각한 소극적 한반도 평화 유지’로 요약 될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바이든 정부의 한반도 평화인식은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미국에 우호적인 경제 및 외교환경을 역내에 조성하여 미 중산층의 안정과 번영을 확보하는 데 방점이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현시점에서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실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대한 한반도 사안이 북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의 문제를 북핵 관리, 나아가 비핵화에 집중해서 보고 있다. 물론 바이든 정부는 ‘당사자주의’에 입각해 북핵 협상 당사자로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북핵문제 관련 주요 결정을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주도 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대신 남북교류·협력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당사자주의에 입각해 남북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남북교류가 인도-태평양 및 동북아에서 미국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지 주시할 것이다. 즉 한반도의 정세변화가 미국의 대중국 정책추진 동력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성과 중심의 대화’도 무력 충돌을 피하면서 북핵문제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되는 것을 경계하려는 의지에 기반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방법론(대화, 제재) 논의에 집중하는 반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핵심 과정인 남북경제협력, 종전선언, 한미 군사훈련, 미군 주둔 문제 등에 대한 논의에 신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사안들이 역내에서 미국이 현상(status-quo)을 유지하는 데 부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맺음말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모멘텀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하여 태도 변화를 보이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즉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북한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남북교류와 협력에 우리의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비핵화 및 군비축소를 위한 대화 외에 다양한 사안을 두고 남북접촉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 유효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종전선언 논의를 재점화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은 북한의 반응과 소통을 유도한다는 면에서 매우 의미있다. 이에 더해 다자적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인도적 지원, 남북이산가족 상봉, 비무장지대 공동 개발 등을 현실화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과는 한미협력을 군사, 경제 협력관계 이상의 호혜적 글로벌 협력관계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이 미국에 갖는 중요성이 지정학적 의미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한미협력의 자연스러운 과정과 결과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반도 평화구축에 미국의 적극적인 논의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미국 중심의 한반도 평화구축 구상에서 탈피해야 한다. 대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네트워크 구축 및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역내 역할과 영향력을 높여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의 한반도 평화구축 과정에의 동참을 유도하는데 주요하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 임해용 연구위원 편집: 김인서 연구보조   민태은 박사는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국제관계학과 정책학으로 석사학위,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미국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 강사와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통일연구원에 재직 중이다. 미국정치, 미국의 대외정책, 통일정책 및 여론을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저서 및 논문으로 『미국의 대북독자 제재: 정치적 배경과 법적기반 분석, 공저(2020)』『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공저 (2020)』『대의 민주주의에서 숙의 그리고 공론: 의미와 적용, 공저 (2020)』『트럼프는 어떻게 미국대선의 승리자가 되었나: 2016년 미국대선과 아웃사이더 시대, 공저 (2017)』 등이 있다.
  • [JPI PeaceNet]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수교 30주년, 무엇을 해야 하나
    저자
    오은경 (동덕여자대학교 유라시아 투르크 연구소)
    발간호
    2021-27
    [기획자 註] 지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12월 16일 한국을 국빈 방문, 17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하였을 때 두 정상은 한국-우즈베키스탄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바 있다. 이번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수교 30주년을 앞에 두고 있는 양국 관계는 한층 더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국 간의 관계가 앞으로 한층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교류와 협력이 민과 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에 제주평화연구원은 동덕여대 유라시아 투르크 연구소 오은경 소장님의 기고문을 통해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할 수 있는 교류와 협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재선에 성공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방한의 의미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12월 16일 국빈 방문, 17일 문재인 대통령과 임기 중 네 번째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24일 대통령 선거에서 81%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에 성공했다. 우즈베키스탄 내부에서는 일부 비판적 여론도 있지만,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대내외적인 정책과 이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긍정적이다. 무엇보다도 우즈베키스탄 내적으로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대외적으로는 개혁과 개방으로 경제발전을 시도하고 있는 점이 그런 긍정적 평가의 원인으로 보인다. 그런 노력 덕분에 코로나 19라는 전 세계적 위기 속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은 여러 경제 지표에서 꾸준히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 자본의 투자유치를 통한 우즈베키스탄의 잠재력은 꾸준히 개발되고 역량을 발휘하고 있어서 10년 후 우즈베키스탄의 위상은 오늘날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맥락에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과 정상회담이 외교수립 30주년을 앞둔 양국 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할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전략적 가치 부상 국제정세는 미·중·러 ‘대국’의 삼각관계가 복잡한 방정식을 만들어내는 가운데 미·중, 미·러 갈등의 미묘한 변화와 전략 속에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에 어느 정도 완화된 입장을 보였던 미국은 대러 관계를 미·중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양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요한 것은 중앙아시아가 러시아, 중국,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에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한 이후 지난 10년간 미국의 관심 영역이 아니었던 중앙아시아에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 재집권으로 인한 안보위협을 전면에 내세우며 중앙아시아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5개국과 미국으로 구성된 C5+1 포럼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데, 물론 여기에는 다분히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속내가 숨겨져 있다.  탈레반 재집권은 중앙아시아 안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내에 5백만 명이라는 적지 않은 우즈벡어 사용 인구가 자국민과 혈연, 지연 등으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심적 불편을 겪어 왔다. 자국 내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확산은 곧 정권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경제와 군사 분야에서 과도하게 러시아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피로감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과감한 개혁·개방 정책은 미국과의 관계를 매우 우호적으로 진전시키고 있다. 유라시아경제연합 준회원국이 된 우즈베키스탄은 이제 WTO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앙아시아의 지역 안보와 발전에 우즈베키스탄의 경제개혁과 개방정책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내에서 약 3천 5백만 명이라는 가장 큰 규모의 인구를 확보하고 있는 나라이다. 더구나 인구 80%가 30세 미만이라는 젊은 인구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성장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 지정학적으로 중앙아시아 중심에 위치하고 있기에 우즈베키스탄의 행보는 유라시아 대륙의 교통과 교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국가 간 분쟁의 근원이 되는 국경, 수자원 문제, 교통망 연결, 상호 방문을 위한 비자 발급 등 개방 정책을 통해 지역안보와 평화 유지를 시도해 왔다.  제 75차 UN 총회에서 우즈벡어로 연설을 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위상을 강화하고 목소리를 높이려고 노력해오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이 2022년부터 투르크 평의회 의장국이 된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0년 ‘투르크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협의체’인 투르크평의회(Turkic Council)가 결성된 이후 이들 국가들의 결집력은 더 커지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과 터키는 ‘투르크 국가’이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투르크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대략 2억에서 2억 5천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투르크 벨트 국가들은 정치, 경제, 통상, 물류, 문화, 교육, 교통, 교육, 관광 등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연대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가장 늦게 2018년도에 정회원으로 합류한 우즈베키스탄이 의장국으로써 중앙아시아 투르크 국가들을 결집시키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느냐도 관건이다. 중앙아시아 내의 리더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됨과 동시에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등 ‘대국’들에게 보다 매력적인 파트너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바이든 정부 출범과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산업구조의 변동과 전환은 우즈베키스탄을 더욱 기회의 땅으로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모든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탄소중립’은 국제정세 변화로 인한 우즈베키스탄의 전략적 가치 부상, 글로벌 리더십 확보와 더불어 우즈베키스탄을 포기할 수 없는 ‘특별전략적 동반자’로 더욱 굳건한 파트너십을 갖도록 유도하는 조건이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수교 30주년, 무엇을 해야 하나 미·중, 미·러 갈등이라는 국제정세의 변화와 역학관계, 그리고 팬데믹과 탄소중립이 가져온 경제와 산업구조의 혁명적인 지각변동 속에 우즈베키스탄은 분명 우리의 미래를 함께 할 좋은 파트너이고 협력국이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정부의 보다 구체적이고 치밀하며 체계적인 중앙아시아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특성을 올바로 파악하고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정치, 외교, 경제, 문화 등의 총체적 접근이 동원되어야 한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며, 한국의 북방경제협력 대상국 중 가장 중요한 나라이므로 ‘선택과 집중’ 전략에 기초한 ‘우즈베키스탄 이니셔티브’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친연성(親緣性)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고대부터 언어, 문학, 문화, 역사 등 문화적 친연성을 가지고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양국이 국가 차원에서 수행해야 하는 주요 사업 중의 하나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고대 역사를 규명하고 사료 발굴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작업을 추천한다. 우즈베키스탄 학술원 동방학 연구소 내에 소장되어 있는 고문서를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디지털화 하고 연구하는 작업이 그 사례가 될 것이다. 더불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문화적 친연성을 규명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의 무형문화유산 조사 및 한국과의 공동 비교 연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 또한 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작업이므로 양국 정상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유네스코 아태무형문화센터(ICHCAP), 국제중앙아시아센터(IICAS)가 실크로드 8개국과 공동 추진 중인‘실크로드 리빙 헤리티지(Living Haritage) 프로젝트(Silkroad network)’와 같은 사업들도 문화공동체 수립 전략을 위해 양국이 공동 추진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중앙아시아 관련 전문성과 역량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중앙아시아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인재양성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중앙아시아 진출에 필요한 모든 분야, 물류, 교통, 건설, 법률, AI, 농업, 블록체인,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 산업인력과 연구 인력을 동시에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인구절벽으로 대학의 존폐위기에 처한 대학들에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가가 주도하여 민·관·학 협력방식의 인재 양성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도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의 한국 유학이나 한국 전문가 양성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한국 내 우즈벡어 학습자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여 전문가 역조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들은 한국인 전문가의 부족 실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우즈벡어를 가르치는 대학도 국내에는 한국외국어대가 유일한 실정에서 양국 관계 진전을 위해 필요한 전문가를 충분히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지 진출 기업들은 타쉬켄트나 사마르칸트 등의 대도시를 제외하면 기타 지역에서는 러시아어가 통용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어권이라는 오랜 인식으로 인해 제도 개선은 좀처럼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런 문제점 개선을 위하여 우즈베키스탄 정부에서는 한국인 청년 대상으로 국비 장학생 제도를 갖추고, 한국인 유학생을 유치하여 한국인 대학생들이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여, 친-우즈베키스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반드시 학위 과정일 필요는 없다. 석·박사 학생들에게 1년 정도 체류하면서 우즈벡어를 학습하고, 자신의 전공을 우즈베키스탄에 접목할 수 있는 연구과정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역사, 언어, 문학, 음악, 블록체인, 건축, 미술, 경영, 경제, 농업, 물류, 에너지, 의료보건 등 모든 분야를 열어두고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다.  한국 내 대학교에서도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할 수 있는 인재가 양성되도록 우즈벡어 강좌, 우즈베키스탄 전문가 과정, 투르크학과 연계과정 설치가 필요하다. 한국 교육부가 대학들이 위와 같은 과정을 설치할 경우 교육부 평가에서 우월한 점수를 받도록 방침을 정하고, 한국연구재단에서 펀드를 조성하여 자발적으로 설치하도록 유도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제도이다.  셋째, 문화공동체와 양국의 현안을 주도적으로 연구해 나갈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전문 연구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 양국이 이런 과제들과 더불어 현안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국책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한다면 놀라운 성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경제협력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중앙아시아 지역 및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연구역량의 축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문학과 지역학이 총체적으로 연구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 전제이다. 국가 비전과 양국의 문화를 통한‘문화공동체’수립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고, 향후 씽크 탱크의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공공외교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현재 일반 국민들에게 충분한 인지도가 확보되어 있지 못한 것도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 경제협력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부분의 문화콘텐츠들이 미국 및 서구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고, 국내 유입된 우즈벡 노동자들의 숫자가 8만 명을 넘다보니 우즈베키스탄을 자칫 잘못하면 ‘노동자를 수출하는 나라’로 인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외교 수립 30주년을 계기로 우즈베키스탄 문화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홍보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이를 적극 추진할 문화원 설립을 고려해 봄직하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중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향유하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다섯째, 우즈베키스탄에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특별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중앙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국가주도형 경제구조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기업에만 맡겨 두었을 경우 사업이 원만하게 진척되기 어렵다. 넘어야 할 난관이 너무 많고 관료주의와 부정부패, 그리고 시스템의 차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재정보증을 해주지 않아 중단되는 사업도 허다하다. 민간자본이 쉽게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즈베키스탄 시그니처 프로젝트였던 ‘수르길’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연속적으로 수주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문제점과 애로사항을 해결해줄 수 있는 특별기구가 우즈베키스탄과 한국에 동시에 설치되어야 한다. 이 기구는 각국 장관을 넘어 국무총리실까지 나서서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즉각적인 보고 및 처리 체계가 갖춰져야만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이 기구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게 하고, 점차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확대해 나간다면 기업 진출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안들 가운데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양국의 외교 및 정책 당국자들의 몫이다. 얼마나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이를 추진하느냐에 따라 수교 30주년의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이번 우즈베키스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방한이 단순히 의례적인 외교 관계의 역사를 쓰는데 머물지 않고 진정으로 양국 관계 발전의 모멘텀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저자 오은경 교수는 현 동덕여자대학교 교양대학 교수이자 유라시아투르크 연구소장으로서 대통령 직속기구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한·중앙아 협력포럼, 법무부 이민정책자문위원회, 서울시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지원 협의회 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다. 터키 국립 하제테페 대학교 문학박사(Ph.D)이자 우즈베키스탄 국립학술원 인문학 국가박사(Doctor of Philology)이며 아제르바이잔 국제 벡토르 학술원에서 명예박사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터키문학·이슬람여성·비교문학·중앙아시아 투르크 민족의 구비문학·정신분석학으로, 이와 관련하여 한국어, 터키어, 우즈베크어, 영어, 러시아어로 백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터키·유라시아 투르크 전문가로서 활약 중이다.
  • [JPI PeaceNet] 미국 유엔외교 양가성(ambivalence)의 원인
    저자
    이신화(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간호
    2021-25
    [기획자 註]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은 추후 국제협력을 기반으로 세계에 평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유엔(United Nations: UN) 창설에 앞장섰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자신이 창설을 주도한 만큼 (회원국 간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 유엔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에 따르는 모습을 보여왔을까. 그동안 유엔 창설이래 미국이 유엔에 대해 보여온 행보를 돌아보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자신이 그 창설에 앞장섰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유엔의 다자협력 체제를 존중하면서도 때로는 이를 무시하고 일방주의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JPI PeaceNet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이신화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유엔에 대해 보이는 양가적인 태도의 원인을 알아보고자 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scchung@jpi. or.kr)]    서론 1999년 발간된 『UNVANQUISHED: A U.S.-U.N. Saga』 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미국의 반대로 나머지 14개 안보리 이사국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실패한 제6대 유엔사무총장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Boutros Boutros Ghali)의 자서전이다. 영어 대문자로 적혀있는 책 제목은 미국의 압력에도‘난공불락인(unvanquished) 유엔’이지만, 역으로 ‘완파된 유엔(UN vanquished)’으로도 읽힌다. 이 책은 역사상 재임이 거부된 유일한 유엔 수장으로서 울분을 품고 미국의 횡포를 비난하고 자기 입장을 정당화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유엔 기능을 확대하여 탈냉전기 글로벌 문제를 특정국의 이해관계에 휩쓸리지 않고 유엔 중심으로 풀겠다며 사사건건 미국과 마찰을 빚었던 그의 고군분투가 초강대국의 입김에 무산된 불행한 전례라 할 수 있다.  사실 유사한 상황은 초대 유엔사무총장인 트뤼그베 할브단 리(Trygve Halvdan Lie)의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노르웨이 출신 리가 사무총장으로 선발된 것은 1946년 처음 열린 유엔총회에서 중립국 출신을 선택한 강대국들의 정치적 타협의 결과였다. 하지만 그가 연임을 시도하던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시 한국을 지지하며 유엔군을 파병한 것을 문제 삼은 상임이사국 소련이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결국 총회로 이관된 그의 재임 여부는 미국의 지지로 당시 총 회원국 51개국 중 46개국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그러나 소련은 그를 사무총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의 대다수 임무 수행을 친서방적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한편, 리 총장은 유엔 내 반미·용공분자 색출 조사에 맞서다가 미국의 매카시(극단적 반공주의) 광풍에 휘말려 간첩 오명까지 썼다. 결국 그는 임기를 1년 남겨둔 채 강대국 압력에 사임하고 말았다.  원칙상 부트로스 갈리 재임 문제도 리 총장의 경우처럼 총회에 넘겨 전체 회원국들의 의사에 맡길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국가들은 소련 해체 이후 미국의 독무대가 된 국제질서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유일 초강대국에 등을 돌리면서까지 그의 연임을 고집하지 않았고, 결국 미국이 대안으로 내놓은 아프리카 가나 출신 코피 아난(Kofi Annan)을 선택하였다. 당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었던 한국도 안보리 투표에서는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부트로스 갈리의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이 문제가 총회에 회부되면 미국 입장을 따를 것이라며 미국 측의 이해를 구했었다.  냉전 종식 이후 안보리 내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내는 일이 늘어나면서 냉전기 미-소 주도의 거부권 정치(vetocracy)가 완화되었다. 또한 내전과 인도적 위기 상황의 급증에 대처하기 위해 평화유지활동(PKO)을 포함한 유엔의‘안보 역할’이 재평가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탈냉전기 유엔도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와 회원국들 간‘국익 각축장’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여 그 적실성(relevance)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부트로스 갈리 총장이 그의 자서전에서 외교가 필요 없었던 로마제국처럼 미국도‘무소불위의 골리앗’이라고 맹렬히 비난한 바와 같이, 유엔이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꼭두각시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판은 오히려 커졌다.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은 1945년 전후(戰後) 세계평화와 안전 및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 LIO)를 구축하기 위해 다자주의(multilateralism)적 국제협력외교의 일환으로 자국 땅에 본부를 둔 유엔 창설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liberal internationalism)를 주창한 존 아이켄베리(John Ikenberry) 교수는 미국을 20세기 다자주의의 가장 위대한 옹호자라고 하였고, 유엔은 미국의 사상과 대의를 전파하는데 중요한 플랫폼이 되었다. 미국은 캄보디아, 모잠비크, 엘살바도르, 코소보, 동티모르 등 여러 분쟁지역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도구로서 유엔을 필요로 했고, 유엔은 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그러한 평화유지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과 유엔 관계는 지난 75년여 동안 어떤 부침(浮沈) 과정을 겪어왔고, 유엔의 산파이자 지구촌 평화를 위한 핵심 파트너인 미국은 왜 유엔 정책에 있어 양가성(兩價性, ambivalence)을 견지하고 있는지를 고찰함으로써, 향후 미국의 유엔외교의 당위성을 논해보는 것은 정책적, 학술적으로 유의미한 작업일 것이다.   미국 유엔외교의 양가성: 이론적, 경험적 관점 미국과 유엔의 역사는 길고 복잡하다. 유엔은 그 탄생뿐 아니라 미국의 힘과 자원에 의해 명맥을 이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2년 미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 velt)는 추축국에 대항하여 싸울 국가들을 모으며 국제연합(United Nations)이란 용어를 고안하였고, 기구 결성을 위해 자국 내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비록 그는 1945년 6월 유엔 창설을 위한 첫 회의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기 두 달 전 사망하였지만, 후임자 해리 트루먼 (Harry Truman) 대통령은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라고 강조하며 유엔헌장에 서명하였다.  이렇듯 미국은 유엔을 통한 전후 다자주의 국제체제를 구축하였고, 국제사회에는 강대국과 약소국 모두 협력하면 평화와 경제번영의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이상주의가 퍼졌다. 실제로도 미국과 유엔 간 협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중동·아프리카에서의 다양한 평화유지활동 임무는 유엔이 주도했고 미국이 지원하였다. 한편, 1950년대 한국과 1980년대 중동지역의 경우는 각각 미국이 주도하고 유엔이 지원하였다. 더욱이 미국은 유엔에 가장 큰 재정적 기여자로 유엔 연간 예산의 25% 이상, 유엔평화유지활동(PKO) 예산의 27.89% 이상을 책임지는 최대 분담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유엔과 미국의 오랜 관계 속에서 허니문 시기나 황금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유엔과 브레튼우즈 체제를 통해 다자간 협조주의 외교를 지향했음에도 이들 메커니즘에서 행한 미국의 다자적 접근은 다자주의를 지향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유엔의 가장 중요한 기관인 안보리 내에서 미국은 항상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유엔 총회가 미국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도 대부분의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었고 실제로 미국에 해를 끼치지 않았다. 미국이 특정 유엔의 다자 메커니즘이나 규칙에서 벗어나면 이는 바로 유엔 자체의 약화로 이어졌고, 결국 많은 회원국들이 불안정하고 취약한 상황에 빠졌다. 키쇼 마부바니(Mahbubani) 싱가포르국립대 학장은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한 유엔기구들과 회원국들이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잔뜩 낮은 자세를 취해왔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일부 현실주의자들은 국제기구의 중요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국가의 힘만을 중심으로 국제관계를 설명한다. 패권국가는 국제체제에 의존하거나 모든 규칙을 준수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초강대국은 다른 국가들의 힘에 제어되지 않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비일관적인 외교 행태를 보일 역량과 그에 따른 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의 의제나 역할이 자국의 패권 행사에 도움이 되는가 여부에 따라 유엔을 활용하거나 무시하는 양면성을 보여온 미국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유엔의 승인 없는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므로 국제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미국은 걸프전쟁, 아프간 전쟁 등에서 안보리를 적극 활용하였다. 1990년 8월 안보리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 660호를 통과시켰고, 미국 주도 연합군은 1991년 1월 쿠웨이트에 주둔한 이라크군에 대한 대규모 군사공격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 유엔의 안보 역할이 르네상스를 맞았다는 기대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였다. 특히 2003년 미국은 안보리 승인 없이 이라크를 공격했다. 당시 코피 아난 총장은 이라크 공격에 대한 결정은 일방적이 아니라 안보리에서 내려져야 한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 도널드 럼스펠드 (Donald Rumsfeld) 미 국방장관의 보좌관이던 랜디 슈네만 (Randy Scheunemann)은 궁극적으로 회원국을 위해 일하는 사무총장이 유엔의 판단을 대신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비판하였다. 유엔 내에서는 아난 총장이 재임 전이었다면 부트로스 갈리 총장의 연임실패 전철을 밟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는 패권국 미국이 유엔을 회원국들 간 이견을 조율하고 중재할 수 있는 권위(authority)를 가진 플랫폼으로 간주하지 않음으로써 유엔의 무기력한 한계만 드러낸 전형적인 예였다.  이렇듯 다자주의를 선택적으로 적용시키는 미국의 외교 행태는 보편적 외교 원칙으로서의 다자주의를 자국의 패권을 감추기 위한 위장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패권국은 어떤 결정이 현재의 국내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에 따라 일방주의나 다자주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압도적인 힘과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견제하거나 제어할 국가는 사실상 없다. 이러한 냉엄한 현실은 국제관계란 국가를 서로 보호하기 위한 국제기구나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무정부적 영역 중 하나이며 권력의 현상 유지와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한 존 미어샤이머 (John Mearsheimer) 교수를 비롯한 공격적 현실주의자들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반면, 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 가치 확산, 자유주의 이념 옹호, 열린 경제 시스템과 다자무역체제 구축을 통해 평화를 조성하는 것이 미국이 유엔과의 다자주의 협력을 강조하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유엔과 같은 다자적 기구의 회원이 되어 국제사회에 세계의 평화와 안전의 수호자로서의 자국의 선의를 투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한편, 유엔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고전주의 현실주의적 세력균형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태의 유엔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즉 현상 유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자신들의 국가 안보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하는 것이란 확신을 주고, 이를 통해 현상타파를 목적으로 한 반대세력 연합이 출현하는 것을 방지한다고 주장한다. 신현실주의 및 동맹연구의 권위자인 스테픈 월트(Stephen Walt) 교수도 유엔과 국제기구들은 다른 가입국들이 미국을 덜 위협적으로 인식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 메커니즘이라고 하였다.  미국이 유엔과 다자주의를 옹호하는 것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미국의 국내 정치에서 기인하는 바도 크다. 미국 헌법에 명기된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외교정책에 대해서도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통제 권한을 공유하고 있다. 이 두 기관이 상이한 입장을 가진 경우, 유엔 및 여타 다자간 약속에 대한 국내 승인은 어렵게 된다. 예를 들어 국제조약의 비준은 상원의 최소 2/3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데, 국제연맹 가입 거부의 사례에서 보듯이 미국 내 권력 분립은 미국의 다자간 협정에 대한 국제적 약속을 무산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은 유엔 회원국들 중 유엔아동권리협약(CRC)에 비준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이 협약에서 금지하는 청소년 사형제도 때문인데, 미국은 독립적인 50개 주가 연합한 형태로 각 주의 법이 연방법에 우선한다. 미국의 몇 주가 이 사형제를 실시하고 있어 비준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빌 클린턴(Bil Clinton) 대통령이 부트로스 갈리 총장의 연임을 반대한 이유도 당시 다수 의석을 차지하던 공화당과 클린턴의 민주당 행정부의 관계에서 기인한 면이 적지 않았다. 당시 미국은 14억 불에 달하는 분담금을 체납하고 있었는데, 이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국익과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유엔을 이끌어온 부트로스 갈리에게 맡길 수 없다는 공화당 측의 의견을 거스를 수 없었다.  미국은 유엔과 같은 국제체제가 너무 강해지면 국내법적 틀이나 헌법적 전통과 정치제도가 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어느 정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주권 옹호론자들은 국내 제도와 법이 국제적 약속과 의무보다 우위에 있으며 정치적 정당성에 대한 국내 기준은 때때로 특정 국제기구나 다자협력 이니셔티브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클린턴 대통령은 2000년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위한 로마 규정에 서명했지만, 해외에 파견된 미군들의 잘못으로 민간인이 죽더라도 미군을 ICC에 세울 수 없다는 입장과 관련하여 ICC 사법관할권에 미국이 포함되어야 하는 데 대해 의회가 양분되어 있어 아직도 비준되지 않은 상태이다.    미국 유엔외교의 양가성: 외교정책 변천의 관점 다자주의 국제체제 형성을 통해 패권 지위를 유지하려 하면서도 다자기구 및 규칙에 밀접하게 자국이 묶이는 것을 꺼려온 미국은 자국의 외교 안보전략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유엔 회원국으로서 마땅히 짊어질 의무나 제약뿐 아니라 어떠한 형태의 다자주의도 수용하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 이러한 미국 유엔외교의 양면성은 고립주의와 국제주의를 넘나들며 철저히 자국 위주의 현실적인 정책을 펼친 역대 미국 외교정책의 변천사와 무관하지 않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은 1796년 퇴임하면서 미국은 영구적 우호 관계나 적대 관계를 지양해야 한다고 하며, 구세계(유럽)와 떨어진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독립성과 중립노선의 외교정책을 지향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고립주의 외교정책은 제임스 먼로(James Monroe) 대통령이 선언한 유럽과 미주 대륙 간 상호 불간섭을 골자로 하는 1823년 먼로독트린에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이 선언은 유럽에 대해서는 고립주의로 유럽 강국들이 미주 대륙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을 배격하여 중남미 국가들의 독립을 가져왔지만, 역으로 미주 대륙은 미국 중심의 지역질서로 재편되어 패권적 개입주의를 초래하였다.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대통령은 1차 세계대전에 절대 참전하지 않겠다는 공약으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영국의 해상봉쇄를 타파하려는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 과정에서 루시타니아 여객선이 침몰하여 미국인을 포함한 민간인 희생이 컸다. 이에 미국 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전쟁 3년 차인 1917년 미국은 참전하게 되었다. 이는 동맹관계에 의해서가 아닌 공동의 적을 타도하기 위해 연합국에 가담한 조치였다. 미국은 참전 중 동맹국과 동일한 전술을 사용하지 않고 거의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하였으며, 종전 시에도 독일과 개별 평화협상을 추진하였다. 이후 윌슨은 대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미국이 세계평화와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다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국제연맹 설립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가입조건인 베르사유 조약 비준 동의 등을 이유로 미국 의회가 이를 거부함으로써 자신이 주창한 국제기구에 가입조차 하지 못하였다. 베르사유 조약은 연맹 가입국들이 외부 위협 시 상호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미국이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2차 세계대전 중에도 미국은 대공항 여파와 1차 세계대전의 기억으로 계속하여 고립주의를 선호하였지만, 연합국 측에 물자원조를 제공하였고 태평양에서의 일본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금수조치를 취하였다. 1941년 일본은 진주만을 공습하였고, 이를 계기로 미국은 연합국에 가담하여 참전하였다. 이후 승전국 미국의 외교정책은 크게 변화하여 적극적인 국제문제 개입을 통한 공산주의 제어와 자유민주주의 확산을 기치로 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외교정책을 펼치게 되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Roosevelt) 대통령은 1944년 7월 44개 연합국 대표들을 모아 전후 국제통화질서를 규정하는 브레튼우즈 협정을 체결하고 IMF와 세계은행을 설립하였다. 트루먼 대통령은 유엔뿐 아니라 1949년 서유럽 12개국과 더불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을 창설하였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Dwight Eisenhower) 대통령도 1954년 동남아조약기구(SEATO), 1955년 중앙아시아조약기구(CENTO) 설립을 주도하였다. 이렇듯 냉전기 미국 외교정책에서는 민주주의와 자유무역 자본주의 체제 수호, 인권보호 등을 원칙으로 하는 다자적 국제질서를 표방함으로써 소련 주도의 공산권에 대한 이념적, 정치적 우위를 점하고자 다자주의 기구의 본격화 양상이 두드러졌다.  소련의 와해로 유일 초강대국으로 등극한 미국의 위상은 크게 변화하였다. 조지 H. W.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 대통령은‘새로운 국제질서(New World Order)’를 표방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 확산을 통해 안정적인 LIO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과거 공산주의 체제를 포함한 지구촌 전역에 확산시키기 위해 관여(engagement)와 확장(enlargement)을 대외정책으로 삼았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원하고, NATO 확장을 통해 동맹의 규범확산 역할을 강조하였다. 또한 클린턴은‘적극적인 다자주의(assertive multilateralism)’를 표방하며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내전과 인도적 위기 상황에 있어 유엔평화유지활동과 인도적 개입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소말리아, 보스니아, 르완다 등에서 벌어진 정치인종분쟁에 대한 개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국제적 비난 대상이 되었는데, 이는 미국의 ‘세계경찰관’ 역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고 다자주의적 협력외교로부터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2001년 9/11 테러는 미국 외교정책의 코페르니쿠스적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테러의 공포라는 새로운 유형의 안보위협에 대응하게 된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은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에 전적으로 의지한 외교정책을 펴기 시작하였다. 절대적 선악 개념의 잣대로 도덕적 우월주의와 민주적 평화, 종교적 신념을 강조하는 네오콘들은 미국의 가치가 침해받을 시 강력한 군사력을 통해 과감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소위 ‘신국제주의’를 표방하였다. 테러리즘에 대처하려면 국제사회의 공조협력이 중요한데, 부시는 유엔을 비롯한 다자주의 메커니즘을 통한 평화보다는 미국의 패권적 힘을 통한 LIO의 수호를 강조한 것이다. 네오콘이 주도한 2003년 이라크전은 이후 이라크 내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내전으로 비화되어 막대한 비용과 인명피해를 낳았고, 미국 안팎으로 부시 정부의 힘에 의한 일방주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었다. 이에 더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1929년 경제 대공황에 버금가는 전 지구적 경제혼란을 초래하면서 미국의 국제적 신뢰는 더욱 추락하게 되었다.  2009년 경제위기 속 집권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힘의 외교’보다는‘외교의 힘’과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다자주의 틀 속에서 미국의 외교안보전략을 추진하고자 하였다. 오바마 독트린은 군사개입 시 누구와 협력연대를 맺고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인지를 분명히 하는 동시에 개입 이후의 대안은 무엇인지를 강조하였으며, 다자주의 지향성이나‘뒤에서 이끌어가기(leading from behind)’ 등을 특징으로 하였다. 그는 국제기구 강화와 적극적 참여를 도모하는 동시에, 중국 부상 억제와 지역 차원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는데, 이는 오바마 2기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에 잘 나타나 있다. 일방적 군사개입 대신 다자주의를 바탕으로 한 안보협력을 통해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한편,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견제하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아시아 무역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고자 하였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힘을 바탕으로 한 평화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 대통령은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전략과 TPP 정책을 즉시 철회하였다. 그는 외교를 국가 간 동맹과 같은 전통적 기준이 아닌 이익과 상거래와 동일시 하였고, 이에 따라 대외정책 전반에서 민주주의와 인권과 같은 가치와 규범을 토대로 한 기존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났다. 트럼프는 유엔 분담금을 아까워하고 국제기구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다자간 협력체제에 불만을 터뜨렸다. 또한 유네스코, 파리기후변화협약,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였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등‘분탕질’외교로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크게 훼손시켰다. 거래의 중요성에 집중한 트럼프는 전략적 중요성을 간과한 채 미국 주도로 만든 유엔, NATO, WTO, 기후협정 등 다자적 제도들을 무시하였고, 그 틈새를 비집고 중국이 다자무대에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는 빌미를 주었다.  하지만 중국견제라는 미국의 의도를 반영한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은 미국 외에도 여러 국가의 전략적 이해를 반영하였다. 일본 아베 전 총리가 2016년‘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전략을 공표하였고, 호주도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을 확산시키는데 적극적인 행보를 폈으며, 적절한 아시아 전략을 모색중이던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수용하게 된 것이다. 이는 트럼프 시기의 갑작스러운 결정이라기보다는 전임자 시절부터 축적되어온 전략적 관심이 구체화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2007년 조지 W 부시 집권기 『21세기 해양전략』이란 보고서에서 미국 해군은 태평양과 대서양이 아닌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주요 활동무대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고, 오바마 행정부도 호주, 일본, 인도와의 관계를 줄곧 강조했었다.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동맹 복원과 다자주의 등‘트럼프 정책 갈아엎기(ABT)’를 통한 미국의 신뢰와 리더십 회복이 핵심이다. 바이든은 파리기후협약, 유엔인권이사회와 WHO 등에 복귀하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주의 회복을 선언하였다. 또한 2021년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트럼프 정부 시절 파리 협약을 탈퇴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까지 하였다.  그러나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미 국무장관이 트럼프의 대중 정책을‘긍정적인 유산’이라고 발언한 것처럼,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파괴적인 경쟁자’로 명명한 트럼프식 해석을 인정하고 인태 전략을 보다 구체적으로 계승·발전시킬 전략을 추진 중에 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트럼프가 슈퍼맨 식으로 중국을 단독으로 제압하려 했다면, 바이든은 동맹·우방국들과 대중(對中) 공동 포위전선을 펴는 스파이더맨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쿼드(QUAD, 미·일·호·인 4개국 군사연합체), 민주주의 연대(D-10) 강화, 반중(反中) 기술동맹인 클린 네트워크 등 무역, 군사, 인권, 기후변화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다자적 접근방식으로 중국 옥죄기를 강화하고 있어 중국으로서는“차라리 트럼프가 낫겠다”라는 입장일 것이다. 왜냐하면 바이든이 내건 다자주의는 국제사회의 규범과 규칙을 강화하여 글로벌 포식자적 행태를 일삼는 중국을 압박·견제하는 수단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바이든은 다자주의라고 외치지만, 그의 다자외교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을 다수 국가와 협력하여 힘으로 제어하겠다는 것으로 들릴 것이다. 이렇듯 고립주의와 국제주의, 그리고 일방주의와 다자주의를 넘나들며 역대 미국 외교정책결정자들이 표방해온 다자주의 원칙은‘패권을 감추기 위한 좋은 가면’이란 비판을 받는다. 철저히 자국의 이해관계만 고려한 선별적 다자주의나‘상황별로 다른 다자주의’(case-by-case multilateralism)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애매모호한 다자주의 정책들은 미국의 유엔외교에 있어 양가성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결론 진정한 다자주의란 국가가 의사결정에서 국익과 국제사회의 기여에 있어 균형을 모색하고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단기적인 국가 이기주의적 결정의 유혹을 극복할 것을 요구한다. 유엔을 무시하면 미국이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필요할 때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기가 다소 쉬워질 것이다. 미국이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고 순수한 다자주의를 따르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역대 미국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많은 부침(浮沈)이 있었지만, 다자주의와 제도주의가 미국 외교정책에서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유엔에 대한 미국의 양면적 태도는 구조적 결함과 제도적 협상의 불안정한 성격을 반영하지만, 그 관계 역시 그래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도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과 자국민의 이익 외에도 민주주의와 인권 등 전통적으로 미국이 추구해온 가치와 규범을 앞세운 외교전략을 견지하기 위해 유엔을 비롯한 다자협력체제뿐 아니라 QUAD나 오커스(AUKUS, 미·영·호 3자 안보 파트너십)와 같은 소다자(minilateral) 협력체를 확대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비자유주의 국가들보다 도덕성, 인권보호, 법치, 다자적 규범 면에서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팍스 아메리카 질서를 수호하려는 소프트파워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 간의 연대만 지속적으로 확대·강화해갈 경우, 이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들은‘선택의 딜레마’에 시달리거나, 미국이 자신들을 다자(소다자) 협력체제에서 배제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내비친다고 받아들일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다자주의를 앞세운‘짝짓기’경합으로 치열해지면서, 지구촌은 유엔과 같이 전 세계적 차원의 모든 국가들을 아우르는 다자주의 체제에 더하여, 미국 주도 대중(對中) 견제의 민주주의 국가들로만 구성된 다자주의 연합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미(反美)연대 세력들이 불안정하게 혼재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비민주주의 국가들을 떼어낸 국가군들로만 이루어진 여러 유형의 다자(소다자)협력체들을 형성하는 것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더 부합할 수 있다. 이라크와 같이 민주주의를 수용할 만한 토양을 갖추지 않은 나라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주입하려다 몇 번이나 실패한 사례를 상기할 때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초강대국 미국은 자국의 이상과 가치를 국제체제 전반에 확신시키고 국제무대에서 군사력과 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뿐 아니라 문화, 규범, 정당성과 같은 소프트파워 영역에서도 국제적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를 만들고 자금을 조달해왔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자간 협조주의를 강조하는 LIO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이 탄생시킨 유엔은 그 적실성에 대한 논란도 많지만, 인류 보편적 규범과 도덕적 권위 및 정당성(legitimacy)을 바탕으로 글로벌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관계 속 미국 중심의 평화적 국제질서로서의‘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 na)’의 당위성을 유지하려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전략경쟁 속에 민주주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4차 산업혁명 시대 팬데믹과 기후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 위기대응을 위한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유엔은 미국이 구상하고 구현하는 가치와 원칙의 터전이고, 미국이 가진 상당한 양의 소프트파워를 구사할 정당하고 효과적인 플랫폼이다. 유엔외교가 여전히 미국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까닭이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 편집: 김인서 연구보조   이신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장, 한국유엔체제학회(KACUNS) 회장, 육군발전위원 등을 겸하고 있다. 미 메릴랜드주립대 국제정치학박사, 하버드대 국제관계연구소(CFIA) Post-doc, 콜럼비아대 정치학과/SIPA 초빙강의교수, MIT 국제문제연구소(CIS) 방문교수 등을 역임함. 유엔코피아난 사무총장 르완다 독립조사위 특별자문관, 유엔평화구축기금(PBF) 사무총장자문위원, 동아시아비전그룹(EAVG) 의장 자문관, 대한민국공공외교위 민간위원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Human Security and Cross-Border Cooperation in East Asia (공저, Palgrave McMillan 2019),“Foreign Policy Dilemma in South Korean Democracy”(Routledge 2021), The United Nations, Indo-Pacific Security and the Korean Peninsula (edited, Routledge, forthcoming) 등이 있다.
  • [JPI PeaceNet] 동북아 지역협력의 미래와 한국의 비전
    저자
    최은미(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발간호
    2021-24
    [기획자 註] 오늘날 동북아 국가들 간의 지역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북아 국가들은 지정학적 문제, 북핵문제, 역사와 영토문제 등으로 인해 갈등을 겪고 있으며 이는 보다 높은 수준의 지역협력으로 나아가는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국가들은 꾸준히 지역협력을 추구해야할 것이다. 지역협력을 통해 공존·공영·상생을 추구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동북아 국가들 간의 지역협력 강화를 위해 한국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JPI PeaceNet은 아산정책연구원 최은미 연구위원의 기고문을 통해 동북아 지역협력의 미래와 한국의 역할, 비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scchung@jpi.or.kr)]   그래도, 여전히 중요한 동북아 지역협력 – 동북아 지역협력의 필요성 동북아시아는 역사적, 경험적으로 지역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지역이다. 역내 협력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주장하는 수많은 논의와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협력체제를 구축하지 못하였고, 특히,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체제는 부재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 이유는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문제들이 협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역내 국가들 간 상이한 정체성, 북핵 문제에 대한 인식 및 접근방식의 차이, 역사 및 영토문제 등을 들 수 있다. 더욱이 최근 국제정세가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 지역의 협력을 주장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져 있다는 인상마저 준다. 그럼에도 여전히 동북아 국가들 간 협력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어야 한다.그 이유로는 첫째,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곧 한국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국제질서 논의의 주된 흐름이 인도-태평양 지역, 미중경쟁 등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역내 질서 구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 논의의 흐름에 발맞추어 가는 것만큼 역내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협력을 통해 갈등을 방지하고, 역내 위기관리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해서이다. 동북아 지역은 북한문제 해결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갖고 있으나, 이에 대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문제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이에 더하여 역사 및 영토 갈등 등으로 인한 양자갈등이 다자간 협력을 저해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갈등을 해소하고, 위기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협력의 공간을 확대하여 역내 국가들이 공존·공영·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듯,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 기후변화, 미세먼지, 보건 등 국경을 초월하는 비전통안보, 인류의 삶과 생명을 위협하는 인간안보 분야의 협력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하지만 협력의 경험이 많지 않은 역내 국가들은 공동의 위기상황에서도 불신과 반목, 각자도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이에 따라 위기 극복에 더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역내 공통과제 해결을 위한 협력의 습관을 만들고, 협력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동북아 지역협력 – 동북아 지역협력의 이상과 현실 동북아의 지정학적 긴장과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은 역내 평화와 안정의 질서를 확립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1980년대 후반 냉전이 종식되며 갈등과 대립의 국제질서에서 통합과 화합의 새로운 흐름이 생겨남에 따라 제안된 노태우 정부의 「동북아평화협의회」, 이후 김영삼 정부의 「동북아안보대화」, 김대중 정부의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6개국 선언」, 노무현 정부의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이명박 정부의 「신아시아구상」,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 등이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와 동북아를 만들어 가기 위한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 구상을 시행하고 있다([표1] 참조). 이와 같은 지역협력 구상을 통해 한국 정부는 역내 갈등을 해소하고, 초국경적 문제를 해결하며, 우리 외교의 외연을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북아지역은 협력체제가 구축되지 않았고,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여기에는 앞서 제시한 동북아의 지정학적 환경과 북핵문제, 서로 다른 정체성, 역사와 영토문제 등 협력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지역협력 혹은 다자협력에 대한 낮은 정책적 우선순위와 무관심이 협력을 증진시키기 어려운 요인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주지하듯이, 강대국들로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한미·한중·한일 등‘양자’관계는‘다자’관계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는다. 또한, 역내 국가들이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갈등’과 대립 사안이 ‘협력’ 사안보다 더 주목받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렇게 낮은 관심 속에 지역협력에 대한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도 높게 자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협력과 다자협력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이것이 곧 한반도 혹은 동북아 지역이 직면한 주요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처럼 주변국들과의 관계 강화 속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속에 동북아 협력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던 시기도 있었지만, 정권에 따라 북한문제를 다루는 접근방식의 차이로 인해 지속되지 못하였다. 더욱이 지역협력은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상호 간 신뢰와 경험을 축적해 나간다는 측면에서 정책 시행의 가시적인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닌다.이러한 점들로 인해 결국 지역협력은 하지 않을 수 없고, 해야 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시급성이 높아 당장 해야 하거나, 하지 않았을 때 부정적 영향 혹은 파급효과가 크지는 않은 사안으로 여겨지게 된다. 다시 말해, 역내 위기상황에 대한 해결방안으로서 본질적 혹은 필수적 수단이 아닌, 추가적 혹은 보조적 수단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국가의 한정된 외교역량과 자산을 쏟기에는 지역협력 정책이 양자 및 갈등을 다루는 정책보다 우선순위에 놓이지 않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속해야 하는 동북아 지역협력 - 동북아지역협력의 미래와 한국의 비전 앞서 알아본 바와 같이, 동북아 지역협력은 여러 제약요인으로 인해 원활한 추진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내 국가들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결,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의 질서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을 작지 않다. 뿐만 아니라, 역내 다양한 현안 해결에 급급하여 과소평가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한국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 전략, 그리고 한국의 지역구상과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따라서 동북아 지역협력에 대한 기존의 관점과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이를 위해 먼저, 지역협력 추진을 위한 정책의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역협력은 우리 외교의 지역구상, 외교전략과도 맞닿는 것으로 당장 직면한 현안 해결보다 보다 높은 단계의 논의이다. 당장의 가시적인 정책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국가전략의 일환으로서 지속적인 논의의 심화와 담론 형성이 필요한 사안인 것이다. 이는 경제·문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여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도 이어진다. 따라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성을 갖고 시행해 나갈 수 있도록 사고의 전환을 시도하고, 기존까지 소홀히 했던 동북아 지역협력에 대한 관심과 우선순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다음으로, 정권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정책추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실행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 [표1]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탈냉전 이후 역대 모든 정부는 동북아지역의 지역구상 비전을 내 놓았지만, 대부분의 구상들이 구상에 그쳤고, 정권교체기마다 그조차 변화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다시 말해, 매 정부마다 새로운 이름을 내세웠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 온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전 정부와의 차별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정책의 방향성마저 흔들린다는 데에 있다. 정권 교체에 따른 명칭 변경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한국외교가 역내 지역질서 형성을 위해 지향하는 방향성과 외교의 정체성은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 또한 함께 흔들리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외교의 방향성, 한국이 바라는 동북아 질서 구현을 위한 보다 진지한 고민 하에 정책추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실행전략을 구체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한편, 이 과정에서 “북한문제”는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이 정책추진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차별성을 갖는 방법이라 여겨진다. 북핵문제가 역내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이며,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은 부인할 수 없으나, 역내 다양한 지역협력 사안을 반드시 북핵문제와 연계시키거나 궁극적 혹은 필연적으로 북핵문제에 대한 논의로 나아갈 목표를 가질 필요는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실시했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 비전통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이 전통안보 분야의 협력으로 확산되는 스필오버 효과는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권 변화에 따른 정책의 변화가 큰 사안이 북한문제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문제와의 연계는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북한문제는 이미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 부처 및 부서 등이 있어 업무가 중첩되거나, 유사한 정책들이 이미 많아 시행되고 있어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북한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역내 다양한 사안에 대한 협력체제를 구축해 나가도록 노력하고, 북한 이슈로 인해 다른 사안이 영향을 받는 현상이 발생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더하여, 비전통안보협력이 전통안보협력만큼 중요하고, 전통안보협력만큼 쉽게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인식하에 부단히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연속성을 확보하고, 시행착오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마지막으로, 지역협력을 위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기존까지 한국은 역내 지역협력을 위한 촉진자, 균형자 등의 역할을 자임해 왔다. 그러나 협력을 위한 의제 선정과 시행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의 역할은 주체적이라기 보다는 수동적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제는 기존까지 역내 공통의 문제를 협력의 장에 제시한‘과제공유국’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논의를 중심으로 공통의 의제를 발굴하여 주변국과 함께 논의하는‘과제선도국’으로 발돋움하여 협력의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주도하고, 의제별 소다자협력 등의 형식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공동의 의제를 개발하고, 이 과정에서 역내 지역협력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발신하며, 기후변화 등 주요 의제에 대한 협력 논의를 주도하며, 주변국의 지지와 동의, 공감과 호응, 그리고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와 영향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미중경쟁 속 새롭게 전개되는 국제질서 혹 한국의 외교입지 선정, QUAD, AUKUS, Five Eyes 등 새롭게 부상한 협력체제들에 대한 다양한 논의 속에서‘동북아 지역협력’이라는 전통적 의제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역내 평화와 안정이 우리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사항이자, 한국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역내 다양한 갈등 현안 속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지만, 역내 어떠한 협력체계를 만들고, 어떠한 지역질서를 구축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 편집: 김인서 연구보조   최은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미시간대학교와 와세다대학교에서 방문연구원, 외교부 연구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로 재직하였다. 한국외대 강의교수, 현대일본학회 및 한국국제정치학회 편집이사, 한국유엔체제학회 홍보간사, 세계일보 오피니언 정기필진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정치외교, 한일관계, 동북아다자협력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 연구로는 『외교의 부활』(2021, 공저), 『Issues and Perspectives in The Korean Peace Process』 (2021, 공저), 『스가(菅義偉) 내각 출범을 통해 본 일본의 정치변동과 향후전망』 (2020), 『국가정체성과 한중일관계』 (2020, 공저),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왜 사라졌을까? 동북아 다자협력을 위한 (신)기능주의적 접근의 도전과 한계” (2020), “한일 갈등관리메커니즘의 역사적 전개와 구조적 변용” (2020)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출간하였다.
  • [JPI PeaceNet] 바이든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와 확장억제의 신뢰성
    저자
    김정섭(세종연구소 부소장)
    발간호
    2021-23
    [기획자 註] 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킨 핵무기의 개발은 안보 측면에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가져왔고 냉전이 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억지하는 효과가 있었다. 북핵문제로 인해 한반도는 핵무기 이슈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곳이다. 한미동맹을 축으로 세력균형이 이루어지는 한반도 안보구조에서 미국의 핵무기 정책의 근간이자 지금까지 네 번 발표되었던(1994, 2002, 2010, 2018)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도 지난 9월에 공식적으로 검토절차에 돌입하였다. 이에 JPI PeaceNet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업데이트될 핵태세검토보고서에 대해 논의하고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 임해용 연구위원(haeyonglim@jpi.or.kr)]   바이든 행정부의 핵무기 역할 축소론 현재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 Nuclear Posture Review)’에 대해 미국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들과 경쟁국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핵무기 역할의 축소를 강조해 왔던 터라, 그 같은 소신이 실제 공식 정책으로 반영될 것인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에 미국은 “새로운 핵무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신뢰성 있는 억제력을 유지하되 핵무기에 대한 의존과 과도한 비용을 줄여나가겠다”고 공언해 왔다. 정부 출범 이후 백악관이 공개한 ‘국가안보전략 중간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ic Guidance)’에서도 이 같은 원칙을 밝혔는데, “미국의 안보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줄여나가는 조치들을 취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을 제시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같은 맥락이며 저위력 핵무기 개발 등 핵전력 현대화를 강조했던 트럼프 행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기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첫 예산안에 국방부와 에너지부의 기존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이 그대로 담겨 있는 점이 시사하듯이, 바이든 행정부가 NPR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 얼마나 차별화된 내용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공언하고 그간 NPR 작성 과정마다 논란이 되어 왔던 ‘핵무기의 역할 축소’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2018 NPR에 의하면 핵무기의 역할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미국에 대한 핵 공격과 비핵 공격을 억제하는 것. 둘째,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에게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것. 셋째, 억제가 실패했을 경우 이에 대응하여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 넷째,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 위험을 관리(hedging)하는 것이다. 따라서 핵무기 역할 축소 여부는 위와 같은 네 개의 기능 중 어느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줄여나갈 것인가의 문제로 살펴볼 수 있다.   핵태세검토보고서(NPR) 작성 과정의 주요 쟁점 1) 단일 목적(sole purpose) 논란 첫 번째 역할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어 온 것이 ‘단일 목적(sole purpose)’논란이다. 현재 핵무기의 ‘최고 우선순위(highest priority)’는 잠재적 적대국의 핵 공격을 억제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즉, 핵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 핵무기의 최고 우선순위임을 밝히면서도 비핵 위협에 대해서도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는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이다. ‘단일 목적’옹호론자들은 이 점을 비판하며 핵무기의 용도는 핵 위협 대처로 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거는 실제 미국 대통령이 적대국의 재래식 공격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사용할 수 없는 정책 옵션을 갖고 있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사용 가능성이 의심받는 정책 수단으로는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단일 목적’을 주장하는 그룹은 기회비용 측면도 강조한다. 핵 교전 상황은 갑작스러운 기습 선제 핵 공격이 아니라 재래식 충돌로부터 비화되는 경로로 초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이 잠재적 적대국에 비해 재래식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래식 전력에서 확전 우위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핵 충돌의 가능성을 낮추는 첩경이 될 수 있는데, 향후 10년간 6,340억 달러에 달하는 핵전략 현대화 프로그램이 재래식 전력 투자 측면에서는 값비싼 기회비용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단일 목적’에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미국이 비핵 공격에 대해서도 핵 사용 옵션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미국의 선언정책처럼 비핵 위협에 대해 핵무기의 용도를 배제하지 않는 것이 상대의 재래식 공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나 동맹국이 생화학 무기로 공격받았을 경우 미국이 핵 사용 옵션을 박탈당한 채 재래식 무기로만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비핵 공격에 대한 핵 사용 가능성이라는 모호성을 버리고 핵무기의 용도를 핵 공격에 대한 억제와 대응으로만 한정할 경우 잠재적 적대국이 그 빈틈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sole purpose 논란은 재래식 위협을 억제하는 핵무기의 효과를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비확산 및 핵 안정성 측면과 미국의 정책적 옵션 확보 측면 중 어느 쪽을 중시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채택 문제 핵무기의 두 번째 기능인 확장억제와 관련된 문제로는 ‘핵 선제 불사용(NFU: No First Use)’ 원칙을 채택할 것인가가 대표적인 쟁점이다. NFU 원칙이란 핵으로 공격 받았을 경우에만 핵을 사용하고 그 전에는 선제적으로 핵 사용을 않겠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것을 말한다. 핵 보유국 중에 중국이 예외나 조건 없이 엄격한 선제 불사용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이에 대해 모호성을 유지함으로써 비핵 공격에 대해서도 핵을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NFU는 사실상 sole purpose 이슈와 동전의 양면에 해당한다. 핵무기의 목적과 사용 시기를 비핵 공격 상황까지 확대해서 인정할 것이라는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NFU와 sole purpose가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예를 들어 핵무기의 sole purpose가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핵 공격을 억제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적국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식별될 때 미국 대통령은 이를 핵무기로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하여 무력화할 수 있는 옵션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즉, sole purpose 이슈가 핵무기가 ‘무엇을 위해 필요한가’라는 근본 용도에 관한 것이라면, NFU는‘언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운용적 제약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동맹국 입장에서는 NFU 이슈가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실행될 것인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현재의 선언정책처럼 핵무기의 선제 사용 여부에 대해 모호성을 남겨 두어야 한다고 믿는 측에서는 바로 동맹국들의 우려를 강조한다. NFU 원칙을 채택함으로써 미국이 핵무기의 사용 조건을 엄격하게 할 경우 그만큼 핵 사용 문턱이 높아지는 것을 뜻하며, 이는 확장억제의 신뢰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은 NPR 작성 과정에서 매번 NFU 채택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대규모 재래식 공격 시나리오를, 유럽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재래식 위협을 우려하며, 이때 미국의 핵 사용 옵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핵무기 없는 세상이란 비전을 강조했던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결국 sole purpose와 NFU 원칙이 채택되지 못한 것은 바로 이 같은 동맹 변수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 NFU 채택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sole purpose 논란과 마찬가지로 비핵 공격에 대해 미국이 먼저 핵을 사용하는 상황은 실제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1945년 이후 75년 이상 핵 사용을 금기시하는 상황이 이어져 오고 있는데, 미국이 이 핵 터부(nuclear taboo)를 깨는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핵 무장한 국가를 상대로 먼저 핵을 사용할 경우 핵전쟁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선언정책은 현실화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지적이다. NFU를 주장하는 또 다른 논거는 신중하지 않은 핵 사용 또는 의도하지 않은 사고의 가능성을 낮추자는 데 있다. 대통령 한 사람의 결심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 핵무기에 대해 핵 선제 사용 옵션까지 보장하는 것은 성급하고 위험한 결정으로 연결될 소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경험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핵심 각료와 의회 지도자가 참여하는 보다 강화된 핵무기 사용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핵무기와 경고 시스템의 오작동 위험성도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다. 특히 사이버 교란을 통해 의도하지 않은 핵미사일 발사 등의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어 핵무기와 핵 지휘통제 체제, 그리고 경고 시스템에 대한 이중안전 검토(failsafe review)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의 선제 핵 사용 가능성이 촉발하는 적대국의 핵 사용 압박 가능성도 선제 사용 옵션을 버려야 할 이유로 강조되고 있다. 제 2타격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 핵 보유국의 경우 미국에 의해 선제 핵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이는 자신의 핵전력이 무력화되기 전에 사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소위 ‘use it or lose it’딜레마로 인해 현장 지휘관에게 핵 사용 권한을 위임하는 압력으로 작용될 경우 우발적 핵 사용(inadvertent nuclear use) 또는 핵무기 탈취와 같은 핵 안전(nuclear safety)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3) 핵무기의 실전 전력(war-fighting capability)화와 전술핵무기의 필요성 핵무기의 세 번째 역할인 억제 실패 시의 대응 문제도 냉전 시대부터 계속되어 온 오래된 쟁점이다. 핵전쟁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재앙이고 그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만약 억제가 실패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이를 위해 평소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말한다. 핵무기의 억제 효과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전략핵무기를 통한 핵전쟁의 예방 자체를 강조한다. 핵전쟁에서 ‘승리’한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이기 때문에 무익한 핵 군비경쟁을 막고 우발적인 핵 확전(nuclear escalation)을 방지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제 2격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의 확보다. 즉, 선제 핵 공격을 받은 이후에도 잔존 핵전력으로 상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핵 보복을 할 수 있는 능력만 보유한다면 핵전쟁 가능성 자체를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생존성이 뛰어난 SLBM과 같은 전략핵무기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반면 억제 실패 시의 대응 능력을 강조하는 진영에서는 미국이 실전 전력(war-fighting capability)으로서 유연한 핵 사용 옵션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억제는 실패할 수 있으며, 이때 미국 대통령은 다양하고 유연한 정책 옵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수십만, 수백만 명을 희생시키는 전략핵 보복이라는 단일 수단만 갖고 있을 경우 ‘자살이냐 항복이냐(suicide or surrender)’와 같은 양자택일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적대국이 이를 악용하여 저강도의 핵 공격을 시도하려는 유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 따라서 상대에게 이 같은 빈틈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확전 사다리의 매 구간에서 미국이 우위를 잃지 않도록 다양한 핵 사용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 재강조되기 시작한 저위력 핵무기가 이러한 수단이며, B-61-12 전술핵폭탄, 트라이던트 II SLBM용 W76-2,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용 W80-4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억제 실패를 대비해 군사적 대응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일리가 있으나, 핵무기를 실전 전력화하는 데에는 위험성과 부작용이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0.3kt의 초저위력 핵탄두의 경우 실전 사용의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는 반대로 보면 핵 사용의 문턱을 그만큼 낮춘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저위력 핵무기가 일단 사용되었을 경우 상대 핵 보유국의 반응이다. 과연 핵 교전이 통제된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결국 전략핵무기 사용 단계까지 에스컬레이션(escalation)될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핵무기를 실전 전력화하는 것은 끊임없는 군비경쟁을 유발하는 부작용도 있다. 전략핵 보복을 통한 공포의 균형과 핵 안정성(nuclear stability)에 만족하지 않고 상대보다 핵 우위(nuclear superiority)에 서려는 노력은 불가피하게 상대방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이는 핵무기 현대화 경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4)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 위험 관리(hedging) 미국이 얼마만큼의 핵 능력을 유지해야 하는가라는 논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위험 관리 측면에서도 이루어진다. 핵 강대국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경쟁 상대인 중국이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도 노후화된 핵무기를 교체하고 계속해서 핵전력 현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2030년까지 핵무기 보유량을 4배 늘려 1천 기가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한 미 국방부의 최근 보고서는 이 같은 논리를 뒷받침한다. 또한 기술 변화의 방향과 속도도 관리해야 할 일종의 위험(risk)이다. 만약 예측할 수 없는 신기술이 잠재적 적대국의 손에 먼저 들어갈 경우 현재 미국의 우월적 지위는 일거에 역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핵전력 현대화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상당하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지상 발사 대륙간탄도탄 미사일(ICBM)이다. 신규 ICBM 프로그램이 모두 취소되어야 한다는 주장뿐 아니라 더 나아가 전통적 핵 3축(nuclear triad)의 하나인 ICBM의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우발적 핵 교전이지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의 기습 핵 선제공격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선제 핵 무력화의 위험이 적다면 ‘경보 즉시 발사 태세(launch on warning)’도 필요 없고, 최고 경계 상태에 있는 ICBM 자체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생존성이 담보된 수중 발사 SLBM이나 오작동의 위험이 적고 작전적 융통성이 큰 공중기반 핵전력이 더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핵 억제 수단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핵 군축론자들은 NPR에서 전향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러시아 또는 중국과의 핵 군비통제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핵탄두 총량을 2,500개로 제한한다든지 전략 핵탄두를 1,000개로 한정하는 핵전력의 상한선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핵무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미국의 핵무기가 중국의 10배에 달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반면, ICBM 철폐나 핵 군축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위험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ICBM이 없는 상태에서 적국이 소수의 군 공항, 항만, 핵 격납고를 기습 무력화할 경우 미국 대통령은 SLBM 보복이라는 수단만을 갖게 되는데, 이때 미국과 상대의 핵무기 격차가 극심하여 SLBM 사용조차 주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말한다. 다시 말해 지상, 해상, 공중에 걸쳐 막강한 핵 능력을 보유한 국가와 핵무기 교전이 이루어질 경우 미국의 피해가 훨씬 극심할 것이므로 항공기와 잠수함에만 의존하는 미국의 억제 전략은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즉, 당장은 핵무기 현대화나 대규모 ICBM의 필요성이 없어 보인다 할지라도, 불확실한 미래 위험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핵무기 프로그램 축소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 미래의 위험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관건인데, 핵 군축론자들은 군비경쟁의 위험과 우발적 핵 교전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반면에 신중론자들은 핵 군축이 초래할 핵 억제력의 훼손에 주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의 함의 미국의 NPR에서 한국과 가장 관련이 주제는 깊은 ‘단일 목적(sole purpose)’또는 ‘핵 선제 불사용(NFU)’ 원칙의 채택 여부다. 미국이 핵무기의 용도를 어떻게 규정하고 어떤 조건과 방식으로 동맹국에게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인지를 선언정책으로 공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미국이 선언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의 목적이 핵 위협 억제와 대응으로 한정되고, 재래식 위협에 대해 핵 사용 옵션을 배제할 경우 이를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의 후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제 핵 사용 옵션이 북한의 군사행동을 억제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는 좀 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을 압도하는 미국이 북한의 재래식 공격에 대해 꼭 핵무기로 대응해야 할 군사적 당위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냉전 시대 미국이 전술핵을 서유럽에 배치했던 것은 재래식 전력 면에서 바르샤바 군이 나토보다 훨씬 우세했기 때문에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소련의 서유럽 침공을 억제, 격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즉, 소련의 재래식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핵 선제 사용 옵션의 유용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에서는 NFU 원칙이 채택된다고 해도 미국을 상대로 북한이 비핵 공격으로 노려볼 만한 갭(gap)은 논리적으로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래식 도발부터 핵전쟁에 이르기까지 확전 사다리의 모든 구간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NFU가 채택되어도 확장억제 공약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핵으로 응징한다는 핵우산 공약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NFU 이슈에 대해 한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에는 논리적 근거보다는 다분히 심리적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반도에서도 우발적 핵 사용 내지 성급한 핵전쟁의 위험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한반도에 핵을 투하하는 상황이 과연 한국에게 바람직한가? 그런 상황을 용인할 만한 군사적 합리성과 절박성이 있는가? 물론 선언정책이 그대로 유사시 핵 사용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핵 선제 사용 옵션이 열려 있다는 것은 미국 대통령의 성향, 경보 시스템의 오작동, 북한의 핵 사용 압박 등 여러 변수로 인해 합리적이지 않은 핵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핵 선제 사용 옵션 유지의 이점은 이러한 잠재적 부작용과 비교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미국의 선언정책 변화에 대해서는 확장억제의 약화를 우려한 동맹국의 반대만이 부각되어 왔다. 그러나 확장억제의 궁극적 목적인 한반도 핵전쟁의 방지를 위해서는 억제력의 극대화 못지않게 의도하지 않은 핵 사용 위험의 감소와 전략적 안정성에 대해서도 균형감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 임해용 연구위원 편집: 김인서 연구보조    김정섭 박사는 세종연구소 부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핵전략, 전작권 전환, 국방개혁 등 국방 안보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세종연구소 근무 이전에는 국방부 기조실장으로 퇴직하기 전까지 27년간 국방부 및 청와대 안보실에서 안보전략, 국방개혁, 국방예산 및 조직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대표 저서로 <외교상상력: 지나간 백년과 다가올 미래(2016)>, <낙엽이 지기 전에: 1차 세계대전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2017)>가 있다. 이외에“The Security Dilemma: Nuclear and Missile Crisis on the Korean Peninsula”,“민군 간의 불평등 대화”, “핵전략의 내재적 딜레마와 북핵 대응전략의 선택”등 다수의 논문을 출간하였다.
  • [JPI PeaceNet] 지역통합과 지역갈등 연계성 : 한국의 경험과 한계점
    저자
    이무성(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간호
    2021-22
    [기획자 註] 오늘날 가장 높은 수준의 통합을 이룬 지역은 유럽이라고 볼 수 있다. 유럽은 지역통합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랜기간 동안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이처럼 성공적으로 지역통합을 이룬 유럽의 사례는 통합이 평화와 번영의 토대가 될 것이라 믿고 이를 자신의 지역에 실현하고 싶은 국가와 지도자들에게 이상적인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유럽 수준의 통합을 이룬 사례는 아직까지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와 지도자들 역시 예전부터 지역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남과 북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남과 북의 경우 유럽과 어떤 맥락에서 차이가 있으며 어떠한 요인으로 인해 유럽만큼의 통합을 이루는데 한계가 있는 것일까. JPI PeaceNet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이무성 교수님의 기고문을 통해 유럽의 지역통합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scchung@jpi.or.kr)] 유럽의 지역협력의 시작 2차 대전 후 유럽의 평화와 안정을 목표로 한 지역협력 및 통합의 실험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 도처에서 목도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유럽연합(European Union)은 1994년 신아시아전략 (Towards a New Asia Strategy)를 발간하였다 (Commission 1994). 본 PeaceNet원고는 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번영은 유럽연합의 이익에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전략적 이익에 기반하여 유럽연합은 아시아 지역의 경제적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왔다. 이런 실질적 이해관계의 천명 속에 유럽연합의 대아시아 정책을 펼쳤지만, 그 접근법은 다소 규범적(normative)이었다. 즉, 지역 협력을 통해 경제 및 사회 분야의 통합만을 추구하였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런 상호 의존성의 증대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갈등이나 분쟁의 가능성을 낮추고자 했다. 이는 기존의 동맹 체제와 다른 접근법이다. 동맹은 제3의 적이 존재한다. 동시에 동맹 간의 경제 협력은 단순히 경제적 이득만을 고려했다기보다는, 동맹에게 호혜를 베푼다는 정치적 안보적 계산이 깔려있다. 이런 기존의 합리적 선택 논리와는 달리 유럽연합은 지역 협력을 통한 지역 발전과 평화를 위한 장기적인 안목을 고려한 접근법을 선호하였다. 이런 배경 속에, 실제 아시아 지역에서도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같은 독자적 행보도 있었다. 동시에 유럽과 아시아 대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아셈(ASEM)이란 지역 간 협의체도 출범하였다. 비록 지역 협력의 기치는 이처럼 동남아 지역에서 선도적 행보를 보였지만, 동북아 지역의 논의는 그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한국, 중국 및 일본을 아우르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지역 협력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렇지만 과거사에 대한 문제, 일본과 중국 간의 지역 패권 경쟁 구도로 인해 지역협력체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현재로는 동북아 지역을 아우르는 구체적인 지역협력체 시도는 시간을 두고 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구체적 행보도 지역협력의 가능성과 한계점을 논의하는데 있어 나름의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한반도 내 지역협력 실험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지역 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 정책을 위한 실험이 시도되었다. 햇볕정책으로 시작된 남북 화해 협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논의될 수 있다. 첫 번째는 경제 협력과 같은 저위 정치 분야의 협력이다. 개성 공단 경제 협력을 통해, 남북한 당국은 각자 우위에 있는 분야에서 협력하면서, 한반도 평화 구축의 기틀을 만들고자 했다. 즉, 남한은 기술과 자본을 제공하고, 북한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한반도 지역에서 경제 협력을 시작하였다. 경제 경협과 동시에 남북한 주민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금강산 관광도 시작되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을 통해 남북한 주민들이 간접적으로나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햇볕정책으로 시작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 협력은 장기적으로는 중국이나 러시아 및 일본과 같은 근린 지역 국가들의 참여도 구상하였다. 동시에 정치 및 안보 분야의 안정화도 모색하였다. 이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로 시작 된 지역다자안보협력체는 6자 회담을 걸쳐 발전하였다. 이런 지역 협력 틀 속에서, 실제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 안보의 위협이 되는 북핵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였다. 한반도에서 목도된 지역협력의 사례를 보면, 기능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파급효과의 순기능에 희망을 걸었던 것처럼 보인다. 분명 경제 협력을 통한 상호 교류 증대와 그로 인한 상호 인식의 변화는 완전히 배제할 할 수 없다. 실제 유럽의 사례에서 보여주듯이, 경제 및 사회·문화 등과 같은 저위 정치 분야의 교류와 협력은 정치 및 안보와 같은 고위 정치 분야의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지역협력을 통한 지역 안정의 모델이 항상 원하는 형태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실제 남북한 경협이 진행되었지만, 안보 분야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었다. 동시에 6자 회담 등을 통한 북한의 핵개발 저지 노력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통해, 우리가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저위 정치 분야의 통합이 반드시 고위 정치 분야의 협력으로 파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남북한 경협이나, 6자 회담과 같은 다자주의 대화 체제 속에서 북한이나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러시아나 중국이 그들의 체제 경쟁자인 남한이나 미국 등과 대립각을 세우는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도 경험하였다. 따라서 한반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역 협력이 자신의 정체성을 변화시킬 만큼의 심도 있는 학습화(complex social learning)을 유도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단순 사회적 학습(simple social learning)만 초래하였다. 남북한 경협이 중단된 작금의 현실 속에 남북한 경협이 주는 발자취를 다시 되돌아보아야 한다. 왜 한반도의 경협은 유럽의 지역 협력의 모델과 다른 결과를 초래했는가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대답은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능주의 논의의 가설의 엄격하지 못해, 그로 인한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동시에 대화와 개입이 상호 만남의 당사자들 간의 정체성 및 이해 관계의 변화를 가능케 한다는 구성주의 논의의 한계점도 지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논의에 앞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지역 협력의 성공을 위한 전제 조건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체제의 양립성과 지역 협력 모델의 성패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 협력의 논의는 과거의 적인 당사자들이 경제 협력이나, 지역 안보 협의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공동의 이익이나 가치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능적 협력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파급 효과의 순기능은 기대 이하이었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혹자는 지역 협력을 통한 지역 갈등 해결이나 번영의 논리는 유럽연합과 같은 특수 지역의 전유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혹자는 실제 지역 협력을 통해 지역 번영 및 안보 진작은 유럽연합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오랜 시간을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5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현실 속에서, 연속성을 기대하는 정치적 환경이 제공되지 않았기에 오늘날과 같은 딜레마가 초래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다양한 시각에도 불구하고, 본 고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지역 협력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협력 당사자들 간의 체제상의 양립성(compatability)이 사전에 담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럽의 사례를 비추어 봤을 경우, 협력 당사자 간의 정치, 경제 및 사회 체제가 유사해야만 지역 협력을 통한 소기의 목적 달성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통념이다. 이에 공동체 협력이 논의되는 초기부터, 참여국들은 유사한 정치, 경제 및 사회 체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유럽 공동체 회원국들은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신봉하고, 시장 경제 체제를 운영하며, 법치와 인권 존중 등을 강조하는 사회 체제를 갖추고자 노력하였다. 이런 체제 상 유사성 또는 양립성의 중요성은 이후 유럽연합의 기저가치(normative basis)로 작동하는 코페하겐 기준(Copenhagen criteria)으로 안착되었다. 이에 유럽연합 회원국 또는 유럽연합 회원 신청국들은 민주주의, 시장 경제, 법치 및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본 원칙의 준수를 통해, 유럽통합에 참여국들은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경제적으로는 시장 경제 체제를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시민 사회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자유주의 체제를 확립시켜야 한다. 이는 사실 지역 협력의 근간이자, 전제 조건이며, 이런 전제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국가들 간의 지역 통합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유럽 사례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지역 통합 논의를 발전시킨 학자 중 한 명인 칼 도이치 (Karl Deutsch)도 지역 통합의 모델 중 한 사례인 안보 공동체(security community) 논의에 있어 체제의 양립성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과거 제국은 안보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법으로 무력에 의한 약소국 병합이었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안보 공동체는 결코 영속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었다. 그렇기에 보다 영속적인 안보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정치 공동체 간의 합의에 의한 공동체 형성이 필요하다. 이를 융합적 형태의 안보 공동체 (amalgamated security community)라 불린다. 이런 안보 공동체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동체 참여 국가들 간의 정치, 경제, 및 사회 체제의 양립성이 우선적으로 담보되어야 한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구소련처럼 서유럽 국가들과 다른 정치 및 경제 체제를 운영한 정치 체제와의 통합 논의는 당초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기존의 남북한 경제 협력이 소기의 성과를 내는데 있어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남북한의 정치, 경제 및 사회 체제의 상이성은 분명하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신봉하고 있다. 동시에 사회 전반의 다양한 목소리가 들릴 수 있는 시민 사회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런 반면, 북한의 경우 우리와 사뭇 다른 정치, 사회 및 문화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정치적인 면에서 북한은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으며, 경제 체제도 공산주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체제상의 상이점은 남북한이 한반도 지역을 바탕으로 한 상생의 협력을 이루기 위한 여정에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체재상의 상이성으로 인한 지역 협력의 한계를 주장하는 일각에 지적에도 불구하고, 초기 구성주의자(constructivism) 가설에만 매몰되어 지역 협력의 순기능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의도 존재한다. 이들 초기 구성주의자들은 상호 협력이 발생하는 사회적 공간(social space)에서의 만남이 국가 행위자들 간의 상호 주관적 이해를 강화시키고, 이런 대화와 개입이 지속될 경우 초기에 나타났던 이질적 체제가 변화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물론 구성주의자들이 말하듯이, 대화와 상호 개입이 타자(other)에 대한 불신과 그로 인해 고착화 된 갈등의 문화인 홉스적 문화 (Hobbsian culture)를 상호 이익에 염두해 협력하는 로크적 문화(Lockian culture)로 변화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 협력 참여자가 심도 있는 학습화 과정을 통해, 공동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는 칸트적 문화(Kantian culture)를 구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철학적, 담론적 논의가 실제로 실증적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의문을 던지게 된다. 정체성의 갈등 상호 협력이 발생하는 사회적 공간에서의 만남이 국가 행위자들 간의 상호 주관적 이해를 강화시키고, 이런 대화와 개입이 지속될 경우 초기에 나타났던 이질적 체제가 변화한다는 주장을 있다고 전술하였다. 그렇지만 동시에 상기에서 지적했듯이 체제가 다른 국가 간의 상호 작용은 자아(self)와 타자로 구분되어 반목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정체성의 정치학은 물질적 이해 관계와 함께 행위자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상수가 될 수 있다. 즉, 만남을 통해 타자와 자아의 정체성이 유사해질 수 있는 공동의 이익이나 가치를 공유하기 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더욱 확연히 느낄 수밖에 없는 이질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타자와의 다름을 느끼는 과정에서 단순히 타자와의 차별성을 느낄 뿐만 아니라, 타자와의 구별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더 공고히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타자와의 구분을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해 갈등이나 대립을 주저하지 않고 하는 존재론적 안보 진작(ontological security seeking)행위가 발생하게 된다. 그럴 경우, 자신뿐만 아니라, 타자도 동일한 행동을 하게 되며, 이는 종국에는 존재론적 안보 딜레마를 초래하게 된다. 이런 이론적 시각에서 볼 때, 남북한의 지역 협력의 과정에서도 자국의 물리적 생존이라는 실존주의적 이익추구도 목도되었지만, 자신이 누구인지에 더욱 공고히 하려는 존재론적 안보 진작행위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북한은 남한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강성대국’ 이미지나 정체성을 더욱 공고화하려고 하는 반면, 우리도 민주주의 수호자의 정체성을 공고화하는 방식으로 대화와 협상을 이끌어 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남북한 모두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타자의 다름 속에서 더욱 확실히 인식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를 강화하는 존재론적 안보 진작 행위에 매몰될 경우, 지역 협력 당사자들은 공통의 이해나 가치를 향한 진정한 협력을 이루기는 쉽지 않게 된다. 이럴 경우, 각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이렇게 공고화된 정체성에 기반해 결정되는 자신의 이익에 부합한 행동을 하게 된다. 그 결과는 협력을 통한 화의 게임보다는 갈등의 고리가 심화되는 제로 섬의 결과이다. 결론 유럽연합에서 목도된 지역협력을 통한 지역갈등의 연결고리는 유럽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목도되었다. 이런 배경 속에, 한반도에서도 지역협력을 통한 한반도 긴장 완화와 번영을 목표로 한 정치적 시도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부침을 보였던 지역협력에 기반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비록 기능주의적 통합 속에 기대되는 파급효과가 종국에는 대승적 차원의 정치적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는 하지만, 한반도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는 제자리 걸음만을 보여주었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상호 간 체제의 이질성과, 만나면 만날수록 서로간 다르다는 인식만을 고착시켜주는 존재론적 안보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남북한의 협력이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권 교체로 인한 남북관계의 부침에만 골몰하지 말고, 보다 장기적이고 제도화도 접근법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지 반문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지역 협력 과정에서 숱한 부침을 겪었고, 지금도 과연 지금까지의 통합의 여정이 원안대로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남북한의 협력과 화해 및 공존의 시도가 5년짜리 정부의 의지로만은 한계가 있다면, 오히려 장기적 차원의 제도화 된 접근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 편집: 김인서 연구보조   이무성 교수는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다. 본 저자는 영국 버밍험 대학교에서 국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명지대학교에서 2006년부터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본 저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방문학자와 외교부 유럽국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사단법인 한국유럽학회 학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본 저자의 주요 연구 분야는 유럽연합과 확장, 유럽연합의 규범성, 유럽연합과 한반도 관계, 지역협력과 지역 갈등 해소 등이며, 이에 관련된 연구는 다양한 형태의 국내외 저명 저널 및 서적으로 출판되었다.
  • [JPI PeaceNet] 지역 통합과 지역 갈등 연계성 : 한국의 경험과 한계점
    저자
    김현정(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발간호
    2021-21
    [기획자 註] 오늘날 우리는 미중 패권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양상을 목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안보, 무역,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두 강대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및 지역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에 대응할만한 국제적 영향력을 지닌 유럽연합(EU)은 어떠한 자세를 취하고 있을까. 더불어, 한국은 과연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미중경쟁의 한복판에서 유럽연합과 어떤 협력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까. JPI PeaceNet은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김현정 교수님의 기고문을 통해 미중 패권경쟁 시대 EU의 대응과 이것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scchung@jpi.or.kr)] 유럽의 지역협력의 시작 트럼프(Donald Trump) 정부 시기부터 본격화된 미·중 갈등은 2021년 바이든 정부(Joe Biden)가 시작되며, 다자 구도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동맹국과의 관계를 조정하며 민주주의 국가연대와 중국 간 가치와 규범의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Joe Biden) 후보가 당선된 직후 2020년 12월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은 EU-미국 간 관계 재건을 위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는 ‘글로벌 변화에 관한 새로운 EU-미국 어젠다'(a new EU-US agenda for global change)’이다. 보고서의 내용은 보건, 환경, 민주주의, 통상, 및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 등에 관하여 EU-미국 양측이 전방위적 협력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동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반독점 규제, 정보 보호 및 민감 분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감독, 사이버 테러에 관한 대응 협력 등 디지털 환경 규제 협력 구축, COVID-19 백신 개발 및 보급과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개혁에 관한 협력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등의 협력 의제를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미국과 동맹국 간 관계에도 미묘한 입장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양측은 민주주의 국가 연대로서 노동 인권-무역 연계, 기후변화 등 다양한 이슈에서 협력해 왔으나, 최근 다자적 구도에 관한 EU-미국 간 입장 차가 확인되고 있다. EU는 통상, 안보, 민주주의 연대 원칙 등 대외관계 이슈에서 제도적, 규칙 기반의 다자주의 체제를 추구해 왔으나, 미국은 자국 중심의 소다자 안보 네트워크(mini-lateral security network) 체제 협력 방식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미국식 다자주의 체제의 전형이라 할 수 있으며, 바이든 정부가 직전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답습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EU는 미·중 갈등에 대해 연합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다자구도를 형성하고자 전략적 대응을 하고 있으며, 한국 또한 제도적 다자체제를 통한 협력 구도에 편승할 필요가 있다. 미·중 갈등은 안보 및 통상, 민주주의 규범, 기술 및 사이버 안보 등 전방위적 이슈에서 점증되어 왔다. EU는 이슈에 따른 개별 전략보다, 연합 차원에서의 체계적·제도적 대응의 전략적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한국 또한 제도적 다자주의 구도에 참여하며 전략적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중 갈등 현황      1) 전통 안보분야 미·중 갈등 미국은 안보분야 미·중 갈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취해왔다. 미·중의 안보 갈등은 인도-태평양 지역 및 남중국해에 집중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미국의 전통적 관심지역으로 1947년 극동사령부(The Far East Command) 창설을 통해 관리되어 왔다. 이후 1957년 해당 지역은 태평양사령부(Pacific Command)로 재편되었으며, 2018년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공식 발표되었다( 참조). 트럼프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전략적 요충지로 지정, 이의 원활한 관리 및 대 중국 전략을 위해 관련 지역 국가들 간 정부간 협력체인 4자 안보대화(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를 출범하였다. 2021년 G7, NATO, EU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귀환’을 선언하고, 인태전략에 대한 유럽의 접근, 더 나아가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중국과 러시아의 행태를 바꾸도록 압박하는 ‘변환(transformation)’ 전략의 틀을 제시하였다. 미 정부는 민주주의 가치와 시장질서 규범을 준수하는 동맹 국가와의 연대를 통해 중국에 대응하고자 한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긍정적인 방향인 개방된 정치체제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순응, 법치와 민주주의 가치 체제 수용으로 변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경제력과 군사력만 키워 미국의 강력한 전략적 경쟁자로 만들었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어 인도-태평양 전략 중요성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이나 세부적인 전략과 레토릭, 접근방식 등에서는 새로운 변화 등이 예상된다. 또한 2021년 9월 16일 미국은 오스트레일리아, 영국과 더불어 '오커스 관련국 정상들의 합동 성명(Joint Leaders Statement on AUKUS)'을 발표함으로써 또 다른 ‘소다자 안보 네트워크’ 체제를 형성하였다. 오커스(AUKUS: Australia, United Kingdom, United States)는 앵글로 색슨계, 영어권 국가 파트너십으로 굳건한 관계가 강조된다.      2) 통상 및 비전통 안보분야 미·중 갈등 2010년대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명목 GDP 세계 2위 G2국가로 부상하였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가무역위원회(NTC: National Trade Council) 위원장을 지낸 나바로(Peter Navarro)는 중국의 군사대국화 및 이에 따른 중국과 주변국 간 전쟁 가능성 증대 그리고 미·중 전쟁가능성에 대하여 심층 분석한 ‘웅크린 호랑이(Crouching Tiger 2015)’를 통해 중국에 대한 적대적 관점을 제시한 바 있다. 2017년 6월 미 정부는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for the lion’s share of the deficit problem)"로 중국, 한국, 인도, 독일, 아일랜드, 베트남, 스위스, 대만 등 16개국을 지목,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무역 증진을 촉구하였다. 미·중 통상 분쟁은 2020년 1월 1단계 합의 이후 소폭 변화하였으나, 2020년 하반기 1단계 합의 이행이 어려울 것으로 나타나며 갈등의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후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정상화 정책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져 왔다. 바이든 정부는 미·중 갈등의 양상을 민주주의 국가 연대와 권위주의 국가 간 대립 구도로 재편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 초기, 미국은 인권외교 부문에 대해 집중하였다. 중국 신장지역 위구르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지적해 온 해묵은 논쟁이다. 2021년 6월 G7(주요 7개국) 정상들은 회의 후 공동성명을 내어 “우리는 중국에 특히 신장 지역과 관련한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 그리고 중-영 공동선언과 홍콩기본법에 간직된 홍콩의 고도 자치 촉구를 포함해 우리의 가치들을 진작시킬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미-EU 범대서양 협력과 미·중 갈등에 대한 EU의 대응      1) 미-EU 범대서양 협력과 다자주의 접근방식 차이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대 세계 동맹관계 복원을 위한 전략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취임 초기 미국-EU 간 범대서양동맹(Transatlantic alliance) 복원을 도모하였다. EU가 제시한 ‘글로벌 변화에 대한 새로운 EU-미국 어젠다'(a new EU-US agenda for global change)’ 문건은 보건, 환경, 무역, 기술 및 민주주의와 관련한 전방위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동 문건은 반독점 집행 및 정보 보호, 민감 분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감독, 사이버 테러 대응 협력 등 디지털 규제 환경에 관한 구축, COVID 19 백신 개발 및 보급과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개혁 협력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등의 제 분야의 협력을 도모하고자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순방지로 2021년 6월 영국과 벨기에를 방문한다고 발표하였다. 영국 콘월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 참여와 겸해지는 이번 순방은 동맹 복원의 목적이 뚜렷하다. 백악관은 “이번 순방은 동맹을 복원하고 범대서양 관계를 되살리는 그의 노력을 조명하게 될 것”이라며 “국제적인 과제를 해결하고 미국의 국익을 확고히 하기 위해 우리의 동맹과 다자 파트너 간 긴밀히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Antony Blinken 국무 장관과 같이 범대서양 관계에 헌신적 인물을 중용하며, 양측 간 신뢰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1년 2월 개최된 뮌헨 안보 컨퍼런스(2021 Virtual Munich Security Conference)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초기 동맹의 방향성에 관한 명백한 메시지를 제시하였다. 그는 미국이 범대서양 동맹으로 돌아왔음을 명확히 하며, 이 동맹이 집단안보와 공동번영의 기반이며, 21세기 양측 관계의 토대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미-EU 양측은 NATO 차원에서 중국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NATO는 ‘NATO 2030' 보고서를 통해 대 중국 전략을 조정하는 새로운 메커니즘과 연합국 내의 민주적 기관을 보호하기위한 민주적 복원력 센터(a Center of Excellence for Democratic Resilience to protect democratic institutions within allied countries)의 건설을 권장한다.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는 범대서양 동맹 부활을 위한 3단계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1단계는 COVID-19 퇴치를 위한 협력, 2단계는 범대서양 안보 활성화, 3단계는 양측 간 기술협력이다. EU는 초국가적 체제라는 특성에 따라, 이전 시기 안보에 관한 사항을 전적으로 NATO에 의해 처리하려 하였으나, 최근 더 많은 군사적 능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범대서양 동맹을 통해 EU는 NATO를 통한 협력 이외에도 안보 부문을 포함한 범 이슈적 영역에서 EU-미국 간 협력이 상호작용할 것을 추구하고 있다.      2) 미-EU의 다자주의 접근방식 차이 다자주의 전략에서 미국과 EU의 접근 방식은 뚜렷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미국의 소다자 안보 네트워크 전략 특징은 다음과 같다. 다자주의를 일반화된 행위원칙인 규범과 협조체계, 참여국가의 상호성 및 대등성의 원칙 준수라는 세 가지 원칙으로 볼 때, 미국의 다자주의는 타 국가, 지역, 국제기구의 다자주의와 차이가 있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소다자 안보 네트워크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식 다자주의는 중국이 고려하는 다자주의와 비교하여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개방(open)적이며 포용(inclusive)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not legally-binding) 느슨한(loose)’한 다자주의를 주장해 왔다. 이에 반해 EU의 다자주의는 보다 제도적이다. EU는 그 자체로 지역협력체이며 냉전 시기 미소, 탈냉전 시기 미중의 양극 구도에서 다자주의를 통한 국제질서를 지지해 왔다. 특히 EU는 환경, 기후변화, 인권, 지속가능개발, 사이버안보 등 영역에서 적극적 다자주의를 개진해 왔다. EU의 다자주의는 대화에 기반(dialogue-based), 협력에 기반(cooperation-based)한 제도화된 다자 체제를 지향하는 반면, 미국의 다자주의는 제재에 기반(sanction-based) 혹은 인센티브에 기반(incentive-based)한 구속력 있는 체제를 구성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왔다. 또한 참여국가의 상호성 및 대등성의 원칙 측면에서, 미국은 대등한 다자간 관계보다 차륜협력방식(spoke and wheel system)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3) 다자주의 국제질서로의 복귀 이전 정부 시기, 다양한 이슈에서 다자주의 국제질서로부터 이탈하여 일방주의적 전략을 펼쳤으나, 바이든 정부는 이에 대한 복귀를 진행해 왔다. 현재 미 정부는 신기후체제 복귀, 보건안보 국제협력 강화 등에서 나타나고 있으나, EU 등 국가들이 추진하는 WTO 개혁 참여에 미온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우선 신기후체제 복귀는 바이든 정부 취임 직후 진행되었다. 2017년 6월 1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하였다. 당시 미국의 NDC(2005년도 기준 2025년까지 26~28% 온실가스 감축계획의 이행중단 및 기후변화 국제기구 분담금)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공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간 국제법적으로 미국의 파리협정 당사국 지위는 유지되었고, 2021년 2월 19일 미 바이든 정부는 기후변화협약에 공식적으로 복귀하였다. 바이든 정부는 4월 22일 지구의 날, 40여 개국의 정상을 초청하여 온라인 기후정상회의를 주최하기도 하였다. 다음으로 보건안보 국제협력 강화에서 미국은 국제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한다. COVID-19 백신을 세계에 평등하게 공급하기 위해 세워진 국제기구 COVAX에 미화 2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하였고 이후에 추가로 20억 달러를 더 지원할 계획, 아울러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인류 공통의 당면 과제인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단하였던 미국의 유엔 인구기금(UNFPA)에 대한 재정 지원과 정책 지원을 재개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WTO 개혁 참여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당초 미국은 COVID-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WTO 다자무역체제 개혁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었다. 하지만 WTO 분쟁해결기구 회의(Meeting of WTO's Dispute Settlement Body)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WTO 분쟁해결기구에 대한 체계적 우려(systemic concerns)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상소위원 임명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참고문헌 김성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 중국 전략: 봉쇄에서 변환으로,” 『신아세아』, 제28권 제2호 (2021). 김영준,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 : 출범 100일의 평가와 시사점,” 『KIMS Working Paper』 4호 (2021). 김현정, “바이든 시기, EU·미 범대서양 동맹의 복원과 향후 전망: EU 다자주의 전략을 중심으로,” 『한국과 국제사회』, 제5권 제3호 (2021). 오태현·이현진·윤형준, “美 바이든 행정부의 대유럽 정책과 전망,” 『KIEP 세계경제 포커스』 제4권 23호 (2021). 이종서, “유럽연합 CFSP 결정과정의 현실과 전망에 관한 연구: 유럽안보방위정책(ESDP)을 중심으로,” 『국제지역연구』 제12권 1호 (2008). 정재흥,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중국의 대응,” https://www.ifs.or.kr/bbs/ board.php?bo_table=News&wr_id=3394 (검색일: 2021. 8. 1). 최원기, “파리 기후협정 후속협상: 2018년 5월 회의 평가 및 향후 대응방향,” 『IFANS 주요국제문제분석』 2018-20호 (2018). 조선일보. “바이든 첫 해외순방지는 서유럽... 6월 영국 찍고 벨기에 간다.” https://www.chosun .com/international/2021/04/24/UFEL7JMVHVCY5CWG74JFZ5XR2I/?utm_source=daum&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daum-news (검색일: 2021. 5. 10). 주재우, “같은 듯 다르다. 바이든과 시진핑의 다자주의,”https://www.ajunews.com/view/202105 30131256864 (검색일: 2021. 5. 10). 한겨레, “G7 정상, 신장·홍콩·대만 언급하며 중국 직접 비판한 공동성명 채택,” https:// 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99201.html#csidxeadbaf8333 cc970a3b58711110e0b8a (검색일: 2021. 8. 1). 한국무역협회(KITA), “바이든 행정부의 WTO 상소위원 선임 반대,” 2021. 2. 24. https://kita.net/ cmmrcInfo/cmercInfo/areaAcctoCmercInfo/usaCmercInfo/usaCmercInfoDetail.do?pageIndex=1&nIndex=1&no=8843&classification=&searchReqType=detail&searchCate= &searchStartDate=&searchEndDate=&searchType=title&searchCondition=TITLE&searchK eyword= (검색일: 2021.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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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Indo-Pacific Command(USINDOPACOM), "History of United States Indo-Pacific Command," https: //www.pacom.mil/About-USINDOPACOM/History/ (검색일: 2021. 8. 1).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 편집: 김애리 연구원   박기철 중령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청와대, 국방부, 합참, 육군본부에서 대량살상무기 대응 담당으로 근무하였다.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에서 생물 무기 사찰담당으로 근무하면서 UN 제네바 군축사무소 주관 생물무기금지협약(BWC) 베이징 전문가회의 (2009), 마닐라 회의에서(2010)에서 정부대표로 활동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레짐이론, 레짐효과성,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대확산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레짐의 성패에 관한 연구: 강대국의 실행결정 요인을 중심으로" (동북아논총, 2021), "포스트 코로나19, 넥스트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유엔체제의 역할과 책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21) 등 다수의 논문과 기고문이 있다. 현재 美 8군 사령부에서 대량살상무기대응 계획장교로 근무 중이며 한국유엔체제학회 총무이사로 활동 중이다.
  • [JPI PeaceNet] 미·중 패권경쟁 시대, 한-EU 협력 방안
    저자
    김현정(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발간호
    2021-21
    [기획자 註] 오늘날 우리는 미중 패권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양상을 목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안보, 무역,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두 강대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및 지역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에 대응할만한 국제적 영향력을 지닌 유럽연합(EU)은 어떠한 자세를 취하고 있을까. 더불어, 한국은 과연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미중경쟁의 한복판에서 유럽연합과 어떤 협력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까. JPI PeaceNet은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김현정 교수님의 기고문을 통해 미중 패권경쟁 시대 EU의 대응과 이것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scchung@jpi.or.kr)] 유럽의 지역협력의 시작 트럼프(Donald Trump) 정부 시기부터 본격화된 미·중 갈등은 2021년 바이든 정부(Joe Biden)가 시작되며, 다자 구도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동맹국과의 관계를 조정하며 민주주의 국가연대와 중국 간 가치와 규범의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Joe Biden) 후보가 당선된 직후 2020년 12월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은 EU-미국 간 관계 재건을 위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는 ‘글로벌 변화에 관한 새로운 EU-미국 어젠다'(a new EU-US agenda for global change)’이다. 보고서의 내용은 보건, 환경, 민주주의, 통상, 및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 등에 관하여 EU-미국 양측이 전방위적 협력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동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반독점 규제, 정보 보호 및 민감 분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감독, 사이버 테러에 관한 대응 협력 등 디지털 환경 규제 협력 구축, COVID-19 백신 개발 및 보급과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개혁에 관한 협력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등의 협력 의제를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미국과 동맹국 간 관계에도 미묘한 입장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양측은 민주주의 국가 연대로서 노동 인권-무역 연계, 기후변화 등 다양한 이슈에서 협력해 왔으나, 최근 다자적 구도에 관한 EU-미국 간 입장 차가 확인되고 있다. EU는 통상, 안보, 민주주의 연대 원칙 등 대외관계 이슈에서 제도적, 규칙 기반의 다자주의 체제를 추구해 왔으나, 미국은 자국 중심의 소다자 안보 네트워크(mini-lateral security network) 체제 협력 방식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미국식 다자주의 체제의 전형이라 할 수 있으며, 바이든 정부가 직전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답습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EU는 미·중 갈등에 대해 연합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다자구도를 형성하고자 전략적 대응을 하고 있으며, 한국 또한 제도적 다자체제를 통한 협력 구도에 편승할 필요가 있다. 미·중 갈등은 안보 및 통상, 민주주의 규범, 기술 및 사이버 안보 등 전방위적 이슈에서 점증되어 왔다. EU는 이슈에 따른 개별 전략보다, 연합 차원에서의 체계적·제도적 대응의 전략적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한국 또한 제도적 다자주의 구도에 참여하며 전략적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중 갈등 현황      1) 전통 안보분야 미·중 갈등 미국은 안보분야 미·중 갈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취해왔다. 미·중의 안보 갈등은 인도-태평양 지역 및 남중국해에 집중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미국의 전통적 관심지역으로 1947년 극동사령부(The Far East Command) 창설을 통해 관리되어 왔다. 이후 1957년 해당 지역은 태평양사령부(Pacific Command)로 재편되었으며, 2018년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공식 발표되었다( 참조). 트럼프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전략적 요충지로 지정, 이의 원활한 관리 및 대 중국 전략을 위해 관련 지역 국가들 간 정부간 협력체인 4자 안보대화(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를 출범하였다. 2021년 G7, NATO, EU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귀환’을 선언하고, 인태전략에 대한 유럽의 접근, 더 나아가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중국과 러시아의 행태를 바꾸도록 압박하는 ‘변환(transformation)’ 전략의 틀을 제시하였다. 미 정부는 민주주의 가치와 시장질서 규범을 준수하는 동맹 국가와의 연대를 통해 중국에 대응하고자 한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긍정적인 방향인 개방된 정치체제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순응, 법치와 민주주의 가치 체제 수용으로 변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경제력과 군사력만 키워 미국의 강력한 전략적 경쟁자로 만들었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어 인도-태평양 전략 중요성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이나 세부적인 전략과 레토릭, 접근방식 등에서는 새로운 변화 등이 예상된다. 또한 2021년 9월 16일 미국은 오스트레일리아, 영국과 더불어 '오커스 관련국 정상들의 합동 성명(Joint Leaders Statement on AUKUS)'을 발표함으로써 또 다른 ‘소다자 안보 네트워크’ 체제를 형성하였다. 오커스(AUKUS: Australia, United Kingdom, United States)는 앵글로 색슨계, 영어권 국가 파트너십으로 굳건한 관계가 강조된다.      2) 통상 및 비전통 안보분야 미·중 갈등 2010년대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명목 GDP 세계 2위 G2국가로 부상하였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가무역위원회(NTC: National Trade Council) 위원장을 지낸 나바로(Peter Navarro)는 중국의 군사대국화 및 이에 따른 중국과 주변국 간 전쟁 가능성 증대 그리고 미·중 전쟁가능성에 대하여 심층 분석한 ‘웅크린 호랑이(Crouching Tiger 2015)’를 통해 중국에 대한 적대적 관점을 제시한 바 있다. 2017년 6월 미 정부는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for the lion’s share of the deficit problem)"로 중국, 한국, 인도, 독일, 아일랜드, 베트남, 스위스, 대만 등 16개국을 지목,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무역 증진을 촉구하였다. 미·중 통상 분쟁은 2020년 1월 1단계 합의 이후 소폭 변화하였으나, 2020년 하반기 1단계 합의 이행이 어려울 것으로 나타나며 갈등의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후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정상화 정책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져 왔다. 바이든 정부는 미·중 갈등의 양상을 민주주의 국가 연대와 권위주의 국가 간 대립 구도로 재편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 초기, 미국은 인권외교 부문에 대해 집중하였다. 중국 신장지역 위구르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지적해 온 해묵은 논쟁이다. 2021년 6월 G7(주요 7개국) 정상들은 회의 후 공동성명을 내어 “우리는 중국에 특히 신장 지역과 관련한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 그리고 중-영 공동선언과 홍콩기본법에 간직된 홍콩의 고도 자치 촉구를 포함해 우리의 가치들을 진작시킬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미-EU 범대서양 협력과 미·중 갈등에 대한 EU의 대응      1) 미-EU 범대서양 협력과 다자주의 접근방식 차이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대 세계 동맹관계 복원을 위한 전략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취임 초기 미국-EU 간 범대서양동맹(Transatlantic alliance) 복원을 도모하였다. EU가 제시한 ‘글로벌 변화에 대한 새로운 EU-미국 어젠다'(a new EU-US agenda for global change)’ 문건은 보건, 환경, 무역, 기술 및 민주주의와 관련한 전방위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동 문건은 반독점 집행 및 정보 보호, 민감 분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감독, 사이버 테러 대응 협력 등 디지털 규제 환경에 관한 구축, COVID 19 백신 개발 및 보급과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개혁 협력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등의 제 분야의 협력을 도모하고자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순방지로 2021년 6월 영국과 벨기에를 방문한다고 발표하였다. 영국 콘월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 참여와 겸해지는 이번 순방은 동맹 복원의 목적이 뚜렷하다. 백악관은 “이번 순방은 동맹을 복원하고 범대서양 관계를 되살리는 그의 노력을 조명하게 될 것”이라며 “국제적인 과제를 해결하고 미국의 국익을 확고히 하기 위해 우리의 동맹과 다자 파트너 간 긴밀히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Antony Blinken 국무 장관과 같이 범대서양 관계에 헌신적 인물을 중용하며, 양측 간 신뢰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1년 2월 개최된 뮌헨 안보 컨퍼런스(2021 Virtual Munich Security Conference)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초기 동맹의 방향성에 관한 명백한 메시지를 제시하였다. 그는 미국이 범대서양 동맹으로 돌아왔음을 명확히 하며, 이 동맹이 집단안보와 공동번영의 기반이며, 21세기 양측 관계의 토대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미-EU 양측은 NATO 차원에서 중국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NATO는 ‘NATO 2030' 보고서를 통해 대 중국 전략을 조정하는 새로운 메커니즘과 연합국 내의 민주적 기관을 보호하기위한 민주적 복원력 센터(a Center of Excellence for Democratic Resilience to protect democratic institutions within allied countries)의 건설을 권장한다.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는 범대서양 동맹 부활을 위한 3단계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1단계는 COVID-19 퇴치를 위한 협력, 2단계는 범대서양 안보 활성화, 3단계는 양측 간 기술협력이다. EU는 초국가적 체제라는 특성에 따라, 이전 시기 안보에 관한 사항을 전적으로 NATO에 의해 처리하려 하였으나, 최근 더 많은 군사적 능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범대서양 동맹을 통해 EU는 NATO를 통한 협력 이외에도 안보 부문을 포함한 범 이슈적 영역에서 EU-미국 간 협력이 상호작용할 것을 추구하고 있다.      2) 미-EU의 다자주의 접근방식 차이 다자주의 전략에서 미국과 EU의 접근 방식은 뚜렷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미국의 소다자 안보 네트워크 전략 특징은 다음과 같다. 다자주의를 일반화된 행위원칙인 규범과 협조체계, 참여국가의 상호성 및 대등성의 원칙 준수라는 세 가지 원칙으로 볼 때, 미국의 다자주의는 타 국가, 지역, 국제기구의 다자주의와 차이가 있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소다자 안보 네트워크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식 다자주의는 중국이 고려하는 다자주의와 비교하여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개방(open)적이며 포용(inclusive)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not legally-binding) 느슨한(loose)’한 다자주의를 주장해 왔다. 이에 반해 EU의 다자주의는 보다 제도적이다. EU는 그 자체로 지역협력체이며 냉전 시기 미소, 탈냉전 시기 미중의 양극 구도에서 다자주의를 통한 국제질서를 지지해 왔다. 특히 EU는 환경, 기후변화, 인권, 지속가능개발, 사이버안보 등 영역에서 적극적 다자주의를 개진해 왔다. EU의 다자주의는 대화에 기반(dialogue-based), 협력에 기반(cooperation-based)한 제도화된 다자 체제를 지향하는 반면, 미국의 다자주의는 제재에 기반(sanction-based) 혹은 인센티브에 기반(incentive-based)한 구속력 있는 체제를 구성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왔다. 또한 참여국가의 상호성 및 대등성의 원칙 측면에서, 미국은 대등한 다자간 관계보다 차륜협력방식(spoke and wheel system)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3) 다자주의 국제질서로의 복귀 이전 정부 시기, 다양한 이슈에서 다자주의 국제질서로부터 이탈하여 일방주의적 전략을 펼쳤으나, 바이든 정부는 이에 대한 복귀를 진행해 왔다. 현재 미 정부는 신기후체제 복귀, 보건안보 국제협력 강화 등에서 나타나고 있으나, EU 등 국가들이 추진하는 WTO 개혁 참여에 미온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우선 신기후체제 복귀는 바이든 정부 취임 직후 진행되었다. 2017년 6월 1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하였다. 당시 미국의 NDC(2005년도 기준 2025년까지 26~28% 온실가스 감축계획의 이행중단 및 기후변화 국제기구 분담금)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공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간 국제법적으로 미국의 파리협정 당사국 지위는 유지되었고, 2021년 2월 19일 미 바이든 정부는 기후변화협약에 공식적으로 복귀하였다. 바이든 정부는 4월 22일 지구의 날, 40여 개국의 정상을 초청하여 온라인 기후정상회의를 주최하기도 하였다. 다음으로 보건안보 국제협력 강화에서 미국은 국제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한다. COVID-19 백신을 세계에 평등하게 공급하기 위해 세워진 국제기구 COVAX에 미화 2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하였고 이후에 추가로 20억 달러를 더 지원할 계획, 아울러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인류 공통의 당면 과제인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단하였던 미국의 유엔 인구기금(UNFPA)에 대한 재정 지원과 정책 지원을 재개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WTO 개혁 참여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당초 미국은 COVID-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WTO 다자무역체제 개혁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었다. 하지만 WTO 분쟁해결기구 회의(Meeting of WTO's Dispute Settlement Body)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WTO 분쟁해결기구에 대한 체계적 우려(systemic concerns)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상소위원 임명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참고문헌 김성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 중국 전략: 봉쇄에서 변환으로,” 『신아세아』, 제28권 제2호 (2021). 김영준,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 : 출범 100일의 평가와 시사점,” 『KIMS Working Paper』 4호 (2021). 김현정, “바이든 시기, EU·미 범대서양 동맹의 복원과 향후 전망: EU 다자주의 전략을 중심으로,” 『한국과 국제사회』, 제5권 제3호 (2021). 오태현·이현진·윤형준, “美 바이든 행정부의 대유럽 정책과 전망,” 『KIEP 세계경제 포커스』 제4권 23호 (2021). 이종서, “유럽연합 CFSP 결정과정의 현실과 전망에 관한 연구: 유럽안보방위정책(ESDP)을 중심으로,” 『국제지역연구』 제12권 1호 (2008). 정재흥,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중국의 대응,” https://www.ifs.or.kr/bbs/ board.php?bo_table=News&wr_id=3394 (검색일: 2021. 8. 1). 최원기, “파리 기후협정 후속협상: 2018년 5월 회의 평가 및 향후 대응방향,” 『IFANS 주요국제문제분석』 2018-20호 (2018). 조선일보. “바이든 첫 해외순방지는 서유럽... 6월 영국 찍고 벨기에 간다.” https://www.chosun .com/international/2021/04/24/UFEL7JMVHVCY5CWG74JFZ5XR2I/?utm_source=daum&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daum-news (검색일: 2021. 5. 10). 주재우, “같은 듯 다르다. 바이든과 시진핑의 다자주의,”https://www.ajunews.com/view/202105 30131256864 (검색일: 2021. 5. 10). 한겨레, “G7 정상, 신장·홍콩·대만 언급하며 중국 직접 비판한 공동성명 채택,” https:// 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99201.html#csidxeadbaf8333 cc970a3b58711110e0b8a (검색일: 2021. 8. 1). 한국무역협회(KITA), “바이든 행정부의 WTO 상소위원 선임 반대,” 2021. 2. 24. https://kita.net/ cmmrcInfo/cmercInfo/areaAcctoCmercInfo/usaCmercInfo/usaCmercInfoDetail.do?pageIndex=1&nIndex=1&no=8843&classification=&searchReqType=detail&searchCate= &searchStartDate=&searchEndDate=&searchType=title&searchCondition=TITLE&searchK eyword= (검색일: 2021.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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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Indo-Pacific Command(USINDOPACOM), "History of United States Indo-Pacific Command," https: //www.pacom.mil/About-USINDOPACOM/History/ (검색일: 2021. 8. 1).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 편집: 김인서 연구보조   김현정 교수는 부산대학교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후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국제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교수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유럽지역학, 국제정치경제이다. 주요 논문으로, 「바이든 시기, EU·미 범대서양 동맹의 복원과 향후 전망: EU 다자주의 전략을 중심으로」 (한국과 국제사회 5(3), 2021), 「유럽안보에 대한 중국 위협 요인과 유럽의 대응」 (국제정치연구 24(1), 2021), 「EU의 FTA 전략과 한-EU FTA 및 EU-일본 EPA의 쟁점 연구」 (세계지역연구논총 39(1), 2020)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 [JPI PeaceNet] 펜데믹 시대, 국제사회는 왜 협력해야 하는가?
    저자
    박기철(국방부 육군중령)
    발간호
    2021-20
    [기획자 註] 코로나19 펜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지도 어느덧 1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펜데믹은 여전히 가라앉을 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각종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등장하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2021년 마침내 코로나19 백신의 개발과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펜데믹의 종식을 꿈꿔왔던 인류지만 펜데믹 이후의 시대를 맞이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어 보인다. 백신의 개발과 보급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펜데믹의 종식을 위해 궁극적으로 필요한 요인은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일 것이다. 펜데믹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한 국가가, 혹은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펜데믹 시대를 종식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왜 협력해야 하는가? 또한, 마침내 공식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한국은 펜데믹 시대의 종식을 위해 국제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으며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JPI PeaceNet은 국방부 육군 박기철 중령님의 기고문을 통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알아보고자 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scchung@jpi.or.kr)] 아폴론의 화살과 국제사회 불평등의 심화 니콜라스 A. 크리스타키스는 코로나19 펜데믹을 트로이 전쟁에 비유하였다. 『일리아스(Ilias)』 에 등장하는 아폴론은 자신을 섬기는 신관의 딸 크리세이스를 납치한 것에 분노하여 그리스인들에게 역병의 화살을 퍼부었고, 호메로스(Homeros)는 역병으로 사망한 시체들의 화장(火葬) 더미가 끊임없이 타올랐다고 기록하였다. 3000년이 지난 오늘, 인도 뉴델리는 쏟아지는 코로나 사망자를 감당할 수 없어 노천 화장장을 운용하고 있으며 장작더미에 시신을 쌓아놓고 집단 화장을 하는 모습을 공공연히 볼 수 있다. 일리아스에 기록된 역병에 고통받는 인류의 모습이 재현된 것이다. ( 참조)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미미한 존재인 바이러스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류가 도도하게 발전시켜온 공중보건 시스템, 생명 연장을 위한 과학과 의학 기술, 질병 예방을 위한 국가 간 공조와 연대를 일순간에 무력화 시키면서 가난한 나라들을 트로이 전쟁의 시간으로 돌려놓았다. 코로나19 펜데믹은 국제사회의 협력과 공조체계를 무너뜨렸다. 국제사회는 “세계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최고의 건강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를 출범시켰으며 WHO는 인류 공동의 노력을 이끌며 천연두를 박멸하였다. 또한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등 새롭게 등장하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국제보건협력을 강화하였으며 백신과 치료약을 공공재로 규정하고 제공함으로써 질병 극복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펜데믹이 시작되면서 WHO는 초기 대응에 문제점을 드러냈으며 리더십의 부재로 국가 간 협력은 실종되었다. 선진국들은 국경을 폐쇄하는 등 빗장을 걸어 잠갔으며 국가 간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국제사회의 불평등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민족주의와 국가이기주의가 고조됨에 따라 사회적 동물인 인간들의 자유로운 이동도 제한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의 내부 붕괴를 가속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새로운 안보 문제를 야기해 어느 순간에는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들에게도 피해를 입힐 것이다. 뉴델리의 코로나 사망자 노천 화장(火葬) 모습 (출처: 연합뉴스 2021. 4. 27) 인류가 펜데믹과 싸우는 두 가지 방법 역사적으로 인류는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펜데믹과 싸워왔다. 지난 세기의 놀라운 생명공학과 의학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펜데믹에 대처하는 방법은 트로이 전쟁시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새로운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항체는 늘 새롭게 찾아야 하기 때문에 백신과 치료약을 펜데믹 이전에 준비하여 대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마스크를 쓰고, 인구 밀집을 회피하고 개인 위생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류가 펜데믹에 대응하는 방법은 의약품과 백신 등을 이용한 ‘약물적 개입(PI: Pharmaceutical Interventions)’과 ‘비약물적 개입(NPI: 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백신을 이용한 PI가 실제 사망자 감소에 기여한 정도는 놀랍게도 비교적 크지 않다. 토머스 메큐언(Thomas McKeown)은 ‘질병의 역사’에서 인류가 앓고 있는 질병 중에서 정복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심지어 치료가 가능한 질병들도 의학과 약학발전 덕분이 아니라 경제 성장에 따른 영양과 위생 상태 개선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을 보면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사라지는 시점과 PI가 시작되는 시점을 비교하면 PI가 펜데믹을 종식시키는데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사망률과 약물적 개입(PI)과의 상관관계 물론 약물적 개입이 치명률을 낮추고 감염병의 확산을 방지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 다만 그 공헌의 정도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NPI는 개인적 NPI와 집단적 NPI가 있다. 개인적 NPI는 쉽게 개인 위생관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가 격리하기, 악수하지 않기,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이 해당된다. 개인적 NPI는 의지에 따라 개인위생 관리를 어느 수준까지 준수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반면 집단적 NPI는 국가 간 방역 지침에 따라 결정된다. 국경폐쇄, 휴교령, 집회 및 종교 활동 금지, 사적 모임 금지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한국을 포함해 일부 나라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Social Distance Level)’ 등으로 그 수준이 결정되지만 이는 ‘신체적 거리두기 지침(Physical Activity Guideline)’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방역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는 신체 간 물리적인 거리를 2m 이상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것이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개인, 가족, 직장, 사적 모임 등 사회적인 거리를 두라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NPI의 목적은 감염 확산을 최대한 지연시켜 발생 환자의 수를 가용 의료지원 능력 내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림-2 참조) 일일 환자 발생 수와 가용 의류 지원 능력을 고려한 곡선 평탄화 *출처: 미국 질병관리본부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8614) 중요한 사실은 PI든 NPI든 어느 한 국가의 노력으로만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감염병 확산에 뚜렷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는 각국 정부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백신 접종이라고 강조하며 백신 확보에 사활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과거 PI가 효력을 발생하는 시점. 즉, PI가 시작된 이후, 사망자가 줄어드는 시점은 펜데믹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또한 바이러스의 변이 발생 속도를 고려해보면 임상시험을 거쳐서 안정성과 효과성을 검증해야 하는 PI의 대응은 항상 늦을 수밖에 없다. NPI도 마찬가지다. NPI의 목적은 펜데믹을 종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료지원 능력이 붕괴되지 않도록 환자 수용 여력을 유지하면서 감염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인류가 질병을 정복하고 새로운 바이러스를 박멸한다는 표현은 사실상 현실성이 없는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한 국가가 홀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치료약과 백신을 개발하여 자국민에 우선적으로 접종하고 신체적 거리두기 지침을 철저하게 지킨다고 하더라도 펜데믹 사태를 종식시킬 수 없다. 인도에서 발생한 델타 변이가 순식간에 영국을 삼켜버린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빗장을 걸어 잠그는 효과”에 대한 평가와 정치적 이유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세계 각국은 국경을 폐쇄하고 국가 간 교류와 협력을 단절시켰다. 하지만 “빗장을 걸어 잠그는 효과”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경을 폐쇄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과 이에 대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유전학 기술은 바이러스의 기본 특성을 이해하고 확산 지역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 유전체 지도 작성의 중요한 장점 하나는 바이러스의 변이체를 정확히 가려내 전 세계 확산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검체를 수집하여 무작위적으로 누적된 돌연변이를 조사하면, 바이러스의 이동 경로를 밝힐 수 있다. (참고) 실제로 2020년 3월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코네티컷에 출현했을 때도 연구자들은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하여 바이러스가 미국 내 또는 해외에서 유래했는지 추적하였다. 검체 9건을 수집하여 유전자 분석을 실시한 결과 코로나 확산에 가장 큰 원인은 해외 바이러스 유입이 아니라 국내 지역사회에서의 감염이었다. 휴교, 재택근무 등 다양한 이동 억제 대책을 추진하더라도 이동자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위험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평균 변이발생기간(2주)를 적용한 이동경로 추적 유전자 지도 (출처: Medical Life Science News Thomas, 2020. 10. 20) WHO 대변인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Christian Lindmeier)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국경폐쇄, 여행 및 무역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으며, 국경폐쇄가 모니터링되지 않는 사람, 물건의 비공식적인 국경 이동을 유발하여 오히려 질병의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고 경고하였다. 국경을 폐쇄하면 밀 입국자나 밀수 등 비공식 통로를 통해 ‘검역 시스템’을 우회하는 사례가 증가하기 때문에 방역체계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 미국, 중남미 국가들은 국경폐쇄를 서둘러 시행하였다. 국경 폐쇄는 사실 과학적인 이유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에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미·중 경쟁은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도 더욱 심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 기원, 감염경로 추적, 백신 개발, 또한 펜데믹 극복에 유용한 디지털 거버넌스 체제의 경쟁 등 모든 분야에서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발생 책임에 대하여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으며, 중국은 방역 성과를 강조하며 미국에 대하여 ‘체제우월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특히, 코로나 기원과 관련하여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우한 발원지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오히려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냉동육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과 미군이 생화학무기를 만들다 유출되었다는 외부 유입설을 펼치고 있다. 한편, WHO는 우한 시장에 대한 현장 조사를 두 차례나 실시하였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을 공식 확인하는 데까지 무려 44일이나 경과하여 초기 대응에 실패하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친(親) 중국 행보로 논란을 일으킨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의 리더십으로 인해 미국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WHO 탈퇴 선언 등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하였다. 코로나 발생 책임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 그룹과 중국과 친 중국 성향을 보이고 있는 WHO의 대립으로 확대되어 국제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심화되는 불평등 세계화와 이를 뒷받침했던 국제기구들의 협력이 후퇴하는 현상은 이미 시작되었고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촉발로 글로벌 공급망과 교역이 감소하면서 탈세계화의 추세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비대면 접촉 활성화로 인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그동안의 국제사회가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펜데믹은 인종, 성별, 종교, 문화를 가리지 않고 전파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평등한 것 같지만 이를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자원(resources)은 매우 불평등하게 분포되어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이 시작되었던 2020년 1월 아프리카 41개국이 보유한 산소호흡기는 2,000대에 불과하였고 한 대도 갖고 있지 않은 나라가 10개국이나 되었다. 반면 미국은 17만 대를 보유하여 대조를 이뤘다. 환자를 돌보는 병상을 살펴보면 방글레데시는 1만 명당 8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1/4, 유럽연합의 1/8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백신 접종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그 불평등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부유한 국가들과 가난한 국가들과의 백신 접종 속도의 차이는 최대 25배에 이른다. 세계인구의 1/5(20.5%)을 구성하는 가난한 나라 52개국은 국민은 전체 백신 중 3.2%밖에 접종받지 못했지만, 전 세계인구의 4.3%를 차지하는 미국은 전 세계 백신 분량의 7%를 접종하였다. 하지만 WHO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2021년 9월부터 세 번째 접종(boost shot)과 5~11세 어린이에 대한 접종을 추진하고 있다.( 참조) 가난한 나라와 부자나라의 인구대비 백신접종 비율 * 출처 : Bloomberg Covid-19 Tracker (https://www.bloomberg.com/graphics/covid-vaccine-tracker-global-distribution/) 최초 인도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4월이었다. 이후 잠잠하다 올해 3월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서부 마하라슈뜨라(Maharashtra)주(州)에서 이중변이가 발생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인도와 교류가 많은 영국은 4월 23일 인도 발 입국자에 대해 국경을 폐쇄하였지만 델타 바이러스는 전체인구의 80%가 1차례 이상 백신 접종을 마친 영국을 순식간에 점령하였고 포르투갈, 독일, 이스라엘, 유럽연합, 미국, 한국 등 전 세계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초국가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시대에 국경을 폐쇄하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자국민에 대해 백신 접종율을 높인다고 해서 바이러스로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79개국 295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코로나19는 지난 20년간 국제사회가 노력해온 세계 빈곤 감소추세를 한순간에 되돌려 놓았다. 응답자의 87%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소득 불평등이 증가하거나 급등할 것으로 예측하였고 56%는 성불평등이 심화될 것이고, 66%는 인종별 불평등이 악화할 것이며 67%는 국가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세계 상위 10위의 억만장자들의 소득은 5,400억 달러가 증가하였고, 1억 2000만 명의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아프리카계 흑인은 백인보다 2만 2천 명이 더 사망하였다.   펜데믹 시대, 국제협력과 한국의 역할 불평등 심화는 가난한 나라들의 내부 붕괴를 더욱 촉진할 것이다.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국가들은 엄청난 난민을 양산할 것이고, 막대한 국가 부채 등으로 재정적 보호막이 붕괴되면 안보, 보건 혹은 에너지 자원이나 기후 문제 등 모든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연대를 심대하게 손상시킬 것이다. 빗장을 걸어 잠그고 교류와 협력을 단절해서는 현재의 펜데믹의 터널을 통과할 수 없다. 탈세계화로 세계 각국이 민족주의와 자국이기주의로 회귀하여 글로벌 거버넌스를 약화시키고 백신을 우선 확보하여 약물적 개입을 독자적으로 앞당기거나, 국경을 폐쇄하고 교류와 협력을 중단하여 비약물적 개입을 강화하여도 펜데믹을 종식시킬 수는 없다. 냉전시기 WHO가 설립되고 10년이 지난 1958년에 이르러 소련 공산당 서기장 흐루쇼프(Khrushchev)는 처음으로 WHO 세계보건총회 이사회에 대표를 보냈다. 소련 정부대표 빅토르 즈다노프(Victor Zhdanov) 박사는 이사회 연설을 통해서 “세계보건증진을 위한 미국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였으며,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천연두 백신의 개척자 에드워드 제너에게 천연두를 박멸하기 위해 편지를 보낸 사실을 인용하면서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하였다. 미국은 이러한 제안에 말라리아를 박멸하려는 미국 주도의 국제협력을 희석시키고 소련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불순한 의도라고 생각해서 협력하지 않았지만, 이후 닉슨 대통령은 흐루쇼프의 제안을 받아들여 천연두 박멸 프로젝트를 지원하였다. 미국과 소련은 서로 협력하여 백신 개발과 대량 생산에 성공하였고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백신 지원을 통해 1980년 천연두를 지구상에서 몰아냈다. 에네즈 마넬라(Erez Manala)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는 미·소의 천연두 백신협력을 냉전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협력 사례라고 평가하였다. 이는 코로나19 펜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베이징과 워싱턴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역사적인 협력 사례이기도 하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강조되면서 한국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제76차 유엔 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인류는 공동체를 통한 집단 지성과 상호 부조에 기대어 수많은 감염병을 이겨내며 공존해 왔으며, 코로나 펜데믹 역시 인류애와 연대의식으로 극복할 것이며 유엔이 그 중심에 설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지구공동체’가 해야 할 당면 과제는 코로나 위기로부터 포용적 회복을 이루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한국은 국제사회와 협력하면서 코백스(Covax)에 2억 달러를 공여하고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의 한 축을 맡아 백신의 공평하고 빠른 보급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약속했다.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국의 역할은 WHO, UNICEF(United Nations Children’s Fund)를 중심으로 기여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WHO 주관으로 저소득국가들에 대한 백신 공급을 목적으로 추진 중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은 총 184개국에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며 이중 한국을 포함한 63개 개별국가와 유럽 29개국은 자체부담으로, 나머지 92개 개발도상국은 세계백신면역연합(Glob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zations, GAVI)에 의해 출범한 ‘선구매 공약 메커니즘(COVAX AMC) 통해 백신을 지원받는다. 한국 정부는 2억 달러를 기여하기로 약속하였으며, 올해 10월까지 베트남에 100만 회분의 백신을 제공할 예정이다. ( 참조) 세계 백신·면역 엽합(GAVI) 파트너 기관 UNICEF 한국위원회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인도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구호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산소 농축기 3,000개, 병원용 산소 공급기 25대, 진단키트 500개, 열상 스캐너 70개를 제공하였으며 얼굴 가리개 200만 개와 수술용 마스크 20만 개를 추가 지원하고 보건 인력을 현지에 파견하여 인도 정부와 감염 경로 모니터링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의 촘촘한 가치사슬로 연결된 현실에서 국가 간의 협력 필요성은 한목소리로 강조된다. 특히, 의료기기, 개인보호장비, 백신, 치료제 등의 재화에 대한 생산 및 분배에 있어 개별국가의 이익 추구 행위가 가져올 수 있는 불균형적·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통제할 수 있는 독립 상설국제기구의 설립에 관한 논의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펜데믹 종식을 위한 국제협력이 활발해지면서, 이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펜데믹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퍼지고 있다. 인류는 역사상 많은 펜데믹을 극복해왔다. 다만, 우리 세대가 펜데믹을 처음 경험하면서 많은 실수를 했을 뿐이다. 우리는 당황했고, 욕심을 부렸고, 상대방을 탓하고, 공포심에 빗장을 걸어 잠그기도 하였다. 인간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서로 접촉하며 소통하고 사랑을 나눈다. 죽은 자를 땅에 묻고 애도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바이러스는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그 이유로 인해 확산하며, 인간 본연의 속성을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단절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인류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답을 찾을 것이다. 그 답은 “단절과 분리”가 아닌 “연대와 협력”이다. 국제사회가 연대와 협력을 통해서 하나가 될 때, 아폴론은 역병의 화살을 거둘 것이라는 지혜를 깨달으면서, 이제 우리는 길었던 펜데믹 터널의 출구 앞에 서 있다.   참고문헌 김나현. "약자에게 가혹한 코로나19, 국제적 보건의료체계 공조 중요.” 「메디컬옵서버」 (2021. 9. 6) 김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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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 Norton & Company, London (2020. 10. 6) 기획: 정승철 연구위원 편집: 김애리 연구원   박기철 중령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청와대, 국방부, 합참, 육군본부에서 대량살상무기 대응 담당으로 근무하였다.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에서 생물 무기 사찰담당으로 근무하면서 UN 제네바 군축사무소 주관 생물무기금지협약(BWC) 베이징 전문가회의 (2009), 마닐라 회의에서(2010)에서 정부대표로 활동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레짐이론, 레짐효과성,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대확산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레짐의 성패에 관한 연구: 강대국의 실행결정 요인을 중심으로" (동북아논총, 2021), "포스트 코로나19, 넥스트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유엔체제의 역할과 책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21) 등 다수의 논문과 기고문이 있다. 현재 美 8군 사령부에서 대량살상무기대응 계획장교로 근무 중이며 한국유엔체제학회 총무이사로 활동 중이다.
  • [JPI PeaceNet]Did COVID-19 Increase National Pride in South Korea?
    저자
    Sijeong Lim(Korea University)
    발간호
    2021-19
    전세계가 팬데믹과 분투한 지 2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 각 국은 단계적 일상회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각 국이 이 세계적 규모의 보건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의 효과성에는 큰 차이가 존재했으며, 전 세계 시민들은 공식적, 비공식적 미디어를 통해 자국의 성과를 다른 국가의 성과와 쉽게 대조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팬데믹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팬데믹 기간 국가 자부심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JPI PeaceNet은 고려대학교 임시정 교수의 기고문에서 서베이를 통해 드러난 코로나 전, 후 한국 국민들의 국가자부심 변화를 살펴보고 그 함의를 찾아보고자 한다. [기획: 유기은 박사후연구원 (keryu@jpi.or.kr)] Exogenous shocks and National Pride Exogenous shocks such as national disasters and pandemics have a profound influence on how citizens think about the virtues and failings of their country and society. Governance failures in response to such shocks cause social disruptions and undermine the government's credibility (Omelicheva, 2011; Deverell, 2020; Mukherjee, 2015; Malhotra & Kuo, 2008). But does the successful handing of exogenous shocks enhance trust in government and society, and more broadly, encourage citizens to take pride in their country? The discussion on the nexus between the handling of exogenous shocks and national pride is particularly relevant in the context of the COVID-19 pandemic. There was significant variation in the effectiveness of how countries tackled this global-scale health crisis. And, more than ever before, citizens across the world had easy access to cross-country information on infections and mortality, often amplified on social and traditional media, which compared and contrasted their country’s performance with that of others. Google, for instance, provides daily COVID case charts for 191 countries based on Johns Hopkins University Center for Systems Science and Engineering (JHU CSSE). Other sources include CNN’s World COVID tracker and Bloomberg’s COVID Resilience Ranking. We explore how the national response to COVID-19 affected national pride in South Korea (Korea hereafter), which was widely celebrated for its pandemic response during the first half of 2020. At the time, the Director-General of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Tedros Adhanom Ghebreyesus, urged countries to “apply the lessons learned in Korea and elsewhere” (Fisher and Choe, 2020). Some international leaders sought to proclaim their association with Korea. Maryland’s Governor Larry Hogan bragged that because he is known as Korea’s “son-in-law” (he is married to a Korean), he was able to quickly secure COVID-19 help from Korea (Hogan 2020). Research Design To empirically assess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COVID-19 response and national pride, we draw on a unique dataset of surveys conducted by Korea Research in August 2019 (pre-COVID-19) and April 2020 (during COVID-19). The dates when the April survey was fielded, April 10-13, correspond with the end of the first wave of infections. In those four days, Korea reported less than 30 new cases daily. Both surveys asked two general questions about national pride: “I am proud of being a Korean” and “I want to be reborn as a Korean (in my next life).” Our empirical strategy is to compare the level of national pride between two time points using cross-sectional surveys conducted before (August 2019) and during (April 2020) the COVID-19 crisis. We expect both measures of national pride to be higher in April 2020 than in August 2019. To gain additional confidence that the pride increase is attributable to COVID-19, we also examine changes in pride in specific domains: 1) civic awareness of citizens (Citizenship), 2) international leadership (International), 3) popular culture (Pop Culture), 4) economic competitiveness (Economy), and 5) politics and democracy (Politics). These measures help us account for the confounding effects of other events such as the escalation of the trade war with Japan ongoing since July 2019 and the historic Oscar win of the Korean film Parasite in February 2020 (Choe 2020). The domain specific pride measures also allow us to conduct the test of two mechanisms liking the pandemic to national pride: social-psychological “rally-round-the-flag” effect vs. rational and nuanced interpretation of their country’s successful handling of the crisis. The former mechanism expects an increase in pride across all five domains. The latter mechanism predicts an increase in pride only in domains that are directly relevant to COVID-19 experience. The most significant increase is expected in the domain of civic awareness of citizens. Citizens’ compliance with self-quarantine mandates and the voluntary use of facemasks in public spaces were key to successfully managing the COVID-19 crisis. International leadership is another domain that Koreans are expected to take pride in. The Korea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 (KDCA) shared its quarantine strategies with foreign countries, and Korean companies donated test kits and masks to foreign countries struggling with the virus, all of which received positive media attention. Findings We conduct a weighted regression analysis on the matched dataset and visualized our main findings, the substantive effect of COVID-19 on national pride, in Figure 1.[1] We find a significant increase in the general measures of national pride between 2019 and 2020. The probability that one feels proud of being Korean increased from under 70% in August 2019 to over 80% in April 2020. Similarly, the probability that one wants to be reborn as a Korean increased from around 56% in 2019 to over 70% in 2020. Figure 1 We move on to exploring domain-specific pride measures. We plot the predicted probabilities of placing Korea at the “upper-middle” or “upper” positions in pre-COVID-19 (red bars) and during COVID-19 (blue bars), respectively. The most dramatic improvement is observed in the domain of Citizenship, followed by International leadership, the two pride domains directly related to COVID-19. We observe a 15%-point improvement (from 37% to 52%) in the Citizenship domain and over a 10%-point improvement in the International leadership domain. As for the domains of Economy and Pop Culture, we do not observe any significant change in citizen perception. Interestingly, respondents’ assessment of Korea’s position in the domain of Politics worsened in April 2020 compared to August 2019. Our findings suggest that while respondents attribute the successful pandemic management to the Korean nation, especially in the high civic awareness of fellow citizens, they show growing dissatisfaction towards the political class over the affairs of the Korean state. These findings together provide some evidence that the increase in national pride could be attributed to COVID-19 rather than other confounding factors. These domain-specific analyses also suggest that taking pride in the successful COVID-19 response was not merely the result of a “rally-round-the-flag” effect. Koreans recognize the uniqueness of the COVID-19 challenge and offer a remarkably rational and nuanced interpretation of their country’s successful handling of the crisis. They view it as a victory for the Korean nation as opposed to the Korean state. Figure 2 Discussion Our research note has important implications for the study of national identity in times of crisis, COVID-19 in our case. We show that the successful handling of a global health crisis is associated with an increase in citizens’ national pride. By looking separately at domain specific period, we also show that the increase in pride is observed only in the domains more directly related to the successful handling of COVID-19. Is the increase in national pride a “good thing”? After all, populists across the world are harping on national pride. Would COVID-19 then provide additional fodder to the populists? Scholars consider nationalism and patriotism to be two distinct sources of national pride (Skitka 2006; Blank and Schmidt 2003). Nationalism-driven pride is based on the sense of national superiority and, by extension, exclusionary and dominating attitudes towards “others.” It is plausible that mask wearing, social distancing, and quarantine measures that have disrupted the normal lives of many during the pandemic could reinforce such inward-looking nationalist sentiment and the scapegoating of other countries. Patriotism-driven pride, on the other hand, does not rely on such exclusionary attitudes. Rather, it centers on the admiration of internal values, norms, and achievements and the tendency to maintain them (McDaniel et al. 2016). In turn, such constructive patriotic commitments are suggested to have the potential to motivate citizens to perform civic duties (Richey 2011) and provide support for more inclusive public policies (Brubaker 2004; Laborde 2002; Konrad and Qari 2012; Gangl et al. 2016). The pandemic, as a common threat, can renew a sense of community and provide an opportunity for governments and citizens alike to demonstrate their ability to act collectively, overcoming class, religious, ethnic and linguistic divides. These actions could range from new social norms on masks wearing to providing meals to vulnerable sections of society who have lost jobs. Did the Korean COVID-19 response enhance patriotic pride as opposed to nationalist pride? We find that COVID-19 enhanced Korean’s pride in their civic awareness; after all, citizens voluntarily followed government guidelines of social distancing and mask wearing. Such civic engagement reinforced in the time of a national crisis could enhance the norms of reciprocity and mutual trust and thus could increase social capital and foster patriotism (Galston 2007).  One might also argue that Korean pride is inclusive patriotic pride because respondents are proud of their country’s role in international cooperation to manage COVID-19. It might reflect a nascent surge in “globally sensitive patriotism” that can drive public support for policies serving global justice such as foreign aid projects (Nussbaum 2008). Of course, social capital could also have a darker side. Berman’s (1997) classic work showed how a robust German civil society in the 1920s facilitated the rise of the Nazi party and led to the demise of Weimar Germany. Similarly, Chambers and Kopstein (2001) note the resurgence of “dark” civil society. One could argue that the xenophobic reaction in Korea to immigrant workers and refugees suggests that social cohesiveness could play out in an inclusive as well as exclusive manner. Thus, it is critical to recognize that in Korea, social cohesiveness could be associated with nationalist as well as patriotic pride. Unfortunately, our survey data do not contain a measure or proxy that allows us to separate nationalistic and patriotic attitudes. Future research can empirically explore this by employing distinct measures for nationalism and patriotism. [1] Please read the full paper (https://doi.org/10.1111/nana.12749) for details on the estimation strategy. We performed exact matching based on the following binary/categorical covariates: Gender, Age, Progressive/Conservative/Moderate, College Education, Income, and Region. All models control for these covariates.   References Berman, S. (1997). Civil society and the collapse of the Weimar Republic. World Politics, 49, 401–429. Blank, T., & Schmidt, P. (2003). National identity in a united Germany: Nationalism or patriotism? An empirical test with representative data. Political Psychology, 24(2), 289–312. Chambers, S., & Kopstein, J. (2001). Bad civil society. Political Theory, 29(6), 837–865 Choe, S. (2020). “Oscar for ‘Parasite’ quenches Koreans' long thirst for recognition,” The New York Times, 10 February. Deverell, W. (2020). “Warren Harding tried to return America to ‘normalcy’ after WWI and the 1918 pandemic. It failed.” Smithsonian Magazine 19 May. Fisher, M., & Choe, S. (2020). “How South Korea flattened the curve,” The New York Times, 10 April. Galston, W. A. (2007). Civic knowledge, civic education, and civic engagement: A summary of recent research. International Journal of Public Administration, 30(6–7), 623–642. Gangl, K., Torgler, B., & Kirchler, 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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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em Prakash is Professor of Political Science and the Walker Family Professor for the College of Arts and Sciences at University of Washington. He is a member of 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Board on Environmental Change and Society and International Research Fellow at the Center for Corporate Reputation, University of Oxford. His recent awards include the Americ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s 2020 Elinor Ostrom Career Achievement Award in recognition of "lifetime contribution to the study of science, technology, and environmental politics," and the 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s 2019 Distinguished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Scholar Award that recognizes "outstanding senior scholars whose influence and path-breaking intellectual work will continue to impact the field for years to c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