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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PI PeaceNet] 해양안보를 위한 미국의 외교정책: 국제해양안보건설(IMSC) 활동과 한국에 주는 시사점
    저자
    장성일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발간호
    2023-08
    [기획자 註] 오늘날 전 세계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무역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한다. 국가 간 무역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상품은 주로 해상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해상 교통로에서의 항행의 자유 확보는 각 국의 경제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날 해양안보는 많은 국가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이다. 미국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국제해양안보건설(IMSC)’이라는 다자 해양안보 연합체를 주도하며 중동 지역 해역에서 선박을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IMSC는 어떤 조직이며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IMCS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활동이 한국에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제주평화연구원은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장성일 박사님의 JPI PeaceNet 기고문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기획: 정승철 연구실장(scchung@jpi.or.kr)]  서론 2019년 5월과 6월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만(Gulf of Oman) 해역에서 유조선들이 잇달아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은 성명을 발표하면서 유조선에 대한 공격은 이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1) 유조선에 대한 공격 이후 원유 가격은 약 3% 이상 상승했다.2) 이후 발생한 사건은 미국과 이란을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몰고 갔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6월 20일, 이란이 미국의 무인 정찰 드론을 격추하자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이란 레이더 및 미사일 부대 등을 공격하기 직전에 이를 취소한 것이다.3) 다행히 미국과 이란은 군사적으로 충돌하지 않았으나 이상에서 언급한 일련의 사건은 해상수송로 문제, 더 나아가 해양안보가 국가 간 무력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림-1] 미국의 정찰 드론 및 유조선들이 공격당한 지점4)  이 글은 2019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발생한 이후의 해양안보를 위한 미국의 외교정책인 ‘국제해양안보건설(IMSC: 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Construct, 이하 IMSC)’에 주목한다. 이 글은 IMSC의 시작과 주요 활동, 그리고 미국의 해양안보를 위한 외교정책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본다.  미국 주도 해양안보 협력체 IMSC의 시작 ‘국제해양안보건설(IMSC)’은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적인 해양안보 연합체(coalition)로, 중동 지역 해역에서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고, 영국, 호주 등이 참여하는 다자해양안보 프로그램이다. 이 연합체는 국제해양안보건설, 국제해양안보구상, 국제호송연합체,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 또는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등으로 번역되고 있다. 2019년 7월에 공식 출범한 IMSC에는 2023년 6월 현재 미국, 영국, 알바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세이셸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5) 2019년 이란의 유조선 공격과 이후 미국과의 갈등이 IMSC의 창설에 기여했다. 특히 미국은 이란이 자국의 무인 정찰 드론을 격추시킨 후, 페르시아만 인근에서 이란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협을 감시하고 위협 발생 시 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페르시아만 지역 항행 선박들에게 감시 장비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미국은 이란의 위협적인 행동을 억지하고자 한 것인데, 영국, 바레인 및 호주가 미국이 주도하는 해양안보 연합체에 동참하기로 했다.6) 이 프로그램의 출현 초기에는 Sentinel program 또는 Operation Sentinel이라 명명되었는데, 이러한 다자적인 해양안보 협력은 미국이 혼자서 페르시아만과 인근 해역의 해상수송로에 대한 안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해양안보 제공의 부담을 나누어 가지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7) 2019년 7월 IMSC가 출범하였을 때 미국, 영국과 호주만이 이 연합체에 참여하였는데, 8월에는 바레인이, 9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바니아가 IMSC에 합류했다. 2020년 3월에 리투아니아, 10월에는 에스토니아도 IMSC에 참여하기 시작했다.8)  IMSC의 목적 및 작전 지역 IMSC는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국제법 및 ‘자유로운 상업적인 흐름(free flow of commerce)’을 유지하여 지역의 안정 및 해양안보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2019년 11월 7일에 IMSC는 실질적인 해양안보 활동을 담당하는 조직인 ‘Coalition Task Force (CTF) Sentinel(이하 CTF Sentinel)’을 만들었다. 이 조직의 임무는 상업적인 해운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IMSC의 작전지역에서 국가 행위자의 지원을 받는 악의적인 활동(state sponsored malign activity)을 억지하는 것이다.9)  IMSC가 해양안보 작전을 수행하는 지역은 아라비아만(Arabian Gulf) 또는 페르시아만에서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및 오만만(Gulf of Oman)을 통과하여 아덴만(Gulf of Aden), 그리고 밥 엘-만답(Bab el-Mandab) 해협을 통과하여 홍해(Red Sea) 남부 지역까지의 공해(international waters)이다. IMSC가 해양안보 작전을 수행하는 지역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지점(choke point)이 위치하고 있는데, 호르무즈 해협과 밥 엘-만답 해협이 그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하고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및 아라비아해를 이어주는 해협으로, 연간 42,000척 이상의 선박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그런 의미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에너지 자원의 수송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choke point) 중 하나라 할 수 있다.10) 2018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2,100만 배럴의 석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였는데, 이는 전 세계 석유 소비의 약 21%에 해당하는 엄청난 물량이다. 동 연도를 기준으로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교역량의 1/4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2018년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물량의 76%가 아시아 시장으로 갔는데, 중국, 인도, 일본, 한국, 싱가포르가 대부분의 물량을 수입하는 고객이었다.11) 다음으로 밥 엘-만답 해협은 중동 지역을 수에즈 운하로 연결하는 해협으로 연간 17,000척 이상의 선박이 통과한다. 만약 이 해협이 봉쇄되는 경우 선박이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서 항행해야 하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과 마찬가지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협이다. 2018년 하루 평균 620만 배럴의 석유가 밥 엘-만답 해협을 통과하여 유럽, 미국 및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했다.12) IMSC의 주요 활동 2019년 11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후 IMSC의 CTF Sentinel은 호르무즈 해협과 밥 엘-만답 해협을 통과하는 IMSC 가입 회원국 소속 1,100척 이상의 상선을 모니터링하는 활동을 했고, 상선이 동 태스크포스(CTF)가 해양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도록 하기 위해 거의 10,000번의 해양인식소통(maritime awareness calls)을 실시했다.  IMSC의 작전지역 정찰을 위해 해양순찰과 정찰용 항공기가 13,000시간 이상을 비행했다. IMSC의 태스크포스(CTF)는 바레인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Sentinel’과 ‘Sentry’로 이루어져 있다. 호위함(frigate), 구축함(destroyer)과 같은 대형 해군 군함을 ‘Sentinel’이라 칭하고, ‘Sentinel’은 핵심적인 구간(choke point)인 호르무즈 해협과 밥 엘-만답 해협에서 감시 활동을 실시한다. ‘Sentry’는 초계함(patrol craft 또는 corvette)과 같은 소형 해군 군함을 지칭하며, 앞서 언급한 두 해협 사이에 있는 핵심적인 항로(transit lane)를 순찰한다. IMSC의 태스크포스(CTF)는 가장 위험도가 높은 구간을 통과하는 통행량을 관찰하기 위해 항공정찰자산도 추가적으로 활용한다.  IMSC의 CTF Sentinel이 작전 지역에서 벌이는 해상수송로 안보 또는 해양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자에 대한 감시 활동으로 2020년에 발생한 Wila호 사건을 들 수 있다. 2020년 8월 12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만의 공해 상에서 이란이 군사력을 사용하여 IMSC의 회원국이 아닌 국가의 유조선인 Wila호에 승선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Sentinel 선박이 이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당시 이란군은 헬리콥터 한 대와 두 척의 선박을 동원했으며, 이러한 행위는 항행의 자유와 자유로운 상업의 흐름을 저해하는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포함한 페르시아만, 오만만 해역에서 2019년 말부터 CTF Sentinel의 작전이 시작됨에 따라 Wila호 사건처럼 해당 지역에서 국가 행위자의 지원을 받는 악의적인 활동이 감소했고, CTF Sentinel의 작전 개시 이후 2019~2020년 동안 IMSC 회원국 선박에 대한 공격도 없었다고 IMSC는 전하고 있다.13) 미국의 해양안보 외교정책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 호르무즈 해협 해양안보를 위한 미국 주도의 다자 협력체인 IMSC의 활동이 한국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첫째, 여전히 중요한 핵심구간(choke point)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포함한 해상수송로 안보는 언제든지 군사력의 사용까지도 고려할 수 있는 안보 문제다.14) 비롯한 에너지 자원 및 물류의 해상수송 비중을 고려할 때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국가 및 비국가 행위자로부터 핵심구간(choke point)을 비롯한 해상수송로를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력 사용(해군력의 투사)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9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이란의 유조선 공격과 이후 미국과의 갈등이 IMSC의 출범을 촉발한 것과 같이, 미국 및 미국의 동맹국에게 핵심 이해관계가 있는 핵심구간(choke point)이나 해상수송로가 위협받는 경우 해양안보 확보를 위해 미국은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IMSC의 사례가 보여주듯 최근 미국은 독자적인 군사력 사용 대신 여러 국가의 참여를 요구하는 다자적인 개입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앞으로 한국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참여나 기여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둘째, 미중 경쟁의 격화로 대만해협을 비롯한 남중국해에서의 해양안보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남중국해나 동중국해는 미국 뿐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 핵심 동맹국인 한국, 일본, 그리고 대만 경제의 생명줄이다. 2022년 미국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중국이 대만을 둘러싸고 위협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한 사례만 보더라도, 미중 경쟁의 양상에 따라 한국 경제에 핵심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해상수송로 또는 해상교통로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소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 미국에게 경도된 한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거나 한국의 외교정책 변화를 목적으로 중국이 한국 선박의 대만해협 또는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통행을 막거나 방해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위협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은 핵심적인 국가이익이 걸려 있는 해상수송로에 대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독자적 및 다자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실제로 미국은 2019년 7월 IMSC 출범 초기 한국에게 참여를 요구한 적이 있다.15) 미국의 요청에 대해 당시 한국 정부는 미국 주도 IMSC 참여 대신 한국의 독자적 작전수행 방식을 선택했다. 2020년 초 한국은 청해부대의 파견을 결정했으며, 이후 청해부대의 임무 지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했다.16) 이란을 포함하여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IMSC에 회원국으로 직접 참여하는 것은 부담이될 수 있으나,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이 미국 주도 해양안보 활동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은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에서도 해양안보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어야 하며, 동시에 중국이 한국의 행동을 자신에 대한 공격적인 행위로 오인하지 않도록 신중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  1) Mark Landler, Julian E. Barnes, and Eric Schmitt, “U.S. Puts Iran on Notice and Weighs Response to Attack on Oil Tankers,” The New York Times (June 14, 2019). 2) Edward Wong, “Pompeo Says Intelligence Points to Iran in Tanker Attack in Gulf of Oman,” The New York Times (June 13, 2019). 3) Weiyi Cai, Denise Lu, and Anjali Singhvi, “Three Attacks in the World’s Oil Choke Point,” The New York Times (June 21, 2019). 4) Weiyi Cai, Denise Lu, and Anjali Singhvi, “Three Attacks in the World’s Oil Choke Point,” The New York Times (June 21, 2019). 5) 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Construct, https://www.imscsentinel.com/ (검색일: 2023년 6월 26일). 6) Benjamin Mueller, “U.K. Joins U.S.-Led Effort to Protect Ships in Strait of Hormuz,” The New York Times (August 5, 2019); Jamie Tarabay, “Australia Is Third Country to Join U.S. in Patrolling Strait of Hormuz,” The New York Times (August 21, 2019). 7) Edward Wong, “Trump Imposes New Economic Sanctions on Iran, Adding to Tensions,” The New York Times (June 24, 2019). 8) https://www.imscsentinel.com/news/s9tdvzvbyiicxzxorg1tn4wu2hpdn6 (검색일: 2023년 6월 28일). 9) 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Construct, https://www.imscsentinel.com/ (검색일: 2023년 6월 26일). 10)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은 ‘choke point(chokepoint)’를 “널리 사용되는 해로를 따라 있는 좁은 해협(narrow channels along widely used global sea routes)”으로 정의하고 있다.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World Oil Transit Chokepoints (July 25, 2017). ‘choke point(chokepoint)’는 한국어로 해상요충지, 병목지점, 관문, 요충지, 전략적 해협, 급소지역 등으로 번역되어 사용되며 아직 합의된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11)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https://www.eia.gov/todayinenergy/detail.php?id=39932 (검색일: 2023년 6월 26일). 12)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https://www.eia.gov/todayinenergy/detail.php?id=41073 (검색일: 2023년 6월 26일); https://www.imscsentinel.com/news/s9tdvzvbyiicxzxorg1tn4wu2hpdn6 (검색일: 2023년 6월 28일). 13) The U.S. Navy, https://www.navy.mil/Press-Office/Press-Releases/display-pressreleases/Article/2311913/international-maritime-security-construct-statement-on-incident-with-motor-tank/ (검색일: 2023년 6월 28일). 14) 장성일, “위기 시 미국 외교정책 결정의 통합적인 분석: 페르시아만 해상 수송로 위기에서 군사적 대응 결정,” 『한국정치학회보』 제54집 제2호 (2020년 6월), p. 233. 15) 유지혜·이유정, “미국, 한국 분담금 목표는 현금+호르무즈·남중국해 동참,” 『중앙일보』 (2019년 8월 21일). 16) 장연제, “정부, 호르무즈에 청해부대 파병키로…파견지역 확대 방식,” 『동아일보』 (2020년 1월 21일); 김성진, “정부, 호르무즈에 청해부대 독자 파병…“美·이란과 사전 협의”,” 『뉴시스』 (2020년 1월 21일); 윤상호, “美연합체 참여않고 호르무즈 독자 파병,” 『동아일보』 (2020년 1월 22일).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장성일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장성일 박사는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사를 역임,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재직중이며, 경희대학교 학술연구교수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원을 지냈다. 저자는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2019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에서 냉전기 미국 외교정책 결정에 대한 아카이브 연구로 외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분야는 미국 외교정책의 제도로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외교정책 이론, 해양안보 및 에너지 안보 등이다. 대표적인 연구로 단독 저서는 『해양안보와 미국의 외교정책』 (도서출판 이조, 2023), 논문으로는 “위기 시 미국 외교정책 결정의 통합적인 분석: 페르시아만 해상 수송로 위기에서 군사적 대응 결정,”(한국정치학회보, 2020), “외교정책 연구에서 ‘정책결정(Decision-making)’ 관점 재조명: 1967년 티란 해협 수송로 안보 위기 시 미국의 무대응 분석,”(국제정치논총, 2020), “미국 국가안보 제도의 기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창설 과정에서 관료 조직 간 정치,”(평화연구, 2021) 등이 있다.
  • [JPI PeaceNet] 확장억지 강화의 오랜 노력과 성과: 새 부대에 담긴 명품 술을 위하여
    저자
    이근욱 (서강대학교)
    발간호
    2023-07
    [기획자 註] 지난 4월말 한미정상회담은 군사안보측면에서 차관보급 핵전략협의체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창설했다는 점에서 한미 간 핵 관련 협력의 역사에서 핵 관련 논의에 특화된 첫 고위급 상설협의체를 출범시켰다는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의 역사에서 대북 확장억지가 갖는 의미와 현재 주소, 그리고 미래를 생각해 볼 시기가 되었다. 이에 JPI 피스넷은 서강대학교 이근욱 교수의 기고를 통해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 조치의 역사와 그 변화의 의미, 그리고 앞으로 관련하여 논의되어야 할 사항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 임해용 연구실장(haeyonglim@jpi.or.kr)] 서론 2023년 4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5박7일 동안의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였다. 이번 방문에서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였고, 확장억지를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대북 확장억지를 강화하였고,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를 주관하고,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까지도 수행하였다. 또한 미 국방부에서 미군 수뇌부로부터 정세브리핑을 직접 받았으며, 하버드 대학의 정치연구소(Institute of Politics) 행사에서 연설하였다. 이러한 접촉을 통해, 한국과 미국 관계는 양국 정상의 인간적인 관계와 함께 더욱 강화되었다.  12년 만의 국빈방문을 통해, 한미 동맹은 한반도에 국한된 지역 동맹에서 전 세계를 포괄하는 그리고 군사문제를 넘어 사이버와 우주 그리고 환경 문제까지 다루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하였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이전까지 미국이 제공하던 대북 확장억지(extended deterrence)를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한국형 확장억지”의 가능성을 제공하였다. 미국 핵 전략자산의 정례적 전개를 보장하고, 차관보급 핵전략 협의체인 핵협의 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창설하여 핵 관련 논의에 특화한 첫 고위급 상설협의체를 출범시키었다.  또한 한미 동맹을 첨단기술 동맹으로 발전시키면서, 한미 공동의 첨단기술 개발과 공급망 강화 등에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 특히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기술표준을 마련하고 한미 반도체 포럼을 창설하면서 가치동맹으로 신뢰할 수 있는 미국과 한층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하였다. 환경 부분에서 한미 양국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행동을 촉진하기로 약속하였다.  이와 같은 외교적 성과는 분명 긍정적이며, 한국의 안보를 강화하고 한미동맹의 발전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건설적인 성과는 획기적인 것인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이전까지와는 다른 내용의 발전이며, 새로운 내용의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제도적 개선인가? 만약 새 술이 아니라면 이전까지의 확장억지의 내용물이었던 헌 술과 확장억지의 제도이었던 헌 부대는 어떠하였는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떠한 부분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가? 이러한 관점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평가하고자 한다.  워싱턴 선언과 대북 확장억지의 강화 대북 확장억지는 1953년 이후 한미동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다. 한미동맹을 통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대북 확장억지력은 지난 70년 동안 북한의 또 다른 전면침공을 효과적으로 방지하였으며, 좁게는 한반도와 넓게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지난 30년 동안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집중하면서, 냉전 이후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고 동시에 한반도의 현상변경을 위한 군사적인 수단을 추구하였다. 이에 한미동맹은 이전과는 다른 군사적 상황에 직면하였다. 이전까지 미국의 핵독점이 북한의 한국에 대한 재래식 공격을 억지하였다면, 이제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의 핵독점을 무너뜨리고 미국의 대북 확장억지력을 약화시킨다고 한다. 이제 워싱턴 선언과 NCG 등으로 미국의 대북 확장억지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평가는 새로운 내용이며, 이것을 새로운 제도적 장치로 발전시킨 것인가? 즉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은 것인가? 일단 미국은 냉전 기간에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제공하였다. 1953년 이후 미국의 핵우산은 암묵적으로 작동하였지만, 1978년 11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에서 핵우산은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명시되었다. 당시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정책과 그에 따른 박정희 정권의 독자 핵무기 개발 노력은 한미동맹에 상당한 파열음을 촉발시키었고, 결국 미국은 한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이전까지 묵시적으로 상정되었던 미국의 핵우산을 SCM 합의문에 명시하였다. 1978년 7월 11차 SCM 최종 합의문은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하에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라고 재확인”하였다.1)  이후 SCM 및 한미 정상회담 합의문 등에서 핵우산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핵우산이 한반도에 작동한다는 것은 사실상 상식적인 사항이었고, 이에 대한 의구심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미국은 해당 사안을 다시 언급하였다. 2006년 10월 38차 SCM에서 한미 양국은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통한 확장억지의 지속을 포함하여,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한국에 대한 굳건한 공약과 신속한 지원을 보장”한다고 선언하였다. 이를 통해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였고, 한국에 대해서는 안보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이후 미국의 대북 확장억지력은 제도화되기 시작하였다.  2009년 6월 한미정상회담 공동발표문(Joint Vision for the Alliance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Republic of Korea)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의 연합방위태세를 강조하면서,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지력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공약(continuing commitment of extended deterrence, including the U.S. nuclear umbrella)”을 다시 선언하였다.2) 이후 2009년 10월 41차 SCM에서 “미국의 핵우산, 재래식 타격능력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는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대한민국을 위해 확장억지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명기되었다.  2010년 10월 42차 SCM의 문구는 기본적으로 2009년 SCM 합의문과 동일하지만, 한미 양국은 확장억지정책위원회(EDPC, Extended Deterrence Policy Committee)의 구성에 합의하였다. 이에 따르면 EDPC의 역할은 “확장억지의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협력 메커니즘”으로 규정되었고, 핵우산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을 논의하는 제도적 장치로 작동하였다. 2011년 3월 EDPC 1차 본회의가 그리고 9월에 2차 회의가 개최되어, 한국과 미국은 북핵 위협을 공동으로 평가하고 확장억지 수단에 대한 운용연습(TTX, "table-top" exercise) 실시를 논의하였다. 11월 EDPC 주관으로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가 참석한 가운데, 해당 운용연습을 실시하였다.  2011년 10월 43차 SCM에서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Korea-U.S. Integrated Defense Dialogue)가 신설되었고, 2012년 3월 EDPC 3차 회의는 KIDD 고위급 회담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여기서 한국 국방부의 정책실장과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의 회의가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 EDPC/KIDD는 NATO 이외의 국가에서 작동하는 최초의 확장억지 관련 협력기구로 자리매김하였다. 이에 전성훈은 “일본의 고위 정책결정자들은 미일 양국은 EDPC와 같은 기구가 없이도 미국의 對일본 핵우산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오래전부터 긴밀하게 협력해왔다”는 자신감을 표명했다고 지적하였다.3) 확장억지전략협의체(EDSCG)의 등장과 발전 EDPC/KIDD는 이후 더욱 강화되었고, 제도적 형태 또한 진화하였다. 2015년 4월 억지전략위원회(DSC, Deterrence Strategy Committee)가 추가되어 차관보급 협의를 강화하였다. 특히 2016년 10월 한미외교+국방장관 회담 및 48차 SCM에서 양국은 확장억지전략협의체(EDSCG, 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를 출범하는데 합의하였다.4) EDSCG는 차관보급 협의체인 EDPC/KIDD에서 외교/국방부 차관급 협의체로 격상된 제도이었으며, 2016년 12월 워싱턴에서 1차 회의를 개최하였다. 회의 공동언론보도문에 따르면, 미국은 “핵우산, 재래식 타격, 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한 확장억지를 한국에게 제공한다는 미국의 철통같고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강조”하고, 이와 함께 “동맹국들에 대한 그 어떤 공격도 격퇴될 것이며, 그 어떤 핵무기 사용의 경우에도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미국의 오랜 정책을 재확인”하였다. 특히, 미국은 이러한 “지속적인(enduring) 공약의 이행과 한국에 대한 즉각적인(immediate) 지원 제공에 있어 계속 확고할 것임을 강조”하였다.5)  2017년 북한은 핵 및 미사일 실험 등으로 도발을 계속하자, 한미 양국 정부는 2017년 6월 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어떠한 공격으로부터도 대한민국을 방어할 것임을 재확인하였으며, 양 정상은 북한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공약”을 확고히 하였다. 이러한 對한방위공약을 다시 확인하는 일환으로, EDSCG의 정례화가 최종 확인되었다.6) 이를 통해 “모든 국가 역량을 활용하여 확장억지력을 강화”한다는 양국 정상의 의지는 또 다시 확인되었다.  이어 2018년 1월 워싱턴에서 EDSCG 2차 회의가 개최되었다. 양국 외교/국방차관이 참석한 EDSCG 결과, 미국은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활용한 확고한 대한방위공약을 재확인”하였으며,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지속되는 한, 美 전략자산의 한국 및 주변지역에 대한 순환배치를 계속”해 나가는데 합의하였다. 동시에 “확고한 대북 억지 유지를 통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평화적 해결을 유도해 나간다는 공동의 목표”를 인정하고, 이를 위한 “고위급 협의 메커니즘으로서 EDSCG의 유용성을 평가하고, 한미간 확장억지 공조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하였다.7)  하지만 2018/19년 남북 화해무드에서 EDSCG 자체는 오랜 기간 개최되지 않았다. 4년 8개월이 지난 2022년 9월 EDSCG 3차 회의가 워싱턴에서 개최되어, 양국 외교/국방차관이 참석하였다. 그 회의 결과는 공동성명의 형태로 공개되었으며, 이것은 2016년 공동언론보도문과 2018년 보도자료의 형식과 차별성을 보였다. 여기서 양국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강화, 북한의 공세적 행위에 대한 억지력 강화, 그리고 보다 넓게는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을 위해 외교적, 정보적, 군사적, 경제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가용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양측의 의지를 강조”하였다. 특히 미국은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할 것을 약속”하면서, “7월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과 곧 있을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역내 전개가 이러한 미국의 공약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어 2018년 1월 워싱턴에서 EDSCG 2차 회의가 개최되었다. 양국 외교/국방차관이 참석한 EDSCG 결과, 미국은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활용한 확고한 대한방위공약을 재확인”하였으며,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지속되는 한, 美 전략자산의 한국 및 주변지역에 대한 순환배치를 계속”해 나가는데 합의하였다. 동시에 “확고한 대북 억지 유지를 통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평화적 해결을 유도해 나간다는 공동의 목표”를 인정하고, 이를 위한 “고위급 협의 메커니즘으로서 EDSCG의 유용성을 평가하고, 한미간 확장억지 공조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하였다.7)  하지만 2018/19년 남북 화해무드에서 EDSCG 자체는 오랜 기간 개최되지 않았다. 4년 8개월이 지난 2022년 9월 EDSCG 3차 회의가 워싱턴에서 개최되어, 양국 외교/국방차관이 참석하였다. 그 회의 결과는 공동성명의 형태로 공개되었으며, 이것은 2016년 공동언론보도문과 2018년 보도자료의 형식과 차별성을 보였다. 여기서 양국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강화, 북한의 공세적 행위에 대한 억지력 강화, 그리고 보다 넓게는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을 위해 외교적, 정보적, 군사적, 경제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가용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양측의 의지를 강조”하였다. 특히 미국은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할 것을 약속”하면서, “7월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과 곧 있을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역내 전개가 이러한 미국의 공약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8)  핵협의 그룹(NCG), 새 부대에 담긴 새 술인가? 지금까지 논의한 바와 같이, 미국과의 확장억지를 논의하는 메카니즘은 상당 기간 동안 발전하였다. 핵우산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45년 되었으며, 확장억지를 강화하려는 한미 양국의 제도적인 협의체 또한 15년 이상 존재하였다. 북한 핵능력이 고도화되면서 이러한 메카니즘은 지속적으로 변화하였고, 점차 고위직 당국자들이 협의체에 참가하였다. 논의되는 사안 또한 점차 강화되면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 조치는 지속적으로 그 강도가 상승하였다.  그렇다면 NCG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까지 그럭저럭 작동하였던 또는 최근 들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는 않았던 EDPC/KIDD 그리고 EDSCG와 어떠한 차별성이 있는가? 현재 시점에서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하지만 과거에도 미국이 한국에 대해 핵우산을 제공하였고 대북 확장억지 의지를 표명하였다는 사실 자체는 그리고 확장억지전략을 논의하는 한미 회의체 또한 존재하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동시에, NCG 관련 합의가 1960년대 이후 미국이 NATO 동맹국들과 구축하였던 핵공유(Nuclear Sharing)와 다르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사실상의 핵공유”라고 평가하였지만 미국 당국자는 “이것은 핵공유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며, 이후 대통령실 또한 “핵공유가 아니다”라는 미국의 입장을 수용하였다. 때문에 아직 그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NCG와 지금까지 작동하였던 EDPC/KIDD 그리고 EDSCG 등이 어떤 측면에서 차별성이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NCG는 새 부대에 담긴 새 술은 아니다.  그러하지만 NCG가 확장억지를 강화한 것은 분명하다. 기존의 EDPC/KIDD 그리고 EDSCG 이상으로 한미동맹은 대북 핵억지와 확장억지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며, 이후 차관보 수준에서의 핵억지력 사안을 논의하면서 대북 확장억지는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핵우산과 대북 확장억지는 1953년 이후 존재하였고, 지금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사항이다. 이것은 새 술이 아니라 헌 술이다. 그리고 NCG 등은 헌 술을 새 부대에 담은 것이다. 이 부분을 과장해서는 아니된다.  동시에 헌 술 자체는 매우 중요하다. 모든 경우에 새 술이 필요하지는 않으며, 헌 술 자체는 필요하고 효과적이며 이미 증명된 정책수단일 수 있다. 특히 상황이 계속 변화하는 현실에서, 이 그 효과가 증명된 헌 술은 추후 변화에 대응할 정책수단을 절약한다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기존 제도적 장치인 EDPC/KIDD 그리고 EDSCG 등을 업그레이드 했다는 측면에서, NCG가 제도적 차원에서 새로운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그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새 부대일 뿐이다. 즉 새 술은 아니다. 단 그 새 부대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는 새 부대에 담긴 술이 어떤 것인가에 달려있으며, 그 술이 명품 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향후 한미 양국이 진행할 관련 협의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무엇을 논의해야 하는가? 확장억지라는 헌 술을 – 매우 효과적이고 그 효과가 이미 증명되었고, 잘 작동하는 – NCG라는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러한 새 부대에 집중하면서 그 속에 담겨있는 내용물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는 아니 된다. 그 내용물은 매우 훌륭하며, 1953년 이후 70년 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성공적으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 내용물을 명품 술(名酒)이다. 이제 우리는 그 명품 술의 가치를 다시 분석하면서, 음미해야 한다.  우선 북한 군사력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현재 확장억지에 회의적인 견해가 널리 수용되고 있으며, 이것은 한미동맹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이것은 적절하지 않다. 북한 위협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북한의 군사적 능력을 과거 소련 및 현재 중국과 비교하여 평가할 필요가 있다.  둘째, 확장억지 자체에 대한 이해가 제고되어야 한다. 확장억지는 기본적으로 억지이며, 따라서 확실성은 담보될 수 없다. 모든 억지는 그리고 모든 확장억지는 “운(運)에 맡기는 위협(threat that leaves something to chance)”에 기초한다.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가의 문제이며, 따라서 어느 정도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면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안보공약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대결에서 한국이 그리고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에 따라서 확장억지가 작동한다.  셋째,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는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강대국 경쟁에 의해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현재 미국이 북한과의 대결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가의 문제는 향후 미국이 중국과의 대결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만약 미국이 중국에 비해서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북한과의 대결에서 물러선다면, 향후 미국은 북한과는 비교불가능한 수준의 능력을 가진 중국과의 대결에서는 더욱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결에서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를 포기하고 안보공약을 철회한다면, 중국은 바로 동아시아에서 팽창을 시작할 것이며 대만 침공은 그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확장억지는 지금까지 잘 작동하였고, 지금도 잘 작동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잘 작동할 것이다. 이것은 명품 술이며, 우리는 이에 대해서 더욱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확장억지라는 명품 술의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이며, 이를 통해 NCG 등의 내실화를 추구해야 한다.  ----------------------------------------------------------------------------------------  1) 전성훈, 『미국의 對韓 핵우산정책에 대한 연구』 (서울: 통일연구원, 2012), p. 131. 2) 해당 공동선언은 한미동맹 미래비전이라고 불린다. 공동성명문의 영어 원문은 다음에서 찾을 수 있다. https://obamawhitehouse.archives.gov/the-press-office/joint-vision-alliance-united-states-america-and-republic-korea (검색일: 2023년 5월 3일) 3) 전성훈, p. 239. 4)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1610200828001/?cr=zum 5)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174811 6)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38849 7) https://www.mofa.go.kr/www/brd/m_4080/view.do?seq=368018&srchFr=&srchTo=&srchWord=&srchTp=&multi_itm_seq=0&itm_seq_1=0&itm_seq_2=0&company_cd=&company_nm=&page=1 8) https://www.mofa.go.kr/www/brd/m_4080/view.do?seq=372757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이근욱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이근욱 교수는 1970년생으로 2004년 3월 이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국제관계와 군사안보를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국제정치이론과 군사동맹 문제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분야는 국제정치이론과 군사력 사용이며, 냉전 기간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단행본 연구업적으로는 『왈츠 이후: 국제정치이론의 변화와 발전』 (2009년), 『냉전: 20세기 후반의 국제정치』 (201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냉전 기간 가장 위험한 순간』 (2013년), 『이라크 전쟁: 부시의 침공에서 오바마의 철군, 그리고 IS 전쟁까지』 (2011년 출간, 2021년 전면개정판), 『아프가니스탄 전쟁: 9·11 테러 이후 20년』 (2021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쿠바 미사일 위기』, 『이라크 전쟁』,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은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 [JPI PeaceNet] 한미동맹의 진화: 에너지 및 기후·환경 분야의 협력을 중심으로
    저자
    임은정 (국립공주대학교)
    발간호
    2023-06
    [기획자 註] 지난 4월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은 군사 안보측면에서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창설을 통한 대북확장억제 강화라는 성과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및 기후, 환경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기후와 환경 문제라는 전 지구적인 협력을 요하는 이슈에 관해 한미 간 협력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 JPI 피스넷은 임은정 공주대 교수의 기고를 통해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에너지 및 기후 환경분야에서 합의된 내용과 그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들어보고자 한다. [기획: 임해용 연구실장(haeyonglim@jpi.or.kr)]  1. 들어가며 한미동맹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하게 된 것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말, 한국 대통령으로서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하였다. 이번 국빈 방문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고도화된 북핵 위협으로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그리고 이른바 “경제 안보(Economic Security)”의 시대에 한국과 미국이 “동맹”으로서 어떤 협력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가이었다. 확장 억제와 관련해서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 사용을 포함한 확장 억제 강화에 대한 의지를 공고히 하고, 핵협의그룹(NCG)을 운영하기로 한 것으로 갈무리가 지어졌다. 경제 안보와 관련해서는 반도체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분야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 간의 의제가 폭넓게 다변화되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이라는 표현과 함께, 군사 안보 분야는 물론 경제 및 기술 분야에의 협력들이 명시화되었다. 이는 전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 2021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중 발표된 공동성명, 그리고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한국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과 발표한 공동성명의 내용을 계승 및 발전시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문재인-바이든 공동성명에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포괄적 협력”이라는 부분에 신흥기술이나 기후변화 대응, 보건 협력, 우주 탐사와 같은 내용을 포함됐었고, 2022 윤석열-바이든 공동성명 역시 이런 기조를 이어갔으며, 이를 기반으로 이번 2023 공동성명이 다양한 분야에서 한미동맹 협력의 의미를 보다 구체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글은 그 어느 때보다 한미동맹 간 협력의 의제가 다양해진 지금, 에너지와 기후·환경 분야에서의 한미협력이 갖는 의미를 되짚어 보고 국빈 방문을 전후로 이 분야에서의 한미협력이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는지, 남겨진 과제들은 무엇인지 등을 분석한 뒤, 향후 정책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2. 에너지 및 기후·환경 분야 협력의 의미 우선 에너지 및 기후·환경 분야에서의 한미동맹 간 협력이 갖는 의미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본래 “동맹(alliance)”의 사전적인 의미는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에 함께 대항하는 것1)이므로 이런 개념을 굳이 기후나 환경 문제와 같이 전 지구적인 협력을 요구하는 분야에까지 적용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분야는 이미 주요국들의 산업정책과 무역정책이 함께 맞물려 부딪히는 치열한 경쟁의 장(arena)이 되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또 다른 시대의 흐름이 작동하고 있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차 산업혁명이 석탄과 증기 기관, 2차 산업혁명이 석유와 전기로 대표되는 것이었다면, 3차 산업혁명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인터넷의 결합으로 대변된다.2)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간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달로 이른바 ‘초연결사회(Hyper Connected Society)’의 도래를 시사한다. 2차 산업혁명까지의 에너지 수급이 대형 화력 발전소에서 대량으로 전기를 생산하여 대규모 산업단지에 공급하는 중앙집권적인 구조였다면 3차 산업혁명 이후의 시대에는 분산화된 전원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더욱 수평적인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대응은 지금까지의 경제 패러다임에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옮겨가게 하는 두 개의 바퀴와도 같다고 볼 수 있는데, 이 경쟁에서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국가가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표준을 세우게 될 것이다.3) 게다가 초연결사회에는 사이버 안보와 같은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 위협이 커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흥기술(emerging technology)의 주도권을 누가 잡게 되느냐를 두고 주요 선진국들이 기술경쟁력을 안보 문제라는 프레임에 투영시키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4) 따라서 당분간 4차 산업혁명 관련 및 기후변화 대응 관련 기술 분야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하는 주요 경제국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는 바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이 무엇이어야 하느냐를 두고 여러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미국에 편승(bandwagoning)하느냐, 미국과 중국 사이에 균형(balancing)을 취하느냐, 헤징(hedging) 전략을 취하느냐, 그 선택지의 스펙트럼 사이에서 다양한 정책들이 제안된다. 물론 한국은 중견국이면서 동시에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사이에 놓인 ‘중간국’이므로,5) 한국의 지전략적 위치를 활용하여 자율성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6)이 대체로 공감을 얻을 만한 주장이지만, 에너지 및 기후·환경 분야가 이미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technological hegemony)을 둘러싼 전장이 된 측면이 있으므로 현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의 경제 안보 동맹 강화를 기본 정책 기조로 삼고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전략적 선명성을 분명히 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7)  3. 합의된 내용과 그에 대한 평가 그렇다면 위와 같은 정책 기조를 취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한미 간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를 하였는가와 함께 현재 한미 간 협력을 둘러싼 관련 쟁점들에 대해서도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이번 공동성명에 명기된 내용과 백악관이 국빈 방문 중 게재한 팩트 시트(Fact Sheet)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양국 간 주요 합의 사항이자 성과로 정리될 수 있겠다.  첫째, 한·미는 파리협정에 기반을 두고 양국이 내건 국가별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재확인하였다. 이는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 기조에서 후퇴하는 행태를 보였던 것과는 달리 기후변화 대응에 공세적으로 나가는 것이 곧 미국의 정책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정책 기조는 앞선 2021년, 2022년 정상회담의 공동성명과도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다. 또한 양국 정상은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력 생산 부문의 탈탄소화가 절실하다는 것에 인식을 공유하면서 재생 및 원자력에너지를 포함한 청정 전력 비중을 현저히 확대하기로 합의하였다. 양국의 정책 기조가 탄소중립 목표 실현에 맞춰져 있다는 것은 같은 향후 관련된 세부 정책이 수립되는 방향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둘째, 위와 같은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한·미는 탄소 감축은 물론 재생에너지 및 수소 기술의 개발 및 보급에서 협력할 것과 산업, 건설 및 수송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강화하는 것에도 뜻을 모았다. 또한 청정 수소, 화석연료 부문에서의 메탄 감축, 녹색 해운과 함께 2030년까지 판매량의 최소 40%를 목표로 무배출경량차(ZEVs) 보급을 가속하기 위한 양자 협력 강화를 모색할 것도 합의하였다.8) 요컨대 향후 신재생에너지 부문과 함께 수송 부문의 탈탄소화 기술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이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분야를 보아도 위와 같은 양국 간 합의가 구체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그룹은 조지아주 브라이언에 54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자동차 공장을 건설 중이며,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함께 켄터키주 글렌데일과 테네시주 스탠튼에 건설 중인 두 곳의 전기 배터리 공장에 114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였다. 또한 한화큐셀이 조지아주 달튼의 태양광 공장 확장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 등이 관련된 내용들이다.9)  또한 위의 내용과 관련하여 핵심 광물 공급망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는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향후 5년간 53억 달러를 제공하여 한국의 북미지역 중요 광물 및 배터리 제조 투자를 지원할 것이며, 한미 양국은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보다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하고 있다.10)  MSP의 중요성을 논함에 있어서 IRA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IRA가 통과되었을 때 이것이 국내 기업들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평가가 엇갈렸다. 이 법이 한국 기업에 어느 정도 손해를 끼칠 것인지는 일반화하기 어려운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되는 것은 한국의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어느 정도 제조 능력을 보유할 수 있을 지라는 부분이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화솔루션과 같은 태양광 업체는 미국에 제조 시설을 가지고 있어, IRA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고려할 때 오히려 성장이 가속할 수 있는 데 반해, 전기차 업체는 현재 생산 구조상 세액 공제 대상이 되기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IRA가 최종 조립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광물 및 구성 요소 비율에 대해서도 요구 사항을 엄격하게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공급업체들이 중국산 부품 및 소재에 크게 의존하고 있느니만큼, IRA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급망을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 매우 큰 도전이 되어버렸던 것이다.11)  그런데, 미국이 2023년 3월 발표한 IRA 전기차 세액 공제와 관련하여 세부적인 원산지 규정에 따르면 양·음극재가 부품이 아니라 핵심 광물로 분류되게 되어 한국 기업들로서는 일단 숨통이 트인 상황이라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양·음극재 글로벌 생산의 대부분은 한국, 중국, 일본이 담당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한국이 유일하게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여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상기 세부 지침 발표 시 미국 재무부는 광물 협정을 새롭게 맺은 유럽연합(EU)과 일본에 대해서도 FTA 체결국과 같은 위치를 부여하기로 했기 때문에,12) 한국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일정 부분 상쇄되리라 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상기 세부 지침이 한국 기업에는 일정 부분 시간을 벌어준 측면은 있다고 하겠다. 요컨대 이렇게 신에너지와 수송 부문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공급망의 재편이 리쇼어링(reshoring), 니어쇼어링(nearshoring),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앨라이쇼어링(allyshoring)의 방식을 빌어 가속화하고 있으므로, 한국은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에 협력하면서도 계속해서 미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는 정책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양국이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중요한 요소로서 원자력에너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서로의 수출 통제 규정과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면서 민간 원자력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한 부분이다. 양 정상은 재원 조달 수단을 활용하고, 수원국의 역량을 강화하며, 보다 회복력 있는 원자력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민간 원자력의 책임 있는 개발과 배치를 증진하기로 약속하였다.13)  그러나 이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 간의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다 보니 한미 원자력 협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국빈 방문 일정이 끝나기가 무섭게 4월 30일 웨스팅하우스의 패트릭 프래그먼(Patrick Fragman)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역시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인 폴란드의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한국 원전이 폴란드에 지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키웠던 것이다. 이에 한수원도 즉각 반발하며 “웨스팅하우스의 사전 동의 없이 APR1400을 폴란드에 수출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반박 자료를 해당 매체에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미 정상 간 원자력 협력을 언급한 것과 대치된다거나 양국 공동성명에 서로의 수출 통제 규정과 지식재산권을 상호 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이 결국은 웨스팅하우스에 유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고 이에 산업통상부 측은 해당 문구는 지극히 원론적인 의미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15)  이런 공방을 보면서 다시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기업 간의 충돌과 경쟁에 국가가 얼마나 깊게 개입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이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운용하는 나라들이니만큼 아무리 정상 간의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하향식으로 기업의 행동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웨스팅하우스 지분의 51%는 캐나다 사모펀드인 브룩필드 비즈니스의 자회사인 브룩필드 재생가능(Brookfield Renewable Partners)에, 49%는 캐나다의 우라늄 업체인 카메코(Cameco)에 매각된 상황이다.16) 웨스팅하우스를 과연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업으로 봐야 할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신흥국에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자 하는 한국으로서는 한·미 기업 간 협의가 원활히 이루어지면서도 양측에게 모두 이익이 돌아가는 기제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 간 협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4. 맺으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에너지 및 기후·환경 분야에서도 한미동맹 간 협력을 강화할 것이 합의되었다. 아울러 이번 국빈 방문 중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이 미국 에너지부 제니퍼 그랜홈(Jennifer Granholm) 장관과 ‘한미 에너지장관 회담’을 열었고, 양 정상이 합의한 청정에너지 확산과 원자력 협력 강화를 구체화하기 위한 정책 방안을 논의한 만큼,17) 앞으로도 한·미 주무 부처 간에 긴밀한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상 간의 회담을 통해 큰 틀에서 방향이 설정되었긴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말처럼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양국의 이해가 충돌할 소지는 있을 것이다. 지식재산권은 물론, 보조금, 세액 공제와 같은 혜택을 지급하는 기준 등에서도 우리 정부는 계속해서 우리 기업과 국내 생산라인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 설득의 과정에서 다시금 강조해야 할 것이 다름 아닌 ‘동맹’이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건재하고, 4차 산업혁명은 물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 분야에서도 선전하는 것이 미국이 추구하는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확보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한국이 어렵게 되는 상황이야말로 미국의 국익에 해가 된다는 설득의 논리를 펼쳐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성장이 미국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이해관계가 부합한다고 발언한 만큼,18) 양국에 모두 호혜적인 후속 조치들이 이어지기를 주문하는 바이다. ----------------------------------------------------------------------------------------  1) George Liska, 1962, Nations in Alliance: The Limits of Interdepedence (Baltimor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p.12. 2) Jeremy Rifkin, 2013, The Third Industrial Revolution: How Lateral Power Is Transforming Energy, the Economy, and the World (New York: St. Martin's Griffin). 3) 임은정, 2023, “[특별 기고] 한미동맹, 기술 안보 분야에서 더욱 공고해져야,” 『에너지경제신문』 (5월1일). 4) 김상배, 2021, “디지털 안보의 세계정치: 이론적 분석틀의 모색,” 김상배 편, 『디지털 안보의 세계정치: 미중 패권경쟁 사이의 한국』 (서울: 한울엠플러스), p.19. pp.19-55 5) 전봉근, 2019, 『미중 경쟁 시대 한국의 ‘중간국’ 외교전략 모색』 (서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6) 조비연, 2021, “미중 간 전략경쟁과 여타 중견국의 균형-편승 스펙트럼,” 『국제․지역연구』 30권 4호, pp. 69-110. 7) 임은정, 2023, “[EE칼럼]한미동맹, 에너지-그린테크 분야로 확대돼야,” 『에너지경제신문』 (4월26일). 8) 대통령실, 2023, “[전문]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 (4월27일),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14326 (검색일: 2023.05.05.). 9) White House, 2023, “FACT SHEET: Republic of Korea State Visit to the United States,”(April 26),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tatements-releases/2023/04/26/fact-sheet-republic-of-korea-state-visit-to-the-united-states/ (accessed: 2023.05.05.). 10) Ibid. 11) Eunjung Lim, 2022, “Green Technology Competition in the Era of Economic Security: Implications of Global Supply Chain Restructuring for Korea.” in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in Asia: Analysis of Carbon Reduction Plans in Southeast Asian NDCs. Sejong: Korea Environment Institute, p. 19. 4-25. 12) 정재호, 2023, “‘IRA 세부지침 발표’ 미국 “배터리 양·음극재, 핵심 광물로 정의”,” 『한국일보』 (3월31일),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33122570002331 (검색일: 2023.05.05.). 13) 대통령실 2023. 14) 김형민, 2023, “웨스팅하우스 CEO “韓원전, 폴란드에 지어질 일 없다”…한수원 즉각 반박,” 『동아일보』 (4월30일),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33122570002331 (검색일: 2023.05.05.). 15) 장덕수, 2023, “미국 원전회사 “한국 원전 폴란드에 지어질 수 없다”…한수원 반박,” 『KBS』 (5월1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64870 (검색일: 2023.05.05.). 16) 정세영, 2023, “웨스팅하우스, 새 주인 찾았다…‘신재생·핵연료’ 컨소시엄에 매각,” 『전기신문』 (10월13일),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9811 (검색일: 2023.05.05.). 17) 최일관, 2023, “美 에너지부와 원전 협력, 청정에너지 공조 강화 추진,” 『에너지데일리』 (4월28일), https://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6573 (검색일: 2023.05.05.). 18) 『연합뉴스』, “[현장연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 질의응답,” (2023년4월27일), https://www.yonhapnewstv.co.kr/news/MYH20230427001000641 (검색일: 2023.05.08.). 참고문헌 김상배. 2021. “디지털 안보의 세계정치: 이론적 분석틀의 모색.” 김상배 편. 『디지털 안보의 세계정치: 미중 패권경쟁 사이의 한국』 (서울: 한울엠플러스): pp. 19-55. 김형민. 2023. “웨스팅하우스 CEO “韓원전, 폴란드에 지어질 일 없다”…한수원 즉각 반박.” 『동아일보』 (4월30일),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33122570002331 (검색일: 2023.05.05.). 대통령실. 2023. “[전문]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 (4월27일),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14326 (검색일: 2023.05.05.). 『연합뉴스』. “[현장연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 질의응답.” (2023년4월27일), https://www.yonhapnewstv.co.kr/news/MYH20230427001000641 (검색일: 2023.05.08.). 임은정. 2023. “[EE칼럼]한미동맹, 에너지-그린테크 분야로 확대돼야.” 『에너지경제신문』 (4월26일). 임은정. 2023. “[특별기고] 한미동맹, 기술 안보 분야에서 더욱 공고해져야.” 『에너지경제신문』 (5월1일). 장덕수. 2023. “미국 원전회사 “한국 원전 폴란드에 지어질 수 없다”…한수원 반박.” 『KBS』 (5월1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64870 (검색일: 2023.05.05.). 전봉근. 2019. 『미중 경쟁 시대 한국의 ‘중간국’ 외교전략 모색』 (서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정세영. 2023. “웨스팅하우스, 새 주인 찾았다…‘신재생핵연료’ 컨소시엄에 매각.” 『전기신문』 (10월13일),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9811 (검색일: 2023.05.05.). 정재호. 2023. “‘IRA 세부지침 발표’ 미국 “배터리 양음극재, 핵심 광물로 정의”.” 『한국일보』 (3월31일),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33122570002331 (검색일: 2023.05.05.). 조비연. 2021. “미중 간 전략경쟁과 여타 중견국의 균형-편승 스펙트럼.” 『국제․지역연구』 30권 4호, pp. 69-110. 최일관. 2023. “美 에너지부와 원전 협력, 청정에너지 공조 강화 추진.” 『에너지데일리』 (4월28일), https://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6573 (검색일: 20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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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PI PeaceNet] 인구 고령화가 국가의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에 주는 함의
    저자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발간호
    2023-05
    [기획자 註] 2023년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이었다. 우리가 출산율에 주목하는 이유는 낮은 출산율이 결국 미래에 인구 고령화를 가속화하고 국가의 경제발전 동력을 낮추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낮은 출산율로 인한 인구 고령화는 국가의 대외정책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국가 국력의 기반은 경제·군사력인데 이는 국가 내 젊은 노동 가능 인구가 얼마나 많은지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인구 고령화 문제를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향후 대외정책을 어떤 방식으로 수립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에 JPI PeaceNet을 통해 인구 고령화가 동아시아 평화와 한국의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그 함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기획: 정승철 부연구위원(scchung@jpi.or.kr)]  1. 서론 2023년 2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0을 기록하였다. 이는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2020년의 0.837과 2021년의 0.808 보다 하락한 수치이다 (<그림 1>). 이처럼 낮은 한국의 출산율은 외신에서도 주목할 정도이다. 반면에 한국의 고령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OECD(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자료에 의하면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90년 5.1%에서 2008년 10.20%, 그리고 2022년에는 17.5%를 기록하였다 (<그림 1>). 이처럼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가 이어짐에 따라 한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정부와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출산율은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출산율 저하는 전 세계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출산율은 지나치게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낮아지는 출산율과 높아지는 고령화는 곧 한국 정부가 예산을 지출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준다. GDP와 정부 전체 지출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동결 혹은 감소하는 반면 사회복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2>). 한국의 경제규모(Gross Domestic Product: GDP) 역시 꾸준히 확장하고 있기에 국방비의 경우 GDP 대비 2~3% 수준을 최근에 유지하고 있으나 정부 총지출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20.3%에서 2020년엔 11.0%로 감소하였다. 반면에 정부 총지출에서 총사회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2.9%에서 2020년에는 18.1%로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정부 총지출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하고 사회복지 관련 지출이 상승하는 이유가 오로지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인함은 아닐 수 있지만 그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자와 후자는 높은 상관관계를 있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낮은 출산율과 이로 인한 인구 고령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국가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인구 고령화는 국가의 대외정책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그 결과는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지에 대해 본고에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2. 인구 고령화가 국가의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 인구 고령화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국가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국가는 이웃국과의 갈등과 분쟁을 피하고 평화로운 성향을 드러내게 되는가 하면 반대로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것이다.1)  우선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에 의하면 인구 고령화가 국가의 성향을 평화롭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고령화 사회가 갈등회피 성향을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인구 고령화는 노동력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국가의 생산성과 성장률을 낮춘다. 또한, 고령인구가 증가할수록 이들은 (한정된) 국가예산이 국방과 같은 다른 분야 보다는 노인층을 위한 복지에 사용되길 바란다. 노령계층이 곧 유권자이기도 하므로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로서는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Haas 2007, 119-123). 물론 비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들도 정권지지율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인 복지예산을 함부로 삭감할 수는 없는 처지에 놓인다. 이처럼 국방예산 삭감은 곧 군대의 약화로 이어진다. 한편, 출산율 감소는 부모가 아이 하나하나에 대해 보다 높은 애착을 느끼게 만들고 이로 인해 국민은 (다수의 사상자가 나올 수 있는) 전쟁과 같은 국가정책을 지지하지 않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 72-73).  인구 고령화는 또한 군대강화보다는 군대 유지를 위해 더 큰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불러온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희소성이 높아진 젊은 노동력을 (사기업과 같은 민간직장이 아닌) 군대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하며 이는 고가(高價)의 첨단 무기를 수입 혹은 개발하는데 필요한 예산의 감소로 이어진다 (Haas 2017, 4). 그리고 인구 고령화는 군대의 고령화로 이어지며 이는 국방비 상승이 군대의 발전보다는 군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연금을 높이기 위함으로 이어진다 (Haas 2017, 4).  고령화가 국가의 대외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예측은 세력전이(power transition)와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 여부에 의해 나누어진다 (Haas 2017, 5-6). 세력전이 이론에 의하면 부상하는 신흥강대국과 기존 패권국 간에 세력전이가 발생할 때 둘 사이에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세력전이에 맞서 국가가 예방전쟁을 일으킬지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의 창이 어떤 상황인지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달렸다. 즉, 인구 고령화로 인해 국력이 정점을 찍는 시기가 언제인지에 따라 국가가 공격적으로 행동할지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고령화를 겪고 있거나 고령화가 곧 다가올 국가가 패권국일 경우 군사력의 쇠퇴가 시작되기 전에 신흥국에 대한 예방전쟁을 치르기로 결정할 수 있다. 반대로 고령화를 겪고 있거나 고령화가 곧 다가올 국가가 신흥 강대국일 경우 국력이 정점을 찍었다고 간주되는 시점에 (아직 패권국의 국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겨지더라도)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패권국에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펼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여러 국가에서 인구 고령화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경우에는 국가들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쇠퇴하고 기회의 창도 닫힐 것이고 국가 간에는 결국 “노쇠화로 인한 평화(Geriatric peace)”가 도래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한다 (Haas 2007).  3. 인구 고령화가 동아시아 국제정세에 미치는 영향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는 모두 인구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동아시아에서는 인구 고령화, 이로 인한 각국의 군사력 감퇴 등으로 인해 동아시아에서도 “인구통계학적 평화(demographic peace)”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Sheen 2013). 인구 고령화를 가장 먼저 겪기 시작한 일본은 여러 정황이 맞물려 199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경제불황을 겪고 있다. 그 와중에 2010년에는 중국에게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자리를 내주고 현재는 3위 자리마저 독일에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도 1970, 1980년대 시작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인해 당시에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막았으나 그로 인해 이제는 인구 고령화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2016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한 자녀 정책을 중단하였으나 출생률 반등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동안 1980년대부터 중국은 풍부한 인구를 바탕으로 노동집약산업에 집중하고 수출을 늘림으로써 세계 최대 무역국이자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인해 중국은 차차 노동인구 감소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경제·군사적으로 한창 부상하고 있던 와중에 인구 고령화라는 장애물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즉, 전문가들은 중국이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견줄 만큼 성장하더라도 곧 고령화라는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미중 간 세력전이가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 87).  러시아 역시 인구수가 1994년에 정점(1억4천9백만)을 찍었지만 2021년에는 감소(1억4천5백만)하였다.2) 다만 러시아의 경우 인구 고령화보다는 낮은 출산율과 기대수명으로 인한 인구감소가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수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징집을 피하기 위해 젊은 남성들이 해외 도피를 하는 경우가 증가함에 따라 가속화되고 있다.  이처럼 동아시아 국가들이 인구 관련 문제로 국력이 점차 쇠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강대국 중에서 인구 고령화가 가장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이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도 있다 (Haas 2007, 126-128). 비록 미국이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으로 쇠퇴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민자들을 꾸준히 받아들이는 등 노동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에 미국은 꾸준히 경제성장 동력을 유지할 것이고 군비지출 규모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 등과 비교하여 인구 고령화가 느리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경제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미국은 결국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동맹국이 인구 고령화로 인해 국력이 빠르게 쇠퇴할 경우 각종 위협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결국 미국은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heen 2013, 316;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 91-93).  다만 인구 고령화를 비롯한 복합적인 이유로 중국의 부상이 더뎌지면 장기적으로는 국제체제가 평화와 안정을 향해 나아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전에 자신의 국력이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 중국이 (국력이 정점에서 내려오고 쇠퇴가 시작되기 전에) 국제체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편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임으로써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Brands and Beckley 2022). 앞서 설명하였듯이 중국으로서는 국력의 쇠퇴가 시작되고 세계패권을 차지할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마지막 모험을 감행하려고 마음먹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인구 고령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인해 국방비를 증액하고자 하는 국가들도 있다. 일본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GDP의 200%를 넘는 정부의 부채규모)로 오랜 기간 경기 침체를 겪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일본 정부는 그동안 GDP의 1%대로 유지해온 국방비를 2027년에는 GDP 대비 2% 수준으로 증액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3) 이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국방예산을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가 제안하는 목표치인 2% 수준으로 증액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4)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동유럽의 상황이 독일을 비롯한 NATO 회원국들의 안보불안을 자극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구 고령화로 인한 복지예산 증가, 노동가능 인구 감소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가들은 불안정한 국제정세에 맞춰 국방비를 오히려 증액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는 인구 고령화가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지역에 평화를 가져다 줄지 몰라도 그 순간이 도래하기 전까지 국가는 당장의 자국 안보를 지켜야 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4. 인구고령화가 한국의 대외정책에 줄 수 있는 영향과 그 함의 한국 역시 인구 고령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주변의 동아시아 강국들이 인구 고령화로 향후 경제력과 군사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이는 그들의 대외정책에도 변화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설명하였듯이 인구 고령화에 마주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평화로운 대외정책을 내세우기 시작한다면 이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에만 기댈 수는 없다. 국력이 쇠퇴하기 시작하여 국가들이 평화롭게 행동하기 전에 (아직 국제질서를 재편할 기회의 창이 열려있다고 인식하는 시기에) 마지막으로 공세를 펼치려는 국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들은 상대방이 공세를 취할 경우를 대비하고 이를 이겨내야만 장기평화의 시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주변 강국들이 인구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이 경제·군사력 쇠퇴를 받아들이고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지 그 전에 공세를 취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지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한국 역시 경제·군사력 쇠퇴를 받아들이고 주변국들과의 분쟁을 회피해나갈 것인지 국력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국익중심의 외교를 펼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인구감소가 시작되기 전에 군사력을 강화하고 북한과의 관계에서 보다 강경한 태도와 행동을 보여 북한을 압박할 것인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쇠퇴하는 군사력을 받아들이고 평화를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인구감소로 인한 군인 수의 감소는 최소의 인력만을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다만 군사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군인이 여전히 필요하며 인구와 노동인구 감소는 경제발전을 저해, 첨단기술 무기를 개발 혹은 수입할 재원 또한 감소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 71-72).  물론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출산율 상승을 통해 노동 가능 인구를 증가시키고 미래에도 경제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외적균형보다는 내적균형을 통해 한국의 경제·군사력 수준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 혹은 보다 높은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 고령화를 막거나 그 속도를 늦추는 것이 어렵다면 인구 고령화가 국가의 대외정책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를 한국의 대외정책 수립과정에서 고려해야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야만 한국의 대외정책과 관련된 장기계획을 보다 현실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1) 인구 고령화와 달리 “청년팽창(youth bulge)”을 겪으며 젊은 층 인구가 증가하는 국가의 경우 더욱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게 된다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이는 젊은 층이 많은 국가는 군대 규모를 쉽게 늘릴 수 있으며, (증가하는 젊은 층의 수에 맞춰 일자리를 창출해 내지 못하는 국가 내에서는) 높은 청년실업률로 인한 좌절을 겪는 젊은 층의 증가는 국가 내 혼란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제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 61-68). 이러한 이론적 논의 외에도 Urdal (2005), Urdal (2008)과 같이 통계분석을 통해 청년팽창은 국가 내 갈등과 폭력을 증폭시킨다는 결과를 도출한 경험적 연구도 있다.  2) The Economist. 2023.03.04. “Russia’s population nightmare is going to get even worse.” https://www.economist.com/europe/2023/03/04/russias-population-nightmare-is-going-to-get-even-worse. 3) 동아일보. 2022.11.28. “기시다, 일본 국방비 2027년도에 GDP 2%로 증액 지시.”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21128/116736190/1. 4) Bloomberg. 2023.02.15. “Germany to Hike Defense Budget by Up to €10 Billion in 2024.”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3-02-15/germany-to-lift-defense-spending-by-up-to-10-billion-next-year#xj4y7vzkg. 참고문헌 Brooks, Deborah Jordan, Stephen G. Brooks, Brian D. Greenhill, and Mark L. Haas. 2018/19. “The Demographic Transition Theory of War: Why Young Societies Are Conflict Prone and Old Societies Are the Most Peaceful” International Security 43(3): 53-95. Haas, Mark L. 2007. “A Geriatric Peace? The Future of U.S. Power in a World of Aging Populations.” International Security 32(1): 112-147. Haas, Mark L. 2017. “Population Aging and International Conflict.” Oxford Research Encylopedia of Politics. https://oxfordre.com/politics/politics/view/10.1093/acrefore/9780190228637.001.0001/acrefore-9780190228637-e-589. Sheen, Seongho. 2013. “Northeast Asia’s Aging Population and Regional Security: “Demographic Peace?”Asian Survey 53(2): 292-318. Urdal, Henrik. 2005. “A Clash of Generations? Youth Bulges and Political Violence.”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 50(3): 607-629. Urdal, Henrik. 2008. “Population, Resources, and Political Violence: A Subnational Study of India, 1956–”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52(4): 590-617.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승철 박사는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이다. University of Florida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 취득하였다. 관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연구방법론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Effects of Trade Relations on South Korean Views of China,” “Economic Interest or Security Concerns? Which affected how individuals in five Asian countries viewed China in 2013?”, “Effects of International Trade on East and Southeast Asians’ Views of China,” “The Determinants of China-ROK Relations, 1993-2018,” “Who Supports the US-led Global Order? An Empirical Analysis Using Survey Data” 등이 있다.
  • [JPI PeaceNet] 한일 인적 교류 내실화를 위한 소고(小考) : 통계적 착시를 넘어
    저자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발간호
    2023-04
    [기획자 註]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한일협력 증진은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주제이다. 한일협력이 정부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이는 민간 차원의 교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다. 민간 차원의 교류의 활성화는 정치적 관계의 부침으로부터 양국 관계의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JPI PeaceNet은 아산정책연구원 최은미 연구위원의 글을 통해 한일 인적 교류의 현황에 대해 고찰해 보고 한일 인적 교류의 내실화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기획: 임해용 연구실장(haeyonglim@jpi.or.kr)]  1. 한일 인적 교류의 재개: 다시 일본을 찾는 한국인, 다시 한국을 찾는 일본인 한동안 꽉 막혀 있던 한일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5월, 한국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하늘길이 열리기 시작하며 민간 교류도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를 시작으로 양국 간 출입국 절차의 간소화, 무비자 여행 등이 가능해지면서, 한일 양국을 방문하는 인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림 1]과 [그림 2]는 2022년 3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방일한국인과 방한 일본인의 수와 비율을 조사한 것인데,1) 지난 1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방일 외국인의 37.7%,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방한 외국인의 15.4%에 달하였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중 3명 중 1명은 한국인,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중 7명 중 1명은 일본인이라는 의미이다. 향후 코로나 상황이 완화에 따른 여행 수요 증가 및 항공기 및 선박 운항 수 증가 등을 고려하면, 양국 방문객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방일 외국인 중 한국인의 수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로 1위를 차지하였는데, 이는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일감정이 고조되어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보이콧이 일었던 시기를 떠올려보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민간에서의 왕래가 재개되며, 교류가 활성화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교류에 따른 접촉 증가로 상대국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그간 쌓여있던 오해와 불신이 줄어들어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수년간 갈등으로 격화된 양국 관계를 전환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민간교류의 증가는 한일 관계 개선의 긍정적인 신호이자, 관계 발전을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가 남는다. 통계가 주는 착시현상 때문이다.  2. 한일 인적교류의 현황: 통계적 착시효과에 가려진 불균형2) 코로나 이전이지만, 한일 인적교류 1,000만 시대에 들어섰다고 축포를 올렸던 시기가 있었다.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이 753만여 명(2위, 24.2%),3)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이 295만여 명(2위, 19.2%)을4) 기록하여 도합 1,000만을 넘어선 것인데, 이는 1965년 한일수교 당시 불과 1만여 명에 불과하던 것에서 1,000배 이상 증가한 수치였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와 같은 수치에 상당한 불균형이 발견된다. 단순 비교하더라도, 방일 한국인의 수 753만명이 방한 일본인의 수 295만명 보다 2.5배 가량 많은데, 일본의 인구 수가 한국의 약 2.5배에 달하는 점,5) 일본의 여권 보유율이 한국보다 낮은 점(2018년 기준, 일본 약 23.6%, 한국 약 63%), 일본인의 한국 재방문 수가 한국인의 일본 재방문 수보다 많은 점6)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수는 수치상에 나타난 295만명 보다 훨씬 더 적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한일 인적 교류 1,000만 시대의 상당 부분은 한국인의 일본 방문에 의해서 달성될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한일 간의 상대 적 비교가 아닌, 방한일본인 및 방일한국인 수의 변화, 즉, 시간에 따른 흐름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그림 3]과 [그림 4]는 한일교류가 본격화된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후부터 2018년까지7) 20년간의 외국인 방문객 중 한국인 및 일본인의 수를 조사한 것이다(2019년은 한국의 불매운동 및 여행보이콧 등, 코로나19의 발발로 여행객 수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먼저 [그림 3]을 통해 알 수 있듯, 방일외국인의 수는 2012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였는데, 이는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정책, 엔저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같은 시기 방일한국인 수도 증가하였다. 이를 비율로 환산해 보면, 방일외국인 대비 방일한국인은 다소의 증감은 있으나, 20-30%대의 비율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방일외국인의 수가 증가하는 만큼 방일한국인의 수 또한 유사하게 증가하여 전체적인 비율은 비교적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반면, 일본인의 한국 방문은 한국인의 일본 방문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그림 4]는 방한외국인 중 일본인의 수를 나타낸 것인데, 1998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과 달리, 방한 일본인의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시기 방일 한국인 수가 크게 늘어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그 결과, 1990년대 후반 47%에 육박했던 방한 외국인 대비 방한 일본인의 비율은 20년 후에는 20% 이하(최저 13.3%, 2016년)로 감소하였다. 즉, 방한 외국인이 증가하는 것에 비해, 방한 일본인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 그 비율이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물론 외국인 방문객 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환율, 관광정책, 국내외 정치경제적 요인, 사회문화적 차이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그러나 해당 시기 일본에서 한국요리, K-POP 등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졌던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일본에서의 한류붐, 한국문화에 대한 인기가 한국방문으로 이어지는 결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한국방문이 많지 않다고 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낮다고 보기는 어렵고, 직접 방문이 아닌 블로그, 홈페이지, SNS 등을 통한 교류와 소통이 증가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온라인 상에서의 교류가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소통하고, 교류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점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통해 볼 때, 현재의 상황이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한일 간의 유학, 취업 등 장기 교류에서도 문제점은 나타난다. 관광, 여행 등이 상대국의 문화를 체험하는 단기 교류라면, 유학, 취업은 그 사회의 일원이 되어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보다 심화된 형태의 장기 교류이다. 그렇다면, 유학생 수에는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을까. 다음 [그림 5]는 일본내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중 한국인(2008-2018), [그림 6]은 한국 내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중 일본인(2004-2019)의 수와 비율을 조사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한일 양국 모두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한국인과 일본인 유학생 비율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일본 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약 15.2%에 달하던 한국인 유학생은 2018년 7%까지 감소하였고, 2004년 한국 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13.3%에 달했던 일본인 유학생은 2018년 2.8%까지 감소하였다. 취업의 경우는 유학만큼 감소 경향이 두드러지지는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그 비율이 높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림 7]과 [그림 8]을 통해 알 수 있듯, 재일외국인 노동자 중 한국인은 전체 외국인 노동자 중 약 4%, 재한외국인 노동자 중 일본인은 전체 외국인 노동자 중 약 1%에 불과하고, 이러한 수치는 지난 10여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상을 통해, 한일간의 교류가 그간 비약적으로 증가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나, 통상적인 단기 교류에 있어서는 일본을 찾는 한국인의 수가 한국을 찾는 일본인의 수보다 절대적으로 많다는 점과 상대국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는 교육, 유학, 취업 등의 교류는 그 비율이 감소하였거나, 절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최근 한일관계 개선 및 한일교류가 활발해 짐에 따라 코로나 팬데믹 이전만큼 양국 교류가 회복되기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일교류 1,000만 시대로의 회귀만을 기대하며, 수치가 주는 착시현상에 빠진 채 균형있는 교류와 교류의 본질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3. 한일 인적교류와 한일관계: 상호이해 증진을 위한 내실있는 교류로 국가간 관계에서 상대국과의 교류는 중요하다. 또한, 민간에서의 자유로운 왕래는 양국 간의 호감을 증진시키고, 오해와 불신을 줄이며, 양국관계 발전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뿌리깊은 상흔(傷痕)의 역사를 가진 한일관계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유사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데다 언어와 생김새마저 비슷한 한국과 일본이지만,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하나하나가 다른만큼 오해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접적인 교류와 밀도있는 대화, 그리고 다양한 경험이 양국간의 오해를 줄이고,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자유로운 교류는 양국 우호 관계 형성의 기반이자, 관계 발전을 위한 촉매제이며,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완충제 역할을 하고, 나아가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다. 인적교류가 곧 새로운 한일관계를 여는 가능성의 영역인 셈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을 되돌아보면, 한일 양국의 교류는 급속한 양적 증가에 비해 질적 향상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보다 내실있는 교류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한일교류 상호 불균형을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앞서 알아본 것처럼 한일교류에서 양국 방문객 수의 비대칭이 두드러진다. 특히 방한일본인의 수는 방일한국인의 수에 비해 매우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정보화, 세계화의 시대에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및 가상공간을 통해 서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온라인 상의 체험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직접 교류 증진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방한일본인의 수가 방일한국인의 수보다 많다는 점에 착안하여 볼 때, 일본인 맞춤형 관광 프로그램 개발 및 관광정보 제공, 서울과 지방을 잇는 관광프로그램 개발 및 지방관광 활성화 등 일본인들의 한국방문을 배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역사인식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상호 이해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주지하듯이, 관광 목적의 짧은 방문만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여행프로그램 중에서도 한국/일본 역사기행 등 상대국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야할 것이다. 또한, 미래 세대 교류에 있어서도 자매결연 학교간 교류 프로그램, 역사문제 토론대회, 상대국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역할 바꿔 토의하기, 한일협력방안 아이디어 대회 등 한일 학생들이 양국 간의 어려운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인/일본인 맞춤형 유학생 장학 사업, 유학 생활 지원을 위한 한국인/일본인 친구 만들기 프로그램, 유학생 학업-취업 연계 프로그램, 국외 취업자들의 주거 마련의 제도적 지원, 홈스테이 프로그램 등 상대국의 문화에 녹아들어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등도 필요하다. 한국 내 일본 전문가, 일본 내 한국전문가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신진연구자를 양성하고, 그들이 상대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오피니언 리더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세대형 교류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류 활성화는 청소년, 청년 등 미래세대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미래지향적이라는 취지에 부합하고, 상대국에 대해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의 교류가 선호된다. 하지만 실제로 사회에서 활동하는 이들 간의 교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다양한 분야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40, 50대의 교류와 많은 지혜와 노하우를 갖고 있는 60, 70대의 교류 또한 중요하다. 한일 양국의 인식 차이를 좁히는 것은 물론, 이들의 사회적 기반을 중심으로 확장성 있는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의 완화와 한일관계 개선의 흐름 속에서 한일관계가 새로운 궤도에 들어섰고, 한일교류 또한 점차 증가될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한일교류가 단순한 수치의 증가를 넘어 상호이해로 이어질 수 있는 내실있는 교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3월 4일 현재 공개 기준.  2) 최은미. 2022. “한일교류 천만시대의 착시현상-접촉이론을 통해 본 한일교류의 현황과 과제” 「일본연구논총」 55호. pp.62-89. 3)日本政府観光局. 訪日外客数(平成 31年 1月 16日). 4) 문화체육광광부. 2019.「2018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문화체육관광부. 5) 2018년 기준, 일본의 인구 수는 126,529,100명, 한국은 51,361,911명으로 일본인구가 한국인구의 약 2.5배에 달한다(자료: World Bank). 6)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인의 한국 재방문 비율은 70.2%, 3편 평균 방한 횟수는 6.1회이며, 한국인의 일본 재방문 비율은 67.3%, 총 방문 횟수는 2-5회가 가장 많았다. - 문화체육관광부. 「2018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国土交通省 観光庁 観光戦略課 観光統計調査室. “訪日外国人消費動向調査 【トピックス分析】 1年以内に再来訪する訪日高頻度リピーター(観光⋅レジャー目的客)の動向”. 7) 2019년부터는 반일시위, 일본여행 보이콧,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이동 제한 등 인적교류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은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사,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석사 및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방문연구원, 외교부 연구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로 재직하였다. 현재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이며, 한국외대·연세대·고려대 등에서 강의한다. 주요 연구분야는 일본 정치·외교, 한일관계, 동북아 지역협력 등이다.
  • [JPI PeaceNet] 한일 관계의 대칭성과 상호 협력 방안
    저자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학교)
    발간호
    2023-03
    [기획자 註] 최근 한국과 일본 정부는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접점을 찾기 위해 긴밀하게 협의 중이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2018년 대법원의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판결이었다. 당시 우리 대법원은 일제 시기 일본 기업이 조선인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도록 판결한 바 있다. 이후 한일 관계는 급격하게 악화했다. 한국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기시다 내각과 한일 관계 필요성에 공감하고,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갈등 현안을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일본 소장 학자의 시각을 청취하고자 한다. [기획: 이재준 연구위원(junlee@jpi.or.kr)]  1. 머리말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은 1965년 체결한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로 간주하는 사안은 미지급 임금 등 문제에 국한된다고 밝혔다. 비인도적인 인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 청구는 협정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며, 미해결 과제이기 때문에, 일본 피고 기업이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손해 배상하라고 한국 대법원은 판결했다. 일본 기업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가 해당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조치를 진행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이라고 명시한 합의를 위반했기 때문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피고 기업에도 그 판결을 따르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한국 정부는 삼권분립에 따라 사법 판단을 존중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 정부와의 합의도 존중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 타개책을 모색한 것으로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아무런 가시적인 진전은 보이지 않았다.1)  2022년 3월에 치른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0.73%라는 근소한 차이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얼어붙은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한일 간 최대 현안이었던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 해결 움직임을 보였다. 한일 양국 정부가 그동안 ‘손에 박힌 가시 같은’ 갈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전향적으로 노력하고, 직면한 공통의 문제에 대해 협력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본고에서는 우선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간 긴장이 고조되고 타협이 쉽지 않은 이유와 그것이 타협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유에 대한 정치적인 역학관계에 관해 분석하고자 한다.  2. 한·일 관계의 구조 변환: 비대칭성에서 대칭성으로2) 우선 이 문제에 관하여 한일 간 긴장이 고조된 이유, 그리고 그에 대한 타개책이 쉽게 제시되기 어려웠던 이유에 대해서 한일 간의 구조적 변용과 그에 대한 정치적 지침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한일 관계는 1998년 10월에 채택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정점으로 이후 긴장이 고조되고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는 양국의 비대칭적 관계가 대칭적인 관계로 변화하고, 그 이전의 상호보완적 관계가 상호경쟁적 관계가 된 데에서 기인한다. 한일 정치지도자, 정부 그리고 국민이 이 같은 구조 변환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우선 대칭적 관계로의 한일 관계 변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것은 단순히 한국과 일본이 힘에서 대등한 관계가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를 포함하여 다음 네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힘의 수평화, 즉 국력, 영향력, 존재감 등에서 대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70년, 한 나라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일본이 한국의 7배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 중에는 한국이 일본을 역전했다는 통계도 있다.3) 인구 면에서는 일본이 한국의 2배 이상이기 때문에 GDP는 일본이 높지만, 그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세계 3위인 일본의 뒤를 이어 한국도 세계 10위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그 외 군사비 측면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거의 같은 수준이다.4)  1990년 이후 한국 언론이 줄곧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경계하는 논조로 일관해 온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게다가 ‘한류’라는 한국 브랜드의 문화적 영향력 측면에서는 일본을 훨씬 능가하는 것 같다. 또한 경제 관계에 관해서도 1980년대까지는 ‘일본이 재채기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라는 식으로 한국과 일본은 수직적 분업 관계였지만, 현재는 분명히 수평적 분업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수평화는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촉진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의식을 자극하여 마찰을 증대시키기도 한다.  둘째,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선진민주주의, 한국=개발독재라는 상호 이질적인 체제였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에는 한일 모두 선진자본주의, 민주주의라는 가치와 체제를 공유하게 되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지속적 경제발전, 1987년 정치적 민주화, 그리고 북방외교와 냉전의 종식에 따른 외교관계의 비약적 확대 등이 그 요인이었다. 한국은 국내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했고, 대외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이런 변화로 한국은 냉전 시기 남·북 체제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과 체제, 가치관을 공유했다고 해서 반드시 상호이해가 깊어져 관계 개선으로 나아간다고 만은 할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선진 자본주의와 자유 민주주의를 공유한다고 해도 그 메커니즘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일본의 자본주의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진행되는 반면 한국의 자본주의는 소유와 경영이 일체화된 재벌 경영으로 오너에 의한 과단성 있는 결정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대조적이다. 또 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 해도 1990년대 이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소선거구제 하에서 자민당의 일당 우위 체제가 상당히 견고하게 유지되었다. 일본에선 가까운 장래에 여·야당 정부교체 가능성을 전망하기 어렵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보수·진보의 양당 정당 체제에서 수차례 정부교체를 이뤘다. 나아가 ‘촛불혁명’에 기인한 박근혜 정부의 퇴진처럼, 한국 국민들은 기존 정치 체제를 변혁하기도 했다. 일본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불안정’하다고 비칠 수도 있지만, 한국의 관점에서 보면 일본의 민주주의는 ‘정체’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셋째, 1980년대까지 정치와 경제, 정부와 재계 사이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던 한일 관계에서 그 이후에는 지방정부와 시민사회를 포함하고 나아가 사회·문화 영역을 아우르는 상당히 다양하고 다층적인 관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렇게 한일 관계는 매우 풍요로운 관계로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풍요로운 관계를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역시 역사 문제만이 ‘과대 대표’되어 크게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한일 관계에서 역사 문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역사 문제는 풍요로운 한일 관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넷째, 예전에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흘러가던 관심, 정보, 가치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흘러가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였던 상황이었으나 그 양쪽의 흐름이 균형 잡힌 상황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한국의 입장에서 일본은 과거 자신들을 침략하고 지배한 ‘혐오스러운 나라’였지만 그래도 친근한 선진국으로서 미국 다음으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나라였다. 따라서 확실히 편향된 관심의 방식이긴 했지만,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입되는 정보와 가치의 양은 많았다. 그에 비하면 일본의 입장에서 한국은 확실히 ‘반공산주의의 방파제’로서 중요했지만, 한국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은 낮았다. 과거 한국의 정보와 문화적 가치 등이 일본으로 들어가는 양은 적었다.  그러나 점차 일본에서 한국 자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정보와 가치가 일본에도 유입되기 시작했다. 반면에 한국이 민주화되고 세계화됨에 따라 한국의 관점에서는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다만 일본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나 정보는 여전히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상 네 가지 측면에서 한일 관계는 비대칭적 관계에서 대칭적 관계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필연적이지는 않지만 비대칭적 관계에서 한일 관계는 상호 보완적이었다. 냉전체제 하에서 일본은 한국이 ‘반공산주의의 방파제’로서 안보상 중요한 존재이며, 주로 경제협력을 통해 한국의 경제 발전과 정치적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일본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한국도 치열한 남·북 체제 경쟁 속에서 북한에 대한 열세를 만회하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원조와 더불어 일본의 경제 협력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한국과의 일방적인 경제협력은 한반도의 냉전에 일본이 연루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었고, 한국에서는 일본의 경제협력에 의존하면 일본에 대한 종속이 깊어지게 되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한일 관계의 비대칭성이 이러한 한일 양국 내에서의 비판을 억누르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 보완적 관계는 각국의 목적이 성공적으로 달성되면서 일단은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북한에 대한 한국의 체제 우위는 흔들리기 어려워졌다. 일본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분명하고 심각해질 때까지 당분간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안보도 공고하다. 그 결과 대칭적 관계에서 상호 경쟁의식이 종래보다 더 강하게 각인되었다. 물론 일본의 과거사 문제로 인해 한국의 반일 감정은 오랫동안 있어왔다. 문제는 양국이 대칭적 관계로 접어들면서 보다 심각해졌다는 점이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반감은 더욱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고,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감 역시 대두되었다.  예를 들어 양국 간의 상호 경쟁의식은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 어느 쪽이 더 우위의 지위를 차지할지 경쟁할 때 나타나며,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서로 절차탁마한다고도 할 수 있다. 스포츠 및 학문 등의 영역에서 더욱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상호 경쟁의식은 ‘상대에게는 절대 질 수 없다’라는 의식으로 이어지고, 한일 간의 쟁점에 대해서도 상대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고 자신이 양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양국 간 첨예한 쟁점이 된 것은 역사 문제였다. 특히 2010년대에 들어 한국 사법부가 위안부나 징용공 문제 등 정부 간 타협이 이루어진 사안에 대해 ‘피해자 중심주의’ 등과 같은 ‘새로운 규범’을 적용했고, 문제가 아직 미해결 상태로 남게 되었다. 한국 정부에 대해 일본과의 협상 재개를 요구하거나, 일본 정부나 기업에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하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한국의 사법 판단이 한일 간의 과거 합의를 뒤집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의 과거 합의와 한국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존중,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한국 여론 사이에서 그 균형을 어떻게 찾을지 매우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5)  하지만 상호 경쟁적인 관계가 자동으로 비타협적인 대립 관계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현재 양국의 20, 30대 젊은 세대들은 대칭적 한일 관계 구조에 익숙하다. 문제는 비대칭적 한일 관계에 익숙한 기성 세대들이 ‘대칭적 관계 속에서의 경쟁’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그런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되면 한일 관계의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하여 한일의 쟁점은 해결될까? 이에 대한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도 나이가 들면서 기성 세대의 가치관을 공유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한·일의 외교: 그 괴리와 접근 2010년대 이후 한일 관계가 악화된 배경으로는 앞서 언급한 대칭적 관계에 따른 상호경쟁의식의 격화뿐만 아니라, 이러한 관계 악화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한일 외교의 괴리가 뚜렷해지고 상호 협력의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한일 외교의 괴리라는 측면뿐 아니라 한국의 보수정부와 진보정부와의 괴리라는 문제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보수적인 윤석열 정부로 교체되면서 한일 외교의 괴리가 상대적으로 좁혀지고 그것이 관계 개선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선 일본의 아베 정부와 한국의 문재인 정부 사이에서 한일 외교의 괴리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대북정책을 둘러싼 괴리와 대립이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18년 들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비핵화 의사를 표명한 북한과의 사이에서 ‘비핵화 패키지’에 합의하고 이를 미국 트럼프 정부에 ‘딜’함으로써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관계 개선을 병행하여 추진하려고 했다.6)  2018년에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연이어 개최하며 일단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협상은 더이상 진전이 없었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를 겪은 후 2022년 북한은 핵 법제를 제정하고 핵 독트린에 기반한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기정사실화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상당히 멀어졌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를 불투명하게 한 채 남·북 관계 개선에만 조급해하고 있어 일본의 안보에 위험하다’라며 비판적이었다. 또한 문 정부에 비판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북·미 간에 안이한 타협을 하지 않도록 미 트럼프 행정부에 촉구했다. 하노이에서의 북·미 협상 실패는 아베 정부에게는 일단 바람직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스가 요시히데 정부, 기시다 후미오 내각도 그러한 기본 노선을 계승하여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항하기 위해 우선은 요격 능력을 향상시키며, 그와 동시에 미국의 확장 핵 억지력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북한이 전술핵의 개발과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데 대항하기 위해 반격 능력 정비에도 힘써왔다. 이는 2022년 12월 채택한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세 가지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로 결실을 보았다.  이처럼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억지보다 관여에 중점을 두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관여보다도 억지에 중점을 두는 일본 정부의 정책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조적인 정책을 배경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한국과 일본은 경쟁을 벌여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에는 문 정부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지만, 2019년에 들어서자 아베 정부의 손을 들어준 양상이 되었다.7)  둘째, 미·중 대립을 둘러싼 대응에 관한 괴리이다.8) 문 정부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북한 문제는 미국과 중국’에 의존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자세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새롭게 등장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북한 문제에 관한 중국에 대한 기대와 이를 바탕으로 한 중국에 대한 접근과 밀월은 박근혜 정부 전반기에 매우 두드러졌다. 빈번하게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은 한국과 중국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군사적인 도발을 억제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도발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박근혜 정부는 2016년에 들어 중국이 기대를 저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중국이 반대했던 사드(THAAD) 미사일 배치를 결정했다. 이에 중국이 보복조치를 취하면서 한중 관계가 악화했다. 그런 의미에서 문 정부는 중국에 접근하지 않으면서도 중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화되는 가운데 미중 양자택일에 내몰리는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피하려고 노력했다. 이 중 가장 상징적인 것이 ‘인도·태평양(Indo-Pacific)’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소극적 태도였다. 후술하겠지만 문 정부의 입장에서는 일본에서 시작된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이 결과적으로 미중 갈등을 자극하게 될 것이고 한국은 이에 가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아베 정부는 기존에 많이 사용되지 않았던 ‘인도·태평양’(전략, 구상)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고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지역에서 점점 대국화하고 영향력이 강해지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관여를 확보함과 동시에 호주와 인도같이 상대적으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는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그 외교는 당초 예상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이제 미국이 일본보다 더 적극적으로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게 되었고, 나아가 중국을 경제, 안보, 기술, 이데올로기 상의 대항자로 설정함으로써 오히려 일본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적극적인 관여 자세를 보이게 됐다. 이처럼 일본의 외교는 한국의 외교에 비해 미·중 대립에 대한 대응에서도 미국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4. 한국의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한일의 상대적 접근 2022년 3월 한국 대통령 선거는 보수 정당의 윤석열 후보와 진보 정당의 이재명 후보 사이에서 국론이 둘로 나뉜 일대일 승부였다. 그리고 불과 0.73%라는 근소한 차이로 윤 후보가 승리했다. 솔직히 말해 외교가 선거의 주요 쟁점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외교는 문 대통령의 외교와는 상당히 다르고, 대북 정책과 미·중 대립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일본 외교에 가까워졌다.  (1) 대북정책9)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원칙 없이 북한에 양보했다’라는 의미에서 비정상적인 남·북 관계를 초래했다고 비판하며 우선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북한에도 양보를 요구하는 정상적인 관계로 회복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관여보다 억지에 중점을 둔 대북정책을 목표로 하고 한·미 동맹을 정상화하고 강화하며, 미국의 확장 억지력의 신뢰성 제고와 더불어 경우에 따라서는 한미 간 핵 공유를 의미하는 ‘나토(NATO)식 핵 공유’도 지향한다. 이 배경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기정사실로 알려진 상황에서 국민의 약 70%가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여론에 대한 배려가 있다.  한편 ‘담대한 구상'과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라는 구상을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노력을 전제조건으로 한 관여 정책도 내세웠다. 핵 법제를 제정하고, 핵미사일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김정은 정부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면 이러한 정책은 ‘억지할 뿐만 아니라 관여도 한다’라는 자세를 보여주는 알리바이 만들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의 골격은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접근법은 대북정책을 두고 일본과 차이를 보였던 문재인 정부와 달랐다. 윤석열 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해 일본과 공통된 부분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일 안보 협력의 필요성이 커졌다. 아울러 한일은 안보 협력에 미국을 관여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는다. 미국의 확장 억지력의 신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이 안보 협력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이유이다.  (2) 미·중 대립에 대한 대응 일본 ‘주도’의 ‘인도·태평양’과는 일선을 그은 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인도·태평양’을 둘러싸고 미국, 일본과의 공유를 지향하고자 하였다. 202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의 합의가 발표된 것은 상징적이었다. 게다가 다음 달인 12월에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이 발표되었다.10)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사이에 두고 ‘인도·태평양’ 개념을 공유했다는 의미는 향후 한일의 대중 전략, 대중 외교를 고려한다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다음의 두 가지 점에서는 유보적 태도가 필요하다. 첫째, 윤 대통령은 어디까지나 아세안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고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 ASEAN Outlook on the Indo-Pacific)’과의 공통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중국에 대한 대응이라는 관점에서는 아세안의 자세와 미국과 일본의 자세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아세안은 미중 대립에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미·중 대립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중국 모두의 지원과 배려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과 일본의 구상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도 한편으로는 미·일과의 공통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세안과의 공통성도 강조함으로써 미·중 대립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둘째, 11월에 열린 ASEAN, G20, APEC 등 일련의 국제회의에서 한·미·일 3국의 정상 회담만 아니라 미·일, 한일 그리고 한·미 간의 정상회담도 개최되었고 공동 성명이 발표되었다. 일본과 미국 사이에서 중국을 지목하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의 지속적인 시도’를 위협으로 인식했다.11) 그러나 앞서 언급한 한·미·일 공동성명에서는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인 활동을 통한 것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해역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부합하여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를 포함, 법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 ‘대만에 대한 기본적 입장에 변경이 없음을 강조하고 국제사회의 안전 및 번영에 필수적인 요소인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으로 분명히 중국을 염두에 두고 위협을 강조했지만, 그 위협의 주체가 ‘중국’이라는 사실을 명기한 것은 아니었다.12) 또한 한일과 한·미의 공동성명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위협을 염두에 둔 문구는 없었다.13)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은 미·일과 공통된 위협으로 중국을 명시하는 데에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고 볼 수 있다.  5. 한·일 외교의 재검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일 관계는 과거에 보였던 의견 차이가 줄어든 반면, 협력의 가능성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한일 양국 관계 개선의 원동력이다. 이러한 점은 일단 양국 모두에게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대북정책이든 미중 대립에 대한 대응이든 그러한 위협에 직면한 한국과 일본의 협력은 꼭 필요하다. 그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한일 관계는 ‘위협에 대항하는 방식으로’ 협력만 한다고 해서 공고화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위협 제거를 위한 협력’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우선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억지에 중점을 두고 한일이 협력할 필요가 있지만 이와 더불어 관여를 위해서도 한일의 협력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북한의 현 상황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방치하는 것은 한일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역시 억지와 관여를 결합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문재인 정부와 같이 관여로 편향된 성향만으로는 불충분하지만 억지만으로도 부족하다. 한국과 일본이 분담해서 협력해 나가며 억지와 관여의 균형 잡힌 정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대북정책을 더 우선시하도록 한일이 협력해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대러 그리고 대이란 정책 등을 높은 우선순위에 두면서도, 대북 정책은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입장에서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는 미국에 비해 높다. 더욱이 북한은 항상 미국을 의식하면서 그들의 군사·외교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이 최우선 과제로 대북정책을 다루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중 대립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현상 변경을 위한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관여가 필요하며, 그것을 한국과 일본이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한미일이 ‘인도·태평양’을 공유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미·중 대립이 한국과 일본의 이익을 저해하고 한국과 일본의 비용을 필요 이상으로 증가시키는 것도 막아야 한다. 한일은 그러한 미중 관계 속에서 상당한 정도의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미중 대립은 어느 정도 당연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것이 한국과 일본에 치명적인 손해나 비용 부담을 주지 않도록 미국과 중국에 촉구하는 것에 관해서도 한국과 일본은 협력할 여지가 있다. 그것을 한일이 단독으로 추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어중간한 자세를 견지할 수 없을 정도로 미·중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해 주길 바란다. 반면에 일본은 미중 대립에 ‘편승’하는 위험과 미·중 대립이 완화할 때의 이점을 인식한 다음 그런 관점에서 한국과의 외교 협력을 더욱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점은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서 이미 언급되었다. 여기에는 이러한 한일 외교 협력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여 국제적인 공공재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그만큼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20세기 후반에 이루어진 한일 협력의 축적이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분명 20세기 전반 한일 관계사는 일본의 침략과 지배로 이뤄진 부정의한 역사였다. 그럼에도 20세기 후반 한일 양국은 협력의 성과를 축적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1965년의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의 한일 경제협력, 1970년대 미국의 대북정책이 동요하는 가운데 한일의 마찰이 내재한 협력 그리고 1980년대 냉전의 종식을 앞두고 이루어진 한국의 북방 외교와 일본의 지원 등 긍정적 역사를 한일 양국의 정치 지도자, 정부 그리고 국민은 다시 한번 ‘포용'해야 하지 않을까.  1) 대다수의 일본 언론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문 정부를 ‘반미·반일·친중·친북의 좌파 진보정부’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비판적으로 보았다. 때마침 같은 시기에 많은 한국 언론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를 ‘우경화한 역사 수정주의자’로 비판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2) 한일 관계가 비대칭적 상태에서 대칭적 상태로 변용해 온 것에 관해서는, 기미야 다다시(이원덕 엮)『한일관계사 한일 대립은 언제 끝날 것인가. 과연 관계 개선은 가능할까』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22년, 을 참조. 3) 한일의 경제통계 비교에 관해서는 UN의 경제통계를 참조한다.https://data.un.org/ 4) 한일의 군사비 비교에 관해서는 SIPRI(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를 참조. https://milex.sipri.org/sipri 5) 역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인식의 괴리에 관해서는, 기미야 다다시 「현대 한일 관계에서의 화해와 정의」, 아사노 도요미 편『화해학총서1=원리·방법 화해학의 시도-기억·감정·가치』 아카시쇼텐, 2021, pp. 286-314 6)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관해서는 국정백서편찬위원회 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문재인정부 국정백서 16』 2022년, 를 참조. 7) John R. Bolton, 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 Simon & Schuster, 2022. 8) 미·중 대립을 둘러싼 한일의 괴리에 관해서는, 기미야 다다시, 「중국을 둘러싸는 한일관계: 한국, 한반도에서 본 일본의 대중인식, 정책」, 남기정 엮음 『아베시대의 일본의 정치와 외교』 박문사, pp.157-195, 2022년, 를 참조. 9)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관해서는 통일부가 발표한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 구현』(2022년)을 참조. 10) 대한민국정부,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2022년. 11) 미·일 공동 성명에 관해서는 https://www.mofa.go.jp/mofaj/na/na1/us/page1_001403.html 12) “Phnom Penh Statement on Trilateral Partnership for the Indo-Pacific,” https://www.mofa.go.jp/mofaj/files/100420434.pdf 13)「브리핑 한미 정상회담 결과」「브리핑 한일 정상회담 결과」2022.11.14. https://www.president.go.kr/newsroom/briefing/LvHRCLv8. https://www.president.go.kr/newsroom/briefing/N8rJmPvn.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편집 : 김수연 연구원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학교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 기미야 교수는 1960년생이며 도쿄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고려대학교에서 한국정치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후 그는 냉전기뿐만 아니라 탈냉전기를 포함해 한국정치와 외교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발전해 나갔다. 현재 도쿄대학교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로서 재직중이며 그동안 미국 하버드대학교 옌친연구소 방문연구원을 역임했다. 또한 도쿄대학교 현대한국연구소와 한국학연구소 소장도 역임했다. 일본어 저작으로“한일관계사”(오히라마사요시상 특별상 수상) “한국 경제발전과 민주화” “국제정치 속의 한국현대사” “내셔널리즘으로부터 보는 한국 북조선 현대사”가 있으며 한국어 저작으로 “박정희 정부의 선택: 1960년대 수출지향형 공업화 정책과 냉전체제” “한일관계사”등이 있다. 일본어 근간으로 고 김대중대통령의 평전과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정치에 관한 분석서를 준비하고 있다.
  • [JPI PeaceNet]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 민주주의와 평화
    저자
    이재준(제주평화연구원)
    발간호
    2023-02
    [기획자 註]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1주년을 맞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정치에서 재래식 전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를 공격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의미를 돌이켜보고, 국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기획: 이재준 연구위원(junlee@jpi.or.kr)] 1. 우크라이나 전쟁의 의미 우크라이나 전쟁이 1주년을 맞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러시아가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군사력 대국이며, 육군력에선 미국이나 중국에 필적하는 국가였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과거 소련에 속해 있었다가 독립한 취약한 국가였다. 그런데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는 러시아군에 함락 직전까지 갔었지만, 1년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에 밀려나 우크라이나 동부 일부 지역에서 고전하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1년 동안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이 기간 러시아군은 탱크와 장갑차 4500대를 잃었다. 또 군함 12척, 고정익기 63대, 회전익기 70대 등을 상실했다. 특히 러시아는 탱크 2300대를 잃었는데, 이는 러시아군의 전체 전차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러시아 병력은 개전 초기 수주 동안 사상자가 5만여명을 넘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개전 초기 투입 병력의 절반 수준이다. 러시아는 수백만명의 징집 자원이 남아 있다고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 징집 대상자 약 50만명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1) 우크라이나 전쟁의 기원은 2013년 11월 21일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유로마이단(Euromaidan, Євромайдан, 유럽 광장이라는 뜻) 혁명’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친(親)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당시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군의 주둔 기한을 연장하고,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을 중단하는 등 친러 정책을 펴왔던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우크라이나어에는 서툴렀다. 시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는 2014년 2월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합병했다. 그리고 러시아는 코사크 민병대2)등 준군사조직을 투입, 도네츠크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장악, 친러 자치정부를 수립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2014년 2월 러시아로 망명한 후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적 선거를 통해 친서방 성향의 기업가 출신 페트로 포로센코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2018년 선거에서 부패 청산을 내걸었던 방송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속적인 친서방 움직임을 보였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에 반대한다”면서,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대대적으로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권위주의 국가 러시아가 민주주의 국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건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정권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이 전쟁은 자유 민주적 가치를 위협하는 전선의 한 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진영 간 대결이라는 것이다. 권위주의 독재국가인 중국은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후 전세계에서 전개될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 대결, 혹은 신냉전의 서막일지도 모른다.3) 한편,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러 경제 제재에 동참한 반면, 독재국가인 북한은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권위주의 국가에게 하나의 교훈이 되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는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에 손쉽게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두 가지 차원에 풀이할 수 있다. 먼저 민주주의 국가가 방어전에서 군사안보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음 권위주의 국가의 군은 전쟁 수행에서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2. 민주주의 체제와 군사력 민주주의와 군사적 효과성(military effectiveness)의 관계에서 경험적 연구들이 이뤄져왔다. 민주주의와 군사적 효과성 간에 높은 상관 관계가 개인적 차원과 조직적 차원에서 존재한다는 것이다.4) 첫째, 병사 개인적 차원이다. 민주주의 정부는 국민들의 동의를 중시한다. 따라서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사 징집은 높은 수준의 국민적 동의를 필요로 한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징집한 병사들은 국가에 대한 강한 충성도를 갖게 된다. 이는 전투에서 병사들의 전투 의지로 연결된다고 한다.5)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군대는 하늘을 찌르는(stratospheric) 사기를 구가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 탱크, 미사일을 압도하는 충격을 가했다. 러시아 군대가 스스로 진지를 포기하는 상황에서, 수천 명의 외국인이 새로 창설된 우크라이나의 국제연합군에 합류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싸움은 정의로운 반면, 러시아의 싸움은 부정의하다”면서, “푸틴은 예비군과 징집병을 전쟁이라는 지옥에 밀어넣었다”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군 지휘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병사들을 전쟁에 동원했다. 러시아 의회에선 러시아군 일부 병사들을 강제로 자원 입대하도록 하도록 종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러시아군의 무선 통신을 감청한 결과, 러시아군 일부 병사들이 진지를 버리고 도주하거나 지휘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실패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전투 의지가 없고 준비가 안 된 병사로 지적되었다.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자원 입대에 줄을 잇는 모습과 대조된다.6) 둘째, 조직적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군사적 효과성은 높은 상관성을 갖는다.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군대를 가장 큰 정치적 위협으로 인식하기 쉽다. 반면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군으로부터 오는 정치적 위협에서 자유롭다. 군 지위부를 충성도보다는 능력에 따라 기용할 수 있다. 게다가 합동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기 용이한 일원적 지휘 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용이하다.7) 그렇다면 민주주의 군대는 언제나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8)에서 “자유민의 군대가 해외에서 싸우는 게 유리할까, 아니면 자국의 영토에서 싸우는 게 유리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마키아벨리는 자유민으로 이뤄진 군대는 자국의 영토 안에서 싸울 때 불굴의 힘을 발휘한다고 적시했다. 자유민의 덕성은 자신의 것을 지키고자 할 때 강력하다는 이유에서다. 자유민은 외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해 자신의 땅과 가족을 지킬 때 싸우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민의 군대는 원정 전투에선 전투 의지가 약하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군의 병사들은 전투 의지가 약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지키기 위해 왜 싸워야 하는지 설득되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은 국민의 동의 없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그 순간부터 전쟁에서 패했다는 것이다. 공산 베트남은 미국의 군사력에 비해 10분의1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공산 베트남군에 패배했던 요인은 국가적 의지(national will)의 부족이라고 했다. 도덕적 명분이라는 정신적 요소가 갖는 힘을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은 간과했다는 것이다. 공산 베트남군은 프랑스와의 전쟁 경험을 통해 미군의 사기는 가장 약한 고리임을 간파했다. 국가적 의지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점은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가장 큰 전략적 실패라고 했다.9) 민주주의 국가도 원정 전쟁에서 도덕적 명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패배할 수 있다. 다만, 공격을 당했을 경우 이러한 도덕적 명분을 확보하는 일이 보다 수월하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점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민주주의 국가에게 승리를 거두기 어려운 요인일 수 있다. 자율무기는 자국의 영토 방위에 효과적일 수 있다. 분산된 소형 자율무기는 적의 탱크나 장갑차 등 대형 무기체계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저비용의 자율무기는 비록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취약한 국가라고 하더라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비대칭 무기라고 할 수 있다.10) 지난 3월 우크라이나군 드론 부대는 64km 정도 이어져 키이우를 향하던 러시아 탱크, 장갑차, 수송차를 파괴했다. 러시아군에 큰 승리를 거둔 우크라이나 IT 특수부대는 아마추어 드론 매니아들로 이뤄진 부대였다.11) 휴대용 무기의 발전 역시 민주주의 국가의 군대가 방어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Javelin)은 러시아의 막강한 탱크에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재블린은 한 명의 병사가 휴대할 수 있으며, 3km 밖에서 발사하면 자동으로 탱크나 장갑차 표적을 추적 파괴하는 무기이다. 재블린은 작동 방식이 간단하고, 조작법을 학습하는 걸리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전시에 징집된 우크라이나 병사가 손쉽게 러시아 탱크, 장갑차를 파괴할 수 있었다.12) 3. 권위주의 체제에서 군의 취약성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군 지휘 체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보급에 실패했다. 탱크가 연료 보급 문제로 전장에서 버려지고, 병사들이 식량을 보급 받지 못해 굶주림에 시달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원료 및 식량이 정확한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군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선이 지나친 확대됨에 따라 보급선이 길어졌다는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이는 러시아 군 지휘부가 필연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는 예상 가능한 난관이었다. 또한 러시아 군은 작전에서 육군과 공군의 통합성이 발휘되지 못하면서, 지휘통제 체계의 부실을 드러냈다.13) 러시아군은 실전에서 구조적인 취약성을 드러냈다. 현대전에서는 탱크, 보병, 포병, 공군력이 통합적인 작전을 수행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탱크는 보병의 지원 없이 단독으로 시가전에 투입되었다. 러시아 탱크는 자국 보병의 정찰 지원을 받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보병의 손쉬운 타격 목표가 되었다. 우크라이나 보병은 파괴된 건물의 잔해에 분산해 매복하다가 대전차 미사일로 러시아군 탱크를 파괴했다. 러시아군 내에선 현대전의 필수 요소인 합동성, 통합성을 위한 효율적인 지휘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14) 지휘체계의 비효율성은 권위주의 체제의 군이 갖는 구조적 성격에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독재자는 군을 통제하는 데 실패해 무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권위주의 체제는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았고, 언제든 폭력적인 방법으로 전복될 수 있다. 실증적인 연구에 따르면, 1946년부터 2008년까지 205명의 독재자가 쿠데타로 권력을 상실했다. 이는 축출된 독재자들의 68%이다. 반대로 대중 봉기에 의해 물러난 독재자의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따라서 독재자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군에 대한 통제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15) 군의 충성은 독재자의 집권 유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를 위해 독재자는 군에 유인을 제공하게 된다. 대부분 전문 군인들은 군의 생존과 효율성을 선호한다. 충분한 재정 지원을 받고, 인사와 훈련을 비롯한 군의 업무에 대해선 자율성을 보장받길 원한다. 다른 국가 기관이 군 조직에 관여하는 일을 극히 꺼린다.16) 군 지휘체계의 효율성을 위해 다른 국가 조직의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군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특권, 강압 수단 사용에 대한 면책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 문제는 군의 자율성과 독립적인 지휘체계가 강화할수록, 군이 정치에 행사하는 영향력도 강력해진다는 점이다. 군의 쿠데타를 막기도 어려워진다. 군에 대한 유인 제공과 함께 군을 통제해야만 독재자는 집권을 유지할 수 있다. 독재자가 군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분열(fragmentation) 수준을 높이는 전략이다. 군 내부와 외부에서 경쟁을 유발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군의 이탈을 방지하는 것이다. 분열 전략은 군을 여러 조직으로 분할하며 통제하는 방식이다. 군 조직 사이에 경쟁을 유도하거나, 군과 별개로 국내 안보 조직을 따로 조직하는 것이다. 이라크의 경우 군과 함께 국내 안보를 담당하는 경찰, 준군사조직, 공화국수비대를 따로 두었다. 다수의 군, 정보 조직을 운영하면서, 상호 중첩적인 기능을 갖도록 하기도 한다. 상호 감시, 견제를 통해 군이 집단적 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이는 군의 효율성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것이다. 독재자는 군의 쿠데타를 차단하기 위해 지휘체계의 효율성 저하를 대가로 치르는 것이다.17) 독재자가 취하는 분열 전략은 군의 이반을 방지하는 데엔 효과적이지만, 군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미국 육군 대령 노르벨 아트킨은(Norvell Atkine)은 중동에서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아랍 독재 국가들의 군대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했다. 권위주의 국가에선 다수의 중첩적인 군 조직들을 두면서도 이를 조정하는 기구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휘체계를 분열시키고자 하는 의도이다. 중동의 권위주의 국가에서 지도자는 군에 대한 권위를 조직 사이의 권력 균형을 통해 추구한다. 조직 간 경쟁을 부추기고, 조직 간 업무가 중첩되도록 한다. 권위주의 국가에서 군 전체를 총괄하는 합동사령부는 서류상 존재할 뿐이다. 합동 훈련도 거의 열리지 않는다. 합동 훈련이나 합동사령부가 있으면, 군 조직들 사이의 경쟁보다는 협력이 강화되고, 이는 지도자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육군이 공수 훈련을 위해 공군의 항공 지원이 필요하더라도, 국방부 장관이나 최고지도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심지어 육로 호송의 경우도 여러 군 조직들 사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18) 이러한 지휘체계의 비효율성은 독재 국가의 군대가 취약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권위주의 국가에선 능력 있는 지휘관보다는 독재자를 위협하지 않는 군 인사를 중용한다. 군은 독재자에게 가장 큰 정치적 위협이기 때문에, 능력보다는 충성을 확보하는 일이 독재자에게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19) 미국 백악관은 2022년 3월 이례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정보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 내용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군 수뇌부, 푸틴의 보좌진들이 감히 푸틴에게 부정적인 정보를 보고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징집병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규모로 희생된 사실을 푸틴이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푸틴이 ‘예스맨(yes-man)’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유럽 정보기관들의 판단과도 일치했다.20) 4. 민주적 가치에 대한 존중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관계사의 이정표인 사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권위주의 국가에게는 의미 있는 교훈을 던져주었다. 민주주의 국가를 공격해서 승리하기 위해서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 국가에 승리하기 어렵다는 교훈은 권위주의 국가의 군사력 동원을 억지하는 효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민주주의가 평화를 지켜낼 수 있다는 명제이다. 권위주의 국가는 체제의 특성으로 인해 군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독재자는 군이 가장 강력한 정치적 위협이기 때문에, 군의 지휘체계를 의도적으로 분열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이로 인해 군의 보급이 혼선을 빚고, 육해공군의 합동 작전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기도 한다. 반대로,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군의 위협에서 자유롭다. 군 지휘체계의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구나 정부를 지지하는 징집병의 전투 의지를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권위주의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를 공격해 승리하기 어렵다. 더구나 드론과 같은 군사 기술은 급조된 아마추어 시민군 부대가 강력한 기갑 부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조건을 형성했다. 휴대용 대전차 무기의 발전은 탱크의 효용성을 저하시켰다.21) 중국은 유사시 대만에 대한 군사력 동원을 염두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관찰하고 있다고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2년 10월 제20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특히 주목한 부분은 드론의 역할과 효과이다. 젤렌스키의 심리전에 관심을 기울였고, 개전 초기 적의 사이버전을 무력화하기 위한 발전·통신 시설 파괴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의 안보 싱크탱크들은 사단에서 대대전술단으로의 러시아 군 편제 개혁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무엇보다 중국이 얻은 중요한 교훈은 단기간 전쟁을 끝내기 어려운 불가예측성이라고 한다.22) 민주주의의 확산은 평화적 국제질서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의 유산이었다. 칸트는 영구평화론23)에서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시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면, 국가가 전쟁에 나서는 데 지극히 신중한 태도를 갖게 되고, 따라서 전쟁을 나서길 꺼린다고 했다. 칸트의 유산은 민주주의 국가 간에는 거의 전쟁을 하지 않았다는 민주적 평화론의 명제로 발전했다. 권위주의 국가는 전쟁에 나서는 공격적인 성격을 보이는 반면, 민주주의 국가는 전쟁보다는 평화를 선호한다는 것이다.24) 지난 200여년 동안 민주주의 국가가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전쟁을 벌인 경우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25) 문제는 민주적 평화론이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 사이의 평화를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에 승리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보여준다면,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전쟁 억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가 러시아를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와의 경제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민주주의 국가를 지지하는 외교적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민주적 가치에 대한 존중은 향후 권위주의 국가가 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억지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 Max Seddon, Anastasia Stognei, Polina Ivanova, Chris Campbell, Dan Clark, Sam Joiner and Caroline Nevitt. “how long can Russia keep fighting the war in Ukraine?,” The Financial Times, 21 February, 2023. https://ig.ft.com/russias-war-in-ukraine/ 2) 러시아 남부 코사크족은 역사적으로 다른 민족과 전투를 치르며 단련된 기마 민족이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러시아의 코사크 기병이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3) Michael Hirsh. “2022: The Year the Good Guys Struck Back,” Foreign policy, 19 December, 2022. https://foreignpolicy.com/2022/12/19/russia-ukraine-war-democracy-2022-authoritarianism-xenophobia/ 4) Reiter, Dan, and Allan C. Stam III. "Democracy and battlefield military effectiveness."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vol. 42, no. 3, 1998, 259-277. 5) Margaret Levi. Consent, dissent, and patriotism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1997). 6) “The strange role of conscription in Ukraine’s war,” The Economist, 26 March, 2022. https://www.economist.com/europe/the-strange-role-of-conscription-in-ukraines-war/21808446 7) Gordon Tullock. Autocracy (Boston: Kluwer, 1987). 8) 니콜로 마키아벨리 저, 강정인김경희 역. 『로마사 논고』 (파주: 한길사, 2018). 9) Harry G. Summers. On strategy: A critical analysis of the Vietnam War (Random House, 1995). 10) Armin Krishnan. Killer robots: legality and ethicality of autonomous weapons (Routledge, 2016). 11) Charlie Parker. “Specialist Ukrainian drone unit picks off invading Russian forces as they sleep,” Time, March 18, 2022; Julian Borger. “The drone operators who halted Russian convoy headed for Kyiv,” The Guardian, 28 March, 2022. 12) Yaroslav Trofimov. “Ukrainian Forces Get Crash Course on Javelin Missiles From U.S. Volunteers,” The Wall Street Journal, 29 April, 2022. 13) Seth G. Jones. “Russia’s Ill-Fated Invasion of Ukraine,” CSIS Briefs June, 2022. 14) Russia’s Armed Force: Sorrow in battalion,” The Economist, 30 April 30, 2022, 15-18. 15) Milan W. Svolik. The politics of authoritarian rul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 4-5. 16) Barbara Geddes, "What Do We Know About Democratization after Twenty Years?," Annual review of political science, vol. 2, no. 1, 1999; Eric A. Nordlinger, Soldiers in Politics: Military Coups and Governments (Prentice Hall, 1977), 65-66; Svolik 2012, 127-133. 17) Sheena Chestnut Greitens. Dictators and Their Secret Police: Coercive Institutions and State Violenc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2016), 25. 18) Norvell B. De Atkine. "Why Arabs Lose Wars," Middle East Quarterly, December, 1999. 19) Pollack, Kenneth M. “The influence of Arab culture on Arab military effectiveness,” Ph.D. diss.,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 1996. 20) Steve Holland and Andrea Shalal. “Putin misled by 'yes men' in military afraid to tell him the truth, White House and EU officials say,” Reuter, 3 March, 2022. https://www.reuters.com/world/putin-advisers-too-afraid-tell-him-truth-ukraine-us-official-2022-03-30/ 21) John Stone. The Tank Debate: Armour and the Anglo-American Military Tradition (Routledge, 2018). 22) Minnie Chan. “Ukraine war, 1 year on: what lessons has China’s military learned?” The South China Morning Post, 22 February, 2023. 23) Immanuel Kant. “On the Disagreement between Morals and Politics in Relation to Perpetual Peace,” In Kant: Political Writings, Hans Reiss ed.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1), 116-124. 24) Michael Doyle. "Liberalism and world politics."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 80, no. 4, 1986, 1151-1169. 25) Michael Doyle. "Kant, Liberal Legacies, and Foreign Affairs." Philosophy and Public Affairs, vol. 12, no. 3, 1983, 205-235.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이재준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이재준 연구위원은 서울대학교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전공분야는 중국 엘리트 정치, 중국 군사안보, 북중 관계이다. 관련 논문으로 “중국의 해군력 증강과 안보딜레마, 한국정치연구” (2021), “6자회담 실패에 대한 제도주의적 분석, 통일정책연구” (2021),“중국 정치에서 권력승계의 불안정성, 한국정치학회보” (2021.03),“중국 시진핑 시기 엘리트 정치에서 권력구조 변화, 현대중국연구” (2022), “미국과 중국의 군사 기술 경쟁과 세력 전이 : 인공지능, 자율무기체계 군사 기술을 중심으로, 한국과 국제정치” (2022), “중국의 지정학 담론과 북한의 외교적 영향력 : 미중 전략 경쟁과 중소 분쟁 시기 비교, 한국정치연구” (2022), “중국의 대(對) 일본 관계에서 역사 문제: 동북아 동맹 구조에 대한 함의를 중심으로, 한중사회과학연구” (2022)이 있다 이외에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객원연구원,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 해군사관학교 객원초빙교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강사,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강사를 역임했다.
  • [JPI PeaceNet] 한·미·일 안보협력과 동북아평화: 중국-대만 갈등 현안을 중심으로
    저자
    박기철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발간호
    2023-01
    [기획자 註] 오늘날 동아시아 국제정세는 미중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유례없는 수준의 인플레이션 등으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2년 12월 현정부는 소위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하며 한국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제시하였다. 이 가운데는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추구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도 포함하여 한미일 3국 간의 안보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다면 한미일 안보협력은 어떠한 이유로 주목받고 있는가. JPI PeaceNet에서는 고려대 정책대학원 박기철 교수의 글을 통해 양안 갈등이 한미일 안보협력에 주는 함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기획: 정승철 부연구위원(scchung@jpi.or.kr)] 1. 윤석열 정부의 한국판 「인도 태평양 전략」과 동북아 안보협력 필요성 2022년 12월, 윤석열 정부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인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였다.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인도-태평양 지역에 투영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3대 비전으로 제시하고 번영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목표로 역내 국가 간 포용·신뢰·호혜의 3대 협력 원칙을 천명하였다.1)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2)과 그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동북아지역 핵심 가치 동맹인 한·미·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담겨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가치동맹의 연대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에게 동북아 평화를 위한 안보협력의 필요성은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그동안 한·미·일의 군사훈련은 주로 북한의 핵위협과 미사일 도발과 관련하여 탄도미사일 경보 훈련, 대잠전 훈련, 수색·구조 훈련 등에 한정되었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지정학적으로 대만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는 한·미·일은 더욱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미일 연합 훈련인 “킨소드(Keen Sword)”가 2022년 10월 일본의 요나구니섬에서 실시되었다. 요나구니섬은 대만으로부터 불가 110km 떨어진 미중 안보경쟁의 최전선이다. 이 훈련은 중국의 대만 침략 가능성에 대한 일본의 안보불안을 반영한 것으로 자위대 2만 3천명과 미군 1만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연합합동훈련이다. 이에 앞서 같은 해 8월에는 북한의 탄도탄 미사일 탐지 및 추적을 연습하는 퍼시픽 드레곤 연습(Pacific Dragon Exercise)가 실시되었으며 한·미·일 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호주 등이 참가하면서 훈련 대상과 범위가 동북아에서 태평양으로 확장되었다. 2023년 1월, 미국의 국방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이하 CSIS)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 대한 워 게임 분석 결과를 공개하여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워 게임은 예상되는 가정을 기초로 시뮬레이션 모델에 교전 당사국의 전력을 정량적으로 입력하여 확률에 기초한 연산을 통해 그 결과를 예측하는 과학적 분석 방법이다.3) 기존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 대한 워 게임 분석이 전술제대 단위의 소규모 교전 분석에 집중한 것과 달리, CSIS의 이번 분석은 전구작전(theater operation)으로 범위를 확대하여 기본 가정, 낙관적인 가정, 비관적인 가정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24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 정량적인 분석결과라는 점에서 기존연구와 차별된다. 특히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 Area Denial, 이하 A2AD) 전력과 이를 타격하기 위한 미국의 공중전력의 교전결과 분석, 항공모함 등 해상 플렛폼에 대한 전투피해평가 (Battle Damage Assessment, 이하 BDA), 예상 사상자 판단 등의 정량적인 데이터를 산출해냄으로써 향후 미국의 군사력 증강의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방, 군사, 외교 분야 정책 의사결정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개전과 동시에 미국의 증원 전력을 차단하기 위해 일본의 오키나와를 비롯한 난세이 제도에 위치한 미 공군기지를 집중 공격하였는데, 이로 인해 일본은 대만 분쟁에 직접적인 당사국이 된다는 점, 그리고 주한미군 전력이 대만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북한으로 하여금 고강도 도발을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 점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 참조) 결과적으로 이번 CSIS의 워 게임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대만을 침공한 중국은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하고 전쟁은 최대 3주안에 종결되는 것으로 전망되었지만, 미국, 대만, 일본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것으로 분석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한·미·일 3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개입이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4) 2.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 분석       가. 왜 2026년인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 위한 최적기로 CSIS는 2026년을 지목하였다. 1990년대 이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증강했던 중국과는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