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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신정부의 과제와 전망
    저자
    이상철(前 주 이란 대사, 現 계명대학교 초빙교수)
    발간호
    2013-18
      8월 중으로 예정된 이란의 로하니(Hassan Rowhani)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내외적인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2009년의 보수강경파인 아마디네자드의 재선과는 달리 온건 개혁파로 분류되며 전 핵협상 대표였던 로하니가 새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내적인 점진적 개혁과 대외적으로는 건설적인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2005년 이후 8년간 집권하여온 보수강경파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종교적 신앙심이 투철한 저소득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강경 이슬람 민족주의 노선을 추진한 결과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였다. 오히려 그의 인기영합주의적 정책추진은 경제의 비효율적인 운영과 더불어 이란을 국제적인 고립에 처하게 만들었다.     이란이 현재 안고 있는 가장 큰 대내적인 문제는 경제악화이다. 이란 경제의 비효율적인 구조적인 문제도 있기는 하나,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서방측 즉 미국과 EU측의 경제제재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 이다. 이란 외화 수입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원유 수출도 2011년 대비 약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며, 투자여건 악화로 대 이란 해외 투자도 기피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다 보니 생필품 품귀현상과 공장의 폐쇄 등 실업 문제는 이란 체제에 대한 정치적 압박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 당선자는 이란의 인플레이션이 실제로는 42%에 달하며 지난 2년 간 이란 경제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성장에 머물렀음을 지적하면서 지난 정부의 경제운영을 비판하였다. 또한 그는 교육받은 청년실업자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조만간 대학졸업 실업자가 450만에 달할 것으로 내다 보았다. 인터넷 등을 통한 서구문화의 유입 등으로 이란 젊은 세대의 삶의 질에 대한 기대와 서구사회에 대한 동경심은 폭발성을 내포한 것으로서, 현 이슬람체제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란은 1979년 혁명 이후 호메이니 전 최고지도자의 출산 장려 정책으로 30세 이하가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란 핵문제는 2002년 8월 이란 반정부 단체에 의한 이란 내 핵개발과 관련된 2개의 IAEA 미신고 시설의 존재사실 폭로로 국제사회에 대두되고 난 후 지난 8년간 보수강경파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재임기간 중 미국과 EU 등 서방측과의 대립구도 속에서 첨예하게 대립되어온 사안이다.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대 이란 제재란 이후 이란이 우라늄  농축 중단을 거부함에 따라 2006년 이후 부과된 안보리의 제재와 미국 및 EU의 일방적 제재, 그리고 미국의 개별교섭에 의한 우방국들의 대 이란 제재 등으로 크게 구분될 수 있다. 가장 엄격한 제재는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미국 및 EU의 금융제재로 이란의 석유수출에 대한 제약은 물론 노후한 석유시설에 대한 외부의 투자기피 등 매우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재 이란 대 P5 (미, 영, 러, 중, 프) + 1(독일)의 형태로 협상이 진행되어 왔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어온 상황이다.   미 정보당국에 의하면, 이란은 아메디네자드 대통령 시절 핵무기 개발을 적극화, 앞으로 1년이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농축우라늄을 확보할 수 있고, 아울러 장거리 미사일(Shahab-3)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의 소형화기술을 가속화 해 나갈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 다른 핵무기 원료인 플로토늄의 양도 내년 말쯤이면 확보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저런 상황에 비추어 이란은 로하니 대통령의 출범을 계기로 핵 협상을 비롯한 대 서방 관계개선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다음의 요소를 고려할 때 이란 핵협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란은 지역 강국 및 지역 안정자로서의 역할을 계속 자처해 왔으며 이런 전략적 입장을 계속 강화해 나가고자 할 것이다. 이란은 역내 강국인 이스라엘에 대응(counter balancing)할 수 있는 유일의 지역강국임을 자처, 반 이스라엘 대결 구도를 구축해 왔으며 핵을 가진 이스라엘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핵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주장해 왔다. 특히 근래 중동의 제반 사태 진전과 관련, 이란은 과거 어느때보다도 자신들의 전략적 위상이 강화되어 가고 있다고 자칫 판단할 수가 있다. 즉,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미국이 수행한 미완의 전쟁으로 이란이 접하고 있는 좌우 세력의 약화, 현재 진전중인 이집트와 시리아의 불안정 사태 등 이란은 자신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수 있는 계기로 판단할 수가 있다.   둘째, 이란은 이미 상당량의 핵물질을 개발, 비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농축 우라늄의 경우 20% 농축된 중준위(MEU: Medium Enriched Uranium)우라늄을 근 250kg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자로를 통한 3-5%의 저농축도 병행함으로써 플로토늄의 생산도 아울러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핵시설을 거대한 암벽 사이 등 전국 각지의 10여개의 장소에 분산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는 외부 공격에 대비할 뿐만 아니라 IAEA 등의 사찰에 대비하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로하니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이란의 체제가 바뀌는 것이 아님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란은 신정체제(theocracy)로서 신의 대리자인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가 중요한 국가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며 혁명수비대 등 권력기관이 최고지도자를 보위하고 있다. 물론 로하니 대통령이 과거부터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고지도자로서 신정정치의 정당성과도 연계된다고 여기는 핵무기의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이란이 핵협상을 통하여 완전 비핵화의 길을 간다는 것은 상정하기가 곤란해 보인다. 대선과정에서 로하니는 핵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겠지만 이란의 핵농축권리 또한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그는 이 상반되는 두가지 문제에 어떻게 균형을 취할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결국  어느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지느냐의 문제로 보인다. 미국으로서는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제반 핵시설들에 대한 IAEA의 특별사찰 수용, 우라늄 농축의 5%대 제한, 20%이상 농축된 비축 우라늄의 해외 이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 권리 자체는 인정되어야 하며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와 석유 수출 제한 조치가 즉각 해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양측의 협상 입장에 비추어, 이란 핵문제 협상은 상생(win/win)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란으로서는 이란의 핵물질 보유는 인정을 받되 무기화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선에서 타협을 시도하고자 할지 모른다. 즉 상황에 따라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수준에서 동결하고자 하는 것이나 미국 입장에서는 이를 용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양측의 입장이 어느 선에서 정치적으로 타협하느냐의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갈등상황에 있는 양측이 타협이라는 좁은 맥락에서 또 다시 지리한 협상을 지속하는 것보다는, 중동지역의 안정과 세력균형이라는 보다 큰 맥락에서 상호 포용하는 전략 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이란의 핵문제는 북한핵문제와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고 본다. 4강에 둘러싸인 동북아에서의 북한의 핵문제는 4강세력의 개입 등 어느 정도 억지가 가능하다고 보나, 이란의 문제는 중동지역 전체의 세력균형과 안정이라는 보다 큰 전략적 관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로하니의 정부의 출범으로 핵협상에 타결에 대한 서방측의 기대감이 고조된 것이라면 그 기대감에 걸맞게 신정체제의 대통령이 운신을 할 수 있는 폭을 만들어 주는 것은 서방측의 몫이 되어야 한다. 이상철 前 주 이란 대사 現 계명대학교 초빙교수
  • Dealing with North Korea and its Nuclear Threat
    저자
    CHO Tae-Yong(Special Representative for Korean Peninsula Peace and Security Affairs)
    발간호
    2013-27
    The ROK’s Policy My government firmly believes that the only viable way to resolve the nuclear issue through diplomacy is for North Korea to make a strategic decision to give up its nuclear weapons. It is indeed a tall order, but ultimately there is no other way. So our efforts must be focused on creating an environment in which North Korea has no other option but to make a fundamental change. Based on a firm principle of no tolerance of nuclear weapons, Korea is pursuing a policy of stronger pressure and more robust diplomacy in close cooperation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First of all, Korea maintains strong deterrence based on its alliance with the US so that we can prevent provocations and maintain peace and stability on the Korean Peninsula. To cope with North Korea's WMD threat, Korea and the US adopted a tailored deterrence strategy at the recent SCM. In response to North Korea’s third nuclear test, the UN Security Council adopted the fourth sanctions resolution on North Korea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ncluding China is implementing the sanctions more effectively. These sanctions ratcheted up pressure on North Korea and perhaps played a part in North Korea’s switch to a dialogue mode this May. China may be the only country capable of influencing North Korea’s strategic thinking in a meaningful way. Korea and the US place emphasis on fostering strategic collaboration stressing coinciding strategic interests in denuclearization. Recently, China seems to put more emphasis on denuclearization in its Korean Peninsula policy. For example, China made public a long list of export control items listing over 900 WMD-related dual use items. This is worthy of note as China officially reaffirmed that it would exercise its full responsibilities as a permanent member of the UN Security Council. Korea believes that strengthened strategic cooperation among Korea, the US and China can play a central role not only in building sustainable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but also embarking on the road to a peaceful reunification. Korea is working closely with Japan and Russia as both countries firmly oppose North Korea’s nuclear ambitions. Korea is also making efforts to work more closely with ASEAN, EU and many other members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ll in all, North Korea finds itself in an increasingly isolated position because of its nuclear weapons program. Our aim is to a situation where the cost of pursuing nuclear ambitions is becoming unsustainable. We must a situation where North Korea has no choice but to admit that nuclear weapons are after all no strategic asset but strategic liability that prevents North Korea from pursuing economic development and closer ties with China and other countries. Korea keeps the door open to dialogue. But Korea believes that dialogue must be conducive to progress in denuclearization and North Korea must not be allowed to increase its nuclear threat while the talks are under way. North Korea says these days that it calls for the resumption of talks without any preconditions. But, given North Korea's dismal track record, should we resume dialogue without robust preparations, it would prove a recipe for failure and can inflict a mortal damage on the Six Party Talks. More specifically, we must first make sure that the goal of the talks is denuclearization. Second, robust steps need to be taken to prevent North Korea from abusing the time for dialogue as a window of opportunity to strengthen its nuclear weapons capability. Third, once talks are resumed, accelerated negotiations must be conducted to secure agreement for a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 Outlook for Negotiations and Policy Options If we look back at the history of nuclear negotiations with North Korea, every agreement including the Agreed Framework in 1994 and September 19 Joint Statement of 2005 only progressed so far to the stage of freeze, but never made it beyond the point of "the moment of truth", that is complete declaration and verification. North Korea was eager to prolong both the negotiation and implementation process using salami tactics and brinkmanship, while always evading to take irreversible steps. That has to change. The only effective way is to fundamentally change the way North Korea calculates. For this to happe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needs to exert more pressure strong enough to force North Korea's strategic calculations. Second, we have to make it clear that once North Korea chooses to come on the desirable path, it will be able to enjoy full opportunities to engage economically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n close cooperation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e five parties have to come up with a convincing substantive strategic message for North Korea. Third, once negotiations resume, we have to avoid repeating familiar patterns. It is crucial that North Korea’s seriousness for denuclearization is established at the early stages of the process. We must demand bold steps from North Korea. Patience wears thin because of the accumulated frustration. If negotiations yield no outcome, the momentum for talks will be lost fairly quickly. Last, based on a strong sense of ownership, Korea must play a central role in the whole process. Concluding Remarks The strategic landscape in Northeast Asia is currently shifting in a significant way. In its midst, the North Korean nuclear issue has reached a serious stage and calls for collective efforts and wisdom if we are to find a solution. 20 years of experience where successes were few and far between and failures abound naturally have made pessimists out of many of us. My presentation today may not help lift our spirits either. One consolation is that North Korea's strategic position has not improved with its increasingly stronger nuclear weapons capability. Nuclear weapons made North Korea pay a huge opportunity cost in economic development, posing a long-term threat to the regime survival. As it has become isolated, North Korea’s dependence on China rose to a high level. In conclusion, in spite of everything, Korea cannot afford to remain frustrated, sarcastic or just complaining. For Korea has no option to walk away. So with my team, I will continue to spend hours trying to find a way to put more pressure and effect change on North Korea, identify openings and opportunities, and refine and sharpen our messages. * Ambassador Cho is Special Representative for Korean Peninsula Peace and Security Affairs. Before he was named for the current position, he was ROK ambassador to Australia. His other previous posts include ROK ambassador to Ireland, Director General for the Task Force on North Korea, and Deputy Head of the ROK delegation to the Six-Party talks held in Beijing.
  • 한·중관계의 미래
    저자
    송민순(前 외교부 장관)
    발간호
    2013-32
      근래 동북아 정세가 구조적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역내 국가들은 각 국의 행보를 서로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인류 역사상 많은 비극을 불러온 세 가지 조류, 즉 민족주의(nationalism), 영토회복주의(irredentism), 군사주의(militarism)가 동북아에서 결합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 지역 공동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최근 동중국해의 파고는 매우 높아지고 있다. 중일 간의 영토분쟁, 각 국의 방공 식별구역 설정과 운영방식의 상충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2007년 6월 한중일 외교장관들은 처음으로 제주도의 국제컨벤션센터에 모여 3국 관계와 동북아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해상안전, 항공연결, 문화셔틀, 언론교류 등 비교적 덜 민감한 문제들을 중심으로 매우 협력적인 논의를 가졌다. 그 후 한중일 협력사무국 개설, 3국 정상회담의 정례화로 발전된 것은 3국 관계에 있어 의미 있는 한 획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 동북아의 협력 기류는 6년 전 보다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이 고착되지 않고 일시적인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자적 협력과 함께 한중관계를 포함한 양자적 관계들이 조화롭게 발전돼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동북아 공동의 미래 질서를 구축하는 핵심 축의 하나가 될 것이다.   1992년 수교 이후 양국관계는 실질적 관계 발전에 맞추어 성격 규정도 진화해 왔다. 우호협력, 협력동반, 전면적 협력, 전면적 협력 동반, 전략적 협력 동반이라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금년 6월 박근혜 대통령 방중 시 양측은 이제 이런 성격 규정에 맞게  내실화시키자는 데에 합의하였다. 이를 위해 양국이 각종 공동위원회 설치와 협력 약정체결에 합의함으로써 관계 내실화를 위한 장치와 제도를 정비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하겠다.   양국은 이미 공동의 전략적 이익에 대한 포괄적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동북아의 평화, 안정, 번영이다. 양국은 이러한 추상적 목표를 위한 실천과제로 대륙과 해양 세력 간 대립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적 모순의 극복, 한반도에서 남북 화해협력 조성, 북한 핵문제 해결, 주변과 조화되는 한반도 통일 등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실천 방법론을 같이 논의할 단계에 접근하고 있다. 각 과제별로 많은 모순적 요소들을 안고 있기 때문에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 바이든 부통령의 일중한 3국 방문 시 나타난 바와 같이 정치인과 외교관들의 상황관리와 무마를 위한 수사들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상충 요소들은 그대로 남아 있음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와 “한미 21세기 포괄적 전략 동맹”을 조화시키는 문제다. 2008년 4월 당시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명박 한국 대통령과 한미 전략 동맹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한미 양국은 중국을 건설적으로도 파괴적으로도 관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중관계와 한미관계 가 민감하게 교차하고 있음을 보여준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범지역적 문제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과 한국의 참여가 지역의 평화와 한중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고 추진될 수 있는 길이 있는지, 한미일을 삼각 안보협력 체제로 묶으려는 움직임과 한중 전략적 협력이 서로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TPP와 RCEP, 그리고 한중 FTA,한중일 FTA를 함께 타협시키는 방법은 무엇인지, 한국은 주한 미군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는데 대해 중국은 주한미군의 존재와 운용방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이념에 대해 한중이 함께 할 수 있는 가치의 공유면적은 어느 정도인지 하는 것들이 이 범주에 속하는 대표적 문제들일 것이다.     둘째, 동북아 안보의 최대 장애요인 중 하나이고 한반도 문제의 핵심인 북한 핵 문제에 대해 한중이 전략적 협력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과 종국적 해결은 한중 양국에게 엄청난 국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지역의 긴장완화를 통해 양국은 각자의 국내 문제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역내 경제협력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물론, 북한 핵 위협을 구실로 하여 군비경쟁을 도모하는 세력들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미국은 북한에 대해 “선 비핵화조치나 믿을만한 의지를 보여라” 고 요구하고, 북한은 그렇게 하기 위해 “미국이 먼저 제재해제나 완화 조치를 취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란 핵문제의 초기 합의처럼 북한에 대해 제재완화를 시켜주고 바로 북한이 비핵화 초기조치를 취하도록 중국이 보증 역할을 하는 길을 한중이 공동으로 모색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에 대해 한중이 사용하는 용어의 차이에 대해서도 좀 더 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비핵화가 어떻게 다른지, 단순히 중국이 북한을 배려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한국과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있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한중 양국은 6자회담에서 남북과 미중이 합의할 수 있는 북한 비핵화 방식과 한반도에서의 공존방식을 도출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했다. 그러한 협력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만드는 큰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합의의 이행과정에서는 그런 동력이 작동하지 않았다. 모두가 여전히 동의하고 있는 이 공동성명의 실천을 위해서는 한중이 말보다는 행동에 기초한 진정한 의미의 전략적 협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셋째,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환경 조성을 위해 한중이 협력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는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함께 굴러가야 할 두 개의 바퀴 중 하나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하지만, 대북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판단에서 나온 신중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중 양국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위한 대외적 환경을 조성하도록 과감한 정치적경제적 투자를 함께 도모할 필요가 있다. 결국 남북이 평화협력적으로 공존하는 가운데 미국과 북한이 수교함으로써 한반도에서 휴전 체제가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문제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병행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 경로에 대해 한중 간에 높은 차원의 조율이 이루어 질 때, 비로소 양국 관계가 전략적 협력동반 차원으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은 양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그리고 공유할 때 가능할 것이다. 중국의 국가발전에 필요한 대외 환경의 안정이나,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인적물적 교류를 포함한 일상의 양국 관계 증진, 그리고 최근 일고 있는 북한 내부정세 혼란과 앞으로의 불안조짐에 대한 효과적 대처 등 양국 공동의 이슈들 모두가 그 비전을 바탕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한중 양국은 세계 어느 양자 관계 못지않게 지리, 역사, 문화, 안보,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 만큼 많은 현재적 문제와 잠재적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하겠다. 해상 경계, 어업, 역사, 무역, 투자 등에서 갈등의 노출은 한중이 제도적 장치와 지혜로운 운용을 통해 해결하고 관리해 나가야 할 문제들이다.       동시에, 양국은 오랜 역사를 배경으로 한 깊고 넓은 인문적 유대에도 불구하고 근 1세기에 걸친 관계 단절로 인해 이질화된 요소가 많이 생성되었음도 인식해야 한다. 양국은 서로 확연히 다른 정치 제도를 갖고 있다. 서양 문화에 익숙해진 한국의 세대와 독자적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자란 중국의 세대 간 의식 구조가 다를 수밖에 없음도 직시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한중 양국이 안고 있는 어려운 과제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국 정부의 입체적 국가 전략이 요구되지만, 양국의 학계, 경제계, 문화계, 언론 등의 역할도 긴요할 것이다. 現 경남대 석좌교수. 외교부 북미국장, 주 폴란드 대사, 외교부 차관보(6자회담 수석대표),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장관급), 제34대 외교부 장관, 제18대 국회의원(민주당) 등 역임.
  • 미중 '신형 대국관계'로 가는 길
    저자
    Patrick CRONIN(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발간호
    2013-31
    미국과 '신형 대국관계'의 수립은 최근 중국외교정책의 초석이지만, 여전히 취약하다. 이 용어는 후진타오 전 주석이 처음 언급했으나, 4개월쯤 전에 시진핑 주석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캘리포니아 서니랜즈 정상회담 이후 그 중요성이 승격되었다. 일부 미국인들에게 이 개념은 베이징의 공기만큼이나 흐릿할 텐데, 이는 수많은 중국 인사들과 장황한 토론을 하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문구를 엄격하게 (또는 적어도 덜 막연하게) 정의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더 좌절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안정성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이 표현은 양자 관계가 제로섬적 전략경쟁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 북경대학교 왕지시 교수는 이러한 추락 경향에 대하여 경고하였다. 시진핑은 중국 지도자의 지위에 오르면서, 세계 최강대국과 세계최대 부흥국 간의 관계에서 출발하여, 주요 강대국 관계를 안정시킬 방법을 모색하였다. 미국과의 대립관계는 '차이나 드림'의 실현을 약화시킬 수 있는데, 이 개념 역시 모호하지만 2021년의 공산당 일백 주년 및 2049년의 중화인민공화국 일백 주년 기념에 있어서 경제적 준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분석의 수준에서 보자면, 새로운 형태의 강대국 관계란 미국과 중국을 완전히 대등한 위치에 두려는 시도일 수 있는데, 이를 동등성의 추구라고 명명할 수 있다. 미국의 쇠퇴는 멈출 수 없고 중국의 상승은 막을 수 없다는 중국인들의 인식이 만연하고 때론 승리주의적이어서, 이러한 주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 중국학자들은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에 주목하여 미국 경제의 많은 장점을 인정하고, 다른 학자들은 중국경제에서 심각한 장애물들을 발견한다. 하지만, 세기 중반쯤에 미국을 따라 잡을 때까지 중국이 상승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매우 강렬하고 인기 있는 전망이어서 시진핑은 이를 미국과의 관계에서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관점 외에, 미국의 합리적 정책결정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세 번째 해석이 존재하는데, 말하자면, 그 문구는 내용이 없고, 뚜렷한 목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며, 임기응변적이라는 것이다. 너무 많은 도전에 시달리고 있고 내심 질서와 안정에 집중하는 중국의 지도자들은 그 문구를 평화공존이론의 재탕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 중국은 장기 전략적 사고로 유명하지만, 오늘날 중국의 지도자들은 단기적 환경을 걱정하느라 대전략의 호사를 누릴 수 없다. 물론 이 해석은 지구화된 세계와 더욱 상호 연결된, 성장하는 중국의 미래 궤도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형태의 강대국 관계가 매우 다양한 수준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해서 유용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미국은 안정적이고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여 지역적으로나 지구적으로 더욱 커다란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해, 관계를 맺고 일을 할 수 있는 전략적 틀을 필요로 한다. 최고위층 관료들이 그 틀에 대하여 숙고하겠지만, 훨씬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양국 정부 및 사회가 그 내용을 채우는 것이라고 하겠다. 작금의 의제는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으로부터 무역, 투자 및 지적재산권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고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어서, 단 하나의 급속한 위기로 중미관계를 탈선시킬 수도 있는 그러한 사안들을 놓치기 쉽다. 세계 최강대국과 최대 부흥국 간 관계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중미관계의 협력 또는 갈등의 정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지구를 통하여 갈수록 다원화 되어가는 세계에서조차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중국의 근대화 및 경제정치적 발전을 인정하고 대체로 박수를 보내는 반면에, 평화적 협력은 공동의 규칙과 규범, 존중이라는 토대 하에 구축되어야만 한다고 믿고 있다. 중국은 단순한 규범 준수자가 아니라 규범 설정자가 되도록 용인될 것이지만, 이는 시간을 두고 적절한 방식으로 또한 다른 나라들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중국의 외무장관은 정의와 국제법에 초점이 맞춰진 새로운 정책에 대해 이야기 해왔는데, 그러한 이상 속에는 더 커다란 공동안보의 감각을 거둘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강대국 관계는 기껏해야 열망적인 것이며 최악의 경우엔 중국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 의제를 납치하기 위해 고안된 위장막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거칠고 군사안보적인 도전들에 대하여 진전을 이룰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위험의 감소와 관리 및 불필요한 전략무기 경쟁을 피하기 위해 고안된 일련의 조처들에 걸쳐서 효과적인 협력을 구축하여, 안정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함께 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분명히 경제, 환경, 외교, 개인 대 개인 관계에 충분한 초점을 둔, 포괄적 의제 속에서 생겨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군사안보적 도전들을 주목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그것들은 상당한 기회비용을 야기시키고, 의도하지 않은 갈등의 위험을 높이고, 전략무기 경쟁을 자기 충족적 예언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안보 의제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첫째, 미국과 중국은 해상 위험 감소 조처에 대한 협상을 두 배로 늘릴 필요가 있다. 중국은, 미국이 '수정주의적' 동맹국 일본을 '훈육'시켜서 동중국해의 분쟁을 인정하도록 만드는 것이 새로운 동반자 관계의 시금석이란 사실을 미국인들이 받아들일 것인가를 탐색하는 중이다. 게다가,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관대한 경제적 유인책을 포함하여 중국의 에너지에 다시 초점을 맞춘다면 약간의 일반적 이익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웃 국가들이 부상하는 중국의 미래 의도에 대하여 품고 있는 우려를 제거할 것이다. 일본과 필리핀을 고립시키려는 접근 방식은 쓸모도 없고 실패하게 마련이다. 영토분쟁이 곧 해결될 것은 아니므로, 다루기 힘든 차이점을 관리할 최선의 방법은 모든 당사자들이 현상을 바꾸기 위한 무력의 사용을 삼가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다. 해양에서의 위험을 줄이고 관리하기 위해 고안된 수많은 조처들은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커지고 있는 긴장의 억제를 보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조처들이 센카쿠/다이아오유 열도를 둘러싸고 중국의 빈번한 침범과 일본의 대응이 분쟁으로 폭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떤 중국인 교수는 필자에게 2020년 이전에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쌍무적 장치들과 ASEAN 중심의 다자간 기구들에 대한 지원은 중국과 미국의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 둘째, 미국과 중국은 핵확산의 위협을 저지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의 북한은 아시아 평화에 가장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 베이징과 워싱턴은 6자회담 복귀 움직임을 검토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할 필요가 있다. 만약 북한이 네 번째 핵실험에 착수한다면, 두 강대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배치하거나 수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력과 국제적 연합을 동원할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페르시아만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이란의 핵확산이 많은 불안정한 중동국가(페르시아만 국가)들의 핵무기 구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중국이 이해해야만 하는데, 이러한 지역 환경은 중동오일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 중국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셋째, 미국과 중국의 관리들은, 사이버공간이나 우주공간과 같은 영역들에 있어서, 전략적 대화를 구축하고, 전략무기 경쟁을 제한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미국은 추가로 핵무기 축소를 시도하고 있고, 중국은 아마도 동등성을 향한 커다란 도약을 고려할 것이기 때문에, 두 나라가 오판의 방지와 회피 가능한 군비경쟁 요인들에 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명들이 온전히 조화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고, 새로운 형태의 강대국 관계가 수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최강대국이 갈등보다 협력을 통해 얻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쌍무적 관계를 구축하는데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일 수도 있다. Patrick Cronin 박사는 워싱턴 DC에 소재한 초당적 싱크탱크인 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의 senior adviser이며 同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프로그램의 senior director임.
  • 이란 핵 협상 타결과 전망
    저자
    유흥태(한국외대 중동연구소)
    발간호
    2013-30
      2013년 6월 15일 밤, 테헤란 거리는 경적과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실용주의 중도개혁파 하산 로하니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축하하는 이란 국민들의 기쁨의 표시였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은 또 한 번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제네바에서 개최된 3차 협상에서 합의서를 작성하고 돌아오는 핵 협상단을 맞이하는 이란 국민들의 환대였다. 현재 이란에서는 경제제재로 인한 오랜 경기침체를 마치고 새로운 발전의 시대로 변화될 것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지난 8월, 로하니 신임 대통령 취임 후 이어진 그의 행보는 이란 국민과 서구 국가들에게 기대감을 주었다. 미국과 국교단절 후 처음 이루어진 역사적인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미국통인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의 임명, 적극적인 핵협상 자세, 최고 종교지도자 하메네이와의 교감 등은 오랜 경제제재로 피폐해진 이란 국민들과 지루한 핵 협상에 지친 서구 국가들의 마음을 변화시켰다. 그동안 유엔 결의안에 따른 제재와 미국, 유럽 및 기타 국가들의 독자적 제재를 통해 이란 내부의 경제 사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여기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압박으로 인해 이란 정부는 막다른 골목에 있었다. 이러한 대내외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하메네이와 로하니의 지지를 얻은 협상단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고 6개월 잠정적 합의지만 첫 합의서를 채택하였다.   이번 합의서를 통해 이란은 향후 6개월간 5% 이상 우라늄 농축 중단, 20% 농축 우라늄 중화, 아라크 중수로 건설 중단, 파르친 군사기지와 포르도 지하 농축시설을 포함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의 일일 사찰 허용, 추가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생산 중단 등을 약속하였다. 이에 따라 P5+1(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과 독일) 측은 해외 동결된 이란원유 수출대금 일부 인출 허용, 석유제품, 귀금속, 자동차 및 항공부품 무역거래 허가, 외국에 거주하는 이란 유학생 송금 등을 약속했다. BBC의 분석에 따르면 이를 통해 6개월간 약 70억 불에 달하는 금액을 이란이 얻게 되었다. 6개월간의 한시적 합의지만 10여 년간 끌어온 이란 핵협상의 첫 결과물이라는 의미가 있다.   ‘역사적 합의’ 라는 미국의 평가에 협상에 참여했던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은 ‘역사적 첫걸음’을 조심스럽게 환영했지만 여전히 의문을 표하는 국가들도 있다. 협상을 주도한 미국의 의회조차도 새로운 제재안을 내놓고 6개월 동안 합의서가 이행 되는지 지켜보고 불이행시 더 강력한 제재를 할 것을 경고했다. 몇몇 상원의원들은 벌써부터 이란에 너무 많은 양보한 것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미국의 최우방국 이스라엘의 심기도 불편하다. 네탄야후 총리는 ‘역사적 합의’가 아닌 ‘역사적 실수’로 이번 협상을 규정하고 이란이 핵 무기화 하는 시간을 벌어준 격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언제든지 군사적 공격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동에서 이란과 지역 패권을 다투는 사우디아라비아도 마찬가지다. 수니파 이슬람의 수장으로 시아파 이슬람 핵심국가인 이란의 득세가 기분 좋을 리 없다. 겉으로는 많은 국가들이 협상타결을 환영하지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따지고 있다.   이란 내부에서는 대체로 반기는 눈치이다. 최고 종교지도자(Supreme Leader)인 하메네이가 협상단의 수고에 감사를 표했고 로하니 대통령도 하메네이의 지지로 인해 타결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일반 국민의 기대감은 정치권의 반응보다 뜨겁다.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부터 일반 국민들까지 모두가 오랜만에 밝은 얼굴로 경제 회복을 바라고 있다. 합의서 이행에 대한 구체적 시기와 방안들이 나오지 않았지만 경제 회복의 기대 심리가 벌써 작용하기 시작했다. 정치에 민감한 환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달러에 30,000 리얄 하던 환율은 타결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28,800 리얄로 떨어졌다. 지난 1년간 80% 가까이 급락한 리얄화 가치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수년간 지속된 미국과 EU, 유엔의 경제제재로 인해 수입품을 포함한 생필품 전반에 걸친 인플레이션이 이란 국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었다. 중산층이 사라지고 양극화가 심해진 불안정한 경제구조로 만들었다. 이번 협상타결로 서민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6개월만 적용되는 한시적인 협상안이기 때문에 양측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이행이 중요하다. 이스라엘의 우려처럼 만약 이란이 협정을 파기하고 핵개발을 지속한다면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낳게 된다. 미국의 중동지역 영향력은 감소할 것이 명백하고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결이 아닌 군사력을 통한 핵 억지 의견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북핵 협상을 통해 학습한 미국이 이란의 협의 사항이행을 검증 또 검증할 것이다.   핵 농축 권리에 대한 서로 간의 이해도 문제이다. 하메네이 최고 종교지도자와 로하니 대통령, 자리프 외무장관은 핵 농축 권리를 세계부터 인정받았음을 선언했다. 5% 이상 농축 중단을 이란 측은 5% 이하 농축에 대한 권리 인정으로 해석하고 있고 미국은 핵 농축 권리를 인정한적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반목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물론 완전 합의를 위한 세부 협정이 계속 이어지겠지만 작은 부분에서부터 검증하고 확인해 봐야 할 문제이다. 이제 완전타결로 가는 문이 열렸다. 지속적인 대화와 합의서 이행을 통한 신뢰 쌓기가 중요하다.   우리는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이란 변화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1962년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50년 넘게 전통적인 우방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1977년에는 ‘테헤란로와 서울로’라는 양국 수도의 이름을 딴 거리를 지정하면서 더 깊은 우호관계로 발전했다. 특히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끝까지 남아 수주한 공사를 마무리하며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2010년 독자적 대 이란 제재안을 발표하면서 정치적으로 양국관계가 소원해졌다. 북한과 대치하며 북핵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서운함을 가지고 있는 이란과의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지속적 교류가 중요하다. 이미 한류를 기반으로 한 양국 간의 문화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문화적 노력과 비 제재분야의 지속적인 경제교류를 통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그 어느 때 보다 좋다. ‘Made in Korea’ 가 찍혀 있는 상품에 대한 이란 국민의 믿음이 있다. 핵 협상의 잠정적 타결은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문화적 교류를 넘어 경제적, 정치적 교류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란은 경제적으로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포함한 다양한 천연자원과 8천만의 인구를 가진 국가로 중동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 분명하다. 건설을 필두로 산업 전 분야의 기업들이 앞다투어 진출할 것이다. 그러나 잠시 숨을 고르며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타결은 미국과 이란의 정치적 필요가 맞아 합의되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오바마케어’ 법안 처리로 미국 내 정치적 입지가 약해진 오바마 대통령과 경제제재로 인한 극심한 경제난으로 내부적 위기에 봉착한 하메네이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왜 지금 이 시점에 타결이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할 대목이다. 이번 타결은 내부 저항을 상쇄시킬 외부적 성공 사례인 것이다.   특히 이란은 로하니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보다 종교와 군부를 기반으로 한 최고종교지도자의 권위가 더 높은 곳이다. 모든 결정권이 정부 위에 존재하는 절대 권력(Supreme leader)에서 나오며 그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또한 아직도 이란 내부의 복잡한 정치 문제가 존재한다. 2009년 대선불복종으로 시작한 반정부 시위의 핵심세력인 무사비와 카로비 전 대통령 후보가 여전히 가택 연금 중이다. 중도파 로하니 대통령이 핵 협상 타결을 바탕으로 내부 정치적 변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급변이 예상되는 측면이다. 경제구조 측면에서도 환율 시장은 외부 정치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고 제조업 분야는 대부분 수입 원자재에 의존하는 허약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국내외 정치적 결정에 영향이 큰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접근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6개월은 짧고도 긴 시간이다. 합의사항이 이행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이란의 정치, 경제, 문화와 이란인들의 습관을 하나하나 배워두는 지혜도 필요하다. 現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초빙연구원.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중동지역학으로 석사 학위, 이란 이스파한 국립대학교에서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 "이란 에너지 산업 연구: 석유와 천연가스 중심으로," "A Study of Rural Development in Iran through the White Revolution: Comparing with South Korea’s Rural Development Program(Saemaul Undong)" 등의 논문과 페르시아의 종교, 고대 페르시아의 역사, 이란의 역사, 에스파한 등 다수의 저서가 있음.
  • 몽골과 일본의 북한정책
    저자
    Julian DIERKES (Otgonbaatar Byambaa )
    발간호
    2013-29
      초기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차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을 방문한 최초의 국가원수가 되었다. 아베 일본 수상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많은 정치적 자본을 투자해왔으며, 적어도 그 일부를 몽골의 중재에 걸고 있다. 하지만 몽골 정부가 오랫동안 부글거리던 위기의 해결책 마련에 일조할 의지와 역량을 갖추고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Yes’이다. 북한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모색함에 있어서 중재역할의 담당이야 말로 몽골의 외교정책과 잘 부합된다. 역사적으로나 현재 진행 중인 북한과의 관계를 볼 때 몽골은 조심스럽게 중재를 밀어 붙이거나 또는 일조하는데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지난 이십여 년 동안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강력한 이웃의 영향력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의 우호 관계 구축을 시도한 ‘제3의 이웃’ 외교정책을 추구해왔다. 이로 인해 몽골은 국제적 현안들에 있어서 단지 3백만 명의 작은 인구의 내륙국가라는 지위에 맞지 않게 두드러져 보여 왔다. 일본은 상당한 개발원조 및 몽골 기업에 대한 몇몇 제한된 투자를 통하여 이러한 활동에 부응해 왔다. 미국과 한국, 특히 일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몽골은 북한과의 오랜 관계가 납치문제를 해결하려는 아베 수상의 노력에 대한 협조를 유도하는데 즉시 사용될 수 있으며, 동시에 몽골에게 그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몽골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아마도 이를 확대하려는 역량에 보탬이 될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 첫 번째 요소는 역사이다. 몽골은 소련 다음 두 번째로 북한을 인정한 나라였다. 올해는 북한과 몽골의 외교수립 65주년을 기념한다. 한국전쟁 동안에 몽골은 225,000마리의 소와 고기, 의복, 밀을 북한에 지원하였으며, 수백 명의 북한 어린이들이 울란바토르의 특별고아센터로 대피하여 양육되었다. 이로 인해 몽골어를 구사하고 몽골에 대한 좋은 추억과 고마움을 갖고 있는 북한인 집단이 만들어졌다. 몽골은 소련의 붕괴 및 몽골 민주화 혁명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주로 관성에 의해서이지만 1990년대 내내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하였다. 이 시기에는 또한 몽골로 대피했던 북한 핵심간부들의 영향력이 높았을 수도 있다. 2000년대의 한동안 이 관계는 몽골로의 탈출에 성공한 탈북자들로 인해 다소 위협을 받기도 했으나, 이러한 흐름은 최근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남한과 몽골 간 관계진척에 대한 우려로 잠깐 울란바토르의 북한대사관을 폐쇄하였으나 2004년 8월에 다시 열었다. 몽골은 2000년대에 들어와 북한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전략적 잠재력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러한 잠재력은 울란바토르 6자회담의 주최를 반복적으로 제안했을 뿐만 아니라, 2007년 9월과 2012년 3월 및 12월 북일회담을 주최하면서 매우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다. 북한지도부는 몽골이 중립적인 협상의 장을 제공할만한 친구라고 보는 것 같다. 오늘날 몽골과 북한의 접촉은 공식적 및 덜 형식적인 토대 하에 유지되고 또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양국 군인 간 교류뿐만 아니라 의사, 유치원 직원, 체육 관료 등도 정기 교류를 하고 있다. 또한, 몽골기업에 계약되어 있는 북한노동자들도 있는데, 이 문제는 과거에 인권에 대한 우려를 야기한 적이 있다. 앞날을 내다보자면 북한과 몽골의 경제협력은 미실현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양국 경제에 상호보완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해양 접근이 막혀 있는 몽골은 천연자원을 세계시장에 수출할 대체 경로의 개발을 예민하게 추구하고 있다. 러시아 오일에 대한 몽골의 의존 또한 바로 옆의 이웃들 외에 다른 나라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 7월에 몽골 오일회사 HB Oil은 북한 북동부의 나선자유무역지대에 있는 성리 정유공장 지분의 20%를 매입하였다. 성리는 러시아 철도를 통해 멀리 몽골과 연결되어 있으며 일 년에 이백만 톤의 정유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평양에서 10월 30일에 열린 몽골-북한 기업인 포럼에서 엘벡도르지는 양국 간에 존재하는 사업기회를 강조하였으며, 양측이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하는데 동의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는 상호 교류가 보다 빈번해지면 양국 수도 간 정기 항공편이 개설될 수도 있다는 암시를 주었다. 몽골 지도부에 의한 북한정부의 보다 깊은 참여는 일본만 고마워해야 할 일이 아니다. 동아시아의 모든 이웃국가들은 김정은에게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 같으며, 따라서 건설적 참여로 나아갈 수 있는 어떠한 기회라도 고마워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은 건설적 참여가 당장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한 구석으로 다시 돌아가 버렸다. 러시아는 대체로 관심을 잃은 것 같으며, 중국은 북한의 터무니없는 행동에 때론 지친 것처럼 보여 왔다. 하지만 납치라는 중차대한 이슈에 대하여 몽골 지도부가 아마도 일본과 북한 간 직접 협상을 중개하는 것을 넘어서 어떠한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전혀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몽골 커넥션이 일본과 북한 간의 참여를 증진할 것이라는 몇 가지 조짐이 보이고 있다. 현 주일 몽골대사 쿠렐바타르는 이전에 평양에 배치되었었다. 현 주몽골 일본대사 다케노리 시미즈는 울란바토르 대사관에 네 번째 배치되어 몽골을 매우 잘 알고 있으며 몽골정부 내에 훌륭한 연줄을 갖고 있다. 또한, 도쿄 조총련(북한계열 재일거주민 총연합회) 본부 건물 경매의 응찰에서 몽골이 일본 정부의 바람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경매에서 몽골의 유한회사 아바르가 최고 응찰가를 제시했지만, 이 회사는 종이호랑이인 것으로 보인다. 몽골은 일본의 요청을 수용해왔으며, 엘벡도르지의 북한 방문은 몽골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전략적이다. 향후 수 주일 동안 몽골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어떤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향할 것인가를 보여주어야 하겠지만, 아베 총리가 이러한 몽골의 노력에 믿음을 주는 것은 올바른 선택인 것 같다. 기획: 편집: 저자소개
  • 2013년 동아시아 지역 정상회의 결산: 한-아세안 안보 대화와 미-중 경쟁
    저자
    이재현(아산정책연구원)
    발간호
    2013-28
    2013년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정상외교 이벤트가 막을 내렸다. 매년 동아시아 정상들은 아태경제협력(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그리고 동아시아정상회의(East Asia Summit: EAS)를 잇달아 연말에 개최한다. 올해도 10월 7일부터 약 일주일간 일련의 정상회의들이 펼쳐졌다. 2013년 정상회의들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발전 혹은 변화들이 눈에 띈다. 한 가지는 한국과 아세안 간의 안보 대화를 신설하기로 한 점이고, 다른 한 가지는 중국과 미국 사이 지역에서 전략경쟁에 일정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이 두가지 변화의 의미와 한국의 전략에 대해서 언급하려 한다. 한-아세안 안보 대화 올해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한국과 아세안 사이에 안보 대화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한-아세안 간 안보 대화는 지금까지 아세안을 둘러싼 지역협력들이 안보 관련 협력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례적이다. 더욱이 아세안이 보다 지역안보 문제에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과 안보 관련 대화체를 가지고 있지 않고, 한국이 처음으로 공식화된 안보 대화를 아세안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 쪽에 유리하게 해석하자면 아세안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한국은 매우 민감한 사안인 안보 문제에 까지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편한 상대, 신뢰할만한 상대로 여긴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이 안보 대화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라는 질문들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세 가지 정도의 제안이 가능하다. 우선 한-아세안 안보 대화는 비전통안보, 인간안보와 관련한 기존 한-아세안 협력을 모두 담아내고, 다양한 비전통-인간안보 분야 협력을 조정하는 창구의 역할을 해야 한다.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이슈를 가진 비전통-인간안보 협력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파편화된 협력이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한-아세안 안보 대화체는 이를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두 번째로 한-아세안 안보 대화체는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대국 경쟁에 대해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인가에 관해 한국과 아세안이 공동의 지혜를 모으는 장으로 역할 해야 한다. 지역 중소국가인 한국과 아세안은 강대국 경쟁으로부터 전략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를 공동의 노력으로 대처하는 전략을 한-아세안 안보 대화를 통해 모색해야 한다. 세 번째로 이런 대화와 합의의 과정에서 한-아세안 간 전략적 신뢰를 높여야 할 것이다. 대화체의 설립 자체가 신뢰구축의 최종단계는 아니며 안보 관련 협의 속에서 더욱 신뢰를 공고히 할 여지가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당부해야 할 점은 이미 안보 대화를 설치하기로 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이 대화체가 내실 있게 발전하도록 관련 의제를 재빨리 준비하고 제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많은 동아시아에서 협력의 제도들이 시작 당시에는 큰 관심을 모으지만, 관련 당국의 느린 움직임으로 인해서 초기 추동력을 잃고 의미 없는 제도로 전락하는 일이 많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한국은 아세안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의제를 제안하고 콘텐츠를 채워 나가야 한다. 미-중 경쟁 두 번째로 주목해볼 내용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불참하면서 더욱 증폭된 미국의 대(對) 아시아 피봇에 관한 의문이다. 오마바 대통령이 미국 국내 경제문제로 인해 이번 정상회의에 불참하면서 이번 정상회의는 중국의 독무대가 되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불참과 관련하여 이번 정상회의 자체만을 볼 것이 아니라 최근 일 년간 중국과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취한 전략을 돌아보며 양국 경쟁의 큰 그림을 해석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오바마 2기 국무장관을 맡은 존 케리(John Kerry)는 취임 초기부터 그가 아시아 피봇 정책을 잘 이끌 수 있는 인물인가에 대해 의심받아왔다. 그리고 취임 이후 행보를 볼 때도 아시아 보다는 중동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이런 케리의 행보는 아시아 피봇을 강력히 추진했던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과 대비되어 더욱 도드라졌다. 2013년 중동에서 벌어진 일련의 중요한 변화들, 즉 시리아 사태의 악화, 이집트에서 군부의 쿠데타 등으로 인해 미국의 관심은 더욱 중동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미국의 피봇 정책이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한 의문이 크게 제기되었다. 반면 남중국해서 자기 주장 강화로 인해 동남아 국가들의 안보 불안을 일으키고 미국의 아시아 피봇 정책, 특히 군사적 관여 정책에 빌미를 주었던 중국은 태도를 바꾸고 있다. 적어도 최근 1년여 정도 기간에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동남아 국가들에게 훨씬 유화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남중국해에서 큰 충돌을 회피하면서 동남아 국가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남중국해 행동규약(Code of Conduct) 논의에 대해서 이전에 비해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여 왔다. 나아가 중국의 대(對) 동남아 매력공세(charm offensive)를 다시 연상시키게 할 만큼 동남아 국가들에게 다양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아세안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아시아 피봇 정책이 행동 보다는 말에 그치고 있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보다 유연한 정책을 구사할 때 미국의 군사적 관여가 이전처럼 그리 매력적인 선택은 아니다. 미국의 군사적 관여를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이전에 비해서 강력하게 미국의 진입을 찬성할 필요 역시 없다. 보다 장기적으로 동남아 국가들은 긴급한 안보 문제만 아니라면 역시 경제성장이 가장 중요한 국가 과제이다. 이때 중국과 미국 중 어느 편이 자신들의 경제성장에 보다 도움이 될 것인가를 계산할 것이다. 이번 일련의 정상회의, 지난 일 년간의 미-중 동학으로 볼 때 중국이 동남아 지역에서 다시 미국에 대해서 잃어버린 우위를 빨리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 강대국 경쟁으로 인한 지역 질서의 유동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은 지역 국가들에게는 전략적 부담이 된다. 한국과 아세안의 안보 협력은 양자의 이익을 위한 협력을 넘어서 미-중 간 지역의 전략적 유동성에 공동 대처하는 동시에 지역 전체에 안보, 전략적 공공재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現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호주 Murdoch University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 한국동남아연구소 전임연구원, 외교안보연구원 객원교수 등을 역임. “전환기 아세안의 생존전략: 현실주의와 제도주의의 중층적 적용과 그 한계" 『동아연구』, “미국의 대 동남아 재관여 정책과 동아시아 지역 협력 참여: 달라진 환경과 새로운 도전” 『외교안보연구』, “Transnational Natural Disasters and Environmental Issues in East Asia: Current Situation and the Way Forwards in the perspective of Regional Cooperation″ IFANS Review 등의 논문이 있으며,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및 국제관계,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비전통안보, 인간안보, 개발협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