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Evan FEIGENBAUM(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Robert A. Manning(Atlantic Council )
- 발간호
- 2012-32
‘아시아의 세기’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최근 몇 달 동안에, 양립 불가능한 아시아의 두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지킬박사’라고 할 수 있는 ‘경제적 아시아’는 역동적이고 통합된 지역으로서 전체 무역량의 53%가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화 19조 달러 규모의 지역경제규모를 갖춘 세계성장의 엔진으로 성장하였다. 진정한 ‘하이드씨’라고 할 만한 ‘안보적 아시아’는, 민족주의와 실지 회복주의(irredentism)에 쉽게 빠지는, 의심 많은 강국들이 작은 바위와 사주를 둘러싼 영토분쟁을 격화시키고 무력 분쟁을 준비하는, 문제 지역이다. 오늘날 아시아에서 경제와 안보는 더 이상 평행선을 달리지 않으며, 실제로는 거의 완전히 충돌하고 있다. 경제 영역에서 아시아의 국가들은 무역, 투자, 시장에 있어서 중국, 그리고 서로에게 최근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경제통합의 경향은 유럽의 긴축과 미국의 저성장으로 인해 지난 4년 넘게 더 강화되어 왔다. 하지만, 동일한 국가들은 이젠 민족주의적 언사를 주고받으며, 해군력을 구축하고, 신무기와 힘의 투사능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을 제외하고, 모든 아시아 주요국들은 자신의 경제가 아시아의 내부로 점차 통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보를 위해서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을 향해 단단히 고정하고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경제적 아시아’와 ‘안보적 아시아’는 점점 더 화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1997-98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십오 년 동안은 경제적 아시아가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이젠 안보적 아시아가 그러한 최근의 경향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경제적 아시아의 성장은 매우 강력해서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오랜 역할에 대해서조차 도전을 해왔다. 아시아 역내 무역과 투자는 냉전의 종식과 함께 급증하였으나, 아시아의 경제 정치적 연계망의 성장은, 미국이 특히 동남아에서 오만하고 냉담한 모습으로 보였던 1997~98 금융위기로 인해 특별히 강화되었다. 그 후 수 년 동안, 특혜무역협정과 지역적 기반의 규정과 규범 및 미국의 개입 없이 만들어진 기구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의 지위를 떨어뜨릴 위협이 되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바위들과 작은 섬들을 둘러싼 민족주의적 구호들이 지속되면서, 안보적 아시아가 다시금 포효하기 시작했다. 19세기와 20세기에 난무하고 경쟁을 벌였던 민족주의는 당시 동결된 것처럼 보였던 병적인 모습들이 분쟁 재개의 망령을 불러일으키면서, 다시금 표면으로 나오고 있다. 중국과 일본, 인도, 한국 및 대만의 방위비는 과거 10년간 두 배로 늘어나, 작년에는 미화 2240억불에 이르렀다. 아시아인들은 범아시아적 정체성을 계발하고 세계체제에서 집단적 영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십 년 동안 노력해 왔다. 하지만 경제적 통합은 지금까지 태평양에서 집단 또는 협업 안보의 기반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세계의 경제중력의 새로운 중심은 취약해 보이고, 갈등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아시아 지역을 쇠락하던 과거로부터 끌어내기 시작한 경제적 이익을 ‘안보적 아시아’가 정말로 압도하거나 심지어는 파괴할 수도 있을까? 일부 사람들은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아시아의 정치가들이 국내적으로 취약한 시기에 지지를 얻기 위한 의도적인 계략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전개상황을 국내정치의 산물이라고 일축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그들 중에서, 중국과 일본, 한국, 베트남은 국내 경제적 혹은 정치적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대중적인 맹목적 애국주의가 사면초가에 빠진 아시아의 정치가들에게 유용한 전술인 것은 맞지만, 이러한 전술은 중대한 비용과 지속적인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열정은 쉽게 켜졌다가 꺼지는 것이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시위자들이 올 가을에 수십 개의 도시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는데, 일본인 사업장들이 공격을 당했으며, 수천의 중일 항공편이 취소되었고, 혼다 토요다 파나소닉을 비롯한 유명 일본 브랜드들이 공장을 폐쇄하였다. 한국과 일본은 훨씬 더 작은 바위섬을 두고 민족주의적 비난을 주고받았다. 왕성한 무역관계 및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는 강력한 공동의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이 두 나라는 평양으로부터의 공동 위협에 직면하여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간단한 정보공유협정조차도 체결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전개들을 보면, 아시아의 최근의 진화에 관하여 써진 많은 것들과 들어맞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전략은 주로 현실 정치적 본능, 특히 강력해지는 중국의 힘에 균형을 맞추려는 열망에 따라 동기부여가 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것이 맞는다면, 도쿄가 한국과 벌이는 곪아터진 입씨름을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도쿄는 오랫동안 ‘경제적 아시아’의 모범이었으며, 보다 커다란 지역적 경제통합을 추구하는 배후의 원동력이었다. 전후 일본은 튼튼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강력한 환태평양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의 통화 통합과 관련하여 범아시아라는 지역적 아이디어와 이념들을 다양하게 배양해왔다. 놀랍게도, 분쟁 도서를 둘러싼 올 가을의 긴박한 지정학적 드라마의 와중에도, 베이징과 도쿄, 서울간의 3개국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협상은 이어졌으며, 남중국해에서 적대적인 목소리가 큰 3개국(중국, 베트남, 필리핀)을 포함한 “ASEAN + 3”은 치앙마이계획(Chiang Mai Initiative)을 미화 2400억불 규모로 두 배로 강화한다는 약속을 발표하였다. 따라서 최근 ‘경제적 아시아’와 ‘안보적 아시아’간의 밀고 당기기는 많은 중요한 쟁점들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아시아의 주요 다자기구들은 실제 문제해결과는 거의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 왔다. 범아시아지역주의는 아시아의 민족주의적 마귀들을 진압하는데 실패했으며, 미국을 수반한 것들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기존 기구들은 최근의 혼란기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ASEAN의 결속은 2012년 7월에 프놈펜 회담에서 무너졌는데, 베이징과 얼마나 예리하게 대치할 것인가를 두고 캄보디아 의장이 베트남 및 필리핀과 언쟁을 벌였다. 새로운 동아시아정상회담(EAS)은 연례회의들 사이에 아무런 회담의제도 정하지 못했다. 아세안지역포럼(ARF)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안보포럼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마찬가지로 비방과 맞대응의 무대가 되어 버렸다. 아시아의 지역적 기구들을 다시 논의하는 것은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면서도 실제 문제들을 더 잘 다룰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타성과 ‘절차 중심적’ 의례는 지역 회의들을 계속 지배하고 있다. 외교관들은 단골고객 우대 마일리지를 쌓지만, 그게 거의 전부이다. 확실히, 각국 정상들이 주기적으로 만난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동아시아정상회담(EAS)에서 우선순위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포함하여 마음이 맞는 일군의 나라들이 평범하지만 실질적인 운영상 의제를 숙고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 쟁점에 따라서는, 지도자들이 ARF나 APEC 포럼 혹은 다른 유관 기관이 실제 후속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지역적 기구들에게 더 많은 타당성을 부여하고, 그들 간에 더 많은 연결성을 제공하기 시작할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역할과 관련이 있다. 지역경제가 점차 범아시아적으로 되어가면서 미국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아시아의 안보 제공자로서의 미국의 역할은 오히려 강화되어 왔다. 현재 워싱턴은 두 가지 전략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첫째, ‘안보적 아시아’의 승리는 미국의 중심적 위치를 보장하기 때문에 미국에 유리할 것이다. 결국 워싱턴은 아시아의 핵심적인 전략적 균형자이며, 중국 해군력과 투사능력의 성장이라는 환경으로 인해 점점 더 그렇게 되고 있다. 그렇다면 딜레마는, 안보 지배적 아시아가 동시에 훨씬 더 불안한 지역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높은 변동성과 불안정성은 바로 정확히 지난 이십년 동안 미국이 피하려고 노력해온 것이다. 두 번째 딜레마는, 미국은 안정적이고 역동적인 환태평양지대(Pacific Rim)를 오랫동안 추구해 왔는데, 이런 의미에서는 ‘경제적 아시아’의 승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아시아가 점차 범아시아적으로 되어가고 있는데, 이는 무역과 투자 패턴들이 아시아 역내의 경제 금융 통합을 더 많이 반영하게 되어 미국의 중심적 위치가 실제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시아에 있어서 미국의 경제적 관여는 절대적 관점에서 보면 성장하고 있지만, 상대적 관점에서 보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응은 매우 부적절했다. 지금까지, 워싱턴은 경제적재균형을 배제하고 주로 안보의 ‘재균형’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이 영역에서 미국의 역할이 약화되어 가는 동안에, 아시아인들은 서로에게 더 많은 경제적 공공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의 경향이 지속된다면, 미국은 계속해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은 이 지역에서 경제적 승부를 되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의 경제와 재정적 근간에 대한 재활성화를 필요로 한다. 어떠한 요인보다도, 바로 이것들이 미국이 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저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역사가 보여주듯이, 아시아가 지킬박사의 긍정적인 길로 한층 더 나아가다 보면, 위기 또는 게임을 바꾸는 중대변화가 뒤따를 수도 있다. 중국이 경제재균형의 노력을 제대로 못한다면, 중국이 현재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고 있는데, 장차 정치적 안정성이 위태로워 질 수도 있다는 불안이 커질 것이다. 이는 중국에서의 급격한 하락을 피하려는 공동의 이해를 통해 아시아인들을 화합하게 할 수도 있다. 이와 유사하게,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는 아시아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데, 이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위기를 촉발시켜서 불안한 동북아사람들로 하여금 함께 노력하여 재통일 한국으로의 이행을 관리하도록 이끌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지킬박사는 힘겨운 싸움을 직면하고 있다. 그러한 극적인 각본 하에서 조차도, 민족주의적 반응들이 생겨나서 하이드씨의 승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van Feigenbaum은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산하 아시아프로그램의 비상임 선임연구원.Robert A. Manning은 대서양위원회의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