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I PeaceNet

전체 630

  • EU는 한반도 유사시 군사 개입을 할 수 있을까?
    저자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발간호
    2017-68
                                        1. 미-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 2. 예비적 조건 3. 군사적 선택으로 가는 길 4. 마무리 1. 미-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 장-자크 루소의 표현을 빗대자면 한반도는 지금, 비록 ‘전쟁’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전쟁 상태’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1) 지난 8월 5일 미국의 맥 마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의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사흘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이 계속될 경우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맞서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2) 그러자 북한은 같은 날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륙 간 탄도 미사일 화성 12호로 미국의 군사기지가 있는 괌 주변에 포위사격을 할 수도 있다고 맞대응하였다. 그리고 9월 3일, 마침내 북한은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하였다. 같은 달 19일에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서울을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는 군사 옵션이 있다”며 북한에 대한 압박이 멈추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였고,3) 트럼프 대통령은 UN총회 연설에서 “우리 스스로와 동맹국의 안전을 위해 북한을 완전파괴할 수 있다(totally destroy North Korea)”고 발언하였다.4) 9월 23일 미국의 전략 폭격기 B-1B랜서가 F-15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동해안 국제 공역을 비행하자, 이틀 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UN플라자 호텔에서 “트럼프의 행동은 선전 포고”라고 분개하였다.5) 격하게 주고받던 양측의 설전은 11월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과 북한의 도발이 잠잠해지면서 숨고르기에 들어선 듯하지만, 같은 시기 미국 항공모함들이 동해에서 동맹국들과 해상 훈련을 함으로써 무력충돌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6) 한반도 주변 4강이 북한의 도발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이들 못지않은 강력한 힘과 의지를 가진 EU의 태도다. EU는 동북아시아의 안보 이슈와는 성격이 다른 안보 문제 — 테러리즘, 북아프리카 및 중동 불안, 난민, 분리·독립 — 에 직면해 있다. 또한 지정학적 거리감으로 북한발 핵위기에 깊은 관심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EU는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위기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8월에는 메르켈 독일 총리의 ‘미국의 대북군사옵션’에 대한 입장 발언이 있었고,7) 9월에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한 인터뷰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이란과의 협상 경험을 인용하였다.8) EU 수준에서 볼 때, 2017년 8월~11월 중순 기준 대외관계청(EEAS)이 발표한 성명 및 언론 보도자료 중에서 북한이 언급된 공식 문건만 23건에 이른다. EU는 북한의 핵실험 및 핵확산 위협에 대하여 수차례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을 뿐 아니라 북한의 인권 탄압을 주시하고 있으며 경제 제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처럼 EU는 한반도 위기에 관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북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외교적 해법은 충분히 구사하고 있는가? 그뿐 아니라 군사적 옵션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은 그만한 능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만약 그들이 군사 전략을 사용할 경우 그 가능성은 어떻게 드러날 것인가? 2. 예비적 조건 대외정책에서 군사작전은 최후의 선택지이다. 하물며 단일 국가가 아닌 EU가 한반도 유사시에 군사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검토해야 할 조건들이 훨씬 많다. 첫째, 군사적 수단은 외교적/경제적 수단 이후에 고려할 수 있는 선택이라는 점을 EU는 명확히 알고 있다. 평화유지활동이든, 경찰력이든 군사적 선택으로 가는 길은 몇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사전에 외교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예비 조치들이 충분히, 적절하게 취해졌는지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의 어떤 규범적 조치도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없애거나 줄이는 데 무의미하며 오직 군사적 수단만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 그리고 유럽을 포함한 세계의 안정을 위한 해법이라는 총의(consensus)가 따라야 한다. 둘째, 군사적 수단을 고려할 때, EU는 다시 두 가지 갈림길에 서게 된다. 하나는, EU가 충분한 군사적 자산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여기에는 물질적 조건(예산, 병력의 구성, 그리고 지휘 및 작전 수행 매뉴얼)과 비물질적 조건(원칙, 정치적 의지)이 모두 포함된다. 이는 내부 조건(실무적 관리 능력)과 외부 조건(국제사회에서의 정당성 확보와 지지)으로 다시 세분화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EU의 군사적 수단이 채택 가능해졌을 경우라도 이를 실천으로 옮기려는 동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EU의 작전 수행 경험, 한국이나 미국 등 관련국과의 협력 수준, 그리고 제3국과의 협력 가능성, 정치 지도력 등에 따라 변수를 낳게 된다. 또한 군사작전 완료 후의 손익 계산과 작전 이후 예측되는 명성효과 등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3. 군사적 선택으로 가는 길 1) EU의 대북 외교: 징벌적 접근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EU의 공식적인 대북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UN에서 취해진 대북 결의안(1718) 및 그 후속 결의안들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고, 둘째는 역시 UN에서 취해지는 대북 인권 조치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먼저, EU는 UN이 취하고 있는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 자동 실천 조치(autonomous measures)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UN안보리 결의는 EU에 자동 적용된다. EU의 대북정책 중에서 적어도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해서만큼은, ‘UN화(UN-ization)’되어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EU는 2007, 2013,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각료 이사회(The Council) 수준의 대북 제재 조치(2차례의 결정, 1차례의 규칙 제정)를 취하여 UN의 조치를 보다 구체화하였다. 이들 조치는 크게 수출입 품목 제한, 금융거래 제한, 이동 수단(transport)의 제한 등으로 구분되며, 북한과의 과학·기술 협력 및 북한인들의 거주 등도 제한하고 있다.9) 한편, EU는 2005년 이후 매년 일본과 함께 UN에 대북 인권 결의안을 주도적으로 상정하고 있다. 게다가 2013년부터는 북한의 인권 개선을 단순히 촉구하는 수준을 넘어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권고하는 조항을 삽입하는 등 관찰과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EU 대북 외교 조치가 성공적인지는 의문이다. 2006년 이후 EU의 대북외교는 UN의 결의로 수렴되거나 혹은 UN을 통한 접근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즉, 창의적 접근은 안보인다. 앞서 언급된 조치들을 고려해 볼 때 규범적 수준에서 EU는 충분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은 오로지 징벌적 성격으로 단순화되어 있다. EU의 제재와 인권 개선 요구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규범 행위자로서 적절할지 모르나, 외교의 내용이 그것만으로 채워져 있다면 그것으로 외교적 수단이 충분히 구사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징벌적 접근은 정의(正義)관에 입각해 판단될 수는 있으나, 한편으로는 외교의 폭과 미래 전략을 스스로 제한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범적 책임뿐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주도할 수 있는 혁신적 아이디어는 여전히 선택의 공간에 남아 있다. 예컨대, 1997년 KEDO의 경수로 사업 참여와 2001년 이후 봇물처럼 시작된 북한과의 수교처럼 교류와 대화의 외교가 주었던 경험이 어떤 조건 속에서 등장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EU에게는 그들과는 다른 지역의 “특수한 지리적, 주제별 문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주는 길잡이(pathfinder)로서의 책임이 필요하다.10) 그러한 책임은 정치적 감각과 역량에 따라 좌우된다. 향후 EU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규범적 책무와 더불어 정치적 책무를 어떻게 외교력으로 보여줄 것인지에 달려 있다. 이는 그동안 EU의 외교가 규범적으로 충분했던 것을 넘어 정치적으로 충분함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조건이 된다. 2) 군사적 수단의 고려 외교적 해법의 빈 공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EU가 군사적 선택을 전혀 고려치 않을 것이라고 미리 단언할 수는 없다. EU는 국제사회에서 경제, 사회, 문화뿐 아니라 정치와 군사 부분에서도 이미 숨길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EU는 이미 2000년 이후 수많은 평화유지 활동 임무와 군사작전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EU가 아무런 군사활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관심하기보다 그들이 국제사회에서 안보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기대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물질적/비물직전 조건을 먼저 살펴보고, 이어서 이행 가능성의 조건들을 구분하여 살펴본다. (1) 물질적 조건 물질적 조건은 방위 예산, 병력의 구성, 그리고 작전 단계 등에서 EU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따라 가늠된다. 더구나 EU는 단일 국가가 아니라 통합 과정이 진행 중인 지구상의 유일한 특수정치공동체다. 따라서 글로벌 단일 행위자로서 자리매김하려는 브뤼셀의 관리들은 그들의 존재감을 재현시키면서 이에 대한 평가를 끊임없이 내놓는다. 그리고 그 평가 결과는 그들의 실천적 정당성의 근거가 된다. 첫째, 유럽은 예산상으로나 기술적으로 지구상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 버금가는 군사 역량을 가진 행위자다. 금액으로 보자면, 2016년 기준 EU 주요 7개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액은 미국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러시아나 일본을 훨씬 앞선다. 세계 2위 방위비 지출국인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 세계 국가 중 군사비 지출이 의미 있게 늘고 있는 곳 역시 미국, 중국과 더불어 유럽을 꼽는다.11) 보다 의미 있는 것은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 중 유럽 국가가 5개국(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거래량을 모두 합쳤을 경우 세계 무기 거래량의 25.5%를 차지하여 미국(30%)에 이은 세계 2위 수준에 이른다.12) 둘째, 글로벌 행위자로 거듭나기 위해서, EU는 통합 군사력의 구축을 과제로 삼고 있다. 이는 EU가 군사 옵션을 실제 가능한 것으로 선택할 수 있는지, 혹은 장롱 속 설계도에 불과한 것인지를 가늠하는 잣대다. EU는 리스본 조약 TEU 42조 6항에 따라 상설군사 조직을 구축 중이다. 대표적으로 2007년에 창설된 각 1,500명으로 구성된 18개의 ‘EU전투단(EU Battlegroup)’은 상비군을 예비하는 시험대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통합군 창설과 운영은 향후 전개될 미래의 도전 — 테러리즘, 중동 및 아프리카 위기 — 에 대한 준비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핵, 장거리 미사일, 화학무기 등 북한발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이 글로벌 차원의 도전으로 판단될 경우, 이는 EU가 외교안보 및 군사정책을 재점검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NATO의 예산 편성 논란으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는 EU는 최근 독자적인 방위군 운영에 보다 박차를 가하고 있다. 28개 EU 회원국 중 23개국은 11월 13일 브뤼셀에서 모여 공동군대(European Army) 창설에 합의하고 2020년 이후 매년 5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하여 군대의 해외 훈련 허브를 구축하고 최첨단 무기 구입을 지원하기로 하였다.13) 셋째, 예산과 편제에도 불구하고 EU가 군사력에 대해 의심받는 것은 실전에서 전투단보다는 개별 프로그램에 따라 설치된 특별군이 군사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EU는 특별군을 일관되게 운영할 조직과 지침을 두고 있어 효율성 누수를 막고 있다. EU의 임무 추진 매뉴얼에 따르면, 우선, 각료 이사회와 모든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 군의 활동(missions and operations) 개시에 관한 결정이 내려진다. 이어서 그 결정에 따라 모든 병력과 병참은 회원국들이 제공한다.14) 그리고 그 임무는 각료 이사회와 외교 대표의 권한 아래 두되 각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정치안보위원회가 구성되어 단계별 작전을 통제하며 전략 방향을 정한다. 작전과 활동은 단일 지휘체계에 따르지만, 특별군인 만큼 각 임무마다 사령관은 별도로 정해진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다음 절에서 보듯이 EU의 군사활동은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2) 비물질적 조건 만약, EU가 북한의 핵위협을 유럽의 외교안보 이슈로 진지하게 다루고자 한다면, 그 근거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첫째, 가장 거시적으로 보자면 우선 리스본 조약의 TEU 29조에서 찾을 것이다.15) 동 조약은 EU가 안보 차원에서 ‘지역적 혹은 주제별 특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고, 회원국들은 EU의 입장(positions)을 따를 것(conform)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동아시아의 한반도 위기는 지역적 조건이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실험 및 확산 위협은 특수 문제로서 충분한 검토 대상이 된다. 둘째, 중범위 혹은 미시적으로 보면, EU는 공동 안보 방위정책과 관련하여 다룰 수 있는 분야를 정책 아젠다로 제시하고 있다. 목표는 유럽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외부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는 인도주의적 구조, 분쟁 예방 및 평화유지, 위기관리를 위한 병력파견, 공동군축, 군사교관 제고, 분쟁 이후 안정화 조치 등으로 드러난다.16) 말하자면, 군사력이 단지 전투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무력억지를 위한 평화유지 등 다양한 활동에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도 EU의 대북정책은 인권 개선 요구나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에 집중되어 있다. EU의 군사력이 한반도에 사용될 경우 그것은 전투 행위가 아닌 다양한 분야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U는 평화유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가장 많이 한 행위자이기도 하다. 2003년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첫 경찰력을 투입한 이후 EU는 지난 15년간 공동안보 및 방위정책(CSDP)을 실현하기 위해 3개 대륙에서 34개의 작전을 벌인 바 있다. 이 중에서 민간 작전이 아닌 순수 군 작전은 11개에 달하며 6개 작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17) 한반도 유사시 EU의 역할이 드러날 수 있는 예(例)가 된다. 셋째, EU의 제3국과의 협력의지가 중요하다. 다만, 이는 상대와 어떤 협력적 관계인지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변이가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떤 파트너십을 맺고 있느냐, 책임 분담의 여력은 어디까지 나눌 것인가에 따라 다르다. EU는 그들의 군사활동에 제3국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 EU가 18개국과 맺은 ‘참여협정(Framework Participation Agreement: FPA)’은 국제사회의 안전을 위한 공동의 협력을 의미한다. 2014년에 체결(2016년 발효)된 ‘한국-EU 간 위기관리활동협정(agreement of crisis management operations)’도 이 중의 하나다. 이는 리스본 조약 TEU 21조에 따른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공동의 보편적 가치를 위하여 제3국과의 협력을 규정한 조항에 의거한 활동이다. 여기에는 또한 안전보장(2항 a)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안보에 관한 해석이 폭넓게 해석될 경우, 지역 안보 수호에 관한 양측의 협력이 가능해지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물론 위기관리 협정은 EU의 활동에 한국이 참여하는 형식을 띠고 있으므로18) 한국은 보조자에 머문다. 실제로 동협정은 EU가 주도하는 소말리아 해적 퇴치에 한국의 참여가 주된 원인이었고 문건의 내용도 공동작전 시 재원 분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EU가 수행하는 군사작전을 양측이 함께 할 여지를 두었다는 것은 안보분야에서 공통의 눈높이를 가지고 있으며, 다음 단계의 군사적 협력을 보다 쉽게 하는 지지대가 됨을 의미한다. 3) 실천의지 만약 EU가 한반도를 안보위협의 중요대상으로 보고 군사작전을 수행할 자원과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실천의지가 없다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것이다. 실천의지는 경험을 통한 자신감에서 많은 것을 얻으므로 EU가 한반도에서 작전을 수행할 경우 어떤 경험을 토대로 전략을 짤 것인지도 선택의 관건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관계의 당사자인 미국과의 연합훈련을 한 특수한 경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제3국에서 평화유지 등 작전을 수행한 일반적 경험이다. (1) 연합훈련 EU 회원국 중 22개국은 동시에 NATO 회원국이기도 하다. 때문에 EU 회원국과 NATO의 중심국인 미국과의 연합훈련은 드물지 않게 열리는 데 〈표 2〉와 같다. 이들 훈련의 대부분은 유사시 혹은 대(對)러시아 방어를 위한 중동부 유럽 국가의 전력 증강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한반도 유사시와 같은 원거리 지역에 대한 군사력 파견과는 큰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현대전에서 연합훈련은 장비와 지휘체계에서 군사적 상호호환성(interoperability)을 높이고 신뢰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공동작전에 대한 경험과 실천의지를 높인다. 예컨대 매년 실시되는 콤바인트 엔데버(Combined Endeavor) 훈련은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상호호환성을 점검하는 훈련이다. 여기에는 지휘—전달—컴퓨터 네트워크 시스템 등 협력과 관련된 모든 수단들이 훈련의 대상이 된다. 올해 3월 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 실시된 얼라이드 스피리트(Allied Spirit) 7차 훈련은 NATO 회원국과 협력국가 등 총 15개국에서 3,000명 이상의 자원이 훈련에 참여하였는데, 이 훈련의 목적 역시 야전 운영에서 상호호환성의 점검이었다. (2) 몇 가지 사례 〈그림 1〉에서 본 것처럼 2000년대 이후 EU의 해외 군사작전은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이 중에서 비교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EU의 작전은, 2003년 콩고민주공화국에 대한 인도주의적 개입(일명 Artemis 작전)이다. 2차 내전이 끝난 콩고는 우간다군이 물러난 북서부 지역에서 군벌들이 이권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민간인을 비롯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고 주민들의 인권이 유린되었다. UN은 결의안 1484호를 채택하여 이 지역의 난민 캠프와 공항 등을 방어하기 위해 다국적군의 편성을 요청하였다. EU는 프랑스의 지휘 아래 6월 12일 2,000명의 병력을 콩고의 북동쪽 부니아(Bunia)에 파견하여 사태를 수습하였고 동년 9월 후속 임무를 UN에 이양하였다. 무엇보다 이 작전이 의미를 갖는 것은 ‘인도주의적 개입(humanitarian intervention)’의 성공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또한 EU가 미국 및 NATO의 자원에 의지하지 않고 전적으로 자신들만의 힘으로 군사 개입 작전을 펼쳤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는 EU의 군사활동에 관한 예산 편성, 지휘부 구성, 작전 운용 등에서 큰 경험적 성과를 안겨 주었다.19)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유럽과 한국도 최근 연합훈련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20) 2017년 2월, 아덴만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의 4천4백 톤급 최영함이 소말리아 해안에서 EU의 NAVFOR와 작전(작전명 Atlanta)을 수행한 것이다.21) 이 작전은 UN안보리 결의 1373, 1838, 1846, 1851 등에 따라 2008~18년 동안 실시되는 해적소탕 작전의 일부였다. 내년에도 한국군의 참여 가능성이 높으며,22) 또한 양국 간 맺어진 위기관리 협정 발효 후 실전 적용 사례이기도 하다. 이 작전의 평가 결과에 따라 EU와 한국군 간의 향후 과제도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한국군-EU군의 군사훈련이 시도되었다는 것은 해적소탕 이상의 큰 의미를 갖는다. 마지막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EU가 아시아에서 위기관리 협정(FPA)을 맺고 싶어하는 가장 적극적인 국가가 한국 외에 일본이라는 사실이다.23) 오히려 일본이 FPA 체결에 소극적이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아프리카의 해적소탕 작전에 수차례 참여하여 EU와의 군사협력에서 큰 장점을 찾지 못할 뿐 아니라, 자위대의 성격에 비추어 EU와의 군사협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24) 그러나 일본의 안보 관심사가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와 해양안보라는 점은 EU와의 관심사와 일치하므로 주시해야 한다. 4. 마무리 EU의 대북정책은 제제와 압박을 기조로 하되, 외교적 해법을 가장 최우선의 정책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향후 한반도 위기의 전개에 따라 외교적 선택뿐 아니라 군사적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군사적 선택이 가능해지더라도 공세적 접근보다는 안정화에 주목할 것이다. EU의 외교적 선택과 군사적 선택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11월 7일 워싱턴 DC를 방문한 모게리니 EU고등외교 대표는 NATO가 주목해야 할 협력의 범위로 사이버 안보, 복합형 위협(hybrid threats), 해양안보, 시리아 위기를 언급하면서, 마지막에는 북한의 핵위협에 깊은 우려를 표하였다. 물론, 외교적 해법을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대북정책에서 EU의 외교적 해법이 실천적으로 무엇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오로지 징벌적 접근으로 단선화되지 않는 정치적 접근이 필요하다. EU는 지난 2015년 6월 평양에서 제14차 정치대화를 진행한 바 있다. 대화 내용이 상세히 무엇인지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이러한 지속적인 접근은 EU외교의 빈 공간을 채우는 노력으로 향후 지속될 필요가 있다. 둘째, EU의 외교안보 지침은 철저하게 UN과 공유하고 있다. 즉, 평화유지 활동 및 인도주의적 개입을 포함한 EU의 글로벌 안보 전략은 UN의 결정과 맥을 같이한다. 따라서 UN을 통한 정당성 확보는 EU의 외교적/군사적 선택의 중요한 잣대다. 셋째, 글로벌 차원에서 EU의 외교안보 역량과 개입 범위는 계속 커지고 있다. 이는 자원, 지휘체계, 경험과 성과, 실천의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착되고 있다. EU는 이미 아프리카 및 중동의 안보 위기에서 평화유지자의 임무를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다. 또한 미국 등 주요국가와의 상호호환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위기뿐 아니라 동아시아 및 기타 지역의 정세불안이 글로벌 차원의 안정에 도전이 된다고 생각할 경우, EU는 자신의 책임을 그곳에서 찾으려 할 것이다. 넷째, EU가 바라보는 한반도 위기는 전적으로 대량살상무기(WMD)의 개발 및 확대와 관련이 있다. 2016년 6월에 발표한 “외교안보에 관한 EU의 글로벌 전략”에서는 한반도 위기를 ‘핵확산의 금지(non-proliferation)’로 간명하게 표현한바 있다.25) 바꿔 말하면, WMD와 관련된 것이라면 계속 주시하면서 자신들의 역할을 찾을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무기의 개발과 도입은 그 주체가 한국일 경우라도 EU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최근 국내에서 논의되는 핵을 이용한 억지력 증강 논란이 실천될 경우, EU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다섯째, 한반도 위기와 관련하여 군사작전을 적극적으로 미리 고려하는 EU의 지도자는 아직 없다. 모게리니 고등외교 대표는 NATO와의 관계 재설정에 집중하면서 EU의 독자적 방위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의 한반도 군사 개입에 부정적이다. EU 지도자들의 현재 분위기는 이란 핵 협정을 북한에 준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적어도 EU는 규범적 측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과는 차별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가 한반도에서 군사임무를 선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반도에서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먼저 감지되면 EU는 평화유지 활동을 비롯한 보다 다양한 군사활동을 고려할 것이다. 다만 그것은 규범적인 자기 제한 영역을 둘 것이다. 물론 그러한 군사적 선택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외교적 해법의 빈 공간을 채워야 하고, UN 등 국제 사회의 결의, 자원 확보, 지휘체계의 구성, 연합훈련의 완숙도 그리고 미국 및 한국 등 관련국들과의 협력 합의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과 단계를 모두 거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것은 한반도 위기 해소가 그러한 조건의 완숙보다 앞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 1) 루소의 ‘전쟁’ 및 ‘전쟁 상태’ 개념에 대한 비교는 다음 참조. Jean-Jacques Rousseau, L’état de guerre (Arles: Actes Sud, 2000); 김용구, 『영구평화를 위한 외로운 산책자의 꿈』(원, 2001). 2) The New York Times, “Trump Threatens North Korea With ‘Fire and Fury’,” https://www.nytimes.com/video/us/politics/100000005346140/north-korea-trump-threat-fire-fury.html 3) Reuters, “Mattis hints at military options on North Korea but offers no details,” Sep. 19, 2017. 4) NBCNews, “Trump: U.S. May Have No Choice But to ‘Totally Destroy North Korea,” Sep. 19, 2017. 5) The New York Times(by Reuters), “North Korea Says U.S. ‘Declared War,’ Warns It Could Shoot Down U.S. Bombers,” Sep. 25, 2017. https://www.nytimes.com/reuters/2017/09/25/world/asia/25reuters-northkorea-missiles.html?mcubz=3 6) 중앙일보, “미 항공모함 3척, 한반도 해역서 사상 첫 연합훈련,” 2017년 11월 9일. 7) JTBC, “독일 "미국 지지하지 않을 수도"…대북 군사옵션 경계,”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511916 8) Le Monde “ONU : Macron défend une vision du monde aux antipodes de celle de Trump,” 19.09.2017; CNN, “North Korea, Macron calls on Trump to honor Iran nuclear deal,” http://edition.cnn.com/2017/09/19/world/macron-north-korea-iran-amanpour-interview/index.html 9) EEAS, “EU-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relations,” Brussels, 27 Feb.2017. 10) EU가 북한의 핵위협을 외교안보 이슈로 다룰 수 있는 근거는 ‘특수한 지리적, 주제별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규정한 리스본 조약 TEU 29조에 있다. 11) SIPRI, “전 세계 군사비 지출: 미국과 유럽은 증가, 원유 수출국은 감소,” Press Release 24 April 2017. 12) SIPRI, “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16,” SIPRI Fact Sheet, February 2017. 13) EEAS Press, “Defence cooperation: 23 member states sign joint notification on the Permanent Structured Cooperation (PESCO),” 11 Nov. 2017. 14) 민간의 활동은 EU의 외교안보(CFSP) 예산에서 지출 되나, 군사활동은 각 회원국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15) The Council Decision, concerning restrictive measures against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and repealing Decision 2010/800/CFSP, 22 April 2013. 16) EU Battlegroup, https://eeas.europa.eu/headquarters/headquarters-homepage/33557/eu-battlegroups_en 17) EU Missions and Operations: As part of the EU’s Common Security and Defence Policy, https://eeas.europa.eu/sites/eeas/files/csdp_missions_and_operations_factsheet.pdf 18) 원문에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The Republic of Korea may accept the invitation by the Union and offer its contribution...,” Office Journal of the European Union, L 166/3, 5 June, 2014. 19) Catherine Gegout, “Causes and Consequences of the EU’s Military Intervene in the DRC: A Realist Explanation,” European Foreign Affairs Review, 10, 427-443, 2005. 20) EU Navfor, “The European Union Welcomes Contribution of Republic of Korea Warship Choi Young to EU Naval Force’s Counter-Piracy Operation in the Gulf of Aden,” http://eunavfor.eu/the-european-union-welcomes-contribution-of-republic-of-korea-warship-choi-young-to-eu-naval-forces-counter-piracy-operation-in-the-gulf-of-aden/ 21) 국방일보, “청해부대, EU 대해적작전 첫 참가,” 2017년 3월 5일. 22) 국방일보, “아덴만 철벽 수호, 1100여 선박 안전 호송 180일,” 2017년 7월 10일. 23) The Council, EU-Japan Summit –State of play of preparations, 27 June 2017. 24) Pierre Minard, “The EU, Japan and SOuth Korea: Mutual Recognition between Different Partners,” GRIP, Brussels, 18 Sep. 2014. 25) EEAS, “Shared Vision, Common Action: A Stronger Europe-A Global Strategy for the EU’s Foreign and Security Policy,” June, 2016 現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
  • Liberal International Order under Strain and Regionalism in East Asia
    저자
    Jinwoo Choi (Professor of Hanyang University)
    발간호
    2017-69
      Is liberal international order (defined as an open economic system and multilateral governance) in retreat? Is the spectre of the 1930s coming back to haunt the world again? Such apprehensions are reinforced by the perception that nationalism, protectionism, isolationism, and unilateralism are on the rise in different parts of the world, as epitomized by the Brexit referendum, election of Donald Trump as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nd worrisome strides by far-right populist parties in Europe.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was a political product underpinned by the American hegemony, which was supported by the Western alliance during the Cold War period and extended to rest of the world in the post-Cold War era. Hegemony involves at least three elements: capacity, willingness, and common social purposes. It is a legitimate question to ask whether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is coming to an end, now that, first, the American hegemony is in decline (while the power of China is on the surge, for example), and second, America itself, the hegemon of the day, is turning away from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under the Trump administration. Then, will the trend of globalization, and regionalism as a complement to it, be reversed? Globalization means overall increase in the freedom of movement of goods, services, capital, labor, ideas, and culture assisted by the development of transport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whereas regionalism is a part of, and a reaction to, globalization at the same time. One can say that regionalism is globalization on a small scale. What is going to happen to globalization and regionalism? Maybe it is a mere wishful thinking, but my hunch is that the return of the 1930s is unlikely, and globalization and regionalism will stay here not only in the long run, and if managed carefully and prudently, it could also gain some steam in the short run. First, on the structural level, I would like to point out two factors that work in favor of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The biggest difference between now and the 1930s is the level of institutionalization. Unlike in the 1930s, dense networks of cooperation among nations underpinned by myriad of institutional mechanism are deeply entrenched not only on the global level but also on the regional and bilateral level in various areas such as trade, finance, security, technology, environment, and migration. As pointed by Robert Keohane, while the existence of a hegemon is necessary to create an open economic system, once in place, the institutional arrangements and the habits of cooperation it spawns stick there even if the hegemon is not operative. Second, while it is true that China is rapidly becoming a challenger to hegemonic America, it is doubtful that China at the moment really aspires to take the status of global hegemony and reverse the trend of globalization. For the moment, China seems more interested in being as a regional hegemon in East Asia, which the US is not yet keen to acknowledge. Moreover, China is also the biggest beneficiary of globalization. There were several occasions wherein the talk of the decline of American power was in vogue: the launch of Sputnik by the Soviet Union in 1957; the breakdown of the Brettonwoods system and the breakout of Watergate scandal in the 1970s; and the rise of Japan in the 1980s. The US bounced back every time and still remains as the preponderant power although a feeling of fatigue about the role of world police may be settling in. It therefore seems premature to predict that the US is in an irreparable course of decline. As long as the US hegemony persists,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will not easily recede. Furthermore, even if the US under the Trump administration recoils from liberal international order, it would not lead other countries to follow suit. Rather, it would give other countries an incentive to preserve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more vigorously because that is in their interests. Even Britain made its determination public that it would become a “global UK” rather than retreat into isolation from Europe and the rest of the world. However, the survival of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cannot be taken for granted. These days, issues of globalization and regional integration tend to be highly politicized in domestic politics, as recently shown in Europe, the US, and Korea. Regional integration is getting increasingly difficult because it enters the realm of mass politics, while in the past it was largely an elite affair. The reasons for the intensified politicization seem to be twofold: distribution and emotion. There is a perception that globalization, and regionalism as its little brother, are the culprits for the worsening of wealth distribution. Many countries in the world are experiencing prolonged economic recession or “growth without employment,” resulting in high unemployment rate and polarization in income and employment. True or not (because technological development is also responsible for radical reorganization of industrial structure), the distributional issues should be addressed in earnest. Maybe it is time for regionalism 3.0. European integration in the 1950s and 1960s and the attempts of the countries and regions in other parts of the globe that followed suit was regionalism 1.0, and regionalism in the 1980s and 1990s, characterized by the “relaunch of Europe” and renewed efforts for regionalism in various parts of the world in lieu of the end of the Cold War was regionalism 2.0. Regional integration is in nature market friendly, so the phenomenon of market failure is very likely, worsening of inequality being one of the thorniest issues. Regionalism 3.0 should take redistribution seriously and must be equipped with an adequate compensation mechanism. Otherwise, popular dissent is likely. To confine the scope of discussion to East Asia, the biggest challenge for globalization and regionalism would be the nationalist sentiments. Even in Europe, where nationalism was believed to be almost moribund, it is coming back. In East Asia, nationalism has always been well and alive and remains as a cherished political ideology due to the colonial past many countries in this region experienced, with historical memory being reproduced and reinforced. In East Asia, the notion of nationalism is almost equivalent to sovereignty and national autonomy, which is not very conducive for regionalism because regionalism involves transfer of sovereignty and limits on autonomy. Then, the question is, how do we tame nationalism in East Asia. It is a daunting task, given the eagerness of politicians to use them as a convenient tool for raising their political standing. To avoid nationalism as an obstacle to regionalism, East Asian countries should first concentrate on highly technical issues as stipulated in the functionalist logic, which worked pretty well in Europe for some time. Furthermore, it is necessary to build a bi-partisan support and make the issue politically less divisive, as broad consensus on European integration among major political parties in EU member countries helped greatly the integration project go along. In addition, a logic that reconciles the alleged contradiction between nationalism and regionalism is required, as in the case of Europe wherein regional integration was an effort to “rescue nation-states” (regionalism as an extension of nationalism or two norms as mutually reinforcing). Above all, it is important to keep discourses on regional integration going, no matter how gloomy the prospects for regionalism turn to be. Just as nation-states are “imagined communities” in the first place, a regional community could come into reality only when it is imagined, debated, and attempted. Hence, more occasions like today’s gathering will be helpful. Jinwoo Choi joined the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Hanyang University in 1999 and has been the Dean of the College of Social Sciences from 2014 to 2016. He was the president of the Kore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 in 2015, and also served as the president of the Korean Society for Contemporary European Studies in 2010. As a specialist in international relations and European affairs, he published numerous works on theories of regional integration, policies of the EU, EU’s foreign relations, comparison of regional integration in Europe and East Asia, and etc. Currently he leads a research project fund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focusing on politics of culture encompassing such issues as otherness, identity, nationalism, multiculturalism, migration, and etc.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의 의미와 전망
    저자
    조성권 (한성대학교 교수)
    발간호
    2017-70
    1. 기원과 역사 테러지원국에 대한 국제적 제재의 기원은 1978년 G-7의 본(Bonn) 정상회담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회담에서 G-7 국가들은 당시 유행했던 항공기 납치를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추진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국제테러를 지원한다고 판단하는 국가들에게 테러지원국이라 명명하고 각종 제재를 시작했다. 미국은 1979년 처음으로 반미국가들인 쿠바와 이란을 지정했다. 북한은 1987년 KAL858기 폭파사건이후 이듬해 처음으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이후 국제테러리즘의 추세는 국가지원 테러에서 테러조직의 독자적 결정에 의해 실행되는 변화를 보였다. 이런 변화는 미국의 전통적인 대테러정책인 테러조직의 배후라고 판단하는 테러지원국에 대한 제재조치의 강화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더구나 테러지원국들과 교역하려는 EU 국가들과 미국의 갈등은 테러관련 국제공조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1993년 이래 미국은 테러지원국에 대한 경제제재조치가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테러지원국 지정을 추가하지 않고 있었다. 거시적 차원에서 이런 미국의 정책변화에 따라 2008년 북한이 스스로 영변 핵 시설 냉각탑을 폭파했고, 핵 검증의 합의에 따라 미국은 이 지정을 해제했다. 이런 의미에서 2017년 11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의 재지정은 매우 의미가 있는 것이다. 2. 의미 재지정에 대한 의미는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첫째, 강자의 논리이다. 이것은 먼저 테러의 개념적 정의에서 파생된다. 테러는 그것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관계없이 일종의 정치적 행위이며 양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경우 한국의 입장에서는 애국자이며 저격행위를 테러행위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에서 그는 일본 최고의 외교관을 암살한 테러리스트로 치부할 수 있다. 이런 테러의 이중성으로 인해, 1972년 뮌헨 올림픽 대회에서 이스라엘 선수 11명을 인질로 삼고 살해한 '검은 9월단(Black September)’의 수장이었던 아라파트(Yasser Arafat)가 1993년 이스라엘과 오슬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이듬해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테러개념의 이중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1979년 이래 나타난 각종 국제테러행위를 객관적 입장에서 판단하여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을까? 아니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은 전형적인 강자의 논리이다. 하나의 사례는 1986년 미국인 하센퍼스(Eugene Hasenfus)가 탑승한 세스나기(일명 "Contra Craft") 격추사건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1979년 오르테가(Daniel Ortega)가 이끈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은 당시 소모사 친미독재정권(1937∽1979)을 붕괴시키고 니카라과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미국은 즉시 소모사 독재정권의 잔당을 모아 니카라과 반군(Contras)을 결성하고 비밀리에 무기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좌파건 우파건 게릴라 조직에 대한 무기지원을 금지하는 당시 미국 국내법(1985년의 The Boland Amendment)을 위반하는 불법행위였다. 이런 행위의 결정판이 CIA소속의 세스나기 격추사건이다. 이것은 니카라과 반군에게 무기를 공수하고 귀환하는 길에 니카라과 정부군의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면서 후에 이란-콘트라 스캔들로 확산됐다. 또 다른 사례는 위의 사례와 연관된 이란-콘트라 스캔들이다. 1979년 이란 회교혁명 후 이란주재 美대사관 직원 인질사건(1979/11∽1981/01)을 계기로 미국은 이란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스캔들의 핵심은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이란에 비밀리에 그리고 불법적으로 무기를 지원한 것이다(BBC News, 2004/06/06). 구체적으로 말하면, 1980년 미국 대선과정에서 레이건 진영의 선거캠프는 이스라엘을 통해 이란 인질사태에 대한 비밀협상을 추진했다. 협상의 핵심내용은 인질을 석방하는 대신 당시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던 이란에 이스라엘을 통해 미국제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원래 팔레비(Mohammad Pahlavi: 재위 1953∽1979) 친미독재정권 동안 이란의 무기체계는 미국제였기 때문에 이란은 당시 고전 중이었던 이라크와의 전쟁(1980∽1988)에서 미국제 무기지원이 절실했던 것이다. 판매방식은 우선 이스라엘이 보유한 미국제 무기를 불법적으로 이란에게 제공하고 미국은 이스라엘에게 합법적으로 무기를 다시 제공하는 간접방식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이란에 무기를 비싸게 팔고 남은 이득의 일부분을 레이건 행정부는 콘트라스 반군에 불법적으로 제공한 것이다. 알제리에서 인질협상(Algiers Accords)은 성공하여 미국인 인질을 일찍 석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레이건 선거캠프는 이란 혁명정부에게 1981년 1월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식에 맞춰 인질을 석방하도록 요청했다.1) 한편 1985년 말부터 NSC의 노스(Oliver North) 중령은 테러지원국인 이란에 대한 불법 무기지원을 이스라엘을 통한 간접방식보다 이란에게 직접 미국제 무기를 팔고 그 대금의 일부분을 콘트라스 반군에게 지원하는 직접방식을 선택했다. 한마디로 이란-이라크 전쟁의 8년 동안 미국은 공식적으로 이라크를 지원했고 비공식적으로 그리고 불법적으로 이란을 지원했다.2) 결국 레이건 행정부(1981~1988)는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No deal with terrorists)"는 미국 대테러정책의 제1원칙을 공공연히 천명했지만 이를 위반하고 테러지원국인 이란은 물론 테러단체인 콘트라스에게 미국제 무기를 제공한 것이다. 이 사건은 국내법을 위반하면서 테러지원국과 테러조직을 지원했으니 미국은 스스로 테러지원국에 지정됐어야 했다. 둘째, 강자의 논리는 정치적 논리로 유도된다. 테러지원국에 대한 지정과 해제는 기본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재량사항이다. 북한에 대한 재지정 이슈는 2008년 해제된 이후 북한이 핵 및 미사일 실험을 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런 실험들은 미국 국무부도 인정했듯이 재지정을 위한 법적 근거를 충족하지 못한다. 2017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핵심적 이유의 하나로 “북한은 해외 암살 등 국제테러 범죄를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직접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소니사 해킹사건과 김정남 암살사건을 염두에 둔 듯하다. 만일 이런 이유로 테러지원국을 지정한다면 1988년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영공에서 미 해군의 미사일 공격에 의한 이란 민항기 격추사건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결국 미국의 숨은 의도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래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북한 핵무장의 해제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정치적 논리로 귀결된다. 또한 이 때문에 국무부 대테러조정관이었던 쉬핸(Michael Sheehan)은 테러지원국 리스트의 융통성을 제기하면서 명단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했음을 시인했다(USA Today, 2000/04/13). 셋째, 정치적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한 범죄적 논리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살인정권(murderous regime)’이라고 명명했다. 이것은 지극히 미국적 사고이다. 미국은 90년대 이슬람 과격단체들의 대미 테러공격을 범죄행위와 동일시 해왔다. 왜냐하면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논쟁을 유발하는 테러 개념의 이중성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테러는 정치적 행위와 범죄적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 두 가지의 이중적 의미에서 필요에 따라 정치적 행위를 없애고 범죄적 행위만을 강조했다. 왜냐하면 이를 기초로 미국은 북한을 포함한 테러지원국을 ‘나쁜 국가,’ ‘악의 국가,’ 혹은 살인정권으로 묘사하고 강조함으로써 누구라도 혐오하는 인류의 공적으로 낙인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범죄적 논리는 궁극적으로 경제적 논리와 연계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범죄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국가와 경제적 교류를 하는 국가도 마찬가지로 범죄국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범죄적 논리와 경제적 논리의 상관관계는 미국의 테러지원국에 대한 거의 모든 제재들이 바로 경제적 제재라는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테러지원국은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 적성국교역법, 수출관리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원조법 등에 따라 무기판매 및 수출 금지, 엄격한 수출 통제, 경제원조 금지, 차관 제공 금지 등 각종 경제적 규제를 받는다. 이와 같은 미국의 경제적 제재조치에 동조하지 않는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게 미국의 경제적 제재조치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연유로 향후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잇달아 북한과 경제적 단절을 추진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위의 네 가지 논리들이 함축된 의도라고 평가한다. 이런 맥락에서 존스(Mark Jones) 박사가 “美외교정책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美국익에 위반하는 국가들에 대해 취하는 소위 ‘제재중독증’이다”라고 지적한 것은 의미심장한 지적이다.3)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의 핵심은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대외정책의 도구라는 사실이다. 3. 전망 재지정에 대한 향후 전망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제재의 효과성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을 포함한 한국의 많은 학자들이 지적했듯이 제재의 실효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수차례의 핵 및 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유엔안보리의 각종 결의안들(1998년 UNSCR 1214, 1999년 1267 & 1269, 2000년 1333, 2001년 1363 & 1368)을 통해 이미 지구상에서 가장 강도 높은 경제적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08년 해제이후에 북한의 지속적인 핵 및 미사일 실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지난 10년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지 않았던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재지정이 문재인 정부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내의 일부 반발을 봉쇄하고, 장래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사전에 견제하며, 중국의 대북한 지원을 가능한 차단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에 대한 영향이다. 한마디로 재지정은 대북정책에서 김대중 및 노무현 정부의 노선을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선택의 폭을 대폭 감소시킬 것이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고 있었던 김대중 정부(1998~2002)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과정의 일환으로 북미수교와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진척되었다. 이 때문에 클린턴 행정부(1993~2000)는 김대중 정부의 정경분리원칙에 따른 대북 햇볕정책을 간접적으로 지지했다. 따라서 금강산 관광 사업이나 개성공단이 등장하면서 남북관계는 상당히 호전될 수 있었다. 그리고 부시 행정부(2001~2008)가 등장하면서 비록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지만 대외정책의 초점은 글로벌 차원의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2003~2007)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논의가 진척되면서 남북관계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대외적인 상황은 문재인 정부로 하여금 대북 유화정책을 독자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아마도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획기적인 대북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한 냉각기가 지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평창 올림픽 대회에 비록 북한이 참가하는 비정치적 이벤트가 발생하더라고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 핵 및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여 일본이나 미국을 위협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를 배제하고 독자적인 군사행동도 유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재지정은 장래 대북 군사적 공격의 사전조치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0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인이 역임하는 국방장관에 매티스(James “Mad Dog” Mattis)를 임명했다. 비록 매티스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자제하는 발언을 했지만 그는 2013년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중부군사령관으로 재직했을 때 이란 핵협상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유화적인 태도를 비난하면서 해임되었던 강경파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 군사행동의 가능성은 김정은 개인의 제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테러지원국에 대한 군사적 수단의 사례는 1986년 레이건 행정부(1981~1988)에서 실행된 항공모함의 전투기를 동원한 리비아 기습공습이다. 미국은 '테러계획에 대한 사전 예방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당시 리비아 국가 원수였던 카다피(Muammar al- Qaddafi: 1942~2011)에 대한 살해 기도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언제든지 외교적 수단의 하나로서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국가이다. ----- 1) Rod Lenahan, Crippled Eagle: A Historical Perspective Of U.S. Special Operations 1976-1996. Narwhal Press, 1988, pp.183∽184. 2)반공정책에 종속된 레이건 행정부의 비극은 결국 스캔들을 조사할 대통령위원회(The Presidential Commission: 소위 "Tower Commission")가 결성되고 스캔들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국가안보보좌관 포인덱스터(John Poindexter: 재임 1985∽1986), 국방장관 와인버거(Caspar Weinberger: 재임 1981∽1987), CIA 국장 케이시(William Casey: 1987년 조사 직전 사망), 그리고 대통령직속기관인 NSC의 임원인 노스 중령 등이 기소되며 막을 내렸다. 3)Mark Jones, “The Certification Process and the Drug War,”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Organized Crime 13-1, http://oicj.acsp.uic.edu/spearmint/public/pubs/oc/co130119.cfm 現 한성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사, 미국 Univ. of New Mexico 석사 및 박사 취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선임연구원, 주요 저서로는 『세계화와 인간안보』(2005, 공저), 『초국가적 조직범죄와 통합안보』(2011), 『마약의 역사』(2012) 그리고 최근 논문으로는 “21세기 전염병과 보건안보”(2015), “21세기 생물테러와 복합안보”(2016) 등이 있음.
  • 국제화와 지방정부의 대응전략: 중앙-지방정부의 관계설정과 국제화사업 전략
    저자
    차재권 (부경대학교 부교수)
    발간호
    2017-71
      먼저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와 지방정부의 대응전략을 논하기에 앞서 국제화의 개념부터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화는 국민국가 간의 교류가 단순히 늘어나는 현상을 말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그와 유사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 세계화(globalization)란 개념이다. 하비(David Harvey)에 따르면, 세계화는 국제화가 보여주는 단순한 양적 교류의 확대를 넘어서 근대적인 사회생활이 새롭게 재구성됨으로써 세계사회가 독자적인 차원을 획득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글에서 사용하게 될 국제화의 개념은 후자인 세계화의 개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국제화와 세계화의 용어를 혼용한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세계가 지금과 같은 세계화·국제화를 경험하게 되기까지에는 거의 350여년이 넘는 장구한 시간이 필요했다. 알려진 대로 1648년 기나긴 30년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웨스트팔리아 조약(Peace of Westphalia)은 근대 국민국가 시대의 새로운 국제관계 질서를 만들어 냈다. 1648년 이전의 시기는 교황의 교권이 세속의 왕권을 압도하던(물론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인해 많이 약화되어 가고 있긴 했지만) 시대였다. 하지만 30년 전쟁에서 개신교 동맹국들의 승리에 힘입어 새롭게 시작된 시대는 영국,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 강대국들이 전쟁에서 패한 신성로마제국의 권위를 딛고 새롭게 국제질서의 강자로 부상하는 시기였다. 바야흐로 최초의 근대적 외교회의를 통해 탄생한 웨스트팔리아 체제로 인해 국가주권의 개념에 기반을 둔 새로운 국제질서가 만들어 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35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세계화의 거센 흐름 속에 또 다른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근대적인 국민국가의 주권이 국가 간 관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는 국제질서는 점점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다국적(multinational companies: MNCs) 혹은 초국적기업(transnational companies: TNCs)의 존재는 이제 더 이상 기업이 국민경제의 좁은 틀 안에서 움직이는 수동적 주체가 아니라 경제의 세계화를 앞당기는 주요 행위자로 등장하였음을 보여준다. 미국 자본주의의 기준을 세계에 강요하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에 입각한 경제와 금융의 세계화는 정치, 문화 등 다른 영역에서 마저 서구적 기준을 강요하며 전 세계를 유사한 생활의 가치와 신념에 의해 움직이는 새로운 글로벌 공동체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만들어낸 정치, 경제, 군사, 안보,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친 변화는 근대 국민국가 체제 하에서 대외적으로는 독립된 주권행사의 거의 유일한 주체였던 국가, 즉 중앙정부에 대응하는 지방정부의 위상과 역할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즉 세계화와 함께 나타나기 시작한 새로운 현상의 하나인 지방화(localization)가 동시에 진전되면서 세방화(glocalization)라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세방화의 시대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위상과 역할 그리고 양자 간의 관계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가? 세계화·국제화의 진전으로 인해 국가 주권이란 두꺼운 당구공의 외피가 벗겨져 나간 탓에 중앙정부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그 공백을 지방정부가 메워가는 힘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80년대 전 세계 후진·개발도상국을 무섭게 휘몰아쳤던 민주화의 물결이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통한 지방화의 움직임을 동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전개되는 이 새로운 시대를 일컬어 혹자는 ‘신중세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절대적 주권에 의존하는 근대 국민국가 체제에 기반한 웨스트팔리아적 국제관계의 질서는 형해화 되었고 각 주권국가 내부의 지방정부들은 그 무덤 위에 새로운 지방주권의 영토를 확인하는 플래그십(flagship)을 세워나가고 있다. 주권국가에 대응할 만한 충분한 자치능력을 지닌 지방정부는 이제 더 이상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자신들의 대외적인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국제화가 진전되기 이전에는 외교에 관한 권한이 주로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어 국제적인 교류협력은 국가 간 외교를 통해서나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세계화·국제화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세계 외교의 무대에는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기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나타나게 되었고 이들 간의 교류협력의 방법과 내용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입장에서는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 국제교류(international exchange), 국제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대외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지방외교(local diplomacy)나 자치외교를 통한 국제관계는 보다 공식적이고 정태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그에 반해 국제교류는 주로 문화적 활동이나 민간차원의 관계 형성을 의미하고, 국제협력은 협력 주체들 간의 사업이나 활동에 초점을 맞춘 적극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같이 아직 지방자치가 중앙집권적 전통에 의해 제대로 제도화되지 못한 국가의 경우 국제관계 차원의 지방정부의 대외관계 형성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의 수준이 아무리 높은 국가라 하더라도 중앙정부는 외교나 군사, 치안 등의 기본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반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사무(위임사무)나 지방정부 스스로 결정한 사무(자치사무)를 수행하게 된다.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는 확실한 역할 구분이 따르며, 이는 지방자치의 수준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지켜지는 준칙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화가 아무리 급속히 진전된다 하더라도 지방정부가 국가, 즉 중앙정부의 고유한 사무라 할 수 있는 외교나 군사, 치안 등과 같은 영역에서 다른 국가와 대등한 행위자로 행세할 수는 없다. 아무리 지방자치가 발달하고 또 세계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국가라 하더라도 지방정부의 국제교류협력이 외교, 군사, 안보의 측면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세계화·국제화의 시대라 하더라도 지방정부의 권한 위임에 대한 요구가 지나칠 때 중앙정부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파국적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최근 스페인 카탈루니아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사태에서 드러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 악화는 그 대표적 사례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어떤 영역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지방정부에게 위임되거나 이양된 국제교류협력의 영역인 것인가?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되는 지방과 지방 간의 교류협력은 너무도 당연히 행정, 경제, 사회, 문화 분야의 교류협력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자치의 수준이 비교적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교류협력의 내용을 교류형태별로 살펴보면 시민·기업 협력형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협정-선언형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가장 흔히 시도되고 있는 국제교류협력의 형식은 자매결연 및 우호도시 교류이다. 지방정부는 자매결연이나 우호도시 교류라는 비교적 쉬운 국제교류협력사업을 통해 외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정보를 교환하거나, 우호친선을 다지거나, 경제교류, 통상,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방자치단체간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그와 같은 국제교류협력을 위한 노력은 최근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는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의 변화 추이를 나타낸 자료인데 1960년대 이후 2000년대까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1990년대에 국제교류협력은 1980년대와 비교해 광역자치단체 수준에서는 4.5배 이상,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는 8배 가량 폭증하였다. 2000년대 역시 1990년대와 비교해 큰 폭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6년 현재를 기준으로 볼 때, 세종특별시를 제외한 우리나라 16개 광역시도들이 73개국 1,118개 도시와 1,459건에 이르는 자매결연이나 우호교류협력 등 국제교류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교류협력 대부분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을 상대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 589건, 일본 201건, 미국이 163건, 러시아 47건, 베트남 47건, 필리핀 40건, 몽골 36건, 호주 25건, 멕시코 18건, 독일 17건, 대만 16건의 순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이 대부분 중국, 일본, 미국에 집중되고 있고 독일 등 서유럽 국가와의 교류협력은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 또한 교류협력 대상의 다양화란 측면에서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지방정부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심화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마련된 다층적 거버넌스(multi-level governance)의 주요한 행위주체로 다양한 지방외교나 국제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긍정적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급증하는 외국인 이주민들로 인해 새롭게 형성된 다문화사회를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동화시켜 내어야 하는 정책적 부담을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즉 지방정부에게 있어 세계화·국제화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 또한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계화·국제화 시대에 성공적인 지방자치를 이룩하기 위해 지방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시대적 흐름에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세계화·국제화의 흐름 속에 지방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음 몇 가지 사항에서 지방정부가 유념해야 할 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먼저 세계화·국제화의 흐름 속에 지방화가 동시에 진전되는 상황에서 누가 그 주도권을 갖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방화는 지방분권이라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적 요구로부터 분출된 것이기에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에서 얻게 되는 공통된 결론임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최근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관이 주도하는 형태”로 변질되어 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세방화가 지닌 원래의 의도가 희석되지 않도록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기 어려운 관 주도보다 국제교류의 궁극적인 주체와 수혜자인 지역 주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능동적 참여를 관에서 뒷받침하는 민간주도의 방식이 바람직하다. 둘째, 지나치게 의욕만 앞선 형식적인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보다는 지역특성과 현실에 뿌리를 둔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추진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최근 몇몇 자치단체들이 보여준 바와 같은 선심성, 전시행정적인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은 이미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한 보여주기식의 일회성 프로그램들은 그것이 지닌 비효율성으로 인해 지자체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보다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 역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들은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의 추진에 있어 그것이 가져다 줄 경제적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를 냉철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세방화의 개념은 중앙정부와의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이해와 협력을 전제하는 것이며 중앙과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의 세계화·국제화는 성공할 수 없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중앙과 지방간의 이해와 협력의 부재는 추진 중인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물론 중앙정부가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에 대한 가능한 지원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진 않는다는 이른바 팔길이의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또한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넘어 국가·지방 경제의 동시 성장이라는 대의의 실현을 위해 대승적 견지에서 중앙정부를 이해시키고 협력을 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신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화·국제화의 흐름 속에 지방정부가 국제교류협력에 직접 나섰을 때, 제대로 된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류 및 협력 당사자 간에 상당한 정도의 신뢰가 전제로 되어야만 한다. 문제는 그와 같은 신뢰관계가 형식적인 몇 번의 교류협력으로 쌓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국제교류협력은 신뢰에 바탕을 두어 매우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되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섣부르고, 단기적이며, 형식적인 지방정부의 교류협력 사업이 지방정부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국가 간 관계까지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왔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화·국제화의 결과이기도 한 다문화 이주민 사회의 중요성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오랜 세계화·국제화의 흐름 속에 우리나라는 이제 30만 다문화 가족 인구, 2백만 등록 외국인수를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다문화 국가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국제교류협력에 앞서 이들 ‘집토끼’부터 먼저 제대로 관리해서 지방정부의 세계화·국제화의 우군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現 부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Kansas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전공분야는 비교정치이며 (국제)정치경제, 지방정치, IT정치, 여성, 환경 등이 주요 관심분야임. 대표논문으로는 “의회정치에서의 다양한 계층제(hierarchy)의 작동 메커니즘: 4개국 중앙-지방의회 관계 유형 분석을 중심으로”(『세계지역연구논총』 2017), “지방거버넌스의 체제능력 연구: 지역발전적 시각의 적용.”(『시민사회와 NGO』 2015), “수도권·비수도권 간 지역갈등이 통일 및 대북인식에 미친 영향 분석.”(『한국동북아논총』2017) 등이 있으며, 대표저서로는 『지역발전과 지방정치』(세종문화사, 2015),『정치학으로의 산책』(한울아카데미, 2014), 『지방정치학으로의 산책』(한울아카데미, 2012) 등 다수임.
  • 하와이는 왜 핵공격 대피훈련을 하는가?
    저자
    Steven Kim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발간호
    2017-72
      냉전 말기에 미국은 핵 공격에 대비한 주민 대피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 냉전 기간 중 미국과 소련이 전면적인 핵전쟁을 벌이게 될 경우 수백, 수천 개의 핵탄두가 터질 것이기 때문에 지하 대피소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최근 하와이 주 정부는 미국의 주 가운데는 처음으로 북한의 핵 공격의 대비책을 수립하고 대피훈련을 실시하였다. 하와이는 미국의 주 가운데에서 북한에 제일 가깝고, 미국 아태 지역의 군사 본부인 태평양 사령부가 위치하고 있으며, 진주만에는 수십 척의 군함이, 그리고 주요 육군, 공군, 해병대 기지가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 북핵 문제가 군사 분쟁으로 이어진다면 하와이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북한에 의한 핵 공격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더라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고도화되고 북한의 의도가 불확실한 것을 감안해 핵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냉전 때와는 달리 지금 하와이의 주 정부가 핵 공격 대피훈련을 하는 이유는, 그러한 훈련이 실제로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에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이나 소련처럼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핵 공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제한적 핵 공격 아래서는 핵탄두가 터졌을 때 실내로 신속한 대피만 이루어진다면 방사성 노출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핵탄두가 터진 첫 날에 방사능 수준이 80% 이하로 감소하기 때문에 핵탄두가 터진 후 24시간만 실내에 대피해 있어도 방사능에 대한 노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주민들이 대피 요령을 숙지하고 반복된 훈련을 통해 핵 공격 시, 즉각 실내에 대피하게 되면 불필요한 인명 피해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하와이 주 정부 당국의 핵 재난 대비책의 취지이다. 최악의 경우가 발생해 호놀룰루 상공에서 핵탄두가 터지게 되면 1만8천 명 이상의 사망자와 5만에서 15만 명의 부상자가 나올 수 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핵미사일이 하와이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약 20분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주민들이 약 8분에서 12분 사이에 신속하게 실내로 대피해야만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재난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해야하는 임무를 맡은 하와이 주 정부 비상관리국 (Hawaii Emergency Management Agency: HEMA)은 자연 재해의 준비태세와 같은 선상에서 7월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행 가능한 핵 공습의 대피 요령을 만들어 배포했다. 15 킬로톤 (kiloton) 핵탄두가 호놀룰루 1000피트 상공에서 터져 반경 8마일에 있는 주민들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는 최악의 경우를 가상하고 주민들한테 홍보한 대응 수칙을 요약하자면, 주민들은 2주 정도의 필요한 비상식량을 비치하고, 미사일 공격 사이렌이 울리면 신속하게 실내로 들어가 14일 동안 대피소에 머물면서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만약 야외에서 실내로 대피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땅 바닥에 몸을 바짝 엎드리고 머리를 가려야하며 섬광을 절대로 쳐다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응 방침은 가장 과학적인 최신 정보를 근거로 마련한 것이다. 이는 지난달 화성-15형 발사 이전에 기획된 것이지만 12월부터는 매월 1일에 주 전역에 사이렌을 울려 대피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는데, 주민들이 신속한 대처 방법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다. 대피 훈련을 반복하면 대피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와이 주 정부의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핵 공습의 대비책을 수립하는 데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관광업계는 하와이 비상관리국의 조치가 관광객들의 북한 핵 공습의 두려움을 부추겨 하와이로 여행하는 것을 주저하게 함으로써 관광에 의존하고 있는 하와이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핵 재난에 대비하려는 하와이 정부의 노력이 미국이 북한 핵 공습을 막을 수 있는 자신이 없다는 그릇된 신호를 북한한테 보낸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실제 북한 핵 위험에 비해 과잉 대응이란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하와이 비상관리국은 주민들의 불안을 조성하고 싶지는 않지만 북한 핵 공격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는 한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되며, 핵 재난에 대해 자연 재난과 똑같이 취급해 사전에 준비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 정부 당국의 책무라고 밝혔다. 잠정적 사거리가 늘어난 화성-15형 미사일 시험 발사로 인해 미국 본토에 있는 주 정부들도 하와이의 핵 재난 대비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북핵 위기가 앞으로 더욱 고조될 것을 감안한다면 다른 주 정부들도 불가피하게 하와이와 같은 핵 재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으로 실제 핵 공격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하와이 주 정부의 조치는 냉전 이후 잠잠했던 핵공격의 주민 대피 훈련이 전국적으로 주 정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도 주민들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을 때 어떻게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지를 TV를 통해 홍보를 시작했으며 정부 웹사이트를 통해 정부가 국민들한테 어떻게 임박한 미사일 공습을 사전에 알릴 것이며 국민들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그리고 3월에서 8월 사이에 전국적으로 12개 자치단체들이 북한 미사일이 7분에서 8분 사이에 일본에 도착한다는 것을 가상해 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또한, 중앙 정부가 도시들과의 재난 통신망을 강화해 보다 신속하게 비상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고 자치단체들은 중앙 정부가 이들 단체들과 효율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세부 방침을 요청한 상태이다. 미국 영토인 괌도 8월에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괌 정부가 주민들한테 미사일 공격에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는지를 알리는 홍보 활동을 개시했다. 괌에 미군 병사 7천명과 주요 공군, 해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으므로 이 섬을 미군 사령관들은 영구적 항공모함이라고 부를 정도로 괌은 군사 전략 요충지다. 미국 및 일본과 더불어 한국도 북한 핵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반대해온 당사자로서 북한의 핵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국가와는 달리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가 미비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북한의 연쇄 도발에 대해 이미 깊은 우려를 하고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나아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협상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 되고 있는 가운데에서 북한의 핵위협은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핵탄두 등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한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역설적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 위협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억지할 수도 있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미국 국방부 소속 Asia-Pacific Center for Security Studies 부교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등을 역임. Univ.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정치학 학사학위, 서울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학위, Univ.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 관심분야는 한반도와 동북아 정치와 안보, 동아시아 지정학과 다자주의, 소프트 파워 등임.
  •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의 의의와 기대
    저자
    김수일 (전 주한 인도네시아 명예영사)
    발간호
    2017-59
    외교 다변화의 상징성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1.8.-10일 기간 중 2박 3일의 일정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갖는다. 11.10.-11일 베트남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담과 11.13.-15일 필리핀에서 개최되는 ASEAN +3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아세안의 리더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형식이다. 이번 방문의 의미를 정리해 보면, 큰 지평에서는 문재인 정부 외교의 목표인 “외교의 다변화”를 실현하는 첫 발걸음이라는 의미가 있다. 4강 외교에 편중된 외교패턴을 다변화시키는 첫 작업을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동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를 격상시키는 일에서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삼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단기적 의미로는, 작금의 엄중한 북 핵 위협에 대한 국제공조를 인도네시아와의 연대를 통해 강화하고, 나아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무역과 관광수입 감소를 대체하는 돌파구를 아세안 지역에서 모색하려는 데 있다. 정상회담 의제 선정 시 고려요인들 정상회담은 최고결정권자들이 직접 협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회담이기 때문에 그 효율성과 실효성 면에서 다른 고위급회담과 크게 비교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의 성공은 국익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정상회담의 의제 선정이 중요하다. 정상회담의 시간이 짧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너무 의제가 많아도 포커스가 흐트러질 수 있는 단점이 있고, 너무 적어도 귀중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치 못하는 손실이 있다. 최적 의제들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가 각기 당면한 내외적 요인들은 물론 국제질서와 환경 변화 등의 요인들을 균형 있게 살펴봐야 한다. 우선 양자관계 차원에서 중요한 의제들을 선정하고, 그 다음에 양국의 이해가 수렴되는 지역 및 글로벌 이슈들도 추가할 수 있다. 의제 선정의 전 단계로 인도네시아의 내외적 요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1950년대 북한, 중국, 인도 등과 함께 비동맹(NAM) 창설을, 1960년대에는 아세안(ASEAN) 창설을 주도했고, APEC, ASEM, G-20, MIKTA 등 국제기구에도 적극 참가, 2)평양에도 대사관을 설치하고, 남북한 사이 등거리외교 실행, 3)현 조코위 대통령 정부는 항만, 도로, 철도, 전력, 정유시설 등 대형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활발히 추진, 4)높은 경제성장률로 인해 중산층 규모와 내수시장이 급성장, 5)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의 출범으로 우리 기업들이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전체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 가능, 6)일본과 FTA 체결을 함으로써 FTA 미체결국인 우리나라 제품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 7)국내 산업 보호와 내국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리 제품에 대한 비관세 수입 장벽을 높이고, 교민들에 대한 비자 제한을 강화하는 등이다. 반면에, 우리나라가 당면한 현실적 팩터들로서는 북 핵 및 미사일 개발로 인한 한반도 위기 고조, 트럼프의 등장으로 인한 한·미 FTA 재협상 위기,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무역 및 관광 등 경제적 손실 등이다. 그리고 양국의 이해가 수렴되는 최근의 지역 및 글로벌 이슈들로는 북 핵 및 미사일 개발로 인한 동북아 지역 및 세계정세의 위기, 영국의 Brexit와 트럼프의 등장으로 국제 무역질서의 변화 조짐, 4차 산업혁명이 양국의 산업과 사회변화에 미칠 영향 등이 있다. 주요 관심사와 정상회의 의제들 따라서 위에 적요한 바와 같은 양국을 둘러싼 내외적 요인들을 감안하여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는 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예상되는 주요 의제들로는, 1)전통적인 의제들인 에너지·자원, 교역·투자, 산림, 수산, 인프라 건설, 방산 분야 등에서의 협력 증진, 2)국내 산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새롭게 협력 필요성이 제기되는 비전통적인 분야들, 즉 금융, 교육, 의료, 관광, 신재생에너지,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 등에서의 협력, 3)북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공조를 위해 UN, APEC, ASEAN, NAM, ASEM 등 다자기구에서의 협력, 4)장기간 정체상태에 빠진 양국 간 투자 및 교역증대 방안 등을 꼽을 수 있다. 예외적으로 대두될 수 있는 의제들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최근 5-6년 간 지속되고 있는 양국 간 경제협력의 후퇴와 교민들이 취업 및 체류 비자획득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등을 정상회담의 의제로 채택하는 일 등이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에는 5만여 명의 우리 교민들이 거주하여 교민사회가 활력이 넘쳤으나, 최근 들어 그 수가 3만여 명 수준으로 급감하였고, 교역 규모도 2011년도에 300억 달러에 도달한 후, 계속 감소추세에 있다. 6년이 지난 2016년의 양자 교역량이 2011년 수준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을 정도로 매우 실망스런 현실이다. 양국관계 발전 저해요인 해결로 전환점 모색 이러한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 산업보호 및 자국민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비자 유효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규제 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국 간 경제협력의 활성화와 자국민 권익보호 차원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규제의 완화를 정중하면서도 완곡히 요구한다면 인도네시아 정부도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다. 이번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시기는 어느 때보다 전례 없이 한반도 안보상황이 엄중하고,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경제 관광 분야의 공동화 현상이 크게 느껴지는 시기이고 보니, 여러 측면에서 우리에게 인도네시아 정부의 협력이 더 절실하다. 이럴수록, 더욱 알찬 정상회담이 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상회담 준비는 물론, 양국 간 친선과 협력 증진에 기여할 대통령과 영부인의 다양한 부대 행사 등 전 일정에 걸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문화와 풍습, 국민성의 차이에 유의 마지막으로 우리 대표단은 정상회담은 물론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성공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외교적 지혜와 테크닉도 항상 예비해 둬야할 것이다. 특히, 현지의 종교와 문화, 국민성이 우리와 사뭇 상이하기 때문이다. 상대국 지도자의 퍼서낼리티와 정서, 취향 등은 물론, 인도네시아 사회의 문화와 풍습, 전통적 외교 노선과 시각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학습을 통해 소통과 이해의 폭을 넓혀 성공의 완성도도 함께 높이는 지혜와 외교술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합리적이고 주도면밀한 준비와 정확하고 빈틈없는 진행으로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양국 경제협력 증진은 물론, 문재인 정부 외교 다변화의 빛나는 이정표가 되길 기대하며 기원한다.
  • 한국에서 본 트럼프의 첫 동북아시아 순방
    저자
    이수훈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발간호
    2017-63
    [편집자 註] JPI PeaceNet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이수훈 고려대학교 일민국제연구원 연구교수의 기고문과 김연호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의 기고문을 차례로 발행할 예정이다. 북핵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한미FTA 의 재협상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25년 만에 이루어진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주는 의의와 성과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시각을 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북한의 핵위협으로 인해 열악해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보상황을 지렛대삼아 최고의 실익을 찾아갔다. 또한 다소 제한적이지만 북한 문제에 대한 각국과의 전반적인 합의도 도출하였는데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보에 유익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일본이 대중국 견제용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들고 나오고, 중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다행히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낸다는 기조에 대해서는 4개국 정상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한미 정상회담 25년 만에 국빈방문으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방문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하루가 짧았으나 국회연설까지 포함된 1박2일의 알찬 일정이었다. 양국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의 견고함을 재확인했고, 북핵 문제에 대해 ‘선 압박,’ ‘후 대화’(국면전환 시)라는 기조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제재와 압박에 집중할 때라며 언젠가 국면이 전환되면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국회연설에서 현재 미국 행정부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매우 다른 행정부라며 북한의 총체적인 비핵화를 주문하고 미국을 과소평가하거나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의 첫 방문지로 캠프 험프리스를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캠프 험프리스를 전격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했다. 선거 때부터 지속적으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날카로운 발언(무임승차론)을 반복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환대와 캠프 건설비의 92% 정도인 100억 달러를 한국 정부가 냈다는 사실이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단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도 건설비용을 지불했으며 캠프 험프리스는 미국을 위한 것이 아닌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봐서는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입장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철저한 준비와 사전협의를 거쳐 이뤄지는 정상회담이지만 방한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예상치 못한 발언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기자회견 중 미국의 최고 군사자산을 피력하는 발언을 하면서 한국도 첨단 무기를 미국에서 수입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미국에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언급은 한국의 무기수입계획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뿐만 아니라 자국의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는 균형외교와 ‘코리아 패싱’에 관한 발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균형외교가 단순히 한중 사이의 균형을 잡기 위한 외교가 아닌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의미의 외교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코리아 패싱’에 대한 한 기자의 질문에 “한국을 우회하는 일은 없을 것(There will be no skipping South Korea)”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사업차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기반으로 한 한국의 경제적 성과와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는 기업가 출신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을 준비함에 있어 북핵 문제 해결 그리고 이에 따른 비용지출에 대한 기업가다운 치밀한 손익계산을 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캠프 험프리스 깜짝 방문과 같은 전략을 통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에 대한 사실을 부각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경제협력에 대한 양국의 치밀한 계산이 자국 이기주의로 번지지 않고 합리적인 큰 그림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향후 두 정부 실무자들의 긴밀한 대화를 통한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미일 정상회담 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지였던 일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야말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골프회동, 햄버거 오찬, 와규 스테이크 만찬, 나아가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고문에 대한 밀착 접대는 다음 방문국가인 한국과 중국을 긴장하게끔 하기에 충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특징을 잘 파악한 아베 총리의 맞춤형 접대는 성공적이었다.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은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천명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고 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국제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양국 정상의 발언은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의지를 재확인시켜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3개국 연대의 중요성과 일본 방위력의 질적·양적 확충에 대한 언급은 자칫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일 무역적자와 무기 수출에 대한 발언을 빠뜨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에서 무기를 대량으로 수입하면 북한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다고 했고 나아가 일본 자동차 회사가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직접적인 언급도 불사했다. 만약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한 사전조율이 없었다면 일본 재계는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미일 정상이 대북압박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 결과이긴 하나, 일본 상공을 통과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기에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일본의 국가안보에 대해 직접적인 위협으로 가중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일본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위협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표현했다면 보다 더 정확한 메시지가 북한에 전달되었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한미일 3개국 연대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중국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한 것은 향후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다는 면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측면에서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는 다소 제한적이지만 향후 대북압박에 대한 근거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중 위대한 정치적 승리를 거둔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이 기대된다고 언급하였고, 시진핑 주석은 자금성을 통째로 비워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했다. 세계 최강대국의 정상들은 약 28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양국 경제협력 계획을 발표하여 스케일 면에서 이전 한미 그리고 미일 경협계획을 압도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대한 대화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방문 중 공개적으로 북핵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요구했다. 양국 정상이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한 지속적인 압박에 대해서는 동의했으나, 중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에 대한 입장은 확인하지 못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중국의 추가 압박과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무색해질 만큼 시 주석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이 이러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완충지대인 북한이 사라지면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의 역할이 약해질 수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지속적으로 거론됨에 따라 중국에 대한 안보위협이 직·간접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을 시 주석은 북핵 문제에 대해 모험적인 결정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십분 활용하여 미국을 비롯한 한미일 협력을 견제할 수 있다고 보기에, 중국이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 카드를 제시하는 데에는 앞으로도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중국은 한미일이 안보협력을 구축하고 일본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의식한 북핵 문제의 해결보다는 러시아와 같은 전략적 파트너와의 관계에 무게중심을 둘 수 있다. 유례없는 초강대국 미국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중국은 러시아와의 밀접한 관계를 기반으로 대유럽 문제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해결하고, 미국과 대아시아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이 때로는 주도적으로 그리고 때로는 제한적으로 대응하는 팀플레이 전략을 펴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미중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두 정상의 논의는 한반도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차는 확연히 드러난 반면, 두 국가의 경제적인 협력은 큰 성과를 이뤄냈다. 향후 미중 양국이 경제협력에 기초하여 북한 문제에 대한 논의를 더욱 심도 있게 진행할 수는 있겠으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은 당장 북한의 위협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일본의 입장과는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였다. 스트롱맨(strongmen) 시대의 도래와 한국의 대응방향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시아 순방은 북한 문제에 대한 세계 최강대국이자 한국의 동맹인 미국의 입장을 확인한 동시에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여전한 의견차이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기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 최근 자국에서 정치적 입지를 굳힌 시진핑 주석, 그리고 아베 총리를 보면 한반도는 역사상 가장 강한 지도자들로 둘러싸인 외교의 각축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례없이 개성과 입지가 강한 미국, 중국, 그리고 일본의 이른바 스트롱맨(strongmen)들은 동북아 국제질서 속에서 매우 복잡하고 치밀한 셈법을 갖고 외교정책 즉 한반도 정책을 펴나갈 것이다. 제한된 국제사회 구조 속에서는 결국 가장 합리적인 계산을 통해 최고의 수익을 취하는 지도자가 자국의 외교를 승리로 이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중일 지도자들의 계산을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외교정책 측면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 중국, 일본 지도자들의 의사결정과정과 인식의 분석을 통해 주요 행위자들의 심리적인 측면을 세밀히 분석하여 대북 및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시작은 이번 한중일 방문 중 안보이슈를 지렛대삼아 3국에서 수백조 원대에 달하는 실익을 챙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분석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과 아베 총리에 대한 분석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스트롱맨들의 시대 속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한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때가 왔다. 이수훈,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미의 셈법
    저자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발간호
    2017-60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김정은 정권 들어서 가속화하고 있다. 2017년 7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의 두 번째 발사실험 이후 8월 29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화성-12형 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로 미사일이 최고고도 550km로 2700km를 비행하여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낙하하였다. 그리고 9월 3일, 북한은 ‘중대발표’를 통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하였다. 한반도에 군사적 충돌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김일성 집권시기에는 미국의 핵에 맞설 수 있는 자위권으로서의 핵 개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군사적 대응을 위한 목적에서 원자력 개발에 착수했다. 김정일 정권에서는 핵 개발에 대한 의지는 있었지만 대외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자위적 차원에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신중한 행보를 택했다. 김정은 시기에 들어와서는 핵무기 개발에 대한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2012년 5월, 새로운 헌법을 발표하면서 전문에 ‘핵보유국’을 선언하고 집권 후 4차에 걸친 핵실험을 단행하고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대한 최근의 행보에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의 게임이 완전히 변화되었다는 주장은, 김일성 그리고 대부분은 김정일 집권 시기에 논의되었던 한반도 비핵화가 협력이 가능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었다면 김정은 시대에는 공포의 균형을 의미하는 치킨게임으로 변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김정일 시기까지 비핵화는 규범의 작동과 협력을 통한 평화의 가능성이 존재했던 반면 김정은 시기부터는 규범과 협력을 통한 평화의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제재와 압박만이 유효한 수단으로 나타나, 그 때문에 군사적 충돌이 임박한 것처럼 판단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한국에게 가장 긴박한 외교적 목표이며 북한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미군철수와 북미수교와 같은 복잡한 조건이 따르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이야기한다. 나아가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같은 6자회담 관련국들도 비핵화에 도달하는 방법에 있어서 이견은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 자체에는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서 한국과 미국이 안고 있는 이견도 상당하다는 것이며, 이에 대한 분석적 이해가 필요하다. 합리적 선택의 심리적 효과를 설명하는 전망이론에 따르면, 정책결정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황에서는 이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불확실한 많은 이익보다 작지만 보장받는 확실한 이익을 선호한다. 이에 반해서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에서는 작지만 확실히 정해진 손실을 감수하기 보다는 불확실하지만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선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전망이론을 한반도 비핵화에 적용시켜 본다면, 북한의 핵개발에 따른 군사적 충돌의 우려에 있어서도 미국은 이익의 영역에, 한국은 손실의 영역에 있다. 미국은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중국을 성공적으로 봉쇄하고 있고, 사드를 배치하여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이 나더라도 거기서 나는 것이다. 수천 명이 죽더라도 거기서 죽는 것이지 여기서 죽는 것이 아니다”는 표현은 바로 미국은 이익의 영역에 있다는 것이다. 이익의 영역에 있는 미국으로서는 군사적 대응의 강화, 경제제재, 외교적 압박과 같이 미국이 추가적으로 부담해야할 비용이 없는 정책을 선호한다. 이에 반해서 한국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은 어떤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방지해야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인데,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대북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는 논리적 비합리는 대안에 포함시킬 수 없다. 그리고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상황에 한국은 모든 것을 잃을 수밖에 없는 손실의 영역에 있다. 손실의 영역에서는 확실한 손실을 떠안기 보다는 이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대안은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은 체제의 생존을 위해 핵을 개발하고 미국과 국교정상화 그리고 휴전협정의 평화조약으로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미국과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미군철수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추진 그리고 북미국교정상화와 평화협정의 체결을 적극 고려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군철수에 따른 안보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미국의 전술핵무기 도입 또는 독자적 핵무기 보유와 같은 적극적인 대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역대 정부가 취해왔던 기존의 대북 정책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일종의 금기에 갇혀있었다. 보수는 미군철수를 주장하면 빨갱이로 몰았고, 진보는 핵보유를 주장하면 전쟁광으로 몰아갔다. 그러다 보니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미군철수와 핵보유는 입 밖에 낼 수 없는 금기어가 되었고, 같은 맥락에서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 전술핵 도입, 킬 체인 완성과 같은 주장도 과격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우리의 외교정책의 목표가 한반도의 궁극적인 평화정착이라면, 이념에 따라 정책수단을 배제하거나 선택할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책 목표를 고려하여 가장 합리적 대안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반도의 유사상황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셈법이 다른 것은 이익과 손실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공공분쟁 사례연구”를 주제로 대한민국 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음. 학술활동으로는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
  • 안전보장을 통한 비핵화: 한계와 가능성
    저자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발간호
    2017-61
      북한의 핵능력이 날로 증대되면서 그에 대한 대응을 놓고 미·중·러가 상충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원유공급의 중단을 포함한 대북제재의 강화를 주장하며, 참수작전이나 정밀타격과 같은 군사적 조치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강화에 미온적인 것은 물론 어떠한 군사조치에도 반대하며, 오히려 군사적 공격으로부터 북한의 안전을 도모하는 안전보장을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핵능력의 “최종화”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미·중·러는 각자가 주장하고 있는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주요국의 정책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검토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우리나라는 미·중·러에 비해 국력이나 군사력이 떨어지더라도 북핵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그중 특히 중국이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안전보장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 방안에 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중국은 미국의 위협이 북한의 핵무장을 초래하였다고 보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여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 내 다수는 미국이나 한미동맹이 북한을 위협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장했다는 중국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북한의 핵무장은 북한의 속성에서 기인한 것이고, 따라서 북핵 문제의 해결은 북한의 속성이 변화되는 것을 필요로 한다.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체제변환(regime change)이 필요하다는 미국 내 일부의 주장이 이러한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실제 행태를 보면 북한의 핵무장이 외적 위협에 의한 결과이며, 안전보장을 통해서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생각을 수사(rhetoric)가 아니라 실제로도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로서, 서구 언론의 보도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2013년 12월 우크라이나에게 제공한 적극적 안전보장 공약과 최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북중 협상을 들 수 있다. 중국은 2013년 우크라이나가 핵공격을 받거나 핵공격의 위협을 받으면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적극적 안전보장’을 약속한 적이 있다. 중국은 1994년에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한 바 있는데 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핵우산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더군다나 2013년 말이면 이미 우크라이나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위기를 겪기 시작하였을 때인데, 그런 나라에 대해서 굳이 핵우산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의외의 결정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국의 핵우산 제공은 혹시 북한을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에게 핵우산 제공을 제안하기 전에 먼저 시범적 사례로 모범적인 비핵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선택하였다는 것이다. 올 초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약속하며 비밀리에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고 있다는 대만 「중앙통신」과 홍콩 「동망(東網)」의 보도는 중국이 진정으로 안전보장을 해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추측에 무게를 더한다. 중국은 그동안 6자 회담을 통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여 왔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대북제재도 그동안 효과가 없었고, 미국의 요구대로 대북제재의 강도를 더 높일 경우에는 북중관계의 손상이 뒤따를 것이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도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이 핵우산을 통하여 북한을 외부로부터의 핵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면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안전보장을 조건으로 중국이 북한과 비핵화협상을 시도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만약 안전보장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로 한다면 그러한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사태는 강대국에 의한 소극적 안전보장도 적극적 안전보장도 결국에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나 주권을 보전하는 데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공격을 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을 침해하였다. 중국은 적극적인 안전보장을 약속하였지만 러시아가 크리미아를 합병할 때 우크라이나를 보호하는 대신 방관하였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한에 주는 교훈이 있다면 안전보장은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안전보장을 대가로 북한이 비핵화를 하기 위해서는 안전보장의 공약이 유명무실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안전보장의 공약이 ‘포괄적’이고 ‘구속력’이 있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소극적 안전보장과 적극적 안전보장의 제공을 ‘약속’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실제로 그러한 공약을 ‘이행’하여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도 북한에 대해서 적극적인 안전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소극적인 안전보장은 약속하고 실제로 이행하여야 할 것이다. 즉,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에는 미·중·러가 모두 참여하고 (포괄성), 안전보장의 공약은 구속력이 있어야 (신뢰성)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보장의 약속이 각서나 선언의 형태가 아니라 법률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조약으로 명문화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 공약은 구속력과 신뢰성이 매우 높은 수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중·러가 비준하는 비핵지대조약이 좋은 방안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조약을 디자인하고, 궁극적으로 각국의 비준을 받아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매우 지난한 과제가 될 것이다. 만약 미·중·러가 포괄적이고 구속력이 있는 안전보장을 약속한다면 북한이 비핵화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북한 핵무장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냐에 달려 있다. 만약 핵무장이 북한의 주장대로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생각대로), 미국의 핵공격으로부터 북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미국까지 참여하는 포괄적이고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 약속은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북한의 핵무장 동기가 핵억지가 아니라면 아무리 완벽한 안전보장도 비핵화를 유도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서 북한이 남한과의 체제경쟁에서 뒤처지면서 북한주민의 민심이 이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관심전환적인 핵무장(diversionary proliferation)을 하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북한정권이 핵무장을 통해서 불만을 분산(diversion)시키고 결집(rally around the flag)효과를 발생시켜 정권을 유지하려고 하였다면 안전보장은 그러한 정권유지전략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중국이 기대하는 것처럼 북한정권이 안전보장에 합의하고 비핵화를 선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관심전환의 효과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고, 경제적·정치적 불만요인을 해결해 줄 수도 없다. 결집효과는 단기적인 것으로 국제제재가 초래하는 생활고에 의해서 궁극적으로 상쇄될 것이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단계에서는 시간이 북한정권을 도왔다면 앞으로는 시간이 북한정권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만약 북한정권도 이렇게 생각한다면 ‘관심전환’ 효과가 떨어지는 핵무기를 포기하고, 그 대신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려고 할 것이다. 바로 그런 시점에서 북한이 안전보장을 조건으로 비핵화를 협상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때가 금방 올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4, 5년마다 선거를 통해서 정권이 교체되고 정책이 바뀌는 민주주의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은 관심전환효과가 떨어지고 국제제재로 인한 고통이 증가해도 미동도 안 할 수도 있다. 오히려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나 생활고가 극한에 달한 사람들은 탈북을 하게 함으로써, 괜히 국내에 있으면서 정권에 반대하지 않게 하고 오히려 송금을 통해 북한경제를 돕게 할 수도 있다. 경제제재는 아직도 비핵화를 낳지 않고 있고 군사적 조치는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안전보장을 통한 비핵화전략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안으로서 중요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북한이 수용하고 미·중·러 그리고 한국이 합의할 수 있는 안전보장의 내용과 형식을 찾아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려고 하는 동기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연구실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同 대학원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UC, Berkeley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UC, Davis, University of Washington, 이화여자대학교, 제주대학교 등에서 강의. 핵전략, 안보협력, 공공외교가 주요 관심분야이며, “한국형 공공외교 모델의 모색: 정책네트워크를 활용한 맞춤형, 과학적 공공 외교”와 “핵폐기 사례연구: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의 함의와 한계” 등의 저술이 있음.
  • 베트남-한국 수교 25주년
    저자
    Nguyen Thi Thuy Hang (Diplomatic Academy of Vietnam)
    발간호
    2017-62
      베트남과 한국은 1992년 12월 22일 공식적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그 후로 양국은 무역, 투자, 교육, 기술, 문화 관광 및 민간 관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강화를 추구해왔다. 2001년 천득렁(Tran Duc Luong) 베트남 주석의 방한기간에, 베트남과 한국은 양국관계를 “21세기 포괄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2009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중에, 양국 관계는 전략동반자관계로 한 단계 더 격상되었다. 이는 베트남-한국 관계에 있어서 중대한 이정표로 여겨져 왔다. 지난 25년 동안, 베트남과 한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계에서 중대한 성과를 거두었다. 정치 관계에 있어서, 베트남과 한국은 정례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고 있다. 베트남이 1990년대 초에 공식 외교관계를 맺은 여러 나라들 중에서, 한국은 가장 먼저 베트남의 전략적 동반자가 되었다. 이와 같은 베트남-한국 간 정치 관계의 극적인 발전은, 베트남-한국 간 우정과 협력의 미래를 위해 견고한 기반을 다지려는 양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또한, 베트남-한국의 관계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양국의 도시와 지방 간의 협력 증진이다. 하노이-서울, 호치민시-부산, 하이퐁-인천, 후에-창원, 키엔장-제주도, 다낭-대구 등, 30개 이상의 시, 도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이는 베트남과 한국 국민 간 상호이해의 심화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베트남과 한국은 지역 및 국제 문제에 있어서 긴밀하고 효과적으로 협력해 왔다. 예컨대 베트남은, 한국이 2010년에 아세안(ASEAN)과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수립하고, 동아시아 정상회의(East Asia Summit),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ia-Europe Meetings), 세계무역기구(WTO) 및 유엔에서 점차 중요할 역할을 담당하도록 지원했다. 또한 베트남은 한반도에 관해 대화를 촉진하고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하는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은 2007년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여타 지역 및 국제 기구의 가입을 지원했다. 이들 기구의 회원국으로서, 베트남과 한국은 동아시아와 세계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동일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정치 관계의 강력한 성장과 함께, 양국간 경제동반자관계도 역동적 발전을 보여 왔다. 2016년에 한국은 베트남 내 투자 프로젝트 수에서 1위(전국 약 6000개)를 차지했다. 베트남과 한국의 교역 규모는 1992년 미화 5억불에서 2016년 430억불로 86배 신장하여, 한국은 베트남의 3대 무역 상대국이 되었다. 베트남의 대 한국 수출 증가는 베트남의 총수출액 증대에 도움이 되었다. 2015년 12월에 발효된 한국-베트남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2017년 이후로 18개 품목이 관세인하를 받게 되었다. 이는 궁극적으로 베트남과 한국 간 양방향 교역량을 신장시킬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년 동안 한국은 2대 공적 개발원조국가였다. 양자 무역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베트남은 한국에 대한 무역특혜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한국은 베트남 제품에 대한 시장개방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정치, 무역 관계에서의 인상적인 성과는 베트남과 한국 간 문화 및 사회적 상호 작용을 증진시켜 왔다. 베트남 국민, 특히 베트남 청소년들은, 무술, 요리, TV드라마에서 음악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편, 베트남은 해마다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2016년에는 150만명의 한국인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1994년에 체결된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과 2008년에 체결된 문화, 예술, 체육 및 관광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는, 베트남과 한국 간 문화적 이해의 증진과 베트남-한국의 우정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길을 닦아 놓았다. 지난 25년 동안, 베트남과 한국은 의심의 여지없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분야에서 양자 간 협력을 심화하고 확대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노력해왔다. 특히, 양국은 지역 및 국제 포럼에서 서로를 지원하기 위한 포괄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향후 25년동안 베트남-한국의 동반자관계에 대한 전망은 무엇인가? 분명히, 베트남과 한국은 지난 25년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분야에서 만들어진 괄목할만한 진전을 기반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 양국은 함께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다. 한국-베트남 자유무역협정 및 전략동반자관계와 같은 현재의 제도와 방법에 덧붙여, 베트남과 한국은 협력과 상호작용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낼 새로운 제도와 방법을 마련해야만 한다. 베트남과 한국이 적극적으로 지역기구에 참여함에 따라, 양국은 평화롭고 번영하는 아시아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서로를 지원할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2017년 11월, 문재인 한국대통령이 APEC정상회담 참석 차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는 한국의 APEC과의 동반자관계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베트남-한국의 우호관계를 명백히 보여줄 것이다. Nguyen Thi Thuy Ha 박사는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 University)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베트남 외교 아카데미 국제정치외교학과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아시아-태평양 안보 및 외교정책분석 분야에서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