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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지전략적 실체: 교통 운송 인프라 건설 중심으로
    저자
    김송죽 (이화여자대학교)
    발간호
    2016-42
      1. 일대일로 전략과 AIIB 제도의 공통분모: ‘교통 운송 인프라 건설’ 올해 3월 중국의 양회에서는 1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핵심 과제인 지역경제 발전에 대한 실천 방안으로 '일대일로' 전략을 추진시켰다.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는 중앙 및 서부 아시아를 통해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 벨트(일대)'와 중국, 동남아, 중동·아프리카 및 유럽을 연결하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지칭한다. 한마디로,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선상에 있는 국가들을 철도, 도로 등의 육로와 항만을 이용하여 해로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 일대일로 전략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경제적 제도인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를 설립했다. 일대일로의 목표는 과거 융성했던 유라시아의 육상 및 해상 무역로를 중국을 중심으로 재건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 인프라 개발 및 무역 활성화를 추구하며, 중앙아·동남아 등 국가 및 지역 경제협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정치경제적·사회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2049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중앙 및 서부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이 전략구상은 2049년 건국 100주년을 향한 중국의 현대판 대장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아시아의 성장 동력과 유럽의 시장 및 기술을 결합하여 하나의 유라시아경제권으로 통합하고 중국을 기점으로 약 65개국, 44억 명(세계 63%) 연결, 경제 규모 21조 달러(2경 3천조 원)로 세계 GDP의 60%, 수출의 24%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일대일로가 어떻게 구상되고 구체화되었는지를 살펴보자면, 2013년 9월 중국 시진핑 주석이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에서 ‘실크로드 경제 벨트’ 건설과 같은 해 10월, 동남아의 인도네시아에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건설과 AIIB 설립을 ASEAN 국가들과 함께 추진할 것을 제안한 것에서 비롯된다. 2015년 2월 ‘일대일로 건설공작영도소조’ 설치와 더불어 국유기업·연구기관·대학 등을 연계하는 일대일로의 정책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어 5월에는 일대일로 영도소조 조장인 장가오리(張高麗)가 6대 경제회랑(①중국-몽골-러시아 회랑, ②TCR 회랑, ③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회랑, ④중국-인도차이나 회랑, ⑤중국-파키스탄 회랑, ⑥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회랑)을 발표하였다. 또한 2015년 12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들이 가입한 가운데 57개국을 회원으로 하는 AIIB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2016년 3월 3일 개막된 양회에서 일대일로 계획을 공식적으로 추진하였다. 일대일로의 현황을 보면 육상의 일대 3개, 해상의 일로 2개로, 총 5개의 노선을 가진다. 인프라 건설은 특히 철도와 도로의 육상노선 건설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왜냐하면, 육상노선인 일대(One Belt)는 해상노선의 일로에 비해 인프라로 연결하였을 때, 지역개발 및 산업연관 파급효과와 경제적 이익이 크고, 노선상의 국가들과의 정치적 관계 또한 상대적으로 평화협력적이고 상호우호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해상노선인 일로(One Road)는 거점 항구들을 연결하는 방식인데 항만 건설, 항로 연결, 통관절차 통일 등 소프트웨어 연결 측면이 강하다. 해상교역의 독립성과 물류서비스의 효율화를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항만운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중국은 이미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그리스, 예멘, 탄자니아 등 일부 항구에 투자하여 운영권을 확보하였다. 최근 일대의 육상노선으로서 태국에 총 867km에 달하는 철도 네트워크를 건설하고 쌀 2백만 톤을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앙골라를 관통하는 철도를 최근 완료하였고, 현재는 나이로비 노선을 건설 중으로 조만간 아프리칸 드림이 실현될 수도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편 중국 내에서 일대일로에 해당하는 핵심 지역의 16개 성은 주로 서부 지역에 위치한다. 왜냐하면 동부 연안 지역보다 서부 지역은 사회경제적으로 낙후되었고, 주변국이라 불리는 14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상 실크로드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출발해 칭하이성, 산시성, 네이멍구자치구를 거쳐 지린성, 헤이룽장성까지 이어진다. 해상 실크로드는 장쑤성, 저장성, 푸젠성, 광동성, 하이난성 등 동부 연안의 5개 행정구역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AIIB는 2016년 4월 초 인프라 건설 사업들을 발주하였다. 최초 사업들은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국의 접경국 위주로 발주되었고, 이어 2016년 9월 8개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 역시 중국의 우방국이자 접경국이 선정되었다. 현재 중국은 접경국과의 교통 운송 인프라 및 일대일로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을 기점으로 하는 중국 발(發) 국제철도, 총 16개가 확충되고 있는 중이다. 동북아시아의 북한 4개, 러시아 1개, 몽골 2개의 노선,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4개, 서남아시아의 파키스탄 1개의 노선 및 동남아시아의 미얀마 1개, 라오스 1개, 베트남 2개의 노선이 이에 해당한다. 국제고속도로는 북한 5개, 러시아 3개, 몽골 1개, 카자흐스탄 2개, 타지키스탄 1개, 파키스탄 1개, 미얀마 1개, 라오스 1개, 베트남 2개이다. 국제 송유관 및 가스관은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 부국이자 접경국인 카자흐스탄, 러시아, 미얀마 3국과 개통하여 운행 중이다. 또한, 중국-파키스탄 송유관, 중국-인도-이란 송유관, 제2차 중국-카자흐스탄 송유관 건설도 추진 중이다. 2. 일대일로의 지전략적 효과와 특징 시진핑 정부(2012~2022)의 일대일로 전략과 AIIB 제도의 공통분모이자 핵심 사업은 철도, 도로, 항만 등의 인프라 건설이다. 이것을 중국이 주도하여 중앙아-동남아-아프리카 등 상대적으로 발달이 덜 된 국가에 대외원조 및 투자 방식으로 건설해 줌으로써, 개도국들의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일대일로의 핵심 사업을 교통 운송 인프라 건설로 규정하고, 관련국들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인가? 이러한 교통 운송 인프라 건설은 지전략적(geo-strategic) 의미와 효과를 지닌다. 여기서 ‘지전략’이란 지리전략적의 줄임말이다. 즉, 어떠한 전략 및 계획을 구상할 때 ‘지리적 위치와 이점’을 강조하여, 한 지점에서 점-선-면으로 확장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효과와 의미를 염두에 두고 판을 짜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지전략적인 개념은 지경학적(geo-political), 지정학적(geo-economic), 지문화적(geo-cultural) 측면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므로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선상에서 그 실체를 분석해야 한다. 교통 운송 인프라 구축 사례를 통해 일대일로의 지전략적 효과와 함의, 그 실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대일로는 단순한 교통 운송로 건설이 아닌 ‘공간지배 차원’의 전략이다. 중국은 이미 후진타오 체제(2002~2012)부터 카자흐스탄, 러시아, 미얀마 등의 접경국과 국제 송유관과 가스관을 개통하여 운행 중이고 카자흐스탄, 몽골, 북한, 러시아 등에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였다. 그러나 현(現) 시진핑 체제는 이 접경국들을 중심으로 주변국 및 유럽까지 확장하여 교통 운송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자금과 투자를 AIIB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즉, 기존에는 에너지 및 천연자원 운송을 쉽게 하기 위한 경제적 이익의 수단으로 인프라를 건설했다면, 이제는 중국이 유라시아의 교통 운송 허브가 됨으로써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간지배전략 차원’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일대일로는 인프라 구축이라는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정치외교 영향력을 강화하여 중국의 주변국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다. 다음으로 일대일로는 시진핑 체제의 획기적인 대외전략이 아니다는 점이다. 다만 21세기 초 후진타오 정부 때부터 진행되어오던 인프라 건설이 재확대 및 재조명되어, 중국의 세계관과 신(新)중화질서를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가시화한 것뿐이다. 이미 진행됐던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더욱 강화하고 구체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일대일로는 중국 국내에서 지역 간-도농 간-산업 간의 사회경제적 격차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변경지역 개발 및 지역 균형발전 전략이다. 일대일로는 중국 중서부에 대한 개방과 개발을 기반으로 한다. 2000년 초반 후진타오 정부가 추진해 온 서부대개발, 동북진흥전략 등의 변경지역개발 정책의 중점사업도 역시 사회경제적 네트워크를 활성화 시키는 데 있어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교통 운송 인프라망 구축이었다. 이것은 시진핑 정부에서도 지속적인 국가의 핵심사업으로 계속 확충 및 확장 중이다. 왜냐하면 선부론(先富論, Getting Rich First)에 입각해 눈부신 경제발전과 현대화를 이룬 동부 연안 지역과 달리, 열악한 자연환경과 노후된 산업기반시설로 사회경제적으로 낙후된 동북-서북-서남 지역은 안정적인 사회통합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중국 정부의 백년대계(百年大計) 핵심과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육상의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연결지어 앞으로 경제 자원은 주로 충칭, 청두, 시안 등의 선도도시에 더욱 빠르게 집적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일대일로는 중국의 산업구조 조정 및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의 창출을 위한 전략이다. 중속 성장이라 불리는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 시대를 맞고 있는 중국의 지속되는 디플레이션 압력의 원인은 과잉생산능력과 설비문제이다. 이 과잉생산능력은 철강, 시멘트, 건자재 등 인프라 관련 산업에서 특히 심각하다. 왜냐하면, 중국은 인프라 투자 위주로 성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하여 신흥국 및 해외에 철도, 발전소, 통신 등의 기술과 투자를 하여 중국 내의 잉여 생산력과 과잉설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약 30년간 유지해왔던 중국의 2차 산업구조를 주변의 개도국으로 이전시키고, 중국은 전면적으로 3차 서비스 산업구조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일대일로는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데 즉, 중국 내부의 경제적 문제를 외부로 전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과 신(新) 식민주의적 방식으로 자원과 시장을 확보하려는 한다는 점이다. 넷째, 일대일로는 조선족, 위구르족, 몽골족 등 소수민족의 정치사회적 안정과 통합 전략이다.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중국은 민족분열을 경계하고 ‘하나의 중국원칙’을 고수한다. 연변조선족자치구와 네이멍구자치구,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중국 소수민족들이 분포한 변경지역에는 인종, 언어, 종교적으로 그들의 뿌리가 되는 접경국인 북한, 몽골, 카자흐스탄 등이 있다. 중국 정부는 조선족과 북한을 연계하기 위해 철도, 도로, 항만을 근간으로 하는 ‘육로·항만·구역 일체화’ 건설을 이미 창지투개발, GTI(대두만강지역협력), 훈춘경제합작구, 동변도철도 복원 등으로 추진해 왔다. 마찬가지로 위구르족과 카자흐스탄을 연계하기 위하여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송유관·가스관 건설, 변경경제합작구, 수출가공구, 초국경공업구 건설 등 산업 기반시설을 확충 중이다. 이를 통해 대내적으로는 민족단결, 주권과 영토보존, 하나의 중국 원칙 등 내부통합과 체제안정을 실현하고, 대외적으로는 북한 및 한반도 그리고 카자흐스탄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내정간섭을 일으키는 잠재적 위협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 일대일로는 ‘중국의 꿈(中國夢)’이라는 수사를 통해 중화민족의 부흥과 실크로드의 역사적 의미를 복원함으로써 중국문화와 정신적 가치를 전파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이것은 일대(一帶, One Belt)가 당나라의 비단길, 일로(一路, One Road)는 명나라의 바닷길을 차용한 것에서 알 수 있는데, 과거의 화려하고 번영했던 중국의 황금시대를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즉, 시진핑 정부는 21세기 신(新)중화질서와 중국의 세계관, 문화적 가치를 보급함으로써 중국공산당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대외적으로는 국가 이미지를 높이려는 것이다. 일대일로 관련 각 지역의 에서 나타난 가장 뚜렷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지방외교 분야인데 인문유대, 국제교류 기제 마련, 비지니스·문화·관광 국제교류와 관련 핵심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였다는 점이다. 여섯째, 일대일로는 국제금융의 위상 강화와 세계경제질서의 주도권 확대 전략이다. 중국은 교통 운송 인프라 건설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은 4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 보유액과 AIIB, 실크로드 기금 등의 금융기구를 운용하면서 관련국들에 대한 위안화 금융거래를 확장할 것이다. 이 말은 곧 기축통화인 미국의 달러를 중국의 위안화로 대체하고, 금융 대국으로 부상하여 미국 주도의 IMF(국제통화기금)와 WB(세계은행), ADB(아시아개발은행) 등을 재편하겠다는 의미이다. 중국은 주요 신흥국 및 개도국에 대해 인프라 건설의 경제적인 지원을 통해서 중국 주도의 경제협력체를 확립하고 위안화의 국제화, 과도한 보유 외환의 문제 해결, 국제금융기구 재편 등으로 중국 주도의 메가 경제권을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일곱째, 일대일로는 지역 및 세계패권 경쟁에서 우위 선점과 주변 안보 전략이다. 중국은 지역적 차원에서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와 서남아시아에서 ‘인도’와 동남아 및 아태지역에서 ‘미국’과 지역 패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또한 지구적 차원에서 미국과 함께 세계의 G2인 중국은 앞으로 미국과 국제정치경제질서 재편을 두고 경쟁이 불가피하다. 교통운송 인프라 구축은 주로 영토, 민족, 테러, 종교 등 접경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중국의 접경지역을 핵심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과거 구소련의 영토였던 ~스탄이라 불리는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을 둘러싸고, 중국의 서진 정책과 러시아의 남하 정책의 경쟁은 불가피한 상태다.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서아시아의 국가들과 인도양의 해로를 놓고 인도와의 경쟁도 잠재하고 있다. 또한, 동북아-동남아는 물론 지구적 차원에서 중국의 신형대국관계와 미국의 아시아 회귀 및 재균형 정책의 대결, 대륙 세력인 팍스시니카와 해양 세력인 팍스아메리카의 대결,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중국 주도의 RECP(동아시아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AIIB의 대결 등이 예상된다. 2009년 미국이 아시아 회귀 및 재균형 전략을 추진한 이후, 중국은 지속적으로 아태 지역에 군사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군사·경제적으로 자신을 견제하면서 압박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그래서 중국 입장에서 중앙아-동남아, 중동-아프리카, 유럽의 국가에 대한 정치경제적 선점과 포섭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은 유라시아 대륙에 국제인프라를 건설함으로써 관련국과 우의를 다지면서 미국을 우회, 견제 및 고립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한국 등 미국의 우방국이 대거 참여한 일대일로 전략과 AIIB 제도는 중국의 힘을 실어주는 데 더욱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처럼 일대일로는 중국의 자원 확보, 소수민족의 안정화, 과잉설비문제 및 잉여생산능력 해소,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 창출, 지역균형발전, 중국 주도의 메가 경제권 형성, 위안화의 국제화 추진, 주변 안보, 미국 견제, 21세기 신(新)중화질서 구축, 시진핑 체제의 중국외교 변화와 중국의 세계관, 과잉된 보유 외환 문제 해결, 세계경제질서 주도 등 정치·경제·군사·안보의 전략적 연계이다. 1978년 개혁개방, 2001년 WTO 가입에 이어 사실상 ‘3차 대외개방’이라고 볼 수 있는 일대일로는 중국 중심의 경제협력 유도를 매개로 하여 경제발전, 사회통합, 주변 안보, 통치안정 등 중국의 대내외적 목표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국가대전략’인 것이다. 現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사회과학원 상임연구위원. 이화여자대학교 지역연구협동과정에서 아시아-중국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 취득. 2013년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HK연구교수 역임. 주요관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및 중국의 주변국 전략, 에너지 외교, 인프라(도로·철도·송유관 등) 건설 등임. 최근 연구로 ‘중국 국제송유관 건설의 정치경제: 중국-카자흐스탄 송유관(2006·2009) 건설을 중심으로’, ‘중국 동북지역 고속도로망 확충의 특징과 국가전략’, ‘부시정부 시기 석유자원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에 미치는 영향’, ‘중국 도시상업은행의 시장자유화로의 이행’ 등이 있음.
  • 미국 대선의 결과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저자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발간호
    2016-44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상을 깨고 트럼프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단기적으로 미국의 국내정치는 물론 국제금융시장과 국제정치에 큰 파장이 일어났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거대한 변화의 파고가 계속 몰려올 것이라는 예상이 미디어 보도의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의 대선 결과로 국제질서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적 혼란 상태에서 대미외교에 적절하게 대응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아베 총리는 기민하게 트럼프 당선자를 만났다. 그리고 그는 1987년 뉴욕타임지에 기고된 미국의 대일본 방위제공에 관한 비판적 의견에 대해 선제적으로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대안을 마련하면서,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정책과 일본의 국익을 조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했다. 미국의 대선 기간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의 차이가 어느 때보다 극단적인 것처럼 보였던 점은 클린턴 후보가 보여준 왼쪽으로 쏠리는 경향보다 트럼프 후보가 보여준 오른쪽으로의 이동이 더 현저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변화에 대한 우려는 선거운동 기간에 트럼프와 클린턴이 보여준 정책의 차별성에 기인한다. 클린턴의 주요 정책들은 당선 초기 이스라엘 보다 이집트를 먼저 방문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왔던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주로 계승하고 있고, 친동성애, 친무슬림 및 친중동정책과 이스라엘 및 기독교와 거리유지, 낙태찬성, 친세계정부주의 및 친북미연합을 중심으로 한 국제주의를 선호한다. 이에 반해서 트럼프는 반동성애, 반무슬림 및 반중동정책 및 친이스라엘과 친기독교, 낙태반대, 반세계정부 및 반북미연합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고립주의를 주요 특징으로 한다. 클린턴은 사회적 진보주의 및 대외정책에서도 자유주의 및 세계주의의 경향을 보이지만, 트럼프는 사회적 보수주의 및 대외정책에 서 고립주의의 경향을 드러낸다. 국내외 정책에 대한 트럼프와 클린턴의 대비는 선거 막바지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우세한 것으로 나오자, 수세라고 판단한 트럼프 후보가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서 우파적 노선을 좀 더 명확하게 함으로써 미국 국내여론은 물론 한국의 여론에까지 부정적 인상을 확대시켰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고 한 달이 채 안된 지금, 네오콘의 주요 인물이 인수위원회에 발탁된 점은 인수위원회가 선거 당시 주장했던 강경한 고립주의 정책을 위해 서서히 선회하는 것을 보여준다. 첫째, 군사적 고립주의에 근거한 미국의 역할 축소는 사실상 없던 일이 되었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서 그 점은 한국과 일본이 선택할 일이라며 사실상 불간섭원칙을 주장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발언은 잘못되었다가 아니라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언급한다. 즉 미국이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질서를 위해 패권국으로의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 경제정책 측면에서 고립주의의 선택으로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해외에 유지하고 있는 공장을 국내로 다시 들여올 것이라는 주장에서 보듯이, 미국의 경제민족주의는 여전히 후보 시절의 기조가 상당히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주장했던 만큼 강력하게 자유주의적 경제를 후퇴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자본권력을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으로 나누어 금융자본의 시대는 지나가고 산업자본의 시대가 도래하여 국내적으로 정치-경제 질서가 새롭게 등장할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현실 정치에 있어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적대적인 관계 혹은 정치권력이 자본권력의 이익을 침해하여 그 대가로 노동자의 이익을 보호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 나아가서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자를 위해서 산업자본 혹은 금융자본이 자본권력의 이익을 침해하는 변화를 주도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셋째, 미중 관계에 있어서 군사적 측면의 대중국 봉쇄전략인 아시아로의 회귀(Pivot of Asia)에는 큰 변화가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남중국해 문제에 대하여 당사국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미국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호기롭게 주장했지만, 군사적 확대전략이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안다면 고립주의를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경제관계의 재설정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중국에 제공하던 수출시장의 지위를 축소하고, 미국 상품의 대중국 수출의 가능성을 확대함으로써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양국 간 경제관계의 설정이 예상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취임 즉시 TPP를 철회하겠다는 주장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개선하여 미국의 이익을 확보하겠다는 점이 핵심일 것이다. 넷째, 북한 핵문제에 대한 비핵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미치광이 또는 천재라는 언급한 것은 외교정책적 고려가 없는 즉흥적인 반응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있지는 않다. 트럼프가 사업가라는 측면에서 미국이 현재 추진하는 북미 간의 민간 접촉을 보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유지해온 전략적 인내를 종식하려는 동기가 충분히 존재한다. 그리고 북한도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에서 오는 정치적 및 경제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동기가 있으므로, 비핵화를 포함하는 한반도의 고착상황이 개선될 돌파구가 기대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은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8년 전 미국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을 때, 인류는 전 세계의 획기적 전환을 기대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핵 없는 세계를 달성할 것을 전제로 미리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 지금 돌아보면 미국은 비핵화를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은 기울였지만, 현존하는 국제질서를 극적으로 전환했다고 할 만큼의 평화로운 전환은 일어나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인종차별, 성차별, 그리고 군사도발에 대한 가능성 시사와 같은 무모한 발언을 쏟아내던 트럼프 당선자도 대통령에 취임하면 미국 정치제도의 틀 안에서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정책결정을 할 것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전 세계를 불확실성으로 내몰고 있다고 하지만,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은 불안요인일 수도 있지만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은 외교안보정책 측면에서 미국의 정책 전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심력과 함께 전통적인 미국외교정책의 구심력을 파악하여 한반도 문제에서 비핵화와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전환점으로 미국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공공분쟁 사례연구”를 주제로 대한민국 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음. 학술활동으로는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
  •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한일 협력: 『한일 재생가능에너지 전문가 Workshop』을 계기로
    저자
    이수철 (일본 메이죠 대학 교수)
    발간호
    2016-34
    [편집자 註] 제주평화연구원은 일본 토요타재단과 공동으로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한일 재생가능에너지 전문가 Workshop』을 개최합니다.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제주도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바람직한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 그리고 시민의 역할에 대하여 한일 양국 전문가의 열띤 논의가 기대되며, 회의 결과는 추후 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유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작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금세기 중 지구 기온을 산업혁명 이전 온도 대비 최소한 2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파리협정을 체결하였다. 아울러 각국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2030년 자발적인 감축목표(INDC)를 발표하였는데, 한국과 일본 모두 2010년 배출량 대비 20% 전후 삭감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2030년까지의 전력계획의 경우, 한일 양국 모두 원자력과 화석에너지가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는 20% 수준에 불과하여 인류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공존이 어려운 전원구성(power generation mix)으로 되어있다. 한일 양국 모두 2030년의 전원구성에 있어서 여전히 원전과 화석에너지가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신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전력 비용을 상승시키고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일 양국 모두 신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어느 정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의 빠른 기술 진보에 따른 가격 경쟁력,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통한 지역의 에너지 자립과 고용 및 경제 활성화, 그리고 화석에너지로부터의 탈피를 통한 에너지 안보 등 신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장점들이 단지 단기적인 비용 측면만의 평가로 간과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생긴다. 현재 EU에서는 2030년에 전력의 45%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을 50%로 설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2030년에 전력의 40%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이 선진국들의 목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일 양국 모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해 있는 만큼 국제사회가 기대하고 있는 선진국의 역할을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저탄소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 정책은 무엇인지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2030년까지 ‘탄소 제로 섬’을 천명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적극 전개하고 있는 제주도에서 한국과 일본의 우수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을 위한 심도 있는 토론을 벌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최근 한일 양국이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있어 새로운 제도 전환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이 늘어나는 등 일정의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양국 모두 대규모 태양광발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소규모 지역밀착형 신재생에너지는 여전히 보급이 미미한 수준이다. 금번 회의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환경가치 외에도 지역부가가치 창출 등 지역가치를 조명하고, 소규모 신재생에너지가 비즈니스 모델로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특히 이번 한일 제주 회의의 특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담당자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시민운동가, 경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그동안 제도 전환의 성과와 과제를 각각 비교 분석하고 앞으로 지역형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는 데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를 통해 기후변화 억제에 기여하고, 지역의 고용과 경제 활성화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자원전쟁을 방지함으로써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에너지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평화연구원과 일본 토요타재단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한일의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관한 전문가 회의가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탄소 없는 섬’의 비전은 제주도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전세계적 선도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알리는 매우 의미 있는 목표이므로 반드시 달성하기를 소망한다. 다만 2030년까지라면 이제 15년 정도밖에 시간이 남아있지 않은데, 이 기간 내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책담당자들의 확고한 리더십과 흔들림 없는 정책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탄소 없는 섬’의 추진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의 상대적 가치를 높이고 관련 인프라 정비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 가격 책정(carbon-pricing), 즉 탄소세의 도입이 바람직하다. 탄소세는 중앙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나,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환경대책을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세를 도입할 수 있는 지방환경세가 활성화되어 있다. 특별자치도인 제주도에 독자적으로 탄소세 도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정비를 권하고 싶다.
  • 북핵문제의 주요 쟁점과 제언
    저자
    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발간호
    2016-38
      제4, 5차 핵실험, 무수단, 노동, 스커드, SLBM 등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 자신들의 핵능력을 연이어 밖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국 정부가 전략도발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핵능력 과시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더욱 강화된 대북제재가 전망되지만, 그럼에도 ‘과연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어떠한 답도 내놓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군사, 외교, 북한체제, 평화체제 등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파생되는 수많은 쟁점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안을 강구하는 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압박외교와 대화의 문제, △미북대화 문제와 압박외교의 지속 가능성, △중국의 입장, △핵보유국 지위, △핵무장론 등 최근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주요 쟁점들을 정리하고 그 답을 구해봄으로써, 우리에게 최대 안보위협으로 대두하고 있는 북핵문제의 중장기적 해결에 기여하고자 한다. 북핵문제의 해법과 관련하여 현재 가장 뜨겁게 제기되는 이슈는 압박외교와 대화의 선후 문제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전략도발에 대해 강력한 대북압박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 그리고 개별국가들의 양자 제재 등을 통해 김정은 정권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안보리 결의 2270호와 2321호, 미국, 일본, EU 등의 독자제재가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의 안보리 결의 위반 사례를 제시하여 중국의 홍샹그룹이 조사를 받는 등 대북압박의 수위는 점점 더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제재만으로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으므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중국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김정은의 셈법을 바꿀 수준의 대북압박은 불가능한데, 아직까지도 중국은 북한 불안정을 비핵화에 우선시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최근의 미중 간 경쟁 구도와 사드 배치와 같은 민감한 사안으로 인해 중국이 김정은 정권을 위태롭게 할 수준의 대북압박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지적한다. 그 결과 북핵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북한과의 대화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현 정부의 압박외교를 북한 붕괴의도로 보기도 하며, 지난 수 년간 보여 온 김정은 정권의 내구성을 고려할 때 성공 가능성 없는 정책으로 일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 주장에도 문제가 있는데 바로 ‘어떻게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이끌어 내는가?’이다. 북한이 원하는 핵보유국 지위 인정, 제재 해제, 평화협정, 핵군축이라는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 이상 현 단계에서 김정은 정권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결국 ‘대북압박만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가 현 정부의 접근에 대한 문제 제기라면, ‘도대체 어떤 협상을 통해 핵보유국만을 외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을 대화로 복귀시킬 수 있는가?’가 대화론자들에 대한 문제 제기다. 그러나 이러한 두 담론의 대립은 상당 부분 오해에서 비롯된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압박만으로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시각은 과장된 것이다. 비핵화 대화를 위해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압박 과정에서 김정은 체제가 견디지 못하고 불안정 상황에 처한다면 이를 해결해 내겠다는 듯한 의지도 종종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압박외교의 본질은 북한 김정은에게 체제 생존과 비핵화의 선택지를 주기 위한 것이며, 비핵화 대화를 살리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다만, 김정은 정권이 핵보유국임을 자인하고 전략도발을 감행하는 현 단계에서 대화를 먼저 제안한다면 이는 북한의 강압외교에 밀려 협상을 택하게 되는 모양새가 된다. 이 경우 대화를 하더라도 그 주된 안건은 비핵화 문제가 아닌, 핵동결을 담보로 한 제재해제나 평화체제 문제가 될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한미동맹을 통한 대북억제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이러한 대화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대화를 한다 안한다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향후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 대화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비군사제재로는 역대 최고라는 안보리 결의 2270호가 이행된 지 이제 반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5차 핵실험에 대응한 안보리 결의 2321호가 막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고립도 본격화되어 국제 금융망에서 북한을 퇴출시키려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고, 북한 인권 문제도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압박외교를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다만 정부는 ‘진정성 있는 비핵화 대화 재개’라는 압박외교의 최종목표를 더욱 분명히 제시함으로써 일각에서 나오는 대화 거부나 북한 붕괴 기도라는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 두 번째 쟁점은 미북대화와 압박외교의 지속가능성이다. 역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각에서 비롯된 논쟁인데,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할 가능성이 높기에 결국 한국만이 고립되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를 출범시키는 대통령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미국외교협회(CFR) 「북핵 보고서(Sharp Choice on North Korea)」는 미북대화 필요성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북대화 여론은 미국의 학계나 언론계에 지난 20년간 지속되어 왔던 것으로 새삼스러운 내용이 아니다. 실제로 유사한 시각에 기반을 두어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를 가졌던 적도 있다. 1990년대 말 클린턴 행정부의 페리 프로세스나 2000년대 중반 부시 행정부 당시 6자회담 운용 과정에서 이루어졌던 미북 간 대화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 노력은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지 못해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오늘날 북한의 고도화된 핵위협을 맞이하게 되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 미국 신행정부가 한미관계의 훼손을 무릅쓰고 대북압박을 포기한다거나 한국의 뜻에 반하는 북미대화를 진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먼저 신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6개월 이상 주요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되며 이 과정에서 한반도 정책을 포함한 대외정책의 기본 틀을 마련하게 된다. 굳이 마찰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동시에 안정적 한미동맹 관리를 한반도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상정하고 있는 미국의 21세기 대한반도 정책의 흐름을 고려할 때, 그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와 갈등을 빚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 의회의 강경한 대북입장도 미 행정부의 입장변화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특히 그나마 위장전술로 비핵화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던 김정일과 달리 공공연히 핵보유국 지위를 요구하고 있는 김정은과의 대화는 비핵화 체제를 지탱해 나가야 하는 미국의 입장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따라서 대화의 명분이나 실질적 내용, 시간적 제약 등을 고려할 때 대북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의 차기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선택할지 아직 예단할 수 없으나, 현 정부는 압박외교를 통해 북한을 더욱 고립시킴으로써 (차기 정부에게) 보다 유리한 전략적 환경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쟁점은 중국의 입장 변화 문제다. 현재와 같은 압박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이들은 사드 배치 문제를 다시 검토하고, 소위 ‘왕이 포뮬러’라 불리는 중국의 비핵화 대화와 평화협정 논의의 병행론도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분명 북한 불안정을 우려하고 있고. 적정수준 이상의 대북제재는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현 단계에서 중국의 입장을 반영할 경우 북한 핵문제는 그 해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봉합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평화협정 대화는 그 시작에서부터 당사자 문제가 제기될 것이고, 그 결과 수많은 공전 속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 문제가 제기되면 한국이나 미국이 이를 수용하기 더욱 어려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대화조건이다. ‘왕이 포뮬러’에 입각한 대화 재개를 시도할 경우 북한은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할 것이다. 만일 북한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대화 재개는 첫 단추도 꿰지 못할 것이며 북한의 입지만을 강화시켜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조건을 들어준다면 역설적으로 김정은 정권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대화를 할 필요가 없게 만들 것이다. 즉, 제재에 따르는 고통이 없는데 비핵화를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써는 지속적인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에게 교훈을 주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중국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압박외교의 최종목표가 진정성 있는 비핵화 대화이며, 북한 불안정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또한, 중국 설득 문제는 한국 혼자의 몫이 아니다. 한미동맹 차원에서, 또는 미국 독자적으로 중국에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만일 미국의 강력한 대북압박 의지가 정책적으로 실현된다면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이라는 수단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현재의 관점에서 중국의 대외정책 불변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시간의 흐름과 정책 전개의 연속선상에서 기회를 엿보아야 한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비핵화도 좋지만, 북한이 변해서 미국 편으로 돌아서거나 불안정이 심화되어 자신들에게 현실의 피해로 다가온다면 이는 핵을 가진 북한보다 더 못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이익과 입장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고, 이를 파고들 수 있는 전략대화가 필요하다. 네 번째 쟁점은 핵보유국 지위 문제다. 무엇보다도 핵보유국 지위라는 용어에 대한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국내적으로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아닌가 하는 여론이 일부 존재한다. 그러나 핵무기를 보유한 것과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얻는 것은 다르다. 국제사회의 운용 규칙이라 할 수 있는 국제법은 그 적용에 상대성이 존재한다. 국가로서의 정치적 실체가 존재한다 해도 이를 국가로 인정(recognition)하는 것은 다른 국가들의 자유이다. 그리고 다른 국가가 인정하지 않으면 국제관계에서 국가로 취급되지 못하는 것이 국제법이다. 핵보유도 마찬가지다. 핵무기를 백 개, 천 개를 가지고 있다 해도 불법적 핵개발 단체로 낙인찍히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핵보유국이 될 수 없다. 군사적 차원에서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억제전략을 수립하는 것 역시 상대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는 국가 내부적인 대응책일 뿐이며, 국제사회에서 공식 인정이나 묵인의 방법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과 다르다. 현재 NPT 체제에서 공식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국가는 안보리 상임이사국뿐이며, 묵인의 방법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국가는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이다. 이때 묵인이란,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은 하지 않지만 이를 불법적인 것으로 보지 않아 유엔 차원이나 개별 국가 차원에서 제재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현재 불법적인 핵개발을 하고 있는 북한이 제재를 받지 않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가 바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됨을 유의해야 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북한의 ‘불법적 핵개발’을 끊임없이 지적하고, 국제사회의 폭넓은 제재를 유지해나가야 한다. 마지막 쟁점은 핵무장론이다. 북한의 핵위협이 증강됨에 따라 국내 일각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다. 핵은 핵으로만 대항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을 주장하거나, 이러한 핵무기 개발이 어렵다는 현실적 인식 하에 미국의 전술핵 배치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핵무장론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전술핵 재배치를 미국에 요구하는 것과 이러한 한국의 요청이 무시될 경우 상황에 따라 핵무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NPT 체제 및 유엔 안보리 결의 등에 의거할 때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핵무기 개발은 불법화되어있다. 이에 따라 어느 국가라도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에는 유엔 등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경제제재는 한국과 같은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라면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이미 1970년대 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한국의 핵무기 개발 의도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는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현 단계에서 핵무기 독자개발은 어려울 것이다. 최근 미 당국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술핵 재배치의 불필요성을 지적하며, 자신들이 제공하기로 한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주한미군의 존재나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의지, 글로벌 동맹정책 및 비확산체제 운용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이 핵무기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이 이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이 공약하는 확장억제의 신뢰도는 매우 높다고 본다. 그러나 북한 위협이 더욱 고도화될 경우, 북한이 오판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이 ICBM 능력을 개발했을 때, 또는 장거리 기동이 가능한 SLBM 탑재 잠수함을 갖추었을 때 북한 스스로 ‘미국은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을 바꾸진 않을 것이다’라고 오판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입증되는 시기가 도래한다면 보다 강도 높은 억제수단의 강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순간이 도래한다면 전술핵 재배치는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정책적 옵션이 될 수 있고, 만일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나아가 우리의 뜻과 다른 협상이 진행된다면 -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 비상적 대안으로 독자적 핵무장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서 핵무장론을 바라볼 때 당장 필요한 정책이라고 할 수 없으나,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아닌 학계나 정치권에서 관련 논의를 발전시키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아져 가고 있다. 이러한 북핵문제의 해법은 결국 대화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비핵화 대화이어야 한다. 김정은 정권을 실질적으로 압박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대화 재개는 비핵화라는 소기의 목표를 이루어 내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의 압박외교를 더욱더 강도 높게 전개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이해하고 가능한 한 임기 내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현 정부 임기 내에 성과를 내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 임기 내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해도 다음 정부에게 북핵 문제 해결에 보다 유리한 전략적 기반을 물려주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면 다음 정부는 그 시기의 시대적 소명을 바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된다. 동시에 압박외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북 압박 노력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대화를 위한 것임을 강조해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결연한 의지와 함께 ‘대화 거부’가 아닌 ‘실질적 비핵화 대화’라는 명분을 확보함으로써 중국을 설득하고 국제여론을 지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주장을 거부해야 한다. 강력한 압박외교가 성과를 거두어 진정성 있는 비핵화 대화의 장이 머지않은 시기에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現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충남대학교 사법학과 졸업 후 서울대 법대 대학원, 그리고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국제관계에서의 무력사용’을 주제로 국제법 박사학위를 취득함.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 외교부 정책기획관 등을 역임하였으며, 국방부와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음. 현재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임.
  • 북한 핵과 미사일이 야기한 한반도 안보 환경 변화와 한·중 관계: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과 중국
    저자
    김진호 (단국대학교 교수)
    발간호
    2016-35
      근현대 미·중 협력관계는 1937년 시작된 중국의 항일전쟁 과정에서 국민당과 공산당이 1941년 하와이 피습으로 참전한 미국과 함께 일본을 향한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형성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1945년 중국에서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이 발생하였고, 국민당의 미국과의 협력 및 (구)소련의 중국 공산당에 대한 지원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두 개의 이념적 대립 세력을 중국과 동북아에 형성시켰다. 1949년 타이완과 부속 도서로 패주한 국민당 장제스 국민당 정부와 1949년 10월 1일 건국된 공산당의 사회주의 국가의 대립, 중국과 인접한 동남아국가들의 사회주의 국가화와 분단된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중국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동아시아의 냉전 대립지역이었다. 현재 국력이 신장한 중국과 기존 강대국인 미국 그리고 러시아와 일본은 이 지역에서 각자 동맹과 협력을 통해 영향력을 강화하는 경쟁을 지속하고 있는데, 한반도의 남북한도 그 위기의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1950년부터 1953년까지의 한국전쟁은 바로 사회주의 진영인 북한의 적화통일이라는 목표 하에서 진행된 북한·중국·소련 세력과 한국·미국과 UN 연합군의 전쟁으로써 이는 진영 간 무력충돌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중국은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구호로 사회주의 국가를 도우면서 이념과 체제경쟁에서 승리해 자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하여 참전한 것으로 포장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가설립 후 1년 24일 만에 북경정부의 국내정치 안정과 영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참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참전한 인민지원군의 상당수가 항일전쟁과 국공내전에 참가한 군인들이며, 이들 중 상당수가 중국에 남아있던 국민당 군인이었다는 점, 그리고 포로가 된 많은 이들이 타이완(중화민국 국민당 정부)으로 향했던 것을 보면, 중국은 영토를 포함한 국내 정치안정을 위한 목적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부 학자는 마오쩌둥이 국제공산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참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하지만, 마오쩌둥의 정치와 군사에 대한 전략을 보면 군사는 정치를 위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마오쩌둥은 정치안정과 통일된 중국의 영토 안전에 더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1910년 일본의 한반도 강점은 당시 제국주의 국가들의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이권대립과 이익분할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 당시 조국을 상실한 한국인들은 당시 국제환경과 지정학적 이유로 중국을 포함한 구미의 해외 동포사회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추진했다. 그리고 독립운동 과정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은 한국 애국지사들의 노력과 희생의 대가 및 중국에서 국민당 혹은 공산당과의 협력을 통해 항일투쟁을 통한 독립운동의 대열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중국군 지도자들의 요람이었던 황포(黃浦)군관학교 소속의 일부 한국인들은 국민당과 같이 중국 지방 토호세력을 토벌하기 위한 북벌(北伐) 및 미얀마에서 일본군을 제압하기 위한 원정군(遠征軍)대열에 참가했다. 또한, 일부 군인들은 공산당의 광주(廣州)봉기뿐만 아니라 홍군(紅軍)과 같이 항일전선에도 가담했다. 즉, 한국인들은 해외에서 독립이라는 염원 앞에 이념을 뛰어넘는 항일전쟁에 가담했던 것이다. 대한민국 수립 후, 한국 정부는 항일전선의 동맹이자 미국의 우방이었던 중화민국(現 타이완)과 수교를 맺어 여러 분야에서 각별한 협력을 유지해 왔다. 당시 냉전 시기의 동아시아는 시장경제의 자본주의체제와 공산주의체제의 사회주의 진영이 이념과 국가체제를 기반으로 적대적 관계를 유지했으며, 같은 진영 내 협력과 동맹 및 군사력 증강을 통해 적대세력에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즉, 국가 간 대립에서 각국은 국가 기본요소인 국토(영토), 주권, 국민을 보존하기 위한 주권과 안보를 절대 우위로 보고, 군사력을 포함한 국가안보에 모든 수단을 마련해 오면서 경제발전을 추진했다. 중국은 항일전쟁 시기 한국 독립운동의 협력대상에서 남북한이 대치되는 냉전기에는 북한에게는 한국전쟁에서의 혈맹의 관계로, 한국에 우방인 미국·일본·타이완의 공동의 적으로 존재했었다. 이런 이유로 1992년 한중수교 후 한·중관계는 근원적 정치·안보적 모순은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경제·문화적 교류에 힘쓰며 북한에 대한 서로의 정치적 견해 차이를 줄이지 못했다. 현대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과거 5,000년 동안의 한·중관계로 회복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양국관계의 긍정적 개선에도 아직 많은 걸림돌이 있다. 그러나 “물이 고이면 수로가 생긴다(水到渠成)”고 하듯이 양국의 꾸준한 교류와 노력은 지정학적으로 협력의 기회를 증대시킬 것이기에 한·중 양국은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상호존중의 정신으로 양국의 관계를 유지·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에 북한 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의 해결은 양국의 목전의 문제이며, 국제정치관계의 틀에서 지역 안보환경을 고려하는 거시적 사고에서 양국 간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1978년부터 사회주의 중국이 추진한 개혁·개방정책과 시장경제제도는 중국경제의 발전과 국력신장에 큰 밑받침이 되었다. 그러나 일인독재체제인 북한은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는데 국내정치와 사회 환경의 문제로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북한 지도자는 선군정치 실천과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한 국내정치적 안정을 도모하며,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협상력 강화에 주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세습과 독재라는 북한 정권의 한계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던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못한 것은 중국의 대북 억제력의 한계일 수는 있지만, 남북한과 동시에 수교한 상태에서 북한이 개혁·개방을 추진하게 하여 중국과 상호의존관계를 강화하려는 정책 아래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상론에 집착한 점이 오히려 그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중국의 새 지도부는 국내정치 환경조성에 더 신경을 쓰며, 이를 미국과 신형대국관계 구성이라는 구도 속에 중국인들을 단합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는 인접한 여러 나라와의 1:1 우호 및 안보관계 형성에 실패하여 북핵문제를 포함한 중국과 인접 국가 간 모순을 드러내었다. 결국, 중국의 대북한 정책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제재할 기회를 상실했고, 한반도 사드 배치라는 이중의 고충을 떠안게 된 것이다. 중국의 대북한 억제력의 불투명함과 과도한 중화민족주의 정책은 바로 한국과 미국 등 핵 개발을 반대하는 국가들과 중국위협론을 주장하는 국가들이 중국책임론을 거론하며 중국의 부상을 걱정하는 이유가 된 것이다. 중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기본정책은 수립하였지만, 아직 그 실제적 전략과 추진방법에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보인다. 사실 역으로 중국에 있어 북한에 대한 전략과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정책의 관계는 중국이 내색하기 싫은 자신들의 정치적 모순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중국의 전략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즉, 중국 정부의 불만의 대상은 첫째가 경쟁국인 미국일 것이고, 둘째는 그동안 많은 공을 들였다고 생각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 셋째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주지 않는 않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것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중국의 꿈을 이뤄 중화민족 부흥을 실현하겠다는 정책에 호응하던 인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데, 지금의 동아시아 상황은 중국 정부를 더욱 힘들게 하는 상황이라 중국정부가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이 더 강한 중화민족주의를 고수하며 국내정치 환경을 고려한 국제정치 행위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서 강대국 간 그리고 이해 상관국가 간의 이해와 협력은 동아시아 안보환경에 매우 중요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은 반봉건주의, 반제국주의, 반식민주의의 기치 하에 사회주의국가를 건설하였다. 이는 중국이 구시대 봉건사상을 반대하고 제국주의의 침략에 반대하며, 다시는 (반)식민지가 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중국 인민들을 통치하기 위한 중국 공산당 국가건설의 정치이념이다. 이러한 정치이념이 반영되고 있는 중국 국내정치 환경은 동북아에서 외부세력이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묵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론에 근거하여 중국은 북한을 완충지대로 보며 외부세력이 중국 영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는 반접근 전략을 구사함과 동시에, 시진핑 정부시대부터 영토와 영해 그리고 영공에 대한 주권을 강화하는 태평양을 향한 강대국의 길을 준비하며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14억 중국 인민들은 이러한 정치사상으로 직간접적으로 교육되고 있는데, 이는 중국에게는 큰 힘일 수 있지만 세계평화와 지역안보에는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근거해 보면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제를 못하고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공산당의 국내외적 정치판단에 따라 중국의 핵심전략이익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정부의 현실정치 인식과 역사 인식은 맥락을 같이하는 부분이 많은데, 중국 지도부는 역사인식은 현실정치에 반영되기 때문에 중국 역대왕조의 전성기 영향력을 자손들이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중국인들이 역사적 흐름으로 현실정치를 분석하는 역사 중심의 정치철학관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합의점을 찾은 것은 항일전쟁의 반식민주의 투쟁의 한중공조라는 역사적 사실이 현실정치에서 상반된 현상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 행태에 어긋나는 것으로, 바로 중국 정부가 역사를 현실정치에 활용하는 전략에서는 벗어난 국제정치현상이다. 또한, 중국 지도부의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입장은 항미원조라는 이름으로 제국주의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중국 자체의 한국전쟁에 대한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이는 강대국과 그 동맹국이 발전하는 중국에 대한 새로운 도전으로 중국 공산당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미·중 관계에서 중국 지도부는 미국의 동아시아 재균형전략으로 빚어지는 갈등의 하나로 한반도 사드 문제를 보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북핵과 미사일에 대항한 안보적 조치로 보는 사드 문제와 상반된 입장으로 한국과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근본적 전략적 이해의 차이를 드러낸다. 최근 G20 회의를 전후하여 박근혜 대통령과 러시아·중국·미국·일본의 정상들의 4강 외교가 진행되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서로 문제에 대한 인식이 다른 상태에서 적어도 어느 정도 기본적 이해방안을 제시하여 국가 간 관계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좋은 예방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한·중 관계에서의 역사적 모순과 현실 정치 상황의 대치는 서로 간의 충분한 이해를 통해 최악의 관계로 가는 것은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처럼 한·중 관계가 악화된 일은 한중수교 24년 동안 없었고, 내년은 한중수교 25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한·중 관계는 국제체제 아래 지역안보와 협력이라는 입장에서 긍정적인 협력이 더 필요해 졌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일에는 마가 많이 낀다(好事多魔)”는 말이 있듯이, 한중수교 25년에는 더 큰 양국관계의 발전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양국 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의 교류는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은 안보를 기초로 하되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의견 교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중국도 한국의 입장을 고려한 한반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서로간의 신뢰를 쌓기 위한 전략대화는 꾸준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어렵게 형성된 양국 국민들의 신뢰의 우정은 손상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現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단국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소장. 북경대 국제관계학원에서 동북아 국제관계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대만 정치대학 국제관계연구중심 방문연구원, 중국 요동대학 조선반도연구소 객원교수 등 역임.
  • '조건부 사드 배치론', 중·러가 받아들일까?
    저자
    곽태환 (前 통일연구원장)
    발간호
    2016-36
      올 9월 초 열린 러·중·미·일 4강과의 연쇄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는 오로지 북핵과 미사일 위협 때문이며, 북핵 위협이 사라진다면 사드를 철수할 수 있다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의 전략적 구상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9월 1일 러시아 국영 통신사 ‘로시야 시보드냐(Rossiya Segodnya)’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문제의 본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므로, 북한의 핵 위협이 제거되면 자연스럽게 사드 배치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드 배치가 러시아와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확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사드가 제3국을 목표로 할 이유도 없고, 실익도 없으며, 그렇게 할 어떠한 의도나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구상은 ‘조건부 사드 배치론’ 혹은 ‘북핵위협제거 조건부 사드 철수론’ 등으로 달리 표현되었다. 필자는 박 대통령의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북한의 비핵화-사드 배치 철회 연계론’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즉,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려면 핵무기 폐기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어야 하는데,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과연 그러한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받아 드릴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이러한 박 대통령의 구상이 미국과 합의한 사안인지 궁금하지만, 케리 미 국무 장관이 같은 견해를 가진 것을 고려하면 한·미가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중국과 러시아가 박 대통령의 구상에 공감한다면 사드 배치논란은 국내외적으로 일단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9월 3일 제4차 한·러 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은 북한 핵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러나 양국은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원칙적인 입장만 밝히고 ‘조건부 사드 배치론’에 관련해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려면 북한에 단호하고 일치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는 박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우리는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단호히 반대하며 북한이 국제사회와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결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푸틴 대통령은 “그렇지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 정부를 자극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놓인 상황을 협상의 길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 북한 정부를 설득해 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평양의 자칭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는 지난 3월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중 정상 회담에 이어 5개월 만이며, 7월 8일 한반도 사드 배치 공식 발표 이후 첫 만남이었다. 9월 5일 개최된 이번 제8차 한·중 정상회담은 46분간 진행되었고, 이 회담에서 사드 배치 사안에 대한 양국의 기존 태도가 재확인되었다. 박 대통령은 ‘조건부 사드 배치론’과 ‘한·미·중 3자대화론’ 제안에 관하여 상호 의견을 나눴으나, 시진핑 주석의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반대가 워낙 강경하여 박 대통령의 구상이 설 자리가 없었다. 그리고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직설적으로 “사드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지역의 전략 안정에 이롭지 않고, 각국 사이의 모순을 격화시킬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3대 정책 원칙을 재강조 하였다. 시 주석은 '구동존이(求同存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통점을 먼저 찾는 것) 노력'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한·중 관계가 구동존이를 넘어 구동화이(求同化異, 같은 점을 찾고 다른 점은 없앰)를 지향하여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드 배치사안은 한·중 간 뜨거운 감자(hot potato)임을 실감케 한다. 만약 사드의 실전 배치가 실현된다면 중국이 어떤 보복 행동을 보여줄지 그리고 우리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등 국민의 삶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독(毒)이 될 것에 몹시 불안하고 우려스럽다. 이번 9월 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사드 체계 등을 포함한 연합 방위력 증강 및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전략을 통해 대북 억제력을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결의를 나타내었고, 한국은 남한의 핵 보유 주창자들을 잠재울 수 있게 되었다. 즉, 미국의 핵우산 제공 공약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하지 않아도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을 억지하게 된다. 그러면 구태여 사드를 배치할 필요성이 있는가? 그래도 미국이 사드 배치를 고집하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한·러 및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논의된 박 대통령의 ‘조건부 사드 배치론’은 중국과 러시아가 받아 드릴 수 없는 제안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는 북한체제의 붕괴를 원하지 않은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핵을 폐기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라고 설득할 수 있는 카드와 역할이 한계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좋은 예이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조건부 사드 배치론’은 현실성이 없어 이젠 이 구상은 루비콘 강을 건너간 듯하다. 그러나 사드 배치 사안 해결을 위해 박 대통령이 제안한 ‘한·미·중 3자 대화론’의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다자대화 틀의 구상은 전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자간 대화구상에 ‘조건부 사드 배치론’의 당사자인 북한이 빠져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방안은 한·미·중 3자 대화에 북한을 포함하여 한·미·중·북 4자 회담 틀(framework)을 재고하여,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성 있는 다자대화 틀을 정부가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필자의 통일뉴스 칼럼1)에서 제안한 것처럼 박근혜 정부의 사드 딜레마에서 해방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중단과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초기 조치와 맞교환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유보론 혹은 연기론”을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제8차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지적한 것처럼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 논의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장기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제재와 압박정책은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대화와 협상, 그리고 대북압박을 동시에 추진하는 트랙 Ⅱ 병행전략이 한반도 문제 해법의 지름길임을 조속히 박근혜 정부가 인식하길 기대해 본다. _______ 1) 곽태환, “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란, 어떻게 풀어야 하나?”,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7613, 통일뉴스(2016.8.2.) 現 한반도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美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학위 취득(1969). 美 이스턴 켄터키대 국제정치학 교수(1969-1999),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1995-1999) 및 통일연구원 원장(1999-2000)을 역임함. 美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os Angeles) 회장으로 재직 중임. 총 31권의 저서 출간, 미주 중앙일보와 통일뉴스의 칼럼니스트 활동 및 주요 일간신문에 시론을 기고.
  • 사드 문제와 북중관계
    저자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
    발간호
    2016-37
      국내에서의 북중관계에 대한 이해는 다소 혼란스럽지만, 크게 구분하면 혈맹관계(순망치한)론, 전통적 선린우호관계(중국의 공식적 표현)론, 전략적 협력관계론, 정상적 국가관계(최근 중국 정부가 강조)론 등을 들 수 있다. 혈맹관계(순망치한)론은 북중 간의 특수한 유대와 지정학적 중요성이 탈 냉전시기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사고이다. 전통적 선린우호관계론은 중국이 1990년대 중반부터 북중관계를 지칭할 때 새롭게 사용한 개념이다. 단, 여기서 ‘전통적’이란 표현은 북한에 대한 특수 표현이라기보다는 과거 사회주의 우방국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알바니아, 베트남 등에도 사용하고 있다. 전략적 협력관계론은 북중은 서로 신뢰하지 않지만 동북아에서 유지되고 있는 냉전적 구도 속에서 결국 전략적으로 협력한다는 주장이다. 정상국가론은 국가 이익에 따라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후진타오 시기에 제기되었으나, 시진핑 시기에 들어 이러한 입장은 크게 강조되고 있다. 물론 북한은 이러한 중국의 태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상적으로 관찰을 해보면, 이 모든 주장은 나름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이미 2006~7년경부터 중국 내 대북정책의 분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주장했다. 전통적 지정학파, 발전도상국론파, 신흥 강대국파의 분화가 그것이고, 이 내용은 중국에 대한 자아 정체성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북한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전통적 지정학파는 혈맹관계(순망치한)론, 전통적 선린우호관계(중국의 공식적 표현)론에 가깝고, 발전도상국론파는 전략적 협력관계론, 신흥 강대국파는 정상적 국가관계론에 가깝다. 후일 2009년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은 이를 전통파와 전략파로 분류하여 설명하였다. 시진핑 시기부터 중국의 대북 인식은 더욱 분화하였다.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 2016년 6월까지 북한 관련 중국 내 논문과 글 90여 편을 분석한 바, 북한 지지론, 현상유지론, 제한적인 북한 제재론, 적극적인 북한 제제론, 북한 포기론, 정치 현실주의론(핵보유 묵인론 포함)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일대일로 구상과 같이 경제 중심의 국가 대전략을 중시하는 그룹 내 내재되어 있는 한반도 방기(관리 위주)론적인 입장을 포함할 수 있다. 분석 내용을 보면 현상유지론이 34편으로 빈도수가 가장 높았고, 제한적인 제재론 30편, 적극적인 제재론 15편, 북한 포기론 7편에 이어 북한 지지론은 단 2편에 불과했다. 비록 시진핑 시기 북한 관련 글을 보면 현상유지론이 가장 높은 빈도수를 차지했지만, 북한에 비호의적인 입장이 다수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북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인식 분화는 중국의 정책에도 잘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의 외교 사안 중 한반도 특히 북한 문제만큼 내부적으로 논쟁이 많고 분화가 큰 사안도 없다는 것이 필자가 들은 전언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이후 매우 과감한 대외정책의 조정을 단행하였다. 즉, 중국을 발전도상국이라는 자아정체성에서 탈피하여 세계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발전도상국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일대일로 구상”이라는 국가 대전략을 최초로 제시하였고, 미국에 대해 새로운 강대국관계의 제안, 친성혜용(親誠惠容)의 원칙에 기반한 주변국과의 관계 강화, 운명 공동체론 등을 제시하였다. 기존 전통파들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한반도 정책이라는 국가이익에 기반을 둔 정상국가 외교를 과감히 제시하였다. 이는 친한 정책과 다름이 없었다. 중국은 공식 발표에서 한반도 정책의 3원칙 중 “비핵화”를 “안정과 평화” 보다 우선으로 하였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은 기존의 틀을 과감히 무너뜨리면서 북한과의 영수회담 대신 한국 대통령과 회동하고,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였고, 북한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억제하도록 압박하였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과감한 대한반도 정책의 조정이었다. 이러한 시진핑 주석의 과감한 친한 정책은 반향이 뒤따랐다. 중국 내에서 “한중 동맹론”이 한 때 유행하였고, 중국 군부 내에서 한국 중심의 통일을 상정한 보고서가 작성되는가 하면, 공공연하게 북한 포기론이나 한국 중심의 통일론을 지지하는 목소리들이 중국 매체에 공포되었다. 2015년 한국은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였고, 서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9월 북경에서 개최된 2차 대전 전승 70주년 기념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여 한중관계는 그 절정에 이르렀었다. 하지만 2015년 말 전후 중국 내에서 한반도 정책에 대한 중요한 재조정이 단행되었다. 그것은 한일의 접근과 남북관계의 개선 가능성 및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정책의 강화에 따른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좀 더 균형적인 남북한 정책을 채택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즉, 그동안 한중 밀월관계에도 불구하고 한중은 상호 간의 신뢰를 증진하는 데 한계를 지녔다는 점이 드러났고, 한중 간 상호불신은 점증하고 있었다. 이러한 한중 간의 불신은 2016년 1월 6일, 북한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국은 북핵실험에 대해 소극적인 대처를 하는 중국에 곧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시진핑 주석이 수차례 반대를 표명해 온 사드의 한국 배치를 들어 중국을 압박하였다. 중국은 이를 중국에 대한 압박을 노골화하기 시작한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에 한국이 본격적으로 편승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반면, 한국 측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본질은 변한 것이 없고, 중국은 역시 북한 편이라는 인식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냉정히 회고하면 이러한 양측의 인식은 상호 간의 편견과 무지의 결과였다. 한국의 입장에서 한미동맹은 중국과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 중국을 겨냥한 지역동맹으로 전환한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사드 문제의 제기는 한미동맹의 약화 우려와 북한의 위협에 대한 긴박감에 대한 대응의 측면이 강하였다. 한편, 중국의 대응은 사드 문제로 인해 북중 동맹의 강화에 대한 많은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북중 동맹을 강화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세계 강국의 꿈을 꾸는 중국으로서 동북아를 신냉전 상황으로 진전시키는 것은 국가이익에 반한다는 생각이 분명하였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과 핵 개발에 명백하게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북핵실험과 사드 국면에서 드러난 것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식 대결 구도가 아니라, 한미일과 중러 그리고 북한의 3각 구도였다. 북한 역시 제7차 당대회 이후 연쇄 미사일 발사 실험과 9월 9일, 제5차 핵실험을 통해 독자적인 외교안보 노선을 추진할 것을 명백히 밝혔다. 북한은 사드 국면을 이용해 중러와 협력하여 한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더 이상 중국이나 러시아의 보호와 협력에 의존하기보다 독자적인 핵 능력을 완성해 스스로 주도하는 전략게임을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향후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와 상관없이 핵 실전 배치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미국이나 중국이 모두 의미 있는 대북 제재나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북한 나름의 판단과 자신감을 배경으로 하는 듯하다. 미국은 대선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력이 없으며, 더구나 중국과의 무력 충돌이 가능한 시나리오는 원하지 않는 듯하다. 그리고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한 지나친 관여와 갈등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식한다. 즉, 미국과의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사드 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 경쟁에 북핵 문제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드 문제로 인하여 한중 간의 불신은 더욱 강화되었다. 중국은 이러한 한중 상황을 북한의 도발로 야기된 손실이라 인식하지만, 한국이 주장하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은 수용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중국에게 북핵 문제와 사드는 등가가 아니며, 북핵은 본질적으로 북미, 그리고 남북 간의 문제이다. 그리고 중국에게 더 우려스런 점은 북한의 핵 개발이 아니라 미국의 대중국 견제전략의 강화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과 의지는 불확실하다. 이번 G20 정상회의 기간에 개최된 제8차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재차 사드 문제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관련된 것이며, 중국의 핵심이익과 연관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즉, 한국이 미중 경쟁에 개입하여 패가 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은 대한반도 정책에 있어 깊은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지만, 북한의 도발과 핵무장에 반대하고 제재 정책을 취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 정권을 붕괴시켜 감내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을 일으키기 보다는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여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어 한다. 동시에 한국과의 관계 유지와 협력 확대를 희망하면서도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중국의 이러한 희망은 남북한 양측에 모두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시진핑 시기 소수파였던 전통파나 현상유지파의 입장을 더욱 강화해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이 추구하는 강국으로서의 외교정책 방침은 한국이 만약 중국을 견제하는 지역동맹에 가담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는 북한 카드의 활용도 분명 포함될 것이며, 이는 북한의 핵무장 완성 이후 도발을 억제한다는 전제 아래 북한군의 현대화를 돕고, 북한 경제건설을 지원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은 한반도 정책 관련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대응 리스트를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현재 진행형이고, 한국에 사드가 아직 배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행동은 일단 자제하면서 기존의 등가 대응(Tit-for-Tat) 전략을 일단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 개발과 관련한 부품의 조달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통제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중국은 조만간 미국과의 전략경쟁 강화, 북한 제5차 핵실험, 한국의 사드 도입과 관련하여 조성된 새로운 안보형세에 대한 점검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한반도 정책의 조성을 위한 내부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북 압박을 더 강화할지 아니면 좀 더 과감한 유화정책으로 돌아설지를 검토할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보다는 한국 변수가 존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정책은 다소 신중함을 유지할 것 같다. 북중관계 역시 미묘한 긴장과 갈등 속에서 서로 밀고 당기는 게임은 당분간 계속 진행될 것이다. 미중 간의 구조적인 변수가 아무리 중요하다 할지라도 한국의 외교적 선택에 따라 중국의 대북 정책을 포함한 대한반도 정책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스스로의 지혜와 명민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現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서울대 외교학과 학사 및 석사, 美 미시간 대학(University of Michigan)에서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 국립외교원 및 성신여대 교수를 역임.
  • 러시아는 한국의 창조외교를 위한 전략적 동반자
    저자
    고상두 (연세대학교 교수)
    발간호
    2016-39
      러시아는 항상 강대국 외교를 추구한다. 러시아의 영토는 미국과 중국을 거의 합친 크기이다. 광대한 영토에 자연자원이 풍부하며, 특히 세계경제 발전에 필수적인 석유와 가스의 글로벌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며, 약 4,500개의 핵탄두를 실전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러시아 정부와 국민은 러시아가 강대국 외교를 취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방국가들은 국제무대에서 러시아를 무시한다. 미국과 유럽의 군사동맹인 NATO는 동유럽 확대를 거듭하여 러시아 국경까지 밀고 들어갔다. 유럽의 전쟁사를 보면 러시아는 영토와 인구 면에서 가장 큰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늘 서유럽 국가로부터 침략을 당하였다. 특히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침략은 러시아인들에게 전쟁 트라우마를 남겼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러시아인들은 '강해야 생존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체득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싫든 좋든 운명적으로 러시아는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는 안보인식을 갖게 되었고, 강대국 외교를 통해 국제질서의 형성에 늘 능동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제재로 유럽지역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은 러시아가 아태지역에서 모색하고 있는 새로운 방향각이다. 그리하여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한국이 동진하는 러시아의 강대국 의지와 역량을 외교적으로 활용할 방안은 무엇인가? 러시아 외교의 최우선 목표는 다극적 국제질서의 형성이다. 러시아는 국제문제의 다자적 해결에 관심이 많고, 특히 자신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동북아 지역에서 다자외교적 관여를 통해 역할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과 러시아가 정책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접점은 다자협력체의 형성이다. 외교 전략에는 경쟁외교와 창조외교라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경쟁외교가 이미 형성된 게임규칙 하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라면, 창조외교는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일이다. 즉 창조외교란 새로운 이익의 창출을 가능케 해주는 규범형성의 외교이다. 그동안 한국은 국제레짐이나 국제기구를 주도적으로 만드는 창조적 외교에 소홀하였고, 주어진 게임규칙에 충실히 따르며 상대적 이익획득을 위한 외교경쟁에 힘을 쏟았다. 물론 외교사에 남는 역사적인 국제다자회의는 대부분 강대국에 의해 주도되었다. 하지만 헬싱키프로세스, 교토협약, 반둥회의 등과 같이 중견국도 국제규범을 창출하는 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 사례가 있다. 그동안 한국은 많은 다자대화 메커니즘을 만들었지만, 이것을 국제레짐 그리고 더 나아가 국제기구로 격상시키는 제도화 수순에 밟는 데는 미흡함을 보였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자적 협력환경이 필요한데, 동북아 지역 다자화에서 러시아가 우리의 적극적 동반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북한의 핵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종래의 방식으로 북한 핵을 막는 것이 어렵게 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창의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그것은 지역 차원의 다자적 해결방안이다. 최근 북한 핵에 대한 양자적 수준의 대응이 오히려 한중 및 한러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의 대북정책이 주변국가들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처럼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적극적인 노력이 역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동북아지역에는 양자적 경쟁관계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주변국들이 서로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북핵 해결을 위한 조치가 자국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반발하게 되는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 핵실험을 항상 비판하여 왔으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지지하였다. 이처럼 러시아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원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로 한국과의 접경협력이 가능하게 되면, 철도, 가스관, 송전선 연결 등 그동안 양국정상 간의 합의에만 그쳤던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연결망 사업이 줄줄이 성사될 수 있기 때문에 남북통일의 최대 수혜국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한반도의 통일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북한에 대한 제재가 핵개발 포기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체제의 급작스런 붕괴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북제재의 효과성은 제재의 강도, 지속성 그리고 국제사회의 동참이라는 3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첫째, 금년 6월에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는 지난 20년 동안 유엔안보리가 통과시킨 모든 종류의 제재안 중에서 가장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최근 추가 핵실험 이후 더욱 강화된 제재안이 논의되고 있다. 둘째, 과거 대북제재는 제대로 실행되기도 전에 제재와 함께 대화 및 협상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국내외 목소리에 의해 반년을 넘기지 못하고 늘 유야무야되었다. 셋째, 그동안 대북 결의안의 실행은 개별 국가의 자발적 이행에 의해 이루어져왔다. 그 결과 유엔 전체 회원국 중에서 평균 39개국이 대북제재 이행보고서를 제출해왔다. 그런데 대북제재를 실행하는 데에는 서방국가들도 중요하지만, 북한으로부터 값싼 무기와 광물자원을 수입하고, 대형 우상화 작품을 구매하는 제3세계 국가들이 다수 참여해야 북한의 통치자금줄과 북한 선박의 해로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제3세계 국가와 친밀한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역할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은 유엔 결의안의 이행여부를 강력히 모니터링할 수 있는 동북아 지역협력체의 형성에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국제수준별로 세분화할 경우, 지역수준의 압력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왜냐하면 모든 국가는 주변국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태도 또한 주변국의 시각과 입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동북아의 평화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유용성이 커지고 있다. 이 구상은 우리의 오랜 세일즈를 통해 한국외교의 브랜드로 인정받았다. 따라서 이제 국제레짐으로 구현될 수 있는 성숙한 시점이 되었다. 다만 최근의 사태발전에 대응하여 그동안 연성안보에 초점을 맞추었던 접근법에서 경성안보로의 의제전환은 필요하다. 그리하여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이행을 점검하는 실천적 지역협력체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6자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방안을 도출하려는 안보대화의 형태에 불과하였다면, 동북아평화협력체는 구속력을 갖춘 지역레짐으로서 중국과 러시아가 이미 유엔안보리에서 합의한 결의안을 실행에 옮기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6자회담 보다 훨씬 신속하고 실천력이 있는 다자협력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한반도비핵화 지역레짐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다자협력에 가장 관심이 많고, 6자회담의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의장을 맡고 있는 러시아와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고, 이것은 한러 간에 약속한 전략적 동반자관계가 실질적으로 가동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現 연세대학교 지역학협동과정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 한국슬라브학회 회장, 연세-SERI EU CENTRE 소장, 유럽정치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
  •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논쟁에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점
    저자
    신창훈 (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발간호
    2016-40
             1. 들어가는 말 2. 국제사회의 북핵위기에 대한 인식의 변화 3. 원자력추진잠수함과 핵비확산조약(NPT) 체제 및 안전조치 4. 캐나다, 브라질, 인도가 가져다주는 교훈 5. 우리의 주변국 6. 맺음말 1. 들어가는 말 5차 핵실험에 이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을 포함한 각종 미사일 도발 등 북한의 지칠 줄 모르는 전략적 도발로 인하여 미국 정부는 물론 워싱턴의 비확산 커뮤니티는 연일 분주하게 북한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몇 년 전 일본의 한 전직 군 장성은 어떤 회의에서 농담이지만 국제사회가 계속해서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레드라인을 후퇴시키다 보니 이제는 그 후퇴된 레드라인이 쌓여 북한에 레드카펫이 되었다고 냉소적인 경고를 한 적이 있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지나칠 만큼 관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UN 외교가는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를 위해 국제사회의 공조를 요청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이 너무나도 자주 발생하다 보니 제재가 뒷북을 치며 따라가는 형상이 되어가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UN의 대북제재 전문가패널(panel of experts)1)이 그동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효율성에 대해 평가하면서 북한의 핵을 저지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상당기간 개발을 지연시키는 데 기여하였다고 주장했지만 이러한 긍정적 평가마저 의미가 없게 되어 버렸다. 제재가 정말 북한의 행위를 수정하여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게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아무리 압박해도 한쪽은 포기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으니 사후적 처벌의 성격에만 머무는 것 아니냐는 탄식이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래도 사후적 처벌이라는 성격도 억제력을 지니고 있으니 좀 더 기다려보자는 자기만족적 항변도 나오고 있다. 논란이 분분하더라도 여전히 현시점은 제재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여 단점을 보완하고,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폴 브래큰은 “제2차 핵시대”2)라는 저서에서 그동안 미국과 국제사회가 한물간 상호확증파괴(MAD)에 기초를 두고 있는 전통적 억지(deterrence)의 관점에서 북핵을 최소 억지력에 불과하다고 폄하해 왔다는 뼈저린 반성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북핵문제를 “이웃집 거실에서 자살하기” 정도로 비유하고 있다. 물론 북한을 미쳐서가 아니라 아주 교활하고 이성적으로 자살소동을 하고 있다고 보는 점, 제2차 핵시대는 미소의 양극체제가 아니라 보다 지역화 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동아시아, 남아시아, 중동이 특히 위험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다극화 현상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분석과는 분명 차별화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유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 이웃집이 바로 우리라면 우리 거실에서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자살 소동을 벌이고 있는 북한을 바라보며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살하러 왔기 때문에 우리는 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나 국방분야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면서 일본과의 군사적 협력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뢰가 생명인 동맹과 협력을 강조하면서 정치권에서 봇물 터지듯 나오는 핵무장론과 핵잠수함 도입문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지난 10월 18일 당정협의회 직후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공식적으로 비핵화의 의지를 강조했다. 정부가 모순에 빠진 것이 아니라면 정부의 이번 발언은 원자력추진 잠수함의 도입이 핵확산과는 무관하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일까? 이 글의 목적은 우리가 현시점에서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논의해보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미국의 동의가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보유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핵비확산 문제로부터는 법적 기술적으로 자유로운 영역에 있다고 보는 것 같아 과연 이러한 단편적 시각이 앞으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보고자 한다. 결국, 이 글은 정치적 선택과 의지가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도입으로 모이는 경우에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2. 국제사회의 북핵위기에 대한 인식의 변화 국제사회는 NPT(핵비확산조약)3) 제9조 3항 후문4)에 기초하여 회원국을 합법적인 핵보유국과 핵非보유국으로 분류해 놓았다. 이에 따라 합법적 핵보유국은 우연히도 UN 체제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5개국으로 제한되어 있다. 조약에 의해 법적 지위가 결정되다 보니 조약은 당사국만을 구속한다는 법적 성격으로 인해 처음부터 NPT에 참가하지 않은 국가를 구속하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법적 공백을 이용하여 핵을 보유할 수 있게 된 국가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있다. 이들은 흔히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이라 불리고 있다. NPT의 관점에서 보면 용인할 수 없지만 엄격한 법해석론에 의하면 이들의 탄생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NPT 체제의 규범성은 내부적으로는 1993년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 인도, 파키스탄의 경우는 NPT 체제 밖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북한은 최초로 NPT 체제 안에서 NPT 자체를 정면으로 도전한 사례였기 때문에 NPT의 향후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물론 절차적으로는 북한이 NPT 제10조 1항5)이라는 탈퇴조항을 원용하면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북한을 규범적 측면에서 NPT 체제 내에 완전하게 붙잡아 두기에는 곤란한 측면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퇴 전 분명히 북한이 NPT의 정신과 개별 조문을 위반한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중요한 도전 직후 NPT 회원국들이 취한 조치는 안타깝게도 북한에 집중되지 못했다. 관심은 또 다른 형태의 도전 즉 이란의 도전으로 인해 분산되어 버렸다. 이란이 핵무기보유국으로 가는 것은 지정학적 측면이나 지리적 인접성 측면에서 서방세계에는 더 큰 위기로 인식되었다. 이란의 도전이 북한과 달랐던 점은 북한처럼 공개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핵실험을 감행한 것이 아니라 NPT 체제 내에 머물면서 은밀히 핵무기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소위 헷징(hedging) 전략을 취했다는 점이다.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그 사고에 대한 대처와 함께 사후 예방조치도 논의되지만 때에 따라서는 사고처리보다 사후예방조치에 더 큰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발생하기도 한다. 북핵문제를 두고 국제사회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북한의 NPT 탈퇴선언 후 2년 뒤에 1995년 NPT 제8조 3항에 기초한 NPT 검토회의(Review Conference)6)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 당연히 NPT 탈퇴를 선언하며 NPT를 정면으로 도전하는 북한에 대해 비난은 거세었지만 이러한 북한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논의하기보다는 앞으로 북한과 같이 NPT를 탈퇴하는 국가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 혹시라도 이란이 북한처럼 탈퇴할 것인지의 문제를 더 우려하고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즉, 북한은 탈퇴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이란은 어떻게 해서라도 탈퇴를 막을 것인지가 더 큰 관심거리가 되어버리는 이상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 역시 북핵위기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인식수준이 북핵위기를 점점 더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 보여줄 수 있는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법규범의 이해와 관점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NPT 조약을 공개적이며 지속적으로 위반하면서 불편하다고 떠나버리는 체제도전이 더 나쁜가 NPT 체제에 머물면서 다른 당사국을 속이며 위반하는 도전이 더 나쁜가에 대해 NPT 회원국은 근본적으로 고민해 보지 못했다. 나아가 양자 중 어떤 경우가 향후 NPT 체제와 규범력에 더 큰 악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해보지 못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NPT 위반이라고 계속 항의해 왔지만 결국은 NPT라는 규범적 관점에서 비핵화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지정학적 국제정치학적 이익의 관점 정책의 우선순위라는 관점에서 비핵화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된 셈이다. 이런 모순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노력은 결실을 이루어 이란 핵문제는 다행히도 2015년 7월 14일 이란과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및 독일과의 합의로 타결되었다. 국내외에서 타결의 의의에 대해 여러 분석이 존재하지만 북핵문제에 가져다주는 의의와 관련해서 몇 가지 언급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결과론적이지만 성과가 규범도전에 대한 해악의 상대적 비교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사례에서의 성과는 NPT의 가치와 효용성을 상대적으로 높여주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이란 핵합의는 이란이 그래도 끝까지 NPT 체제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국제사회와의 대화가 가능했고 그 결과 합의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핵무기 개발로 신뢰가 깨어져 있는 상황에서 기술적 검증만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끈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끈을 끊지 않고 NPT 체제에 머물고 있음으로써 모든 신뢰가 소진되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셋째, 다소 공격적으로 평가해 보면 이란 핵합의는 북한에 이중적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로 돌아와 NPT와 IAEA로 복귀하면 이란과 같은 사탕을 얻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란과 대조적으로 NPT를 지속적으로 도전할 경우에는 철저한 응징을 가하여 다른 국가가 NPT 체제를 떠날 수 없도록 억제력이 통하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NPT의 규범성이 여러 방면에서 도전받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비확산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NPT 외에 다른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법정책적인 관점에서는 NPT 규범력의 제고를 위해 이란과 북한의 사례는 대조적인 선례로 만들 필요가 있다. 만약 대조적인 선례로 만들지 못한다면 NPT 체제 내에서 향후에 혹시라도 도전하고 싶은 국가가 있다면 이란과 북한 방식이라는 선택지가 여전히 유효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북한이 지금이라도 NPT로 돌아온다면 받아들여야 NPT의 가치가 진정으로 더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 대가를 치르지 않고 돌아올 수 있다면 그만큼 NPT의 규범력은 감소하는 셈이 되므로 이런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규범적 관점에서는 어떤 방식이라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그렇다면 과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핵위기에 대해 기존의 관용적 태도를 버리고 엄격한 규범적 잣대를 들이댈 만큼 인식이 전환되었을까? 아직은 그 정도로 인식이 전환되었다고 볼 수 없다.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관용이 점점 고갈되어가고 있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미국 대선이 지나고 나서 냉정하게 분석해 보아야 할 문제라 생각된다. 다만 표면적으로나마 미국을 비롯한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동류국가(like-minded States)들이 이제 북핵문제와 관련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높여가면서 핵무기 프로그램의 불가역적 포기라는 북한의 자발적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제대로 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 역시 행동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급박하게 진행되어 가는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이 매우 중요한데 비확산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오해받고 있는 원자력추진잠수함의 개발이나 도입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시기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북핵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또 다른 비핵확산에 대한 도전행위는 관심을 분산시킬 우려가 있기에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3. 원자력추진잠수함과 핵비확산조약(NPT)체제 및 안전조치 작년 새로운 한미원자력협력협정이 체결되기 전 필자는 미국의 비확산론자들을 만날 때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본 적이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회담인 6자회담의 구성원을 생각해보면 때로는 우리나라가 여러모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6자회담을 열심히 준비해 회담장에 가면 북한을 상대로 5개국이 같은 목표로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하는데 우리와 미국, 일본이 한편에 서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편에 서서 대화를 하고 있으니 때로는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매우 의심스러웠다. 우리는 1991년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통해 핵연료주기를 모두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북한과 함께했다. 그런데 북한은 이를 위반하여 후행주기는 물론 선행주기까지 갖추게 되었음에도 우리는 끝까지 비핵화선언을 존중해 왔다. 6자회담 당사자 중 미국, 러시아, 중국은 합법적 핵보유국이어서 당연하겠지만 일본 역시 핵연료주기를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러나 유독 한국만이 모범적으로 비확산의 가치를 준수하였음에도 평화적 이용에서도 핵연료주기를 전혀 가지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고 있다. 왜 우리만 이렇게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가?” 너무나도 의도가 뻔했던 터라 답변이 쉽게 예측되었지만 놀랍게도 반응은 개인에 따라 매우 다양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남북한을 비교해보라,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는 길로 갔기 때문에 저렇게 되었고,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했기 때문에 경제적 번영을 이루지 않았느냐? 핵연료주기를 갖추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원전기술도 보유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쏘아붙였다. 필자 역시 철저한 비확산 신봉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만은 마치 핵무장론자로 취급받는 기분이었다. 물론 좀 더 친절한 비확산론자는 필자의 의도를 간파하고 특히 선행주기인 우라늄 농축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기술보유 유무와 경제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면서 비확산의 장점을 설득하려는 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자들로부터 받은 공통된 인상은 필자의 질문에서 농축시설을 핵무기로 전용하겠다는 언급이 전혀 없었음에도 선행주기인 농축시설 보유 자체를 핵무기 보유의 길로 가는 것으로 당연시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잣대는 동맹국인 우리마저 불신할 정도로 엄격했다. 이 점에서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도입이 가지는 함의를 보다 신중히 평가해 볼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미국 비확산론자들의 논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 NPT 체제 속에서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문제부터 살펴보자. 소위 해군의 원자력추진프로그램(naval nuclear propulsion program)은 1970년대부터 많은 논의가 있었던 문제이다. 다수의 견해는 NPT의 법적 공백(loophole)7)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미 국제사회는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문제가 NPT 체제의 정신을 훼손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NPT 탄생 직후부터 오랫동안 우려해 왔다. 법적 공백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NPT 체제보다 먼저 출범한 IAEA(국제원자력기구) 협약8)과 NPT의 관련 조문 간의 상호 불일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IAEA 협약 제3조 A항 5호는 “기구에 의하여 또는 그 요청에 의하여 또는 기구의 감독 또는 통제 하에서 제공된 특수핵분열성물질과 기타 물질, 역무, 설비, 시설 및 정보가 군사적 목적을 조장하는 방법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조치를 확립하고 관리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군사적 목적을 조장하는 방법으로 사용되지 않도록(not used in such a way as to further any military purpose)” 안전조치를 확립하기 위한 권한을 IAEA에 부여하였다. 즉 이러한 문구의 해석에 의하면 잠수함의 동력으로 원자력을 사용하는 것은 군사적 목적(military purpose)에 해당하므로 사용되는 핵물질은 안전조치의 대상에서 면제될 수 없다. 이에 반해 NPT는 제3조 1항에서 “핵무기 비보유 조약당사국은 원자력을, 평화적 이용으로부터 핵무기 또는 기타의 핵폭발장치로, 전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본 조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이행의 검증을 위한 전속적 목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규정 및 동기구의 안전조치제도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와 교섭하여 체결할 합의사항에 열거된 안전조치를 수락하기로 약속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안전조치의 대상을 군사적 목적으로 규율하지 않고 핵무기 또는 기타 핵폭발장치로의 전용만으로 제한함으로써 단순한 잠수함 동력에 사용하는 것은 안전조치 면제대상에 두게 되었다. 이러한 불일치와 관련해 비확산론자들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두 가지 구체적 사례가 논의된 바 있다. 그 하나는 민간건설현장 등에서 핵폭발장치를 사용하는 경우이며, 다른 하나는 원자력추진잠수함과 같은 원자력이라는 동력을 군함에 사용하는 경우였다. 전자는 핵실험금지협약의 채택으로 법적 간극이 메워져 가고 있다. 그러나 후자는 IAEA가 안전조치협정의 모델협정을 마련하면서 오히려 양보하게 되었다. 즉 IAEA안전조치협정을 담고 있는 IAEA INFCIRC/1539)은 제14항에서 비평화적이용에 사용되는 핵물질에 대한 안전조치의 비적용(Non-Aplication of Safeguards to Nuclear Materials to Be Used in Non-Peaceful Use)을 규정함으로써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동력으로 사용되는 핵물질의 안전조치 면제의 길을 터주고 있다. 민간건설현장에서 핵폭발장치의 사용이 금지된 것이 규범적으로는 핵실험금지협약의 채택이라 평가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민간건설현장에서 핵폭발의 사용이 심각한 방사능 사건을 초래함으로써 안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기존 폭발물의 효율성을 기술적으로 혁신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핵폭발물 사용의 경제적 이점이 소멸된 영향이라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잠수함의 영역에서는 아직도 다른 동력이 원자력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규범의 창출을 통한 규제와 통제가 아니고서는 기술적, 경제적으로 민간 건설현장에서의 핵폭발물처럼 사라져버리기에는 요원해 보인다. IAEA 협약이 원자력의 군사적 목적으로의 이용을 안전조치의 대상으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NPT 체제에 와서 단순히 핵무기를 포함한 핵폭발장치로의 전용으로만 제한되었고 그 이후 IAEA가 원자력추진잠수함에 원자력을 동력으로 사용할 경우 그 지정된 핵물질에 대한 안전조치를 면제해 주는 것으로 양보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혹자는 NPT 협상에서부터 핵물질의 군사적 이용이 전혀 불가능한 핵非보유국의 심리적 불평등감을 해소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즉, 잠수함의 동력으로 사용하는 핵물질의 경우 안전조치 대상에서 면제해줘서 핵非보유국도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보유할 수는 길을 터줌으로써 불평등조약이라는 심리적 저항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원자력추진잠수함을 군부독재 시기부터 보유하고 싶어 했던 브라질의 정책에 동조하는 친브라질계 학자들에 의해 많이 원용되고 있을 뿐 비확산론자들이 이러한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확산론자들 중에서는 비록 핵보유국은 NPT 제3조에 의해 강제적으로 IAEA와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할 의무는 없지만, 자발적으로 체결해 오고 있는데 혹시라도 장래에 군사적 목적에 사용하는 핵물질이 안전조치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진다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분명히 면제의 대상으로 해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핵보유국의 원죄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비록 IAEA INFCIRC/153이 제14항에서 면제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엄격한 조건을 부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핵非보유국이라도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보유할 경우 동력으로 사용되는 핵물질이 안전조치로부터 면제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지만 이러한 면제를 위해서는 부가된 조건을 충족해야 할 의무도 함께 부가하고 있다. 물론 그 의무가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부가된 조건으로는 우선 핵非보유국으로서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는 회원국은 IAEA에 그 활동을 보고해야 하고, 사용되는 핵물질이 안전조치의 대상에서 면제받는 기간과 상황에 대해 IAEA와 약정을 체결해야 하며, 이러한 약정은 IAEA의 합의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있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당해 핵물질이 사용되고 있는 군사활동의 기밀을 보고할 필요가 없으며 IAEA로부터 어떤 허가를 구하는 것도 아니므로 잠수함 활동이 위축될 정도로 근본적으로 IAEA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되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안전조치의 면제대상은 원자력추진잠수함에 사용된다고 지정한 핵물질 그 자체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 확대해석하여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보유하면 이 잠수함에 대한 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우라늄농축공장을 건설하여 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권리가 보유국에 부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브라질의 원자력추진잠수함 개발을 지지하는 학자들마저도 농축권리의 발생을 주장할 경우 NPT 정신을 위반하는 것으로 NPT 체제 자체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NPT와 IAEA 회원국이면서 안전조치협정과 INFCIRC/153 제14항 상의 약정이라는 루트를 통해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보유를 현실화하여 특히 미국의 비확산론자들이 표현하고 있는 법적 공백을 테스트한 나라는 한 번도 없었다. 즉 이에 대한 선례가 아직 존재하고 있지 않다. 여기에서 많은 비확산론자들은 이러한 루트를 가고자 하는 나라는 당연히 상당한 어려움과 감시의 눈초리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경고를 이용하여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도입을 생각하고 있는 국가들의 학자의 경우 국제적인 관심이 이렇게 크기 때문에 비확산론자들이 우려하는 핵물질의 핵무기 전용이라는 사건은 오히려 발생하기 어렵고, 연료로 사용되는 것에 불과한 소량의 핵물질을 얻고자 엄청난 비용을 소모하는 비합리적이고 우회적인 선택을 할 어리석은 국가는 없을 것이며 직접적으로 핵물질을 생산하여 핵보유국의 길로 가는 길이 보다 쉬운 길이라면서 원자력추진잠수함에 대한 비확산론자의 우려는 과장되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가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보유10)하더라도 국제법상 아무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섣부른 결단을 내리기 전에 입력대비 출력을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가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보유하고자 하는 것이 일반 국민에게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상징적인 측면에서라면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나아가 우리가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보유한다고 하여 우리에게 잠수함에 사용될 핵물질을 우리가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권한이 발생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정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아야 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만약 미국이나 영국, 러시아로부터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도입하는 선택을 하게 되면, 이들 국가는 잠수함에 무기급농축우라늄 내지 고농축우라늄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핵확산의 우려와 의심은 계속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다.11) 설사 잠수함 자체는 우리가 자체기술로 건조하더라도 연료는 수입할 수밖에 없는데 핵무기 보유로 갈 국가라고 의심을 받게 되면 잠수함은 있어도 연료를 공급받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설사 확산성이 낮은 저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잠수함을 개발하거나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핵무장론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연료를 공급하려는 국가는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4. 캐나다, 브라질, 인도가 가져다주는 교훈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에 관한 논란은 이미 풍부한 사례가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한두 건이 더 있지만 3건의 사례만을 소개할 뿐인데 풍부하다는 표현이 다소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3건이 공교롭게도 핵확산과 관련한 가능한 시나리오를 대부분 제시해 주고 있다. 3건의 사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논의를 군축의 관점으로 넓힌다면 국제사회에 세 가지 측면에서 큰 우려를 가져다주고 있다. 첫째, 핵비확산과는 무관하게 원자력추진잠수함은 그 자체로서 재래식군사력의 균형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무기체제의 확산문제와 연동되어 있다. 원자력추진잠수함은 장거리 군사력투사(power projection), 수개월 동안 잠수할 수 있는 장시간의 작전수행능력 등 우월한 능력으로 인해 기울어진 전력의 균형을 쉽게 회복할 수 있는 무기체제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보유로 군사적 균형을 다시 신속하게 회복하기에는 매우 유혹적인 옵션임에 틀림이 없다. 더구나 일반인에게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주기에도 상징적인 요소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도입은 군비경쟁을 필연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어 주변국의 저항이 너무나도 거셀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의 논의에서 핵확산성에 대한 불식을 종식시키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잠수함 자체가 가지는 비대칭성과 군비경쟁의 우려도 존재한다는 측면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둘째, 원자력추진잠수함에 사용되는 연료가 안전조치로부터 면제된다 하더라도 주변국이 한국의 핵무기 보유 의도를 부각시키기에 좋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기술적으로 무기급 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면 최악의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보유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운용할 수 없는 가능성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는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주변국은 물론 국내 내부에서 환경론자들의 반발이라는 거센 파고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셋째,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위기 때마다 터져나오는 핵무장론이 동조현상을 일으킨다면 농축공장의 보유를 정당화하는 논의가 생겨나기 시작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의 비확산 의지는 더욱더 의심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위험적 요소에 대한 인식을 기초로 그동안 원자력추진잠수함을 추진해 왔던 국가 중 캐나다, 브라질, 인도의 사례를 살펴보면 국제비확산 커뮤니티가 이들 국가를 통해 원자력추진잠수함과 핵확산의 관계와 관련해 무엇을 어떻게 학습해 왔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캐나다는 1987년 기존의 독일식 디젤 잠수함을 주력으로 하던 체제에서 10~12척의 핵잠수함을 추가하는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비확산론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캐나다 사례는 NPT 회원국으로서 모범적 핵비확산국가의 경우에도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되어 버렸다. 냉전시대에 발생하였지만, 캐나다는 특히 극지방의 영토수호와 억지 태세 강화를 명분으로 이러한 발표를 하였다. 그러나 더 놀라운 점은 핵보유국이 핵보유구국으로 핵확산의 우려 때문에 아무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영국과 프랑스가 공급계약에 경쟁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즉 핵보유국으로부터 핵非보유국으로의 수출이 성사될 뻔하였으며 그랬더라면 시장이 형성되므로 시장 인센티브가 존재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되어 핵확산의 측면으로 확대하지 않더라도 원자력추진잠수함 자체가 확산되는 위기에 놓이게 되었을 것이고, 결국 모범국 비모범국 구분 없이 시장논리에 의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에 의해 강하게 제기되어 캐나다는 자발적으로 포기하기에 이른다. 영국과 프랑스의 참여가 원자력추진잠수함의 시장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준 사례가 되었지만, 구소련의 붕괴가 있자 비확산론자 사이에서는 러시아도 이러한 인센티브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팽배해졌다. 당시 캐나다는 핵비확산체제에서 오랫동안 대표적 모범국이었기 때문에 잠수함에 사용될 핵물질을 무기로 전용할 것이라고 아무도 의심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도 매우 강한 심리적 저항이 미국의 비확산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작동했다는 점이다. 즉 캐나다가 모범국으로서 모든 국제규범을 준수하면서 원자력추진잠수함을 운영하더라도 NPT 상 핵非보유국가로서 지정된 핵물질이 안전조치로부터 면제되는 선례가 성립된다면 다른 국가가 선례에 기초하여 신규 진입하게 되고 우선은 규범을 잘 지키다가 한순간에 돌변해 버리면 모든 비확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우려가 설득력 있게 설파된 것이다. 다소 극단적인 비확산론자의 경우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도입은 “석탄광산의 카나리아”12)로 비유하면서 핵보유국으로 가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해 절대로 핵무기로의 전용이 불가능하며 더구나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국가가 고비용을 들여 소량의 핵물질을 얻는 비경제적이고 어리석은 방법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주장은 전혀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캐나다와 대조적으로 브라질의 경우는 초기 추진단계와 최근 추진단계로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기단계는 브라질이 군부 집권 시에 추진한 핵무기보유추진단계라 할 수 있다. 즉 브라질은 1970년대 후반부터 가스 원심분리기를 통한 우라늄 농축기술과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보유를 추진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의심을 받았다. 물론 1980년대와 90년대 정권이 교체되면서 핵무기 보유의 길은 포기되었지만 원자력추진잠수함 프로그램은 계속 유지되었다. 이러한 전력으로 브라질은 1998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NPT에 가입하게 되었다. NPT 역사상 쿠바가 2002년에 가입함으로써 끝에서 두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브라질의 경우 NPT 체제 안과 밖에서 모두 원자력추진잠수함을 추진한 국가라는 명성을 달게 해주었다. 또한, NPT의 가입은 브라질의 원자력잠수함추진단계를 구분하는 시기적 기준이 되고 있다. 결국, 브라질의 경우 원자력추진잠수함은 NPT 제3조가 지니고 있는 태생적 법적 공백(loophole)을 여전히 테스트하고 있는 유일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법적 공백을 테스트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브라질의 최근 추진은 프랑스와의 합작투자(joint venture)의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기술의 확산이라는 측면이 부담되었는지 핵연료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브라질 단독에 의한 자체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원래 브라질은 독일의 잠수함 기술을 채택하고 있었지만 원자력추진잠수함 계획으로 프랑스와 합작하는 선택을 하였다. 이는 방위산업시장에서 잠수함을 놓고 독일과 프랑스 간에 미묘한 경쟁구도가 형성되어 있음을 간파할 수 있는 대목이다. 브라질이 프랑스의 합작을 통해 캐나다와 달리 핵비확산에 있어서 비모범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비확산론자의 비난을 극복해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데에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브라질은 NPT 회원국이 되기 전에 이미 안전벨트가 마련되어 있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1991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원자력에너지를 오로지 평화적으로만 이용하겠다는 소위 과달라하라협약을 서명하면서 ABACC(브라질-아르헨티나 핵물질 통제기구)라는 통제기구를 설치하였다. 이후 브라질-아르헨티나-통제기구(ABACC)와 IAEA는 안전조치에 관한 다자협정이라는 소위 4자 간 협정을 체결하여 양국의 모든 원자력 활동에 대해 IAEA의 독자적인 검증권한을 제공하였고, 이는 NPT 가입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다. 브라질의 이러한 사례는 조금씩 과거의 불명예를 극복해 가는 방향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아무리 모범국이라도 선례를 형성하는 것에 대한 저항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외견상 우리 역시 브라질을 모델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과의 근본적 차이점은 브라질은 우라늄농축공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료의 자체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고 우리는 농축기술 자체가 없어 연료를 외부로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외 의존성 요소가 더 존재하고 있다. 세 번째 사례인 인도는 우선 NPT 비회원국이라는 점에서 특색을 지니고 있다. 인도는 NPT 체제 밖에서 핵무장을 이미 하였으며, 전략화의 일환으로서 원자력추진잠수함 개발에도 성공하여 현재 2척의 원자력추진잠수함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의 추진전략에서 흥미로운 점은 우선 구소련으로부터 임대하는 방식으로부터 시작했다는 점이다. 1988년에 찰리급 잠수함을 임대하여 3년 뒤에 반환하였고, 2012년에는 아쿨라급 러시아잠수함을 임대하였다. 물론 구소련이나 러시아가 인도에게 모든 기술을 이전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인도는 임대를 통한 자체기술의 개발이라는 루트를 선택하였다. 이러한 인도의 행동은 파키스탄과 중국의 협력이라는 새로운 양상을 유도함으로써 군비경쟁을 일으킨 측면이 있다고 비판받고 있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주변국이 늘어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어떤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데, 설상가상 인도의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으로 중국이 파키스탄의 핵잠수함 기술개발에 은밀히 원조하여 균형을 맞추려고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편적으로 생각할 경우 우리가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도입할 경우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파키스탄에 적용했던 방식을 취할 수도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주고 있다. 이러한 세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도입을 캐나다와 같이 즉흥적으로 시도할 경우 동맹국과 동류국가로부터 쓸데없는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심리적 저항이 거세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연일 북한의 핵을 비도덕적이라며 비난하는 상황에서 확산과 군축관점에서 우려가 높은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도입논의가 북핵을 비난하는 도덕적 우월성과 정당성을 상실케 할 수도 있다. 둘째, 우리 사회에서 많은 공감을 가지고 있는 핵무장론을 극복하지 않는 이상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논의는 동조현상으로 인해 의심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이는 핵무장론과 원자력추진잠수함의 관계만을 놓고 보더라도 상호 이득이 될 수 없다는 추론을 얻게 해준다. 즉 원자력추진잠수함을 가지려면 국제사회의 의심을 없애기 위해 핵무장론을 희생시켜야 하는데 핵무장론을 진정으로 지지한다면 실질적인 핵무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비록 관련이 있다 하더라도 비경제적이고 간접적인 원자력추진잠수함을 주장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셋째, 우리는 현재 핵연료와 관련해 어떠한 주기도 갖추고 있지 않다. 우라늄농축공장이 없는 사정에서 덜컹 잠수함부터 만들어봤자 연료가 공급되지 않아 운영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수출 또한 쉽지 않다. 시장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다는 점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 캐나다 사례에서 밝혀졌지만, 시장에 대한 예측은 쉽게 속단할 수 없다. 미국의 비확산론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몰츠 등을 위시해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CTR)와 같은 원자력추진잠수함 기술통제체제를 공급국 사이에 갖추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13) 즉 원자력추진잠수함은 다른 방위산업 물품에 비해 수출통제가 언제든지 강하게 발동될 수 있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산업경제적 관점에서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5. 우리의 주변국 우리의 주변국을 보면 환경이 더욱더 척박함을 인식할 수 있다. 우리의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보유를 선뜻 찬성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 국가가 없어 보인다. 북핵에 대한 합리적 대처라고 한다면 한 국가라도 찬성해 줄 듯하나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먼저 미국의 경우 97%의 무기급 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핵확산의 우려 때문에 어느 국가에게도 미국의 기술을 이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4차례에 걸친 핵안보정상회의 중 특히 마지막 회의였던 지난 2016년 3월 워싱턴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NTI를 위시한 워싱턴의 비확산커뮤니티는 미국 해군의 원자력추진프로그램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여러 제안을 한 바 있다.14) 그러한 제안 중 핵심은 바로 핵안보에 있어서도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는 미 해군 원자력추진프로그램에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HEU)을 저농축우라늄(LEU)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다시 말해 미국의 경우 비확산론자는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문제점으로 핵확산 가능성에 더하여 핵안보 취약성의 논의를 덧붙여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을 살펴볼 때 미국의 경우 우리에게 원자력추진잠수함과 관련해 저농축우라늄을 연료로 하는 잠수함으로 완전히 전환될 때까지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더구나 한국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동맹국이므로 필요하면 미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 투입을 요청하면 될 것이지 한국이 왜 독자적으로 이를 보유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곤란해 할 것이다. 결국, 과도한 잠수함 논의는 동맹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비확산 커뮤니티의 특성상 개인적으로는 브라질, 인도의 사례를 들면서 한국도 굳이 원한다면 어떤 규범의 위반은 아니므로 그럴 수도 있다고 덕담을 해줄 수도 있으며 탐색의 방편으로 프랑스나 영국과 접촉해 보라고 조언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예측이 곤란하다. 러시아의 경우 경제적 인센티브에 따라 움직일 수도 있다. 기술이전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인도처럼 임대의 형식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어쩌면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소원케 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냉전과 지정학의 부활이 도래하고 있는 시점에서 인도 사례에서 볼 수 있는 인도-러시아 대 파키스탄-중국의 합종연횡이 동북아에서 일어나기는 희박해 보인다. 중국은 그 누구보다도 우리를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다. 사드논쟁에서 중국의 입장은 명확히 드러났다. 원자력추진잠수함은 사드와는 달리 방어용이라는 항변이 매우 곤란한 전략자산이다. 오히려 인도-파키스탄 사례에서처럼 한반도에서 군사적 균형을 취하기 위해 중국이 북한을 조력하는 것을 정당화시켜주는 방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저항도 우려의 대상이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의 태도이다. 일본은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비확산론자들 사이에서 일본은 비확산 노력에서 엄청난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역시 수없이 노력해왔지만, 신뢰도가 일본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담당 실무가들이 이미 미국과의 새로운 원자력협력협정의 협상과정에서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폴 브래큰은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러시아나 중국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위험한(?) 전망을 하기도 했다.15) 재미있는 견해이지만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예 계산에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은 분명히 파악된다. 물론 데이빗 산토로(David Santoro)와 같은 철저한 비확산론자는 한국과 일본이 NPT를 위반하고 핵보유의 길로 갈 경우 미국은 이들과 동맹관계를 깰 것이라고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지만,16) 일본에 대해서는 폴 브래큰과 같이 다른 생각을 하는 것도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6. 맺음말 캐나다와는 달리 브라질 인도는 오랫동안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보유를 추진해 옴으로써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아왔다. 물론 우리 역시 갑작스러운 논의가 아니지만은 왜 이러한 논의가 특히 시기적으로 문제인지를 외국의 사례와 비확산론자의 경향을 통해 살펴보았다. 논쟁 자체가 비전문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아 다행스러운 측면도 존재한다. 자체 개발을 할 것인지, 임대할 것인지, 수입할 것인지, 연료로는 고농축우라늄(HEU)을 사용할 것인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할 것인지, 연료는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만으로도 엄청난 시간과 고민이 필요한데도 피상적인 문제에서 겉돌고 있다는 점은 더더욱 반가운 사실이다. 물론 이런 논의가 정치권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판단이 서질 않는다. 엄청난 예산이 소모되는 것이므로 단순히 군사전략적 가치만을 홍보하기보다는 그 영향과 파급효과도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해 주어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사안은 정치적 의지와 결단이 없이는 곤란하다는 주장도 경청해 보아야 한다. 안보정책은 항상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기에 대안 없는 비판만큼 비생산적이고 무의미한 것은 없다. 더구나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핵무장론과 핵잠수함 논쟁은 북핵문제가 현실적 위기가 된 상황에서 전혀 논의조차 없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수도 있다. 위기가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군사적 균형(military parity)에 대한 국민적 요청은 거세어지기 마련이다. 정치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국민적 요청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이 반드시 모든 쟁점이 소진될 때까지 치열하게 논의되어야만 한다는 데는 공감할 수 있다. 또한,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권에서 논의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그러나 이제 드디어 북핵문제가 워싱턴 정책가에서 최고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미국의 비확산론자들에게 우리의 핵무장론이나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이 또 다른 관심사가 되어 관심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북핵위기에 대해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은 너무나도 얄미울 정도로 물리력보다 기초 다지기로 냉정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또 다른 위기감마저 느껴진다. 기우에 불과하면 좋겠지만, 우리의 타이밍이 맞지 않고 설익은 논의가 여러 가지 오해를 재생산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물론 필자가 제기한 모든 문제가 전혀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캐나다, 인도, 브라질의 사례 속에서 또 다른 창의적 모형을 모색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성숙되지 않는 쟁점의 부각은 불안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 이 문제가 정치적 논리에 의해 공전을 거듭하는 것보다는 전문가들이나 국방담당 관계자들이 모든 문제점을 신중히 검토하여 논의의 주도권을 잡을 필요가 있다. 원자력추진잠수함 논의는 북핵문제의 해결에도 역설적으로 핵무장론에 있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의 문제는 철저한 준비 없이 수면위로 부각되어서는 곤란한 계륵과도 같은 존재이다. 힘을 한곳으로 모아야 하는 시기에 카나리아가 작동하는 일이 생겨서는 정말 곤란하다. ----- 1) UN 안보리 산하 북한제재위원회인 1718위원회의 임무를 보조하기 위해 설치된 전문가 집단으로 2009년 UN 안보리 결의 제1874호에 의해 설치되어 역시 안보리 결의를 통해 지금까지 임무가 연장되고 있다. 2) Paul Bracken, The Second Nuclear Age: Strategy, Danger, and the New Power Politics (2013). 3) 조약의 공식 명칭은 “핵무기의 비확산에 관한 조약(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으로 1968년 7월 1일 채택되어 1970년 3월 5일 발효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5년 4월 23일 비준서를 기탁하였으며 동일자에 조약 제533호로 발효하였다. 4) NPT 제9조 3항 후문 “본 조약상 핵무기 보유국이라 함은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무기 또는 기타의 핵폭발장치를 제조하고 폭발한 국가를 말한다.” 5) NPT 제10조 1항 “각 당사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각 당사국은 동 탈퇴 통고를 3개월 전에 모든 조약당사국과 국제연합 안전보장 이사회에 행한다. 동 통고에는 동 국가의 지상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는 것으로 그 국가가 간주하는 비상사태에 관한 설명이 포함되어야 한다.” 6) NPT 제8조 3항 “본 조약의 발효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후에 조약당사국 회의가 본 조약 전문의 목적과 조약규정이 실현되고 있음을 보증할 목적으로 본 조약의 실시를 검토하기 위하여 서서 제네바에서 개최된다. 그 이후에는 5년마다 조약당사국 과반수가 동일한 취지로 기탁국 정부에 제의함으로써 본 조약의 실시를 검토하기 위해 동일한 목적의 추후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7) 많은 비확산 전문가들이 법적 공백(loophole)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원자력추진잠수함 보유의도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8) 국제원자력기구협약(Statute of the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은 1956년 10월 26일 채택되어 1957년 7월 29일 발효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1957년 8월 8일 가입서를 기탁하였고 동 협약은 같은 날 우리나라에서 조약 제41호로 발효되었다. 9) IAEA, “The Structure and Content of Agreements between the Agency and States required in connection with the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INFCIRC/153 (1972). 10) 현재 보유의 방식과 관련하여서는 자체 개발을 하겠다는 건지, 수입하겠다는 건지, 임대하겠다는 건지 독자 개발의 경우에도 연료는 어떻게 충당하겠다는 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알 수 없다. 11) 미국의 NGO인 군비통제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97%, 러시아는 20-45%, 영국은 97%, 프랑스는 7.5%, 중국은 5%, 인도는 40%의 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20% 농축을 기준으로 그 이상을 고농축우라늄(HEU)이라 하고, 그 이하의 농축을 저농축우라늄(LEU)이라 한다. 전력을 생산하는 민수용 원자로에서는 3.5%의 LEU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무기급 농축우라늄은 보통 90%이상의 농축을 의미한다. 12) 석탄광부들은 작업 중 일산화탄소가스의 발생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허다하다. 가스탐지 장치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이를 탐지하기 위해 기관지가 예민했던 카나리아를 작업장에 두었는데 카나리아가 쓰러지면 광부들은 대피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비유가 비확산론자 사이에 사용되고 있다. Jeffrey Kaplow, “The Canary in the Nuclear Submarine: Assessing the Nonproliferation Risk of the Naval Nuclear Propulsion Loophole” 참조. 13) 예를 들어 James Clay Moltz, “Viewpoint: Closing the NPT Loophole on Exports of Naval Propulsion Reactors”, The Nonproliferation Review (1998) 참조. 14) 예를 들어 NTI, Replacing Highly Enriched Uranium in Naval Reactors (2016. 3) 참조. 15) Paul Bracken, supra note 2, pp. 240-241. 16) David Santoro, “Will America’s Asian Allies Go Nuclear?”, The National Interest (2014). http://nationalinterest.org/commentary/will-americas-asian-allies-go-nuclear-9794 참조
  • 한-이란 협력의 잠재성과 기회
    저자
    Mostafa DOLATYAR (이란 정치국제문제연구소 고문 겸 선임연구위원)
    발간호
    2016-27
    [편집자 註] 이란 핵협상의 타결과 경제제재의 해제를 계기로 제주평화연구원은 이란 외교부 산하 정치국제문제연구소(IPIS)와 공동으로 "새로운 발전과 새로운 기회"를 주제로 한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였다. 주 이란 대한민국 대사관의 후원 아래 2016년 5월 31일 테헤란 현지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는 아산정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제주평화연구원과 함께 공동주최기관으로 참여하였다. 이날 회의에서 발표된 Ziba FARZINNIA IPIS 동아시아 연구부장의 발제 요지문에 이어서 Mostafa DOLATYAR 전(前) IPIS 소장의 발제 요지문을 국문으로 번역하여 JPI PeaceNet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란의 시각에서 한-이란 협력을 어떻게 보고,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일반적으로 특정 국가의 경제규모를 평가할 때, 인구 등 몇몇 요소들을 기초로 한다. 이란의 시장규모는 8,000만 명이나 다음 요소들을 감안하면 이란은 사실 6억 명이 교차하는 시장이며, 개발도상국 경제권에서 한국에게 완벽히 부합하는 파트너이다.   이란의 지전략적(geo-strategic) 위치: 이란은 교류가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 이웃국가들이 15개국이나 된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고, 그 인구는 5억 명이 넘는다. 이러한 이웃국가들 중 일부는 다른 나라들과 접촉하는 데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내륙국들이다. 이들에게 이란은 가장 좋은 파트너이며, 일부 국가들에게는 필요한 운송체계와 재수출 기회를 제공하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란의 인구학적 특징: 높은 교육수준을 지닌 8,000만 명의 젊은이들은 이란의 큰 자산이다. 이란은 한 세대 동안 의욕적이고 우수한 과학자와 연구원들을 교육해 양성해 왔다. 또한, 이란에는 뜻이 맞고 신뢰도가 높은 파트너와 기꺼이 상호호혜적인 관계와 협력을 구축할 의지와 능력을 보유한, 준비된 기업가들도 있다. 이란의 지경학적 특징: 이란은 천연가스와 석유라는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고속 성장 및 개발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 돋보이는 과학적 성취와 기술적 성장 덕분에 이란은 매력적인 시장, 한국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부유한 파트너가 되었다.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고속성장 국가인 한국은 사회∙경제∙과학∙기술의 성장 및 발전에서 값진 성과를 일구어냈다. 또한, 한국은 훌륭한 ‘사회적 자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이란과 한국의 접촉 및 협력을 촉진하는 매우 값진 자산이다. 이러한 환경은 양국이 무역과 금융∙투자∙과학∙기술∙농업∙의료∙교육∙예술∙관광 등 종합적이면서도 지속적인 협력 프로세스에 참여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을 조성한다. 이란과 한국이 상호호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의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에너지  석유, 가스, 정유, 수력∙풍력∙지열∙태양열∙원자력에너지 등은 이란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성과를 일구어낸 산업들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분야들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이며, 양국은 중요한 활동을 협력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2. 산업 및 인프라 역량   이란은 5개년 개발계획을 통해 광범위한 도로 및 철도망 건설, 관개시설, 농업발전, 수자원관리 역량, 석유화학산업 개발, 자동차산업 개발, 주택개발체계, 기타 인프라 개발 등의 분야에서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해당 산업부문들에 큰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이란이 목표를 달성하고 이익과 경험, 사회적 자본을 추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적극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 과학적 역량   이란은 최근 나노∙바이오∙IT∙원자력∙생명과학∙약리학∙줄기세포 등의 분야에서 큰 성과를 일구어냈으며 한국도 이와 유사한 성과를 이룩하였다. 이는 양국, 더 나아가 전체 인류의 이익에 도움을 주는 양국 간의 과학협력과 상호 관계 강화에 필요한 토대를 제공한다. 이란과 한국 내의 고등교육을 받은 열정적인 학자들 및 대학과 연구소는 과학적 발전과 성취를 앞당길 수 있는 바탕이다. 양국의 학생들과 연구원들 간 교류 활동 촉진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4. 예술과 문화   이란과 한국 모두 평화와 우호에 기반을 둔 관계, 문화적인 교류라는 바람직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역사로 그치지 않는다. 두 나라는 예술과 문화, 인적교류 및 협력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거대한 잠재력과 폭넓은 역량을 갖고 있다. 수공예∙미술∙음악∙영화∙교육, 문화적 가치, 삶의 지혜는 모두 양국의 관광과 상호 교류 및 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시키고, '공동의 이익'을 축적해 나간다면 양국의 사회적 자산이 강화될 것이다. 또한, 서로의 신뢰도와 연결성, 친근감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제고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과 한국이 지역 및 국제사회의 문제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하면서도 효과적인, 안보문제를 포함한 협력활동에 참여할 길도 생겨날 것이다.   양국의 협력이 현실화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서는 모든 이들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란 정치국제문제연구소(Institute for Political and International Studies) 고문 겸 선임연구위원 / 전(前) IPIS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