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상배(서울대학교)
- 발간호
- 2022-03
[기획자 註] 우주 탐사와 개발을 통해 인류 활동의 공간은 지구를 넘어서 확대되고 인류의 사유의 공간은 더욱 확장된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에 국가가 독점하던 우주 개발과 탐사 활동에 민간기업들의 참여가 이루어지면서 민간 우주여행과 개발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새로운 우주시대가 제공하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이 생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주 경쟁은 지구의 지정학을 반영하며 무엇보다 미중전략경쟁의 시기에 우주도 예외가 아니다. 새로운 차원의 우주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우주 경쟁의 현실은 두 초강대국의 안보 경쟁과 맞물려 있다. 서울대학교 김상배 교수의 글을 통해 미중전략경쟁 하의 우주시대에 대해 고찰해보고 한국의 대응방안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 임해용 연구위원(haeyonglim@jpi.or.kr)]
우주경쟁의 복합지정학
과거 관찰과 탐험의 대상으로 이해되었던 우주공간에 대한 관심이 최근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부상과 결합되면서 우주는 육·해·공에 이어 우주·사이버전(戰)이 벌어지는 ‘다영역 작전’(multi-domain operation)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가히 ‘우주지정학’(宇宙地政學, Cosmo-geopolitics)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렇다고 냉전기 강대국들이 군비경쟁을 벌이던 공간과 같은 의미로 우주공간을 다시 소환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우주공간은 민군 겸용의 함의를 갖는 첨단 방위산업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그 상업적 활용을 통해서 민간산업과 서비스 영역으로 연결되고 있다. 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정보·데이터 환경을 배경으로 일상생활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게 재조명되는 우주공간은 새롭게 구성되는 성격의 사회적 공간이며, ‘저 멀리 있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 삶의 여타 공간과 연동된 ‘복합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전략적·경제적·사회적 수요가 커지면서 우주공간을 둘러싼 이익갈등도 늘어나고 있다. 우주공간은 이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가 아니라 제한된 희소재이며, 마냥 사용할 수 있는 무한 자원이 아니라 언젠가는 소실될 유한 자원이다. 정지궤도는 이미 꽉 차 있고 주파수도 제한된 자산이어서 우주 교통관리가 필요한 밀집공간이 되어 가고 있으며, 군사적 충돌도 우려되는 분쟁의 공간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더욱 주목할 것은 참여 주체의 다변화이다. 고도의 과학기술과 자본이 필요한 분야라는 우주개발의 특성상 과거 우주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국가들은 몇몇 강대국들에 제한되어 있었다. 최근에는 그 참여의 문턱이 낮아져서 여타 선진국들과 중견국들도 참여하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민간기업들도 우주산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른바 뉴스페이스(New Space)의 부상을 거론케 하는 대목이다.
이렇게 양적으로 확대되고 질적으로 변화하는 우주복합공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것이 초래할 안보위협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우주공간을 통한 군사적 위협이 전통적으로 문제시되었던 안보위협이었다면, 민군 겸용의 성격을 강하게 지닌 우주공간에서의 상업적 활동의 확대도 사실상의 군사·정보활동을 의미하는 잠재적 위협요인으로 간주된다. 아울러 적극적인 개발과 경쟁의 대상이 된 우주공간 자체도 인류에 대한 새로운 안보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주의 난개발에 따른 우주환경의 훼손에 따른 위협도 만만치 않아서, 우주잔해물이나 폐위성 추락 등이 초래할 피해도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주는 새로운 국제규범의 마련을 필요로 하는 공간으로도 이해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글은 복합지정학(Complex Geopolitics)의 시각에서 우주경쟁의 세계정치를 살펴보았다.
우주의 안보화와 지정학적 경쟁
최근 주요국들은 우주문제를 국가안보의 사안으로 안보화하고, 이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주공간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우주를 선점하고, 우주력을 육성하려는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우주시대의 초창기에는 미국과 구소련 간의 양자 경쟁이 진행되었다면, 최근에는 중국의 진입으로 경쟁구도가 확장되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은 우주공간을 과학기술과 경제산업의 문제로 인식하는 차원을 넘어서 전략적이고 군사적인 시각에서 보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우주력을 배양하고, 더 나아가 우주공간에서의 전쟁 수행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우주강국들은 우주력을 국가안보 전략 구현의 핵심으로 이해하여 위성, 발사체, 제어 등과 관련된 우주기술·자산의 확보는 물론이고 우주무기 개발과 우주군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우주 분야의 미중경쟁이 제일 큰 쟁점인데, 2000년대 들어서 중국의 도전적 행보가 도화선이 되었다. 2000년대 중국은 최초 유인우주선 선저우5호 발사(2003), ASAT실험 성공(2007) 등을 미국을 자극하였다. 이후 중국은 우주개발 사업을 국가안보와 국가발전 전략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우주강국 달성을 위한 혁신개발과 과학탐구 및 경제개발 능력 등을 자체적으로 구비하기 위한 노력을 벌여왔다. 2016년 『우주전략백서』 발표를 계기로 중국의 우주전략은 시진핑 정부의 ‘중국몽’ 구현의 일환으로 이해되어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0년대에는 우주-사이버-전자 통합 ‘전략지원군’ 창설(2016), 양자통신위성 묵자 발사(2016), 우주정거장 텐궁2호(2016), 창어4호 달뒷면 탐사(2019) 등을 통해서 우주굴기의 행보를 강화했다.
특히 중국은 2020년 10월 55번째의 베이더우(北斗) 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1994년 이후 완성까지 26년 만에 미국의 전 지구적 위성항법장치에 상응하는 베이더우 자체 위성항법시스템의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군사적 차원에서 미 우주군과 유사한 ‘전략지원군’을 새로운 군종으로 창설해 위성 발사와 항법통신위성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대에 들어서도 화성탐사선 텐원1호 화성 착륙(2021), 중국 로켓 창정5B호 추락 사건(2021) 등의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미중 우주경쟁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인류 최초의 달기지 건설(5년 내에 유인화)을 계획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우주 분야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2045년에는 우주 장비와 기술 면에서 최고의 선진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우주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우주굴기로 알려진 중국의 행보에 대응하여 미국은 한동안 템포를 늦추었던 우주경쟁의 고삐를 다시 잡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국가우주위원회(NSC)를 부활시키고, 『국가우주전략(National Space Strategy)』을 발표했으며, 대통령 문서(Presidential Documents)의 형태로 ‘우주정책지침(Space Policy Directive)’을 계속 발표하면서 우주정책을 구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우주전략의 핵심은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취지에 따라 우주 군사력을 강화하고 상업적 규제개혁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미국은 2019년 12월 24일 우주군을 창설했는데, 이는 육·해·공군과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은 6번째 군종이다. 이외에도 우주상황인식(SSA) 발표, 우주교통관리(STM) 체계 정비, 2018년 수출통제개혁법(ECRA) 등 일련의 우주안보 정책을 추진하였다. 미국은 유인 달탐사와 달 연구기지 건설을 포함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화성우주헬기(인저뉴어티) 비행에서도 나타났듯이 최근에는 화성 탐사 경쟁도 벌이고 있다. 2024년까지 인류 최초의 달궤도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2033년엔 화성에 사람을 보낸다는 구상이다.
이렇듯 미국의 우주전략이 가속화되는 배경에는 중국의 유인우주선 발사나 위성요격무기(ASAT) 개발 등에 대한 위협감이 존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중국이 2019년 1월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탐사선 ‘창어(嫦娥) 4호’를 착륙시키자, 미국은 우주군 창설을 공표하는 반응을 보였다. 오늘날 우주공간이 그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군비경쟁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우주경쟁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우주전 수행을 위한 능력을 강화하는 경쟁을 벌여 왔다. 우주공간은 육·해·공에 이어 ‘제4의 전장’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사이버 공간의 전쟁과 더불어 ‘다영역 작전’이 수행되는 복합공간으로서 그 위상을 정립해 가고 있다. 최근 군사작전 수행과정에서 우주와 인공위성의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으며, 우주력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전쟁을 수행하기 어려운 작전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우주전의 수행과정에서 제기되는 우주의 군사적 활용 문제는 주로 우주의 ‘군사화’(militarization)와 우주의 ‘무기화’(weponization)라는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이해된다. 우주의 군사화는, 우주공간을 활용한 지상전 지원작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위성자산을 활용한 정찰, GPS를 이용한 유도제어 등 민간 및 국방 분야에서 우주자산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주의 군사화가 통신, 조기경보, 감시항법, 기상관측, 정찰 등과 같이 우주에서 수행되는 안정적이고 소극적이며 비강제적인 군사 활동을 의미한다면, 우주의 무기화란 대(對) 위성무기 배치, 우주 기반 탄도미사일 방어 등과 같이 적극적, 강제적, 독립적이면서 불안정한 군사 활동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우주의 무기화는 주로 위성요격무기 등과 같은 실용적인 무기체계 그 자체를 우주공간에 도입하는 행위와 관련된다.
우주의 군사화와 무기화의 과정에서 출현하는 우주무기들은 단순한 군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군 겸용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최근 모든 국가의 군과 정부는 상업적 우주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통신, 지휘, 감시, 정찰 등과 같은 군사정보 서비스들은 민간기업들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미국의 군과 정부의 투자로 개발된 다양한 민간기술들이 인공위성의 민군 겸용 임무 수행에 직·간접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민간주체들의 우주활동은 그것이 아무리 상업적 활동이라도 많은 경우 사실상 군사적 활동을 전제하거나 또는 수반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우주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상업적 목적의 우주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주 산업경쟁과 뉴스페이스의 부상
글로벌 우주산업은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성장을 추동하는 것은 정부 부문이 아니라 민간 부문일 것으로 예견된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정부 주도의 ‘올드스페이스(Old Space) 모델’로부터 민간업체들이 신규시장을 개척하는 ‘뉴스페이스(NewSpace)’ 모델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바탕에 깔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조스 등과 같은 ICT 업계의 억만장자들이 우주산업에 진출한 이후, 2010년을 전후하여 상업 우주시대를 뜻하는 뉴스페이스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뉴스페이스는 혁신적인 우주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한 이익추구를 목표로 하는 민간 우주산업의 부상을 의미한다. 뉴스페이스의 부상은 우주개발의 상업화와 민간 참여의 확대와 함께 그 기저에서 작동하는 기술적 변화, 그리고 ‘정부-민간 관계’의 변화를 수반한 우주산업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뜻한다.
우주의 상업화와 함께 참여 주체의 다변화도 발생하고 있다. 뉴스페이스의 출현은 우주개발에서 정부의 역할이 점점 더 줄어들고 민간부문의 역할이 늘어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과 스타링크, 블루오리진의 뉴 셰퍼드, 아마존의 카이퍼(Kuiper) 프로젝트, 원웹(OneWeb) 등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는 사례들이다. 뉴스페이스의 부상은 우주개발의 상업화와 민간 참여의 확대와 함께 그 기저에서 작동하는 기술적 변화를 수반한 우주산업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뉴스페이스의 부상은 우주분야에서 민간 스타트업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이들에 의한 벤처투자가 확대되는 형태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뉴스페이스 부상의 기저에는 소형위성과 재사용 로켓 개발로 인해 비용이 감소하면서 우주 진입장벽이 낮아진 기술적 변화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뉴스페이스 분야에 도전하는 중국의 행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승인한 민간 우주기업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인데, 이들 중국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로켓을 궤도에 발사하거나 재사용 가능한 로켓 실험에 성공하기도 하였다. 2020년 11월 중국의 민간 로켓 벤처기업 갤럭틱에너지는 설립한 지 3년도 되지 않아 세레스(CERES) 1호 발사시켜 주목을 끌었다. 세레스 1호는 길이가 약 19m밖에 안 되는 새로운 유형의 로켓이다. 중국의 민간 우주산업은 아직은 미국보다 규모나 기술력이 낮고 중국 정부의 규제가 여전히 심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민간 투자를 장려하면서 정부 시설과 발사 장소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있다. 이들 중국의 신생기업은 국가사업과는 경쟁을 피하면서 주로 초소형 위성, 재사용 가능한 로켓 및 저가 운송 서비스와 같은 저렴한 기술에 사업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뉴스페이스 모델은 우주발사 서비스, 위성제작, 통신·지구관측 이외에도 우주상황인식, 자원채굴, 우주관광 등 다양한 활용범위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에 참여하는 기업의 숫자와 투자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우주 식민지 건설, 우주 자원채굴, 우주공장(Space Factory) 등과 같이 장기적으로나 실현 가능한 불확실한 분야에까지 우주개발 투자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우주 공간에서의 제조업,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인터넷 서비스, 우주폐기물 처리와 우주태양광 에너지 활용 등도 시작 또는 기획하고 있다. 특히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우주산업도 파생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들에 대한 점검, 수리, 교체, 업그레이드, 궤도 및 자세 유지 등 궤도상 서비싱(OOS: On-Orbit Servicing)이 각광을 받고 있다. 폐기위성을 처리하는 우주쓰레기 처리 사업도 유망하다고 평가된다.
4차 산업혁명이 우주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스페이스4.0‘에 대한 논의에서 나타난다. 스페이스1.0은 고대의 우주 천문관측 시대이고, 스페이스2.0이 냉전기 미소 우주 군사경쟁 시대이며, 스페이스3.0이 우주정거장으로 대변되는 우주국제협력 시대였다면, 2010년 초중반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스페이스4.0은 4차 산업혁명의 맥락에서 본 우주공간의 융복합화 시대를 의미한다. 특히 우주산업을 위성과 발사체를 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과 위성 영상·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으로 구분해서 볼 때, 스페이스4.0은 다운스트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여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기술을 융복합한 신산업과 서비스가 창출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스페이스4.0의 우주 서비스로는 위성항법시스템, 위성인터넷 서비스, 우주 영상 및 데이터 활용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위성항법시스템이 특히 주목을 받는다. 위성항법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여 개인의 편익을 증진하는 국가의 주요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위성항법시스템은 항법, 긴급구조 등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과 같은 국민 개개인의 생활 속까지 그 활용 영역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미래전이 인공위성의 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한 우주전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그 군사안보적 함의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여 각국은 독자적 위성항법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이다. 미국은 GPS, 러시아는 글로나스(GLONASS), 중국은 베이더우는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를 이미 구축하였고, 유럽의 갈릴레오(Galileo)도 GNSS를 구축 중이다. 한편, 인도의 나빅(Navic), 일본의 큐즈(QZSS)는 RNSS(Region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을 구축 중이고, 한국도 독자 위성항법시스템인 KPS 구축에 대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이 중에서 최근 쟁점은 중국이다. 중국은 우주군사력 건설 차원에서 미국의 GPS와 같은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하려 시도해왔다. 중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GPS에 위치정보에 의존할 경우 자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초래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국가안보 차원에서 베이더우를 구축해 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은 2020년 10월 55번째의 베이더우 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미국의 전 지구적 위성항법시스템에 상응하는 자체적인 베이더우 시스템을 완성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은 일대일로 대상국들을 대상으로 하여 베이더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주 분야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우주지정학과 뉴스페이스 시대의 한국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복합지정학의 공간으로 이해된 우주가 세계정치에 던지는 의미를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미래 국가전략을 모색할 과제가 최근 시급히 제기되고 있다. 이전의 우주전략이 과학기술 전담부처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역량의 획득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이제는 좀 더 복합적인 우주전략을 모색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우주기술의 개발과 확보 이외에도 우주산업 육성, 우주자산의 관리·활용, 미사일·정찰위성 등 국방·안보, 우주탐사, 우주외교 등에 이르기까지 좀 더 포괄적인 대응전략의 마련이 필요하다. 우주의 복합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주요 현안에 대한 분석과 더 나아가 이에 걸맞은 국제협력과 거버넌스, 그리고 관련 국가 행위자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우주전략이 아니라,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사이버 안보나 인공지능 탑재 무기체계까지도 포함하는 신흥기술(emerging technology) 안보에 대응하는 복합적인 우주 미래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신흥기술로서 우주기술 분야에서 ‘상업화와 군사화의 동시 전개’라는 근본적인 지형 변화가 최근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해야 한다. 우주의 상업화는 우주산업의 효율성 향상과 여타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른바 뉴스페이스의 부상은 이러한 추세를 잘 반영한다. 한편 중국의 우주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우주굴기의 안보위협이 ‘안보화’되는 과정에서 미중 우주경쟁의 군사화 또는 무기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우주산업의 변화 추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상업 및 군사 부문의 연계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의 개발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주요국들의 우주 경쟁 과정에서 발견되는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 마인드도 필요하다. 최근 우주산업에 진입하려는 개도국의 우주 협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전통적인 우주 강국뿐만 아니라 일본, 인도 등과 같이 우주산업에 일정한 역량을 갖춘 우주 신흥국들에 대한 국제협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우주 국제협력의 구도를 감안하여, 기존 우주 강국들과 차별화된 틈새 전략을 추진하여 중견국 및 개도국들과의 우주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우주산업 육성의 경험을 활용하여, 개도국의 우주 역량육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운영이 틈새 전략의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군사적 함의를 갖는 우주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 전략적 행보가 필요하다. 물론, 중국의 우주 능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미국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미국과 중국의 우주 능력을 현시점에서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미중 양국의 기술 역량의 차이와 우주공간에 대한 접근의 차별성을 감안할 때, 미국이 주도하는 우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운데 한미협력을 고도화함으로써 한국의 우주 역량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은 우주의 상업화를 통해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이 시급히 필요하다.
저자
김상배 교수는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외교학 전공) 교수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미국과 일본의 기술 패권경쟁에 관한 연구를 하여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4차 산업혁명과 네트워크의 세계정치, 신흥안보의 복합지정학, 미중 디지털 패권경쟁 등이다. 단독저서로는 『미중 디지털 패권경쟁: 기술-안보-권력의 복합지정학』(2022), 『버추얼 창과 그물망 방패: 사이버 안보의 세계정치와 한국』(2018), 『아라크네의 국제정치학: 네트워크 세계정치이론의 도전』(2014), 『정보혁명과 권력변환: 네트워크 정치학의 시각』(2010), 『정보화시대의 표준경쟁: 윈텔리즘과 일본의 컴퓨터 산업』(2007)이 있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