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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PI PeaceNet] 인구 고령화가 국가의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에 주는 함의
    저자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발간호
    2023-05
    [기획자 註] 2023년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이었다. 우리가 출산율에 주목하는 이유는 낮은 출산율이 결국 미래에 인구 고령화를 가속화하고 국가의 경제발전 동력을 낮추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낮은 출산율로 인한 인구 고령화는 국가의 대외정책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국가 국력의 기반은 경제·군사력인데 이는 국가 내 젊은 노동 가능 인구가 얼마나 많은지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인구 고령화 문제를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향후 대외정책을 어떤 방식으로 수립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에 JPI PeaceNet을 통해 인구 고령화가 동아시아 평화와 한국의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그 함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기획: 정승철 부연구위원(scchung@jpi.or.kr)]  1. 서론 2023년 2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0을 기록하였다. 이는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2020년의 0.837과 2021년의 0.808 보다 하락한 수치이다 (<그림 1>). 이처럼 낮은 한국의 출산율은 외신에서도 주목할 정도이다. 반면에 한국의 고령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OECD(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자료에 의하면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90년 5.1%에서 2008년 10.20%, 그리고 2022년에는 17.5%를 기록하였다 (<그림 1>). 이처럼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가 이어짐에 따라 한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정부와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출산율은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출산율 저하는 전 세계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출산율은 지나치게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낮아지는 출산율과 높아지는 고령화는 곧 한국 정부가 예산을 지출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준다. GDP와 정부 전체 지출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동결 혹은 감소하는 반면 사회복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2>). 한국의 경제규모(Gross Domestic Product: GDP) 역시 꾸준히 확장하고 있기에 국방비의 경우 GDP 대비 2~3% 수준을 최근에 유지하고 있으나 정부 총지출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20.3%에서 2020년엔 11.0%로 감소하였다. 반면에 정부 총지출에서 총사회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2.9%에서 2020년에는 18.1%로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정부 총지출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하고 사회복지 관련 지출이 상승하는 이유가 오로지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인함은 아닐 수 있지만 그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자와 후자는 높은 상관관계를 있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낮은 출산율과 이로 인한 인구 고령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국가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인구 고령화는 국가의 대외정책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그 결과는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지에 대해 본고에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2. 인구 고령화가 국가의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 인구 고령화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국가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국가는 이웃국과의 갈등과 분쟁을 피하고 평화로운 성향을 드러내게 되는가 하면 반대로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것이다.1)  우선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에 의하면 인구 고령화가 국가의 성향을 평화롭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고령화 사회가 갈등회피 성향을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인구 고령화는 노동력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국가의 생산성과 성장률을 낮춘다. 또한, 고령인구가 증가할수록 이들은 (한정된) 국가예산이 국방과 같은 다른 분야 보다는 노인층을 위한 복지에 사용되길 바란다. 노령계층이 곧 유권자이기도 하므로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로서는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Haas 2007, 119-123). 물론 비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들도 정권지지율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인 복지예산을 함부로 삭감할 수는 없는 처지에 놓인다. 이처럼 국방예산 삭감은 곧 군대의 약화로 이어진다. 한편, 출산율 감소는 부모가 아이 하나하나에 대해 보다 높은 애착을 느끼게 만들고 이로 인해 국민은 (다수의 사상자가 나올 수 있는) 전쟁과 같은 국가정책을 지지하지 않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 72-73).  인구 고령화는 또한 군대강화보다는 군대 유지를 위해 더 큰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불러온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희소성이 높아진 젊은 노동력을 (사기업과 같은 민간직장이 아닌) 군대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하며 이는 고가(高價)의 첨단 무기를 수입 혹은 개발하는데 필요한 예산의 감소로 이어진다 (Haas 2017, 4). 그리고 인구 고령화는 군대의 고령화로 이어지며 이는 국방비 상승이 군대의 발전보다는 군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연금을 높이기 위함으로 이어진다 (Haas 2017, 4).  고령화가 국가의 대외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예측은 세력전이(power transition)와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 여부에 의해 나누어진다 (Haas 2017, 5-6). 세력전이 이론에 의하면 부상하는 신흥강대국과 기존 패권국 간에 세력전이가 발생할 때 둘 사이에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세력전이에 맞서 국가가 예방전쟁을 일으킬지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의 창이 어떤 상황인지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달렸다. 즉, 인구 고령화로 인해 국력이 정점을 찍는 시기가 언제인지에 따라 국가가 공격적으로 행동할지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고령화를 겪고 있거나 고령화가 곧 다가올 국가가 패권국일 경우 군사력의 쇠퇴가 시작되기 전에 신흥국에 대한 예방전쟁을 치르기로 결정할 수 있다. 반대로 고령화를 겪고 있거나 고령화가 곧 다가올 국가가 신흥 강대국일 경우 국력이 정점을 찍었다고 간주되는 시점에 (아직 패권국의 국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겨지더라도)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패권국에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펼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여러 국가에서 인구 고령화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경우에는 국가들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쇠퇴하고 기회의 창도 닫힐 것이고 국가 간에는 결국 “노쇠화로 인한 평화(Geriatric peace)”가 도래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한다 (Haas 2007).  3. 인구 고령화가 동아시아 국제정세에 미치는 영향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는 모두 인구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동아시아에서는 인구 고령화, 이로 인한 각국의 군사력 감퇴 등으로 인해 동아시아에서도 “인구통계학적 평화(demographic peace)”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Sheen 2013). 인구 고령화를 가장 먼저 겪기 시작한 일본은 여러 정황이 맞물려 199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경제불황을 겪고 있다. 그 와중에 2010년에는 중국에게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자리를 내주고 현재는 3위 자리마저 독일에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도 1970, 1980년대 시작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인해 당시에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막았으나 그로 인해 이제는 인구 고령화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2016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한 자녀 정책을 중단하였으나 출생률 반등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동안 1980년대부터 중국은 풍부한 인구를 바탕으로 노동집약산업에 집중하고 수출을 늘림으로써 세계 최대 무역국이자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인해 중국은 차차 노동인구 감소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경제·군사적으로 한창 부상하고 있던 와중에 인구 고령화라는 장애물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즉, 전문가들은 중국이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견줄 만큼 성장하더라도 곧 고령화라는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미중 간 세력전이가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 87).  러시아 역시 인구수가 1994년에 정점(1억4천9백만)을 찍었지만 2021년에는 감소(1억4천5백만)하였다.2) 다만 러시아의 경우 인구 고령화보다는 낮은 출산율과 기대수명으로 인한 인구감소가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수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징집을 피하기 위해 젊은 남성들이 해외 도피를 하는 경우가 증가함에 따라 가속화되고 있다.  이처럼 동아시아 국가들이 인구 관련 문제로 국력이 점차 쇠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강대국 중에서 인구 고령화가 가장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이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도 있다 (Haas 2007, 126-128). 비록 미국이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으로 쇠퇴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민자들을 꾸준히 받아들이는 등 노동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에 미국은 꾸준히 경제성장 동력을 유지할 것이고 군비지출 규모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 등과 비교하여 인구 고령화가 느리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경제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미국은 결국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동맹국이 인구 고령화로 인해 국력이 빠르게 쇠퇴할 경우 각종 위협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결국 미국은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heen 2013, 316;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 91-93).  다만 인구 고령화를 비롯한 복합적인 이유로 중국의 부상이 더뎌지면 장기적으로는 국제체제가 평화와 안정을 향해 나아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전에 자신의 국력이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 중국이 (국력이 정점에서 내려오고 쇠퇴가 시작되기 전에) 국제체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편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임으로써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Brands and Beckley 2022). 앞서 설명하였듯이 중국으로서는 국력의 쇠퇴가 시작되고 세계패권을 차지할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마지막 모험을 감행하려고 마음먹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인구 고령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인해 국방비를 증액하고자 하는 국가들도 있다. 일본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GDP의 200%를 넘는 정부의 부채규모)로 오랜 기간 경기 침체를 겪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일본 정부는 그동안 GDP의 1%대로 유지해온 국방비를 2027년에는 GDP 대비 2% 수준으로 증액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3) 이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국방예산을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가 제안하는 목표치인 2% 수준으로 증액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4)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동유럽의 상황이 독일을 비롯한 NATO 회원국들의 안보불안을 자극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구 고령화로 인한 복지예산 증가, 노동가능 인구 감소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가들은 불안정한 국제정세에 맞춰 국방비를 오히려 증액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는 인구 고령화가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지역에 평화를 가져다 줄지 몰라도 그 순간이 도래하기 전까지 국가는 당장의 자국 안보를 지켜야 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4. 인구고령화가 한국의 대외정책에 줄 수 있는 영향과 그 함의 한국 역시 인구 고령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주변의 동아시아 강국들이 인구 고령화로 향후 경제력과 군사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이는 그들의 대외정책에도 변화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설명하였듯이 인구 고령화에 마주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평화로운 대외정책을 내세우기 시작한다면 이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에만 기댈 수는 없다. 국력이 쇠퇴하기 시작하여 국가들이 평화롭게 행동하기 전에 (아직 국제질서를 재편할 기회의 창이 열려있다고 인식하는 시기에) 마지막으로 공세를 펼치려는 국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들은 상대방이 공세를 취할 경우를 대비하고 이를 이겨내야만 장기평화의 시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주변 강국들이 인구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이 경제·군사력 쇠퇴를 받아들이고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지 그 전에 공세를 취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지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한국 역시 경제·군사력 쇠퇴를 받아들이고 주변국들과의 분쟁을 회피해나갈 것인지 국력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국익중심의 외교를 펼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인구감소가 시작되기 전에 군사력을 강화하고 북한과의 관계에서 보다 강경한 태도와 행동을 보여 북한을 압박할 것인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쇠퇴하는 군사력을 받아들이고 평화를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인구감소로 인한 군인 수의 감소는 최소의 인력만을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다만 군사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군인이 여전히 필요하며 인구와 노동인구 감소는 경제발전을 저해, 첨단기술 무기를 개발 혹은 수입할 재원 또한 감소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 71-72).  물론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출산율 상승을 통해 노동 가능 인구를 증가시키고 미래에도 경제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외적균형보다는 내적균형을 통해 한국의 경제·군사력 수준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 혹은 보다 높은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 고령화를 막거나 그 속도를 늦추는 것이 어렵다면 인구 고령화가 국가의 대외정책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를 한국의 대외정책 수립과정에서 고려해야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야만 한국의 대외정책과 관련된 장기계획을 보다 현실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1) 인구 고령화와 달리 “청년팽창(youth bulge)”을 겪으며 젊은 층 인구가 증가하는 국가의 경우 더욱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게 된다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이는 젊은 층이 많은 국가는 군대 규모를 쉽게 늘릴 수 있으며, (증가하는 젊은 층의 수에 맞춰 일자리를 창출해 내지 못하는 국가 내에서는) 높은 청년실업률로 인한 좌절을 겪는 젊은 층의 증가는 국가 내 혼란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제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Brooks, Brooks, Greenhill, and Hass 2018, 61-68). 이러한 이론적 논의 외에도 Urdal (2005), Urdal (2008)과 같이 통계분석을 통해 청년팽창은 국가 내 갈등과 폭력을 증폭시킨다는 결과를 도출한 경험적 연구도 있다.  2) The Economist. 2023.03.04. “Russia’s population nightmare is going to get even worse.” https://www.economist.com/europe/2023/03/04/russias-population-nightmare-is-going-to-get-even-worse. 3) 동아일보. 2022.11.28. “기시다, 일본 국방비 2027년도에 GDP 2%로 증액 지시.”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21128/116736190/1. 4) Bloomberg. 2023.02.15. “Germany to Hike Defense Budget by Up to €10 Billion in 2024.”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3-02-15/germany-to-lift-defense-spending-by-up-to-10-billion-next-year#xj4y7vzkg. 참고문헌 Brooks, Deborah Jordan, Stephen G. Brooks, Brian D. Greenhill, and Mark L. Haas. 2018/19. “The Demographic Transition Theory of War: Why Young Societies Are Conflict Prone and Old Societies Are the Most Peaceful” International Security 43(3): 53-95. Haas, Mark L. 2007. “A Geriatric Peace? The Future of U.S. Power in a World of Aging Populations.” International Security 32(1): 112-147. Haas, Mark L. 2017. “Population Aging and International Conflict.” Oxford Research Encylopedia of Politics. https://oxfordre.com/politics/politics/view/10.1093/acrefore/9780190228637.001.0001/acrefore-9780190228637-e-589. Sheen, Seongho. 2013. “Northeast Asia’s Aging Population and Regional Security: “Demographic Peace?”Asian Survey 53(2): 292-318. Urdal, Henrik. 2005. “A Clash of Generations? Youth Bulges and Political Violence.”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 50(3): 607-629. Urdal, Henrik. 2008. “Population, Resources, and Political Violence: A Subnational Study of India, 1956–”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52(4): 590-617.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승철 박사는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이다. University of Florida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 취득하였다. 관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연구방법론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Effects of Trade Relations on South Korean Views of China,” “Economic Interest or Security Concerns? Which affected how individuals in five Asian countries viewed China in 2013?”, “Effects of International Trade on East and Southeast Asians’ Views of China,” “The Determinants of China-ROK Relations, 1993-2018,” “Who Supports the US-led Global Order? An Empirical Analysis Using Survey Data” 등이 있다.
  • [JPI PeaceNet] 한일 인적 교류 내실화를 위한 소고(小考) : 통계적 착시를 넘어
    저자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발간호
    2023-04
    [기획자 註]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한일협력 증진은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주제이다. 한일협력이 정부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이는 민간 차원의 교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다. 민간 차원의 교류의 활성화는 정치적 관계의 부침으로부터 양국 관계의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JPI PeaceNet은 아산정책연구원 최은미 연구위원의 글을 통해 한일 인적 교류의 현황에 대해 고찰해 보고 한일 인적 교류의 내실화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기획: 임해용 연구실장(haeyonglim@jpi.or.kr)]  1. 한일 인적 교류의 재개: 다시 일본을 찾는 한국인, 다시 한국을 찾는 일본인 한동안 꽉 막혀 있던 한일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5월, 한국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하늘길이 열리기 시작하며 민간 교류도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를 시작으로 양국 간 출입국 절차의 간소화, 무비자 여행 등이 가능해지면서, 한일 양국을 방문하는 인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림 1]과 [그림 2]는 2022년 3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방일한국인과 방한 일본인의 수와 비율을 조사한 것인데,1) 지난 1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방일 외국인의 37.7%,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방한 외국인의 15.4%에 달하였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중 3명 중 1명은 한국인,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중 7명 중 1명은 일본인이라는 의미이다. 향후 코로나 상황이 완화에 따른 여행 수요 증가 및 항공기 및 선박 운항 수 증가 등을 고려하면, 양국 방문객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방일 외국인 중 한국인의 수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로 1위를 차지하였는데, 이는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일감정이 고조되어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보이콧이 일었던 시기를 떠올려보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민간에서의 왕래가 재개되며, 교류가 활성화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교류에 따른 접촉 증가로 상대국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그간 쌓여있던 오해와 불신이 줄어들어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수년간 갈등으로 격화된 양국 관계를 전환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민간교류의 증가는 한일 관계 개선의 긍정적인 신호이자, 관계 발전을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가 남는다. 통계가 주는 착시현상 때문이다.  2. 한일 인적교류의 현황: 통계적 착시효과에 가려진 불균형2) 코로나 이전이지만, 한일 인적교류 1,000만 시대에 들어섰다고 축포를 올렸던 시기가 있었다.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이 753만여 명(2위, 24.2%),3)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이 295만여 명(2위, 19.2%)을4) 기록하여 도합 1,000만을 넘어선 것인데, 이는 1965년 한일수교 당시 불과 1만여 명에 불과하던 것에서 1,000배 이상 증가한 수치였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와 같은 수치에 상당한 불균형이 발견된다. 단순 비교하더라도, 방일 한국인의 수 753만명이 방한 일본인의 수 295만명 보다 2.5배 가량 많은데, 일본의 인구 수가 한국의 약 2.5배에 달하는 점,5) 일본의 여권 보유율이 한국보다 낮은 점(2018년 기준, 일본 약 23.6%, 한국 약 63%), 일본인의 한국 재방문 수가 한국인의 일본 재방문 수보다 많은 점6)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수는 수치상에 나타난 295만명 보다 훨씬 더 적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한일 인적 교류 1,000만 시대의 상당 부분은 한국인의 일본 방문에 의해서 달성될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한일 간의 상대 적 비교가 아닌, 방한일본인 및 방일한국인 수의 변화, 즉, 시간에 따른 흐름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그림 3]과 [그림 4]는 한일교류가 본격화된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후부터 2018년까지7) 20년간의 외국인 방문객 중 한국인 및 일본인의 수를 조사한 것이다(2019년은 한국의 불매운동 및 여행보이콧 등, 코로나19의 발발로 여행객 수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먼저 [그림 3]을 통해 알 수 있듯, 방일외국인의 수는 2012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였는데, 이는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정책, 엔저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같은 시기 방일한국인 수도 증가하였다. 이를 비율로 환산해 보면, 방일외국인 대비 방일한국인은 다소의 증감은 있으나, 20-30%대의 비율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방일외국인의 수가 증가하는 만큼 방일한국인의 수 또한 유사하게 증가하여 전체적인 비율은 비교적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반면, 일본인의 한국 방문은 한국인의 일본 방문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그림 4]는 방한외국인 중 일본인의 수를 나타낸 것인데, 1998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과 달리, 방한 일본인의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시기 방일 한국인 수가 크게 늘어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그 결과, 1990년대 후반 47%에 육박했던 방한 외국인 대비 방한 일본인의 비율은 20년 후에는 20% 이하(최저 13.3%, 2016년)로 감소하였다. 즉, 방한 외국인이 증가하는 것에 비해, 방한 일본인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 그 비율이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물론 외국인 방문객 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환율, 관광정책, 국내외 정치경제적 요인, 사회문화적 차이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그러나 해당 시기 일본에서 한국요리, K-POP 등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졌던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일본에서의 한류붐, 한국문화에 대한 인기가 한국방문으로 이어지는 결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한국방문이 많지 않다고 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낮다고 보기는 어렵고, 직접 방문이 아닌 블로그, 홈페이지, SNS 등을 통한 교류와 소통이 증가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온라인 상에서의 교류가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소통하고, 교류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점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통해 볼 때, 현재의 상황이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한일 간의 유학, 취업 등 장기 교류에서도 문제점은 나타난다. 관광, 여행 등이 상대국의 문화를 체험하는 단기 교류라면, 유학, 취업은 그 사회의 일원이 되어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보다 심화된 형태의 장기 교류이다. 그렇다면, 유학생 수에는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을까. 다음 [그림 5]는 일본내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중 한국인(2008-2018), [그림 6]은 한국 내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중 일본인(2004-2019)의 수와 비율을 조사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한일 양국 모두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한국인과 일본인 유학생 비율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일본 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약 15.2%에 달하던 한국인 유학생은 2018년 7%까지 감소하였고, 2004년 한국 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13.3%에 달했던 일본인 유학생은 2018년 2.8%까지 감소하였다. 취업의 경우는 유학만큼 감소 경향이 두드러지지는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그 비율이 높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림 7]과 [그림 8]을 통해 알 수 있듯, 재일외국인 노동자 중 한국인은 전체 외국인 노동자 중 약 4%, 재한외국인 노동자 중 일본인은 전체 외국인 노동자 중 약 1%에 불과하고, 이러한 수치는 지난 10여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상을 통해, 한일간의 교류가 그간 비약적으로 증가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나, 통상적인 단기 교류에 있어서는 일본을 찾는 한국인의 수가 한국을 찾는 일본인의 수보다 절대적으로 많다는 점과 상대국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는 교육, 유학, 취업 등의 교류는 그 비율이 감소하였거나, 절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최근 한일관계 개선 및 한일교류가 활발해 짐에 따라 코로나 팬데믹 이전만큼 양국 교류가 회복되기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일교류 1,000만 시대로의 회귀만을 기대하며, 수치가 주는 착시현상에 빠진 채 균형있는 교류와 교류의 본질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3. 한일 인적교류와 한일관계: 상호이해 증진을 위한 내실있는 교류로 국가간 관계에서 상대국과의 교류는 중요하다. 또한, 민간에서의 자유로운 왕래는 양국 간의 호감을 증진시키고, 오해와 불신을 줄이며, 양국관계 발전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뿌리깊은 상흔(傷痕)의 역사를 가진 한일관계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유사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데다 언어와 생김새마저 비슷한 한국과 일본이지만,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하나하나가 다른만큼 오해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접적인 교류와 밀도있는 대화, 그리고 다양한 경험이 양국간의 오해를 줄이고,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자유로운 교류는 양국 우호 관계 형성의 기반이자, 관계 발전을 위한 촉매제이며,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완충제 역할을 하고, 나아가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다. 인적교류가 곧 새로운 한일관계를 여는 가능성의 영역인 셈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을 되돌아보면, 한일 양국의 교류는 급속한 양적 증가에 비해 질적 향상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보다 내실있는 교류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한일교류 상호 불균형을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앞서 알아본 것처럼 한일교류에서 양국 방문객 수의 비대칭이 두드러진다. 특히 방한일본인의 수는 방일한국인의 수에 비해 매우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정보화, 세계화의 시대에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및 가상공간을 통해 서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온라인 상의 체험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직접 교류 증진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방한일본인의 수가 방일한국인의 수보다 많다는 점에 착안하여 볼 때, 일본인 맞춤형 관광 프로그램 개발 및 관광정보 제공, 서울과 지방을 잇는 관광프로그램 개발 및 지방관광 활성화 등 일본인들의 한국방문을 배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역사인식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상호 이해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주지하듯이, 관광 목적의 짧은 방문만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여행프로그램 중에서도 한국/일본 역사기행 등 상대국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야할 것이다. 또한, 미래 세대 교류에 있어서도 자매결연 학교간 교류 프로그램, 역사문제 토론대회, 상대국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역할 바꿔 토의하기, 한일협력방안 아이디어 대회 등 한일 학생들이 양국 간의 어려운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인/일본인 맞춤형 유학생 장학 사업, 유학 생활 지원을 위한 한국인/일본인 친구 만들기 프로그램, 유학생 학업-취업 연계 프로그램, 국외 취업자들의 주거 마련의 제도적 지원, 홈스테이 프로그램 등 상대국의 문화에 녹아들어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등도 필요하다. 한국 내 일본 전문가, 일본 내 한국전문가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신진연구자를 양성하고, 그들이 상대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오피니언 리더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세대형 교류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류 활성화는 청소년, 청년 등 미래세대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미래지향적이라는 취지에 부합하고, 상대국에 대해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의 교류가 선호된다. 하지만 실제로 사회에서 활동하는 이들 간의 교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다양한 분야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40, 50대의 교류와 많은 지혜와 노하우를 갖고 있는 60, 70대의 교류 또한 중요하다. 한일 양국의 인식 차이를 좁히는 것은 물론, 이들의 사회적 기반을 중심으로 확장성 있는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의 완화와 한일관계 개선의 흐름 속에서 한일관계가 새로운 궤도에 들어섰고, 한일교류 또한 점차 증가될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한일교류가 단순한 수치의 증가를 넘어 상호이해로 이어질 수 있는 내실있는 교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3월 4일 현재 공개 기준.  2) 최은미. 2022. “한일교류 천만시대의 착시현상-접촉이론을 통해 본 한일교류의 현황과 과제” 「일본연구논총」 55호. pp.62-89. 3)日本政府観光局. 訪日外客数(平成 31年 1月 16日). 4) 문화체육광광부. 2019.「2018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문화체육관광부. 5) 2018년 기준, 일본의 인구 수는 126,529,100명, 한국은 51,361,911명으로 일본인구가 한국인구의 약 2.5배에 달한다(자료: World Bank). 6)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인의 한국 재방문 비율은 70.2%, 3편 평균 방한 횟수는 6.1회이며, 한국인의 일본 재방문 비율은 67.3%, 총 방문 횟수는 2-5회가 가장 많았다. - 문화체육관광부. 「2018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国土交通省 観光庁 観光戦略課 観光統計調査室. “訪日外国人消費動向調査 【トピックス分析】 1年以内に再来訪する訪日高頻度リピーター(観光⋅レジャー目的客)の動向”. 7) 2019년부터는 반일시위, 일본여행 보이콧,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이동 제한 등 인적교류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은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사,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석사 및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방문연구원, 외교부 연구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로 재직하였다. 현재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이며, 한국외대·연세대·고려대 등에서 강의한다. 주요 연구분야는 일본 정치·외교, 한일관계, 동북아 지역협력 등이다.
  • [JPI PeaceNet] 한일 관계의 대칭성과 상호 협력 방안
    저자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학교)
    발간호
    2023-03
    [기획자 註] 최근 한국과 일본 정부는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접점을 찾기 위해 긴밀하게 협의 중이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2018년 대법원의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판결이었다. 당시 우리 대법원은 일제 시기 일본 기업이 조선인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도록 판결한 바 있다. 이후 한일 관계는 급격하게 악화했다. 한국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기시다 내각과 한일 관계 필요성에 공감하고,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갈등 현안을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일본 소장 학자의 시각을 청취하고자 한다. [기획: 이재준 연구위원(junlee@jpi.or.kr)]  1. 머리말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은 1965년 체결한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로 간주하는 사안은 미지급 임금 등 문제에 국한된다고 밝혔다. 비인도적인 인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 청구는 협정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며, 미해결 과제이기 때문에, 일본 피고 기업이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손해 배상하라고 한국 대법원은 판결했다. 일본 기업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가 해당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조치를 진행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이라고 명시한 합의를 위반했기 때문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피고 기업에도 그 판결을 따르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한국 정부는 삼권분립에 따라 사법 판단을 존중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 정부와의 합의도 존중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 타개책을 모색한 것으로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아무런 가시적인 진전은 보이지 않았다.1)  2022년 3월에 치른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0.73%라는 근소한 차이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얼어붙은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한일 간 최대 현안이었던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 해결 움직임을 보였다. 한일 양국 정부가 그동안 ‘손에 박힌 가시 같은’ 갈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전향적으로 노력하고, 직면한 공통의 문제에 대해 협력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본고에서는 우선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간 긴장이 고조되고 타협이 쉽지 않은 이유와 그것이 타협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유에 대한 정치적인 역학관계에 관해 분석하고자 한다.  2. 한·일 관계의 구조 변환: 비대칭성에서 대칭성으로2) 우선 이 문제에 관하여 한일 간 긴장이 고조된 이유, 그리고 그에 대한 타개책이 쉽게 제시되기 어려웠던 이유에 대해서 한일 간의 구조적 변용과 그에 대한 정치적 지침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한일 관계는 1998년 10월에 채택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정점으로 이후 긴장이 고조되고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는 양국의 비대칭적 관계가 대칭적인 관계로 변화하고, 그 이전의 상호보완적 관계가 상호경쟁적 관계가 된 데에서 기인한다. 한일 정치지도자, 정부 그리고 국민이 이 같은 구조 변환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우선 대칭적 관계로의 한일 관계 변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것은 단순히 한국과 일본이 힘에서 대등한 관계가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를 포함하여 다음 네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힘의 수평화, 즉 국력, 영향력, 존재감 등에서 대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70년, 한 나라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일본이 한국의 7배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 중에는 한국이 일본을 역전했다는 통계도 있다.3) 인구 면에서는 일본이 한국의 2배 이상이기 때문에 GDP는 일본이 높지만, 그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세계 3위인 일본의 뒤를 이어 한국도 세계 10위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그 외 군사비 측면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거의 같은 수준이다.4)  1990년 이후 한국 언론이 줄곧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경계하는 논조로 일관해 온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게다가 ‘한류’라는 한국 브랜드의 문화적 영향력 측면에서는 일본을 훨씬 능가하는 것 같다. 또한 경제 관계에 관해서도 1980년대까지는 ‘일본이 재채기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라는 식으로 한국과 일본은 수직적 분업 관계였지만, 현재는 분명히 수평적 분업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수평화는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촉진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의식을 자극하여 마찰을 증대시키기도 한다.  둘째,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선진민주주의, 한국=개발독재라는 상호 이질적인 체제였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에는 한일 모두 선진자본주의, 민주주의라는 가치와 체제를 공유하게 되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지속적 경제발전, 1987년 정치적 민주화, 그리고 북방외교와 냉전의 종식에 따른 외교관계의 비약적 확대 등이 그 요인이었다. 한국은 국내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했고, 대외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이런 변화로 한국은 냉전 시기 남·북 체제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과 체제, 가치관을 공유했다고 해서 반드시 상호이해가 깊어져 관계 개선으로 나아간다고 만은 할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선진 자본주의와 자유 민주주의를 공유한다고 해도 그 메커니즘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일본의 자본주의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진행되는 반면 한국의 자본주의는 소유와 경영이 일체화된 재벌 경영으로 오너에 의한 과단성 있는 결정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대조적이다. 또 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 해도 1990년대 이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소선거구제 하에서 자민당의 일당 우위 체제가 상당히 견고하게 유지되었다. 일본에선 가까운 장래에 여·야당 정부교체 가능성을 전망하기 어렵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보수·진보의 양당 정당 체제에서 수차례 정부교체를 이뤘다. 나아가 ‘촛불혁명’에 기인한 박근혜 정부의 퇴진처럼, 한국 국민들은 기존 정치 체제를 변혁하기도 했다. 일본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불안정’하다고 비칠 수도 있지만, 한국의 관점에서 보면 일본의 민주주의는 ‘정체’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셋째, 1980년대까지 정치와 경제, 정부와 재계 사이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던 한일 관계에서 그 이후에는 지방정부와 시민사회를 포함하고 나아가 사회·문화 영역을 아우르는 상당히 다양하고 다층적인 관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렇게 한일 관계는 매우 풍요로운 관계로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풍요로운 관계를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역시 역사 문제만이 ‘과대 대표’되어 크게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한일 관계에서 역사 문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역사 문제는 풍요로운 한일 관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넷째, 예전에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흘러가던 관심, 정보, 가치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흘러가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였던 상황이었으나 그 양쪽의 흐름이 균형 잡힌 상황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한국의 입장에서 일본은 과거 자신들을 침략하고 지배한 ‘혐오스러운 나라’였지만 그래도 친근한 선진국으로서 미국 다음으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나라였다. 따라서 확실히 편향된 관심의 방식이긴 했지만,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입되는 정보와 가치의 양은 많았다. 그에 비하면 일본의 입장에서 한국은 확실히 ‘반공산주의의 방파제’로서 중요했지만, 한국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은 낮았다. 과거 한국의 정보와 문화적 가치 등이 일본으로 들어가는 양은 적었다.  그러나 점차 일본에서 한국 자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정보와 가치가 일본에도 유입되기 시작했다. 반면에 한국이 민주화되고 세계화됨에 따라 한국의 관점에서는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다만 일본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나 정보는 여전히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상 네 가지 측면에서 한일 관계는 비대칭적 관계에서 대칭적 관계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필연적이지는 않지만 비대칭적 관계에서 한일 관계는 상호 보완적이었다. 냉전체제 하에서 일본은 한국이 ‘반공산주의의 방파제’로서 안보상 중요한 존재이며, 주로 경제협력을 통해 한국의 경제 발전과 정치적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일본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한국도 치열한 남·북 체제 경쟁 속에서 북한에 대한 열세를 만회하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원조와 더불어 일본의 경제 협력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한국과의 일방적인 경제협력은 한반도의 냉전에 일본이 연루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었고, 한국에서는 일본의 경제협력에 의존하면 일본에 대한 종속이 깊어지게 되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한일 관계의 비대칭성이 이러한 한일 양국 내에서의 비판을 억누르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 보완적 관계는 각국의 목적이 성공적으로 달성되면서 일단은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북한에 대한 한국의 체제 우위는 흔들리기 어려워졌다. 일본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분명하고 심각해질 때까지 당분간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안보도 공고하다. 그 결과 대칭적 관계에서 상호 경쟁의식이 종래보다 더 강하게 각인되었다. 물론 일본의 과거사 문제로 인해 한국의 반일 감정은 오랫동안 있어왔다. 문제는 양국이 대칭적 관계로 접어들면서 보다 심각해졌다는 점이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반감은 더욱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고,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감 역시 대두되었다.  예를 들어 양국 간의 상호 경쟁의식은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 어느 쪽이 더 우위의 지위를 차지할지 경쟁할 때 나타나며,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서로 절차탁마한다고도 할 수 있다. 스포츠 및 학문 등의 영역에서 더욱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상호 경쟁의식은 ‘상대에게는 절대 질 수 없다’라는 의식으로 이어지고, 한일 간의 쟁점에 대해서도 상대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고 자신이 양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양국 간 첨예한 쟁점이 된 것은 역사 문제였다. 특히 2010년대에 들어 한국 사법부가 위안부나 징용공 문제 등 정부 간 타협이 이루어진 사안에 대해 ‘피해자 중심주의’ 등과 같은 ‘새로운 규범’을 적용했고, 문제가 아직 미해결 상태로 남게 되었다. 한국 정부에 대해 일본과의 협상 재개를 요구하거나, 일본 정부나 기업에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하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한국의 사법 판단이 한일 간의 과거 합의를 뒤집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의 과거 합의와 한국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존중,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한국 여론 사이에서 그 균형을 어떻게 찾을지 매우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5)  하지만 상호 경쟁적인 관계가 자동으로 비타협적인 대립 관계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현재 양국의 20, 30대 젊은 세대들은 대칭적 한일 관계 구조에 익숙하다. 문제는 비대칭적 한일 관계에 익숙한 기성 세대들이 ‘대칭적 관계 속에서의 경쟁’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그런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되면 한일 관계의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하여 한일의 쟁점은 해결될까? 이에 대한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도 나이가 들면서 기성 세대의 가치관을 공유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한·일의 외교: 그 괴리와 접근 2010년대 이후 한일 관계가 악화된 배경으로는 앞서 언급한 대칭적 관계에 따른 상호경쟁의식의 격화뿐만 아니라, 이러한 관계 악화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한일 외교의 괴리가 뚜렷해지고 상호 협력의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한일 외교의 괴리라는 측면뿐 아니라 한국의 보수정부와 진보정부와의 괴리라는 문제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보수적인 윤석열 정부로 교체되면서 한일 외교의 괴리가 상대적으로 좁혀지고 그것이 관계 개선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선 일본의 아베 정부와 한국의 문재인 정부 사이에서 한일 외교의 괴리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대북정책을 둘러싼 괴리와 대립이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18년 들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비핵화 의사를 표명한 북한과의 사이에서 ‘비핵화 패키지’에 합의하고 이를 미국 트럼프 정부에 ‘딜’함으로써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관계 개선을 병행하여 추진하려고 했다.6)  2018년에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연이어 개최하며 일단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협상은 더이상 진전이 없었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를 겪은 후 2022년 북한은 핵 법제를 제정하고 핵 독트린에 기반한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기정사실화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상당히 멀어졌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를 불투명하게 한 채 남·북 관계 개선에만 조급해하고 있어 일본의 안보에 위험하다’라며 비판적이었다. 또한 문 정부에 비판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북·미 간에 안이한 타협을 하지 않도록 미 트럼프 행정부에 촉구했다. 하노이에서의 북·미 협상 실패는 아베 정부에게는 일단 바람직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스가 요시히데 정부, 기시다 후미오 내각도 그러한 기본 노선을 계승하여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항하기 위해 우선은 요격 능력을 향상시키며, 그와 동시에 미국의 확장 핵 억지력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북한이 전술핵의 개발과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데 대항하기 위해 반격 능력 정비에도 힘써왔다. 이는 2022년 12월 채택한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세 가지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로 결실을 보았다.  이처럼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억지보다 관여에 중점을 두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관여보다도 억지에 중점을 두는 일본 정부의 정책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조적인 정책을 배경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한국과 일본은 경쟁을 벌여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에는 문 정부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지만, 2019년에 들어서자 아베 정부의 손을 들어준 양상이 되었다.7)  둘째, 미·중 대립을 둘러싼 대응에 관한 괴리이다.8) 문 정부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북한 문제는 미국과 중국’에 의존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자세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새롭게 등장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북한 문제에 관한 중국에 대한 기대와 이를 바탕으로 한 중국에 대한 접근과 밀월은 박근혜 정부 전반기에 매우 두드러졌다. 빈번하게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은 한국과 중국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군사적인 도발을 억제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도발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박근혜 정부는 2016년에 들어 중국이 기대를 저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중국이 반대했던 사드(THAAD) 미사일 배치를 결정했다. 이에 중국이 보복조치를 취하면서 한중 관계가 악화했다. 그런 의미에서 문 정부는 중국에 접근하지 않으면서도 중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화되는 가운데 미중 양자택일에 내몰리는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피하려고 노력했다. 이 중 가장 상징적인 것이 ‘인도·태평양(Indo-Pacific)’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소극적 태도였다. 후술하겠지만 문 정부의 입장에서는 일본에서 시작된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이 결과적으로 미중 갈등을 자극하게 될 것이고 한국은 이에 가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아베 정부는 기존에 많이 사용되지 않았던 ‘인도·태평양’(전략, 구상)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고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지역에서 점점 대국화하고 영향력이 강해지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관여를 확보함과 동시에 호주와 인도같이 상대적으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는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그 외교는 당초 예상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이제 미국이 일본보다 더 적극적으로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게 되었고, 나아가 중국을 경제, 안보, 기술, 이데올로기 상의 대항자로 설정함으로써 오히려 일본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적극적인 관여 자세를 보이게 됐다. 이처럼 일본의 외교는 한국의 외교에 비해 미·중 대립에 대한 대응에서도 미국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4. 한국의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한일의 상대적 접근 2022년 3월 한국 대통령 선거는 보수 정당의 윤석열 후보와 진보 정당의 이재명 후보 사이에서 국론이 둘로 나뉜 일대일 승부였다. 그리고 불과 0.73%라는 근소한 차이로 윤 후보가 승리했다. 솔직히 말해 외교가 선거의 주요 쟁점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외교는 문 대통령의 외교와는 상당히 다르고, 대북 정책과 미·중 대립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일본 외교에 가까워졌다.  (1) 대북정책9)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원칙 없이 북한에 양보했다’라는 의미에서 비정상적인 남·북 관계를 초래했다고 비판하며 우선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북한에도 양보를 요구하는 정상적인 관계로 회복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관여보다 억지에 중점을 둔 대북정책을 목표로 하고 한·미 동맹을 정상화하고 강화하며, 미국의 확장 억지력의 신뢰성 제고와 더불어 경우에 따라서는 한미 간 핵 공유를 의미하는 ‘나토(NATO)식 핵 공유’도 지향한다. 이 배경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기정사실로 알려진 상황에서 국민의 약 70%가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여론에 대한 배려가 있다.  한편 ‘담대한 구상'과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라는 구상을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노력을 전제조건으로 한 관여 정책도 내세웠다. 핵 법제를 제정하고, 핵미사일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김정은 정부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면 이러한 정책은 ‘억지할 뿐만 아니라 관여도 한다’라는 자세를 보여주는 알리바이 만들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의 골격은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접근법은 대북정책을 두고 일본과 차이를 보였던 문재인 정부와 달랐다. 윤석열 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해 일본과 공통된 부분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일 안보 협력의 필요성이 커졌다. 아울러 한일은 안보 협력에 미국을 관여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는다. 미국의 확장 억지력의 신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이 안보 협력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이유이다.  (2) 미·중 대립에 대한 대응 일본 ‘주도’의 ‘인도·태평양’과는 일선을 그은 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인도·태평양’을 둘러싸고 미국, 일본과의 공유를 지향하고자 하였다. 202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의 합의가 발표된 것은 상징적이었다. 게다가 다음 달인 12월에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이 발표되었다.10)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사이에 두고 ‘인도·태평양’ 개념을 공유했다는 의미는 향후 한일의 대중 전략, 대중 외교를 고려한다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다음의 두 가지 점에서는 유보적 태도가 필요하다. 첫째, 윤 대통령은 어디까지나 아세안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고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 ASEAN Outlook on the Indo-Pacific)’과의 공통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중국에 대한 대응이라는 관점에서는 아세안의 자세와 미국과 일본의 자세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아세안은 미중 대립에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미·중 대립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중국 모두의 지원과 배려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과 일본의 구상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도 한편으로는 미·일과의 공통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세안과의 공통성도 강조함으로써 미·중 대립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둘째, 11월에 열린 ASEAN, G20, APEC 등 일련의 국제회의에서 한·미·일 3국의 정상 회담만 아니라 미·일, 한일 그리고 한·미 간의 정상회담도 개최되었고 공동 성명이 발표되었다. 일본과 미국 사이에서 중국을 지목하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의 지속적인 시도’를 위협으로 인식했다.11) 그러나 앞서 언급한 한·미·일 공동성명에서는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인 활동을 통한 것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해역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부합하여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를 포함, 법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 ‘대만에 대한 기본적 입장에 변경이 없음을 강조하고 국제사회의 안전 및 번영에 필수적인 요소인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으로 분명히 중국을 염두에 두고 위협을 강조했지만, 그 위협의 주체가 ‘중국’이라는 사실을 명기한 것은 아니었다.12) 또한 한일과 한·미의 공동성명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위협을 염두에 둔 문구는 없었다.13)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은 미·일과 공통된 위협으로 중국을 명시하는 데에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고 볼 수 있다.  5. 한·일 외교의 재검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일 관계는 과거에 보였던 의견 차이가 줄어든 반면, 협력의 가능성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한일 양국 관계 개선의 원동력이다. 이러한 점은 일단 양국 모두에게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대북정책이든 미중 대립에 대한 대응이든 그러한 위협에 직면한 한국과 일본의 협력은 꼭 필요하다. 그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한일 관계는 ‘위협에 대항하는 방식으로’ 협력만 한다고 해서 공고화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위협 제거를 위한 협력’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우선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억지에 중점을 두고 한일이 협력할 필요가 있지만 이와 더불어 관여를 위해서도 한일의 협력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북한의 현 상황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방치하는 것은 한일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역시 억지와 관여를 결합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문재인 정부와 같이 관여로 편향된 성향만으로는 불충분하지만 억지만으로도 부족하다. 한국과 일본이 분담해서 협력해 나가며 억지와 관여의 균형 잡힌 정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대북정책을 더 우선시하도록 한일이 협력해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대러 그리고 대이란 정책 등을 높은 우선순위에 두면서도, 대북 정책은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입장에서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는 미국에 비해 높다. 더욱이 북한은 항상 미국을 의식하면서 그들의 군사·외교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이 최우선 과제로 대북정책을 다루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중 대립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현상 변경을 위한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관여가 필요하며, 그것을 한국과 일본이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한미일이 ‘인도·태평양’을 공유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미·중 대립이 한국과 일본의 이익을 저해하고 한국과 일본의 비용을 필요 이상으로 증가시키는 것도 막아야 한다. 한일은 그러한 미중 관계 속에서 상당한 정도의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미중 대립은 어느 정도 당연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것이 한국과 일본에 치명적인 손해나 비용 부담을 주지 않도록 미국과 중국에 촉구하는 것에 관해서도 한국과 일본은 협력할 여지가 있다. 그것을 한일이 단독으로 추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어중간한 자세를 견지할 수 없을 정도로 미·중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해 주길 바란다. 반면에 일본은 미중 대립에 ‘편승’하는 위험과 미·중 대립이 완화할 때의 이점을 인식한 다음 그런 관점에서 한국과의 외교 협력을 더욱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점은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서 이미 언급되었다. 여기에는 이러한 한일 외교 협력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여 국제적인 공공재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그만큼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20세기 후반에 이루어진 한일 협력의 축적이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분명 20세기 전반 한일 관계사는 일본의 침략과 지배로 이뤄진 부정의한 역사였다. 그럼에도 20세기 후반 한일 양국은 협력의 성과를 축적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1965년의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의 한일 경제협력, 1970년대 미국의 대북정책이 동요하는 가운데 한일의 마찰이 내재한 협력 그리고 1980년대 냉전의 종식을 앞두고 이루어진 한국의 북방 외교와 일본의 지원 등 긍정적 역사를 한일 양국의 정치 지도자, 정부 그리고 국민은 다시 한번 ‘포용'해야 하지 않을까.  1) 대다수의 일본 언론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문 정부를 ‘반미·반일·친중·친북의 좌파 진보정부’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비판적으로 보았다. 때마침 같은 시기에 많은 한국 언론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를 ‘우경화한 역사 수정주의자’로 비판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2) 한일 관계가 비대칭적 상태에서 대칭적 상태로 변용해 온 것에 관해서는, 기미야 다다시(이원덕 엮)『한일관계사 한일 대립은 언제 끝날 것인가. 과연 관계 개선은 가능할까』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22년, 을 참조. 3) 한일의 경제통계 비교에 관해서는 UN의 경제통계를 참조한다.https://data.un.org/ 4) 한일의 군사비 비교에 관해서는 SIPRI(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를 참조. https://milex.sipri.org/sipri 5) 역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인식의 괴리에 관해서는, 기미야 다다시 「현대 한일 관계에서의 화해와 정의」, 아사노 도요미 편『화해학총서1=원리·방법 화해학의 시도-기억·감정·가치』 아카시쇼텐, 2021, pp. 286-314 6)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관해서는 국정백서편찬위원회 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문재인정부 국정백서 16』 2022년, 를 참조. 7) John R. Bolton, 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 Simon & Schuster, 2022. 8) 미·중 대립을 둘러싼 한일의 괴리에 관해서는, 기미야 다다시, 「중국을 둘러싸는 한일관계: 한국, 한반도에서 본 일본의 대중인식, 정책」, 남기정 엮음 『아베시대의 일본의 정치와 외교』 박문사, pp.157-195, 2022년, 를 참조. 9)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관해서는 통일부가 발표한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 구현』(2022년)을 참조. 10) 대한민국정부,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2022년. 11) 미·일 공동 성명에 관해서는 https://www.mofa.go.jp/mofaj/na/na1/us/page1_001403.html 12) “Phnom Penh Statement on Trilateral Partnership for the Indo-Pacific,” https://www.mofa.go.jp/mofaj/files/100420434.pdf 13)「브리핑 한미 정상회담 결과」「브리핑 한일 정상회담 결과」2022.11.14. https://www.president.go.kr/newsroom/briefing/LvHRCLv8. https://www.president.go.kr/newsroom/briefing/N8rJmPvn.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편집 : 김수연 연구원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학교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 기미야 교수는 1960년생이며 도쿄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고려대학교에서 한국정치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후 그는 냉전기뿐만 아니라 탈냉전기를 포함해 한국정치와 외교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발전해 나갔다. 현재 도쿄대학교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로서 재직중이며 그동안 미국 하버드대학교 옌친연구소 방문연구원을 역임했다. 또한 도쿄대학교 현대한국연구소와 한국학연구소 소장도 역임했다. 일본어 저작으로“한일관계사”(오히라마사요시상 특별상 수상) “한국 경제발전과 민주화” “국제정치 속의 한국현대사” “내셔널리즘으로부터 보는 한국 북조선 현대사”가 있으며 한국어 저작으로 “박정희 정부의 선택: 1960년대 수출지향형 공업화 정책과 냉전체제” “한일관계사”등이 있다. 일본어 근간으로 고 김대중대통령의 평전과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정치에 관한 분석서를 준비하고 있다.
  • [JPI PeaceNet]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 민주주의와 평화
    저자
    이재준(제주평화연구원)
    발간호
    2023-02
    [기획자 註]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1주년을 맞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정치에서 재래식 전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를 공격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의미를 돌이켜보고, 국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기획: 이재준 연구위원(junlee@jpi.or.kr)] 1. 우크라이나 전쟁의 의미 우크라이나 전쟁이 1주년을 맞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러시아가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군사력 대국이며, 육군력에선 미국이나 중국에 필적하는 국가였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과거 소련에 속해 있었다가 독립한 취약한 국가였다. 그런데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는 러시아군에 함락 직전까지 갔었지만, 1년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에 밀려나 우크라이나 동부 일부 지역에서 고전하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1년 동안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이 기간 러시아군은 탱크와 장갑차 4500대를 잃었다. 또 군함 12척, 고정익기 63대, 회전익기 70대 등을 상실했다. 특히 러시아는 탱크 2300대를 잃었는데, 이는 러시아군의 전체 전차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러시아 병력은 개전 초기 수주 동안 사상자가 5만여명을 넘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개전 초기 투입 병력의 절반 수준이다. 러시아는 수백만명의 징집 자원이 남아 있다고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 징집 대상자 약 50만명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1) 우크라이나 전쟁의 기원은 2013년 11월 21일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유로마이단(Euromaidan, Євромайдан, 유럽 광장이라는 뜻) 혁명’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친(親)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당시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군의 주둔 기한을 연장하고,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을 중단하는 등 친러 정책을 펴왔던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우크라이나어에는 서툴렀다. 시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는 2014년 2월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합병했다. 그리고 러시아는 코사크 민병대2)등 준군사조직을 투입, 도네츠크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장악, 친러 자치정부를 수립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2014년 2월 러시아로 망명한 후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적 선거를 통해 친서방 성향의 기업가 출신 페트로 포로센코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2018년 선거에서 부패 청산을 내걸었던 방송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속적인 친서방 움직임을 보였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에 반대한다”면서,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대대적으로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권위주의 국가 러시아가 민주주의 국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건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정권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이 전쟁은 자유 민주적 가치를 위협하는 전선의 한 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진영 간 대결이라는 것이다. 권위주의 독재국가인 중국은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후 전세계에서 전개될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 대결, 혹은 신냉전의 서막일지도 모른다.3) 한편,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러 경제 제재에 동참한 반면, 독재국가인 북한은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권위주의 국가에게 하나의 교훈이 되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는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에 손쉽게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두 가지 차원에 풀이할 수 있다. 먼저 민주주의 국가가 방어전에서 군사안보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음 권위주의 국가의 군은 전쟁 수행에서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2. 민주주의 체제와 군사력 민주주의와 군사적 효과성(military effectiveness)의 관계에서 경험적 연구들이 이뤄져왔다. 민주주의와 군사적 효과성 간에 높은 상관 관계가 개인적 차원과 조직적 차원에서 존재한다는 것이다.4) 첫째, 병사 개인적 차원이다. 민주주의 정부는 국민들의 동의를 중시한다. 따라서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사 징집은 높은 수준의 국민적 동의를 필요로 한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징집한 병사들은 국가에 대한 강한 충성도를 갖게 된다. 이는 전투에서 병사들의 전투 의지로 연결된다고 한다.5)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군대는 하늘을 찌르는(stratospheric) 사기를 구가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 탱크, 미사일을 압도하는 충격을 가했다. 러시아 군대가 스스로 진지를 포기하는 상황에서, 수천 명의 외국인이 새로 창설된 우크라이나의 국제연합군에 합류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싸움은 정의로운 반면, 러시아의 싸움은 부정의하다”면서, “푸틴은 예비군과 징집병을 전쟁이라는 지옥에 밀어넣었다”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군 지휘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병사들을 전쟁에 동원했다. 러시아 의회에선 러시아군 일부 병사들을 강제로 자원 입대하도록 하도록 종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러시아군의 무선 통신을 감청한 결과, 러시아군 일부 병사들이 진지를 버리고 도주하거나 지휘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실패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전투 의지가 없고 준비가 안 된 병사로 지적되었다.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자원 입대에 줄을 잇는 모습과 대조된다.6) 둘째, 조직적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군사적 효과성은 높은 상관성을 갖는다.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군대를 가장 큰 정치적 위협으로 인식하기 쉽다. 반면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군으로부터 오는 정치적 위협에서 자유롭다. 군 지위부를 충성도보다는 능력에 따라 기용할 수 있다. 게다가 합동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기 용이한 일원적 지휘 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용이하다.7) 그렇다면 민주주의 군대는 언제나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8)에서 “자유민의 군대가 해외에서 싸우는 게 유리할까, 아니면 자국의 영토에서 싸우는 게 유리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마키아벨리는 자유민으로 이뤄진 군대는 자국의 영토 안에서 싸울 때 불굴의 힘을 발휘한다고 적시했다. 자유민의 덕성은 자신의 것을 지키고자 할 때 강력하다는 이유에서다. 자유민은 외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해 자신의 땅과 가족을 지킬 때 싸우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민의 군대는 원정 전투에선 전투 의지가 약하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군의 병사들은 전투 의지가 약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지키기 위해 왜 싸워야 하는지 설득되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은 국민의 동의 없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그 순간부터 전쟁에서 패했다는 것이다. 공산 베트남은 미국의 군사력에 비해 10분의1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공산 베트남군에 패배했던 요인은 국가적 의지(national will)의 부족이라고 했다. 도덕적 명분이라는 정신적 요소가 갖는 힘을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은 간과했다는 것이다. 공산 베트남군은 프랑스와의 전쟁 경험을 통해 미군의 사기는 가장 약한 고리임을 간파했다. 국가적 의지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점은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가장 큰 전략적 실패라고 했다.9) 민주주의 국가도 원정 전쟁에서 도덕적 명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패배할 수 있다. 다만, 공격을 당했을 경우 이러한 도덕적 명분을 확보하는 일이 보다 수월하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점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민주주의 국가에게 승리를 거두기 어려운 요인일 수 있다. 자율무기는 자국의 영토 방위에 효과적일 수 있다. 분산된 소형 자율무기는 적의 탱크나 장갑차 등 대형 무기체계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저비용의 자율무기는 비록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취약한 국가라고 하더라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비대칭 무기라고 할 수 있다.10) 지난 3월 우크라이나군 드론 부대는 64km 정도 이어져 키이우를 향하던 러시아 탱크, 장갑차, 수송차를 파괴했다. 러시아군에 큰 승리를 거둔 우크라이나 IT 특수부대는 아마추어 드론 매니아들로 이뤄진 부대였다.11) 휴대용 무기의 발전 역시 민주주의 국가의 군대가 방어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Javelin)은 러시아의 막강한 탱크에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재블린은 한 명의 병사가 휴대할 수 있으며, 3km 밖에서 발사하면 자동으로 탱크나 장갑차 표적을 추적 파괴하는 무기이다. 재블린은 작동 방식이 간단하고, 조작법을 학습하는 걸리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전시에 징집된 우크라이나 병사가 손쉽게 러시아 탱크, 장갑차를 파괴할 수 있었다.12) 3. 권위주의 체제에서 군의 취약성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군 지휘 체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보급에 실패했다. 탱크가 연료 보급 문제로 전장에서 버려지고, 병사들이 식량을 보급 받지 못해 굶주림에 시달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원료 및 식량이 정확한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군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선이 지나친 확대됨에 따라 보급선이 길어졌다는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이는 러시아 군 지휘부가 필연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는 예상 가능한 난관이었다. 또한 러시아 군은 작전에서 육군과 공군의 통합성이 발휘되지 못하면서, 지휘통제 체계의 부실을 드러냈다.13) 러시아군은 실전에서 구조적인 취약성을 드러냈다. 현대전에서는 탱크, 보병, 포병, 공군력이 통합적인 작전을 수행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탱크는 보병의 지원 없이 단독으로 시가전에 투입되었다. 러시아 탱크는 자국 보병의 정찰 지원을 받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보병의 손쉬운 타격 목표가 되었다. 우크라이나 보병은 파괴된 건물의 잔해에 분산해 매복하다가 대전차 미사일로 러시아군 탱크를 파괴했다. 러시아군 내에선 현대전의 필수 요소인 합동성, 통합성을 위한 효율적인 지휘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14) 지휘체계의 비효율성은 권위주의 체제의 군이 갖는 구조적 성격에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독재자는 군을 통제하는 데 실패해 무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권위주의 체제는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았고, 언제든 폭력적인 방법으로 전복될 수 있다. 실증적인 연구에 따르면, 1946년부터 2008년까지 205명의 독재자가 쿠데타로 권력을 상실했다. 이는 축출된 독재자들의 68%이다. 반대로 대중 봉기에 의해 물러난 독재자의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따라서 독재자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군에 대한 통제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15) 군의 충성은 독재자의 집권 유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를 위해 독재자는 군에 유인을 제공하게 된다. 대부분 전문 군인들은 군의 생존과 효율성을 선호한다. 충분한 재정 지원을 받고, 인사와 훈련을 비롯한 군의 업무에 대해선 자율성을 보장받길 원한다. 다른 국가 기관이 군 조직에 관여하는 일을 극히 꺼린다.16) 군 지휘체계의 효율성을 위해 다른 국가 조직의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군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특권, 강압 수단 사용에 대한 면책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 문제는 군의 자율성과 독립적인 지휘체계가 강화할수록, 군이 정치에 행사하는 영향력도 강력해진다는 점이다. 군의 쿠데타를 막기도 어려워진다. 군에 대한 유인 제공과 함께 군을 통제해야만 독재자는 집권을 유지할 수 있다. 독재자가 군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분열(fragmentation) 수준을 높이는 전략이다. 군 내부와 외부에서 경쟁을 유발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군의 이탈을 방지하는 것이다. 분열 전략은 군을 여러 조직으로 분할하며 통제하는 방식이다. 군 조직 사이에 경쟁을 유도하거나, 군과 별개로 국내 안보 조직을 따로 조직하는 것이다. 이라크의 경우 군과 함께 국내 안보를 담당하는 경찰, 준군사조직, 공화국수비대를 따로 두었다. 다수의 군, 정보 조직을 운영하면서, 상호 중첩적인 기능을 갖도록 하기도 한다. 상호 감시, 견제를 통해 군이 집단적 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이는 군의 효율성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것이다. 독재자는 군의 쿠데타를 차단하기 위해 지휘체계의 효율성 저하를 대가로 치르는 것이다.17) 독재자가 취하는 분열 전략은 군의 이반을 방지하는 데엔 효과적이지만, 군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미국 육군 대령 노르벨 아트킨은(Norvell Atkine)은 중동에서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아랍 독재 국가들의 군대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했다. 권위주의 국가에선 다수의 중첩적인 군 조직들을 두면서도 이를 조정하는 기구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휘체계를 분열시키고자 하는 의도이다. 중동의 권위주의 국가에서 지도자는 군에 대한 권위를 조직 사이의 권력 균형을 통해 추구한다. 조직 간 경쟁을 부추기고, 조직 간 업무가 중첩되도록 한다. 권위주의 국가에서 군 전체를 총괄하는 합동사령부는 서류상 존재할 뿐이다. 합동 훈련도 거의 열리지 않는다. 합동 훈련이나 합동사령부가 있으면, 군 조직들 사이의 경쟁보다는 협력이 강화되고, 이는 지도자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육군이 공수 훈련을 위해 공군의 항공 지원이 필요하더라도, 국방부 장관이나 최고지도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심지어 육로 호송의 경우도 여러 군 조직들 사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18) 이러한 지휘체계의 비효율성은 독재 국가의 군대가 취약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권위주의 국가에선 능력 있는 지휘관보다는 독재자를 위협하지 않는 군 인사를 중용한다. 군은 독재자에게 가장 큰 정치적 위협이기 때문에, 능력보다는 충성을 확보하는 일이 독재자에게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19) 미국 백악관은 2022년 3월 이례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정보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 내용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군 수뇌부, 푸틴의 보좌진들이 감히 푸틴에게 부정적인 정보를 보고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징집병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규모로 희생된 사실을 푸틴이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푸틴이 ‘예스맨(yes-man)’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유럽 정보기관들의 판단과도 일치했다.20) 4. 민주적 가치에 대한 존중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관계사의 이정표인 사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권위주의 국가에게는 의미 있는 교훈을 던져주었다. 민주주의 국가를 공격해서 승리하기 위해서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 국가에 승리하기 어렵다는 교훈은 권위주의 국가의 군사력 동원을 억지하는 효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민주주의가 평화를 지켜낼 수 있다는 명제이다. 권위주의 국가는 체제의 특성으로 인해 군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독재자는 군이 가장 강력한 정치적 위협이기 때문에, 군의 지휘체계를 의도적으로 분열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이로 인해 군의 보급이 혼선을 빚고, 육해공군의 합동 작전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기도 한다. 반대로,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군의 위협에서 자유롭다. 군 지휘체계의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구나 정부를 지지하는 징집병의 전투 의지를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권위주의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를 공격해 승리하기 어렵다. 더구나 드론과 같은 군사 기술은 급조된 아마추어 시민군 부대가 강력한 기갑 부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조건을 형성했다. 휴대용 대전차 무기의 발전은 탱크의 효용성을 저하시켰다.21) 중국은 유사시 대만에 대한 군사력 동원을 염두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관찰하고 있다고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2년 10월 제20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특히 주목한 부분은 드론의 역할과 효과이다. 젤렌스키의 심리전에 관심을 기울였고, 개전 초기 적의 사이버전을 무력화하기 위한 발전·통신 시설 파괴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의 안보 싱크탱크들은 사단에서 대대전술단으로의 러시아 군 편제 개혁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무엇보다 중국이 얻은 중요한 교훈은 단기간 전쟁을 끝내기 어려운 불가예측성이라고 한다.22) 민주주의의 확산은 평화적 국제질서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의 유산이었다. 칸트는 영구평화론23)에서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시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면, 국가가 전쟁에 나서는 데 지극히 신중한 태도를 갖게 되고, 따라서 전쟁을 나서길 꺼린다고 했다. 칸트의 유산은 민주주의 국가 간에는 거의 전쟁을 하지 않았다는 민주적 평화론의 명제로 발전했다. 권위주의 국가는 전쟁에 나서는 공격적인 성격을 보이는 반면, 민주주의 국가는 전쟁보다는 평화를 선호한다는 것이다.24) 지난 200여년 동안 민주주의 국가가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전쟁을 벌인 경우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25) 문제는 민주적 평화론이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 사이의 평화를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에 승리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보여준다면,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전쟁 억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가 러시아를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와의 경제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민주주의 국가를 지지하는 외교적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민주적 가치에 대한 존중은 향후 권위주의 국가가 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억지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 Max Seddon, Anastasia Stognei, Polina Ivanova, Chris Campbell, Dan Clark, Sam Joiner and Caroline Nevitt. “how long can Russia keep fighting the war in Ukraine?,” The Financial Times, 21 February, 2023. https://ig.ft.com/russias-war-in-ukraine/ 2) 러시아 남부 코사크족은 역사적으로 다른 민족과 전투를 치르며 단련된 기마 민족이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러시아의 코사크 기병이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3) Michael Hirsh. “2022: The Year the Good Guys Struck Back,” Foreign policy, 19 December, 2022. https://foreignpolicy.com/2022/12/19/russia-ukraine-war-democracy-2022-authoritarianism-xenophobia/ 4) Reiter, Dan, and Allan C. Stam III. "Democracy and battlefield military effectiveness."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vol. 42, no. 3, 1998, 259-277. 5) Margaret Levi. Consent, dissent, and patriotism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1997). 6) “The strange role of conscription in Ukraine’s war,” The Economist, 26 March, 2022. https://www.economist.com/europe/the-strange-role-of-conscription-in-ukraines-war/21808446 7) Gordon Tullock. Autocracy (Boston: Kluwer, 1987). 8) 니콜로 마키아벨리 저, 강정인김경희 역. 『로마사 논고』 (파주: 한길사, 2018). 9) Harry G. Summers. On strategy: A critical analysis of the Vietnam War (Random House, 1995). 10) Armin Krishnan. Killer robots: legality and ethicality of autonomous weapons (Routledge, 2016). 11) Charlie Parker. “Specialist Ukrainian drone unit picks off invading Russian forces as they sleep,” Time, March 18, 2022; Julian Borger. “The drone operators who halted Russian convoy headed for Kyiv,” The Guardian, 28 March, 2022. 12) Yaroslav Trofimov. “Ukrainian Forces Get Crash Course on Javelin Missiles From U.S. Volunteers,” The Wall Street Journal, 29 April, 2022. 13) Seth G. Jones. “Russia’s Ill-Fated Invasion of Ukraine,” CSIS Briefs June, 2022. 14) Russia’s Armed Force: Sorrow in battalion,” The Economist, 30 April 30, 2022, 15-18. 15) Milan W. Svolik. The politics of authoritarian rul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 4-5. 16) Barbara Geddes, "What Do We Know About Democratization after Twenty Years?," Annual review of political science, vol. 2, no. 1, 1999; Eric A. Nordlinger, Soldiers in Politics: Military Coups and Governments (Prentice Hall, 1977), 65-66; Svolik 2012, 127-133. 17) Sheena Chestnut Greitens. Dictators and Their Secret Police: Coercive Institutions and State Violenc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2016), 25. 18) Norvell B. De Atkine. "Why Arabs Lose Wars," Middle East Quarterly, December, 1999. 19) Pollack, Kenneth M. “The influence of Arab culture on Arab military effectiveness,” Ph.D. diss.,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 1996. 20) Steve Holland and Andrea Shalal. “Putin misled by 'yes men' in military afraid to tell him the truth, White House and EU officials say,” Reuter, 3 March, 2022. https://www.reuters.com/world/putin-advisers-too-afraid-tell-him-truth-ukraine-us-official-2022-03-30/ 21) John Stone. The Tank Debate: Armour and the Anglo-American Military Tradition (Routledge, 2018). 22) Minnie Chan. “Ukraine war, 1 year on: what lessons has China’s military learned?” The South China Morning Post, 22 February, 2023. 23) Immanuel Kant. “On the Disagreement between Morals and Politics in Relation to Perpetual Peace,” In Kant: Political Writings, Hans Reiss ed.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1), 116-124. 24) Michael Doyle. "Liberalism and world politics."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 80, no. 4, 1986, 1151-1169. 25) Michael Doyle. "Kant, Liberal Legacies, and Foreign Affairs." Philosophy and Public Affairs, vol. 12, no. 3, 1983, 205-235.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이재준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이재준 연구위원은 서울대학교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전공분야는 중국 엘리트 정치, 중국 군사안보, 북중 관계이다. 관련 논문으로 “중국의 해군력 증강과 안보딜레마, 한국정치연구” (2021), “6자회담 실패에 대한 제도주의적 분석, 통일정책연구” (2021),“중국 정치에서 권력승계의 불안정성, 한국정치학회보” (2021.03),“중국 시진핑 시기 엘리트 정치에서 권력구조 변화, 현대중국연구” (2022), “미국과 중국의 군사 기술 경쟁과 세력 전이 : 인공지능, 자율무기체계 군사 기술을 중심으로, 한국과 국제정치” (2022), “중국의 지정학 담론과 북한의 외교적 영향력 : 미중 전략 경쟁과 중소 분쟁 시기 비교, 한국정치연구” (2022), “중국의 대(對) 일본 관계에서 역사 문제: 동북아 동맹 구조에 대한 함의를 중심으로, 한중사회과학연구” (2022)이 있다 이외에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객원연구원,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 해군사관학교 객원초빙교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강사,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강사를 역임했다.
  • [JPI PeaceNet] 한·미·일 안보협력과 동북아평화: 중국-대만 갈등 현안을 중심으로
    저자
    박기철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발간호
    2023-01
    [기획자 註] 오늘날 동아시아 국제정세는 미중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유례없는 수준의 인플레이션 등으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2년 12월 현정부는 소위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하며 한국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제시하였다. 이 가운데는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추구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도 포함하여 한미일 3국 간의 안보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다면 한미일 안보협력은 어떠한 이유로 주목받고 있는가. JPI PeaceNet에서는 고려대 정책대학원 박기철 교수의 글을 통해 양안 갈등이 한미일 안보협력에 주는 함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기획: 정승철 부연구위원(scchung@jpi.or.kr)] 1. 윤석열 정부의 한국판 「인도 태평양 전략」과 동북아 안보협력 필요성 2022년 12월, 윤석열 정부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인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였다.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인도-태평양 지역에 투영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3대 비전으로 제시하고 번영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목표로 역내 국가 간 포용·신뢰·호혜의 3대 협력 원칙을 천명하였다.1)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2)과 그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동북아지역 핵심 가치 동맹인 한·미·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담겨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가치동맹의 연대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에게 동북아 평화를 위한 안보협력의 필요성은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그동안 한·미·일의 군사훈련은 주로 북한의 핵위협과 미사일 도발과 관련하여 탄도미사일 경보 훈련, 대잠전 훈련, 수색·구조 훈련 등에 한정되었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지정학적으로 대만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는 한·미·일은 더욱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미일 연합 훈련인 “킨소드(Keen Sword)”가 2022년 10월 일본의 요나구니섬에서 실시되었다. 요나구니섬은 대만으로부터 불가 110km 떨어진 미중 안보경쟁의 최전선이다. 이 훈련은 중국의 대만 침략 가능성에 대한 일본의 안보불안을 반영한 것으로 자위대 2만 3천명과 미군 1만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연합합동훈련이다. 이에 앞서 같은 해 8월에는 북한의 탄도탄 미사일 탐지 및 추적을 연습하는 퍼시픽 드레곤 연습(Pacific Dragon Exercise)가 실시되었으며 한·미·일 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호주 등이 참가하면서 훈련 대상과 범위가 동북아에서 태평양으로 확장되었다. 2023년 1월, 미국의 국방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이하 CSIS)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 대한 워 게임 분석 결과를 공개하여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워 게임은 예상되는 가정을 기초로 시뮬레이션 모델에 교전 당사국의 전력을 정량적으로 입력하여 확률에 기초한 연산을 통해 그 결과를 예측하는 과학적 분석 방법이다.3) 기존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 대한 워 게임 분석이 전술제대 단위의 소규모 교전 분석에 집중한 것과 달리, CSIS의 이번 분석은 전구작전(theater operation)으로 범위를 확대하여 기본 가정, 낙관적인 가정, 비관적인 가정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24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 정량적인 분석결과라는 점에서 기존연구와 차별된다. 특히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 Area Denial, 이하 A2AD) 전력과 이를 타격하기 위한 미국의 공중전력의 교전결과 분석, 항공모함 등 해상 플렛폼에 대한 전투피해평가 (Battle Damage Assessment, 이하 BDA), 예상 사상자 판단 등의 정량적인 데이터를 산출해냄으로써 향후 미국의 군사력 증강의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방, 군사, 외교 분야 정책 의사결정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개전과 동시에 미국의 증원 전력을 차단하기 위해 일본의 오키나와를 비롯한 난세이 제도에 위치한 미 공군기지를 집중 공격하였는데, 이로 인해 일본은 대만 분쟁에 직접적인 당사국이 된다는 점, 그리고 주한미군 전력이 대만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북한으로 하여금 고강도 도발을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 점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 참조) 결과적으로 이번 CSIS의 워 게임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대만을 침공한 중국은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하고 전쟁은 최대 3주안에 종결되는 것으로 전망되었지만, 미국, 대만, 일본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것으로 분석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한·미·일 3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개입이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4) 2.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 분석       가. 왜 2026년인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 위한 최적기로 CSIS는 2026년을 지목하였다. 1990년대 이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증강했던 중국과는 달리(
  • [JPI PeaceNet] 신흥안보 시대의 사이버 평화
    저자
    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발간호
    2022-27
    [기획자 註]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사이버 공간이라는 새로운 온라인 영토를 인류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온라인 공간에서도 인간의 폭력성은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으며 사이버 공간에서 평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사이버 공간은 인류가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오프라인 공간과는 질적으로 다른바, 이 새로운 공간에서 인류가 어떻게 폭력을 줄이고 평화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오프라인 공간의 평화 논의와는 별도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에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윤정현 박사의 글을 통해 신흥 사이버 평화론에 대해 듣고자 한다. (기획: 임해용 연구실장 (haeyonglim@jpi.or.kr)) 머리말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공간의 출현을 낳고, 새로운 공간의 출현은 그에 따른 국제질서와 안보적 파급력을 낳는다. 새로운 공간의 출현은 곧바로 그 공간을 누가 지배하고,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육지, 해양, 우주 등 인간의 의지나 행동과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자연적 공간과 달리 사이버 공간은 탄생이나 존재, 확대에 있어서 전적으로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낳은 산물이다. 사이버 공간은 행위자들에 의해 매일매일 ‘구성되는’ 공간이기도 하며, 사이버 공간에 대해 행위자가 갖는 관념과 선택은 사이버 공간의 성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사이버 공간을 얼마나 잠재적으로 위험한 공간으로 보느냐에 따라 행위자들의 사이버 공간에 대한 전략과 행동은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사이버 공간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의 지향이 어디냐에 따라 사이버 평화의 개념과 거버넌스의 형태, 노력의 수준은 큰 차이를 낳을 수밖에 없다. 현재 사이버 공간에서는 소극적 의미에서부터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의미에 이르기까지 사이버 평화 개념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사이버 공간이 창출된 이후로 인류가 영위하는 온라인 활동 범위가 비약적으로 확장되었으며, 이에따라 ‘안전하고 평화적인 사이버 공간’이 갖는 포괄적 의미 역시 한정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증대되고 있는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 이슈의 부상은 사이버 공간의 평화 개념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다시말해, 사이버 평화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기존의 물리적 세계를 기준으로 국가중심적 시각에서 통용되던 전통적 평화론을 넘어 사이버 공간의 양적‧질적 진화를 고려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신흥안보 시대의 사이버 공간이 갖는 위험의 불확실성 사이버 공간은 자연 창발로 형성된 세계가 아니며, 정보통신 기술과 네트워크를 통하여 구축되는 완전한 인공적인 영역이라 볼 수 있다. 거리나 시간의 의미가 물리적 세계에서와는 다르며, 현실세계에서는 중요한 국경이나 국적 등이 사이버 공간 속에서는 의미가 없거나 중요성이 크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사이버 공간이 현실세계와 완전히 별개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현실세계와 사이버 공간은 서로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어서, 사이버 공간과 현실세계가 존재하고 기능하기 위해서는 상호의 존재와 기능이 필수적이다.[1] 문제는 평화와 안보에 대한 기존 관념과 전략이 신흥안보 시대의 사이버 공간이 보여주고 있는 양적‧질적 변화와 역동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 개념은 시스템 내 미시적 위험 요소가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의 임계점을 넘을 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초국가적 차원의 안보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는 대안적 접근이다.[2] 특히, 제한적인 하나의 위험 요소가 해당 부문을 넘어 거시적이고 복합적인 안보문제로 증폭되는 동태적 변화에 주목하며, 이 과정에서 발견되는 ‘양질전화-이슈연계-지정학적 피드백’의 특성을 강조한다.[3] 최근의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 같은 신흥안보적 파급력의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양질전화(良質轉化)’의 경우, 긴밀히 연결된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악성코드를 마치 전염병처럼 동시다발적으로 감염시켜 국가안보의 임계점을 넘는 피해를 유발하는 현상이 관찰된다. 지식‧정보, 가상자산 탈취, 페이크 뉴스 살포로 인한 사회적 혼란 등은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슈연계’ 측면에서 볼 때, ICT공급망 셧다운, 백신연구기관의 해킹, 전력 제어시스템의 오작동 유발과 같은 공격은 단순한 디지털 공간의 사고에 그치지 않는 경제‧보건‧에너지‧환경 등 물리적 안보 이슈와 결합된다. 마지막으로 이처럼 진화된 사이버 공격은 ‘사이버 동맹’, ‘디지털 진영화’와 같은 민감한 군사안보적 대응의 결과를 초래한다. 이른바 ‘지정학적 피드백’으로의 귀결인 것이다. Bloom and Savage 등은 오늘날 사이버 안보 이슈를 유발하는 구조적인 문제와 이에대한 기술적‧제도적 관리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사이버 안보 환경은 필연적으로 불확실하며, 완벽한 안보는 달성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4] 이 같은 사이버 공간의 속성 하에서 평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수준의 사이버평화를 추구하느냐는 실천적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사이버 공간 내 소극적‧적극적 평화론 적용의 쟁점 사전적으로 ‘평화’는 평온하고 화목한 상태로서 전쟁이나 분쟁 등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전통적 의미의 평화 개념으로는 복잡성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난립하는 현실에서 평화의 난제를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즉, 전쟁에까지는 치닫지 않더라도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포착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5]  현실 세계에서의 평화의 개념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사이버 공간에서의 평화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 사이버안보의 목표는 무엇인가? 안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평화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평화는 자유와 평등 못지않게 인간이 추구하는 보편적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사이버 평화에 대한 논의는 상당부분 안보화 담론에 기반하여 전개된 측면이 있었다. 특히, 미중 간의 사이버안보 이슈를 다루는 연구들은 양자의 관계를 ‘사이버 안보화’의 시각으로 조명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관점에 내재된 문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잠재적 위협을 실체화하거나 파괴력을 과장하기 쉬운 한계를 내재하고 있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전문지식이 높은 기술 전문가들이 안보담론을 독점하게끔 허용하는 문제를 낳기도 하였다.[6] 무엇보다도 사이버 위협을 국가안보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적 차원에서 직면하게 되는 사이버 위협을 과소평가거나 그러한 위협들까지 국가안보의 시각으로 흡수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즉, 사이버 안보는 사이버 평화 논의의 핵심적인 초점이 되어야 하지만, 안보에만 경도된 접근은 국가에 비해 개인과 사회를 부차적인 관심 대상으로 치부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7] 사이버안보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 상태를 사이버 공간의 평화라 가정할 경우, 사이버평화에 관한 논의의 시작은 갈퉁(Johan Galtung)의 평화론에서 출발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갈퉁은 평화가 폭력이라는 개념과 함께 설명된다고 보았다. 폭력은 ‘직접적(물리적) 폭력’, 구조적 폭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적 폭력’ 등이 있는데, 단순히 직접적 폭력이 없는 상태를 평화라 보는 시각은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나머지 폭력들 또한 모두 제거한 상태만이 ‘적극적 평화’를 의미한다고 보았다.[8] 따라서, 전쟁의 부재와 같은 소극적 평화 영역은 불안정한 기반에서만 유지되거나 위협, 폭력적인 능력 부족과 같은 소극적인 수단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영역이다. 반면, 안정된 평화의 영역은 상호적이고 합의된 기반 위에서 평화가 유지되는 영역으로 폭력 발생에 대한 기대가 없는 환경을 의미한다.[9] 갈퉁의 논의를 사이버 공간에 적용한다면, 소극적 사이버평화는 ‘사이버전쟁’, ‘사이버테러’, ‘사이버범죄’ 등이 부재한 상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이버평화를 소극적 평화론의 시각에서 보는 것은 진정한 사이버 안보의식을 확립하는데 필요한 규범과 정책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10] 가장 큰 문제는 공식적인 ‘전쟁의 부재’가 왜곡하는 불안정한 현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리적 환경에서와 같이 ‘전쟁권(Jus ad Bellum)’의 원칙은 사이버 공간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데, 전쟁을 선포하려면 적을 규정하고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11] 물리적 영역과 달리 사이버 공간을 공격자를 식별하는데 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전쟁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직접적 행동을 조심하지만, 특정 집단을 앞세우고 배후에서 지원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러한 빈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공식적인 전쟁 선포 없이도 사이버 공간에서는 전쟁과 같은 폭력적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직접적 폭력의 부재' 이상의 적극적 평화를 사이버 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갈퉁 조차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평화와 폭력에 대한 보편적인 정의를 수립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 보았다. 사회와 기술이 변화함에 따라 평화와 폭력에 대한 범위와 사회적 이해 또한 변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가치 판단의 주체를 누구로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로프(Heather M. Roff)는 탈냉전과 함께 마주한 사이버 공간의 질서를 인간안보와 적극적 평화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12] ITU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사이버 평화를 “건강한 평온함과 무질서, 혼란, 폭력의 부재(wholesome state of tranquility, the absence of disorder or disturbance and violence)”에 바탕한 “사이버 공간의 보편적 질서(universal order of cyberspace)”로 정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평화 역시 앞서 언급한 사이버 공간의 속성에서 ‘무결한 환경’의 달성을 목표로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매 순간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도 사이버 공격과 방어의 메커니즘에 끊임없이 마주하고 있다. 또한, 상술한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사이버 평화는 인권, 경제, 안보, 국제협력 등의 여러 측면을 지닌 복합적 현상을 띠게 되며, 이는 일국 차원의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없는 도전이기도 하다. 동시에 개인정보보호 이슈 등 개인 단위에서도 일상에서 마주하는 미시적인 문제들은 끊임없이 제기되는 사안으로서, 이 모든 것들을 포함할 경우, 과잉안보화의 위험성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사이버 평화에 대한 논의는 사이버 공간의 실질적 안전 확보나 이를 위한 실천방안에서 보더라도 단순히 적극적 개념이나 소극적 개념의 구분을 넘어야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가상공존의 초월적 공간이자 과정으로서 사이버 공간의 진화 신흥안보 시대의 사이버 평화 논의를 위한 첫 번째는 사이버 공간의 확장이 갖는 가상‧물리적 구분의 초월성이 낳는 함의점을 포착하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의 확장은 사이버 위협의 양적, 질적 변화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는 사이버 평화의 포괄 범위 역시 이에 부합하여 확장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의 사이버보안 문제는 악성코드 또한 전염병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복제되는 과정에서 변종이 나타나는 특징을 보이며 이른바 ‘사이버 팬데믹’의 현실화 위협(랜섬웨어에 의한 동시다발적 국가기반시설 위협, ‘Log4j’의 치명적인 보안 취약점 발견 등)을 낳은 바 있으며, 나아가 메타버스 패러다임의 확산으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초월한 가상융합공존 세계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최근의 사이버전 양상은 사이버 전장과 물리적 전장이 상호 긴밀히 연결되고 있으며 무력 공격에 앞선 전초작전으로서의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인프라, 금융, 미디어, 정부기관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고 정보‧심리전을 통해 적국의 항전 의지를 약화시키는 등 ‘하이브리드전’의 핵심으로 기능하고 있는 점이 이를 설명해준다.[13] 사이버 평화론의 발전을 위해 두 번째로 주목할 점은 사이버 활동이 갖는 이슈연계 측면의 파급력이다. 사이버물리시스템의 원격‧제어를 통해 감행되는 사이버 공격의 피해는 물리적 공간인 물적‧인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별개의 영역으로 간주하였던 사이버 공간에서 기원한 위험이 현실세계의 연계‧비연계 영역으로까지 전이되는 현상들이 빈번하게 목도되고 있다. 일례로 코로나19 국면 이후, 소프트웨어 해킹을 통한 주요 정보 유출, 백신연구기관을 대상으로 백신개발 정보를 탈취하려는 사이버 첩보활동이 본격화되었으며, 이는 사이버 안보이슈를 넘어 감염병 통제와 관련된 보건 안보를 위협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당시 중국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해커 집단의 미국 내 사이버공격은 주로 백신 등 핵심 기술과 지식재산권, 정보 탈취 목적을 위한 소행으로 분석되었다. 뿐만 아니라 2020년 12월 백신과 치료제 연구개발 중인 ‘존슨앤존슨’, ‘노바백스’ 등 6개 제약사가, 2021년 2월에는 화이자가 북한으로 의심되는 사이버공격을 받기도 하였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는 러시아 배후로 추정되는 콜로니얼 파이프라인(Colonial Pipeline) 공격이 감행되자, 미국 동부 지역 전체가 랜섬웨어 공격 때문에 연료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 발생하였으며, 전력 및 제조 부문 기업의 산업 제어시스템이 치명적 피해를 입기도 하였다. 이 같은 변화들은 연계 신흥안보 위혐의 연계 지점으로서 사이버 공간의 복합화를 낳고 있다. 세 번째 검토해야할 부분은 ‘과정’으로서의 사이버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변성과 불확실성을 상정하는 신흥안보적 패러다임에서는 주요 위험이슈들이 직간접적 연계를 통해 거시적 안보문제로 증폭되는 동태적 양상에 주목한다. 또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안전한 사이버 공간 구현을 위한 기술‧제도적 보완 역시 이 같은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다양한 참여자들이 끊임없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불신을 해소하고, 안정화된 시스템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유인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평화 또한 궁극적으로 달성해야하는 어느 한 지점으로 보기보다는, 역동적인 변화에 발맞춰 진화해가는 동태적 과정으로 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사한 맥락에서 최근 사이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국제 규범들은 개인정보보호 뿐만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의 올바른 활용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함으로써, 규제와 진흥을 균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14] 즉, 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이버 생태계의 건강성 유지에 방점을 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 사이의 원활히 작동하는 다중심적(polycentric) 파트너십의 형성 또한 사이버 평화를 유지해가는 주요한 기제라 볼 수 있다. 결론: 사이버 공간의 진화를 반영한 ‘신흥 사이버 평화론’의 필요성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디지털 전환의 심화는 일상과 분리될 수 없는 새로운 활동 영역으로서 사이버 공간의 중요성을 부상시켰다. 특히, 가상과 현실이 융합하고 이슈간 경계를 허물고 있는 사이버 공간의 진화는 사이버 안보 뿐만 아니라 사이버 평화의 개념에 대해서도 새롭게 접근해야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신흥안보적 관점에서 기존의 물리적 세계에서 통용되던 적극적 차원, 소극적 차원의 평화 논의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사이버 활동 범위의 확장과 새로운 가치의 구현, 사이버 공간과 물리적 공간의 경계 소멸, 동태적 과정으로서의 사이버 평화를 바라보는 시도는 그 첫 번째 실천이 될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사이버 안보의 대척점으로 사이버 평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 한계를 갖지만, 이들을 완전히 분리해 접근하는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이버 공간의 진화는 양자가 서로 다른 세계가 아닌 하나의 ‘연속체(a continuum)’일 수 있으며, 이 연속체의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폭력과 갈등이 내재되는 동시에, 반대의 측면에서는 다양한 행위주체 간 합의와 신뢰구축, 규범화의 노력 또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복잡화되고 진화해가는 사이버 공간을 안전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어떠한 실천적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이다. 美백악관 국가사이버국장 Chris Inglis의 언급처럼 “21세기의 인류는 사이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이버 때문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은 개인, 기관, 기업, 사회, 국가 등 사이버에 의존하는 모든 이들이 영위하는 활동들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이다.[15] 신흥 사이버 평화의 논의는 이 같은 당위적 명제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1] 한인택, “사이버 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이론과 전략의 탐색”, (2014), p. 2. [2] 김상배, “신흥안보와 메타거버넌스: 새로운 안보패러다임의 이론적 이해.” 『한국정치학회보』, 50권 1호, (2016), pp. 75-104; 윤정현, “신흥안보 거버넌스: 이론적 고찰과 대안적 분석틀의 모색.” 『국가안보와 전략』, 제19권 3호, pp. 1-46. [3] 김상배, “신흥안보의 미래전략 2.0: 새로운 연구와 지평의 모색”, (신흥안보 라운드테이블, 2022.9.7.) [4] Les Bloom and John E. Savage, “On Cyber Peace”, Atlantic Council, (AUGUST 2011) https://www.atlanticcouncil.org/wp-content/uploads/2011/08/080811_ACUS_OnCyberPeace (검색일: 2022.10.31.) [5] 김상배, “신흥안보의 미래전략 2.0”, 『신흥안보 이슈리포트 세미나(미발간 자료)』, (2022), p. 1. [6] 정영애(2017), p. 109. [7] Johan Galtung, “Violence, Peace, and Peace Research,” Journal of Peace Research, Vol. 6, No. 3 (1969), pp. 167-191. [8] 홍용표, “북한의 평화개념과 평화 만들기,”, 『JPI PeaceNet』, 제2호, (2021). [9] Inversini(2020), p. 265. [10] Heather M. Roff, “Cyber Peace: Cybersecurity Through the Lens of Positive Peace”, (2016), p. 3. [11] Inversini(2020), p. 261. [12] Heather M. Roff, Cyber Peace: Cybersecurity Through the Lens of Positive Peace, (New America org, 2016). [13] Microsoft, “Special Report: Ukraine: An overview of Russian’s cyber attack activity in Ukraine”, (April 27, 2022), p. 7. [14] Shackelford(2013), https://ndias.nd.edu/news-publications/ndias-quarterly/the-meaning-of- cyber-peace/ (검색일: 2022. 11. 20.) [15] Chris Inglis, “Cyberspace Democratic Values, and National Efforts”, International Conference on GCPR 2022, (2022. 9. 15.), https://www.youtube.com/watch?v=YBJZ0glZo50 (검색일: 2022.11.3.) 편집 : 김서연 인턴 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윤정현 박사는 현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부연구위원으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및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전문위원을 지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외교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과 국제정치를 아우르는 학제간 융합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남북 교류 가능성에 대한 고찰” (세계지역연구논총, 2022), “Governance on COVID-19 as Emerging Security Challenges” (Korean Political Science Review, 2022), “Issues and Prosp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Utilization in the Defense Field”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2021), “신흥안보 위험과 네트워크 거버넌스” (한국정치학회보, 2020),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의 도입이 사이버 안보의 공수 비대칭 구도에 갖는 의미” (국제정치논총, 2019) 등이 있다.
  • [JPI PeaceNet] 경제 안보와 동북아 평화
    저자
    허재철(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발간호
    2022-28
    [기획자 註] 미중 전략 경쟁과 공급망 재편에 따라, 최근 국제 질서에서 경제 문제는 국제 안보와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었다. 과거 동북아 지역은 국가 간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는 자유롭고 협력적인 관계를 구가했다. 경제와 안보 문제의 분리였다. 그러나 2018년 미중 전략 경쟁 이후 동북아 지역은 ‘경제 안보’라는 국가 간 갈등에 직면했다. 동북아에서 전개되는 경제 안보 문제를 진단하고, 동북아에서의 평화와 협력 질서를 모색하고자 한다. (이재준 연구위원 junlee@jpi.or.kr) 1. 미중 전략경쟁이 초래한 경제안보의 부활 최근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와 코로나19 감염 확산,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고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반도체와 의약품, 식량, 에너지 등의 공급 불안은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으며,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경제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안보가 중요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냉전 시대 미국은 소련을 봉쇄하기 위해 자본주의 진영 국가를 대상으로는 통상과 원조를, 그리고 사회주의 진영 국가들에는 제재와 통제를 시행했다. 다만 1980년대 이후 시장 메커니즘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유행했고, 1990년대 소련의 해체 이후 사회주의 경제가 자본주의 경제로 이행하면서, 경제-안보 연계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다. 하지만 2017년 취임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일으킨 이후 경제안보는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미중 전략경쟁이 경제안보를 다시 부활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경제안보의 핵심은 미중 전략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탈냉전기에 느슨해졌던 경제-안보 연계를 다시 조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냉전기와 탈냉전기의 차이점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비중과 영향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말 개혁개방을 통해 산업화를 가속화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했는데, 그 결과 세계경제 및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과 영향력이 크게 높아졌다. 아직 첨단산업에서는 미국과 큰 격차가 남아 있지만, 비첨단산업에서 중국은 세계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또한 미중 전략경쟁의 영역이 실물 공간이 아니라 사이버·디지털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국은 미국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빠른 속도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의 강도와 범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경제적 통치술로는 미국이 중국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새로운 경제적 통치술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면서도 자국이 받는 피해를 극소화하기 위해 상호의존에 따른 취약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더 나아가 규범과 가치를 활용한 경제적 통치술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경제적 통치술이 미국과 EU, 일본 등 경제적으로 발전한 선진국이 주로 사용해 왔던 것과 달리, 최근 중국과 러시아도 반제재(counter-sanction)를 통해 서방에 맞대응하고 있으며, 그 수단도 네거티브(negative) 제재와 포지티브(positive) 제재를 모두 구사하고,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수단을 결합하는 등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2. 경제안보의 개념 이와 같은 경제안보의 내용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면, 경제안보는 크게 경제적 통치술(economic statecraft)과 경제회복력(economy resilience), 그리고 상호신뢰(mutual trust) 구축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통치술은 자국의 국가이익을 달성하기 위해서, 또는 상대국가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무역과 투자, 금융 등 분야의 경제적 수단을 힘의 원천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리고 경제회복력은 경제영역과 관련한 국가이익이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설령 물리적 위협을 받더라도 곧 회복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제회복력은 민감성(sensitivity)과 취약성(vulnerability)에 대한 대응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상대방에 대한 의존성을 낮춰 민감성을 줄이고, 유사시에 대비한 대안을 마련하여 취약성을 낮출 때 경제회복력이 확보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호신뢰는 경제안보의 심리적 측면을 설명한 것으로, 국가 간 신뢰 구축 없이는 안정적인 경제안보 환경을 조성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 이렇게 경제안보의 개념을 간략하게 정리해 봤지만, 경제안보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학계에서 합의된 정의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주요 국가들의 경제안보 전략 및 정책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3. 한·중·일의 경제안보 전략 2021년 10월에 출범한 일본의 기시다 내각은 경제안전보장(경제안보)의 추진을 최우선 정책과제의 하나로 설정했다. 일본의 경제안보 전략의 목표는 크게 외부 위협에 따른 리스크 관리(안보 측면)와 경제성장(경제 측면)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일본은 외국과의 상호의존관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응하는 등 방어적인 대응(수비)을 하면서도, 안보와 성장의 두 측면에서 동시에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전략적 산업 특히,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하고 있다. 경제안보를 추진하는 일본의 법적 기반은 크게 외환법과 ‘경제안정보장추진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외환법 개정을 통해 ‘간주수출’ 규제를 강화하여 기술유출과 관련한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의 공급망 강화, 인프라 안전성 확보, 첨단기술관민협력, 특허비공개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경제성장에 대한 고려 속에서 ‘새로운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은 반도체를 경제안보의 핵심적인 대상기술로 간주하며 안보와 경제성장의 두 가지 측면에서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경우, 시진핑 체제에 들어서 경제안보와 관련한 정책 및 전략이 보다 체계적으로 수립, 시행되고 있다. 특히 2018년 무역마찰을 계기로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경제안보 전략 및 정책은 보다 체계적이고 공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먼저 중국은 급격히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경제적 통치술을 구사하고 있다. 경제력을 상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네거티브 경제제재뿐만이 아니라 상대에게 다양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뜻대로 상대를 유인하는 포지티브 경제제재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네커티브 제재와 포지티브 제재를 혼합하여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경제적 통치술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중국은 경제안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있어 필요한 경제회복력을 위해 공급망과 산업경쟁력의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의 각종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서 무역을 다변화하고 에너지와 자원 등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자 한다. 동시에 자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적극 활용하여 공급망의 내부화를 모색하는 등 쌍순환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국가급 대외협력 이니셔티브인 일대일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첨단 산업과 미래 전략기술에 대한 육성 및 보호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산업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신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안보 전략은 신정부가 제시한 4대 경제정책 방향 중에서 ‘미래대비 선도경제’ 부분의 ‘과학기술·R&D 혁신’과 ‘첨단 전략산업 육성’ 부분에 주로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신기술 확보·신산업 개발에 중점을 둔 과학기술·R&D 정책 수립 △신산업 육성 전략을 마련하고 첨단산업의 초격차 확보 지원 △인공지능 등 유망 신산업 전략적 육성 및 원전 경쟁력 강화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중심으로 경제안보 대응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상시 위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경제안보 현안으로 △(관리·지원 기반) 공급망 3법 제·개정을 통해 공급망 관리‧지원기반 구축 △(국제협력) 경제안보와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다자 협력체계 강화(IPEF, CPTPP 등) △(해외자원확보) 민간 해외진출에 대한 융자 및 공공기관 지원 확대 △(식량안보 강화) 기초 식량 중심으로 국내 자급기반 확충 및 해외 공급망 확보를 추진 △유턴기업 인정요건을 완화, 공급망 교란 가능성이 큰 첨단산업·신기술 중심의 유턴 유인 확대 △(외투) 산업경쟁력 제고, 공급망 강화 등 경제적 기여도가 큰 외국인투자유치 확대를 위한 현금지원 강화 등을 상정하고 있다. 4. 동북아 평화에 대한 시사점 경제와 안보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해 왔는데, 최근의 미중 전략경쟁이 다시금 경제와 안보를 긴밀하게 연계시키면서 경제안보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안보는 경제적 통치술과 경제회복력, 그리고 상호신뢰의 요소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으나, 경제안보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동북아의 주요 구성원인 한·중·일은 경제안보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각자 나름의 경제안보 전략 및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안보 전략(정책)은 대부분 경제제재에 대한 대응, 공급망 안전, 수출입 다변화를 통한 비대칭적 상호의존성 감소, 반도체와 같은 전략산업에 대한 경쟁력 확보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경제안보의 중요한 요소인 상호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물리적, 제도적으로 경제안보를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언제 자신의 경제안보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산다면 안정적인 경제안보 환경을 구축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경제안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상호신뢰 회복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 동북아의 평화와도 연결될 수 있다. 경제안보와 동북아 평화는 일면 모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일 수 있다. 편집 : 김서연 인턴 허재철(대외경제정책연구원) 허재철 박사는 현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지역전략팀(경제안보팀 겸직)의 부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한양대학교 국제학부에서 겸임교수로서 강의를 하고 있다. 2008년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2013년 중국인민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국회의원 비서관과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일본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 JSPS 박사후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 [JPI PeaceNet] 북한의 핵 무력 강화를 둘러싼 협상 노선 변화
    저자
    박형준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양대학)
    발간호
    2022-26
    [기획자 註] 지난 12월 7일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로드맵 구축'을 제목으로 한 결의안 61호가 통과되었다. 이 중 제10항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춘 북한의 핵무력 정책 법제화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북한이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고 있는 핵무력 법제화는 북한의 협상 노선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JPI PeaceNet에서는 건국대학교 박형준 교수의 글을 통해 북한의 핵 무력 강화를 둘러싼 협상 노선 변화의 내용과 그 안에 담긴 북한의 의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 유기은 박사후연구원(keryu@jpi.or.kr)]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및 북미 간 냉각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 미(未)조성을 이유로, ‘적대시 정책’ 폐기를 주장하며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올해 들어 수십 차례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전개하며 전술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등 더욱 공세적으로 전환했다. 북한은 제8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중점목표달성’의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이 커지는 한편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하여 선제적 핵공격까지 시사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점진적으로 비핵화 협상의 문턱을 높여나가는 동시에, 반대로 핵 사용 문턱은 낮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즉 과거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체제 안전과 보장을 위해 ‘적대시 정책’ 폐기를 주장했지만, 미국의 합의 불이행으로 불신(不信)이 가중되자, 중단된 대화의 재개 조건으로 ‘적대시 정책’ 폐기와 ‘이중 기준’ 적용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국이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한·미가 대북 억제력을 강화해나가자, 핵무기의 선제적 사용을 법제화한 ‘핵무력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1. 비핵화 협상을 통한 ‘체제 안전’ 보장 실패와 협상 프레임 전환 북한 입장에서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 사항인 체제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하고,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의 우려 사항인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하는 ‘안보 vs 안보’ 교환방식이었다는 점이다. 즉 양 정상 간의 첫 만남이었던 만큼 대북 제재 완화, 정전협정의 종결 등 실질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비핵화 의지 표명과 평화 체제 논의 등을 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안전보장 확약에 중점을 두었다.[1] 하지만 북미 간 대화 분위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그해 10월 스톡홀롬에서 개최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서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며 당시 조성된 경색 국면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러자 북한은 2019년 연말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 보고를 통해 ‘정면돌파’를 시사했다. 즉 “현정세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정면돌파전을 벌릴 것이며,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정치외교 및 군사적 대응조치들을 준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북미 교착상태와 대북 제재 장기화를 전제로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및 자강력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합의 사항 불이행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자신들의 선제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보상 없이 여전히 대북 적대시 정책을 지속하면서 자신들의 체제를 위협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신뢰구축을 위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 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선제적인 중대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크고 작은 합동군사연습들을 수십 차례나 벌려놓고 첨단 전쟁 장비들을 남조선에 반입하여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하였으며 십여 차례의 단독 제재조치를 취하여 자신들을 압박했다”고 비난했다.[2] 이는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협상 의도에 대해 ‘시간 끌기’를 통한 자국의 체제 위협으로 규정한 것으로, 대북 제재 유지와 관련하여 북미 합의 위반의 강한 비난과 협박성 선언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북한의 대화 재개 선결 조건: ‘적대시 정책’ 폐기 및 ‘이중 기준’ 철회 북한은 체제 안전과 보장을 위한 최대 당면 과제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를 계속해서 주장해오고 있다. 즉 ‘대미 정책=적대시 정책 폐기’를 공식화하며 미국의 근본적인 정책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음을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적대시 정책’ 폐기를 주장하며, 대화 재개의 선결 조건임을 밝혔다.[3] 한편 미국식 협상 셈법에 실망한 북한은 미국 측이 다시 대화 재개의 뜻을 내 비추자, 협상의 주도권 확보 및 실질적인 안전보장을 담보 받기 위해 ‘대화 재개’ 조건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폐기를 주장하며 비핵화 협상 프레임을 전환했다.[4] 즉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요구가 과거 트럼프-김정은 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제기되는 것이었다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는 중단된 대화의 ‘재개 조건’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핵화 협상 노선의 변화 기류는 2020년 발표된 북한의 고위급 외교실무자들의 담화를 통해 지속적・반복적으로 강조되었다.[5] 특히 김여정 부부장의 2020년 7월 10일, 대미 담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당시 김여정은 “나는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철회 대 조미협상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6] 이처럼 북한은 북미대화 중단이 장기화됨에 따라 비핵화 조치 협상 단계에서의 대북 제재 해제가, 아닌 적대시 정책 철회와 대화 재개를 동일선상에 놓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7] 이에 따라 북한은 2021년 1월 개최된 제8차 당대회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불변을 재확인하는 한편 이에 대한 철회를 주장했다. 즉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변하지 않았음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인식하에 북한은 대미 ‘강 대 강, 선 대 선’ 노선을 수립하는 한편 중국 및 러시아와의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하여 연대를 강화해나가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고 하면서 향후 바이든 행정부 시기 북미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 또한, ‘적대시 정책 폐기’임을 명확히 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북미 대화 재개 및 선(先)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중 기준’ 또한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이중 기준의 요지는 북한의 무기 실험만을 ‘도발’로 규정하는 행위에 대해 “비논리적이며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이중 기준’ 철회 주장은 2021년 1월 개최된 제8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주목할 점은 북한의 이중 기준 철회 주장은 국가방위력 강화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리로 활용하며, 제8차 당대회 결정을 집행하기 위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계획의 첫해 중점과제수행을 위한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활동임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올해 들어 실시한 수십 차례의 미사일 시험발사 또한 국방력 강화 차원 외에도 한·미의 확장억제력 강화에 대한 대응 조치의 성격이 짙다. 3.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 요구와 ‘핵 독트린’ 지난 9월 8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력정책의 법령을 공표하며 법제화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목적이 북한 핵 자체를 제거해 버리자는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핵을 내려놓게 하고 자위권 행사력까지 포기 또는 열세하게 만들어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9] 이는 현재 북한이 미국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무력정책 법제화는 ‘적대시 정책’ 폐기와 ‘이중 기준’ 철회를 관철시키기 위한 강력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한편 북한은 제8차 당대회까지만 하더라도 핵무력의 사용을 ‘방어적・자위적’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 번 북한의 핵무력정책 법제화는 상황이 다르다. 핵무력 정책은 1조부터 11조까지 핵무력의 사명, 핵무력의 구성,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 핵무기 사용 결정의 집행, 핵무기의 사용 원칙, 핵무기의 사용 조건, 핵무력의 경상적인 동원태세, 핵무기의 안전한 유지관리 및 보호,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와 갱신, 전파방지, 기타 등으로 구성됐다. 즉 핵무력을 어떤 경우에,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계획을 규정하고, 공격적으로 소형화한 전술핵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법제화한 ‘핵무력 정책’은 북한이 핵무기를 자위적・방어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안전에 위협이 될 경우 자의적・공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북한은 비핵화 협상 노선 변화에 있어 한층 강화한 업그레이드된 조치를 들고나온 것이다. 즉 ‘적대시 정책’ 폐기와 ‘이중 기준’ 철회를 한반도 정세변화의 전제 조건으로 설정하는 한편,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거나, 비핵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천명했다. 그리고 핵무력정책의 법령 공표를 통해 ‘적대세력의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유사시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라고 명시함으로써 핵무기의 선제적 사용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고강도 대미 선전 포고로 볼 수 있다. 과거의 일반적인 선언 차원의 협박이 아닌, 법 개정을 통한 법제화의 추진은 북한이 최대의 역량을 집중하여 상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1] 유기홍, “김정은의 정상회담 전략 연구,” 『현대북한연구』 22권 2호(2019), p. 173. [2]『조선중앙통신』, 2020년 1월 1일. [3] 북한이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관련하여 북한은 구체적인 리스트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대미 담화’, ‘제8차 당대회 대외관계 사업총화보고’ 등을 통해 한미연합훈련, 인권 문제, 핵 전략자산을 활용한 핵 위협, 대북 제재,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임을 일부 추측할 수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김여정은 담화(2020. 7. 10)를 통해, “최근에 미국이 대조선제재와 관련한 대통령행정명령들을 1년간 더 연장하는가 하면 조미관계개선에 앞서 《인권문제》가 《해결》되여야 한다고 떠들어대면서 우리의 《인권실태》에 대해 걸고들기도 하고 우리 나라를 《최악의 인신매매국가》로,《테로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우리를 사사건건 겨냥하고 건드리고있는데 이것만 보아도 미국의 대조선적대시가 결코 철회될수는 없다는것을 잘 알수 있다”고 밝혔다. [4] 박형준, “북한의 대미 담화 연구: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이후를 중심으로,” ?평화학연구? 제21권 4호(2020), p. 222. [5] 이에 대해서는 김계관, “김계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고문 담화,” 『조선중앙통신』, 2020년 1월 11일.; 리선권,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대답은 명백하다,” 『조선중앙통신』, 2020년 6월 12일.; 최선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 『조선중앙통신』, 2020년 7월 4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 『조선중앙통신』, 2020년 7월 10일. 등 참조. 박형준, “북한의 대미 담화 연구: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이후를 중심으로,” p. 222. [6]『조선중앙통신』, 2020년 7월 10일. [7] 박형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를 통해 본 북한의 대외정책: 대외관계 사업총화보고를 중심으로,”『북한학연구』 제17권 제1호(2021), p. 153. [8] 박형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이후 북한의 대미 담화 연구,” 『한국동북아논총』 제27집 제1호(2022), p. 109. [9]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 『조선중앙통신』, 2022년 9월 9일. 편집 : 김서연 인턴 박형준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양대학) 동국대학교 북한학박사.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DMZ평화센터 일반연구원과 조선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박사 후 연구원(Post-doc)을 거쳐 현재 건국대학교 GLOCAL 캠퍼스 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 주요 연구 분야는 북한의 대외관계(북・미, 북・중), 대미 담화, 남북관계, 통일정책, 외교・안보 등이다. 저서로는 , , 등이 있다.
  • [JPI PeaceNet] 사이버공간의 혼돈 속 한반도 사이버평화를 위한 과제
    저자
    나용우 (통일연구원)
    발간호
    2022-25
    [기획자 註] 사이버공간은 근대 국가의 경계, 영토를 넘어서는 국제정치 질서의 새로운 영역이다. 국제질서는 근대 주권 국가의 영역을 초월해 이뤄지는 것이다.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사이버 공간의 확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다. 인류는 기술 탈취, 해킹 등 새로운 사이버 안보 위협에 직면했다. 이제 국제정치에서 평화는 현실 공간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도 요구된다. 특히 남북 남계에서도 북한의 남한에 조직적 해킹이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남북한 간 사이버 안보 문제를 분석하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한반도 평화의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기획: 이재준 연구위원(junlee@jpi.or.kr)]  1. 사이버공간의 변화 양상 인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에 따라 사이버공간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 새로운 공간은 전통적인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나 개인(행위자)들의 자유로운 정보 교환을 위해 시작되었지만, 점차 현실 세계와 밀접하게 결합되면서 기존 국가 및 지역간 지리적 혹은 공간적 분리됨을 상쇄시켜 전 세계를 서로 연결하고 있다. 이제 가상공간과 현실세계가 융합된 소위 메타버스(Metaverse) 시대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인간의 삶은 더욱 편리하고 풍요로워지고 있지만, 그와 함께 새로운 위협들로부터 개인 및 공동체의 안전이 위태로워지는 상황도 더욱 증가하고 있다. 10월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발생되었던 카카오서비스 접속 장애 사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우발적 사건으로 발생한 일이 국가, 사회공동체에 이처럼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면,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사이버공격을 할 경우 더욱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사이버공격은 디도스(DDos) 공격이나 악성 프로그램 유포, 첨단기술 및 정보 절취 등 기술적 유형 외 랜섬웨어나 암호화폐 해킹 등 금전 탈취를 목적으로 하는 유형도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한 가짜뉴스의 생성이나 허위정보 유포 등 사이버 선전선동도 새롭게 중요한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의 일상적 생활에 활용되고 있는 로봇이나 드론 등 새로운 첨단 디바이스에 대한 사이버 위협까지 그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개인을 대상으로 정보 및 금전 탈취를 목적으로 했던 초기의 사이버위협은 이제 개별 해커 혹은 해커조직, 국제 테러조직에 의한 주요 국가 기반시설 및 인프라에 대한 공격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이버공격의 주체로 국가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즉 사이버공격을 행하는 비국가행위자의 배후였던 국가들이 직접 공격이나 위협행위를 감행함으로써 권력정치(power politics)가 사이버공간에서 더욱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이버위협이 그 빈도와 강도가 심화되며 증가하는 것은 사이버공간이 갖는 근본적인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1] 첫째, 사이버공간은 지리적 특성, 물리적 공간(territory)을 초월함으로써 무정부적 공간성을 띠게 된다. 국가 관할권 혹은 주권이 미치는 영역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상이한 입장을 갖기 때문에, 사이버공간에서의 합의된 국제규범을 만들어내기 어렵게 된다. 둘째, 공간 내 행위자가 자신의 신분을 감출 수 있는 익명성이 보장됨에 따라 은밀하게 활동할 수 있다. 기존 테러 행위와 달리 사이버위협을 가한 행위자들의 귀속을 특정짓기 어렵기 때문에, 목적 달성을 위해 은밀한 공격을 감행할 유인이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물리적 공간에서의 역량을 사이버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역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얼마나 큰 경제력, 군사력을 갖고 있는지가 국가의 역량을 결정하는 전통적인 공간과 달리 사이버공간에서는 고도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 공동체가 소규모의 시스템 오류나 저강도의 사이버공격에 의해 오히려 엄청난 피해를 겪게 되는 소위 ‘기술진보의 역설(a paradox of technological advance)’을 산출할 수 있다. 결국 사이버공격은 재래식 국력의 불균형을 단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2. 북한의 사이버역량 실태와 사이버위협 수준 북한의 사이버능력은 더 이상 실행 가능성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한국의 안보를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사이버공간을 중요한 전략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신의 사이버역량을 전통적인 군사전략에 결합해 활용하는 중요한 전력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남북간 안보 갈등이 사이버공간으로까지 그대로 투사되고 있는 것이다. 군사, 경제, 사회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협력이 이루어지기도 했었지만, 사이버공간은 남북관계의 변화 속에서 협력의 공간으로 단 한 번도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특징도 있다.  북한은 남북간 국력의 차이를 극복하는 전략으로 사이버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미 김정일은 “20세기 전쟁은 기름전쟁이고 알탄 전쟁이라 한다면, 21세기 전쟁은 정보전쟁”이라 언급했고, 김정은도 “핵미사일과 함께 우리 인민군대의 무자비한 타격능력을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사이버전력을 핵, 미사일과 함께 인민군대의 3대 핵심수단으로 제시하며,[2] 소위 ‘사이버전사’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렇듯 사이버능력을 강화함으로써 미래 사이버전 대비, 첨단과학 및 군사기술의 탈취, 대남 공작 및 외화 획득 등의 다양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되었듯, 낮은 진입비용과 높은 효율성, 책임귀속의 어려움 및 억지수단의 제한 등 사이버공간의 특성을 활용해 북한은 사이버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3] 사이버전력의 규모는 약 3,000~6,000명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라자루스(Lazarus)를 비롯해, 천리마, 블루노르프, 안다리엘, APT37/38, 김수키 등이 북한의 대표적 해킹조직들이며, 이들은 대부분 정찰총국의 지휘를 받아 활동하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은 1) 사이버 해킹(정보 탈취), 2) 사이버심리전, 3) 사이버테러, 4) 사이버 간첩, 5) 금전 탈취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은 이들 조직들을 활용해 한국에 직접적인 공격을 단행한 바 있다. 2009년 7.7 DDos 공격을 시작으로 2011년 3월 청와대, 국정원 및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DDos 공격, 2011년 4월 농협 전산망 해킹, 2012년 6월 중앙일보 해킹, 2013년 3월 방송사 및 금융기관 해킹, 2014년 12월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2015년 국회, 청와대 등 해킹 시도, 2016년 12월 국방통합데이터센터(DIDC) 해킹, 2017년 암호화폐거래소 빗썸 해킹, 2019년 청와대 및 안보관계자 해킹, 2021년 대우조선해양 및 한국원자력연구원 해킹 등의 여러 차례 사이버공격을 감행해왔다.  북한의 사이버공격은 한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국경봉쇄와 대북제재의 장기화로 인해 해외로부터의 외화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근 사이버 금전 탈취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UN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서는 북한이 2020년~2021년 중반까지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등 최소 3곳의 가상화폐거래소로부터 총 5천만 달러 이상 탈취했다고 적시했다.[4] 또한 지난 2월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기업 체이널리시스의 “2022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에서도 북한과 연루된 해킹과 자금 탈취가 꾸준히 증가했고, 2017년~2021년 49차례 해킹을 통해 총 1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탈취했으며, 이 중 아직 세탁되지 않은 가상자산도 1억 7,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였다.[5]  이렇듯 북한은 한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사이버 정보 및 금전 탈취에 집중하고 있으나, 더욱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자신들의 공세적인 사이버 역량을 군사안보와 직접 결합할 경우 현재 위협보다 그 파괴력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과 미국의 군사 작전계획이 전달되는 과정을 해킹을 통해 저지시키거나, 교란하는 방식으로 정보 및 지휘통제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뿐 아니라, 한미 양국의 시스템을 역이용해 아군에게 공격하도록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한국의 사이버역량 강화와 남북 사이버협력: 한반도 사이버평화를 위한 과제 이렇듯 북한의 사이버능력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반해, 한국의 사이버역량은 어떠한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광섬유 비중, 모바일 브로드밴드 이용량,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 등 인프라 측면에서 회원국 중 1위이며, 인터넷 이용자 비율은 95%로 OECD 7위 수준이며, ICT 관련 특허 비중은 53.9%로 OECD 회원국 중 1위 등 사이버 인프라 및 활용 부문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다.[6] 2020년부터 하버드대 과학국제문제벨퍼센터가 발표하고 있는 국가사이버역량지표(NCPI)에 따르면, 한국의 종합적인 사이버역량은 30개 대상국들 중 세계 7위로 발표되었다. 8개 기준 중 사이버방어, 사이버공격, 금융 부문에서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그림 1> 2022 국가사이버역량지수와 한국 부문별 지수[7]  한국의 사이버역량 중 인프라 및 활용 부문에서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사이버방어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북한을 비롯한 세계적인 해킹그룹으로부터의 공격에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북한으로부터 중요한 군사 및 기술정보는 물론 금전 탈취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는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사이버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들을 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지난 2019년 4월 「국가사이버안보전략」을 채택하고, 국가사이버안보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으나, 정작 사이버안보와 관련한 통합적 기본법은 아직까지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점증하는 사이버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안보 법제를 채택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라는 실질적 사이버위협을 직면하고 있는 한국이 아직도 ‘사이버안보 기본법’을 채택하지 못한 상황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물론 「국가정보원법」 개정[8]과 국가안보실 사이버안보비서관 신설로 정부 차원에서 사이버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은 있으나, 효과적인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사이버위협에 대응하는 국제적 차원의 협력도 모색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금년 5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발 사이버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확대에 합의했고, 이런 차원에서 지난 10월 미국 사이버사령부가 주관한 사이버플래그(Cyber Flag) 훈련에 우리 군 사이버작전사령부을 중심으로 처음 참여했다. 이렇듯 북한과 글로벌 차원의 사이버위협에 대해 한미 사이버워킹그룹을 중심으로 협력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다. 지난 5월 한국은 비나토회원국으로서 나토 사이버방위센터(CCDCOE)에 가입하여, 라키드쉴드훈련(Exercise Locked Shields)에 참가하는 등 국제적 사이버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적 차원의 대응체계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사이버위협에 대한 취약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사이버위협에 대한 모니터링과 조기경보시스템, 취약성 평가 및 신속위기대응 체계 구축 등을 통해 북한발 사이버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전통적 안보구조가 사이버공간에 그대로 투영되는 현 상황에서 한반도 사이버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 것인가? 북한이 사이버위협을 통해 얻는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협력에서 얻는 이익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북한이 사이버역량 중 공격능력을 제외하고 인프라, 디지털경제, 거버넌스 측면에서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인트라넷-인터넷 분리 정책을 통해 사이버공간에서의 안전을 유지하고 있으나, 대외개방이 본격화될 경우 북한 역시 향후 외부 세력으로부터 사이버공격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한국과의 협력은 북한에게도 상당한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  사이버공간에서도 남북간 상호 불신이 크고, 저비용-고효율로 인해 북한의 사이버공격 유인이 크다. 따라서 남북간 사이버평화를 위한 협력은 제도적 그리고 공유이익적 차원에서 구상해야 할 것이다. 우선 제도적 차원에서 사이버공간에서 상호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협약(가칭 ‘남북 사이버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현재 남북관계 경색으로 9.19 군사합의가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는지만, 그럼에도 군사분야 합의서 체결은 남북간 군사안보차원에서 화해협력의 물꼬를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남북 사이버평화협정 체결로 상호간 사이버위협을 최소화하거나 억지할 수 있다. 이익의 차원에서는 남북간 사이버안보 기술의 공동연구 및 개발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김대중 정부 시기 남북은 정보통신협력을 추진했던 경험을 다시 되살려서 북한에게 협력을 통한 이익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이버 인재 양성을 포함한 기술 공동연구 및 개발을 남북이 함께 한다면, 사이버공간에서의 평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이렇듯 한반도 사이버데탕트는 궁극적으로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에 기여할 것이다.  [1] 나용우, “초연결융합시대와 사이버안보: 사이버공간의 안보화와 한국의 사이버안보 강화 방안,” 『Journal of North Korea Studies』 제3집 2호(2017), pp. 32-33. [2] 임종인 외, “북한의 사이버전력 현황과 한국의 국가적 대응전략,” ?국방정책연구?, 제29권 제4호(2013), p.15. [3] 유동열, “북한의 사이버 위협 실태와 대응,” ?전략연구?, 통권 제84호(2021), p.13. [4] “"북, 작년에 가상화폐 4천800억원 훔쳐…중국에 석탄 불법 수출"(종합),” ?연합뉴스?, 2022/04/02.https://www.yna.co.kr/view/AKR20220401003951072?section=nk/news/all (검색일: 2022.5.16.). [5] 김소정,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 대응을 위한 한․미 협력 고려사항,” ?이슈브리프? 제395호 (서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22), p.3; 김보미, “김정은 시대 북한 사이버 위협의 특징과 대응방안,” <정보세계정치학회 추계학술대회 자료집>, p.279. [6] 주오이시디 대한민국대표부, “OECD 디지털경제전망(Digital Eonomy Outlook) 2020 주요내용,” p. 1. https://overseas.mofa.go.kr/oecd-ko/brd/m_20806/view.do?seq=229 (검색일: 2022.11.14.). [7] Julia Voo, Irfan Hemani & Daniel Cassidy, National Cyber Power Index 2022 (Cambridge, MA: Belfer Center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Affairs, 2022), p. 10; p. 23. [8] 「국가정보원법」 제4조 제1항 제1호 마목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서연 인턴 나용우 (통일연구원) 현재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 부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성균관대학교 좋은민주주의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조지타운대학교 평화안보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남북교류협력, 신흥안보, 동북아 국제관계 등이다. “코로나19 시대 남북 보건의료협력의 조건과 과제: 지속가능한 남북관계를 위한 출발”(평화와 종교 2021), “지속가능한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위한 남북에너지협력”(Journal of North Korea Studies 2019),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새로운 로컬 거버넌스의 모색: 남북교류협력에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중심으로”(세계지역연구논총 2018), “초연결융합시대와 사이버안보: 사이버공간의 안보화와 한국의 사이버안보 강화 방안”(Journal of North Korea Studies 2017)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 [JPI PeaceNet] 초불확실성 시대 한국의 경제안보전략
    저자
    이승주 (중앙대학교)
    발간호
    2022-24
    [기획자 註]  탈냉전기 이후 미국의 압도적 패권이 부여했던 안정적 세계질서운영은 미중전략경쟁 시대를 맞아 변환 중이다. 정치와 경제문제, 경제와 안보문제를 분리시켜 생각하며 경제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며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던 워싱턴컨센서스는 이제 의심없이 종료되었고 세계는 경제안보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미중전략경쟁의 갈등 속에서 세계질서는 경제책략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균형을 찾고 있는 바, 미중전략경쟁이 만들어낸 이 새로운 경제안보의 시대는 국가들의 대외정책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국의 경제안보전략은 무엇인가. 중앙대학교 이승주 교수의 글을 통해 이 역사적 전환기에 한국의 경제안보전략에 대해 듣고자 한다. (기획: 임해용 연구실장(haeyonglim@jpi.or.kr))  초불확실성 시대의 경제안보 경제안보의 시대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 경제와 안보의 분리가 지배적 담론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격세지감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경제와 산업 체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노출된 데다, 미중 전략 경쟁이 경제 이슈를 빠르게 안보화한 결과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부상을 미국에 대한 ‘경제적 침공’인 동시에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함으로써 경제와 안보의 연계는 현실이 되었다.[1] 국내에서도 경제안보 연계의 세계적 추세에 대한 진단과 함께 한국이 지향해야 할 경제안보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논의의 폭과 깊이가 상당한 만큼 이제 한국의 경제안보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할 시점이다.  과잉 안보화의 위험성 논의의 출발점은 경제와 안보를 연계할 것인지 ‘여부’를 뛰어넘어 경제와 안보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데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경제와 안보의 연계를 촉진하는 저변의 변화는 불확실성의 증대이다. 초불확실성 시대에 자국 이익을 배타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유혹은 너무도 크다. 경제의 안보화를 촉진하는 근원적 요인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제적 쟁점을 과도하게 안보화하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이다. 과잉 안보화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국내정치적 요인이다. 경쟁국을 견제하고 압박함으로써 경쟁 우위와 안보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의 매력이 크기 때문에 경제안보 전략이 쉽게 국내정치 어젠다가 되어 과잉 안보화의 문제를 초래한다. 그러나 경제안보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국제정치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추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안보 연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정치적 요인에 의한 안보화는 단기적으로는 과잉 안보화의 문제를,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안보 연계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대상이다.  둘째, ‘경제안보 딜레마(economic security dilemma)’의 확산이다. 경제적 강압을 행사할 능력을 갖춘 전통적 강대국들은 ‘공세적’ 경제안보 전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대다수 국가들은 대외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반응적’ 경제안보 전략을 추구하게 된다. 일부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안보 전략이 본질적으로 ‘방어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들어 그 정당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그러나 반응적 경제안보 전략은 체제적 효과 면에서 공세적 경제안보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국가가 반응적 또는 방어적 동기에서 추진하는 경제안보 전략이 다른 국가의 경제안보 연계를 촉발하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결국 개별 국가 차원뿐 아니라 체제적 차원에서도 과잉 안보화를 초래하게 된다.  21세기 새로운 경제적 통치술 21세기 경제와 안보의 연계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경제적 통치술(economic statecraft)의 귀환이 주목받고 있다.[2] 21세기에 부상한 경제적 통치술은 전통적인 경제적 통치술과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통적인 경제적 통치술은 주로 국가 간 갈등의 해결 또는 관계 조정을 위해 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수출 통제, 수입 제한, 경제 제재 등이 주요 수단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국가 간 ‘비대칭적 상호의존’을 활용하여 주로 강대국이 약소국을 상대로 구사한 전략이다.[3]  21세기 새로운 경제적 통치술이 전통적인 경제적 통치술의 단순한 답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경제적 통치술은 더 이상 강대국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방식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견국 또는 약소국들도 저마다의 필요에 의해 경제적 통치술을 추구하게 되었는데, 전통적인 강대국의 경제적 통치술을 단순 반복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국내에서도 한국이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의 경제안보 전략과 유사한 목표와 방식을 지향하는 데 따른 위험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 경제안보 전략은 한국의 하드파워, 국제정치적 지위, 세계 경제 네트워크 내 위치, 전략적 도전의 성격 등을 통합하여 담아내되, 지구적 도전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한국의 기여 등 보편과 특수의 결합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특수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한국형’ 경제안보 전략을 추구하는 것은 한국과 같이 대외의존도에게는 우호적이지 않은 대외환경을 자초할 위험성이 있다. 새로운 경제적 통치술은 21세기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고, 또 전략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21세기는 초연결성의 시대이다.[4] 초연결성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 간 네트워크의 밀도를 높여 놓았다. 이는 네트워크 내의 위치를 활용하여 상대국을 압박하는 새로운 경제적 통치술의 가능성을 열었다. ‘무기화된 상호의존’(weaponized interdependence)이 대두된 배경이다. 네트워크 내 위치(network position)를 네트워크 권력(network power)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경제적 통치술을 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지역 가치 사슬(regional values chains: RVCs) 또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이 확보하고 있는 핵심적 위치를 경제적 통치술에 통합하는 데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된다.  한국의 경제안보 전략 과잉 안보화를 넘어 적정 안보화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시점에 과소 안보화가 초래할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과잉 안보화의 폐해도 그에 못지않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과잉 안보화가 지속될 경우, 안보화가 너무 광범위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성취하려는 목표가 불분명해지며, 국내적으로 안보화를 위한 지대의 추구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국가들에서 경제와 안보를 연계하는 과정에서 산업정책이 확대・강화되는 가운데, 안보화가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안보 연계의 효과를 제고할 수 있는 역량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 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과잉 안보화 또는 과소 안보화를 경계하고 적정 안보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적정 안보화를 실현하는 것이 용이하지는 않다. 적정 안보화를 위해서는 안보화의 목표와 방법을 가능한 한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사전적으로 안보화의 범위를 정확하게 표적화(targeting)하고, 제한된 기간으로 한정하며, 사후적으로 안보화의 효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경제안보 전략의 목표: 취약성의 완화와 리스크의 관리  적정 안보화라는 기본 조건의 확보를 전제로 한국은 취약성을 완화하는 데 경제안보 전략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초불확실성 시대 경제안보 전략의 최우선순위는 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리스크의 관리여야 한다. 초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생존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리스크의 효과적 관리가 중요하다. 리스크의 관리는 이슈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수단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며, 제약 및 기회 요인 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리스크의 관리는 때로는 그 효과 또는 이익이 상쇄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을 전략적으로 동시에 구사하기도 한다. 경제안보 전략의 수단과 방식: 연계, 결합, 균형  경제안보 전략의 성패는 무엇보다 이슈의 ‘연계’를 효과적으로 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와 안보의 효과적 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넥서스(nexus)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5] 넥서스의 매개 없이 이루어지는 경제와 안보의 연계는 경제적 강압에 지나지 않는다. 전통적 경제적 통치술이 강대국의 전유물이었던 것은 넥서스에 기반한 실질적 연계 없이 상대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21세기 첨단기술은 경제와 안보의 넥서스로서 각광받고 있다. 경제와 안보의 연계 효과를 제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계로 인해 국내적으로 발생하는 부담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슈 연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넥서스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경제안보 전략의 핵심이다.  한국 경제안보 전략의 두 번째 방식은 다양한 목표의 ‘결합’이다. 초불확실성 시대 주요국들이 저마다 경제 주권과 기술 주권을 주창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자국의 이익을 우선 추구하려는 동기도 따라서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 사례를 돌이켜 보더라도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경제 주권의 추구는 결과적으로 국가 간 갈등을 격화하고 번영과 평화의 토대를 위협하였다. 한국과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에게 경제 주권 추구의 확산은 파국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이 지향해야 경제안보 전략은 경제 또는 기술 주권을 추구하는 가운데 포용성을 함께 담아내는 ‘포용적 경제 주권’이다.  포용성과 주권의 동시 추구는 상충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러한 우려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문건을 발간하면서 포용성을 표방하는 국가들의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일단 인도태평양 지역이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질서로 흐르는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역내와 역외를 불문하고, 자국 이익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포용성에도 전략적 성격이 내포되어 있다. 역내 국가들이 표방하는 포용성에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결여되어 있다. 한편, 역외 국가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지역 질서가 수립될 경우, 이 지역의 경제적 활력에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실할 것을 우려한 결과, 이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포용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포용성과 주권의 추구 사이에 긴장을 해소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건은 한국의 이익과 상대국 이익의 조화 여부에 달려있다. 포용성을 한국의 배타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포용성은 한국이 경제 및 기술 주권을 향상시키는 과정에 다른 국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호를 열어놓는다는 의미여야 한다. 양자 사이의 선순환 관계가 성립될 경우, 한국의 경제 및 기술 주권 추구는 지역 또는 지구적 차원의 포용성을 확대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열린 국익’의 추구가 주권과 포용성의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이 경제안보 전략을 추구하는 세 번째 방식은 ‘균형’이다. 경제안보가 국가 전략의 영역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업이 경제적 통치술의 실질적 행위자이기 때문에 기업의 이해관계를 경제안보 전략에 통합하기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펼칠 필요가 있다. 경제안보 전략의 효과성은 국가가 기업의 이익을 통합하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6] 물론 국가 이익과 기업 이익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양자를 일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반대로 국가 이익과 기업 이익 사이의 괴리가 커질 때, 경제안보 전략의 효과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양자 사이의 균형이 필요한 이유가 명확해진다.  [1] White House Office of Trade and Manufacturing Policy, How China’s Economic Aggression Threatens the Technologies and Intellectual Property of the United States and the World (2018). [2] Vinod K. Aggarwa and Andrew Reddie, “New Economic Statecraft: Industrial Policy in an Era of Strategic Competition,” Issues & Studies 56, 2 (2020). [3] 국가 간 비대칭적 상호의존을 상대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로 연결하는 데 대한 고전적 논의로는 Albert Hirschman, National Power and the Structure of Foreign Trade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45) 참조. [4] Farrell, Henry and Abraham Newman, “Weaponized Interdependence: How Global Economic Networks Shape State Coercion,” International Security 44, 1, 2019. [5] 이승주, “경제・안보 넥서스(nexus)와 미중 전략 경쟁의 진화,” 『국제정치논총』 61, 3 (2021). [6] William J. Norrris, Chinese Economic Statecraft: Commercial Actors, Grand Strategy, and State Control (Cornell University Press: 2016).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서연 인턴 이승주 (중앙대학교) 이승주 교수는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이며, 싱가포르국립대(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정치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에서 정치학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자문위원회 위원장이며, 그밖에도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정치학회 이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편저서로는 Korea’s Middle Power Diplomacy: Between Power and Network, Trade Policy in the Asia-Pacific, <사이버 공간의 국제정치경제>, <일대일로의 국제정치>, <미중 경쟁과 디지털 글로벌 거버넌스> 등이 있다. 이외에 “기술과 국제정치: 기술 패권경쟁시대의 한국의 전략,” “세계 경제의 네트워크화와 미중 전략 경쟁: 복합 지경학의 부상,” “경제・안보 넥서스(nexus)와 미중 전략 경쟁의 진화,” “디지털 무역 질서의 국제정치경제,” “Institutional Balancing and the Politics of Mega FTAs in East Asia,” “불확실성 시대의 국제정치경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위기?”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