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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EU의 정치적 과제와 전망
    저자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발간호
    2017-02
      1. 2017년, 국제정치의 실마리 2017년에 국제정치가 맞서게 될 사태의 실마리는 2016년 하반기에 이미 던져진 사건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의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과 3월로 예상되는 브렉시트(Brexit) 협상 개시는 2017년을 가늠하는 첫 잣대가 될 것이다. 이민자 문제는 여전히 유럽에서 중요한 관심사로 자리를 차지할 것이지만, 난민 유입은 절정의 단계를 지나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다. 비록 난민 유입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이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올해 내로 기대만큼 준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러시아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난민 문제와 EU의 역할에 실망한 몇몇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보다 민족주의적 색채를 띨 것이며, 권위와 주권 우선의 가치에 향수를 느끼는 유럽회의론자들은 러시아의 접근을 환영할 것이다. 유독 선거가 많은 올해(프랑스 대선, 독일 총선, 네덜란드 총선, 헝가리 총선, 슬로베니아 대선, 체크 총선 등), 연말 즈음에 이르면 포퓰리즘(populism)은 ‘유럽인들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포퓰리즘이 선거 분위기를 장악하는 한 거시적이거나 장기적인 정책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며,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득표 전략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미국의 새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정책(American First)을 취한다면, 유럽 역시 유럽 우선주의(Europe First)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들 것이다. 벌써 무역과 안보에서 이러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반(反)자유주의적 분위기는 그동안 유럽이 취해 왔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론’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그 때문에 대외관계에서 새로운 정책의 채택보다는 EU 회원국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내부의 결속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또한 통합의 확대 같은 공격적인 정책보다는 테러리즘 대비 등 안보 위주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유럽의 동아시아 정책은 역할론이 줄고 실리 위주의 접근에 치중하게 될 것이다. 자연재해 대비, 기술표준, 사이버안보, 기후변화 대처 등 실용주의 정책들은 오히려 집중도가 높아질 것이며 이에 대한 협력 요구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 “탈퇴가 더 나은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브렉시트(Brexit) 작년 6월 치러진 영국 국민 투표에서, 영국이 정말 EU를 탈퇴할 것으로 예측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선거 결과가 52:48의 박빙이었으므로 이를 예측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다고 보아야 한다). 당초 EU와 영국의 전략은 소위 영국이 ‘특별지위(special status)’를 누리도록 내용상 양보는 하되 통합의 겉모양새는 유지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2015년 11월, 양측이 4개 분야 협상(deal)-영국의 유로화 불사용, 경쟁력 강화 지속, 영국의 주권 존중, 국경 간 자유 이동에 대한 회원국의 권리 존중-을 타결했을 때, 영국의 EU 잔류가 조심스럽게 예상되었었다. 올 3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영국의 EU 탈퇴 협상은 알려진 대로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영국이 어떤 전략에 따라서 협상에 임할지, 이 협상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 노동당의 힐러리 벤 의원은, “브렉시트는 현상유지를 깨고자 하는 도전이었다. 그러나 영국이 이처럼 깨진 현상유지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여전히 알 수가 없다”고 비판한다(Euobserver, 12월 28일 자). 분명한 것은 영국이 탈퇴 이후에도 협상의 목표를 EU와 특별관계를 맺어 기존에 누리던 EU와의 관련성을 계속 유지하는 쪽으로 둘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나머지 회원국들은 영국의 탈퇴로 생긴 공백을 자신들의 영역 확대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테레사 메이 신임 영국 총리는 탈퇴 협상을 통해 적어도 카메론이 성공이라고 공언했던 2015년 11월의 협상 결과보다 더 얻을 것이 무엇인지 유권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혹자는 향후 2년간 진행될 영국의 EU 탈퇴 협상 기간이 매우 짧다고 하지만, 영국으로서는 오히려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곤혹스러운 것은 이 협상 기간 동안 영국은 EU 정상회담을 비롯하여 각료이사회나 각종 회의에서 토론권이나 결정권에 제한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어정쩡한 회원국 지위를 2년이나 유지한다는 것은 영국 내의 여론에 큰 변화요인이 될 것이다. EU도 고민이 있다. 쌍두마차인 프랑스와 독일이 올해는 국내 선거로 영국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룰 만한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영국과 개별 협상을 진행하게 될 각료이사회(the Council)의 순회 의장국은 향후 몰타, 에스토니아(2017), 불가리아, 오스트리아(2018) 등 소국들이다. 걸출한 조율자가 등장하지 않는 한, 이들이 영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칼자루는 EU가 쥐고 있다. EU는 깔끔하게 떠나보내려 할 것이고, 영국은 조금이라도 남겨두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재투표 혹은 탈퇴 거부라는 여론이 조성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영국이 보다 더 크게 걱정해야 할 것은 유럽이 지난 60년 이상 지속해온 ‘한층 더 긴밀한 통합(ever closer union)’ 원칙을 파괴한 첫 번째 회원국으로 낙인찍혔다는 점일 것이다. 3. “최악의 사태는 넘겼다. 그러나...”: 이민자 문제 2014년의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 위기, 2015년의 테러리즘에 이어, 2016년 EU의 가장 큰 역내 이슈는 이민자(migrant) 문제였다. 2016년에 열린 공식 EU 정상회담은 모두 5회(2, 3, 6, 10, 12월)였는데, 이 중에서 이민자 문제는 2월 회의를 제외하고는 줄곧 제1 주제였다(2월 회의의 제1 주제는 영국이 요구한 특별지위 부여 관련 승인 문제). 보통 상반기에는 경제 이슈, 하반기에는 안보 이슈를 다루던 정상회담의 성격을 놓고 볼 때 연중 이민자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대함을 의미한다. 유럽으로의 국경 이탈자 추이를 보면 2009년에서 2013년까지 연간 10만 명 선에 그치던 것이 2014년에는 283,175명으로 늘어났다. 더 나아가 이들을 포함한 난민 신청자 추이는 2015년에는 1,822,260명으로 급격히 늘더니 2016년에는 3/4분기 기준으로 951,140명을 넘어섰다(Frontex/Eurostat).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년도보다 2016년의 총 이민 신청자 수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2017년에도 유입 추세는 다소 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유럽으로 유입되는 최대 난민 배출 국가인 시리아를 비롯하여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 알바니아, 코소보 등 발칸권 국가들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 한 망명 신청자들은 언제든지 다시 늘어날 것이다. 난민 유입과 관련하여 주목할 부분은 최대 월경(越境) 경로인 ‘서부 발칸 루트(the Western Balkan Route)’를 관리하기 위해 작년 3월에 채택된 “EU-터키 간 망명자에 관한 성명서(EU-Turkey Statement)”의 이행 여부다. 함께 채택된 실천계획서에 따라 EU는 그리스 역내로 들어오는 망명자 유입을 저지하는 조건으로 터키 국민의 비자 면제, 터키의 관세동맹 가입, 2018년까지 최대 60억 유로 지원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가로 내건 터키인의 유럽 비자 면제 시행이 2016년 6월에서 6개월 연기되었지만, 지금으로써는 2017년 이내에 시행될지도 불투명하다. 작년 여름 불발된 터키 쿠데타 이후, 에르도간 터키 대통령의 무자비한 숙청과 탄압이 유럽에 물음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난민 유입 통로인 ‘중부 지중해 루트’에 대한 통제는 차질없이 강화될 것이며, 주변 국가들과 ‘신(新)동반자 관계 틀(New Partnership Framework)’ 수립을 통해 난민 유입이 보다 엄격하게 관리될 것이다. 또한 기존의 ‘유럽공동망명자 시스템(Common European Asylum System)’에 대한 재점검,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따라 입국한 모든 여행자를 통합 관리하는 입출국 시스템(entry/exit system)에 관한 입법이 올 상반기에 완료되면 불법 경로를 통한 유럽 이주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4. “러시아를 주목해야 한다.”: 중동부 유럽의 러시아로의 경도 중동부 유럽과 터키의 극우파에게 러시아는 인기 상종가다. 지난 12월 19일,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현 터키 정부에 불만을 품은 전직 경찰관에 의해 살해되었다. 에르도간 터키 대통령은 사건 직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의 경위에 대하여 직접 설명하는 정성을 보였다. 작년 쿠데타 사태 이후 유럽과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터키 정부는 러시아와 밀착 관계에 접어들었다. 2015년, EU를 배제하고 러시아-터키를 잇는 신형 가스관 건설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양측의 관계는 올해에도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헝가리의 야당 ‘요비크(Jobbilk)’가 러시아에 경도된 극우파인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헝가리의 극우단체 ‘헝가리국민전선(MNA)’의 지도자 이스트반 교르코스가 피격되었다. 이 사건을 통해 러시아 해외군사 첩보국(GRU)이 외교관 신분을 가장하여 헝가리 내의 여러 극우정당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상한 것은 헝가리 정부가 러시아 정보국의 헝가리 국민전선에 대한 개입을 묵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헝가리 정부와 러시아의 밀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집권당인 ‘헝가리시민동맹(FIDESZ)’은 스스로를 중도우파라고 자임하고 있지만, 유럽회의주의, 이민 반대, 포퓰리즘, 민족주의 등의 극우적 성향을 띠고 있으며 이들 역시 러시아와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러시아와 헝가리 정부 간 친밀감은, 2015년 2월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산 가스의 운송을 위한 양국 간 가스관 건설 협력에 대하여 합의하면서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이들 외에, 슬로바키아의 극우정당 ‘우리의 슬로바키아(LSNS)’ 역시 반(反)이민, 유럽회의주의를 외치면서 친(親)러시아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극우정파 ‘자유당(FPOe)’의 주요 지도자들도 러시아에 미소를 보내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몇몇 의원들은 지난 연말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제재 대상에 오른 세르게이 젤레니악(Sergei Zheleznyak) 러시아 의원과 회담을 하고 사진을 함께 찍어 게시하여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당선으로 서방의 결속이 흔들리는 가운데 오히려 느긋한 쪽은 러시아다. 지난 연말, EU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러시아와 맺은 ‘민스크 정전협정’이 불이행되고 있는 것을 이유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재재 기간을 올해 7월까지 늘리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총리는, “러시아도 이에 대응하여 EU산 농수산물에 대한 제재 조치를 유지하기는 하겠지만, 오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범하게 응수하였다. 5. “자유주의를 구하라!”: 유럽의 분열과 장벽 세우기 유럽과 미국의 관계는 공식적으로 1990년에 맺은 협정에 근거한다. 이 문서는 양측의 관계를 ‘범대서양 동반자관계(The Transatlantic Partnership)’라고 칭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실제로 ‘동반자관계(partnership)’ 이상의 관계다. 외교적 표현으로 자주 등장하는 ‘포괄적’, ‘전략적’, ‘호혜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 간에는 이런 표현조차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2014년 모게리니 EU 고등외교대표는 양자의 관계를 “혼돈의 세계에서 선택된 관계(Partners of choice in a complex)”라고 정의한 바 있다. 심지어, “가치와 문화적 정체성에서 같은 DNA를 가지고 있다”고 묘사하기도 하였다(Delegation of the EU to the US, “eumatters”). 이보다 더 긴밀한 표현은 국제관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후 이러한 관계는 삐걱거리고 있다. 우선 트럼프에 대한 태도에서 유럽국가 간 균열이 보이고 있다. 메이 영국 총리는 트럼프 당선 직후, “유럽과 미국 간의 강력하고 밀접한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축하 전문을 보냈다. 폴란드 출신의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도 “이른 시일 내 양측 간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편지를 공개한 바 있다. 민족주의 성향의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트럼프가 자신을 백악관에 초대하겠다고 하자, “검은 양(a black sheep)으로 취급되던 내가 처음으로 워싱턴에 가게 되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반해 프랑스와 독일의 입장은 크게 다르다. 서유럽 주요 정상들은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11월 10일 자 사설은 “미국 우선주의에 맞설 유럽 우선주의의 카드를 내놓을 준비를 해야 한다”며 유럽의 강경한 준비를 촉구하였다(Le Monde 11월 10일자). 미국의 고립주의, 장벽 세우기에 대응한 유럽식 장벽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난항을 거듭하던 ‘범대서양 무역·투자 동반자협정(TTIP)’은 폐기의 길을 걷거나 당분간 협상 테이블조차 차려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발 장벽에 세우기에 맞춰 민간에서는 벌써 유럽이 안보 분야에서 자신의 역할을 독립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시기라고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장-도미니크 줄리아니 로베르 슈망 재단 이사장은,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라는 표현을 쓰면서 “이제 유럽이 독자적인 힘을 기를 시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EU도 미국과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안보 문제에 대해 이미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모게리니 EU 고등외교대표는 지난 11월, ‘유럽공동대응군(a joint battlegroup)’의 사령부 창설을 암시한 바 있다. 비록 비전투군 위주의 구성이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커지고 있는 안보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과, 이에 따른 유럽의 독자적인 대응 전략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의 NATO 회의론에 대응하여 유럽은 NATO에 투입되는 비용과 자체 방위 예산을 구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즉, 방위비 공동 지출에 관한 ‘아테나 메커니즘(Athena Mechanism)’의 검토 작업을 올해 상반기 중에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독자적인 방위체계를 구축하려는 EU의 노력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는 4월로 예정된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우파의 집권이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프랑수와 필롱 공화당 후보는 후보자 수락 연설에서 “회원국들의 주권을 존중하면서 프랑스의 지도력을 발휘하겠다”고 공언하였다. 또한 “독일의 독주에 대응하는 역할을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럽통합의 이론적 토대였던 자유주의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더구나 이탈리아의 극우파이자 유럽회의주의 정파인 ‘오성운동(M5S)’이 영국 독립당(UKIP)과 결별하여 의회 내 ‘자유주의 정파(ALDE)’에 가입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이렇게 되면 유럽의회의 자유주의의 정체성은 더욱 흔들리게 될것이다. 영국이 떠나가고, 프랑스가 목소리를 높이며, 중동부 유럽이 극우주의의 유혹에 빠져드는 동안 유럽식 자유주의의 선봉에 섰던 메르켈 독일 총리는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다. 자유주의 정파의 수장인 기 베르호프스타트 전 벨기에 총리 역시 EU 역할의 성찰을 재검토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최근 “지금은 초국가(superstate) 유럽이 아닌 다양성을 존중하는 유럽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6. “올해도 원칙대로”: 유럽의 동아시아 정책 1994년 EU가 처음 동아시아 관련 전략을 내놓았을 때의 기본 방침은 ‘존재감(presence)의 확보’였다. 이러한 기조는 2001년 2차 아시아 전략 문서나, 2012년 동아시아 외교안보 가이드라인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다만, 아시아의 지역통합에 기여하겠다는 기존의 유럽 역할론은 다소 주춤할 것이다. 브렉시트 이후 분열된 유럽 내부의 입장과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모르기 때문에 대외정책의 폭은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정말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중단할 경우, 이에 대비한 유럽의 입장은 아직 모호하다. 그러나 적어도 올해만큼은 남중국해의 미묘한 문제에 대해 국제법에 근거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고수할 뿐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겠다(not in any sense taking position)”는 EU의 태도는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중국의 ‘하나의 중국(One China)’ 원칙에 대한 지지도 변함없을 것이지만, 대만과의 경제적, 문화적 특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은 예전과 같이 계속 시도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두 가지 원칙에 따라 분명히 유지될 것이다. 즉, ‘대량살상무기(WMD) 반대’ 및 ‘유엔 인권위원회 메커니즘 존중’이 그것이다. 한국 정부가 이러한 범주 내에서 EU와 대북정책을 협의한다면, EU는 여전히 한국의 입장을 지지할 것이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공공분쟁 사례연구”를 주제로 대한민국 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음. 학술활동으로는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
  • 2017 북한 신년사 분석: 북핵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망
    저자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발간호
    2017-01
      북한의 2017년 신년사는 경제 분야에 대한 강조와 제재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 동원이라고 할 수 있는 ‘70일 전투’와 ‘200일 전투’에 대한 치사가 일차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체제의 입장에서 지배체제의 공고화는 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김정은은 국내정치적 측면에서 북한의 내부적 단결을 강화하고 김정은 지배체제의 강화를 위해서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자’는 주문과 함께 당을 통한 국방력의 강화와 단결을 호소했다. 이러한 내용은 신년사에 등장하는 통상적인 입장 정리라고 할 수 있다. 도리어 북한 주민들의 정치 및 경제 분야에서 노력 동원을 위한 병진노선이나 선군정치와 같은 선언적 정치구호는 드러나지 않았다. 우선,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북한의 인식에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상당한 수준으로 약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정은은 북한이 동방의 핵 강국·군사 강국으로 부상했다고 선언하면서 수소폭탄 실험, 핵탄두 폭발 시험, 첨단무기 연구개발 사업, ICBM 시험발사 준비의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자체 평가가 미국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미국에 대한 공격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신년사에서 나타난 ‘제국주의자’와 ‘적들’은 미국을 의미하지만, 북한에 대한 미국의 침략과 전쟁도발이 있다면 이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결의를 표시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ICBM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아직 개발 중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격적인 성향이 감소한 북한의 태도 변화원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앞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어떤 방향과 어느 수위에서 결정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하는 내용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마지막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한 2016년 10월 21일 이후 74일 이상 구체적인 추가 도발 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은 신년사의 후반부에서 미국을 언급하고 있지만, 한반도에 있어 미국이 반통일사대매국세력을 지원하는 이간술책의 주체로 언급하는 정도이며 이는 의례적인 수준의 언급이다. 다만 2017년 신년사에서 미국에 대한 가장 강력한 위협을 미국이 한국과 수행하는 연례 한미군사훈련을 전쟁 연습으로 규정하고 이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는 기존의 태도를 정당화하는 수준의 주장을 하고 있다. 남북관계에서는 2016년의 남북관계의 악화를 남한의 제재압박과 군사훈련의 탓으로 돌리고 한국에서 일어나는 촛불정국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민중의 반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호도하는 자의적 해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제재국면에 따른 압박감으로 인한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남북관계의 개선에 대하여 대화하겠다는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남북관계의 현 상황을 군사적 충돌과 전쟁위험이 첨예하다고 진단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남북한의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남북관계의 개선이 낙관적이지 않은 것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은 자위적인 것이고 남한의 비핵화 주장은 무턱대고 걸고넘어지는 식이라는 주장으로 핵 개발을 기정사실로 하려는 것이다. 이는 남북관계의 개선에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2017년 북한에 있어서 한반도 정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불확실성이 극대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선 위험을 수반하는 모험전략을 회피하고 미국의 대응을 예의주시하면서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이완된 태도를 보이는 빈틈을 노려 미국에 대한 도발수위를 오바마 행정부 시기의 수준으로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 과정에서 핵 보유를 정당화하려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 선거가 2017년 중반 이후 실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북한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다만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은 핵 개발이 자위적 수단에 의한 것임을 정당화하는데 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은 미국과 한국에 핵 보유국의 지위를 기정사실로 하려고 하고 핵보유국의 지위에 기초해서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을 해소하기 위한 남북한 공동의 노력을 논의하려고 한다. 북한이 핵 보유국의 지위를 우선 관철하려 한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공공분쟁 사례연구”를 주제로 대한민국 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음. 학술활동으로는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
  • 시진핑의 ‘변증법’적 사관으로 본 미중 무역전쟁
    저자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겸 통일전략연구실장)
    발간호
    2018-60
      미중 무역전쟁이 ‘90일 휴전’으로 들어간 후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요구로 캐나다에서 전격 체포돼 큰 파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진핑은 12월 13일 공산당정치국회의를 소집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변증법’을 언급했다. 시진핑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변증법의 각도에서 국제환경의 변화를 보고, 의기의식을 강화하고, 국가발전의 중요한 전략적 기회기간을 계속해서 잘 이용하고, ‘전략적 정력(战略定力)’을 유지해야 한다".1) 중국 언론과 소셜미디어는 “오늘 정치국회의, 변증법적으로 국제환경 볼 것 강조(今天政治局会议,强调要辩证看待国际环境)”와 같은 타이틀을 붙였다.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국제환경은 미중 무역전쟁이다. 그 국제환경을 시진핑은 ‘변증법’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시진핑에 있어 변증법이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사상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간파한 사람은 호주 총리를 역임한 ‘중국통’ 케빈 러드 (Kevin Rudd)이다. 그는 변증법이 시진핑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프레임이라고 본다. 시진핑의 ‘변증법’ 사랑은 깊다. ‘변증법’은 그의 집권 초기부터 중요 발언에서부터 등장했다. 2012년 11월 제18차당대회에서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시진핑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당해 12월 31일 공산당 ‘정치국 집체학습((政治局集体學習)’에서 “덩샤오핑 이래의 점진적 개혁 방식과 종합적 상위 비전에서 출발하는 하향식 개혁이 변증법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1월 제20차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에서 그는 "마르크스주의 철학의 지혜를 지속적으로 흡수하고 변증법적 유물론의 세계관과 방법론을 더욱 잘 견지하고 더욱 잘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10월 제19차당대회 개막연설에서 시진핑은 유달리 ‘새로운(新)’이라는 표현을 강조했는데 이 역시 이념 및 정책노선의 지속과 변용을 강조한 변증법적 수사다. 시진핑의 ‘변증법 사랑’은 2018년 5월 ‘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대회’에서 고백적으로 또다시 나왔다. 그는 중국공산당의 “역사와 중국인민이 마르크스주의를 선택한 것이 백번 옳았다!" (历史和人民选择马克思主义是完全正确的)2)고 선포했다. 작금의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이 미국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면 끝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태도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시작한 무역전쟁이라는 ‘도전’에 대해 중국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것이다. 시진핑이라면 이 역시 변증법적 시각에서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2018년 6월 중국 ‘중앙외사공작회의’ (中央外事工作会议, Central Conference on Work Relating to Foreign Affairs)에서 시진핑은 “현재 중국은 근대 이후 가장 좋은 발전시기를 맞고 있다” (当前,我国处于近代以来最好的发展时期)라고 진단하며 “전략적 자신감을 견지하라”(坚持战略自信)고 주문했다.3) 앞서 소개한대로 시진핑은 가장 최근 가진 정치국 회의에서 “변증법적으로 국제환경 볼 것"을 강조했다. 현재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국제환경은 미중 무역전쟁인데, 그것을 ‘변증법’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한 셈이다.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 왕훼이(王军) 연구원은 “공산당 지도부 차원에서 현재 중국이 중요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전략적 기회 기간이라는 판단이 ‘변하지 않은 것’(没有改变)”이라고 했다(신화망. 2018.12.13.).4) 시진핑은 또한 같은 날 베이징(北京) 중난하이(中南海)에서 가진 당외 인사들과의 좌담회에서도 참석자들에게 중국 공산당이 결정한 경제정책 방향으로 뭉쳐야 한다면서 “확고히 고난을 극복하고, 도전에 대응한다는 의지와 결심을 가지라”고 당부했다(인민일보. 2018.12.14.).5) 시진핑의 이러한 발언을 보면 그는 미중 무역전쟁을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이 도전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이 기회를 통해서 중국이 더 강해지는 기회로 삼자고 독려하는 것 같다. 변증법은 정반합의 체계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정의 긍정성이 반의 부정성을 거쳐 합이라는 종합성에 이르는데 있다. 그러나 진정한 ‘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의 부정적 역할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6) 현 미중 무역전쟁 상황에 대해 마치 전쟁이 시작될 터이니 허리띠를 굳게 매고 정신력을 무장하라는 주문처럼 들리기도 하다. 변증법은 시진핑 군사사상의 근간이 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는 “시진핑의 군사사상은 인류의 전쟁과 평화의 변증관계를 깊이 파악했다. 싸움에 능해야만 전쟁을 막을 수 있고, 전쟁 태세를 갖추어야만 싸움이 일어나지 않으며, 싸움을 못하게 되면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고 시진핑의 발언을 소개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것이 시진핑의 “평화에 대한 갈망과 추구를 체현” 7)​ ​한 것이라고 설명한 점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어떻게 될지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 하지만 미국이 정부차원에서 내놓은 세 가지 전략보고서, 즉 2017년 12월에 발간된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 2018년 2월에 나온 핵태세검토보고서(NPR), 2018년 8월의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 시기에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확고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서두에 제시한대로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방향이 결정될 소지가 크다. 변증법에서 보면 위기는 결국 기회다. 그리고 그것은 ‘합’으로 이어지는 필연적 역사 발전의 과정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막으려면 중국은 어떤 태세를 갖추어야 할까? 시진핑은 “싸움에 능해야만 전쟁을 막을 수 있고, 전쟁 태세를 갖추어야만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시진핑이 ‘변증법적 해결책’을 정말로 내놓을지 주목해야 할 때다.   1) 관련부분 원문은 다음과 같다, “要辩证看待国际环境和国内条件的变化,增强忧患意识,继续抓住并用好我国发展的重要战略机遇期,坚定信心,把握主动,坚定不移办好自己的事。要保持战略定力.” 인민일보. 2018.12.14. 1면. 2) 新华社. "习近平:在纪念马克思诞辰200周年大会上的讲话." 2018.05.04. http://www.gov.cn/xinwen/2018-05/04/content_5288061.htm 3) 新华网. "习近平:努力开创中国特色大国外交新局面" 2018.06.23. http://www.xinhuanet.com/politics/leaders/2018-06/23/c_1123025806.htm 4) 新华网。“为全面建成小康社会收官打下决定性基础——中央政治局会议传递2019年经济工作五大信号.” 2018.12.13. http://www.xinhuanet.com/politics/2018-12/13/c_1123850409.htm 5) “坚定战胜困难、应对挑战的意志和决心,为保持我国经济持续健康发展作出新的更大贡献.” 인민일보. 2018.12.14. 6) "독일관념론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 김석수 (경북대). http://contents.kocw.or.kr/document/region/2011/01/321318_kimsuksu_02.pdf 7) 신화망 한국어판. "(인물 특집) 시진핑: 신시대의 길잡이." 2017.11.17. http://kr.xinhuanet.com/2017-11/17/c_136759507_6.htm 現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겸 통일전략연구실장. 미국 그리넬대학에서 학사,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석사, 그리고 중국 칭화대학에서 박사학위 (정치커뮤니케이션) 취득. 스탠포드대학교 아태연구소 팬텍펠로우 (Pantech Fellow, 2013-2014), 잘츠부르크 펠로우 (Salzburg Global Fellow, 2013), 베이징대 한반도 연구센터 선임 연구위원 (비상주) 등을 역임하였다. 최근 연구로, “미중 갈등과 ‘리더십 부재’의 국제질서” (계간 외교), "역사적 시각에서 본 중국의 대북정책 임계점" (Asian Perspective) 등 다수임.
  • 화씨 11/9에 나타난 미국 국내정치를 통해본 한반도 비핵화 전망
    저자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발간호
    2018-59
      마이클 무어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화씨 11/9’는 트럼프의 당선을 가능하게 했던 이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변이 일어나게 했던 국내정치 상황이 야기한, 트럼프 당선 이후 동아시아 및 한반도 전략에 대한 미국 외교정책의 전환의 특성을 파악하고, 2019년과 차기대선과 관련하여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을 논의해보는 것은 정책적 의미가 있다. 첫째, 미국 매스미디어의 총체적 문제이다. 미국 매스미디어의 상업성이 부른 참사라고 하지만 사실은 상업성의 배경에는 거대자본이 장악한 매스미디어 자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미디어 주요인사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종합된 것이다. NBC “더 보이스”에 출연한 그웬 스테파니가 “어프렌티스”에 출연하는 트럼프 자신보다 높은 출연료를 받는다는 사실에 항의하기 위해 장난삼아 대선 출사표를 던진다. 돈을 주고 엑스트라까지 동원해 지지자들인 것처럼 행세하도록 한 트럼프를 조롱하면서도 미국의 매스미디어는 시청률이 높다는 것 때문에 보도를 이어갔다. 결국 트럼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매스미디어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을 지나면서 쇼가 현실이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미국 매스미디어의 고질적인 문제 한 가지를 더 지적하는데, 트럼프와 힐리러 후보를 인터뷰한 주요언론사의 언론인이 모두 성희롱 전적이 있는 남성이었다는 점이 남성에게 유리하고 여성에게 불리한 국면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미국 매스미디어의 문제는 트럼프 승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상황을 만든 촉발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미국 정치에 정치후원금을 매개로 하는 정치엘리트의 구조적 문제이다. 민주당 대통령 오바마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미시건주 플린트 시의 수돗물 납중독 사태이다. 게이트웨이 컴퓨터 사장이었던 기업가 출신 공화당 소속의 릭 스나이더 주지사가 2014년 4월 취임 직후 새로운 수도 파이프라인을 만든다며 플린트 시의 상수원을 휴런 호에서 플린트 강으로 변경하면서 공업용으로 쓰던 오염된 물을 상수도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수도관을 통해 공급된 납 성분이 포함된 물로 3천 명의 어린이가 납중독과 중금속 오염에 의한 질병을 앓았는데 주 정부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증거가 없다며 문제를 은폐했다. 문제는 식수로 인해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주민들의 분노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고통 받던 시민들은 대통령에게서 진정한 위로와 재난지역 선포를 기대했지만, 플린트 시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물을 마시는 시늉만하고 나도 마실 만큼 괜찮은 것 같다는 정치 쇼를 하고 사라진다. 이 장면은 시민들의 생명의 위협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무책임한 대응이 민주당의 기득권(liberal establishment)의 진면목을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으로 전통적 민주당 지지 세력이 정치에서 멀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 민주당 지도부의 무책임하고 독선적인 정당정치에 다수의 민주당 지지 세력이 환멸을 느끼고 무관심층 또는 반 힐러리 세력을 만들어냄으로써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환경을 만들게 되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 예비선거인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가 55개 군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본선 경쟁력과 대중적 인지도와 같은 정치적 이유를 내세워 힐러리 클린턴을 민주당 후보로 선포하게 되자 많은 지지자들은 이에 반발하여 이탈한 것으로 분석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본선 승리를 위해서 청년, 백인 고학력층 지지가 높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보다 대중적 확장성이 높다고 판단한 클린턴을 후보를 지원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행보는 대선 핵심 쟁점인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 개혁을 등한시 한다는 느낌을 주게 되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를 냉소적 또는 공화당 지지 세력으로 돌리게 된다. 민주당을 지지하던 대중매체는 1980년~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선거 판세를 결정할 핵심으로 판단하고 이들의 지지를 모으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이들이 요구하던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개혁을 외면했다. 그리고 대선의 승패를 결정한 이들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백인 중장년층이었다. 네바다, 뉴멕시코, 콜로라도 등 중서부 전 지역의 투표율이 저조했다. 다양성이 높지 않고 정치 관심도도 낮은 시골 유권자들은 아예 투표소에 나오지 않거나 트럼프를 선택했다. 넷째,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와 엘리트층의 자만과 경제실패가 민주당 지지 세력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전통적 기준에서 수준미달인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도덕적 부담감을 제거해주었다. 공화당 예비선거에서부터 막말과 기행으로, 진보 진영과 엘리트층은 트럼프 지지가 이념적, 도덕적, 정치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하면 예비선거에서 걸러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유권자 대다수는 예비선거에서는 물론 본선에서도 인종, 성차별, 외국인 혐오 논란에 개의치 않고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지지했다. 경합지역인 미시건주를 포함한 중서부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성향이 강했지만 장기적인 불황으로 신음하던 백인노동자들이 과거에 공화당 후보였던 레이건을 지지했듯 트럼프를 선택하는 ‘레이건 데모크랫’이라고 하는 정당재편(party realignment)이 일어났다.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국내정치의 문제와 오류에서 탄생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미국정치의 문법에 맞지 않는 정책을 추진했다. 일부는 점잖은 표현으로 예측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는 재정신이 아니라는 원색적 비난이다. 주류 미디어의 지원을 받지 못했고, 본인이 부자여서가 아니라 기존의 정치적 지배구조에 들어올 수 없어서 정치후원금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대선 당시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마지막까지 트럼프의 도덕성을 언급하며 지지를 유보했을 만큼 공화당 지도부의 후원도 받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저런 이유로 현실정치에 불만을 느낀 대중들의 정치혐오, 민주당에 대한 환멸, 그리고 막말이긴 하지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가 혼합된 대중적 지지로 당선되었다. 결과적으로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층의 이익을 대변해야하는 정도의 정치적 부채는 지고 있다.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승리를 위한 최소승자연합(minimum winning coalition)에 의한 지지 세력 규합보다는 조건 없는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선거를 치르느라, 당선 후에 배려해야할 이익단체도 유권자 집단도 상대적으로 없는 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정치적 배경이 취임초기 전통적 문법에 벗어난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대외정책에서 나온 언급에 나타난 현상을 설명해준다: (1) 미군 주둔에 대해 비용을 문제 삼아 철수하겠다. (2) 한국은 미국에게 아무것도 해주는 것이 없는데 미국은 왜 한국을 방어해주는가? (3) 나아가서 한미 FTA 재협상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철수하겠다는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 (4) 주한미군 군사훈련에 대해서 비용이 많은 점을 들어 훈련을 중단하겠다. (5) 한반도 핵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핵무장을 하는 것은 한국이 알아서 할 일이다. 트럼프가 생각했던 합리성은 경제적 의미에서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동맹국의 안보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세계질서를 유지하는 패권국의 지위는 고비용 저효율의 비효율적 대외정책이라는 잭슨주의(Jacksonian) 사고에 기인한다. 트럼프의 이러한 정치적 배경이 작용하여 나름대로 북한의 비핵화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대안으로 중국에게 북한의 봉쇄를 압박하면서 미북 양자회담을 추진했던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한반도 비핵화가 우선 목표라고 생각할 수 있고 비핵화는 북한을 개혁개방을 통해 인권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반해 미국 외교의 전통에 비추어 보면 트럼프의 행보는 초강대국 미국의 국가원수가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rogue state)의 최악의 독재자와 1:1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싱가포르에서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파격적인 실용주의에서 미국 국익우선의 현실주의라는 미국외교의 전통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 결과, 하원은 다수의석을 민주당에 넘겨줬지만 상원의 다수의석은 공화당이 수성함으로써 탄핵의 위기는 모면했고 2020년 재선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한반도 비핵화에서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재선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선거전에서 전략을 수정하여 기존의 언론, 기업, 정치엘리트들로 이루어진 미국의 주류정치세력들과 트럼프의 연합이 이루어진다면 국제정치에서는 해밀턴주의(Hamiltonianism)나 윌슨주의(Willsonianism)로 전환할 것이다. 미국의 국익에 패권적 지위를 추구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이를 위해서 경제와 군사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환이 일어난다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트럼프의 파격적인 미북합의는 어려워질 수 있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공공분쟁 사례연구”를 주제로 대한민국 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음. 학술활동으로는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
  • 북한 위성사진 분석의 과학과 정치학: 삭간몰 미사일기지 논란
    저자
    김연호 (한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발간호
    2018-58
      북한 삭간몰 미사일기지에 대한 위성사진 분석을 놓고 한국과 미국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과거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의 위성사진 분석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적은 꽤 있었지만, 이렇게 정치적으로 논란이 된 적은 별로 없었다. 그간 위성사진은 상당한 객관성과 정밀성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번 논란을 통해서 위성사진 분석 역시 내용 자체보다는 해석과 타이밍이라는 정치성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발견된다. 북한 위성사진의 역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의 고도화로 인해 관련정보에 대한 외부세계의 수요는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으나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는 찾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몇 년 전부터 등장한 대북 위성사진 분석은 민간차원에서 북한 내부 동향을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핵과 미사일 관련 동향뿐만 아니라 북한의 장마당과 주요 시설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언론이 대북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결과를 자주 인용하고, 북한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도 구글어스의 위성사진을 활용하고 있다. 구글어스 위성사진 분석은 미국의 커티스 멜빈이 대표적인 인물로 북한 전역의 부문별 위성사진을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탈북자와 전문가들의 증언과 조언을 바탕으로 교차검증을 하고 있다. 구글어스는 일반인들이 무료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상업용 위성사진만큼 해상도가 높지 않고 최신 버전을 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개월 또는 수년 전 사진밖에 구할 수 없다. 반면 상업용 위성사진은 군사용 위성사진 보다는 해상도가 낮지만, 비교적 자세히 북한 지역을 관찰할 수 있는 해상도(0.5m)를 확보하고 있으며, 가깝게는 수일 또는 수주 전 촬영한 것이기 때문에 최신 동향 파악에 요긴하다. 북한 위성사진 분석 메커니즘에 대한 오해 문제는 한국에서 종종 미국 연구기관의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 메커니즘을 오해해 분석 내용 자체보다는 그 배경에 주목한다는 데 있다. 이번 삭간몰 미사일기지 사건도 일정부분 그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으로 가장 유명한 미국 '38노스'와 이번에 논란이 된 삭간몰 미사일기지 보고서를 낸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둘 다 연구프로젝트에 불과하다. '38노스'의 경우 3~4명의 연구원이 주제 선정, 위성사진 구입, 분석가 섭외, 보고서 편집 등을 맡고 있으며, '분단을 넘어' 역시 이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장에 많게는 수천 달러에 이르는 위성사진을 구입하고 이를 판독할 전문가에게 용역비를 지급할 예산을 확보한다면 수행이 가능한 프로젝트이다. 물론 분석대상에 대한 전문성과 위성사진 분석가 네트워크를 확보할 만큼 역량 있는 싱크탱크가 수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임은 분명하다. 현안을 한 발 먼저 찾아내는 순발력과 판단력이 있어야 하고, 군사용 위성사진보다 해상도가 낮아도 사진을 판독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전문가들을 섭외해야 한다. 때로는 탈북자와 다른 전문가들의 교차 검증도 필요하다. 그러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시설과 규모로 판독작업이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이 단순한 메커니즘의 연구프로젝트를 미국 정보기관의 산하조직 혹은 정보기관과 긴밀한 협조관계에 있는 조직 정도로 오해하는 사람들을 한국에서 종종 발견하게 된다. 뉴욕타임스가 삭간몰 미사일기지 보고서를 보도하자, 상당수 한국 언론은 북미 고위급 회담이 북한의 요구로 연기된 뒤 대북압박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CSIS가 자체적으로 이런 정보를 획득하기는 어렵고,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고급 정보를 CSIS에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위성사진 분석 메커니즘을 알고 있다면, 상식적으로 '미국의 의도'가 개입됐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삭간몰 보고서 주저자인 조셉 버뮤데즈는 북한 군사전문가로 잘 알려진 인물로 원래 지난 2014년부터 '38노스'에서 대북 위성사진 분석 용역일을 해오다, 2017년 말부터 CSIS의 '분단을 넘어' 프로젝트의 위성사진 분석 용역도 병행했다. 그러다 올해 10월 '38노스'와 결별하고 영상분석 담당 선임연구원으로 CSIS에 영입됐다. '38노스'가 거의 독점해오던 대북 위성사진 분석 시장에 CSIS 한국프로그램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경쟁구도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버뮤데즈가 영입된 이후 첫 번째 결과물로 자신이 1985년부터 개인적으로 진행해 오던 북한 미사일 인프라에 대한 연구작업을 토대로 삭간몰 미사일기지 보고서가 발표된 것이다. 말하자면 이 보고서는 기존 버뮤데즈 개인 연구작업의 업데이트 버전인 것이다. 뉴욕타임스 기사의 정치성 삭간몰 보고서가 이 시점에 발표된 배경에 '미국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CSIS 내부사정이 작용했을지라도, 뉴욕타임스 1면 기사로 다뤄지고 다른 미국 언론들도 뒤따라 보도함으로써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북미 핵협상 교착상태라는 정치적 상황이 이 같은 상승작용을 촉진했다. 그런데 최초 보도를 한 뉴욕타임스 기사는 해석과 타이밍이라는 정치성을 다분히 내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는 북한 미사일 기지들의 현황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적 해석은 삭간몰 보고서의 '북한의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의 폐기(약속)에도 불구하고 CSIS가 파악한 북한 미사일 기지들의 한국과 미군에 대한 위협은 여전하다'와 개괄 보고서의 '북한 미사일기지들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 거래에서 신고, 검증, 폐기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가 전부이다. 개괄 보고서에서는 오히려 북한의 미사일기지 배치 패턴이 '논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자신이 불시의 외부 침략에 대해 방어태세를 갖춰야 하는 전쟁상태에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으며, 이 같은 미사일기지 운용은 북한으로서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반면 뉴욕타임스 기사는 CSIS 보고서 내용을 보도하고는 있지만, 핵심 논지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사라졌고 이후 북미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왔다'는 트럼프의 말은 모두 거짓이라는 데 맞춰져 있다. 한마디로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실패했으며 삭간몰 미사일기지가 그 증거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보고서 공동저자인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시험장과 관련시설을 몇 군데 폐쇄하는 양보를 받아내고 덜컥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주는 불리한 거래(bad deal)를 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여전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거래를 하고도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보고서 주저자인 버뮤데즈는 북한의 미사일 기지 운용이 군사전략상 '논리적'이라는 입장을 같은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재확인했지만, 한국과 미국 언론 대부분이 이 같은 주저자와 공동저자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주목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되찾은 민주당이 내년 초 새 회기가 시작되면 트럼프 대북정책을 어떤 식으로 공격할지 보여주는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놀아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와 미사일 계획을 중단하고 되돌리는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때까지는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과 회담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지지했던 마키 의원에게 대북 강경노선으로 선회할 수 있는 재료를 뉴욕타임스 기사가 제공한 것이다. 사안의 민감성을 파악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트위터 메시지에서 뉴욕타임스 기사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안에 ‘미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은 CSIS 보고서와 뉴욕타임스 기사를 정확하게 해석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다. 최근 들어 ‘워싱턴의 분위기’를 묻는 한국의 지인들에게 필자는 백악관과 주류 둘 중 어느 쪽의 분위기냐고 되묻는다. 미국 조야 안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은 중간선거 이후 북핵 문제에 관해 각자 상당히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의도’를 논할 때 논리적 추론이나 의구심에 기댈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이유이다. 북한의 ‘기만'과 미국 주류 '북한의 미사일기지 운용은 큰 기만(great deception)'이라고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는 미국 전문가들의 뭇매를 맞았다. 북한의 미사일기지 운용은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위반이기는 하지만 북미 간에 어떠한 관련 합의도 아직 없기 때문에 '기만'라는 표현은 사실관계를 왜곡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북협상파인 미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북미 핵협상 회의론자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북핵협상을 담당했던 전직 미 고위관리들도 같은 입장이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대한 비판은 진보와 보수의 구별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 CSIS 보고서의 주저자인 버뮤데즈는 포린 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라면 '큰 기만'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주류 언론은 대체로 뉴욕타임스의 '오보'를 슬쩍 덮어줬다. 뉴욕타임스는 공식 트위터에서 해당기사에 문제가 없음을 거듭 밝혔고, CNN과 NBC는 주한미군과 한국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고서 내용을 단순히 전달하는데 그쳤다. 워싱턴 포스트와 ABC는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북한의 기만'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지만, 문제의 핵심은 뉴욕타임스의 '오보'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과대포장한 북미 핵협상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뉴스' 프레임과 대결하고 있는 주류 언론의 입장에서는 자칫 트럼프 대통령 편들기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북미 핵협상에 대해 비판/회의론을 견지하고 있는 주류 한반도 전문가들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클링너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화담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북미 간에는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조차 합의되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의 우선순위는 북한을 옹호하고 북한에 경제적 혜택을 주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빅터 차 역시 트위터에 '어떻게 한국이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를 옹호할 수 있는가? 가짜 외교를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물론 '북한의 기만' 주장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핵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며 뉴욕타임스 기사의 정치적 의도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으나, 일련의 북미/남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의 위험성에는 변화가 없으며 트럼프와 문재인 정부가 전하고 있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도 의심스럽다는 시각이 더 강해 보인다.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협상에 대한 미국 주류 언론과 전문가들의 냉소적 시각이 상당히 단단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現 한미경제연구소(KEI) 비상근 연구위원.
  • 한반도 정세의 전환과 비핵화 전망
    저자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발간호
    2018-57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은 남북한 모두의 궁극적 이상이라고 하지만 탈냉전 이후 현실 국제정치의 흐름에서 볼 때, 남한이 흡수통일을 정책목표로 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체제생존을 확보해야하는 위기에 처한 북한에게 개혁개방은 위험한 선택이었다. 소련의 붕괴와 함께 탈냉전이 시작된 1990년대 초반 이후 북한은 체제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핵 개발”을 선택했다. 북한의 생존전략으로서 핵 개발을 설명하는 이론은 국제정치이론으로 “비대칭균형”이다. 문제의 핵심은 사회주의권의 붕괴에 따른 외교적 고립과 국가경제의 피폐로 인민의 상당수가 아사하는 국가위기를 맞은 북한이 남한과 재래식 군비경쟁을 지속할 국력도, 이를 추진할 의지도 고갈된 상태에서 “핵 개발”을 유일한 대안으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이와 동시에 북한 지도부는 “선군정치”와 “병진노선”과 같은 정치구호를 통해 고난의 행군에도 주민들의 반대와 비판을 완화하고 지지와 협조를 동원하여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였다. 25년여에 걸친 북한의 핵 개발 노력은 2017년 말 6차 핵실험 성공선언과 노동 14호 대륙간 탄도탄 발사 실험으로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능력을 입증함으로써, 북한은 미국과 양자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갖는 의미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손에 쥐게 되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무시하고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던 전략적 인내의 종료를 의미하는 점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인 것이다. 2018년에 3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처럼 보였지만 미국의 중간선거이후로 예정되었던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후속조치가 지연되면서 한반도 비핵화가 소강상태를 맞이하고 있고 부정적인 전망도 다수 제시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유일한 대안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비핵화이다. 현재의 소강상태를 돌파하고 협상을 통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비핵화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과 북한의 신뢰 확보이다. 역사적으로 전쟁 이외에는 상호 접촉이 없었던 미국과 북한이 대화와 협력을 통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맞교환하기 위해서는 상호신뢰가 확보되어야 한다. 비핵화 과정에 미국이 북한에 제공하는 것은 외교적 승인 그리고 불가침과 체제보장과 같은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성격을 가진 무형물의 소극적 부작위임에 반해, 북한이 미국에 제공하는 것은 핵의 포기와 검증 그리고 미사일 해체와 같은 하드 파워(hard power)의 성격을 가진 유형물의 적극적 포기이다. 유사한 성격의 자산을 거래하는 경우보다 다른 성격의 자산을 거래하는 과정에 거래비용이 높은 만큼 상호신뢰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비핵화의 진전을 위해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상응하는 단계적 제재완화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완화된 협상의 자세를 보여줘야 북한의 핵 포기과정을 출발시키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의 결산을 의미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다. 비핵화에 따른 한반도 현상변경에 따라 주변국들은 기득권의 상실에 대하여 민감한데 그 중에서도 중국이 가장 민감하다. 중국은 비핵화 이후에도 한반도 북단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친미정권이 한반도를 주도하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불안감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일관성이 부족한 대응으로 나타난다. 중국은 과거 6자회담구조에서는 미국에게 미·북 양자회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에 와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양자구도로 북핵문제의 해법을 모색하자 중국은 다시 6자회담의 다자구도를 요구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당사자는 남북한과 미국이라고 언급하면서 비핵화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북한의 비핵화에 중국의 소극적 대처는 미중무역 분쟁에서 미국에게 적극적으로 대응을 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셋째, 우리 내부의 남남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북한문제는 국내선거에서 항상 진보와 보수로 진영을 나누어 이른바 최소승자연합(minimum winning coalition)을 결성하는 유발성 이슈로 활용되어 왔다. 이미 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염두에 두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북한 퍼주기’의 친북프레임으로 몰아 보수성향의 유권자를 결집시키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비핵화를 향한 대북정책 그리고 궁극적 지향점인 통일정책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달성되어야 한다는데 진보와 보수가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선거도 원칙을 지키면서 여야가 경쟁해야하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비핵화의 정책수단으로 대화와 협상보다 대결과 압박을 선택하더라도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선거전략은 여론의 준엄한 심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공공분쟁 사례연구”를 주제로 대한민국 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음. 학술활동으로는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
  • Achieving Peace and Stability: Drawing Some Best Practices from Southeast Asia
    저자
    Raymund Jose G. Quilop (De La Salle University)
    발간호
    2018-56
      I With the recent positive developments in the Korean Peninsula resulting from or brought about by (depending on how one wants to see it) the summit of the two Korea’s leaders which was preceded by the summit between the US President and North Korea’s leader, there is much optimism for the region to have peace and stability. Such optimism is not unfounded, given the sustained policy of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o promote ties with North Korea as well as the seemingly increasing receptivity of the North Korean leadership to being at peace with its Southern neighbor. Notwithstanding these developments, however, it would be best for all stakeholders to proceed with what is commonly referred to as cautious optimism. Leaderships (both from the South and the North) definitely play a crucial role. External parties, in the case of the Korean Peninsula, also have stakes to hold. But peace and stability is the product or result of the long and tedious process of community building. And it is in the area of community building where the Northeast Asian sub-region may draw some lessons or best practices from the Southeast Asian sub-region. Needless to say, the situation in Southeast Asia and Northeast Asia are different. Nonetheless, there may be situations that are similar and equally applicable for the two sub-regions of East Asia. II With the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 having celebrated its 50 years in 2017, ASEAN has become all the more described as a success story, specifically in creating peace and stability in Southeast Asia. Indeed, notwithstanding the critiques that have been hurled against ASEAN by cynics and skeptics often alluding to the inability of the Association to do this and that, what could not be denied or disregarded is the fact that Southeast Asia could not be what it is today if ASEAN did not exist. The seeming success of ASEAN is actually underpinned by what has come to evolve as the ASEAN Way, which in a nutshell is dialogues and consultations towards consensus, the importance accorded to processes as well as the seeming informal character of how things are done in ASEAN. The principle of inclusiveness is likewise a key factor in ASEAN’s effectiveness as regional body. III In a context where there is much distrust, as was the case in Southeast Asia when ASEAN was established in 1967, it is useful to proceed informally and carefully through a process of what is commonly known as building confidence and trust among the parties involved. Such was the case of ASEAN. While it was indeed founded in 1967 through the Bangkok Declaration, it took nine years before it had its first formal meeting in 1976 and a secretariat established. Indeed, there were no formal structures or formal meetings between 1967 and 1976. It is also worth observing that the instrument that established ASEAN, the Bangkok Declaration, was technically not a formal one in the nature of a Treaty. It Bangkok Declaration is more a political statement declaring the intention of the foreign ministers of the founding members of ASEAN (Malaysia, Indonesia, the Philippines, Singapore and Thailand) to promote economic prosperity in Southeast Asia. Interestingly, the formal instrument that provided ASEAN with a formal and legal character or identity so to speak came in 2009 when the ASEAN Charter was adopted, a good forty-two (42) since ASEAN came into being through a declaration. Given this, one best practice that may be learned from the ASEAN experience is the utility of proceeding informally and gradually, zeroing in on the attendant processes and activities that could build confidence among the stakeholders. Bearing this in mind, the processes of building confidence between South and North Korea through various meetings, whether low, middle or high level ones would be useful exercises in building such trust and confidence. IV Relatedly, in the process of building confidence and trust, the importance of dialogues and consultations, which as previously mentioned, has become a hallmark of ASEAN, could not be discounted. And while ASEAN has become more often than not criticized for engaging in too much dialogue or convening numerous meetings thereby depriving itself of the valuable time to undertake actions, it is exactly the opportunity to dialogue among one another through the numerous platforms, that enable ASEAN members to build confidence and promote trust among themselves. This likewise allows them to arrive at mutually acceptable approaches on dealing with challenges that confront a particular member or the group as a whole. Interestingly, despite the critiques hurled at ASEAN for having instituted numerous dialogue platforms, with ASEAN-related meetings now numbering to more than a thousand each year, ASEAN’s external partners continue to sustain their participation in these dialogue mechanisms. In fact, one reason for the increasing number of dialogue mechanisms in ASEAN is the increasing desire or interest of external partners to collaborate with ASEAN, with a dialogue mechanism or a meeting often times resulting from such a collaboration. These meetings with external partners serve as platforms for pursuing cooperation between ASEAN and an external partner. Interestingly too, in spite of ASEAN being described as having too many meetings, mechanisms around the region both for dialogue either on political or economic cooperation and for practical cooperation so to speak, continue to be centered on ASEAN, thus the emergence of the term “ASEAN-Centered” regional platforms. These would include the East Asia Summit, the ASEAN Regional Forum, and the ASEAN Defense Ministers Meeting (ADMM)-Plus to name a few. Consequently, ASEAN remains to be driving force in these regional bodies. And it is only in ASEAN-led platforms where one would expect an inclusive participation by almost all major regional players such as the US, China, Russia, India, regional players that are often at odds with each other and would not want to be involved in a platform or mechanism organized by another regional power. Each of them, however, would not have a problem being part of an ASEAN-led mechanism. In fact, they try to outdo each other on who gets to be first involved in any regional mechanism that is established by ASEAN. The importance of dialogues and consultations, therefore, could not be discounted nor disregarded. And it is the second best practice that Northeast Asia may want draw from Southeast Asia. Along this line, the Summits between the leaders of the two Koreas, although criticized by observers as not having produced the results these observers may have wished for, played an important role, both in serving as dialogue platform and for building confidence and trust between the governments of the two Koreas. Given the importance of dialogue mechanisms, it would be useful for the governments of the two Koreas to establish bodies and meetings among their officials at various levels to discuss issues that are of mutual concern. In a period where the North and South Koreas are beginning to build confidence and feel each other’s sense so to speak, it is useful to have as many platforms for dialogues and consultations as possible. Such platforms may not immediately produce the results outside observers want to see they may not even produce anything at all. But the important thing is that they keep both sides in constant contact with one another, a key ingredient in building confidence and promoting trust specifically for the two Koreas which have had decades of mistrusting one another. V The matter of inclusiveness is something that Northeast Asia may wish to draw lessons from Southeast Asia. ASEAN, has always upheld the principle of inclusiveness in its undertaking. It is in fact a key principle that underpins the various ASEAN-led mechanisms. But inclusiveness needs to be seen in a particular context of ASEAN’s evolution as a regional body. It must not be forgotten that while inclusiveness is indeed valued, ASEAN in its initial years did not include all the Southeast Asian countries nor did it include other Asia-Pacific states. While there was definitely an openness to including all the states in Southeast Asia, ASEAN in its initial years was limited to the five like-minded Southeast Asia countries states that shared the common goal of preserving the peace and stability of the Southeast Asian region. Given this, while indeed, external parties do have stakes to hold as regards the matter of peace and stability in Northeast Asia, it is crucial that in the initial years of building confidence and promoting trust between the two Koreas, dialogue mechanisms may be better left within the exclusive purview of South and North Korea. Eventually, such dialogue mechanisms could be expanded to include the other stakeholders as well. The case of the Six-Party Talks could be a good case in point. While there are definitely other factors that could account for its having lost momentum, the fact that it involved too many in too short a period of time may be another factor. While peace and stability in the Korean Peninsula is the concern of the entire region or even the global community, it may be more pragmatic and productive for the governments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to foremost deal with the issue by themselves. And as confidence and trust is built between the two Koreas, other stake holders could eventually participate. VI The North and South are unique sub-regions of East Asia. The context of each sub-region’s evolution is likewise different. And while the experience with ASEAN of the Southeast Asian states could not be transposed lock stock and barrel to the Korean Peninsula, the two Koreas may find some best practices in ASEAN worth thinking through and adapting where appropriate and relevant. At the end of the day, in the same manner that Southeast Asia has evolved its ASEAN Way, Northeast Asia should not be precluded nor prevented from developing its own Peninsula Way.   Raymund Jose G. Quilop is Assistant Professor,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De La Salle University in Manila, Philippines. Prior to joining the private sector, he was previously associate professor of Political Science at the state-run University of the Philippines and was eventually seconded/detailed to the Department of National Defense as assistant secretary (deputy minister). Areas of his research interests are on regional community building, security and strategic issues to include Non-Proliferation and Disarmament and civil-military relations. He holds a Masters Degree in Political Science from the University of the Philippines where he also obtained his Bachelors Degree in Political Science as Summa Cum Laude.
  •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의 정책변화 및 한반도 비핵화와 북일국교정상화에 대한 일본의 정책전망
    저자
    손현진 (히로시마시립대학 평화연구소 부교수)
    발간호
    2018-55
      지난 10월 18일 한국의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최종 판단을 하였다. 재판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각 1억 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일본의 아베 총리는 이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사안이며, 이번 판결은 국제법에 비추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 강경 대응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 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회의에서 참가국들에게 우리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비판하고 일본의 입장을 홍보하는 영문자료를 배포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일본 내에서는 반한감정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며, 70%에 달하는 일본인들이 이번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여론과 함께 일부 우익단체를 중심으로 한국과 국교단절까지 요구하기에 이르는 등 한일관계는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을 달리고 있다. 위안부 문제와 더불어 이번 판결에 대한 양국 간 입장 차이에 대한 문제의 발단은, 식민지 지배 이후 한일 양국 간 국교수립 체결과정에서의 시대적 배경에 기인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1951년 9월 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연합국과 강화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연합군 최고사령부에 의한 일본의 군정기가 끝나고, 이로써 일본은 국제적으로 전후 복귀를 인정받게 되었다. 일본의 침략으로 피해를 입은 아시아 각국이 반대하는 가운데 이루어진 강화조약은 전후 보상 문제나 국교정상화 같은 문제는 제외된 채 이루어졌으며, 한국 또한 이 조약의 체결 과정에서 애초 의도와는 달리 미국과 일본에 의해 배제되었다. 그 결과 한국은 이 조약의 규정에 따라 일본과 개별적으로 국교정상화 및 전후 처리를 둘러싼 힘겨운 교섭을 추진해야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일 양국은 식민지 지배 역사에 관한 인식 차이로 난항을 거듭하다가 1965년 일본과 국교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한일 상호 인식의 차이를 덮어둔 채, 상호 국가적 의도에 따라 각각 달리 해석 적용 가능한 협정을 맺음으로써 일본 정부의 철저한 역사반성과 보상을 관철시키지 못하였다. 즉, 한국에 대해서는 한일기본조약으로 배상청구권을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하며 경제 원조를 하는 것으로 하였다.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궁극적인 보상은 당사국의 반성을 통한 화해와 정신적 위로라고 볼 수 있는데, 일본 정부에 의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한국정부가 그 해결과정에서 피해자 개개인의 청구권 해결에 대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일 간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 및 북일국교정상화 과정에 있어서 북한과의 중개자로서의 한국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도 일본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매우 한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북일관계에 있어서 일본 정부는 현실적으로 비핵화 문제보다는 일본인 납치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여 북일국교정상화 교섭조건으로 먼저 납치피해자의 즉시귀환과 진상규명 요구 등 납치자 문제 해결을 우선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북일관계의 기본적인 틀은 2002년 9월 북일 두 정상이 서명한 평양선언에 기초를 두고 있다. 2002년 평양회담에서 국교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진행하여,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보상 및 경제협력, 납치문제(선언문에서는 두 나라의 비정상적 관계 속에서 발생한 유감스러운 문제로 표기)에 대한 적절한 조치,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적 합의 준수 등 북일관계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었다. 특히,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시하였으며, 5명의 납치피해자 일시귀환과 함께 사망자의 유골을 송환하였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유골 감정 결과, 다른 사람의 유골인 것으로 판명되어, 이후 북한 당국에 대한 불신과 함께 일본 내 여론이 급격하게 변화되었다. 결국 일본 정부는 귀국한 납치피해자들을 다시 돌려보내지 않았고, 북한에 대해 납치피해자 전원송환과 함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등 강경책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이후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국내정치에 활용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발사문제 등 이유와 함께 대북 경제 제재를 강화하게 되어 북일관계는 얼어버리게 된 것이다. 현재, 일본 정부의 북일국교정상화에 대한 기본입장은 납치, 핵·미사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한 후,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북미관계의 현안이라 할 수 있지만, 북일관계에 있어서 간접적인 의미를 지니는 국제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인 납치문제는 북일관계를 직접 규정하는 현안인 동시에 일본 국내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일본외무성이 발표한 「외교청서」에서도 북한에 대한 기본정책으로「대화와 압력」, 「행동 대 행동」이라는 방침 하에서 북일평양선언을 기반으로 납치문제, 핵·미사일문제 등 북한과의 현안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한다는 것이다. 또한 북일국교정상화 실현을 위해 미국,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관계국과 긴밀하게 연대하며 계속 노력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핵문제에 있어서 2018년은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4월 28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선언이 나왔고, 6월 12일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어 북미 간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이루었다. 두 회담에서는 먼저 한국전쟁 이후 65년간 지속된 휴전협정을 종결하고,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을 선언하였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약속을 하였다. 한국과 미국의 북한과의 관계 진전에 대해 재팬 패싱을 우려한 일본은 미일동맹을 통해 한반도 상황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특히, 미국에 북한의 비핵화가 완성될 때까지 대북제재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을 주문하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불가역적인 방법’의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최대한의 압박을 유지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과거 북한이 핵포기와 동결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핵개발을 계속하였기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비핵화의 확실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한과 사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인 2020년 여름까지 비핵화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것과 이를 위해 IAEA 국제원자력기구에 사찰을 통해 핵관련 시설 전체를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차 북미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해 수면 하에서 실무급회담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호 의제설정 등 현안문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이어 북일국교정상화를 위해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진전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해 북한은 일본의 독자적 경제 제재가 완화되지 않는 한, 일본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북한은 일본의 납치문제 제기에 대해 전후 보상 문제를 끄집어내어 일본에 대해 고액의 자금 원조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제4차 아베내각의 출범과 함께 스가(菅)관방장관 겸 납치문제담당상이 새로 취임하였으며, 아베총리는 정부·여당이 일체가 되어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작은 기회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 언급하였다. 또한, 북일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일본의 초당파 ‘북일국교정상화 추진의원연맹’이 10년 만에 재가동되었다. 북일의원연맹에서는 북일정상회담의 조기 실현을 요구하며, 북일국교정상화 교섭을 위해 납치문제를 포함한 양국 간의 현안문제에 대해 합동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협의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위해 평양에 연락소를 설치하는 등 북일 간 연락 파이프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교환을 하였다. 또한, 일본 내에서는 북미회담에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언급한 것이 향후 납치문제 논의를 위한 북일정상회담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였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지난 8월 개최된 ASEAN 지역 포럼(ARF)에서 일본 가와노 외상은 북한 이용호 외상과 접촉하여 북일국교정상화 의지를 알리는 등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북일국교정상화를 위해 아베 총리의 납치 3원칙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즉, 납치문제는 일본의 제일 중요한 과제라는 것,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국교정상화는 없다는 것, 납치 피해자의 전원 귀환이 그것이다. 납치문제는 중요 과제이긴 하지만, 이를 해결한 뒤 국교정상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교정상화 교섭을 진행해 가는 과정에서 납치문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국교정상화를 진전시킬 용의가 있다는 의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일본 내에서도 납치문제에 대해서 한목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현실이다. 어디까지나 납치문제와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그 해결방법이나 접근방법이 전혀 다른 문제로 우선순위를 결정한 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즉, 납치문제는 북한당국에 의한 범죄행위인 동시에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에 해당된다. 더욱이 북한은 일본인 납치문제를 이미 해결된 문제로 더 이상 언급할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에는 일본인 납치피해자가 존재하고 있으며, 또한 파악되고 있지 않은 납치피해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납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최종적으로 양국의 정상회담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북일국교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본이 납치문제를 국교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기보다, 관계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납치문제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 재조사를 할 수 있다는 선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전략적 정책이 필요하다. 북한은 현재 당면하고 있는 외교적 고립과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북미관계 개선과 더불어 북일관계정상화가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북한 스스로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보여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번영이 우선적 과제라고 생각한다면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과 더불어 북일국교정상화가 평화공존체제를 확립하는 첫 단계일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더불어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여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한다면 주변 4강에 의한 교차승인 구도가 완성되는 것이고, 이는 곧 북한을 국제사회 무대로 끌어내는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어 대북제재가 해제될 경우 일본이 전후 보상금이나 기업진출 등을 통해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고, 일본은 유일하게 남은 전후 보상 문제 해결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現, 히로시마시립대학 히로시마평화연구소 부교수, 2006년 일본 고베대학대학원 법학연구과 졸업후 박사학위 취득, 전공분야는 국제법, 공공관계법. 현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2011~2014), 통일부에서 북한인권 담당 사무관(2006~2011) 등을 역임하였다. 최근 연구로, “북한탈북자의 법적지위에 관한 고찰”(법제연구,2017), “일본안보법제에 관한 연구”(부경법학,2016) 등 다수임.
  • 이란핵합의 파기와 미국의 선거정치: 북핵협상에의 함의
    저자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발간호
    2018-54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11월 5일 미국 정부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전면 복원하였다. 이번 조치는 지난 8월의 1차 제재조치의 후속으로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중 가장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란의 석유수출이 차단되었고 이란 중앙은행과 외국 금융기관과의 금융거래도 금지되었다. 이란산 석유의 수입을 중단하지 않는 나라들이나 제재대상인 이란 기관과 거래하는 외국기업들은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되었다.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에 대해 한시적으로 예외를 인정해서 우리나라는 한동안 원유공급의 차질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2015년 이란핵합의 체결이후 이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사업상의 피해를 피하기 어렵게 되었고 원유공급도 한시적 예외가 만료되면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핵합의 파기가 우리에게 주는 여파는 이러한 경제적인 것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지금 북한과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란핵합의의 파기는 북미 핵협상의 과정이나 결과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서 북한은 미국이 이란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을 보면서 협상상대자로서의 미국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미국은 이란핵합의의 일방적 파기를 통해서 북한에게 미국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핵협상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알려주었다고 볼 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인 외교성과로 평가받았고, 이란핵협상 당사국들 -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그리고 이란 - 이 여전히 좋은 합의라고 평가하고 있는 이란핵합의를 왜 트럼프 대통령만 유독 “최악의, 끔찍한, 가소로운 (worst, horrible, laughable)” 협상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핵무기도 보유하지 않고 있고,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도 없으며, 제한적이지만 민주주의도 싹트고 있는 이란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왜 “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the most biting sanctions ever imposed)”를 가하기로 결정한 것인가? 미국이 이란핵합의를 파기한 이유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對중동 정책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여러 요인 중에서도 선거정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 자신과 자신이 소속한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중동정책을 결정할 때 당연히 선거정치를 염두에 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는 예외가 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에는 선거정치적 고려가 특히 현저하였다는 것이 이 글의 주장이다. 이란핵합의의 ‘불완전성’ 이란핵합의는 이란의 핵능력에 대한 제한을 10~15년으로 한정한 일몰규정(sunset provision)을 포함하고 있고 탄도미사일에 관한 규제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완벽하지는 않은 합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핵합의를 통해서 이란이 개방되고 국제사회에 편입되어 10~15년이 경과한 후에도 이란 정부가 핵농축을 원할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이건 이란 정부가 핵농축을 재개하려하면 이란 국민들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이란에서 빈발하고 있는 시위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이란의 국민들은 핵무기보다 식량과 일자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이란의 핵 농축 재개의 가능성이 이란핵합의가 준수될 때 높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역으로 이란핵합의가 파기될 때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핵합의를 파기하면 그때부터 바로 핵 농축을 재개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고, 제재의 재개는 이란 내에서 강경파가 득세하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 능력의 경우 현재 이란의 탄도미사일은 사정거리가 최대 2천 킬로미터 정도라서 미국에 위협을 주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이란이 과연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고 할 것인지도 미지수이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서 이란이 이란핵합의 아래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핵농축 재개는 10~15년 후에나 할 수 있고, 대륙간 탄도탄에 탑재가능한 핵탄두의 제조는 그로부터 또 추가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즉, 이란이 어떤 이유이건 이란핵합의의 허점을 최대한으로 악용하기로 결정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로 하고 작정한다고 하더라도 15년~20년 후에나 미국을 위협하는 핵미사일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은 이론적인 것이고 실제 이란의 행태를 보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트럼프 행정부로 넘어오는 지난 2,3 년 간 이란으로부터의 위협은 감소하면 감소하였지 증가하지 않았다. 이란이 미국에 대해서 적대적으로 변했다든가 이란의 군사력이 위협적인 수준으로 증강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이란 내에서는 기나긴 고립을 빨리 끝내고 개혁개방을 통해서 경제적 성장과 국제적 사회로의 복귀를 희망하는 목소리들이 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5년~20년 후에나 가능한, 그리고 별로 개연성이 없는 이란의 위협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여 이란핵합의를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렇게 이란의 위협을 인식하는 것일까? 한 이유로 북한에 대한 학습효과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을 보고 이란이 제2의 북한이 되는 것을 일찍부터 막아야 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생각하였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15년~20년 후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협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지도자라고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또 압박과 제재를 최대화함으로써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왔다고 생각하고 이란에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려고 결정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가 통하였다고 해서 그 때문에 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인식 자체가 악화되었을 리는 없다. 영향을 주었다면 이란에 대한 대응방식의 선택 - 대화 vs. 제재 - 에 있어서 영향을 주었을 것이고, 대화가 실패해도 제재와 압박을 통해서 이란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을 안심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선거정치와 미국의 對이란 정책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표’와 ‘자금’이 필요하다. 표는 ‘유권자’로부터 나오고 자금은 ‘후원자’로부터 나온다. 선거정치가 정책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유권자나 후원자의 선호가 정책에 반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권자와 對이란 정책 미국의 선거에서 對이란 정책은 일반 유권자의 주요한 관심대상이 아니다. ‘저소득, 저학력 백인’이 트럼프를 지지한 주된 유권자 집단인데, 이들은 보호무역주의, 인종주의, 고립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미국이 중동의 ‘경찰’이나 ‘소방관’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란핵합의를 파기한다고 해서 트럼프를 더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즉, 백인 유권자들 때문에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결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대계 미국인 유권자는 대부분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유대계 미국인 유권자의 선호를 중시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對이란 정책을 결정할 이유도 별로 없다. (유대계 미국인 유권자들의 대다수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며 지난 번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하였다.) 또한 유대계 미국인 유권자들이 이란핵합의에 대해 강하고 일치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란핵합의가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일방적 파기가 더 나은 선택인지에 대해서 유대계 미국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합의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 특히 J Street 는 이란핵합의 파기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후원자와 對이란 정책 트럼프는 자신이 정말로 부자이기 때문에 (“I am really rich”), 다른 사람의 돈이 필요 없다고 여러 차례 발언한 바 있다(“I don’t need anybody’s money,” “I’m using my own money,” “I’m not using donors”). 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단지 부분적으로만 정확하다.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 후보 중에서 가장 많은 개인 자금을 선거에 투입하였지만, 개인 자금은 비율로는 전체 선거자금의 1/5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1)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자금 모금 능력이 대단하였기 때문에 그에 맞서기 위하여 트럼프도 선거자금의 모금을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고, (2)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서 후원자들의 선거자금 기부액수에 상한선이 없어지게 되어 거물급 후원자의 기부액이 증가하면서 트럼프의 개인 자금의 상대적 중요성이 감소하였기 때문에 발생하였다. 선거자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한 상태에서 선거자금 기부액수의 상한선이 없어지면 결과적으로 거물급 후원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특히 카지노 부호인 Sheldon Adelson은 트럼프와 공화당에 최대 후원자로서 대통령선거, 공화당 하원선거, 공화당 상원선거를 위해서 거금을 기부하였다. Home Depot의 공동창업자 Bernard Marcus, 헤지펀드 부호 Paul Singer 도 규모는 떨어지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에 기부한 거물급 후원자들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일반 유권자들과 달리 이들 부호들은 철저하게 親이스라엘적인 인사들로서 이란에 대하여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및 공화당 당직자 및 의원들에게 자신들의 反이란 선호를 명확하게 전달하여 왔고, 자신들의 親이스라엘, 反이란 입장이 미국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면 다른 정당과 경쟁후보들에게 자신들의 후원금을 기부할 것이라고 공언하여 왔다. 트럼프한테 투표한 유권자들의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철통과 같기 때문에 트럼프는 역설적으로 자기를 지지한 유권자들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기에 대해 조건부로 지지하고 있는(즉, 지지 철회를 위협하는) 후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특히 후원자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에 대해 유권자들은 무관심하다면 유권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도 후원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가능한데, 미국의 對이란 정책이 그러한 문제에 근접하다. 저소득, 저학력 백인 유권자들은 이란 핵합의파기와 그 함의를 이해하기 어렵거나 개인적으로 상관성을 못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대규모로 정치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는 탄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는 것이 절실해졌으며,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은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당선되기 위해서는 거물급 후원자를 확보하는 것이 정치적 생사가 달린 문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거물급 후원자들의 親 이스라엘, 反 이란 선호가 미국의 對이란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 불가피하였다. 트럼프의 이란 핵합의 파기는 이러한 선거정치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가 있다. 북핵협상에의 함의: 對이스라엘 외교 강화의 필요성 이스라엘과 미국은 공식적으로 동맹관계가 없으나, 이스라엘은 미국 최대의 군비원조 수원국이다(2013년 기준 원화환산, 이스라엘 3조 2,048억 원, 아프가니스탄 2조 466억 원, 이집트 1조 3,450억 원).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관계, 경제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경제적 비용과 안보적 손익을 계산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전혀 손익계산이나 비난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동에서 반미주의가 심화되고 미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긴 결정이 그러한 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이러한 특별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對이란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主敵으로 보고 있고 이란핵합의는 파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러한 인식을 미국의 對이란 정책으로 실현하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을 연결시켜주는 고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위해 막대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유대계 미국인 후원자들이다. 정치자금 기부의 법적 상한선이 없어지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크게 증가하였다. 이들은 대다수 유대계 미국인들보다 훨씬 더 親이스라엘, 反이란 성향을 지니고 있고, 이스라엘을 돕기 위해서라면 정치적, 재정적 영향력 행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몇 달 전 이스라엘 언론은 이스라엘의 리블린 대통령이 한국을 공식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우리 정부에 타진하였으나 우리 정부로부터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하지 않았으며 양국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진척이 느린 것을 한국 탓으로 돌린 데에 한국정부가 불만을 가졌기 때문에 리블린 대통령의 방한제안을 한국정부가 거절한 것으로 이스라엘 언론에서는 분석하였다. 최근 언론에서는 또 이스라엘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평가하는 비밀 보고서에서 북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 합의문에서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비핵화(dismantlement)’라는 표현이 빠지고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한 것에 대해서 비판적이었다고 보도하였다. 리블린 대통령의 방한이 무산된 이유에 대한 보도는 오보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한-이스라엘 관계가 악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일단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북미 간, 그리고 남북 간 비핵화 협상이 혹시 이란의 비핵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며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주목하고 이스라엘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이유에서건 이스라엘 정부가 북미 간, 남북 간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하게 되면 그러한 인식은 미국 내 유대계 거물급 후원자들을 통해서 미국의 외교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선거정치가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對이스라엘 외교를 펼칠 필요가 있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연구실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同 대학원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UC, Berkeley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UC, Davis, University of Washington, 이화여자대학교, 제주대학교 등에서 강의. 핵전략, 안보협력, 공공외교가 주요 관심분야이며, “한국형 공공외교 모델의 모색: 정책네트워크를 활용한 맞춤형, 과학적 공공 외교”와 “핵폐기 사례연구: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의 함의와 한계” 등의 저술이 있음.
  •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북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전망
    저자
    홍양호 (국민대학교 한반도미래연구원장)
    발간호
    2018-53
      미국 중간선거는 미국 언론의 사전 예측대로 상원은 공화당이 승리하여 총의석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고, 하원은 민주당이 승리하여 총의석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정치적 지평의 변화가 미국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비핵화 추진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가 관심사가 되었다. 대체로 중간선거 결과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조세정책, 반이민정책 등 대내정책에는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한반도 비핵화 추진의 기본방향 및 골격(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과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 유지)에는 당분간 특별한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본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기본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는 당면한 미국의 중요한 대외정책 이슈이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공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원의 과반의석 이상을 차지한 민주당이 트럼프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에 좀 더 투명하고 엄격한 기준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 속도 조절이나 갈등 현상이 빈번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 추진과정에 한미 간의 공조나 조율 문제를 엄격히 따져 나갈 것으로 본다. 그로 인해 대북정책 추진의 동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미국의 하원은 다수당이 상임위원장 및 소위원회 위원장 전부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영향력이 만만치 않고, 또한 상임위원회를 통해 각종 법률안과 예산안을 심의하고 청문회를 개최해서 정부정책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견제와 개입을 할 수 있다. 미국 중간선거 이전 11월 5일(현지 시간) 국무부는 중간선거(11월 6일) 직후 11월 8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미북고위급회담을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이 회담에서 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진전을 위한 협의가 있을 것이며 여기에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 달성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공식적인 발표를 무안케 하는 일이 이틀 뒤 벌어졌는데, 미북고위급회담 개최 하루 직전에 북한 측이 바쁜 일정을 이유로 미국 방문을 취소함으로써 미북고위급회담이 연기되었다. 이와 같은 북한의 돌발적인 태도의 배경에 대해,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북미 협상 전략 재정비, 대북 제재 완화 및 핵 신고•검증 등을 두고 미북 간 극심한 의견 대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면담 불발, 단순 일정 조율 차원 등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미국 국무부가 미북고위급회담 날짜와 협의 사항을 공식 발표한 이후에 갑자기 연기된 것으로 보아 미북 간에 막판 조율과정에 중대한 이견이 정리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중대한 이견은 그동안 협상 경과를 통해 볼 때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 등 상응한 조치를 줄곧 요구하였는데, 미국이 비핵화 이전 제재 완화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끝까지 확고히 보인 것이라고 판단된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대놓고 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해 짜증을 내고, 11월 2일 외무성 미국연구소장은 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한 태도 변화가 없다면 ‘핵•경제 병진 노선’의 부활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였다. 또한 미북고위급회담은 향후의 미북정상회담의 준비회담적인 성격도 있는데 중요한 의제, 일정 등 조율이 잘 안되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추측도 있다. 북한의 예정된 미북고위급회담 연기 통보로 워싱턴 정가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기류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과 언론으로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그동안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자주 등장하였다.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은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지속하도록 한 무료입장권과 같다...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에게 속고 있다”(에드워드 마키 의원), “지금은 북한 핵물질과 핵시설에 대한 신고도 없고 이를 어떻게 해체•검증할 것인지 계획도 없다”(제프 매클리 의원), 북한은 핵 사기도박을 한다면서 “북한이 사실상 변한 것은 없다”(뉴욕타임스), “평양의 핵물질 생산, 미사일 기지 운용, 강제 수용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워싱턴포스트) 등이 그 사례다. 이러한 부정적 흐름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다음 날 “(미북고위급회담) 일정은 다시 잡힐 것”이며, “북한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자회견 하였다. 그리고 미북정상회담 시기로 “내년 초 언젠가”에 개최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제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서두를 것 없다”(7번 강조)고 하면서 비핵화 전 제재(4번 언급) 유지 입장을 견지하였다. 이와 같은 기조로 그 이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미북정상회담이 “내년 1월 1일 이후가 될 것”이라며 “구체적 장소와 시간문제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수십 년간(핵을 포기한다는) 북한의 약속만 믿고 제재를 풀거나 경제적 지원을 해줬지만 이후 그 약속은 깨졌다고”하면서 “과거 정부의 실수를 반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미국은 전례없는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계속 가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제2차 미북정상회담이 열리면 “이제 결과를 볼 필요가 있다”며 “제2차 미북정상회담 이전에 북한 핵시설과 핵무기 개발 장소 목록을 달라고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하면서도 “다음 정상회담에서는 의심스러운 모든 (핵)무기와 개발 장소를 확인하고 관련 장소 사찰을 허용하며, 핵무기 폐기 계획을 세우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핵 신고•사찰•검증• 폐기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로드맵 계획의 마련을 북한에 촉구하였다. 이와 같은 미국의 중간선거 전후로 한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여 본다면, 그동안 예정되었던 미북고위급회담은 물론이고 미북정상회담도 기대보다 지체될 가능성이 높으며, 미북 간의 진전여부가 매우 중요하므로 한반도 비핵화 과정도 갈 길이 멀다고 보겠다. 우선 내년 1월 3일 새로운 의회 개원으로 하원에서 민주당의 총공세가 예상되는 만큼, 그동안 행정부 독주의 대북정책 추진에 많은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민주당은 인권정책을 중시하므로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요구가 있을 수 있다. 민주당 주도의 대북정책 청문회를 위한 증인 출석, 조사 등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개입과 견제가 심해지게 된다. 그 결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입장 완화는 어려워질 수 있으며 때로는 북한에 더 엄격하게 요구되어 질 수 있다. 그러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서 미북 간에 타협점을 찾기가 어렵게 된다. 그러면 북한도 과거의 방식으로 강수를 통한 돌파구 마련을 시도한다면 상황은 악화될 수도 있다. 그동안 미북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근본적인 입장 차이는 완화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중간선거 이전은 물론이고 중간선거 이후에 미국의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 입장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미국은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이 북한으로 하여금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으로 나오게 한 결정적 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또 다시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비핵화 이전에 경제적 인센티브는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은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 없이는 비핵화 진전이 없으며, 완전한 체제보장이 없으면 완전한 비핵화도 곤란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선 비핵화’라는 무장 해제는 리비아의 ‘카다피’나 이라크의 ‘후세인’처럼 말로가 처참하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미 간 신뢰가 아직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물질•무기, 운반수단의 리스트를 신고하라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공격목표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과거 6자회담에서도 북한은 완전한 북핵 신고 요구는 북한으로 하여금 완전히 빨가벗기려는 것이라고 하면서 거부하였다고 한다. 미국과 북한은 과거 오랫동안의 협상 과정을 통해 상호간에 불신이 쌓여 있다. 이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판단하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북한은 신뢰를 쌓기 위해 그동안 북한이 보여준 조치, 즉 미국인 북한 억류자 3명 석방, 미군 유해 발굴 송환, 핵실험장 폐기, 미사일 발사장 폐기에 대한 미국의 상응한 조치를 요구하면서 단계적•동시적 접근 방법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종전선언’이나 ‘대북 제재 완화•해제’ 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보유 프로그램 자체가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며, 북한의 네가지 조치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아니므로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도 매우 중요한 양보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팽팽한 상호 입장 대립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으며, 미북고위급회담이 아닌 미북정상회담에서 담판을 지어야 할 것 같은데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이와 같은 미북 간의 팽팽한 대립을 현재 한국이 중재자적 입장에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너무 나서게 되면 한미 간에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그 노력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결국 기싸움에서 누가 양보할 것인가와,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 갈등과 위기가 재현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 그러면 과거 북핵협상 과정처럼 갈등과 위기가 다시 고조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북한의 ‘완전화 비핵화’를 위해 정상회담을 통한 Top - Down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고, 아직까지도 한국, 북한, 미국의 Top에서는 이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열의와 의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고 지도자들의 개인적인 열망과 국내 정치•경제적인 수요가 있어 이번 기회에 북핵문제 해결을 담판지어 보겠다는 의지가 강해 상당 기간 동안은 미북고위급회담과 미북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동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듯이 구체적인 협의와 이행 과정에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조건부 완전한 비핵화’ 입장(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보장이 된다면 완전한 비핵화를 할 수 있다), 단계적•동시적 접근 방법에 따른 보상 문제(제재 완화•해제, 경제적 지원 등), 평화체제로 전환을 위한 방법론(종전선언, 평화협정, 군비통제 등), 한미 간의 조율과 갈등 문제, 미국과 한국 내에서의 정치권과 언론의 지지 확보 문제, 중국•일본 등 이해상관자의 입장과 개입 등 매우 복잡한 과제가 북한의 비핵화 해결 과정에 가로 놓여 있다. 가야할 길이 멀고, 가는 길마다 어려움이 산적하고 있는데 이를 극복할 의지와 창의적 해법의 개발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향후에 만약 문제가 잘 안 풀려 갈등과 위기가 재현되고 북한의 비핵화 입장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게 되면 과거의 북핵협상처럼 역사는 되풀이될 수도 있다. 한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한 공조와 국내 정치권의 지지 확보가 우선 필요하며, 긴장된 자세로 진행되는 상황의 신속한 파악과 적기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본다. 모든 과정에서 균형감각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現 국민대학교 한반도미래연구원장, 통일신문사 회장. Univ. of Georgia에서 정치학 석사(M.A.), 단국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취득. 서울대, 이화여대, 국민대 등에서 강의. 주요 관심분야는 통일정책, 남북관계, 남북협상 등임. 박사논문은 ‘탈냉전시대 북한의 협상행태에 관한 연구’이며, 저서로는 ‘통일의 길’(2018)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