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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트럼프의 새로운 접근
    저자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발간호
    2017-13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로 집결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제정세의 전개는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끌려갈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3월 말 한미연합 독수리 훈련을 마치고 호주와의 연합훈련을 위해 남태평양으로 이동하던 미국의 칼빈슨 함 항모전단이 미중 정상회담과 시리아 공습 직후인 4월 8일 싱가포르 해역에서 한반도로 돌아오고 있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만으로도 70여대의 최신 전투기를 탑재한 항모, 수척의 이지스 함, 공격용 핵잠수함 등으로 구성된 이 항모전단의 화력은 웬만한 중소국가의 전체 군사력에 해당한다고 한다. 북한에서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은 이른바 태양절이란 국가명절로, 주민들이 평일에도 광장에 모여 주요행사를 준비하는 위성사진이 공개되었고 실제로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실행하는 것을 외신을 통해 알렸다. 이와 때를 같이해 북한 당국이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실험과 같은 도발을 감행할 우려도 예상되었지만 실제로 무력도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의 한반도 집결은 북한의 군사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무력시위를 통한 강력한 경고라고 해석되며 일정 정도 효과를 보였다고 판단된다. 미중정상회담 직후 시리아를 공습했던 것처럼 미국이 독자적으로 대북 군사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전개에 한반도와 서울이 불바다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쟁의 위기상황은 우리 국민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으로 대표되는 무력도발에 강경대응으로 나오게 된 배경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이 1993년 NPT 탈퇴를 선언한 이후 13년간 핵동결과 비핵화에 대한 협상을 하는 사이 뒤에서 핵개발을 추진하여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그 이후로 또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했지만 북한은 6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계속하여 이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미국을 상대로 협박을 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나아가서 북한은 핵탄두를 운반하는 발사체인 미사일 개발을 지속해 광명성호라는 ICBM을 개발, 실험발사하고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SLBM도 개발했다고 공공연히 미국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었다.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하는 방법에는 (1)직접 양자협상, (2)주변국을 포함하는 다자협상 (3)국제기구를 통한 압박과 같은 외교적 수단도 존재하지만 (4)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이른바 surgical air strike, (5)수뇌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과 같은 군사적 수단도 존재하고 나아가서 전략적으로 (6) 방어무기인 사드배치, (7)공격무기인 전술핵 도입과 같은 다양한 옵션이 존재한다. 문제는 북한이 핵개발을 실질적으로 시작한 NPT 탈퇴시점부터 25년의 시간동안 우리는 외교적 수단만을 사용해왔다는 점이다. 우리는 진보정권 10년간 햇볕정책을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태도변화를 유도하려고 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고 이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보수정권 10년은 압박정책을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은 6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상황으로 악화되었다. 문제는 진보정권도 보수정권도 기능주의 패러다임에 갇혀있었고 그 결과 우리가 선택한 정책수단은 유화정책이든 압박정책이든 모두 외교적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기능주의 패러다임에서 외교적 수단만을 이용해서 자신을 압박하는 것이 명백하다면 그것이 유화적이면 좋고 제재여도 상관없이 핵을 개발하고 보유하는 것이 우월전략이다. 2017년 4월 한반도에서 전개되는 군사적 위협상황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기능주의 패러다임으로 북한 핵문제를 다루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다시 말해서 군사적 수단의 선택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북한이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 북한 핵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중국도 이러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해석되는 것이 북한이 제2의 시리아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한반도에서 확전의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은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뉴스도 시리아 사태를 보니 핵개발을 한 것이 당연한 자위조치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의 의지에 대해 북한이 미국과 동일한 해석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금까지는 트럼프의 정책의지가 상대방을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문제는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실제로 군사적 충돌 없이 북한이 비핵화의 길을 선택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공공분쟁 사례연구”를 주제로 대한민국 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음. 학술활동으로는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
  • 미중 정상회담에 따른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상황 전망
    저자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발간호
    2017-12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와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금한령 해제와 같은 우리의 관심사인 동아시아와 한반도 외교 현안문제에 대한 진전을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 4월 6일과 7일 이틀에 걸친 정상회담이 끝난 후 의례적인 공동기자회견과 공동선언문 채택도 모두 생략된 채 마무리 되었다. 미중관계의 진전이 기대되었지만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시급성에 의견을 같이 했다는 정도의 입장을 표명하는데 그치고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 과정을 보면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시아 외교정책을 포함한 대외정책의 선회과정을 분석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다. 첫째,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미중 두 정상이 북 핵 억지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도움이 없다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의 근본적인 틀에 있어서는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중국의 부상을 막는데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지만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더 강화된 차원에서 수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것도 오바마의 민주당 정부 아래에서 추진한 재균형(rebalancing)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지속하겠다는 전략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호주와 같은 동맹국에 대한 아웃소싱을 확대해서 중국을 견제하는 쪽으로 대외전략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둘째,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미중 무역분쟁을 연계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틸러슨 장관은 미국은 북한에 대해 중국이 추가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시간을 두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회담기간 중에 시리아를 폭격한 군사적 조치나 회담 직후에는 중국의 행동을 기다린다고 하면서 남태평양으로 향하던 칼빈슨 항모전단을 싱가포르에서 한반도로 선회하도록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서 중국을 상대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강한 압박이라는 미국의 정책지향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에 따르면 중국은 타협안으로 북한과의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맞바꾸는 방안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중단 대신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제안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6자회담 재개에도 반대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불량국가의 협박에 대응해 이를 수용하는 타협을 할 의사가 없다는 전통적인 미국의 대외정책을 재확인해주는 결과이다. 중국 측 우다웨이 6자회담 대표는 한국을 방문해서 북한이 핵을 개발하지 않으면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북한이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중국도 노력하고 있지만 김정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상황설명을 통해 미국을 설득하는 쪽으로 성의를 보이고 있다. 넷째,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초부터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무역과 경제 분야이다. 2015년 중국은 6천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반면 미국은 5천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면서 미국이 감수한 국익의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값싼 소비재의 수입으로 미국의 제조업 기반이 붕괴하고 국내 산업 공동화로 이어지면서 미국의 국익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100일 이내에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은 트럼프의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취임 초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노골화하면서 무차별적인 무역전쟁을 선포하던 정책의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요약하면 취임 전부터 America First를 주장하고 미국 국민의 물리적 안보와 경제적 부응에 중점을 두고 해외에서 분쟁에 연루되지 않으려고 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민주당 정부가 추진해온 국제주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더 이상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이었다. 전통적인 미국외교정책은 민주당과 공화당 공통적으로 국내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보호하는데 치중하고 해외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추구하는 Hamiltonian의 국제주의 시각에 동의했다. 취임 초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주의 입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이른바 고립주의를 대변하는 Jeffersonian의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트럼프의 대외정책에 대한 관점이 전환되어 분쟁이 시작되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Jacksonian의 입장을 통해 레이건과 부시 Jr.의 전통적 공화당 입장으로 선회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초기의 고립주의 노선은 포기한 것으로 판단된다.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지역질서에 있어서도 미국의 핵심이익은 무역과 경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봉쇄와 군사적 확장억지에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는 정책지향은 분명하지만 구체적으로 군사정책과 경제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혼선을 보여주었다. 이번 미중정상회담을 통해 세계전략 차원과 동아시아 지역전략차원에서 미국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라는 입장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운 강압적 설득이라는 이른바 스마트 파워의 개념을 이용한 대중국 및 대북한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파워의 개념을 역설한 사람이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미국외교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위한 외교가 핵심이라는 것이며 트럼프는 취임 후 지속적으로 미국 외교의 핵심을 향해 수렴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공공분쟁 사례연구”를 주제로 대한민국 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음. 학술활동으로는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
  • 4차 산업혁명과 국제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
    저자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발간호
    2017-10
    인공지능, 로봇, 빅테이터, 사물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다양하게 소개되는 만큼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변화로 인한 미래는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대이다. 불확실성이란 지식의 한계에서 기인하여 현재의 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미래의 결과를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하나 이상의 결과가 예측되는 상태에 직면한 것을 말한다. 인류는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감 속에 살고 있는 만큼 기술의 변화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이다. 알고 싶은 미래에 대한 단편적인 논의는 확대되고 있지만 특정분야 이를테면 정치제도나 국제정치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는 부족하다. 제레미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의 기본구조를 설명하고 이에 따른 정치사회 그리고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에 대해 논의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산업혁명은 주요 산업이 의존하는 에너지의 원천에 달린 것으로 이해한다. 기존의 산업혁명이 화석에너지인 석유에 기초했지만 새로운 산업혁명은 화석연료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신재생 에너지”에서 출발한다. 석유에너지는 채굴과 운반 그리고 가공과 사용에 있어서 대자본이 투여되는 만큼 사회구조가 위계적이고 서열적이며 중앙집중형으로 조직되었다. 이에 반해서 신재생 에너지는 개별 주택에서 분산되어 생산하고 소비하며, 개별생산 주체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연계되는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사회구조도 수평적, 협력적, 분권적으로 조직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구조의 수평적 변화는 다양한 사회제도와 비즈니스 관행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예를 들면 시장의 중심구조도 소비자가 소유하는 구조에서 공유하는 구조로 변화하여 지식이나 경험을 공유하는 위키피디아는 물론 교통이나 숙박과 같은 전통적인 임대업에도 공유의 경제가 등장하고 있다. 금융업도 채권자와 채무자가 나뉘는 위계적인 구조에서 사회자본이 중요성을 가지는 협력의 구조로 변경되었다. 새로운 기술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비즈니스 모델은 사회공동체의 수준에서나 시장의 수준에서 수평적인 사회구조, 공동이익 추구,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이른바 민주주의형태의 기업 또는 경제모형을 원한다. 국가권력에 있어서도 탄소경제를 이끈 2차 산업혁명이 기초한 경제이론인 자유방임과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은 사실 잘못된 미신에 근거해 있다고 비판한다. 정부의 규제에서 자유롭고 국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의 법칙을 따르는 자유시장경제가 경제적 발전과 성공의 핵심이라는 믿음은 잘못된 신념에 근거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자유방임을 주장하면서 국가의 간섭을 배제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은 행정부와 입법부에 지속적으로 접근해서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부를 축적해왔다. 이러한 기업과 정부가 유착해온 관행을 일반적으로 보여주는 직업이 바로 ‘로비스트’이다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성숙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기부금을 받아 선거운동을 돈으로 사는 관행이 제도화되어있다. 2008년 기준으로 하원의원 선거에 당선에 필요한 평균 비용이 110만 달러, 상원의원의 경우는 6,500만 달러가 소요되고 대통령 선거에는 13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조사되었다. 충격적인 것은 선거비용을 가장 많이 지출한 후보가 당선될 비율은 상원 94%이고 하원은 93%라고 한다. 정경유착을 극복하는 새로운 정치모델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좌우 이념구도를 초월하는 분산형 협력의 정치와 신재생 녹색에너지를 가능하게 해야 하는 모델을 이야기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업계와 노동조합, 협동조합, 그리고 소비자 협회의 연합과 협력적인 구도가 이른바 조합주의가 새로운 정치제도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국제정치의 기본적인 질서도 분산형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구조의 틀이 결정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면, 유럽과 아프리카 두 대륙을 연결하는 데저텍(Desertec) 프로젝트를 통해서 사하라 사막의 태양광 및 풍력을 유럽으로 들여오는 프로젝트와 분산형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네트워크 그리드를 통해 대륙 간의 협력과 공유가 가능해진다고 본다. 21세기에는 기술발전으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을 연결하여 전기를 교환하는 해저케이블이 가능해지는데 이러한 에너지 협력구조가 국제질서의 협력과 평화를 주도하는 원동력이 된다. 분산형 재생에너지는 국내정치의 수평화와 민주화만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질서에도 이동의 자유와 수평적 교류를 가능하게 하고 생산과정의 협력과 상품의 공유경제를 통해 국경 없는 교류와 협력이 가능하고 저탄소 녹색에너지의 네트워크가 수평적으로 확대된다. 과학기술이 가져오는 미래사회에 대한 논의의 대부분이 기계에 의해 대치되는 노동력으로 실업의 증가 그리고 국내적으로도 고급기술자와 자본가 그리고 비숙련 노동자로 나뉘는 소득의 양극화 그리고 국제질서에도 기술의 양극화로 테러와 분쟁의 가능성의 증가와 같은 부정적이고 암울한 전망이 다수를 이루었지만, 리프킨의 설명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미래에 대한 단초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첫째, 새로운 산업혁명에 따라서 신뢰와 평등의 정치체제가 출현한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정치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개인의 이익추구 그리고 국제관계에서는 개별국가의 국익추구라는 이기주의가 행동의 원칙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국내정치적으로 시장에 기초한 경쟁적 분배구조에서 벗어나 과학과 기술의 힘으로 분배의 정의가 확보되는 정치경제제도가 현재의 정치질서에서 중요시되는 원리이고 이에 근거해서 개인의 이익은 물론 국가와 관련된 안보의 중요성을 구성한다. 국제질서에 관해 교통과 통신의 발달에 따라 세계정부가 자동적으로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국가의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출현해야 단일통화와 세계경찰에 기초한 세계정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정부는 평화적 국제제도의 확보를 전제로 하는데 이는 한 국가가 경제적, 군사적, 환경적으로 다른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얻는 방식으로 국가의 발전을 추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정치에 관련한 미래의 전망은 기술의 발달에 따른 경제적 상호관계가 국내정치 제도와 국제정치의 질서를 결정한다는 경제결정론에 기초해있다. 정치제도의 발전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일관성이 부족하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국내정치적으로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어 의회와 정당제도가 기능을 못하면서 대의민주주의가 위축되고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주민참여제도와 같은 직접민주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반해서 올바른 정책결정을 위해 직접민주주의 보다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좀 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임기를 보장해 정치엘리트의 전문성에 기초한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대의정치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미래의 정치제도로서 바람직할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셋째, 국제정치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도 현실주의와 자유주의의 시각이 서로 상충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중국의 미국 추월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세계적 차원의 국력 경쟁 과정에서 미국의 패권과 중국의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현실주의적 시각이다. 미래에 중국위협론이 현실적으로 부상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는 현실주의 시각에 근거해 있다. 이에 반해서, 기술발달에 따라서 국내정치와 국제관계가 수렴하게 되면서 세계인들 사이에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가 확대되어 세계정부의 출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지역주의에 기초한 국제주의를 바람직한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국제주의에 대한 기대는 자유주의·제도주의의 점진적 진보를 전제로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이다. 중요한 것은 자유주의적 낙관론이 가능해지기 위해서 중국위협론과 같은 현실주의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논의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산업혁명을 통해서 다가올 미래의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불안감은 상수에 가까운 독립변수이다. 위기의 극복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줄이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독립변수를 찾는 것이다. 대안을 위한 노력에 비해서 제시된 설명에는 아직 빠져있는 부분이 많다. 산업혁명에 관한 미래전망은 우리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해답지가 아니라 우리가 해결해야하는 숙제의 목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논의되지 않은 많은 문제를 찾아내는 것도 미래에 대한 이해의 확장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공공분쟁 사례연구”를 주제로 대한민국 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음. 학술활동으로는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
  • 사드의 한국 배치와 러시아의 반응
    저자
    알렉산드르 흐람치힌 (정치군사분석연구소 부소장)
    발간호
    2017-09
      탄도미사일 방어체제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에 대한 러시아의 태도는 첨예할 정도로 비판적이며, 그런 태도의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제에 대한 러시아 군 지도부의 부정적 태도는 자국 전략핵전력에 대한 현저할 정도로 신성시하는 태도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특징이 어느 정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다. 다른 어떤 나라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미국이나 중국을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의 전략핵전력의 보유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지위를 초강대국의 수준으로 격상시켜주는 동시에 러시아의 군사적 안전과 완전한 국가주권을 보장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타국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여러 차례 물리치고 자신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다. 따라서 러시아에서는 군사적 안전과 국가 주권에 대해서도 역시 신성시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사고방식으로는 외부 세력에 대한 (직접적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간접적인 것이라도) 굴복이라면 어떤 형태도 받아들일 수 없다. 앞에서 언급된 사실들로 인해 전략핵전력은 러시아의 중요한 국가적 상징 및 군사정책 도구 중의 하나이다. 심지어 러시아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1990년대 중반에도 전략핵전력, 특히 핵전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전략미사일군은 충분한 재정적 지원과 함께 신형 무기를 공급받았다(그 당시 다른 형태의 군사력은 이 양자 중 그 어느 것도 바랄 수 없는 상태였다). 러시아의 지도부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의 한반도 배치를 러시아의 전략핵전력의 잠재력을 훼손하려는 시도로 이해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의 능력이 [러시아 내에서는 - 역주] 실제보다 종종 과장되고 있다. 러시아에 있어 대한민국의 사드 배치는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배치된 지상 버전의 ‘이지스’ 탄도유도탄방어체계와 함께 러시아 영토를 둘러싼 고리형태의 미사일방어체제 수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인식은 최근 러시아연방의 재래식 무력이 급속하게 성장한 상황 하에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드 체제가 오직 북한만을 고려한 것이며, AN/TPY-2 레이더는 종말요격 체제에서만 작동하게 될 것이라는 한국 측의 어떤 해명도 러시아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은 ‘거의 친화적’ 국가의 범주에서 ‘노골적인 적대적’ 국가의 범주로 이동하면서 잠재적 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최소한 이로 인하여 한·러 간의 정치관계가 현저하게 냉각될 것이며, 러시아 내에서 남한의 사업 조건 역시 악화될 것이다(이미 한국은 러시아 시장에서 자신의 지위를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놓쳤다). 그 외에도 대한민국은 러시아의 군사적 대상이 될 것이며, 그 경우 사드 체제를 비롯하여, 남한 영토에 배치된 미국의 다른 군사 시설물들이 러시아연방 군사력의 주된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더하여, 비록 일부 전문가들이 대한민국에 사드 체제를 배치함에 따라 북한으로 하여금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러시아연방과 중국이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확실히 상반된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최소한 러시아연방에 있어서는 그렇다). 위에 언급한 역사적 상황과 그런 상황에 따른 민족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모스크바는 (심지어 간접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가해지는 강압에 대해서 최소한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강압으로 대응할 것이다. 압박을 받는 경우, 러시아와 북한의 공조가 강압에 대한 대응의 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대 북한 UN 제재를 직접적으로 위반할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이지만, 직접 위반을 하지 않고서도 평양을 지지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이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한국 영토에서의 사드 체제 배치에 대한 답변으로서 북한이 자신의 힘으로 (질적으로 그리고 양적으로) 미사일 잠재력을 확연하게 강화시키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한국 영토에 사드 배치는 한국의 군사적 안전을 제고하는 것이 아니라 약화시키는 것으로 변질될 수 있다. 만약 상황이 남북한의 전쟁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남한 영토를 목표로 북한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의 수가 서울에서 예상하고 있는 것처럼 20개 혹은 50개가 아닌, 그 탄도미사일을 파괴하기 위해 예정된 사드 체제 미사일의 수보다 몇 배나 상회하는 수 백 개의 단위가 될 것이다(더욱이 실제 전쟁 상황 하에서는 사드 체제가 100% 성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영토에서의 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라는 사실 그 자체는 북한이 사드체제로 인해 상실할 수 있는 것을 보상하기 위해 자신의 미사일 능력을 더욱 증강하고 질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에 더하여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모스크바와 서울 간의 관계를 양측 모두 긴밀하고 이상적인 것으로 보아왔지만, 향후에는 러시아가 대한민국을 잠재적 적으로 주시하기 시작할 것이다. 애석하게도 러시아의 입장에서 첫째,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은 결코 자신의 경제적, 지정학적 그리고 이념적 이익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의존적인 행태를 보였으며, 둘째, 북한 체제가 국내문제의 부하로 인하여 근 시일 내에 붕괴될 것이라는(그 ‘근 시일’이 거의 30년이나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가설에 의존했다. 이것은 한국의 부적절한 대북정책으로 귀착되었으며, 그로 인해 대한민국 스스로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성되고 있다. 예정된 사드의 한국 배치는 특수한 것으로, 결코 대한민국의 안전 제고가 아닌 지정학적 지위의 악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게 사드 배치의 매우 심각한 현상이다. 대한민국 통치권에서 이런 사실을 자각하지 못할 것 같다는데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現 러시아 군사정치분석연구소 부소장. 국립 모스크바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러시아 군사평론가로 활동 중임.
  • 김정남 암살사건이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지식공동체에 가져다 준 또 다른 과제
    저자
    신창훈 (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발간호
    2017-08
      1. 암살행위와 테러행위? 2. VX라는 독성물질 사용이 지니는 함의 3. 안전보장이사회 1540 위원회의 역할 제고 4. 우리의 과제   지난 2월 13일 오전 말레이시아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사건은 북한 현 지도부의 비인륜성과 잔인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추후 생산과 보유가 금지된 독성물질인 VX를 이용한 암살이라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발표는 보다 가중된 잔혹성과 공포를 야기하였다. 사건의 잔혹성이란 주관적 평가도 중요하지만, 이 사건은 그 동안 UN이 주도한 각종 군축체제가 공들여 온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두고두고 냉철하게 곱씹어보아야 할 매우 대표적 사례로서의 특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아직 사건의 전모가 모두 밝혀지지 않았고 계속 수사 중이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비확산 지식공동체가 예의 주시할 만한 위험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잔인한 국가주도 범죄로부터 불특정 민간인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특히 비국가행위자중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모방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사례연구가 촉구된다. 철저한 사례분석을 통해 이번 사건을 시나리오화하여 억제수단 운용연습(TTX: Table Top Exercise)은 물론 시민이 참여하는 모의 훈련에 대한 계획도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누가 어떠한 정치적 의도로 김정남을 암살하였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한정된 사실관계에 기초하고 있지만 이 글은 UN 주도의 다자간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체제와 관련하여 이번 사건이 어떠한 교훈을 가져다주었는지를 진단해 보고 향후 우리 정부는 물론 국제공동체 특히 비확산 지식공동체가 유사 사례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논의를 전개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안해 보고자 한다. 1. 암살행위와 테러행위 지금까지 많은 분석가들은 정치적 관점에서 북한이 김정남을 암살함으로써 도대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무엇이며, 암살을 실행할 경우, 어떤 시기 어떤 장소에서도 당연히 북한이 유력 용의자가 될 수밖에 없을 텐데 이를 무릅쓰고 이런 뻔한 행동을 백주 대낮에 저지를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여러 추측과 가설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북한이 자충수를 두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관점보다 법리적 관점에서 현재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있는 국제법과 국내법을 고려해 보면 결과론적으로는 우연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라는 심증을 버릴 수 없다. 법률전(lawfare)이라 불릴 정도로 최근 모든 국가들은 적대적 행동은 물론 공격적 행위를 취할 때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하여 실행 전 국제법적 정당성을 찾으려 하고 이에 기초하여 행위하고 있는 터라 결과 발생 후 법리적 반격이 곤란한 경우가 많다. 이번 북한의 행동 역시 이런 관점에서 철저하게 계산된 국제법적 고려의 결과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우리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도 신중하고 계획성 있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 사건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와 관련하여 북한에 대한 전략을 실효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전환점을 제공해 줄 수도 있다. 종전까지는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하여 북한에 대해서는 단순히 나쁜 행동의 방지에 초점을 두는 수동적 전략이라 할 수 있는 비확산(non-proliferation) 전략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제는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북한과 같은 나쁜 행동을 하는 행위자를 타깃으로 하는 반확산(counter-proliferation) 전략으로 과감하게 수정하여 북한이라는 행위자를 직접 타깃으로 한 실효적 조치를 취할 때가 되었음을 국제사회에 인식시킬 수 있는 전환의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북한은 왜 항상 유력한 용의자(usual suspect)가 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허점을 노려 실행에 옮긴 것일까? 이를 감수한 급박한 상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암살의 실행도구로 제3국민을 활용하였다는 점 역시 북한이 관련 국제체제의 허점을 이용한 치밀한 계산 하에 실행한 것임을 엿볼 수 있다. 사건당시 공항 CCTV를 통해 북한의 개입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북한의 개입은 의혹으로만 남았을 것이다. 체포된 두 명의 제3국민이 현재까지 테러리스트나 범죄단체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령 북한이 배후에서 범죄 청부업자나 범죄단체의 구성원 혹은 테러리스트를 활용하였다면 북한은 분명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테러지원국으로 낙인이 찍히게 될 것이며 특히 미국에서는 테러지원 국가로 재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사실 언론에서는 앞 다투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이 테러지원 국가로 재지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런 논의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만을 놓고는 우리의 희망대로 북한이 미국에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미국법이 제재를 가하고 있는 국가는 소위 테러지원국(State sponsors of terrorism)이지 국가 테러리즘(State terrorism) 자체를 제재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수출관리법 제6조 (j)항, 무기수출통제법 제40조 및 해외원조법 제620조A라는 3개의 법조항에 기초하여 이란, 수단, 시리아 등 3개국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 유지하면서 소위 4개 유형의 제재 즉, 1) 미국의 해외원조제한, 2) 방위산업수출 및 판매 금지, 3) 이중용도물자 수출에 대한 통제 및 4) 각종 재정적 제한 조치 등이라는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1) 법감정과 상식에 의하면 테러를 직접 수행하는 국가가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보다 더 나쁘지만 미국의 3개 관련법에 규정된 테러지원국이라는 용어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법규정은 테러행위를 직접 자행한 국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 미 오바마 대통령 때인 2014년 12월 북한이 소니를 상대로 사이버공격을 저질렀을 때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사이버테러라는 용어보다는 사이버 반달리즘(cyber vandal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며,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논쟁이 조야에서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의회조사국의 보고서에서도 명백하게 미국의 관련 법규들이 테러지원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이 아닌 사이버공격자체를 이유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제시된 적이 있다.2) 물론 당시 소니사에 대한 사이버공격과 관련해서는 논쟁의 대상 중 사이버공격이 과연 테러행위인가에 대한 논쟁도 존재했다. 워싱턴이나 서울에서 개최된 몇몇 회의에서 물리적 공격만을 테러행위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좁은 해석이라고 필자가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해보았지만 회의에 참석했던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 세 가지 법의 적용에서 만큼은 테러란 물리적 공격에 한정된다는 매우 엄격한 해석과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미국의 경우 관련 국내법의 해석에 있어서는 물론 관련 국제조약의 해석에 있어서도 소위 국가테러리즘(state terrorism)은 테러의 정의에서 애초부터 제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UN에서도 안전보장이사회 산하에 대테러위원회(CTC: Counter-Terrorism Committee)를 설치하였을 때 국가테러리즘이 국제법의 규율대상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한 바 있다. 결론은 현행 국제법상 테러리즘을 규율하고 있는 국제조약 중 어느 하나도 국가테러리즘을 규율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고 따라서 테러리즘은 비국가행위자(non-State actors)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다. 즉 국가는 테러행위를 지원했을 때 테러지원국으로서 국가책임을 부담할 뿐이라는 것이 주류의 판단이다. 국가 자체가 자행하는 폭력행위는 테러행위로 취급되지 않는다. 모든 폭력이 국가에게 유일하게 독점되어 있는 현대국가에서 국가가 자국민에게 부당하고 자의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인권의 영역에서 다루어질 문제이며, 타국에 대해 부당하고 자의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전쟁법 특히 국제인도법의 영역에서 다루어질 뿐이지 테러행위라는 관점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 북한 역시 지금까지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폭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왔지만 국제법의 영역에서 북한의 폭력행사는 테러리즘의 관점에서 취급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의 헌법이 북한을 반란단체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한국 사람사이에서 헌법적 혹은 정치적 관점에서 테러행위라는 수사를 사용해도 무방할 뿐이므로 국제사회에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용어라는 점을 실무가들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럼 최근 미국의 일부 학자나 의원들 사이에서 북한이 직접 실행한 암살행위라는 국제범죄행위를 계기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이는 이번 사건 자체를 근거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이 그동안 다른 사례에서 테러리스트를 지원해 온 것이 아닌지를 더 철저히 조사하여 그런 사례가 입증되면 재지정하자는 의미로 선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의회조사국 보고서에서도 북한이 중동의 하마스나 헤지볼라를 지원하고 탈북자를 납치하거나 암살했다는 점을 들면서 이에 대한 증거가 충분할 경우 재지정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탈북자 납치와 암살에 관한 부분은 북한이 직접 수행한 것이 아니라 현지인 등을 고용하여 당해 행위를 북한 정권이 지원한 것에 적용된다고 선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지원에 관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 지원이 충분하게 입증될 경우 재지정 계기가 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전망해 볼 수도 있다. 더구나 재지정 논의가 미정부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이에 대한 입증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고 예측해 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이란 시리아 등 중동 국가에 대한 미국의 제재 실행은 삼두마차라 칭할 수 있는 1) 대량살상무기 관련 제재, 2) 인권에 기초한 제재 및 3) 테러지원국 지정을 통한 제재를 활용하는 동시다발적이며 전방위적 압박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대량살상무기 관련 제재만 부분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역시 금융제재에 있어서는 강도가 약한 느슨한 제재였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즉 한반도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소위 체제변혁을 유도하는 인권제재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가 최근 들어 UN 인권이사회의 결의 등에 힘을 얻어 북한에 대해서도 인권에 기초한 제재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정도이지만 여전히 중동국가에 가해졌던 제재의 수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 제재의 실행을 정리하면 북한과 관련해서는 미국 역시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반확산적 전략에 기초하기 보다는 수동적이고 사건대응적인 비확산적 전략에 기초하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무튼 현재 상황대로 두 명의 실행조인 제3국민이 어떤 범죄조직이나 테러집단에 속한 것이 아니라 북한에 의해 직접 고용되었거나 그들에 의해 선택된 범죄실행의 도구(instrument)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제재의 관점에서 어차피 김정남이 자연사가 아니었다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usual suspect로서의 북한으로서는 잃을 것이 더 없는 형국이라는 점에서 필자는 이 모든 것을 계산에 포함한 실행이었다고 평가한다. 2. VX라는 독성물질 사용이 지니는 함의 이러한 계산은 VX의 사용으로 큰 치명적인 전환을 맞이한다. 이번 사건 수사에 있어서 가장 큰 국제적 의의를 지닌 전환점은 지난 2월 24일 말레이시아 화학국의 김정남 시신에 VX가 검출되었다는 발표와 26일 말레이시아 보건부의 VX중독이 사인이라는 결론의 발표에 있다. 화학무기로 VX가 사용된 적이 있다는 사례는 몇 차례 존재하지만 특정인을 암살하는데 화학무기금지협약의 적용대상인 독성물질중 하나인 VX가 사용된 사례는 이번 사건이 최초이다. 이점이 바로 말레이시아의 이번 발표가 북한의 치밀한 계획에 있어서 가장 큰 돌발적 변수로 작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북한은 이집트와 함께 아직까지 화학무기금지협약(CWC)3)에 가입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언론이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해 동 협약에 근거하여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북한 역시 당연히 이를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 보면 전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북한이 비당사국이기 때문에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다기보다는 무기가 아니라 암살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에 직접적 적용이 곤란한 점이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바른 평가라 할 수 있다. 필자가 말레이시아의 이번 발표를 북한의 계산에 있어서 가장 큰 돌발적 변수라고 보는 이유는 바로 범행이 발생한 장소인 말레이시아가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의 당사국4)이라는 점이다.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무기로 대변되는 대량살상무기 관련 다자간 체제 중에서 화학무기금지협정은 매우 실효적이고 강력한 검증체제를 갖추고 있는 체제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협약의 이행과 검증의 협력을 위해 설립된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2013년 시리아 사린가스 공격사건을 계기로 보유가스의 해체라는 혁혁한 공을 세워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화학무기금지협약의 검증체제의 핵심에는 사찰제도가 있다. 사찰은 1) 정기사찰(routine inspection), 2) 강제사찰(challenge inspection)과 3) 화학무기사용이 추정되는 경우의 조사(investigations of alleged use of chemical weapons)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화학무기는 핵무기와 달리 보유자체가 모든 국가에 금지되어 있는 무기이다. 핵무기는 소위 5개 핵무기 보유국의 경우 합법적 보유가 가능하지만 화학무기는 어떠한 국가도 보유자체가 불법화되어 있다. 물론 모든 화학물질이 보유자체가 금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사용된 VX는 협약 부속서에서 대표적 독성물질로 예시되어 있는 화학물질이다. 그렇다면 화학무기금지협약 상 제조나 보유 등이 금지된 이러한 독성물질이 화학무기금지협약의 당사국인 말레이시아에서 범죄의 도구로 발견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말레이시아 정부가 외부세력에 의해 몰래 반입된 것임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다면 협약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당사국으로서 말레이시아에게 여러 의혹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리스크를 말레이시아가 감수해야 함을 의미한다. 자칫 사찰(inspection)이나 조사(investigation)의 위험과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북한은 암살의 도구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혹시라도 말레이시아가 VX를 발견하더라도 자국이 곤란해지는 상황을 자초할 우려 때문에 회피하고 덮어줄지도 모른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혹자는 암살도구로 생물무기를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문제제기 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생물무기금지협약 ​5)의 경우에는 당사국이기 때문에 협약위반으로 인한 직접적인 국가책임을 지게 되므로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었다. 화학무기금지협약의 경우 북한은 당사국이 아니라는 점, 말레이시아는 비록 당사국이지만 협약의 엄격한 검증체제로 인해 여러 불편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확증이 발견되지 않는 한 쉽게 발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 등이 계산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사찰의 세 번째 유형 즉 조사(소위 IAU)의 경우 비당사국의 경우에도 제한된 범위이지만 적용가능성을 당해 협약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당해 협약 부속서 제11부 27항은 “이 협약의 비당사국이 관여된 화학무기 사용 추정의 경우나 당사국에 의하여 통제되지 아니하는 영토 내에서 화학무기 사용이 추정되는 경우, 기구는 국제연합 사무총장과 긴밀히 협조한다. 기구는 요청받는 경우, 기구의 자원을 국제연합 사무총장의 재량 하에 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당해 조항은 당시 협약 비당사국이었던 시리아의 사린가스 사용에 대한 사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적용에 있어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한편으로는 시리아의 경우 비당사국이 비당사국 영역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이므로 개입이 더 어려울 수도 있음에도 극복하였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비당사국이 당사국 영역에서 독성물질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권이 침해된 피해국이 당사국으로서 원활한 협조만 해준다면 국제기구를 통한 개입이 훨씬 더 쉬울 수 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당해 협약의 직접 적용을 통한 개입을 위해서는 암살도구를 화학무기의 사용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상의 논란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다자간체제의 직접적인 개입을 유도하는데 명백한 한계가 존재하는 셈이다. 아무튼 이번 사건에서 말레이시아가 보여준 결단은 CBRN 사건6)과 관련해서도 분명 모범적 사례로 평가되어야 하므로 사건이 마무리되면 국제사회에서 그 경험이 충분히 공유되어야 한다. 그만큼 북한의 개입을 입증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보유와 제조가 금지된 독성물질인 VX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쉽게 발표할 수 있었겠지만, 특히 강제사찰(challenge inspection)의 경우, 의심스러울 때 다른 회원국이 사찰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분명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를 아무런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하게 발표했다는 점 역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이번 사례는 VX가 전시 무기로서의 사용이 아니라 발생빈도가 오히려 높은 암살도구로 사용된 최초의 사례로서 이러한 유사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불편을 회피하기 위해 숨기기보다는 신속하게 공개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책이며 설사 법적 공백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최소화하면서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3. 안전보장이사회 1540 위원회의 역할 제고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되고 있는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무기는 무기 발전초기 단계에서는 무기 자체의 확산에 대한 규제가 가장 큰 관심이었다. 점차 기술의 발전으로 이전이 쉬워졌지만 탐지기술도 발전하게 되자 제조 근원이 되고 있는 물질의 이동을 통한 현지 조립으로 눈을 돌리게 되어 물질의 통제 및 안보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통제대상에 대한 접근의 발달에 더하여 국제사회는 행위자 즉 테러리스트나 범죄조직과 같은 비국가행위자로의 혹은 이들로부터의 그리고 이들 사이의 확산에 관한 문제에도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관심은 2004년에서야 비로소 결실을 이루어 UN안전보장이사회는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과 같은 전달수단(delivery means)의 비국가행위자로의 확산을 UN헌장 제7장상의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헌장 제7장에 기초하여 모든 회원국에게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의 제1540호를 내놓았다. 북한 역시 UN회원국이므로 당연히 당해 결의의 구속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여러 불법적 경로를 통해 비국가행위자에 대한 확산가능성의 의심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건 역시 어떤 경로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VX를 유입시켰는지 아직 명백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그동안 여러 불법적 경로를 통해 이를 확산시켜왔다는 의혹에 대한 심증을 굳히는 방증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명의 실행조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테러리스트나 범죄단체 구성원이었다면 VX를 통한 북한의 이번 암살사건은 명백한 안보리 결의 제1540호 위반이다. 이 대목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시리아 사건의 경우 특히 안보리 결의 제1540호와 화학무기금지협약 당사국간의 협력체제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하여 2016년 11월 17일 채택한 결의 제2319호를 통해 UN안보리와 OPCW의 공동조사협력체제를 구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이는 사안에 따라 안보리와 OPCW가 함께 공동으로 화학무기 확산과 관련하여 상호 유기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번 암살사건은 전시 시리아에서의 화학무기로서의 사용 사건과는 전적으로 다른 차원이기 때문에 다자간체제에서 공론화하기에는 매우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가 북한을 지목하면서 직접 나설 경우 정치적 의도가 의심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테러가 만연한 현 상황에서 북한을 직접 지목하지 않고서도 어쩌면 적절한 의제(agenda)를 선점하여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전시 화학무기의 사용보다 발생가능성과 빈도가 더 높아서, 현실적인 위협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이번 사례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통한 우리의 역량발휘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번 사건은 분명 비국가행위자에 대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가능성 측면에서 위험 내지 위협의 관념을 근본적으로 재평가해 볼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심각한 우려를 가져다주었다. 위험을 결과의 크기와 발생가능성로 표시할 경우 비국가행위자의 입장에서 비용대비 최적화된 테러행위 수단은 핵무기보다 생화학무기가 될 것이다. 4차례에 걸친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어떤 국가에게 있어서는 핵무기의 사용보다 저비용과 발생가능성이 높은 방사능 사고의 발생이 더 위협이 될 것이라 경고된 적이 있다. 핵물질과 핵무기는 엄청난 공포와 피해를 가져다주더라도 이동과정에서 쉽게 발각되기 쉽고 고비용이기 때문에 그 보다 작은 공포와 피해를 가져다주더라도 쉽게 입수가능하며 비용이 저렴한 생화학무기가 빈국이나 개도국 혹은 비국가행위자에게는 더 큰 유혹이 될 것이 분명하다. 생화학무기의 경우 이미 UN의 1540 위원회 전문가 패널에서도 지적하고 있다시피 인터넷과 이메일 등을 활용한 소위 보이지 않는 기술이전(ITT: intangible transfer of technology)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기에도 용이하다. 또한 물질의 이동은 탐지장치의 발달로 발각되기 쉽지만 생화학무기는 물질의 이동 없이 기술자의 인적 이동을 통한 제조만으로도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서 확산을 막기가 여간 쉽지 않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군축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핵과학자들보다 화학자나 의약품 전문가의 자유로운 이동이 요주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사건에서 VX라는 독성물질이 인터넷이나 이메일을 통해 제조기술이 전파되었는지, 외교행낭을 통해 유입되었는지, 기술자라는 인적 이동을 통해 현지에서 제조되었는지 아니면 다른 불법적 경로를 통해 유입되었는지 등의 사례연구에 있어 매우 흥미로운 교훈과 평가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4. 우리의 과제 이 글은 의도적으로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이라는 관점에서만 접근하였다. 물론 암살장치가 무기냐 아니냐의 논의 등 법리적으로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항이 있지만 설사 암살장치가 해석상 무기가 아니라고 하여, 혹은 이번 범죄를 저지른 실행조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하여 적용할 국제법이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분석은 법형식주의적 사고에 매몰되어 있는 근시안적 접근법이다. 국제사회 내지 비확산 지식공동체가 법적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추진한 것은 평화와 공존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민주주의가 모든 국가에서 빠르게 보편적 가치로 확산되었고 국제사회가 정보화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 보니 국가의 존재이유도 사회계약적 성격이 보다 강화되어 사회계약국가의 존재이유인 국민의 재산과 생명의 안전 및 보호기능이 더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목적론적 관점에서 군축이나 비확산 관련 국제법은 발전의 여지가 매우 많은 분야이므로 탄력적 접근이 항상 요구된다. 이번 사건을 인권차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반드시 함께 병행해야 하겠지만 단편적으로 접근하더라도 인권문제는 몰락한 지도자의 암살보다는 일반 북한주민의 인권이라든가 단순한 인도주의적 차원을 넘어서는 이산가족의 가족재결합권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더 중요해 보인다. 차라리 국제인도적 차원에서의 논의가 더 적합해 보인다. 더구나 이번 사건을 북한만을 겨냥하는 듯한 태도를 견지한다면 지금은 북한과 틈이 벌어져 있지만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아세안국가 혹은 아프리카 등의 비동맹 국가들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남북한 간의 대립을 해당 지역은 물론 국제무대에서 부각시키려 한다는 인상을 줄 우려도 있어 궁극적으로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화학무기금지협약과 안보리결의 제1540호는 지역기구와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오고 있으며 아세안국가에서도 활발한 아웃리치 프로그램과 행동계획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비정부간기구의 활약도 특히 감시활동과 교육프로그램에서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우리 외교도 전시적 이벤트 보다는 오랫동안 1540위원회에 의장국으로서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노하우를 살려 이러한 활동에 적극 지원하고 동참함으로써 이들을 통해 보편적 가치와 일반적 위협 평가체제 구축에 있어 책임 있는 국가로 적극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생화학무기, 이중용도 물질 및 물자와 제반 장치 및 보이지 않는 기술이전 방지구상과 교육프로그램은 물론 소위 화학, 생물, 방사능 및 핵과학에 종사하는 자와 이들 물질을 거래하는 사업자들의 소위 안전과 안보문화(safety and security culture)와 의식제고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에도 과감히 투자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러한 투자는 궁극적으로 관련 NGO는 물론 민간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반확산 정책의 방향을 지지하는 공감대 형성을 이루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인류공동체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분야의 투자를 통한 위협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고서는 북한을 타깃으로 하는 반확산 정책의 추진이 궁극적으로 분명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국내에서는 소위 CBRN 대응체제에 대한 훈련프로그램에 대한 개발과 시행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고 안보장사를 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시민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국민창안의 방식으로 모집해보아야 하고, 이것이 어렵다면 학교교육에서라도 자발적 참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구나 이공계 대학교육과정에서 과학자의 윤리교육과 취급물질의 안전 및 안보에 관한 교육이 필수 정규과정이 되어 CBRN 물질의 안전과 안보와 관련해 책무관념과 문화가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몇 해 전 아세안국가에서 개최된 비정부간 회의에 참석했을 때, 한 발표자가 결의 제1540호 관련하여 발표를 하면서 “지구상에는 핵무기가 엄청난 무기처럼 인식되어 이를 통제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고 있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빈약한 재정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에서 생화학무기가 더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는 수도 있다. 따라서 UN안보리 1540체제상의 국가이행을 위해 마련된 매트릭스의 모든 분야를 모든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현실적으로 모든 국가가 동일하게 실행에 옮기기는 국가재정상 곤란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실적 위협이 높은 생화학무기와 관련한 분야에 우선을 두는 정책이 바람직할지도 모른다.”라고 한 적이 있다. 국제적십자가 주관하는 회의에서는 로봇과 자동화기기의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어떤 국가에서는 권총과 같은 소형화기의 밀반입이 사회의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아세안 국가와 관련하여 북한의 위협을 다룰 때도 우리의 외교 전략 역시 이들의 눈높이와 같이 하며 함께 나아가기 위해 이러한 발표는 분명 참조할 만할 것이다. ​ ----- 1) 이에 대해서는 미국무부 사이트 https://www.state.gov/j/ct/list/c14151.htm 참조. 2) Mark E. Manyin et. al., “North Korea: Back on the State Sponsors of Terrorism Lists?”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2015.1.21) 참조. 3) 당해 협약의 정식명칭은 “화학무기의 개발·생산·비축·사용금지 및 폐기에 관한 협약”으로 우리나라는 1993년 1월 14일 서명하여 1997년 4월 29일 조약 제1377호로 발효하였다. 4) 말레이시아는 당해 협약에 2000년 4월 20일 가입하여 동년 5월 20일 동 협약이 발효되었다. 5) 당해 협약의 정식명칭은 “세균무기(생물무기) 및 독소무기의 개발, 생산 및 비축의 금지와 그 폐기에 관한 협약”으로 북한은 1987년 3월 13일 가입했다. 6) CBRN이란 Chemical, Biological, Radiological, Nuclear의 약자이다.
  • 중국 언론보도를 통해 살펴본 한한령(限韩令)과 우리의 대응 방안
    저자
    주민욱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발간호
    2017-07
      흔들리는 중국 내 한류 문화 최근 한국의 중국 관련 언론보도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한한령(限韩令)이다. 이는 다양한 한국 문화사업에 대한 중국 내 수익활동 제한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제재는 한국 경제산업의 대(對)중국 무역활동에 대한 제한 또는 금지로 확장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내 활동 및 다양한 문화 콘텐츠(contents) 수출산업이 직격탄을 맞았으며, 화장품, 휴대폰, 자동차, 의료(성형)관광 등 한류와 함께 성장하던 산업들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되었다. 실제 중국 대륙에 한한령이 실시된 이후-물론 중국 정부는 부정하고 있지만- 중국 대륙 내 한국 연예인 활동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한국 연예인으로 대표되던 주요 기업들의 광고모델(广告代言)은 중국인 혹은 영미권 유명인으로 교체되고 있고, 중국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 역시 새로운 인물로 바뀌고 있다(戏剧换角). 이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 중이던 이들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설사 방송에 출연한다고 하더라도 다수가 편집되거나(画面剪片), 정면이 아닌 측면 혹은 배경화면(侧面和背影) 심지어 모자이크 처리(马赛克处理)되는 실정이다. 한중(韓中) 합작영화는 또 어떠한가? 한국에서 드라마 한 편이 성공하면, 당연히 남녀 주인공이 가장 큰 수혜를 받게 되어 있다. 이들이 기존에 출연했던 각종 드라마와 영화는 문화콘텐츠 수출업자들에게 큰 이득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중국의 영화산업 관계자는 이들의 유명세를 활용하여 영화제작에 열을 올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중 합작영화를 비교적 손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한령이 실시된 이후 이들 남녀 주인공에 대한 중국 내 수요는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이들에 대한 주인공 교체 작업이 현실화 되고 있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소위 한한령 주위보가 발동된 한국의 주요 드라마와 한국 배우들 명단이 떠돌고 있다. 이곳에는 총 53부의 한국 드라마(共53部戏)와 42명의 유명 배우들(42个韩星)이 적혀있다. 그 범위는 과거의 이영애부터 현재의 전지현, 송중기까지 모두 포괄하고 있다. 중국 내 현실화 된 한한령 이쯤 되면 한한령이 단순한 풍문이 아닌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현실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더 무서운 점은 이러한 한류 문화에 대한 중국의 태도변화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한한령으로 인해 기존 유지되던 한중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상호 협력 방식 그리고 관련 산업 모두 상당한 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연예인, 위성TV,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심지어 관련 로열티 산업 역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과 판로를 찾아내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의 각종 변화들은 단지 시작에 불과함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限韩令下,中韩娱乐产业原有的互动方式和整个产业链条势必都将自此发生天翻地覆的变化。韩娱产业、韩国艺人、卫视及视频网站平台甚至连品牌商,都要开始找寻新的对策和出路,而以上的种种变化还只是开始 (2016年 11月 19日, 参考消息)。’ 이로 인해 한국 언론들은 최근 중국에서 한국 영화, 드라마 및 각종 연예, 오락 프로그램이 방송 거절되거나 제작 유보되는 사태에 대해 상당한 주위를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들이 북경(北京)-중국 정부-에서 시작되었음을 직감하고 있다. 이들 언론들은 하나 같이 중국 정부가 한국이 사드(THAAD) 배치를 결정한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고,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 대한 보복행위를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상은 중국 언론기관 종사자들로부터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중국 내 일부 지역 방송국에서는 일찍이 정부 관련 기관의 구두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제작 회사의 진술과 일치한다. 비록 공식 문서를 통해 금지령(禁令)을 받아 보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중국 내 방영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으며, 이미 한국 드라마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정지한 상태이다.’ ‘有报道援引消息人士的话说,已有地方电视台收到管理部门官员的相关口头指示,还有娱乐制作公司表示,虽然尚未接到书面禁令,但它们对韩国娱乐节目在华推广的前景很不看好,已经停接涉及韩剧的业务 (2016年 8月 5日, 环球时报)。’ 중국 언론 관계자들은 한한령과 관련하여 그 어떠한 문서도 상부로부터 내려오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고 있다. 굳이 국무원(国务院) 직속기구 인 광전총국(国家广播电影电视总局)의 공식 입장이 없더라도 ‘알 사람은 다 알고’, 알아서 ‘해야 할 일은 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의중을 눈치 못 채고 이를 실행치 않는 이들은 어리석은 바보(犯傻)에 비유되고 있다. 중국 방송계, 광고계 그리고 영화계 모든 분야에서 한한령은 공식과 같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텐센트 엔터테인먼트(腾讯娱乐)의 방송국, 영화사 그리고 공연제작사 관계자 모두 “(한한령에 대한) 문서를 받아 보지 않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업체 관계자는 “(한한령과 관련하여) 올해(2016년) 가장 엄격한 제재조치 중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다. 광전총국은 절대 한한령과 관련된 그 어떠한 문서도 보내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광전총국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친 회의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 업계는 상부의 의도를 알고서 자발적으로 한한령을 시행하고 있다. 만일 어리석게 이를 깨닫지 못하고 실행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면, 이들은 분명 정치의식이 그리 높지 않은 사람들일 것”이다.’ ‘腾讯娱乐相继致电了电视台、影视公司、演出公司,尽管大家的回复都是“没有收到文件,也不知道具体细则”,但业内人士J先生向记者分析:“这是近年来限制政策中最严厉的一次,首先总局绝对不会发关于限韩的文,但是总局的态度已经在多次会议中明确了,涉及行业都会非常自觉并心领神会地执行,如果真的有人犯傻不执行,只能说政治觉悟不高” (2016年 11月 21日, 中国青年报)。’ 한한령에 대한 중국의 공식입장 그렇다면 실제 정부의 공식입장은 어떠할까? 한한령에 대해 중국의 공식입장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작년(2016년) 11월 21일이 처음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겅슈앙(耿爽)은 연례(例行) 기자회동 중 한 기자에 의해 한한령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이에 대해 그는 한한령에 대해 들어본 적 없으며, 한중 간 문화교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덧붙여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민중의 입장과 일치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문: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중국 측의 한한령에 대한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각 지역 방송국에 한국 광고모델이 출연한 광고를 방송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확인해 줄 수 있는가? 그리고 이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무엇인가? 중국 측의 이러한 조치가 사드와 관계가 있는가? 답: 우선 나는 소위 말하는 한한령을 들어본 적이 없다. 다음으로 중국 측은 줄곧 한중 간 인문교류(人文交流)에 대한 적극적 지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알고 있듯이 양국 간 인문교류는 국민의 뜻(民意)이 그 기초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측은 줄곧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고자 하는 사드 미사일 체계를 반대해 왔다. 이러한 입장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중국 민중 역시 한국 내 사드 배치 문제에 불만을 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관계자들 모두 이러한 중국 내 불만 정서를 인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问:据报道,近日中方限韩令不断升级,中国政府要求各家电视台不得播出由韩国明星代言的广告。你能否证实?你对此有何评论?中方此举是否与萨德有关? 答:首先,我没有听说所谓的限韩令。第二,中方对中韩之间的人文交流一直持积极态度。但相信大家也能理解,两国之间的人文交流是需要有民意基础的。第三,中方坚决反对美国在韩国部署萨德反导系统,这一立场也是众所周知的。中国民众也对此表达了不满,相信有关方面应该注意到了这种情绪( 2016年 11月 21日, 人民日报)。’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답변을 통해 두 가지 사실을 확인 할 수 있다. 첫째 중국 정부는 한한령 인지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내 사드 배치에 아주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그리고 둘째 한한령의 근거가 민중이 원치 않는 사드 배치로 인한 결과이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나타내고 있다. 양국 간 문화교류의 활성화 정도는 국민의 뜻에 기초하고 있으며, 현재 이들 민중의 뜻은 한국 내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 문화를 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와 당(党)은 한한령과 관련하여 본인들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만일 한한령이 중국 내에서 시행되고 있다면, 이는 중국 정부의 한국 문화에 대한 제재조치가 아닌 민중의 선택이고, 이들의 시대적 요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한령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안 최근 중국 내 광풍(狂風) 같이 일었던 한류(韩流)는 현재 한류(寒流)에 휩싸여 있다. 한중 양국 간 문화교류 역시 냉혹한 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지금이다. 이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대(對)중국 무역산업은 새로운 활로를 살펴야 할지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중국 관광객은 새로운 관광지를 찾아 나선지 오래이다. 2013년 10월 관광객과 관광업자 모두의 합법적 권익 보호 및 중국 내수 관광의 활성화를 위해 중국여행법(中华人民共和国旅游法)이 시행되었다. 그 이후 중국인은 더 이상 값싸고 쉬운 여행객으로 평가 받기를 거부하고 있다. 여기다 한한령이라는 큰 난관이 발생하여 이들 중국인을 매개로 한 한국 내 관광업, 피부/미용업, 의료업 등 제반 산업 모두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 항공에 대한 중국 공항 이용이 거절되고, 한국인에 대한 합당치 않은 비자거절 사례도 쉽게 묵과해 버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중국민의 한국에 대한 반감이 반한(反韓)을 넘어 혐한(嫌韓)으로 번지지 않을까 염려되는 지금이다. 한한령 시행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의 그 서막임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부정(否定)은 대외적 답변에 불과하다. 중국 언론보도는 물론 각종 댓글, 온라인 게시판을 살펴보아도 중국 내 한류에 대한 금지령(韩流禁制令)이 이미 기정사실화되었음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들의 이에 대한 대처방안은 분명하다. 우선 사드 배치의 당위성 및 필요성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이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는 확신이 생긴다면, 먼저 중국과 러시아에 대화를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만나서 사드 배치가 동아시아 평화에 득이 될 가능성을 강조하고, 우리가 걱정하는 국가 안보만큼 이들의 국가 안보를 존중하고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한반도 내 사드 배치가 미국의 일방적 개입이 아닌 우방국 간 군사협조임을 강조할 필요도 있다. 사드 배치가 동아시아 내 패권경쟁으로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중 간 외교 문제에서 무엇보다 중국의 대응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즉 현재 발생한 단발성 이벤트(event)인 사드 문제가 아닌 중국(中国)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중 양국 간 사드 문제에서 중국은 이를 국가가 개입된 경제행위로 풀어가고 있다. 양국의 문화콘텐츠 산업의 자유무역 시장경쟁 체제에 당이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시장경쟁(社会主义市场经济)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사회주의’를 기본으로 독특한 ‘시장경제’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전자의 행정행위(行政行为)는 언제나 후자의 시장행위(市场行为)에 우선한다. 즉 법률에 근거한 행정행위와 시장원리에 근거한 시장행위 간 충돌에서 늘 전자의 행정행위가 우선시 된다. 외교 문제에서 행정행위는 국가안보(国家安全)와 국가이익(国家利益)을 위해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한국과의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하여 시장행위 상의 보복이 나타나고 있다지만, 그 이면에는 행정행위의 수단으로써 시장행위가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내 한한령을 지워내기 위한 한국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지금이다. 한한령과 사드 간 밀접한 상관관계가 증명되었다면, 장기적 대처방안을 위해 함께 고민할 때이다. 무엇보다 당사국인 중국을 알아 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글 말미에 강조하고 싶은 점이 하나 있다면, 중국 관련 다양한 분야의 언어자료를 접하되 영미권 국가의 해석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이는 영미권 국가에서 오랜 시간 지내온 중국학자의 언어자료도 해당된다. 또한 근 10여 년간 지속되어 온 ‘중국알기’가 성과로 나타나려면 더 이상 중국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에서 그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투자한 노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연구들이 수행되었으면 한다. 《참고기사》 2016年 8月 5日, "首尔应为韩剧韩星在中国受阻负责(서울(한국정부) 한국드라마 주인공의 중국 내 불이익에 대한 책임감 있어야)", ≪环球时报≫. 2016年 11月 19日, "传‘限韩令’升级 有韩国艺人的都不让播了 宋仲基被换 黄致列退出(한한령 강화로 인해 한국 예능인 모두 방송금지, 송중기 교체, 황치열 퇴출)", ≪参考消息≫. 2016年 11月 21日, "‘限韩令’即刻生效意味啥? 或将告别韩国欧巴(한한령의 즉각적인 효과 발생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 한국 오빠를 떠나보내다)", ≪中国青年报≫. 2016年 11月 21日, "外交部回应缅北冲突升级: 呼吁冲突双方保持克制(외교부 미얀마 북부 충돌 격화에 대한 입장: 양국 간 이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 호소)", ≪人民日报≫. 現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제주대학교에서 언론학을 전공하고 中 우한(武汉)대학교 문화간 커뮤니케이션/비교언론학 박사학위 취득(2012). 제주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2012-현재), 최근 연구로 "중국 신문보도에 나타난 한반도 사드(THAAD) 배치 논란의 네트워크 텍스트 분석", "중국인의 온라인에서의 의견표명 행위 실증연구", "중국의 한국 신문보도 인용상의 문제점 논의-북핵 6자회담 신문보도에 나타난 노이즈 형태를 중심으로" 등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중국의 담론 연구(2015)』, 『중국인의 체면(2014)』, 『중국 신문업집단(2014)』이 있음.
  • 브렉시트를 앞둔 영국, 그들의 협상 원칙은 무엇인가?
    저자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발간호
    2017-06
      1. 브렉시트에 임하는 영국의 원칙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앞둔 영국 정부가 지난 2월 2일, EU 탈퇴의 협상 원칙과 미래 관계를 담은 백서(The United Kingdom’s exit from and new partnership with the European Union)를 발간하였다(JPI 지역통합연구부에서는 올해 신년 좌담회에서 영국이 브렉시트 가결 이후 6개월이 되도록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비로소 포괄적으로나마 영국의 전략이 공식적으로 처음 드러난 것이다). 영국은 이에 앞서 브렉시트 관련 국민투표가 통과된 지 7개월 만인 1월 17일 처음으로 테레사 메이 총리 이름으로 영국의 탈퇴 입장을 발표하였고, 지난 1일에는 하원에서 브렉시트 개시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번에 공개된 백서는 총 77쪽의 분량으로 매우 간략하며 내용은 지난 17일, 메이 총리가 제시한 탈퇴 방향을 좀 더 심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국 정부가 제시한 협상 원칙은 크게 12가지인데 이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확실성과 명료성의 제공 2. 영국 내에서 EU 규범의 종식 3.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등을 포함하는 영국의 결속력 강화 4. 아일랜드와의 강력하고 역사적인 관계 수호 및 공동여행구역 유지 5. EU 회원국민의 영국으로의 이주 통제 6. EU 내의 영국민과 영국 내의 EU 회원국민 보호 7. 노동자 권리 보호 8. EU와 새로운 동반자 협정 체결(자유로운 시장 접근 및 관세 등에 관한 신협정 체결) 9.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 관계 구축 10. 과학 및 혁신의 중심으로서 영국의 위상 유지 11. 범죄 및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협력 12. EU로부터 매끄럽고 질서 있는 퇴장 2. 이주자(移住者) 감독 강화, 친(親) 비즈니스 협상, 그리고 양보 없는 퇴장 영국이 내놓은 12가지 원칙을 세 가지로 재정리하자면 ‘이주자 감독 강화’와 ‘친 비즈니스 협상’, 그리고 ‘양보 없는 퇴장’으로 요약된다. 먼저 지난 6월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가장 피부에 와 닿았던 핵심이슈는 이민자 문제였다.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위기감은 시리아 난민의 급격한 EU 유입 때문이었지만, 영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난민뿐 아니라 합법적인 이민자에 대해서조차도 부정적 여론이 높았다. 이 때문에 백서는 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여러 곳에서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첫째, 제2원칙에서 EU 규범으로부터의 탈피를 언급하면서 영국의 의회주권주의를 강조하였다. 다시 말해, EU의 다양한 규정, 지침, 권고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동시에 영국 의회의 입법권이 우선임을 밝힌 것이다. 이는 최근 EU의 최대 입법 이슈인 난민 유입 규제 및 할당에 관한 다양한 조치로부터 영국이 자유롭다는 것을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동 원칙 후반부에, 영국 내에서 EU 사법재판소의 사법권이 종결되었다고 선언함으로써 리스본 조약 중 ‘EU의 기능에 관한 조약(TFEU)’ 77~80조에 규정된 난민, 이주자에 관한 규정에 관한 사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동 조약의 ‘기본권 헌장’에 규정된 제1조 인간의 존엄성, 제2조 생명권, 제18조 난민 신청권, 19조 추방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제45조 거주 및 이전의 자유 등에 따른 재판관할권에 관한 규정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백서의 제5원칙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이주민에 대한 통제를 언급하고 있다. 백서는 영국에 유입되는 이민자들의 수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기술력 없는 노동자의 유입은 영국의 공적 재원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미친다면서 확실한 통제 이유를 밝히고 있다. 고급 두뇌인 유학생의 경우도 앞으로 엄격하게 다룰 것을 밝히고 있다. 이미 유입된 기존 유학생의 경우에는 2018년까지 학자금 대출, 임대 보증금 융자 등에서 차별을 두지 않겠지만, 학업을 마친 후에 그들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분야별로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셋째, 제6원칙에서는 EU와의 자유 이동에 따른 상호 거주 요건에 관련해서 언급하고 있다. 이는 난민이나 불법 이민자와는 차원이 다른 유럽 역내 시민들 간의 교류까지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즉, 영국 정부는 향후 영국민이 기존의 EU 회원국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 것인지에 관한 협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영국에는 약 280만 명의 EU 회원국민이 거주하고 있고, EU에는 약 100만 명의 영국인들이 이주하여 살고 있다.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민 가운데는 폴란드인이 약 90만 명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루마니아, 포르투갈 등이 잇고 있다. 영국인들의 EU 체류는 주로 비즈니스, 치료와 요양 등에 있지만(따라서 스페인과 남프랑스 등에 몰려 살고 있다), 대륙에서 넘어온 유럽인들의 국적에서 보듯이 체류 목적이 주로 생계와 관련된 것이다. 따라서 이처럼 상이한 성격의 체류자들을 양자가 호혜적으로 상호 균형 있게 다룰 협상 전략을 어떻게 도출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2015년 기준으로 영국의 EU에 대한 상품과 서비스 수출은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2천 3백억 파운드, 수입은 2천 9백 1십억 파운드에 달한다(아일랜드를 제외했을 경우 수입=수출). 영국은 물론 EU로서도 가볍지 않은 거래액이다. 영국으로서는 EU를 탈퇴하되 무역 및 경제 교류와 관련하여 어떤 관계 설정을 할 것인가가 최대의 관심사이다. 먼저, 백서는 제8원칙에서 영국이 EU의 단일시장에 더는 구속되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관계설정을 맺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말하자면, EU를 탈퇴하고 대신 새로이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관세동맹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통합의 단계로 볼 때 관세동맹은 자유무역 협정과 공동시장의 중간 단계에 불과하다. 최근의 관세 동맹 사례로는 1991년 남미국가 간 맺은 관세동맹, 2006년 EU와 터키가 맺은 관세동맹, 2010년의 유라시안 관세동맹, 2015년의 걸프협력회의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유럽연합이 60년 전에 맺은 1957년의 유럽경제 공동체(EEC)보다 낮은 단계의 통합이다. 영국은 바로 그곳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영국이 관세동맹을 목표로 삼음으로써 어떤 형태의 관세동맹이 될 것인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EU는 리스본 조약, TFEU 30~32조에 관세동맹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사회와 집행위원회가 관련 업무를 진행하며, 대외관세에 관해서는 회원국 간 협력을 증진하는 범위 내에서 적용한다고만 밝히고 있다. 규정이 취약함으로서 앞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공동관세로 들어오는 수입금에 대한 논란이 그렇다. 백서에서 영국은 “더 이상 EU 예산에 기여하지 않고 그 금액을 영국민들을 위해 사용 하겠다(8원칙 51항)”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2015년 기준으로 EU 전체 예산의 약 25%가 역외 관세 수입으로부터 충당되고 있으므로 관세동맹이 형성되었을 경우 이때의 징수된 역외관세를 자원으로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는 영국과 EU가 풀어야 할 다음의 숙제 거리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백서는 제12원칙에서 “매끄럽고(smooth), 질서 있는 퇴장(orderly exit)”을 다짐하였다. 지난 1월 초부터 언급되던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가 여론의 비난을 받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보 없는 퇴장, 즉 하드 브렉시트는 여전히 대원칙임이 변하지 않았다. 제12원칙 하단부에서는 “영국에게 나쁜 협상을 하느니 아무런 협상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뜻을 보여준다. 내용을 살펴보아도 여전히 하드 브렉시트 적인 요소가 많이 있어 향후 양측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표 1. EU와 특수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   EU 노르웨이 스위스 캐나다 터키 WTO *영국 단일시장 O O △ X X X X 관세 X X X △(FTA 진행 중) X(공산품) O X 자유이동 O O O X X X X 관세동맹 O X X X O X O EU 예산에 기여 O O O X X X X   (출처: BBC 1월 15일 자 및 필자가 재정리. * 영국은 백서에서 언급된 내용을 근거로 함) 영국은 EU 최대의 제도적 틀인 단일시장은 거부하되, 관세 동맹은 유지하면서 인적 자유이동은 거부하고 EU에는 기여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영국이 원하는 최상의 조건이며, 하드 브렉시트의 기준이다. 현재 EU와 이와 같은 유형의 관계를 맺고 있는 가장 가까운 국가는 터키이다. 터키는 19887년 EU 가입을 신청한 이후, 1999년에 가입 후보국 지위를 획득하였고, 2006년부터 가입 협상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4년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위기, 난민 위기, 테러리즘, 그리스 재정위기, 브렉시트 등으로 현재는 터키 스스로가 EU 가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을 취하면서 EU와는 벽을 쌓고 있는 중이다. 다만, 터키는 여전히 EU가 가입 후보국으로서 EU가 제시한 ‘코펜하겐 크리테리아(EU 가입 자격 기준)’를 맞추려 노력하고 있지만, 영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중요한 차이다. 이미 제2원칙에서 ‘영국 내에서 EU 규범의 종식’을 선언하면서 탈퇴를 염두에 두고 있으므로 터키식 관계 설정이 바람직한 모델이 될지는 미지수다. 3. 유럽의 반응 백서에 대한 유럽 현지의 반응은 대체로 ‘실망스럽다’거나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이 없다. 그나마 가장 확실하게 언급한 것은 이민자를 통제하겠다는 것 정도”(Ben Fox, 영국 Sovereign Strategy 컨설턴트)라고 지적하거나, “시간의 압박을 받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세밀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Malcolm Barr JP 모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또한, “영국 산업의 95%를 차지하는 소규모 영세업자(micro-business)들을 배려한 보다 투명한 협상 과정이 공개되어야 한다(Ed Molyneux, Free Agent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는 목소리도 들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번 백서가 진부하고 공허한 수사법으로 가득 찼으며, 진지한 고민도 없고, 정밀한 메커니즘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비판한바 있다(2017년 2월 2일 자 사설). 사실 이번 백서는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의 가결을 얻어 3월에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목적에서 발간되었으므로 전체적인 방향성만 제시된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4. 세 차례의 한국 언급 이번 백서에서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는 한국이 세 차례(중복 제외) 언급되었다는 것이다. 첫째, EU-한국 간 FTA 협정 중 무역 분쟁이 생겼을 경우 분쟁 조정절차, 둘째 뉴질랜드-한국 간 FTA 협정에 규정된 상설조사법원(Permanent Review Tribunal)에 따른 분쟁 해결 메커니즘, 셋째, 영국의 수출 대상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한국 시장 등이 백서에서 언급된 한국 관련 내용이다. 우선, 제2원칙 ‘영국 내에서 EU 규범의 종식’ 부분에서 EU-한국 간 FTA 협정상 분쟁 조정절차에 관한 내용이 언급되었다. 이는 브렉시트 이후 EU가 기존에 맺고 있던 FTA 협정의 적용과 실천을 영국이 어떤 식으로 승계하여 재규정 할 것인지에 대해 일반 규정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백서는 한국뿐 아니라, EU-캐나다, WTO, NAFTA의 분쟁 해결 절차에 관해 상당히 많이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브렉시트 이후 닥칠 제3국들과의 재협상에도 상당히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중재 시스템(arbitration system)의 작동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백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2015년에 발효된 뉴질랜드-한국 간 FTA를 별도의 참조 문서로 인용하고 있다. 분쟁이 생겼을 경우 중재 절차를 이용하되 조정(good offices), 화해(conciliation), 중재(mediation) 등도 가능하며 최후에는 WTO 등의 별도 기구를 이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음을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 영국이 한국의 사례를 원용한 것은 브렉시트 이후 세계 여러 국가와 무역 협상을 새로 시작하기 위한 사전 점검의 성격도 있지만, 한국이 최근 영국의 수출 시장에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주요 국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백서는 제9원칙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 관계 구축’ 편에서 한국이 지난 10년(2005~14)간 영국 수출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 중 6위(리히텐슈타인, 칠레, 중국, 모로코, 우루과이, 한국 순)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비록 한국이 영국의 주요 수출국 10위 안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연평균 수출 성장률이 13%에 달하고 있어 미래 관계에서 한국이 매우 중요한 파트너임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 진정한 위기는 내부 분열로부터 시작될 수도 향후 EU와의 협상은 물론, 내부 분열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 또한 영국정부로서는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제3원칙에서 강조한 대로 아일랜드와의 관계 유지는 물론이고,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의 불만이나 요구를 어디까지 충족해 줄 수 있을 것인가가 분열을 막는 첩경이다. 무엇보다 브렉시트에 비판적인 스코틀랜드 정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14년 독립을 추진하다 좌절되었던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의 앨릭스 새먼드 의원(전 스코틀랜드 정부 수반)이 2월 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게임 시작(Game On...)’이라는 의미심장한 표현을 던진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 추측할 수 있다. 현 스코틀랜드의 정부 수반인 니콜라 스터전은 EU를 탈퇴한 영국에 반대하면서, 2018년에 스코틀랜드의 독립에 관한 국민투표를 다시 한번 실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high likely)는 것을 시사하였다. 브렉시트 협상이 오는 3월부터 시작해 2년간 지속되어 2019년 3월 이전에 탈퇴가 실현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그 이전에 영국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일정이다. 메이 총리는 EU와의 협상, 국내 분열 방지, 제3국과의 협상 등 한꺼번에 세 가지 난제를 풀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그가 내놓은 원칙은 강력한 영국중심주의에 기초하고 있으며, 양보는 없다는 태도를 보여 협상 과정이 순조로워 보이지 않는다. EU 역시 이탈을 고민하는 중동부의 몇몇 국가의 분열과 리더십 실종으로 강력한 연대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 통합이 진리로 통하는 지금 이 시대에 영국의 선택이 새로운 장을 여는 시작이 될지, 혹은 60년 전의 유럽으로 돌아가는 분열의 시작이 될지는 향후 드러날 EU의 대응 전략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
  • Korean Diplomacy in an Era of Uncertainty
    저자
    SUH Chung-ha (President Jeju Peace Institute)
    발간호
    2017-05
      We are currently living in an unpredictable world. International affairs, not to mention the domestic situation we are now witnessing, are testament to this fact. Last year was marked by important world events that even experts failed to predict: Brexit and the U.S. presidential election, to name but two. Due to their potential impact on international politics and economics, the world closely followed these two events. Most experts predicted the UK would vote to remain in the EU and Hillary Clinton’s election, but the results were the opposite. Since the end of last year, experts’ outlook for international affairs in 2017 can be summed up in one word: uncertainty. The biggest uncertainty is the possible changes in U.S. foreign policy following the inauguration of Donald Trump. Based on President-elect Trump’s behavior since he became a candidate and the composition of his foreign policy and security cabinet, experts forecast major changes in U.S. foreign policy. These policy shifts, along with the resulting changes in international relations, will increase uncertainty in East Asia. First of all, signs of change are emerging in U.S.-China relations, the biggest variable in East Asian affairs. President-elect Trump’s phone call with Taiwan’s president Tsai Ing-wen, his subsequent questioning of U.S. adherence to the “One China” Policy, the Chinese Navy’s seizure of a U.S. underwater drone, and the first exercise of Chinese aircraft carrier Liaoning in the Western Pacific all herald coming turbulence in U.S.-China relations. The Trump administration’s policy toward China is likely to emphasize an ‘economy-first’ approach. His cabinet appointments reflect his strong pledge to revise unfair trade with China. He newly established the White House National Trade Council (NTC) and nominated the renowned China critic and economist Dr. Peter Navarro as the head. For the top position of the U.S. Trade Representative (USTR), he selected Robert Lighthizer, a prominent trade attorney, negotiation expert, and a leading champion of American corporate interests. In an American television interview, Trump said, “I don’t know why we have to be bound by a ‘One China’ policy unless we make a deal with China having to do with other things, including trade”, breaking a long-standing political taboo. His comments have been read as an attempt to pressure China into revising unfair trade deals. How Trump’s ‘economy-first’ standpoint will be reflected in U.S. foreign policy toward China will be the focus of much attention. Meanwhile, China’s strong response to pressure from the Trump administration will also create uncertainty in East Asia. As CSIS senior advisor Bonnie Glaser noted, China’s seizure of the U.S. underwater drone can be understood as a warning to Trump, as can China’s show of force with the aircraft carrier Liaoning. While the possibility of open confrontation is minimal, in the event of repeated military provocations, the potential for accidental military conflict cannot be ruled out. In addition, if China responds to U.S. economic pressure with retaliatory economic measures, the possibility of a trade war, which could greatly disrupt the global economy, also cannot be ruled out. Although China is well aware of its interdependent relationship with the U.S. and is likely to be mindful of the level of tension, it seems unlikely that Xi Jinping’s administration will back down from its ‘Zhǔdòng zuòwéi (to take initiative)’ foreign policy, which endures conflicts for the sake of protecting national interests. It is unclear whether and how the two countries can compromise their interests and reach a point of agreement. Both Japan’s aim for ‘state normalization’ and Russia’s dreams of ‘revival’ are other variables that can complicate East Asian affairs. With the Abe administration likely to remain in office for an extended period, Japan will try to be actively involved in international politics and security matters in the name of ‘positive pacifism’. Japan has been competing with China for regional influence, and if it strengthens its containment of China by reinforcing its alliance with the U.S. under the Trump administration and seeks to expand military roles, the regional situation will be further complicated. Unlike the Obama administration which clashed with Russia, the Trump administration has shown intention to mend relations with Russia; this may also affect the region. It remains to be seen how Russia, which had taken a pro-China policy against the U.S., will respond to what appear to be U.S. attempts at a pro-Russia policy aimed at containing China. The changes in great power relations, and especially U.S.-China relations, are cause for concern for countries in the region. This is because, as the saying goes, “when whales fight, the shrimp’s back is broken.” Even in Taiwan, which welcomed the phone call between President-elect Trump and President Tsai Ing-wen, concerns were raised that Trump’s motive behind straying from the ‘One China’ policy was to use Taiwan as a negotiation tool with China. Many Asian countries are anxiously watching the Trump administration’s Asia policy that reportedly attempts to modify President Obama’s foreign policy. Meanwhile anxiety in the region is further intensified by China’s forceful side-splitting strategy, which aims for greater regional influence through economic power. China has demanded that the Korean government withdraw its decision to deploy THAAD, and is also making a show of force towards Singapore, which is known to have not sided with China in the South China Sea dispute, by seizing nine Singaporean armored vehicles that were being shipped through Hong Kong. This instability of East Asian affairs puts a heavy burden on South Korean diplomacy because it must urgently resolve the North Korean nuclear issue. In its Policy Briefing for 2017, the Korean Foreign Ministry anticipated that “this year’s diplomatic and security environment would reach its most grave point since the end of Cold War”. Indeed, many challenges are arising simultaneously. At the start of the year, North Korea announced it would test-fire an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 and threatened to resume provocations. Close cooperation between South Korea and the U.S. is needed for a joint response to North Korea’s accelerating nuclear missile capability. There must also be extended discussions between South Korea and the U.S. on U.S. foreign policy toward the Korean Peninsula under the unpredictable President-elect Trump and ex-military hardliners. Resolving conflicts with China has become a pressing issue because China has been mobilizing various measures of pressure, including a ban on Hallyu, in order to stop the deployment of THAAD in South Korea. To make matters worse, even Japan has been pressuring South Korea by taking issue with the installment of the Statue of Peace (also called ‘comfort women’ monument), creating a need to ensure stable South Korea-Japan relations. Domestic and foreign affairs are two sides of the same coin. Unstable domestic affairs weaken strength in foreign affairs. Amidst increasing anxiety about uncertain international affairs, unrest in a country’s leadership can shake our diplomacy. At such a time, we have to firmly deal with foreign affairs, in accordance with the principle of practical diplomacy and national interests. A country should avoid being penny-wise and pound-foolish due to ideology, emotions, or political interests. It is time for the government, National Assembly, political parties, media, and NGOs to gather strength and wisdom to prevent internal and external troubles.   SUH Chung-ha is President of the Jeju Peace Institute. He received his Bachelor’s and Master’s degree in Political Science from Seoul National University, a Master’s degree from the 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 at John’s Hopkins University, an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International Studies at Chung-Ang University. He is the former Dean of Education and Training at the Institute of Foreign Affairs and National Security and also the former Korean Ambassador to Hungary and Singapore.
  • 트럼프 시대 4강 대결 구조와 한국의 전략
    저자
    곽태환 (前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발간호
    2017-04
      2017 정유년의 희망찬 새 아침이 밝았다. 그러나 동북아 정세는 그리 밝지 않고 안보·경제 불안과 불확실성으로 점철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여 한반도 미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불안하다. 국제정치이론 현실주의(realism) 시각에서 현재의 동북아 안보체제에 새로운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반도 주변 4대 강국(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국가이익 충돌로 그들의 국익을 보호하고 신장하기 위한 권력투쟁(struggle for power)이 발생하고, 미국 트럼프 차기 대통령 취임으로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지형을 현실적으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2017년 동북아 안보체제의 새로운 구조적 변화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한편, 거시적인 시각에서 오늘날 4강의 상호작용을 현실적으로 평가하고 힘의 정치(power politics)의 희생물이 되지 않기 위하여 한국이 현명한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하길 기대한다. 트럼프 시대의 출범과 4강의 새로운 대결 구조 2017년 1월 20일 미국의 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트럼프 시대가 열린다. 이는 동북아 안보체제의 새로운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현실주의 입장에서 간단히 동북아 정세를 살펴보자. 러일 관계는 지난 12월 양국의 정상회담을 통해 잘 드러난다.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견제하는 한편, 일본의 북방영토 4개에 대한 도서반환 압박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는 영토를 두고 거래하지 않는다”고 밝혀, 일본은 영토반환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대러시아 경제협력을 지원하는 것으로 회담이 끝났다. 중일 관계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영토분쟁으로 군사적 도발이 일상화된 상태이나, 일본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면서 관계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중러 관계의 경우, 한-미 정부의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과 러시아는 반(反) 사드 배치 공동 노선을 유지하고 새로운 상호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략핵무기 부대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한 대응으로 지난해 12월 23일 트럼프 미 차기 대통령은 “(핵)무기 경쟁을 하겠다”며 ‘핵 능력 강화’ 입장을 재확인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핵무장 경쟁을 레토릭 차원에서 선언했지만 두 국가가 실제로 새로운 ‘핵 치킨게임’을 할 의도가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가 푸틴과의 교감을 과시하며 그와 친한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국무장관에 임명한 것을 보면 미국 새 행정부는 러시아와 우호적인 상호협력 관계로의 발전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러 간 관계 개선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다. 트럼프 미 차기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칭찬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9일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해킹' 의혹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고 러시아 공관시설 2곳을 폐쇄하는 등 고강도 제재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푸틴은 "우리는 미국 외교관들에게 문제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추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는 12월 30일, 푸틴이 대미 보복제재를 취하지 않기로 한 것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면서 공개 칭찬했다. 푸틴과 트럼프의 이런 우호적인 언동은 향후 미러 협력관계가 강화될 것을 시사한다.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은 지난 9월,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전쟁을 금지한 헌법 9조에 위배되는 안보법 통과를 강행했다. 미일 관계는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할 것이지만 트럼프 미 차기 대통령은 이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부터 탈퇴를 선언했고, 주일미군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요약하면 현실주의 시각에서 중국은 러일관계 개선을 경계한다. 중국은 일본이 중러 간 긴밀한 관계를 벌리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믿고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무성은 러시아와는 전면적 전략협력 파트너이고 계속 중러관계를 심화하고자 한다. 시진핑 정권은 그동안 푸틴 정권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왔고 미일동맹을 견제하는 카드로 이용해 왔다. 한편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미일 공조체제로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려는 구상 속에 미러관계 개선을 대중국 협상 카드로 이용할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새로운 갈등 구조 한반도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변수는 미중 관계의 변화이기 때문에 아래 구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미 차기 대통령은 경험이 많은 최고의 협상가이다. ‘미국의 국익이 먼저(America First)’란 구호를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그의 행동은 예측 불가능(unpredictable)이란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과거 직접 만든 프로그램의 내용에서 보여준 “합리적인 정책결정” 과정을 통해 최종결정을 유도해 내는 것을 보면 합리적인 정책결정자로 보이기도 한다. 트럼프 정부의 각료 명단을 보면 선거유세 시 지지자와 반대자들을 모두 임명하여 다른 견해도 경청하면서 “합리적 정책결정”을 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지난 8년 동안 미국의 외교정책을 추진해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기조와는 다른, 그와 차별화한 새로운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할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안보관계는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979년 미중 수교 이래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 처음으로 트럼프는 지난 12월 2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를 하고 “왜 ‘하나의 중국’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만 총통과 통화한 것은 미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 정책(One China Policy)' 원칙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중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동시에, 이를 향후 대중국 협상카드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대만은 중국의 ‘핵심이익’이기 때문에 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잘 이해하고 있는 미국이 대만을 협상카드로 “구상”하는 것은 미중관계를 심각한 갈등국면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을 예고한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새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 선언, 북핵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인하여 미중 간 갈등의 폭이 한층 더 커질 수 있을 것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미국에 대해 무력시위도 벌이고 있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 항모 전대가 지난해 12월 15일 보하이 해역에서 대규모 실탄 훈련을 한 데 이어 12월 23일엔 사상 처음으로 서태평양 훈련에 나섰다. 중국 군함은 남중국해 해상에서 미국의 수중 드론을 나포했다가 닷새 만에 돌려주기도 했다. 이러한 중국의 무력시위는 중국이 그들의 핵심이익을 무력으로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으로 미국이 11번째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을 태평양 지역에 실전배치할 계획이라 한다. 동북아에서 미중 간 군비증강이 현실화되고 있어 몹시 불안하다. 이러한 미중 간 군사적 경쟁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북핵 문제 해결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서 평화적 해결의 핵심변수는 미중 간 협력과 공조이다. 미중협력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필요충분조건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만약 이들 간 대결구조가 심화되면 문제 해결은 어려워지고 더욱이 북핵 해법은 요원하다. 한편 트럼프 미 차기 대통령은 중국이 북핵 해법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믿고 대북압박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중국에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였다. 그러나 향후 미중대결이 심화되면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북중 관계 복원에 노력할 것이다. 한국 정부도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안보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경제는 한중협력을 바탕으로 균형전략을 추진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는 미중 대결구조 속에서 국익을 도모하기 위해 합리적 외교노선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중 충돌, 불가피한가? 미-중 사이 한국의 전략은? 현 동북아체제는 미국과 중국이 지배하는 ‘G2 시대’ 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시카고대학 존 미어샤이머 교수와 같은 현실주의 학자들은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중이 경쟁시대에 돌입했고, 결국 대결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이러한 외교적 접근에 의하면 미중대결에서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은 동북아에서 세력균형정치의 지정학적 희생물이 될 우려가 있다. 반면 호주국립대 교수 휴 화이트와 같은 학자들은 미중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보지 않으며 ‘힘의 공유(power sharing)’를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려워 보인다. 두 학파의 논리는 모두 일리가 있다. 21세기 미중은 경제적으로 상호의존관계를 모색하고 안보적 측면에서 현실주의 입장을 견지하지만, 공동안보와 경제협력이라는 조화를 이루는 미중 간 평화공존체제가 대한민국의 국익 신장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통일비전을 포함하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필요충분조건인 미중공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동북아체제의 구조적 특징에 좌우된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현재 동북아 안보체제의 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어떤 외교전략을 추진해야 하는지 객관적 연구와 분석을 해야 한다. 필자는 국방안보와 경제안보의 이익을 잘 조화하여 대한민국의 국익을 최대한 증진하기 위해 대미, 대중 ‘균형 외교’를 추진함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해왔다. 군사적으로는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단기적으로 한미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되 중국과는 경제적 상호의존관계에서 경제안보와 이득을 창출해야 하는 입장이 우리의 현실이다.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새로운 "균형외교(balanced diplomacy)"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한반도 사드 배치를 유보(moratorium)하면서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편 남과 북이 주축이 되어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복원을 위해 대북제재와 건설적인 남북대화를 병행 추진하는 지혜를 가지길 기대한다. 한반도는 동북아 중심에 위치하고 해양세력인 미국과 대륙세력인 중국 사이에 끼어 있다. 그러나 더는 강대국에 끌려다니는 약소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세계 12위 중견국가로서 한국의 역량을 발휘할 때이다. 한국은 미·중 G2 시대에 미국과 중국의 이익을 조화하면서 동북아 안보와 평화를 구축하는데 중견국가로서 가교(bridge)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국제적 고립에서 끌어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수 있도록 국제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능동적인 균형외교를 추진하길 기대한다. 북핵 해법의 새로운 방정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집권 후 북한체제의 생존전략으로 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하였다. 대외적으로는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임을 내세우면서도 북한체제의 생존을 위해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2012년 5월에는 헌법 개정을 통해 '핵보유국'임을 명시했다. 김정은 시대 5년간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로켓) 시험발사를 3차례씩 단행했으며, 스커드, 노동, 무수단 등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도 36차례나 실시했다. 김정은은 집권 5년 만에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었다. 2017년 신년사에서도 김정은은 북한체제의 생존을 위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트럼프 미 차기 행정부는 북한의 핵·탄두미사일 시험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제5차 핵실험 직후 북한 핵무기연구소의 성명서를 통해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를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핵탄두 소형화 기술 진전과 함께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 개발도 완성단계에 와 있다고 밝혔다. 전 북한 주영대사관 공사 태영호는 이러한 핵무기체계의 완성 단계는 2017년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군 관계자는 "내년 3월 키 리졸브(KR) 연습에서는 기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맞춤형 억제전략인 '4D(탐지, 교란, 파괴, 방어) 작전계획'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를 가장한 대응 및 응징 작전 계획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에 한미 합동군사 훈련이 2017년 봄에도 실시한다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제6차 핵실험이나 탄두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게 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2017년 북핵 문제의 새로운 해법을 기대한다. 더욱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현재는 오리무중이고 북한에선 제2 타격력 핵무장 완성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고, 한국 국내정치의 불안정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 조기 대선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반도 미래는 미궁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작년 1월 6일, 4차 핵실험과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대북제재 결의 2321호를 채택했지만, 중국의 미온적인 자세로 제재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만약 대북제재와 압박이 계속되면 북한은 핵실험과 탄두 장거리미사일 시험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따라서 북핵·탄두미사일 개발을 동결시키기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트럼프 미 차기 행정부가 이러한 구상을 한다면 새로운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국내정치 안정화 때문에 새로운 대북정책을 추진할 여유가 없을지 모르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서 건전한 대북정책을 추진하길 기대한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주둔비용 방위비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을 협상카드로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트럼프 미 차기 행정부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실패한 정책으로 인정하고 북한의 핵·탄두미사일 개발을 동결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를 깜짝 놀라게 하는 빅딜(big deal)을 북한에 제안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제안에 대해 한국 정부는 미리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現 한반도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美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학위 취득(1969). 美 이스턴 켄터키대 국제정치학 교수(1969-1999),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1995-1999) 및 통일연구원 원장(1999-2000)을 역임함. 美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os Angeles) 회장으로 재직 중임. 총 250편 이상 학술논문 출판 및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등 31권의 국·영문 저서, 공저 및 편저 출간. 미주 중앙일보와 통일뉴스의 칼럼니스트 활동 및 주요 일간신문에 시론을 기고.
  • 불확실성 시대의 한국외교
    저자
    서정하 (제주평화연구원장)
    발간호
    2017-03
      우리는 지금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국내사정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제정세 또한 그렇다. 지난해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굵직굵직한 국제적 사건들이 화제에 올랐다. 국제정치·경제적으로 미칠 파장 때문에 세계가 주시했던 브렉시트의 실현 여부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가 그 예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영국 국민들의 유럽연합 잔류 결정과 힐러리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을 예상하였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작년 말부터 전문가들이 쏟아 놓은 2017년 국제정세 전망도 한결같이 불확실성으로 집약되고 있다. 가장 큰 불확실 요인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당선 이후에 보인 언행과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영 구성을 보면 미국의 대외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와 이로 인한 국제관계의 변화는 동아시아 정세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다. 우선 동아시아정세의 최대 변수라고 할 수 있는 미-중 관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통화와 이어진 ‘하나의 중국’ 원칙 고수 필요성에 대한 의문 제기, 그리고 중국 해군의 미국 수중 드론 포획 사건과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의 서태평양 첫 진입 등은 향후 미-중 관계에 닥칠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정책은 경제우선주의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불공정무역을 시정하겠다는 트럼프의 강한 공약 이행 의지는 그의 인사정책에서 읽을 수 있다. 그는 백악관에 국가무역위원회(NTC)를 신설하고 위원장에 반중국 경제학자로 유명한 피터 나바로 교수를,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미국기업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최일선에서 일해 온 무역 소송 및 협상 전문가인 로버트 라이시저를 각각 지명했다. 트럼프가 미국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통상문제를 포함한 다른 사안들에 있어 중국과 협상(deal)할 수 없다면 왜 우리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묶여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금기를 깨는 발언을 한 것도 통상 불균형 시정을 위한 대중국압력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으로 트럼프의 경제우선주의가 미국의 대중국정책에 어떻게 투영될지 주목된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압박에 대한 중국의 강경 대응도 동아시아 정세를 불확실하게 만들 것이다. 중국의 미국 수중 드론 포획은 글레이저 CSIS 선임고문이 언급한 대로 트럼프에 대한 경고로 보이며 랴오닝 항공모함 전단의 무력시위도 그러한 경고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정면충돌 가능성은 희박하나 군사적 행위가 반복될 경우, 우발적 군사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중국이 미국의 경제적 압력에 경제적 보복조치로 맞대응할 경우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무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의 공존 필요성을 잘 아는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긴장 수위 조절에 주의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나 시진핑 정부가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갈등도 감수한다는 ‘주동작위’로 표현되는 대외정책을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 양국이 어디서 이해 절충을 위한 접점을 찾게 될지 불확실하다. ‘정상국가화’를 지향하는 일본과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도 동아시아 정세를 복잡하게 만들 변수다. 아베 정부가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커짐으로써 ‘적극적 평화주의’란 명분 아래 일본은 국제정치·안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할 것이다. 역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중국과 경쟁해 온 일본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과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견제 강도를 높이고 군사적 활동에 나설 경우 동아시아 정세는 더욱 꼬일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이 오바마 정부의 미국과 충돌해 온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동아시아 정세에 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대중국 친화정책을 펼쳐 온 러시아가 대중 견제를 위해 친러정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에 어떻게 호응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강대국 간의 관계 변화, 특히 미-중 관계의 변화는 역내 국가들의 불안요인이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자와 차이잉원 총통과의 통화를 반기는 대만에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린 트럼프의 의도가 대만을 대중국 협상용으로 쓰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수 아시아 국가들이 오바마 표 대외정책을 수정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대아시아정책을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동시에 경제력을 수단으로 역내 세력 팽창을 도모해 온 중국의 강압적인 편 가르기 전략 또한 역내 불안감을 가중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 편을 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싱가포르에 대해서도 홍콩 경유 싱가포르 장갑차 9대를 억류하는 실력 행사를 하는 중이다. 이러한 동아시아 정세의 불확실성은 북핵문제라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외교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외교부가 2017년 신년업무보고에서 “올해는 냉전종식 후 가장 엄중한 외교안보 환경이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처럼 여러 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연초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예고하며 도발재개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가 요구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군인 출신 강경파들이 만들어 낼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에 대한 한-미 간 긴밀한 협의도 필요하다.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 한한령(限韩令)을 포함한 각종 압박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중국과의 갈등 해소도 긴요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일본까지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아 우리를 압박하고 있어 대일본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해졌다. 내치와 외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내치가 불안하면 외정 또한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불확실한 국제정세로 불안감이 가중되는 때에 국가 리더십의 동요는 우리 외교를 흔들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대외문제에 대해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 정신에 입각해 꿋꿋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념과 감정, 또 정치적 이해 때문에 국가적으로 소탐대실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내우외환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부, 국회, 정당, 언론, 시민단체가 힘과 지혜를 모을 때다. 現 제주평화연구원장. 서울대 정치학과 및 同 대학원 졸업,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석사 및 중앙대 국제대학원 박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부장, 주 헝가리 대사, 주 싱가포르 대사 등을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