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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와 한중관계 발전방안
    저자
    원동욱 (동아대학교 중국일본학부 책임교수)
    발간호
    2018-02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공식 방중 및 한중 정상회담은 2017년 10월 31일 양국 간 사드 합의에 이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의 억측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드문제로 상당한 퇴행을 겪었던 한중관계가 문 대통령 취임 6개월 만에 정상궤도로 올라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방중은 매우 중요한 성과와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한중 정상이 북핵문제 및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한 원칙적 합의에 이른 동일한 시점에 미국과 북한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또한 사드문제가 한중 양자의 문제가 아닌 북핵문제와 얽혀 제3자로 인해 야기된 문제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 요인이 여전히 잠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중관계는 앞으로도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 파빙지유(破氷之遊) 파빙지유(破氷之遊), 사드문제로 얼어붙은 양국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행보로서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바라보는 중국 언론의 은유이다. 사드문제에 대한 양국 간 일치된 입장이 부재한 가운데 이루어진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그 결과를 공동성명이 아닌 언론 발표문을 통해 개별적으로 발표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하지만 청와대의 언론브리핑이나 중국 신화통신의 기사 내용을 보면 대체로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이번 회담에서 한중 정상 간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북핵문제 및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 한중 양국 정상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용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 견지 ▲북한문제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등의 4대 원칙에 합의하였다.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가운데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번 합의는 전쟁 불용과 함께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한 관개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대화국면을 이끌어가기 위한 양국 정상의 적극적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국내적으로 많은 의문과 논쟁을 야기했던 사드문제와 관련해서도 양국 정상 간에 일정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사실상 지난 10.31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국 지도자들의 사드문제에 대한 역사적 책임 거론 등과 같은 지속적인 강성 언급으로 인해 사드문제가 봉인되었다던 청와대의 발언에 대해 국내에서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중국 측의 발표에 따르면 마지막 부분에서 시진핑 주석이 사드문제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을 재천명하며 "한국 측이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간략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물론 이것으로 사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전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관련 압박으로까지 읽힐 수 있었던 강성 발언과는 사뭇 다르게 사드문제를 가지고 한국과 더 이상 갈등을 겪지 않으려는 중국식 출구전략의 의도가 드러난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과제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서 1년 6개월간 중단되었던 한중 양국 간 협력의 실제적 복원과 관계 개선에 있었다. 우선 양국 정상이 직접 대면은 물론 전화통화와 서신교환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을 활용한 정상 간 핫라인을 구축해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경제·통상·사회·문화·인적교류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양국 간 기존 협력을 정치·외교·안보·정당 간 협력 등의 분야로 확대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정상 차원은 물론 다양한 고위급 수준의 전략적 대화를 활성화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양국 간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일정 수준에서 억제하려는 양국 지도자의 공유된 인식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국내적으로 관심을 모은 것은 사드문제 이후 진행되어 왔던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제재 및 보복조치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어떻게 풀릴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사드 보복 피해를 입은 한국 기업과 경제계가 회복하는 출발점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수반인 시진핑 주석과는 신뢰를 바탕으로 큰 틀의 회복방향을, 경제정책을 관장하는 리커창 총리와는 구체적 해결분야를 모색했다.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리커창 총리는 한중관계의 ‘봄’을 언급함으로써 사드보복의 철회를 암시하였다. 이로써 향후 한중 경제관계의 복원은 본격적인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평창올림픽에 앞서 유통 및 관광분야에서 제재조치가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사드문제로 인한 한중 간 갈등은 과연 해소되었는가? 북 핵 도발에 대한 필요하고도 정당한 조치라는 우리 측의 입장과 달리 사실상 사드문제에 관한 중국의 반대 입장은 여전하다. 이번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이전에 열린 기존의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의 이러한 반대 입장은 재차 천명되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사드문제 그 자체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잘 처리하자”는 내용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에 기반을 둔 시진핑 정부의 배려로 읽혀지며, 한국 측에 사드문제의 지속적인 제기가 피로감을 가져오면서 자칫 한중관계 복원의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사드문제에서 한국에 대한 압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사드배치 반대가 중국의 근본적 정치적 입장이라는 점에서 향후 한국의 사드 추가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대한 재차 침해로 간주되며 안보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수용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드문제에 대한 중국의 요구에 문재인 대통령은 추가 배치는 없고, 중국을 겨냥하는 MD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3불’의 원칙적 입장을 표명할 뿐이다. 중국 측이 자의적으로 이를 ‘3불 약속’이라 언급하지만 이는 국내적으로 주권에 대한 침해라는 비판과 함께 사드사용의 제한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한중관계의 복원과 개선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을 제공해준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될 적지 않은 문제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것은 한중관계가 사드문제를 기점으로 분명히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특히 안보 영역에서 이전과 달리 갈등이슈가 항시적으로 촉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3자의 개입으로 인해 사드문제의 여진 혹은 사드문제와 유사한 또 다른 안보 이슈가 언제든지 양국관계 발전을 제약할 위험성이 상존하는 이른바 ‘뉴노멀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사드문제는 본질적으로 한중 양국 간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질서에서 미중 간 세력전이가 본격화되면서 나타난 구조적 차원의 갈등이슈이다. 다시 말해서 급속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쇠퇴가 초래한 중-미 사이의 세력전이와 경쟁구조의 본격화에 따른 갈등이 한반도에서 발화된 것이다. 따라서 한중 간 사드갈등은 본질적으로 양자 간의 문제가 아니며, 그 해법 역시 양자관계 수준에서는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해법도출이 불가능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런 인식에 기초한다면, ‘10.31 합의’나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의 합의로 인해 한중관계가 사드 이전 시대로 회복되었다는 것은 다소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미래 한중관계의 발전방안은? 한중관계에서 안보이슈는 구조적 제약이 크게 작용하지만, 그 밖의 비전통안보 영역에서 교류협력에 따른 공동이익의 공간이 여전히 크다. 한중 양국 간 경제, 문화, 인적 교류의 안정적 발전이 가져다 줄 공동의 이익은 양국 모두에게 여전히 크고 중요하다. 특히 경제교류의 확대는 한중 양국관계 발전의 최대의 기반이자 추동요인이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양자관계 수준의 갈등이슈도 아니고, 단기적 해결이 쉽지 않은 사드문제에 매몰되어 여타의 교류마저 후퇴하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큰 손실이다. 또한 미래 한중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양국관계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되며 제3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의 내용과 형식이 요구된다. 북핵 문제나 사드 문제로 인한 한중간 갈등은 모두 기본적으로 제3자의 행위에서 비롯되었으며 지속적 북 핵 도발이나 북미 간 갈등고조에 따라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중 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하여 상호간의 이견을 좁히고 입장을 조율하여 북핵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다. 북핵문제에서 한중 양국은 전쟁 반대와 비핵화 입장 견지라는 가장 큰 공동의 이익을 가지고 있다. 북핵문제가 계속해서 악화일로를 걸어간다면 한중 양국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한중 양국의 공통된 이익은 북한과 미국 등 이해당사국을 협상으로 이끌어 내서 위기 국면을 통제하고 북핵문제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길로 이끌어내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 2월의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의 모멘템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한중 공조를 통해 한미중 3자 대화 혹은 남북미중 4자 대화 등의 방식으로 논의구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과 병행하여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한국의 신북방정책 및 신남방정책의 연계협력을 통해 한반도 및 동북아의 지정학적 갈등을 풀어나갈 새로운 지경학적 해법을 강구하는 것이 요구된다.   現 동아대학교 중국일본학부 중국학전공 책임교수. 한국교통연구원 동북아북한센터 책임연구원, 동북아시대위원회 전문위원을 역임. 서울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과 학사를 마치고 중국 베이징대학교 국제관계학원 석·박사를 졸업. 현재 중국의 동북지역 및 일대일로에 대한 연구를 통해 북방경제협력을 위한 계획수립에 주력하고 있으며 주요 논문과 저서로는 “중국 ‘일대일로’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한중협력을 위한 제언”(2015), “변경의 정치경제: 중국의 동북지역 개발과 환동해권의 국제협력”(2015), 「중국 동북지역 개발과 신북방 경제협력의 여건」(2013), 「국제운송회랑의 새로운 지정학: 유라시아 실크로드 구축을 위한 협력방안 연구」(2015) 등 다수임.
  • 2018년 김정은 신년사 평가와 한반도 정세전망
    저자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발간호
    2018-01
      북한 김정은의 2018년 신년사는 국가 안보를 시작으로 경제발전과 인민의 삶의 질 개선을 강조하면서 사회, 문화, 과학, 기술 등 국정전반에 걸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예년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논의가 가장 중심 의제이고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김정은의 발표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해 가장 특징적인 것은 북한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 개발과 보유의 기정사실화를 통해, 미국의 군사위협에 생존할 수 있는 자위수단을 확보했음을 선언하면서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주적 접근과 대화를 통한 평화로운 해결이 가능함을 강조했다. 둘째, 미국의 군사위협에 대한 전쟁억제력을 확보했다는 것을 선언하면서 미국 본토 전역이 북한의 핵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고 주장하며 김정은의 자신의 사무실 책상 위에 핵단추가 있다는 주장을 통해 미국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설의 중간 부분에서는 병진노선을 통해 핵무기와 로켓개발의 대량생산과 실전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핵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2차 공격능력을 의미하는 핵 반격 작전태세의 유지를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비대칭균형전략의 지속적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신년사 말미에 북한은 스스로를 평화를 사랑하는 핵 강국이라고 지칭하면서 북한이 공격받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이른바 ‘선제 핵 불사용’의 원칙을 천명하였다. 핵무기와 관련하여 북한의 주장을 요약하면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기술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준에 도달했고 앞으로는 대량생산과 실전배치를 추진하지만 선제공격은 하지 않고 국가의 생존을 위한 자위적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의 전쟁위협으로부터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남한을 상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 비핵화를 우선 달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과 교류협력의 재개는 북한의 핵을 직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도 충분히 가능하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는, 동일한 정책과제의 두 가지의 다른 핵심이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 중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이념적 논쟁이거나 전략적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단기적이고 보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비핵화에 대한 의미 있는 조치가 수반되지 않는 상태에서 남북교류협력의 재개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한 응분의 조치가 없는 무기력한 대응으로 비쳐져 향후 남북관계에서 주도권 상실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대응능력의 약화로 비쳐질 수 있다. 나아가서 북한이 표명한 선제 핵 불사용의 원칙이 가지는 의미가 핵 공격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상대방에게 핵 공격을 하지 않는 것과 더불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비핵국가에 핵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을 포함하는지에 대한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에 의존해야 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장기적인 관점과 진보적인 관점에서 보면, 북한 핵무기가 미국을 상대로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자위수단이라고 하는 만큼 비핵화에 대한 우선순위를 전략적으로 잠시 미루고 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가능하다. 북한은 동계올림픽에 선수단 파견에 대하여 남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 부분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세계평화의 스포츠 축전이라는 올림픽을 통해 그동안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해소하는 돌파구로 활용하여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북한은 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한반도의 평화확보가 절실한 남한의 상황을 활용하여 선수파견과 같은 평화공세를 통해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을 기정사실화하고 5·24조치 이전의 남북한 교류협력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남한은 비핵화에 실패하고 사실상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수용한 가운데 교류협력을 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만 안게 된다. 결국, 한반도의 비핵화 그리고 평화와 번영을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남북한이 공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의 보수와 진보 진영도 동일한 인식의 공유를 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이념적 선택이 그 핵심이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분쟁해결연구부장.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공공분쟁 사례연구”를 주제로 대한민국 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음. 학술활동으로는 미국국제정치학회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의 Referee로 활동한 바 있음. 저서로는 『2011 한국인의 평화관: 통일정책과 여론 』 및 『2010 한국인의 평화관: 외교정책과 여론』 등이 있음.
  • 주춤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명과 암
    저자
    한동균 (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발간호
    2019-30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는 ‘실크로드 경제벨트(一带)’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一路)’를 합친 새로운 개념으로 시진핑(习近平) 주석이 2013년 9월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 순방 중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일대일로로 연결되는 이들 지역은 대략 60여 개 국, 세계 인구 63%에 이르는 44억 명, 세계 GDP 30%에 달하는 21조 달러 규모의 경제권으로 이는 기존 중국이 동부 연해지역 위주의 대외개방 전략에서 벗어나 유라시아대륙 국가들과 육·해상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지역 통합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유럽을 포괄하는 거대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해 과거 2000여 년 전 중국인들이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오가며 이어온 실크로드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2015년 3월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외교부, 상무부가 공동으로 일대일로 추진 방향 및 원칙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실크로드 경제벨트 및 21세기해상실크로드 공동 건설 계획(推动共建丝绸之路经济带和21世纪海上丝绸之路的愿景与行动)』을 발표하면서 일대일로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파키스탄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중국-몽골-러시아 △유럽-아시아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중남반도 지역을 잇는 ‘6대 경제회랑’을 건설을 일대일로의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으며, 일대일로의 실질적인 추진과 연선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 독려 및 자금집행을 위한 기구로 2016년 1월 중국정부가 주도하여 아시아 34개국, 유럽 18개국, 오세아니아 2개국, 남미 1개국, 아프리카 2개국 등 창립회원국 총57개국과 함께 자본금 1,00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를 출범시켰다는 점이다. 중국정부는 이러한 일대일로 추진이 세계경제 번영을 위한 것으로 유럽과 아시아 간 경제공동체 건설의 당위성을 경제적 측면에서 부각하여 대외적으로 널리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말라카 해협과 순다 해협, 페르시아만(灣), 홍해 항만 등에 대한 개발협력은 경제성이 결여되나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어 사실상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공동건설과 협력이라는 취지보다는 남중국해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군사적, 전략적 목적이 더 크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10월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는 일대일로를 당장(黨章)에 포함시키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대외 경제협력의 중점으로 삼아 장기적으로 당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하였다. 더욱이 2017년 5월과 2019년 4월에 각각 ‘일대일로 건설의 협력 추진(携手推进“一带一路”建设)’ 및 ‘일대일로 공동건설과 아름다운 미래 창조(共建“一带一路”,开创美好未来)’라는 주제로 일대일로 연선국가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들을 초청해 ‘일대일로 국제협력 고위급 포럼’을 개최하면서 상호연계를 강화하고, 일대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최근 중국경제가 세계경제 저성장 및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인해 국내경기를 부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지며, 결국 중국 내 경제성장 동력확보와 지역발전을 도모함과 동시에 대외 영향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에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제외교는 크게 두 가지 속성을 갖는다. 하나는 경제성장을 목적으로 외교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경제조직에 가입하거나 특정 국가와의 외교적 협력을 통한 대외무역 발전 및 투자 유치 등이 경제성장을 목적으로 외교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에 해당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해 저개발 국가에 대한 원조 및 투자 증대, 국제문제에서의 발언권을 높이기 위한 개발도상국에 도로, 항만, 철도 등 SOC 건설 지원 등은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이용하는 것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경제외교는 개발도상국의 투자와 합작 등을 통한 자원확보 및 시장진출, 다자기구 또는 특정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자국 중심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국제기구의 출연금 확대를 통한 개발도상국의 이익 대변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과거 중국의 WTO 가입이 세계경제 체제로의 편입을 의미한다면 일대일로는 주변국 외교, 다자협력, 자원외교 등 그동안 중국이 추진해 온 다양한 경제외교가 모두 응집된 중국 경제외교의 새로운 혁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중국이 독자적인 스탠더드를 갖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이처럼 일대일로는 단순한 경제정책에 그치지 않고 전형적인 경제외교의 속성을 보이고 있으면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중국 포위 전략으로부터 중국의 안전을 지키며, 주변국을 정치적 우방으로 유지하기 위한 시진핑 시대의 경제외교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새로운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경제외교의 두 번째 속성인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이용하는 즉, 인프라 개발과 무역 증대를 통한 연선국가 간 연계를 강화하고, 중국 내 개혁개방 심화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전략인 일대일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천명한 일대일로 협력 방향인 정책소통(政策沟通), 인프라연결(设施联通), 무역원활화(贸易畅通), 자금융통(资金融通), 민심상통(民心相通) 등 ‘5통(五通)’을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대일로 참여국들과의 잦은 마찰을 빚고 있다. 먼저, 일대일로 최대 수혜국이자 친중 국가로 알려진 파키스탄의 경우 최근 부채로 인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부채의 주범으로 지목된 중국과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규모를 축소하고 나섰다. 파키스탄 최대도시인 남부 항구 카라치부터 북부 도시 페샤와르까지 1,872㎞ 구간 철도 개조 사업은 중국이 세계에 선보일 일대일로의 상징적 프로젝트로 지목되어 왔지만 사업 규모를 기존 82억 달러에서 62억 달러로 줄였고, 향후 20억 달러를 더 줄이는 등 사업 내용을 재검토해 목표를 재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총 46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을 비롯해 620억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사업은 파키스탄의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초대형 투자로 결국 2019년 5월 IMF로부터 39개월 간 6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서 더욱 심각한 경제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 인근 태국 접경지역 툰바트에서 말레이시아 서부 말라카 해협 인근 클랑항(港)까지 총 688㎞를 연결하는 총 225억 달러 규모의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과 함께 말레이시아 서부 연안에 600㎞ 송유관과 시바주에 662㎞의 가스관 건설 사업을 중단시키면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총리 시절인 2016년에 추진한 사업이었지만 2018년 5월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집권하면서 중국 관련 사업비가 부풀려지고 수익성이 의심되는 등 불공정계약 논란에 휩싸이자 사업 중단 및 재검토를 선언하게 되었다. 특히, 마하티르 총리는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 시공을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교통건설(中国交通建设)’이 맡고, 사업비의 85%를 ‘중국수출입은행’에서 빌려오는 구조를 문제 삼으며,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개발도상국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을 정면 비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국과 말레이시아 당국은 협상 끝에 기존 사업비의 3분의 1을 삭감한 150억 달러로 합의한 후 올해 7월 25일 재개되며 귀추가 주목된다. 스리랑카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일대일로가 채무의 함정으로 이어진다는 비판과 위험성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인 함반토타 항구는 중국의 대규모 차관을 들여와 건설한 신항으로 개발 뒤에도 이용률이 저조해 경영이 힘들어지자 스리랑카 항만공사가 2016년 항구 지분 80%를 중국 국영항만기업인 ‘자오샹쥐(招商局)’에 매각하고, 99년 간 항구 운영권을 이전하기로 하였다. 뿐만 아니라 수도 콜롬보에서 추진하는 인공섬 프로젝트는 간척사업을 통해 2.7㎢에 달하는 인공섬을 만들어 이 일대를 남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만든다는 계획으로 고급 아파트와 호텔, 쇼핑몰, 공원 등이 들어서고, 8만 명의 거주민과 25만여 명이 출퇴근하는 비즈니스 중심지로 조성될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인공섬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중국교통건설’이 제공한다는 점에서 채무함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중국은 이미 스리랑카에 고속도로와 공항, 항만, 철도 건설 등을 통해 8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상당한 채무를 남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공섬 가운데 1.1㎢에 달하는 땅을 99년 간 임차하기로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미얀마는 2018년 6월 서부 라카인 주에 위치한 90억 달러 규모의 차우크퓨 심해항구 건설 사업을 재검토한다고 선언하였다. 차우크퓨 항구는 일대일로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이 항구가 완공되고 나면 중국은 말라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도 미얀마를 거쳐 인도양으로 곧장 나아갈 수 있으며, 최근 완공된 중국 윈난(云南)성 쿤밍(昆明)까지 이어지는 석유가스관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미얀마 역사상 최대 인프라 사업인 차우크퓨 심해항구 건설 사업은 중국 국영투자회사인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中国国际信托投资公社)’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건설하기로 했지만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부채리스크가 높다는 우려를 사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일대일로 참여국과 잦은 마찰을 빚고 있는 점을 인식해서인지 미얀마 정부와 협상 끝에 기존 중국의 출자비율을 85%에서 70%, 사업비도 90억 달러에서 52억 달러로 낮추는 등 합의에 이끌어냈으며, 개발 사업도 전체를 4번의 기간으로 나누어 1기 사업을 마칠 때마다 사업을 재점검해 무모한 개발을 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미얀마 GDP의 3%에 달하는 20억 달려 규모의 부채가 예상되는 이 사업에 대해 중국이 ‘부채의 덫’을 놓고 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대일로는 중국경제가 과거 투자와 수출, 노동력을 앞세운 경제성장 전략이 소비와 투자 간 불균형, 환경오염 등 구조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고속성장이 불가능해 ‘신창타이(新常态: New Normal)’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중고속 성장과 산업구조 전환, 신(新)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제기되었다. 또한, 일대일로가 거시적이고 장기적이라는 점은 차치하고, 국제관계 구도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상당한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어 발전 전망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많은 비판 속에서도 중국과 관련국들이 일대일로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많은 프로젝트가 일대일로의 공식 출범 이전부터 필요에 따라 기획되었고, 재정 부족으로 실행을 기다리던 상황이었기에 일대일로를 통한 중국의 제안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본과 자원이 부족한 국가들은 당장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고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중국이 요구하는 조건에 굴복하게 된다. 더욱이 대부분의 인프라 프로젝트는 완공 이후 수익을 통해 중국에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형태인데, 참여국 중 상당수는 채산성 검토 노하우가 부족하고, 절차상 참여국들은 거의 대부분 중국 은행의 손을 거쳐 대출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투명성을 보장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국기업들이 시공책임을 지는 구조로 내몰림에 따라 중국에 갈수록 빚을 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줄곧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을 돕고 공동번영을 추구하며, ‘이익공동체’, ‘운명공동체’를 실현하자고 주창해 왔지만 급속한 성장으로 부를 축적한 중국의 지역패권주의, 중화사상의 부활 및 중국몽(中國夢)으로 인해 일대일로 구상은 본질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의 내수침체로 위기에 빠진 중국기업들이 일대일로를 기회의 발판으로 이용해 활발하게 해외로 진출하고 있고,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루트를 따라 진행되는 인프라 투자를 통해 철강과 시멘트를 비롯한 중국산업의 과잉생산과 유휴 노동력을 흡수하면서 중국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일대일로가 정말 성공하려면 원조를 받는 국가들이 중국과 교역을 증대하고, 중국과의 무역다변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자체 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일대일로를 통해 빠져나가고 있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결국 일대일로 참여국들은 부채의 늪에 빠져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이라는 비판과 함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투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못하기 때문이다.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現 제주평화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난카이(南开) 대학에서 국제경영학 석사, 2019년 중국인민(人民)대학에서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북경사무소 연구원 및 베이징(北京) 소재 중앙민족(民族)대학교 강사로 활동함. 주요 논문은 『한국의 대(對)중국 직접투자가 중국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분석 연구』 및 『중국과 베트남 개방정책이 북한에 주는 함의와 당위성 연구』 등이 있음.
  • 기로에 선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
    저자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발간호
    2019-29
    1. 머리말 2017년 말 까지만 해도 한반도는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등 연이은 전략도발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외치는 등 군사적 수단 사용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한반도 위기는 고조됐다. 문재인 정부는 전쟁반대 의지를 분명히 하고 ‘평화우선의 한반도 정책(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노력을 병행 추진하면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가 비핵평화협상을 위한 ‘이익의 조화점’을 찾음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지 1년 만인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을 채택하고 남북관계를 복원했다. 6월 12일 북한과 미국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공동성명’을 발표함으로써 70년 동안 유지해 왔던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본격화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2018년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고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3월 5일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특사면담에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며 조건부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리 특사에게 비핵평화협상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반도 정세가 본격적으로 완화되기 시작했다. 판문점선언과 북미공동성명이 채택되면서 급진전할 것 같았던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이행로드맵 합의와 초기조치를 교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북미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정체국면에 빠졌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고 2019년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어렵게 마련한 10월 초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도 결렬됐다. 북한이 요구한 미국식 셈법 전환의 시한인 연말이 다고오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하노이 정상회담과 스톡홀름 실무회담에서 나타난 미국과 북한의 입장 차이를 알아보고, 기로에 처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가속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2. 데드라인 향하는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 2019년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어렵게 마련한 10월 4∽5일에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이 또다시 결렬됨으로써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중대 기로에 봉착했다. 북한은 스톡홀름 실무회담 결렬 직후인 10월 6일 외무성 대변인담화를 통해서 “조미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하면서 연말까지 미국이 셈법을 바꿔 나올 때까지 기다릴 태세다.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방법’과 ‘창발적인 해결책’에 기초한 대화에 준비되었다는 신호를 거듭 보내와 “미국이 올바른 사고와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지만, 미국은 이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저들의 국내정치일정에 조미대화를 도용해보려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 하였다”고 비난했다.1) 북한은 미국이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밝혔다.2)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비핵화를 위한 선 행동 조치를 취했던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행동을 요구하며 새로운 셈법을 가지고 나올 때까지 기다릴 태세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했고,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미국이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3) 북한이 핵실험과 ICBM 관련 실험은 중단했지만, 하노이 결렬 이후 최근까지 단거리미사일과 방사포 등 단거리발사체 11차례 실험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MB) 1차례 실험을 지속하면서 신무기체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가동을 중단시키지 못해 핵과 미사일 능력은 질량적으로 고도화되고 있어 북한은 이미 ‘사실상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준마행군길’을 과시하며 “가질 수 있는 절대병기를 다 가진 강대한 김정은 조선”을 선포하고 “오직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4)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조선은 가질 수 있는 절대병기를 다 가졌고 제재압박 속에서도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방식과 잠재력을 마련하였다”고 밝혔다.5)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중단 등 선 행동조치를 통해서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북미 신뢰조성을 위해 노력했지만, 미국이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재를 지속하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미국식 셈법’을 바꿔 행동을 보일 때까지 기다릴 태세다. 백두산준마행군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적들이 아무리 집요하게 발악해도 우리는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잘살아갈 수 있고 우리 식으로 발전과 번영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고 밝히며, 이것이 “더 높이 비약한 2019년의 총화”라고 하면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6) 북한이 미국에 대해 선 행동과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하노이 ‘노딜’ 이후 남한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F-35A 스텔스기 등 첨단무기 도입을 문제 삼으며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조미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그 시한부는 올해 말까지이다”7), “미국이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 보고 싶다”8)라고 밝히며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가지고 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우리의 제도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을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할 때에야 미국과 비핵화논의도 할 수 있다”9)고 밝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선 행동을 취해야 비핵화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지속한다면 중단했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실험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10) 북한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본격 가동 여부는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내놓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의 촉진자역할과 중국의 구원역할로는 더 이상 프로세스를 움직이기 어려운 국면에 도달했기 때문에 공은 미국에 넘어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에 따라 진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3.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 가동 환경과 각국의 선택 (1) 비핵평화협상의 환경변화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이 발표될 때만해도 급진전할 것 같은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1년 5개월여 동안 본격적인 가동을 멈춤으로써 재가동 동력이 점차 소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한이 ‘가질 수 있는 절대병기를 다 가졌다’고 말할 정도로 북미 핵협상이 지연되는 동안 북한의 핵무력과 미사일 능력은 빠른 속도로 고도화 됐다. 미중의 무역갈등과 패권경쟁의 본격화, 한일갈등 심화, 한국의 첨단무기 도입 등 각자도생의 세계정세도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남측 특사단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조건부 비핵화는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을 전제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한미연합군사연습 재개와 북측 지도자에 대한 참수무기로 인식하는 남측의 F-35A 스텔스 도입을 군사적 위협 증가와 체제안전을 해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강하게 반발했다. 남한이 전략자산에 해당하는 F-35A 스텔스기를 도입하자 상호 적대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및 9·19 남북군사합의서 등 남북합의 위반이라며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남한은 북한의 핵개발에 맞서 이전 정부가 도입을 결정한 것이고 스텔스기 도입은 북한 위협보다는 주변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북미와 남북이 상호불신을 해소하지 못한 가운데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연결하여 단계별 동시행동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변정세마저 복잡해져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가동 전망은 밝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우선의 한반도정책,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정책,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핵 병진노선 결속과 경제발전우선노선 사이에 이익의 조화점을 찾아 톱다운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할 때는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하지만 각국의 국내정치변수와 국제정세 변화가 개입하면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는 정체국면에 봉착했다. (2) 미국의 현상유지 선택 가능성 미국이 제재만능론에서 벗어나야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움직일 수 있지만, 국내정치문제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셈법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양보로 비춰지는 셈법을 내놓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억지하는 선에서 상황관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핵 폐기보다는 동결에 주력하면서 북핵문제를 대중국전략으로 활용할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북핵문제를 자기가 해결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며 톱다운 방식으로 담판하려하지만 존 볼턴 국가안전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관료들의 반발로 북핵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했다. 하노이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핵시설에 대한 영구폐기와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제재 일부해제를 교환하는 협상을 스냅 백(snapback) 조항을 넣어 타결하려고 했지만,11)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반대하여 뜻을 이루지 못했다.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하고 북핵업무를 계속 맡기로 한 것은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격을 맞춰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리비아모델을 고집했던 볼턴을 해임하고 협상을 통한 북핵해결에 강한 의지를 가진 비건을 부장관으로 승진시킨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때까지 제재완화 등 양보로 비춰지는 협상안을 제시하기는 힘들겠지만, 북한이 판을 깨는 것을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과거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길을 선언하고 핵과 장거리미사일실험을 재개하는 쪽으로 가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면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모멘텀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3) 북한의 미국의 선행동과 셈법 전환 요구 북한은 미국이 셈법을 바꿔 그들이 취한 행동(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실험 중단)에 상응하는 행동(한미군사연습 중단 약속 이행 등)을 보여야 비핵화 실무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고난의 행군’까지 하면서 어렵게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는데 완성과 함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한다고 내부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일 수 있는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이란 전제조건을 걸어두고 조건부 비핵화론을 펴면서 제재완화에 주력하면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경제제재에 집중하는 것을 “선 무장해제, 후 제도전복야망을 실현할 조건”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북미대치의 ‘장기성’을 언급하고 제재 지속에 맞설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미국이 선비핵화론을 펴면서 비핵화 추가조치를 요구하거나 제재와 압박으로 일관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고, 4월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미국이 셈법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북한은 하노이에서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에서 합의한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교환하는 ‘안보-안보’ 교환방식을 뒤로 하고, 1994년 제네바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했던 동결 대 보상 방식처럼 안보(영변 핵시설 영구폐기)-경제(제재완화) 교환을 시도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불가역적인 체제안전보장문제를 제기하며 군사적 위협해소와 체제안전보장이 이뤄져야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북한은 하노이에서 미국이 군사적 위협해소와 체제안전보장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비핵화 초기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제재완화를 요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은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12) 북한은 체제안전은 그 누가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핵개발에 주력했지만,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병진노선을 결속하고 경제발전에 주력하기 위해 조건부 비핵화론을 펴왔다. 북한은 이라크, 리비아 사례에서 미국으로부터 항구적인 체제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교훈을 얻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당장 군사적 위협 해소는 어렵다고 보고 체제보장보다는 제재완화에 주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4) 체제안전보장과 중국변수 비핵화 초기조치와 상응조치가 합의될 때까지 중국이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에 관여할 공간은 많지 않았지만 제재와 체제안전보장부문에서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북핵불용’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공유하고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도 준수하지만 비핵화 진전에 따른 제재완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는다고 해도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체제안전보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체제안전을 보증 받고 경제발전을 위한 지원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2018년 6월 19일에 열린 3차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중관계를 ‘한집안식구’, ‘혁명의 한 참모부’라고 주장했다.13) 최근 북한은 체제안전과 관련해서 새로운 패권국가로 떠오르는 중국과 1961년 맺은 북중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에 있는 자동개입조항을 환기시키고 있다.14) (5) 북미의 비핵평화 프로세스 이탈 방지를 위한 한국의 적극적 노력 문재인 정부는 평화우선의 한반도정책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본격화하여 ‘평화경제’를 실현하고 ‘신한반도체제’를 구축하려고 하지만 하노이 노딜과 북미핵협상 지체, 남한 역할과 첨단무기 도입에 대한 북한의 반발,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와 한국의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선언으로 인한 한일갈등, 검찰개혁을 둘러싼 남남갈등 등으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에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북한이 정한 미국식 셈법 전환의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미국의 대선국면으로의 진입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북미의 비핵평화 프로세스 이탈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톱다운 방식으로 시작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이행 로드맵을 만들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하는 것은 각국의 국내구조의 반발과 미중 무역갈등, 한일갈등 등 변수들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정한 데드라인인 연내에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내놓을 수 있도록 창의적 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설령 연내 북미 실무회담이 재개되지 못하더라도 판이 깨지지 않고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상황관리를 잘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남은 연말까지 집중력을 발휘하여 북한이 내년도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에서 북미협상 결렬과 ‘새로운 길’ 선언을 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4. 맺음말 북핵협상의 성공 여부는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의 교환, 즉 ‘안보―안보 교환’을 위한 새로운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만들고 실천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정상이 ‘단계별 동시행동원칙’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면서 9월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대로 영변핵시설 영구폐기와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제재완화 등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협상을 먼저 추진하자는 입장이며, 미국은 ‘동시병행(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진전’을 요구하면서 포괄적 합의와 포괄적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북미가 신뢰의 문제로 비핵화 목표에는 동의하면서도 접근방법에 차이를 보이고 있어 실무협상의 진전 여부는 비핵화 개념과 최종상태(end state)를 어떻게 설정하고, 북한의 단계별 동시행동과 미국의 동시병행 사이의 접근방식의 차이를 어떻게 좁혀나가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하노이 2차 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이 밝힌 협상목표는 ①비핵화 개념 정의, ②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추진, ③이행로드맵 작성이며, 이 목표는 앞으로도 북미 실무협상에서 집중적으로 협의해야할 과제다. 향후 실무협상에서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별 이행의 로드맵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지금도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을 동결시키고, 북한이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안전한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여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포함한 포괄적 합의와 포괄적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되면 제재를 풀고 ‘밝은 미래’를 보장하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선 핵폐기를 통한 무장해제로 인식하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단계별 동시행동을 통해서 신뢰를 쌓아나가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철회의 징표로 인식한다.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가속화를 위해서는 쌍중단 차원에서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실험 중단과 미국의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약속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포괄적 합의와 단계별 이행을 위한 실무협상을 재개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남·북·미 정상들이 나서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될 경우 3국 지도자 모두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북미 3국 모두 속도가 나지 않더라도 판을 깨지 않는 쪽으로 상황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1) 미국이 제시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미국측이 말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비핵화정의에 대한 합의》, 《녕변핵시설 페기+α》 등 조선의 비핵화조치에 따라 련락사무소 개설, 섬유와 석탄의 수출제재유예 등 상응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관측을 내돌리고 있다. 이는 조선이 핵을 먼저 포기해야 밝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선 핵포기, 후 보상》주장의 변종일 뿐이다. 조선의 기대에 부응하는 대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조선신보』, 2019년 10월 8일. 2) 『조선중앙통신』, 2019년 10월 6일. 3) 조선신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보겠다고 했는데, “그 뜻은 미국이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떠민 근원, 비핵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 손으로 올해 말까지 치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신보』, 2019년 10월 8일. 4) 동태관, “‘정론’ 절세의 영웅 우리의 장군,” 『로동신문』, 2019년 10월 18일. 5) 『조선신보』, 2019년 10월 24일. 6) 동태관, “‘정론’ 절세의 영웅 우리의 장군,” 『로동신문』, 2019년 10월 18일. 7) 조선외무성 대변인담화, 2019년 10월 6일, 『조선중앙통신』, 2019년 11월 6일. 8)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명의의 담화, 2019년 10월 24, 『조선중앙통신』, 2019년 10월 24일. 9)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제18차 비동맹운동장상회의 연설, 『조선중앙통신』, 2019년 10월 29일. 10) “우리는 이미 합동군사연습이 조미관계진전을 가로막고 우리가 이미 취한 중대조치들을 재고하는 데로 떠밀 수 있다는데 대하여 한두번만 강조하지 않았다.” 조선외무성 권정근 순회대사 담화, 2019년 11월 6일, 『조선중앙통신』, 2019년 11월 6일. 11)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하고, 핵시설뿐 아니라 운반수단인 탄도 미사일과 관련 시설의 완전한 해체, 더 나아가 생화학무기 프로그램까지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 핵 프로그램의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사찰단의 완전한 접근 허용 ▲ 핵 관련 모든 활동 중지와 새 시설물 건축중단 ▲ 모든 핵 인프라 제거 ▲ 모든 핵 프로그램과 과학자 및 기술자의 상업적 활동으로의 전환 등을 핵심요구 사항으로 포함시켰다. 『연합뉴스』, 2019년 3월 31일. 12)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하노이 결렬 직후인 2019년 3월 1일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 “이런 기회가 다시 미국에 차려질지에 대해 장담하기 힘들다”고 주장한 데 이어, 3월 15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현실적인 제안을 제시했는데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다시 밝혔다. 13)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의 환영 연회 연설에서 “오늘 조중(북중)이 한집안 식구처럼 고락을 같이하며 진심으로 도와주고 협력하는 모습은 두당·두나라 관계가 전통적인 관계를 초월하며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내외에 뚜렷이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선반도와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역사적인 여정에서 중국 동지들과 한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9년 6월 20일. 14) 북한은 이 조약에는 “체약국쌍방의 어느 한 나라가 외부로부터 무력침공을 받는 경우에 다른 체약국은 모든 힘을 다하여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까지 포함한 온갖 형태의 원조를 줄데 대하여서와 두 나라 공동의 리익과 관련되는 중요한 국제적 문제들에 대한 협의, 조선의 통일에 대한 립장 등이 규정되여 있습니다”라고 밝혀, 그동안 자동개입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조약내용을 대외적으로 밝혔다. 심승건, “조선반도평화보장체계수립에 대하여,” 『제14회 코리아학국제학술토론회 자료집』(국제고려학회, 체코 카렐대학교 프라하한국학연구소, 2019년 8월 18-21), p.26. ​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고유환은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학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장,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위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기획조정위원장,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통일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위원 등으로 일하고 있다. 통일준비위원회 위원,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북한연구학회 회장(2012), 미국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에서 방문학자 등을 지냈다. 북한문제,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 등과 관련한 다수의 저서, 논문 칼럼이 있다.
  • 미국은 왜 다자무역체제를 무력화하려 하나?
    저자
    윤성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발간호
    2019-28
    2019년 12월 WTO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 기구인 분쟁해결기구(DSB)가 무력화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다름 아닌 WTO 회원국 간 발생한 무역분쟁을 조정해 줄 상소기구 위원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더 이상 상소기구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WTO 분쟁해결기구의 상소기구 위원의 총원은 7명으로 현재 4명이 임가가 만료되어 공석이 되었고, 올해 12월 10일이 되면 남아있는 3명 중 2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WTO 상소절차는 상소기구 위원 3인이 구성되어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상소기구의 운영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상소기구 위원을 임명하지 않는 것인가? 이는 WTO 체제 설립 당시 분쟁해결기구 설립을 기획하고 이를 지금까지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던 미국이 상소기구 위원의 선임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WTO 체제는 총의제(consensus system)라는 독특한 의사결정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회원국이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총의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근거하여 미국이 계속적으로 상소기구 위원 선임을 반대하면 더 이상 상소기구 위원을 충원할 수 없다.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다자무역체제 유지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던 분쟁해결기구를 의도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편, 미국은 2017년 16년 동안 사문화되었던 제232조를 부활시켜 중국 및 한국을 포함하여 다른 회원국의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와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301조에 근거하여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로 관세를 부과했다. 엄연히 국제무역질서를 규율하는 WTO 체제가 존재하고 있고, 회원국 간 무역분쟁 해결을 위해 분쟁해결기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러한 절차와 규정에 근거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치를 취했다. 중국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부가 조치는 결국 오늘날의 미중 무역분쟁의 도화선이 됐다. WTO 체제를 무시하는 미국의 도발은 지금까지 쌓아온 국제무역규범으로서 WTO 체제의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한때 주도적으로 다자무역체제를 이끌었던 미국이 스스로 이를 탈선했던 사례는 1995년 WTO 체제가 출범한 이래에도 간간히 계속되었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거대 경제체제의 부상이 국제무역질서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면서, 현행의 무역질서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더욱이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은 현행 국제무역질서인 WTO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국제무역질서 개편의 필요가 더욱 명확해 졌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면위에 떠오른 WTO 체제의 한계 WTO 체제 개혁에 대한 필요성 논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로 WTO 체제가 출범한 이래 2003년 12월 칸쿤 각료회의 결렬과 2006년 도하개발어젠다(Doha Development Agenda) 협상이 일시 중단되면서 WTO 체제에 대한 한계는 이미 드러났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지는 못했다.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등으로 WTO 체제 개혁은 미국이나 EU 등 국가의 주요 관심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적되어왔던 WTO 한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총의제, 일괄타결 등 정책결정 방식의 문제, 2) 분쟁해결제도의 한계, 3) 서비스무역규범의 한계, 4) 개도국 우대의 한계, 그리고 5) 새로운 통상환경변화에 대한 미흡한 대응 등이 포함된다. 최근 미국, 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시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이는 앞서도 언급한 ‘중국 변수’ 때문이라 판단된다. WTO의 전신인 GATT 체제는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하는 국가들이 대부분 회원으로 참여하여 만든 다자무역체제이다. 냉전체제의 종식과 WTO 체제의 출범에 따라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를 채택하는 공산권 국가들이 대거 WTO 체제에 합류하게 됐다. 더욱이 중국은 2001년 WTO 가입이 승인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미국은 중국이 WTO 체제에 합류하면서 시장경제체제로 경제체제를 전환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기대를 저버리고 유래가 없었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라는 중국특유의 경제체제를 확립했다. 이에 더해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 반열에 올랐으며,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시장경제체제를 전제로 만들어진 WTO 규범으로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통상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은 특히 중국경제의 중심에 국영기업(SOEs)과 국영은행이 있고 이를 국가가 통제하고 있는 구조에서 발생하고 있는 보조금 규제, 시장경제국지위 부여 등의 문제를 현행 WTO 규범으로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을 위협하는 중국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 하는 체제를 과연 지속시킬 필요가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WTO 개혁의 늪 이런 의미에서 다시금 점화되고 있는 이번 WTO 개혁 시도는 WTO 체제가 유지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가름 한다는 차원에서 그 논의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 WTO 개혁논의는 2018년 EU가 ‘WTO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WTO 개혁안을 제출하면서 촉발됐다. EU는 1) 규범 제정, 2) 투명성, 3) 분쟁해결 등 크게 3분야로 나눠 각각의 개혁방안을 제안했다. 미국도 2018년 3을 2018 통상정책 아젠다에 ‘다자무역체제개혁’을 포함시키면서, 2017년 다자무역규범을 무시하고 국내법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기조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8년 11월에는 EU, 일본, 아르헨티나, 코스타리카와 공동으로 투명성 제고 및 통보 강화에 관한 WTO 개혁방안을 제안했다. 공동제안의 내용은 WTO 모든 협정문과 관련하여 통보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동제안에는 미통보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제도를 포함하고 있는 데 그 수위가 낮지 않다. 분담금을 높이거나, WTO 개별 기구의 의장의 취임기회를 박탈하며, 회원국 자격을 정지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이 투명성 문제에 이토록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현행 WTO 규범이 국영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효과적으로 규율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부 조치에 대한 통보를 보다 강화하여 중국정부의 불공정 조치를 제한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WTO 개혁 시도는 지금까지 WTO 체제 개혁에 대해 별다른 의견이 없었던 중국이 적극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중국 상무부(商务部)는 2018년 11월 23일 《세계무역기구 개혁에 대한 중국의 입장 문건(中国关于世贸组织改革的立场文件)》을 발표하고 WTO 개혁에 대한 기본원칙을 밝힌바 있다. 이어 2019년 5월 13일 《중국 세계무역기구 개혁에 관한 건의문건(中国关于世界组织改革的建议文件)》을 WTO에 정식으로 제출하면서 WTO 개혁 논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개방과 비차별이라는 다자무역체제의 핵심가치를 지지하면서 개도국의 개발이익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개도국 특별대우(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 원칙을 유지시켜 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WTO 회원국이 ‘국가안전보장’을 근거로 취하는 일방적 조치에 대한 다자주의 감시감독 체제를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긴급한 상황에서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보장을 제안했다. 또한 미국 정부가 겨냥하고 있는 중국의 국영기업에 대해서는 각 회원국의 발전 모델을 존중하는 포용성 있는 다자무역체제로 개혁할 것을 촉구했다. 개발도상국의 특별대우나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부분은 미국과의 의견차가 확연하다. EU가 분쟁해결, 개도국 특별대우 등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제안을 절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금 상황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개혁에 대한 절충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 협상에서 미국은 중국의 경제구조 자체의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중 간 협상을 교착상태에 빠지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또한 미국이 WTO 체제에 대해 불만이 생기게 하는 근본원인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중국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라 선전하는 현행 경제 및 산업 체제를 수정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중 간 관세전쟁에서 시작된 무역분쟁은 다자무역체제 개편 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WTO 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국제무역질서 만들어 질까? 각 회원국의 WTO 체제 개혁에 대한 제안이 합의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미국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WTO 체제가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힘을 쓰지 못 할 것이라 판단한 미국은 일찌감치 새로운 다자무역체제를 구상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관세철폐와 경제통합을 목적으로 추진된 경제협력체제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고 WTO를 대체 또는 보완할 수 있는 아시아태평양 통상규범을 만들고자 야심차게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행정부 출범이후 미국의 탈퇴로 TPP 의 핵심 추진 동력을 잃으면서 국제무역질서에서 그 파급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키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하여 미국의 TPP에 대응했다. 하지만 미국이 TPP탈퇴를 선언하고, 미중 무역분쟁 국면으로 들어서자 RCEP 협상도 지지부진 해 졌다. 2019년 9월 29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RCEP 협상의 연내 타결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의 지역 분위기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새로운 다자무역체제의 탄생은 쉽지 않다. 새로운 체제가 출범한다 해도 지금의 WTO 체제를 대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계속 힘을 키우고 있는 중국을 제어할 수 있는 국제규범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미국의 국내 정치 사정이 더 시급해 이도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다자무역체제는 한국의 경제발전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따라서 다자무역체제의 개편은 한국의 경제 이익과 직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회원국의 WTO 개혁 제안에 한국의 국가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것에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또한 WTO 체제 개혁이 지지부진해지는 경우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는 경우를 대비하여 지금까지 체결한 양자무역협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윤성혜, 現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중국정법대학에서 국제법 박사학위 취득. 주요 연구분야로 한중경제협력을 위한 제도지원, 한중 비관세장벽, 기후변화대응정책 등이 있음. 대표 논문으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상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SPS) 규정 이행에 관한 법적 쟁점 – 식품무역에 관한 규제를 중심으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상 경제협력 이행에 있어 국제법적 쟁점과 함의 –WTO 보조금협정을 중심으로-” 등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한중 FTA와 지방경제협력 연구』등이 있음.
  • 북한의 단계적 조치 요구와 비핵화 협상
    저자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발간호
    2019-27
    1.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과 단계적 비핵화 최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2019년 10월 5일 북미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주요한 원인이 단계적 비핵화를 둘러싼 입장차로 알려지고 있다. 스톡홀름 협상에 앞서서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언급은 북미협상을 향한 북한의 긍정적인 의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실무협상의 북한측 대표를 맡은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론”이 “실현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바를 의미할 수 있다고 언급했던 배경에서이다. 이러한 언급에 이어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북미 실무협상의 결과에 대해 “낙관하고 싶다.”고 부연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비핵화를 향한 단계적 조치에 대한 북미 간의 입장차는 좁힐 수 없었다.1) 북한측은 자신들이 ‘앞서’ 행한 핵실험 및 ICBM 실험 동결 조치 등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던 반면, 미국측은 ‘앞으로’ 이루어질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조치들에 대한 보상으로서 일련의 제재유예, 안전보장 관련 방안들을 제시했다. 북미 양측은 서로 다른 단계의 비핵화 조치-상응조치를 이야기했던 것이다. 이처럼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접근법을 보인 결과, 스톡홀름 실무협상은 성과 없이 결렬되었다. “단계적 조치를 통한 비핵화”는 평창동계올림픽 직후 시작된 북한의 대화노력 초기에 제기된 개념으로서 보다 면밀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북한은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나오기에 앞서, 2018년 3월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간의 첫 북중정상회담으로부터 경제집중노선을 선포 하는 등 새로운 대내외 전략을 모색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위하여 나온 2018년 이래 정상외교의 기점은 제1차 북중정상회담이었던 것이다. 이 제1차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단계적 조치에 따른 비핵화 방안을 제기했다. 이후에도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결국 그러한 단계적 비핵화의 전략적 틀은 2019년 10월 스톡홀름 협상까지 유지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단계적 조치에 의한 비핵화는 북한의 북미 비핵화 협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2. 북한측 단계적 조치 요구의 전략적 의미 앞서 언급한대로 2018년 3월 28일 북중정상회담 당시 북중 양국은 단계적 조치, 동시적 조치를 언급했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며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언급했고,2)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단계적, 동보적 조치(阶段性, 同步的措施)를 취한다면 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를 지지했던 것이다. 이때 언급된 단계적 조치는 단순히 북한의 독자적 이익에 부합하는 방안이라는 점을 넘어서 북중 혹은 북·중·러 관계의 국제적인 컨텍스트에서 조망되어야 한다. 중국은 북핵위기가 재차 고조되던 2017년 초 쌍중단(雙中斷, freeze for freeze)과 쌍궤병행(雙軌竝行, dual track approach)을 제기했었다.3) 북한의 전략도발을 중단시키기 위해 한미동맹의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체결 프로세스를 병행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구상이었다. 이를 토대로 중국과 러시아는 2017년 5월 3단계로 구성된 중러공동행동계획도 발표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1단계에서는 북한의 전략도발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축소 및 중단을 함께 이루고, 2단계 조치로 북미관계정상화를 달성하며, 3단계 조치로는 다자협상 틀에서 한반도비핵화와 지역 안보체제를 논의한다는 계획을 내용으로 했다. 기본적으로 중국의 한반도정책을 러시아가 추수하면서 러시아의 이해관계도 일부 반영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콘텍스트에서 1차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단계적 비핵화는 중·러의 비핵화 해법에 대한 접근방식을 받아들이면서 성립한 개념으로 보여진다. 중·러가 러시아가 요구하는 비핵화 접근법의 개념을 수용하는 것은 북한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미국이 이러한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받아들일 경우. 공세적으로는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고, 방어적으로는 비핵화 협상 자체를 통해 중국, 러시아의 비핵화 압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는 의미이다. 쌍중단, 쌍궤병행에서 중러 공동행동계획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조치의 틀에서는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북한 외무성이 보인 입장도 그들의 단계적 조치 주장에 부합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1단계 쌍중단의 조치에서는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등 이행조치가 존재했다. 북한의 핵·ICBM 동결 조치에 대해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을 해야 하는 것이다. 스톡홀름 실무협상 직후 김명길 북측 대표가 한미연합훈련이 자신들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고공연히 위협”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보았을 때, 협상테이블에서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제기했을 것은 분명해보인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나타난 북한의 주장만이 아니라 2019년 여름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불만, 한국의 한미연합훈련 진행에 대한 북한의 배신적 행위 규정도 이러한 시각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 동안 북한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제시한 요구를 정리함으로써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가 갖는 내용을 파악해볼 수 있다. 전체를 3단계로 나눌 때, 북한은 최근의 스톡홀름 회담에서 핵·ICBM 실험 동결에 대한 상응조치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상정하고 있었다. 중간단계와 관련해서는 하노이 회담을 통해 민수 분야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제의 완화를 요구했으며, 스톡홀름 회담을 앞두고 ‘제도안전’의 문제도 함께 거론했다. 북한이 언급한 제도안전은 북한의 과거 언급 상4) 경제발전 추진 과정에서 외부세계가 북한에게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수용을 종용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최종 단계에서는 싱가포르 합의에서 언급했던 완전한 비핵화 노력과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의 틀을 안보-안보교환의 방식으로 상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완전한 비핵화 논의는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에 대한 논의 없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5) 이러한 북한의 접근방식은 비핵화 논의에 앞서 군사, 정치적 여건을 조성하는 두 단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중러공동계획과도 틀이 유사하지만, 경제발전 등 북한의 국내적 요구가 비핵화 논의 진입 전 신뢰조성 논의의 주(主)가 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중러공동행동계획과 북한의 접근방식 비교 구분 1단계 2단계 3단계 중러공동 행동계획 북한, 전략도발 중단 한미, 연합훈련 중단 북미관계정상화 한반도비핵화 논의 지역안보체제 논의 북한의 접근방식 북한, 핵·ICBM 실험 중단 한미, 연합훈련 중단 북한, 영변핵시설 폐기 한미, 민수분야 제제완화+제도안전 북한, 완전 비핵화 논의 한미, 북미관계정상화, 평화체제 구축 덧붙여, 단계적 비핵화 개념은 김정은 위원장 자신의 전략적 사고체계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6년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관해서도 단계적 전략을 세워야 함을 강조했고, 2018년의 경제집중노선 선포 시에도 제재버티기에 집중한 당면목표와 인민경제 현대화 등의 전망목표를 구분하여 제시했다. 또한 2019년 연속 시험발사한 무기개발에 관해서도 단계적 목표 제시를 중시했다. 이로부터 북한이 사회주의체제로서 단계적 전략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며, 낙후한 현실과 사회주의강국 목표 간의 괴리도 북한으로 하여금 국가발전 전략을 단계적으로 수립하게 하는 요인일 것이다. 3. 단계적 비핵화 요구에 대한 한미의 이해관계 이처럼 북한은 물론 중·러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단계적 비핵화를 규정할 경우, 한미와 북한 간의 비핵화 방식을 둘러싼 이견은 일견 해소하기 쉽지 않다. 2018년 봄 트럼프 대통령은 1차 북중정상회담에서 제기된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에 대해 명백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미국 측에게 기본적으로 단계적 조치 개념은 비핵화 초기 단계를 여러 단계로 나누어 실질적인 비핵화는 피하려는 위장전술로 이해되었다. 금년 9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해임 이후 트럼프 정부는 단계적 조치에 열린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으나, 포괄적 비핵화 합의를 추구하는 미국의 입장은 평화, 안정 분위기의 선행 조성을 강조하는 북한의 단계론과 충돌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했다. 무엇보다, 미국에게는 단계적 조치의 결과가 미국의 동북아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로 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 상 비핵화 협상의 결과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고, 다자협상 과정에서 중·러의 이해관계가 한반도 평화체제에 반영되어 유엔사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다대하다. 그에 따라 미국은 북미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사고를 변화시킴을 통해 주한미군 용인, 유엔사 개편의 반발 축소 등을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비핵화 논의에 이르기 위한 한미의 구상이나 이해관계도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접근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우선, 한미의 시각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은 북한의 핵·ICBM 실험 동결에 대한 보상적 조치로 생각되지 않는다. 미국으로서는 NPT를 일방적으로 탈퇴하여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북한의 핵·ICBM 실험 동결은 북미 비핵화 협상,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진전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은 한미동맹의 연합방위태세를 약화시키는 것으로서 안보손실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의 축소가 아닌 중단을 국내외의 합의가 존재하는 형태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공약을 믿을 수 있게 하는 비핵화 협상의 실질적인 진전이 필요하다. 아울러, 단계적 비핵화 추진과정의 최종 단계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논의하려는 북한과 달리, 한미는 싱가포르 이후의 비핵화 협상을 최종단계로 바로 진입하는 것으로서 상정하고 있었다. 한미는 하노이 정상회담과 현재 진행 중인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의 대상과 범위를 규정하기 위해 북한의 핵능력의 실태가 파악되어야 한다는 시각을 보여왔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전, 스탠포드대 강연(2019.1.31)에서 비건 대북특별협상 대표는 북한의 WMD와 미사일의 전체적 범위를 알기 위한 북한의 “포괄적 신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고, 미국측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도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를 북한측에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무가 구체적으로 규정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0년간 미국이 추구해온 북한 비핵화를 포기했다는 비판에 노출되지 않을 수 없다. 4. 비핵화 협상에 대한 함의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단계에 대한 개념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미중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금번 협상을 통해 도출될지의 결과를 예단할 수 없으나, 북한은 단계적 조치 개념을 통해 미중공조를 방지하는 데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측면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을 나누고 중국을 우호적인 세력으로 만드는 단계적 비핵화 개념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계적 비핵화 개념을 둘러싼 북미 간의 이해관계 일치는 쉽지 않다.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 주장을 통해 단계적 비핵화를 지지하는 중국과 그것을 경계하는 미국 간의 틈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계적 비핵화 해소를 둘러싼 북미 간의 입장차 해소를 위해서는 결국 미중 혹은 한·미·중, 남·북·미·중의 논의틀이 필요할 수 있는 것이다. 북미대화를 통해서 비핵화의 진전을 모색하든, 미중대화의 틀을 통해 그것을 모색하든 비핵화의 최종상태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가, 축소되는가를 계산하는 것이 비핵화 협상의 쟁점이 될 개연성이 높다. 당장은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통해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확약받고자 할 것이며, 완전한 비핵화는 북미관계 정상화가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건드는 안전보장 문제와 함께 논의하고자 할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영향력 감소 하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경제발전의 추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견 요원해보이더라도 미국의 영향력 확대 하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전략적 사고의 방향이 관건이 된다. 미국 일각에서는 북미 간 안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미국이 남북한 간의 균형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북한의 안전보장을 모색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6) 이러한 경우, 북한이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용인할 가능성도 커진다. 아울러,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조치가 현재 북한 내치의 중심인 경제발전계획과 연동되어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요구는 협상회피를 위한 전술보다는 템포가 긴 협상전략으로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현재 5개년 전략에서 당면 목표인 제재버티기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5개년 전략 수행기간이 마무리되는 2020년 이후에는 새로운 5개년 전략을 통해 2025년까지 본격적으로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 정보화”와 주민생활 수준 향상을 위한 기술 및 자본의 도입을 모색해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2기와 거의 일치하는 2020~25년을 준비하기 위해 북한은 남은 협상기간 중 더욱 실질적인 제재완화를 모색하면서 높은 수준의 협상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1) 『국민일보』, 2019년 10월 6일자, “北, 단계적 비핵화에 따른 보상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결렬 선언.” 2) 『연합뉴스』, 2018년 3월 28일자, “김정은, 시진핑과 첫 정상회담…비핵화 등 한반도 해법 논의.” 3) 정준오, “북핵문제 해법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전략연구』 25(1)(2018), pp. 54-56. 4) 과거 북한은 사회주의 제도에 대한 위협으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언급해왔다. 5) 홍민, “북미 스톡홀름 협상 결렬 원인과 북한의 전략,” 『Online Series』 CO 19-22(2019. 10. 8), pp. 2-3. 6) Morton Halperin, Peter Hayes, Thomas Pickering, Leon Sigal and Philip Yun, "From Enemies to Security Partners: Pathways to Denuclearization in Korea," 출처: https://nautilus.org/napsnet/napsnet-policy-forum/from-enemies-to-security-partners-pathways-to-denuclearization-in-korea/ (검색일: 2019년 10월 1일). 기획: 손정욱(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이중구, 現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에서 외교학 박사학위 취득. 국회 외통위 보좌관, 중국인민대 방문학자 등을 역임. 관심분야는 북한의 핵전략, 북중관계, 한국의 대북정책이며, 주요 논문으로 “북한 핵증강론의 담론적 기원과 당론화 과정(2017)”, “The Birth and Revival of North Korea’s Denuclearization Policy for the Korean Peninsula(2018)” 등이 있음.
  • 미중 무역전쟁은 패권전쟁으로 이어질 것인가?
    저자
    손정욱 (제주평화연구원)
    발간호
    2019-26
    1. 들어가는 글 관세에서 시작한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표준, 지적재산권 등으로 확장되면서 본격적인 패권전쟁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라는 관측이 나온다. 돌이켜보면, 근대 국제정치 역사에서 등장했던 패권국은 예외 없이 쇠락의 길을 갔고 그 자리는 새로운 패권국이 승계했다. 21세기 국제정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미중관계 역시 이런 역사적 변화의 시기를 겪을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그 과정은 과연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특히 중국 주변의 상당수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동맹국(한국, 일본, 필리핀, 태국) 혹은 파트너 국가(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라는 점에서 미중관계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동아시아의 평화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미중관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분석이 정교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적어도 경제력과 군사력 측면에서 미중 간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경제력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2010년 일본을 제치고 국민총생산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2018년 기준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각각 20.5조 달러, 13.6조 달러인데,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현재 수준인 연 2%와 6%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2030년이면 국내총생산 규모가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난 9월 17일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와 재정부, 그리고 세계은행이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원배분 등의 개혁이 미진할 경우 중국의 2031~2040년 실질 성장률이 연평균 1.7%로 추락할 가능성이 언급되는 등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에 따라 그 시기는 좀 더 늦춰질 수도 있다.1) 한편, 군사력 측면에서는 국방비, 첨단기술, 군사동맹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미국의 우위가 예상된다. 사실 막대한 예산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은 지난 2011년 향후 10년간 국방예산을 4,870억 달러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른바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 이후 미국의 국방비는 매년 증가 추세다. 한편,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현대화된 군대 건설을 기반으로 하는 단계별 국방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미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경제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국방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2,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2) 이런 측면에서 보면,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미국보다 군사적으로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미중 간 경제력과 군사력의 간극이 줄어드는 것은 비교적 분명해 보이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이론적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이 글에서는 세력 변화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현실주의 이론인 세력균형론과 세력전이론의 시각에서 미중관계를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미중관계의 흐름을 추적하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2. 미중관계 변화에 대한 이론적 설명: 세력균형론과 세력전이론 기본적으로 국제정치에서 세력 변화를 바라보는 세력균형론과 세력전이론의 해석은 상반된다. 국제정치를 무정부상태(anarchy)로 간주하는 세력균형론은 주권국가들 간 국력의 상태가 서로 균형을 이룰 때 체제안정이 유지된다고 보는 반면, 세력전이론은 국제정치가 위계질서상태(hierarchy)이기 때문에 국력이 한 나라에 집중되지 않고 균형을 이룰 때 오히려 전쟁 발발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특히 도전하는 국가의 체제 불만족도가 높을수록 갈등 가능성은 높아진다. 따라서 세력균형론은 위협에 대응하거나 국력을 키우기 위한 핵심전략으로 동맹(alliance)의 역할을 강조하는 반면, 세력전이론은 산업화(industrialization) 등을 통해 국력이 증가하는 것이 권력 변화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그만큼 미중관계의 변화 양상을 바라보는 각 이론적 시각의 해석과 전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세력균형론자들은 미중 간 양극체제의 등장과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동맹관계가 형성되면서 세계정치는 장기적으로 보다 안정적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보는 반면, 세력전이론자들은 중국의 힘이 커짐에 따라 기존의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대해 불만이 쌓이게 되고 그런 중국의 불만족이 커지면서 전쟁의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리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거대 이론들이 가정하는 바와 달리, 전쟁은 단편적인 원인에 의해서 발발하기보다는 복잡한 원인들이 중첩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 면에서 세력균형론이나 세력전이론 내부에서도 분석 수준을 세분화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3) 예컨대, 프리츠와 스위니(Fritz and Sweeney 2004)는 강대국들 간에 세력균형은 자신들이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고 생각할 경우에만 등장한다고 보았다.4) 그렇지 않을 경우, 강대국들은 자신보다 더 강력한 쪽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있다. 더 강력한 국가에 맞서 세력균형을 추구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고 비용도 들어가는 반면, 편승은 비교적 안전하고 이익을 얻을 기회도 더 많기 때문이다. 즉, 세력균형이론이 국제정치의 모든 상황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일반이론이라기보다는 강력한 위협을 느끼는 경우에 한해서 작동하는 제한적 혹은 중범위 수준의 이론으로서 적절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레비와 톰슨(Levy and Thompson 2010)은 세력균형론이 지리적 인접성을 갖고 육지전을 바탕으로 하는 국제관계에서는 설득력을 갖지만, 압도적인 해양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정치 차원에서는 세력균형보다 편승이 보다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한다.5)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에 대항해 강대국들이 중국과 동맹을 맺으려 한다거나, 반대로 일정 시기가 지나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패권국이 되면 다시 이에 대항해 미국 등과 기계적으로 동맹관계를 맺으리라는 주장은 일상적 동아시아 국제정치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챈(Chan 2008)은 기본적으로 세력전이론의 큰 흐름을 받아들이면서도 역사적 사례들을 바탕으로 그것이 갖는 몇 가지 가정들을 유연하게 해석함으로써 미중관계를 설명한다.6) 미중 간 패권전쟁과 관련해 챈(2008)은 크게 세 가지 측면을 지적한다. 첫째, 세력전이론에 따르면 전쟁발발의 원인은 부상하는 강대국이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챈은 오히려 국력이 쇠퇴하는 패권국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과정 속에서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았다. 부상하는 강대국은 자신을 강하게 해줬던 체제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또한 실제로 패권국에 비해 국력이 약하기 때문에 굳이 전쟁을 일으킬 유인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세력전이론은 세력전이의 시기에 두 강대국 간 전쟁은 직접적인 마찰에 의해 발생한다고 본다. 하지만 챈은 오히려 두 강대국이 연루(entrapment)에 의해 전쟁에 휘감겨 들어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도 영국이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 것은 독일과의 직접적인 대결 과정 때문이라기보다는 소련과의 관계 속에서 연루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챈은 중국이 미국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는 세력전이론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군사적 측면에서도 미국에 비해 열등한 상황이고, 이런 성향은 지역적 차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중국은 국제체제에서 현상유지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마찰과 이로 인한 갈등 확산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미중 패권 경쟁을 상반되게 해석하는 세력균형론과 세력전이론 내에서도 연구자의 시각에 따라 비관론과 낙관론, 그리고 신중론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세력균형론과 세력전이론을 동아시아 미중관계에 적용하기에 앞서, 실제 미중관계의 최근 양상을 객관적으로 추적해보자. 3. 미중 전략과 동아시아 1) 중국의 전략: 적극적 방어(active defense) 2008년은 미중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분기점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가 어려움을 겪을 때 중국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이 과정을 통해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역할과 필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이후 중국은 대외정책의 기본방침이었던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보다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예컨대, 세계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소집된 G20 회의에서 중국은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체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2009년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도 ‘베이식(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중국, BASIC)’ 그룹을 만들어 미국에 대항했다. 또한 2010년에는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에서 일본과 충돌했으며, 남중국해 지역에서는 베트남과 필리핀의 석유 탐사를 물리력으로 제지했다. 하지만 중국의 외교정책이 과연 도광양회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공세적인 외교로 전환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2008년 이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논쟁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정부의 공식 입장과 중국 학계의 주류 견해는 기존의 외교방침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7) 실제로 올해 7월 발표한 국방백서에서 중국은 4년 전 강조한 바 있던 ‘적극적 방어(active defense)’ 개념을 재차 사용했다. 비록 ‘적극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방점은 여전히 공격이 아닌 ‘방어’에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중국 국방백서는 국방비 비율이 크게 감소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최근 30년간 중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평균 2% 미만으로 유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 지출 대비 17.37%(1979년)에서 5.14%(2017년)로 급감했다는 것이다.8) 다만 중국이 규정한 핵심 이익과 관련해서는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한다. 실제로 중국 국방백서는 2012년 이후 해당 지역에서 4,600 건 이상의 해상 보안 순찰과 72,000 건의 권리 보호 및 법 집행 선박을 배치해왔음을 강조하면서, 주권과 연결된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명시했다.9) 따라서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범할 경우, 그 방점이 ‘방어’에서 ‘적극적’으로 옮겨갈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동중국해, 남중국해, 그리고 한국 서해의 주요 해역 등에 대한 미국의 침범 및 도발이 있을 경우, 미중 간 군사적 마찰도 발생할 수 있으리란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 방어’ 기조는 경제 영역에서도 관찰된다.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공세적이기보다는 방어적이다. 시진핑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무역 공세를 중국에 대한 공격이라기보다는 자유무역의 가치를 훼손하는 다자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함으로써 전면적인 양자대결 구도에서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10) 중국 공산당은 자신의 당-국가 체제(party-state system)의 정당성을 높은 경제성장 속에서 유지하고 있는 만큼 현재 수준의 성장을 유지하면서 국내 일자리와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정권 유지의 핵심 조건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미국과 경제 갈등을 증폭시키기보다는 조속하게 종결해 경제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유인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24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뉴욕에서 열린 미중 관계 전국위원회 등과의 만찬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은 다자주의를 주장하고 일방주의를 반대하며 국제문제에서 유엔의 핵심적 역할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미·중은 이미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자 투자 대상국이며 산업, 공급, 가치 사슬이 깊게 연관돼있는 이익 공동체인 만큼, 이렇게 상호 의존이 깊은 두 나라가 서로 관계를 끊고 문을 닫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비이성적,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11) 하지만 안보 영역과 마찬가지로 경제 영역에서도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범할 경우, 중국은 단호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올해 5월 미중간 무역 협상이 합의 직전에 결렬된 핵심 이유는 중국 지방 정부에 대한 보조금 지급, 사이버 안전법 수정, 외국자본 기술 이전 강요 등과 같은 이슈들에서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일반적인 통상 이슈를 넘어서 과도하게 국내 정치와 경제 문제에 개입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협상 결렬 이후 미국의 관세 인상 발표와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관세 선언으로 미중 무역 전쟁이 확전됐다. 이처럼 중국이 생각하는 핵심 이익이 갈등의 축으로 부상할 경우, 미중 간 무역전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 미국의 전략: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트럼프 정부가 2017년 12월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National Security Strategy Review)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미국의 핵심전략이라고 명시했다. 미국의 부흥을 위해 스스로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세계에 투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9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래는 세계주의자의 것이 아니라, 애국주의자의 것(The future does not belong to globalists, the future belongs to patriots)”이라고 말하면서, 다시 한 번 세계 공공재적 가치보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트럼트 정부의 안보전략과 경제전략은 이러한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다. 안보적 측면에서 미국 우선주의는 기본적으로 국제질서를 홉스적 시각으로 본다. 즉, 국가들은 제로섬(zero-sum)의 경쟁관계에 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12) 트럼프 정부가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명시한 데 이어, 올 6월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Indo-Pacific Strategy Review)에서 중국 견제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 하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 우선주의는 다자주의보다 양자주의를 강조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기존부터 FTA와 같은 양자협정을 주요 통상정책 수단을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양자주의 자체가 새로운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 정부의 양자주의가 기존과 구분되는 지점은 양자주의를 다자주의라는 큰 틀 하에서 작동하는 보완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자주의의 틀을 깨는 대체재로 활용하려는 급진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TPP 탈퇴를 비롯해 WTO에 대한 비판, NAFTA 개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안보와 경제, 그리고 경쟁국과 동맹국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진행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최근 일본과의 무역 협상과정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9월 25일 미국은 일본 농산물 시장을 미국에 추가 개방하는 내용의 1단계 무역협정을 일본과 맺었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TPP 탈퇴에 대한 미국 농가의 불만을 잠재워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정부는 현재 2.5%인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지난 6월 G20 회의에서는 미일 안전보장조약의 불평등을 언급하면서 일본 정부를 압박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일본 정부는 미국과 본격적인 무역협상 논의를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1차 무역협정에 합의했고, 이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 “미국에 휘둘려 무역협정에 서명”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13) 문제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는 스스로의 내재적 모순에 의해 본래 트럼프 정부가 의도했던 결과를 달성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데, 미국의 경제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중상주의 기반의 양자주의는 오히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고, 그 결과 중국 견제 효과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으리란 것이다. 특히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동맹국 시민들의 불만이 증가할 경우, 미국의 협상 레버리지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동맹을 비롯한 안보정책을 결정할 경우, 각 국의 정책결정자들은 국내 집단의 반발 정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14) 실제로 최근 미국 리더십에 대한 세계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향이 관측되고 있다. 예컨대, 갤럽 세계 여론조사(Gallup World Poll)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리더십에 있어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11.2% 포인트가 하락해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중국보다 순위가 낮아졌다. 글로벌 리더십 여론조사 (2008-2018) 출처: Global Peace Index. 2019. p. 40. 4. 미중간 분쟁/전쟁 발발 가능성의 요인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력균형론과 세력전이론이라는 체제 수준의 분석으로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관계의 역동적 변화 양상을 추적하고 전망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만큼 그 전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각 이론 내에서도 현실에서의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 보다 유연한 형태로 해석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기반으로 미중관계에 대한 몇 가지 예측을 해 볼 수 있다. 첫째, 미국과 중국 간 군사력 격차와 핵억지 등의 요인을 감안할 때,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적인 패권전쟁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설령 2030년대에 중국이 군사력과 경제력 측면에서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 세계 차원의 패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국제정치에서는 행위자도 보다 다양해졌고, 기존의 패권국을 중심으로 하는 규범이나 문화 등과 같은 요소들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물질적 측면에서 기존의 패권국을 넘어선다는 것은 두 국가 간의 격차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지금부터 2030년대까지 미국과 중국의 정책방향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향후 시나리오도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만약 미중 간 패권갈등이 발생한다면, 그 지점은 미국 우선주의가 중국의 핵심이익과 충돌하는 동아시아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 간 무역전쟁 과정을 복기해보면, 양국은 끊임없이 갈등과 타협을 반복하면서 서로가 용인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까지인지를 탐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중상주의적 전략에 기본적으로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방어’적 입장을 취했지만, 그 공격의 깊이가 중국의 핵심이익을 침범하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무역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갔다. 이런 경제적 갈등은 군사영역에서도 충분히 발생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미국과 전면적인 군사적 갈등은 피하겠지만, 중국의 안보적 핵심이익이 밀집되어 있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과 같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의 압박이 더욱 강력해질 경우, 중국은 최근 집중투자하고 있는 ‘반접근 지역거부(Anti-access, Area Denial, A2AD)’ 전력을 기반으로 미국 및 동맹국들과의 군사적 마찰도 불사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트럼프 정부가 추진 중인 ‘미국 우선주의’의 내재적 모순에 의해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이 당분간 증가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의 경제성장을 최우선에 두는 것과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 사이에는 깊은 괴리가 존재한다. 그만큼 향후 가장 강력한 경쟁자(중국)와 동맹국(한국·일본)이 혼재하는 동북아 지역의 안보 불안정성이 극대화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른바 ‘우크라이나 의혹’을 둘러싸고 최근 미국 국내정치가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어 미국을 포함한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넷째,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중에 어느 한 국가에 전적으로 편승하기보다는 시기별로, 그리고 사안별로 복합적인 관계망을 형성하려고 할 것이다. 심지어 미국과 가장 강력한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일본조차도 이미 경제 영역에서는 중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따라서 세력균형론이나 세력전이론에 기반해 동아시아 국가들이 어느 한 편에 설 것임을 예측하는 것은 이론이 현실을 넘어서는, 즉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현실 속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치밀하게 계산해서 그 균형을 찾고 사안에 따라 선별적으로 대응해 나갈 확률이 높다. 5. 나가는 글 다양한 지표들이 말해주고 있는 바와 같이, 미중 간 세력관계가 급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과도한 확신에 찬 몇몇 이론가들이 단정하는 바와 달리, 그 끝이 평화와 연결되어 있는지, 아니면 전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는 누구도 명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본격적인 세력전이의 상황에서 미중과 주변국가들이 어떤 정책적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방향을 조심스럽게 예측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세력균형론과 세력전이론의 다양한 견해들을 종합해보면, 향후 미중간 전면적 패권갈등이 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중국이 규정한 핵심이익이 집중되어 있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지금과 같은 미국 우선주의가 지속될 경우, 미중간 국지적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설령 국지적 충돌이라고 하더라도, 군사적 마찰은 민족주의와 결합해 언제라도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본격적인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에 최근 많은 세계적 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에게 치킨 게임을 멈추고, 평화적 공존(peaceful coexistence)을 도모할 것은 주문하고 있다.15) 어떻게 하면 두 정상이 이런 충고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 미중 무역전쟁이 패권전쟁으로 확산되지 않기 위한 해법 모색은 양국의 이익과 갈등이 중첩되어 있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시급한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1) World Bank Group, Development Research Center of the State Council,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19. Innovative China : New Drivers of Growth. Washington, DC: World Bank. https://openknowledge.worldbank.org/handle/10986/32351 (검색일: 2019.09.26.) 2) 전재성. 2019. “미중 군사안보경쟁: 충돌의 현실화 가능성.” EAI 스페셜 이슈브리핑. 3) 예컨대, 레비와 톰슨(2010)은 전쟁의 원인을 분석수준에 따라 크게 체제 수준, 양국 수준, 국가/사회 수준, 그리고 개인/조직 수준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것을 제안했다. Jack S. Levy, and William R. Thompson. 2010. “Balancing on Land and at Sea.” International Security, 35(1). 4) Paul Fritz and Kevin Sweeney. 2004. “The (de)Limitations of Balance of Power Theory.” International Interactions, 30(4). 5) Levy and Thompson. 2010. 6) Steve Chan. 2007. China, The US and power-transition theory : a critique. New York, NY : Routledge. 7) 조영남. 2013. 『중국의 꿈: 시진핑 리더십과 중국의 미래』 . 서울: 민음사. 8) 전재성. 2019. 9) 전재성. 2019. 10) 이승주. 2019. “미중 무역전쟁의 동학: 외연의 확대와 상호의존의 역습.” EAI 특별기획논평 시리즈. 11) “中왕이, 한국전쟁 언급하며 ‘美 잘못된 대항하면 안 돼’.” 「연합뉴스」 2019.09.25. 12) 이상현. 2018.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 국제정세 및 한반도에 대한 함의.” 「국가전략」 제24권 2호. 13) “‘日, 美에 휘둘려 무역협정에 서명’ 아사히.” 「뉴시스」 2019.09.26. 14) James D. Morrow. 1993. “Arms versus Allies: Tradeoffs in the Search for Security.” International Organization, 47(Spring). 15) 대표적으로 다음의 글들을 참고할 것. Dani Rodrik. 2019. “Peaceful Coexistence 2.0.” Project Syndicate. April 10; Nouriel Roubini. 2019. “The Global Consequences of a Sino-American Cold War.” Project Syndicate. May 20. 기획: 손정욱(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에서 외교학 박사학위 취득. 국회 비서관/보좌관 역임. 관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비교정치경제, 평화연구이며, 주요 논문으로 “노동시장 이원화와 반응성의 정치”, “사회협약, 당파성, 불평등의 정치경제”, “빅 데이터로 살펴본 국가 간 평화관계 분석” 등이 있음
  • 홍콩사태 악화일로: 평화를 위한 새로운 셈법을 모색해야
    저자
    한동균 (제주평화연구원)
    발간호
    2019-25
    2019년 4월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 이른 바 '송환법' 추진을 계기로 시작된 홍콩 시위 사태가 최근 반(反)중국 및 민주주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9월 28일부터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이어졌던 '우산혁명'을 뛰어넘어 홍콩 역사상 최장, 최대 규모의 반중 민주화 시위로 전개되고 있는 이번 홍콩 시위 사태는 결국 친중파 지도자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9월 4일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하는 등 한발 물러서며 사실상 홍콩 시민이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범죄인 인도 법안'의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에 740만 명이 조금 넘는 홍콩 인구 중 200만 명이 거리로 나와 결집한 것을 보면 자유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가치인 듯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홍콩 시민들의 반중 정서가 증폭되고 있으며, 심지어 장기화하는 홍콩 시위가 총파업, 동맹휴업, 불매운동 등 '3파 투쟁'으로 이어가면서 전(全)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홍콩 시위 사태는 중국 공산당과 자유를 열망하는 홍콩 시민 간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적 원인은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이지만 정치적으로 홍콩 행정장관 선출 방식에 대한 홍콩 내부의 불만과 경제적으로 극심한 빈부격차, 대(對)중국 경제의존도 확대에 대한 우려 이외에도 사회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번 홍콩 시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인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해 살펴보면, 2018년 3월 홍콩인 남성 천퉁카이(陳同佳)가 여자 친구와 대만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치정문제로 살해한 뒤 시신을 대만에 유기하고 홍콩으로 도피한데서 시작된다. 홍콩은 영토 밖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홍콩 경찰은 천씨를 체포하고도 대만과 '송환법'을 체결하지 않아 대만으로 인도할 수 없었고, 이에 홍콩 정부가 중국을 포함한 대만, 마카오 등 '송환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서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송환법'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송환법'이 통과되면 중국은 홍콩에 숨어 있는 중국인 범죄자들을 송환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이는 중국 정부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을 잡아들일 수 있게 하는 첫 번째 단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악용될 것을 우려하여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홍콩 정부는 △정치와 종교 관련 사범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고 △7년 이상의 중범죄에 해당하는 경우만 적용하되 △최종 송환 여부는 홍콩 법원이 결정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홍콩 시민들은 홍콩 행정장관은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친중파 정치인일 뿐이고, '송환법' 통과 그 자체가 중국의 정치체제인 사회주의 정치체제 안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조건부로 공존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홍콩 시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인 '송환법'과 함께 그동안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빚어진 홍콩과 중국의 갈등으로 봤을 때,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일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 또한 존재한다. ​우선, 정치적 요인으로 홍콩 행정장관 선출에 대한 불만을 들 수 있다. 중국은 홍콩이 '일국양제'가 시행되기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1990년 4월 제7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차 회의에서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에 관한 결정(中华人民共和国香港特别行政区基本发的决定)」을 통과시키며, 홍콩 정부의 수반을 행정장관으로 한다고 명시한다. 현재 홍콩은 민주주의 체제이긴 하나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 방식으로 행정장관을 선출해 오면서 선거인단이 중국 공산당의 의도가 반영되어 민주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게 된 후 몇 차례의 개정을 통해 직선제를 도입하게 된다. 하지만 입후보자가 중국에 의해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자 가운데 직접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변질되면서 직선제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홍콩 시민들은 2014년 9월 대규모 시위인 '우산혁명'으로 이어졌는데, 이에 홍콩 정부는 최루탄을 발사하면서까지 강경하게 진압한 결과 선거제 개편은 흐지부지 되었고,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우산시위' 당시 강제진압에 앞장섰던 친중파 캐리람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면서 갈등이 심화되어 온 것이다. 둘째, 경제적 요인으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불평등과 치솟는 생활비, 낮은 임금상승률 등에 대한 경제적 불만을 들 수 있다. 지난 8월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분배의 평등과 불평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지니계수는 2016년 기준 홍콩이 0.539로 싱가포르 0.4579, 미국 0.411에 비해 폭동을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고, 불평등의 주요 원인이 되는 부동산 가격은 아파트 3.3㎡ 당 한화 약 1억 원을 넘을 정도로 치솟았지만 홍콩 하위직 노동자의 임금상승률과 중간 관리자 및 전문직 종사자의 소득은 연평균 각각 1.12%, 1.14% 증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것이 시위의 주된 배경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중국 본토의 수많은 부동산 자본들이 홍콩으로 몰려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홍콩인들은 작은 원룸조차 얻을 수 없는 세태에 대해 절망하고 있으며, 홍콩인들의 경제적 문제, 빈곤문제, 주거문제 모두 중국 본토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어 이는 결국 홍콩 정부의 '송환법' 추진이 이번 홍콩 시위 사태의 계기가 된 것일 뿐, 사실상 홍콩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현 세대의 불만이 '송환법'을 계기로 결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중국 본토인의 홍콩 이주 급증에 따른 홍콩인과의 갈등을 들 수 있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이후 30년 동안 홍콩에서 영주권을 얻은 중국인이 6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급격히 증가한 홍콩 이주 중국 본토인들과의 잦은 마찰은 그동안 꾸준히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특히, 홍콩 국적 획득을 위한 중국인들의 무분별한 원정 출산과 홍콩 초중고교 교과서에 공산당을 찬양하는 내용을 둘러싼 갈등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놓고 중국 본토인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등 홍콩 경제에서 자신들이 차지해야 할 몫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홍콩인들의 뿌리 깊은 불만이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송환법'을 계기로 시작된 홍콩 시위 사태는 본질적으로 중국 본토와 홍콩 간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측면 등 여러 요인으로부터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시위 초기 시위대의 입법회 점거 및 쳅락콕 국제공항 점령 등 거친 반중 시위가 중국 정부로 하여금 '테러리즘' 즉, 중국의 핵심이익을 저해하는 중대한 사태로 규정하였고, 심지어 무력을 동원해 진압하는 방안도 불사하겠다는 경고까지 이어지면서 홍콩 시위 사태의 대치국면이 격화되는 추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홍콩 시위 사태가 국제사회로 논란이 확산되자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캐리람 행정장관을 통해 '송환법' 철회를 공식 발표하였지만 홍콩 시위대는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와 처벌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자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대 요구 조건을 이룰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고,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 또한 지난 9월 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중앙당교 연설에서 “홍콩과 마카오, 대만은 중국 공산당의 주요 위협으로 이 3개 지역의 도전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하는 등 홍콩 시위 사태에 직접적 개입을 시사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홍콩 시위 사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홍콩 시위가 제2의 천안문 사태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송환법' 철회 공식 발표를 통해 제2의 천안문 사태로 번지는 일촉즉발의 상황은 넘겼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정작 홍콩 야당은 “시위가 계속되면 캐리람 장관은 이미 모든 성의를 다했으니 별수 없이 강하게 진압해야 한다고 내세울 것”이라며, 계엄령인 ‘긴급법 발동을 위한 명분을 준 셈’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끝을 보이지 않는 홍콩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과거 중국 정부는 1989년 베이징(北京) 천안문 광장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를 탱크와 장갑차로 진압했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30년 만인 올해 홍콩에서 과거와 같은 무력집압과 유혈사태가 되풀이 된다면 세계의 인도주의와 시장경제는 심각한 후퇴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과 물류의 중심지로 세계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홍콩은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아시아시장의 교두보로 거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므로 제2의 천안문 사태가 벌어진다면 미중 무역분쟁으로 위축된 세계경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홍콩 시위 사태는 홍콩이나 중국의 문제를 넘어 아시아가 지향하는 가치, 세계경제의 향방과 직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반드시 평화적이고 인도적으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 불행 중 다행히도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군대를 투입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홍콩에는 약 6,000명에 달하는 중국인민해방군 주(駐)홍콩 부대가 주둔해 있지만 만약 중국군이 투입되면 홍콩에서는 '송환법' 반대시위가 아닌 반중국 정부나 반중국 공산당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아직까지도 홍콩은 외국인직접투자(FDI) 등 국제금융 허브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군이 개입하는 순간 '일국양제'가 끝날 뿐만 아니라 대만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 중국 정부가 과거 천안문 사태와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점 등이 제2의 천안문 사태로 확전될 수 없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과거 천안문 사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중국에 경제제재를 가했다. 최근 세계경제의 저성장 지속가능성과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중국경제의 뉴노멀 진입,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 추세 등 대내외 복합적인 악조건 속에서 홍콩 시위 사태가 제2의 천안문 사태로 번진다면 과거보다 더 강한 경제제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제발전과 국격을 포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다음달 10월 1일에 있을 건국 70주년 국경절 기념행사를 앞두고 여러 악재 속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홍콩의 민주화가 중국 본토의 민주화 열풍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양보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 사태를 단순한 '송환법' 반대 차원이 아닌 국가의 핵심이익과 관련한 '일국양제' 차원으로 규정함에 따라 비타협적 자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홍콩 정부가 비타협적 자세를 견지하면서 교섭이 정체되고, 시위의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홍콩의 경제기능은 유지되지만 시위는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일촉즉발의 시위 현장은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기에 중국 정부는 국제적 리더십과 경제적 성패에 직결된 사안임을 직시해 평화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제2의 천안문 사태는 결코 없어야 한다.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한동균, 現 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원.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난카이(南开) 대학에서 국제경영학 석사, 2019년 중국인민대학에서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 북경사무소 연구원 및 북경(北京) 소재 중앙민족(民族)대학교 강사로 활동함. 주요 논문은 『한국의 대(對)중국 직접투자가 중국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분석 연구』 및 『중국과 베트남 개방정책이 북한에 주는 함의와 당위성 연구』등이 있음.
  • 수출관리 교섭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이해관계
    저자
    사이토 (코스케 요코하마 국립대학)
    발간호
    2019-24
    【들어가며】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9년 7월 1일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제도 운용 엄격화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특정 품목(불화폴리이미드, 레지스트, 불화수소)을 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함과 동시에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카테고리 변경 방침을 분명히 하였다. 일본정부는 안보상의 우려로 인한 제도적 대응이라는 입장 이며 공식적으로 이 조치를 다른 이슈와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은 징용공 문제로 인해 이 같은 조치가 내려졌다는 것이며, 일본의 조치를 한국의 대응에 대한 ‘경제 보복’ 으로 보고 있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 이 글에서는 한일 양국의 주장 중 어느 쪽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논의를 피하고자 한다. 원래 국가 간의 관계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케이션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항상 정확하게 발신되는 것은 아닐뿐더러, 이를 받아들이는 측 또한 그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한일 양국간 대립 상황은 국내의 정치사정과 다양한 미디어 보도의 영향이 인식의 차이를 확대시켜 온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미중 갈등의 장기화로 인해 경제적 수단을 더 큰 국익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시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수출관리라는 안보와 경제의 접점에 있는 사안이 쟁점화되면서 한일간의 대립이 이와 같은 필터를 통해 해석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다양한 안건을 협상 카드로 연관 지어 버리는 것은 양측 모두 문제 해결을 위한 영향력 행사가 곤란해 질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의 소재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한일 양국의 협상 자세와 그 배후에 있는 이해 구조에 주목하면서 각각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주장이 가지는 국제정치적 의미와 영향력에 대해 고찰해 나가고자 한다. 【냉전이후 동아시아 세력관계의 변화】 오늘날 한일 관계에서 수출관리의 문제가 이렇게 큰 쟁점이 된 배경에는 한국이 냉전 이후 경험한 성장과 그로 인해 발생한 동아시아에서의 힘의 균형과 역할 변화가 있다. 예를 들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SIPRI)의 통계를 보면, 냉전 종식 전후의 한일 양국 군사비는 2~3배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이러하던 것이 현재는 양국의 지출이 거의 맞먹을 정도에 이르렀다. 물론 금액을 기준으로 모든 능력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특히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일본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한국이 군사적인 부분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협력상대임에는 틀림없다 하겠다. 경제 관계로 눈을 돌려 보면, 한일간의 무역액수는 2001~2018년 사이에 수출입이 모두 2배 정도 증가하고, 서로 간에 거래 상대로서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무역 점유율의 양상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 (JETRO)의 통계를 보면, 같은 해 일본의 대한국 수출 점유율이 6~7 % 내외, 수입 점유율이 4~5 %로 두드러진 변화는 없는 반면, 지난 10여년간 한국 수출의 20-25% 정도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통해서 중국이 한국의 가장 중요한 시장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일본의 존재감이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겨지고 있다는 점은 일본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곧바로 한일 양국의 협상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며, 요즘 미디어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처럼 이기고 지는 ’승패’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 역시 아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한일간의 무역과 안보 협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상의 선택이 이루어지는 경우, 한국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어떠한 형태로든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위험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꾸어 말하면, 일본 입장에서는 수출관리체제의 강화 자체가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수출관리를 둘러싼 쟁점의 연계와 분리】 일본의 입장에서 보게 되면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관리 강화는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 중 하나이다. 그 이유로 요즘 거론되는 것이 수출관리를 통해 전략물자가 북한과 중국으로 이전되는 것을 막는 문제이다. 적어도 현 단계에서 일본은 한국을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을 경유한 불법 수출이 발생하고 이것이 중국과 북한의 능력 향상에 기여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그 의도와 상관없이 간접적으로 일본에 대한 위협이 확대될 수 있다는 해석은 가능할 것이다. 일본 또한 수출관리체제 위반으로 미국이 강한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으며, 이러한 역사적 경위를 거쳐 현재와 같은 수출관리체제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987년에 발생한 도시바 기계의 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COCOM) 위반사건은 전략적으로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컸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수출관리에 대한 의식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북한과 중국에 대한 위법적인 기술이전을 막기 위하여 일본이 수출관리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일본 단독으로 실시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수출관리망의 허점을 파고드는 국가가 있으면 국제규제의 실효성이 약화되기 때문에 일본은 다른 나라의 수출관리체제 강화를 포함한 대책을 마련해 왔다. 수출관리에 대한 이러한 정책적 태도는 반드시 현재의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냉전 종식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수출관리 정책은 동남아 지역을 비롯한 다수 국가를 포함시키는 형태로 강화해 오고 있으며, 민군양용기술(Dual-Use Technology)에 대한 국제적인 문제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최근 이러한 활동은 가속화되고 있다. ​ 일본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토대로 징용공 문제와 수출관리 문제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하여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시간상으로 보면 일본은 한국에서 징용공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고 나서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엄격화 조치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를 '보복'이라는 형태의 인과 관계로 보는 한편,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이 둘을 분리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이러한 입장을 견지할 경우, 향후 한국 정부가 징용공 문제를 둘러싼 주장을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로 인하여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상의 조치를 철회하는 직접적인 이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논의의 핵심은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체제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로 개선될 것인가에 집약된다. ​ 【협상 카드로서의 GSOMIA】 또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은 현재 한일간 수출관리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 정부가 제기하는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연장 거부라는 옵션이 협상 카드로서 어떤 의미를 갖는 가이다. 우선 안보상의 영향이다. 일본은 틀림없이GSOMIA가 안보 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협력 채널이라는 입장을 취할 것이다. GSOMIA 체결과 관련해서는 2011년 일본 민주당 정권 하에서 한국과의 공식적인 협의가 시작되었다. 그 당시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었으며, 2010년에는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는 등 한반도 정세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2019 년에 들어와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당시와 비교하더라도 동아시아의 안보 정세가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는 그다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일본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과 미국에도 해당된다는 점은 한국이 꺼내든 GSOMIA 이탈이라는 카드의 유효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만약 각국이 가지고 있던 지금까지의 위협 인식이 (일본을 둘러싼 국내 정치 감정의 악화는 차치하고 현실 주의적 관점에서) 크게 약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GSOMIA는 한국에게도 마찬가지로 당장의 안보를 확보하는데 계속 필요한 조치일 것이다. 미국이 처한 상황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동아시아의 안정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포석이라는 관점에서 한일간의 안보협력 강화를 요구해 왔다. 특히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최근의 경향에서 본다면 미국도 역시 한일 양국 중에서 어느 쪽에 양보를 요구할 것인가는 별도로 하더라도 GSOMIA파기에는 반대일 것이며 실제로 현 단계에서는 그렇게 보도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상황 인식이 옳다고 한다면, 한국이 GSOMIA 파기를 언급하는 것은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한미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한국의 GSOMIA 파기라는 협상카드는 일본이나 미국에 대해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행동의 변화를 유도할 수는 있겠지만, 동시에 한국 또한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는 점에서 협상카드로서의 설득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것이다. 또한 동아시아 전체의 안보 체제 유지가 한국에게 여전히 중요한 정책 목표라면 (즉, 북한과 중국에 지나치게 경도되는 것을 의도하는게 아니라면) 수출관리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전통적인 동맹 관계에 쐐기를 박는 것과 같은 이러한 거래를 한다는 것은 그 대가가 너무 크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이유로 한일 협상에 있어서도 수출관리의 엄격화와 GSOMIA연장은 논리적 연관성이 없으며 ‘설명 가능한 거래’의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 【현실주의적 이익과 정치적 현실】 한일 양국에게는 북한에 대한 대처를 포함한 동아시아 안보 환경의 안정, 경제적 상호 의존의 심화와 산업의 활성화, 미국 등과의 우호적 관계 등 분명히 ‘현상유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존재한다. 바꾸어 말하면 경제 교류의 정체와 안보 환경의 악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양측 모두에게 과거보다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일 양국에 대해 미국이 제기하는 것처럼 국내 정치 사정을 배제한 현실주의적인 정답은 협력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정치를 무시하는 것 또한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논의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일본 정부는 8월 2일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것을 각의(우리의 국무회의)에서 결정하였다(보다 구체적으로는 ‘백색국가’라는 통칭 자체를 폐지하고 그룹A에서 그룹B로 변경하는 형태를 취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12일 일본을 수출 관리 우대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양국 간에 '보복'의 연쇄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양국이 비로소 수출관리제도라는 문제를 전제로 구체적인 논의에 돌입하게 됨을 의미하는 것일까? 현 단계에서는 향후 경제산업에 미칠 영향과 24일 연장 기한을 앞둔 GSOMIA에 대한 조치 등을 포함하여 아직 불확실한 요소가 많이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향후 협상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국 국내정치의 향방에 주목하면서 양국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이해가 어떻게 변화하고 그것이 어떻게 협상에 반영되어 가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9.8.17 탈고]     輸出管理交渉をめぐる日韓の利害 齊藤孝祐 横浜国立大学 【はじめに】 2019年7月1日、日本の経済産業省は韓国に対する輸出管理について、制度運用の厳格化を発表した。そこでは、特定品目(フッ化ポリイミド、レジスト、フッ化水素)の包括輸出許可から個別輸出許可への切り替えを行うと同時に、韓国の輸出管理カテゴリーを変更することが明らかにされた。日本政府はこの措置を安全保障上の懸念に基づく制度的対応として位置づけており、公式には他のイシューと論理的に関連づける姿勢は見せていない。これに対して、韓国政府は元徴用工問題との関連でこのような措置が取られたという立場をとり、日本による輸出管理の厳格化を韓国の動きに対する「経済報復」とみていることが報道されてきた。 本稿では日韓双方の主張のどちらが正しいのかという点は論じないが、もとより、国家間関係に限らず、コミュニケーションにおいては常に正確にメッセージが発信されるわけでもなければ、受け取り手側が正しく意図を解釈する保証もない。特に今日の日韓対立においては、国内政治状況やさまざまなメディア報道の影響が、認識のズレを拡大してきたようにも見える。また、経済的手段をより大きな国益実現のための手段として用いることの是非が米中対立の長期化を通じて広く問われるようになる中、輸出管理という安全保障と経済の結節点にある案件が争点化したことによって、日韓の対立もそのようなフィルターを通して解釈されている側面もあるのかもしれない。 しかし、こうした認識のズレを伴ったまま、さまざまな案件が交渉のカードとして関連づけられてしまうことは、相互に問題解決に向けた影響力の行使を困難なものにするだけでなく、本来の問題の所在をより一層不明瞭なものにしてしまうことにもつながるだろう。本稿では部分的にではあるが、交渉スタンスやその背景にある利害構造を踏まえながら、それぞれの立場から展開される主張の国際政治的な意味と影響力について考察していく。 【冷戦後の東アジアにおける力関係の変化】 今日の日韓関係において、輸出管理の問題がこれほど大きな争点となった背景のひとつには、韓国が冷戦後に経験した成長と、それによって生じた東アジアにおけるパワーバランスや役割の変化がある。たとえば、ストックホルム国際平和研究所(SIPRI)の統計を見てみると、冷戦終焉前後には日韓の軍事費には2-3倍程度の差があった。それが現在では、両者の支出はほぼ拮抗しつつある。もちろん金額ベースですべての能力を比較できるわけではないが、特に中国や北朝鮮といった脅威に直面しつつも財政的に厳しい状況に置かれた日本にとっては、現在の韓国が軍事的な面で無視しえない協力相手となっていることは間違いないだろう。 ​ 経済関係に目を向けてみると、日韓の貿易額は2001-2018年間で輸出入ともに2倍前後まで増加しており、相互に取引相手としての重要性が大きく高まっていることは明らかである。しかし貿易シェアの様相は大きく変化している。日本貿易振興機構(JETRO)の統計を見ると、同年間、日本の対韓国輸出シェアが6-7%前後、輸入シェアが4-5%とそれほど大きく変化していないのに対して、現在の韓国にとって最も重要な市場となっているのは中国であり、この10年あまり韓国の輸出の20-25%前後が同国に求められるようになっていることがわかる。そういった意味で、韓国にとって日本の存在が相対的に「軽く」なってきているということは、日本でも指摘されるようになっている。 ​ こうした状況が直ちに日韓それぞれの交渉力を示す指標となるわけでもなければ、近年一般に、あるいはメディアでしばしば語られるような「勝ち負け」の問題に結びつくわけでもない。しかし、今回のように日韓の貿易や安全保障協力に影響を及ぼしうる政策選択が行われる際には、韓国が国内経済への影響を懸念するのと同様に、日本もまた、何らかのかたちで自国の利益を損なうリスクを抱えうることを意味している。それは言い換えれば、日本にとっては輸出管理体制の強化それ自体が、それなりの対価を支払うに値する問題提起となりうるということでもある。 【輸出管理をめぐる争点の連繋と分離】 日本においては、東アジア地域における輸出管理の強化は非常に重要な政策課題のひとつとなっている。その理由として近年挙げられるのが、輸出管理による北朝鮮や中国への移転阻止の問題である。少なくとも現段階では、日本は韓国を直接的な安全保障上の脅威と位置づけているわけではない。しかし、韓国を経由した不正輸出が発生し、それが中国や北朝鮮の能力向上に寄与するような状況が生じた場合には、その意図にかかわらず、間接的に日本にとっての脅威は拡大しうるという言い方はできるだろう。また、歴史的には日本自体が同様に、輸出管理レジーム上の違反によって米国から強い懸念を示された経緯もあり、それが今日の輸出管理体制の強化につながっている。1987年に発生した東芝機械によるCOCOM違反事件は、その戦略的な負の波及効果の大きさゆえに、日本政府による輸出管理への意識を大きく高めることになったのである。 ​ 北朝鮮や中国への不正な技術移転を防ぐために日本が輸出管理体制を強化していることは明白であるが、それは日本単独で行われるものでは当然ない。伝統的に輸出管理の抜け穴となる国家の存在は、規制の実効性を削ぐ要因とみられるため、日本は他国による輸出管理体制の強化も含めて対策を進めてきた。このような輸出管理への政策的態度は、必ずしも現在の韓国に対してのみ向けられるものではない。冷戦終焉前後から今日に至るまで、日本の輸出管理政策は東南アジア地域を含む各国を巻き込むかたちで強化していくことを目指しており、デュアルユース技術めぐる国際的な問題意識の高まりを受けて、近年その取り組みは加速している。 ​ こうした状況を踏まえたうえで、日本政府にとって、元徴用工の問題と輸出管理の問題は交渉の材料としてリンクしうるのか、ということ自体も問い直されるべきであろう。確かに時系列的には、韓国において元徴用工問題に対する判決の問題が発生し、次いで日本による対韓輸出管理の厳格化が発表されたという流れになっている。しかし、韓国政府はそこに「報復」というかたちの因果関係の存在を主張する一方、日本政府の公式な主張は、両者の関係を切り離すものである。日本政府がこのような立場を堅持する場合、仮に今後、韓国側が元徴用工問題をめぐる主張を軟化させたとしても、もはやそのこと自体を以って日本政府が韓国の輸出管理上の取り扱いを元に戻す直接的な理由にすることはできないということになるだろう。とすれば、議論の落としどころは韓国の輸出管理体制がいかなるかたちで具体的に改善されるかというところに集約されてくる。 【交渉カードとしてのGSOMIA】 もう一点、今日の日韓における輸出管理の問題に関連づけて韓国政府が投げかけている、軍事情報包括保護協定(GSOMIA)の更新拒否というオプションは、取引材料としてどのような意味を持つのであろうか。ひとつは、安全保障上の影響である。日本にとっては、確かにGSOMIAは安全保障政策において重要な協力の枠組みであるという立場を取りうる。GSOMIAの締結については、2011年に日本の民主党政権下において韓国との公式協議が開始されているが、その前後にも北朝鮮によるミサイル発射実験や核実験が散発しており、また、2010年には韓国海軍の哨戒艇沈没事件が発生するなど、朝鮮半島情勢は日韓を含む東アジアの安全保障を脅かしている状況があった。2019年に入ってからは北朝鮮によるミサイル発射実験も加速しており、当時と比べたとしても、東アジアの安全保障情勢が改善したと考えられる要素はあまりなさそうである。 ​ こうした状況が日本だけでなく、韓国や米国にもあてはまることは、韓国によるGSOMIAの離脱というカードの有効性を弱めている。もし各国におけるこれまでの脅威認識が(日本をめぐる国内政治感情の悪化はともかくとして、現実主義的な観点から)大きく崩れているわけではないのだとすれば、韓国にとっても同様に、GSOMIAは当座の安全保障を確保するうえで必要な措置であり続けているはずである。また米国にとっても同様の状況がある。伝統的に東アジアの安定や中国の影響力拡大に対する布石という観点から安全保障上の日韓協力の強化を求めてきたが、特に同盟国への負担分担を推し進める近年の傾向からすれば、米国もまた、日韓どちらに譲歩を求めるかは別にしてもGSOMIAの破棄には反対するはずであるし、事実、現段階ではそのように報道されている。 ​ もしこうした状況認識が正しいとすれば、韓国からGSOMIAの破棄に言及することは、日韓関係だけでなく、米韓関係もまた同時に悪化させる可能性をはらんでいる。韓国によるGSOMIAの破棄という交渉カードは、確かに日本や米国に対してコストを負担させるという点で行動変更の誘因を与えうるが、そこに同時に韓国自身が負うリスクが伴っている点で、カードとしての説得力は相対的に弱くなるだろう。また、東アジア全体の安全保障スキームの維持が依然として韓国にとって重要な政策目標である続けているのであれば(つまり、北朝鮮や中国への大幅な接近を企図するのでなければ)、輸出管理の問題に対処することを目的として伝統的な同盟関係にくさびを打つような取引は、対価としては大きすぎるような印象もある。そもそも、日韓交渉上も先に述べたのと同じ理由で、輸出管理の厳格化とGSOMIAの更新は必ずしも論理的にリンクしているわけではなく、そこに「説明可能な取引」の余地があるかどうかは疑問も残る。 【現実主義的な利益と政治的な現実】 日韓の目の前には、北朝鮮への対処を含む東アジアの安全保障環境の安定、経済的相互依存の深化と産業の活性化、あるいは米国を含めた関係の良好化といった明白な「現状から得られる利益」がある。またそれは、経済交流の停滞や安全保障環境の悪化が、長期的にはかつて以上の損失を双方にもたらしうることも示唆する。それゆえに、しばしば日韓に向けて米国から投げかけられるように、国内政治事情を排した現実主義的な正解は協力、ということになるのだろう。しかしもちろん、国内政治を無視することが現実的ではないことも明らかであり、それは今にはじまったことでもない。 ​ 8月2日、日本政府は「ホワイト国」リストから韓国を除外することを閣議決定した(より具体的には「ホワイト国」の通称自体を廃止したうえで、グループAからグループBへの変更というかたちをとった)。これに対して同月12日には、韓国政府が日本を輸出管理の優遇対象国から排除するとの方針を発表した。このことは、日韓の間で「報復」の連鎖が始まったことを意味するのだろうか。それとも、日韓がようやく輸出管理制度の問題という同じ土俵にのぼり、解決に向けた具体的な議論が進められるようになることを意味するのだろうか。現段階では、今後の経済産業面での影響の程度や、24日に更新期限を控えたGSOMIAの取り扱いなどを含めて、まだ不確定要素が多く残っている。そうした中で今後の交渉がどのような経緯をたどるのかを理解するには、日韓双方における国内政治の展開に目配りしつつも、日韓の相互作用の中でそれぞれの利害がどのように変化し、いかなるかたちでそれが交渉に反映されていくのかをつぶさに検討していく必要があるだろう。   [2019年8月17日脱稿] 번역: 제주대학교 통번역센터 번역 감수: 이상현(제주평화연구원) Edited by Jong Yoon DOH (Research Fellow, Jeju Peace Institute) Distributed by You Jin HAN (Research Assistant, Jeju Peace Institute) 사이토 고스케, 요코하마 국립대학 교수
  • Multilateral Diplomacy and the Korean Peninsula: Lessons from Conflict Resolution
    저자
    andon E. HANCOCK (School of Peace and Conflict Studies, Kent State University Graduate Institute of Peace Studies, Kyung Hee University)
    발간호
    2019-23
    Presentation by Landon E. HANCOCK, Professor at Kent State University and Senior Fulbright Fellow at Kyung Hee University, to Jeju Forum Panel on ‘Multilateral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Peace Process: An Initiative for Revitalization of ‘Jeju Peace Process’, Jeju, ROK, 30 May 2019   Introduction Despite the fact that the hopes of many were raised by the Trump Administration’s willingness to engage with Chairman Kim directly and with the DPRK in bilateral talks, the failure of the Hanoi summit to result in any concrete progress provides us with some lessons in what not to do and what to do in order to move towards a comprehensive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When thinking about the goals of any conflict resolution process, negotiation or even peace process, there are a couple of things to be kept in mind. The first of which is that these descriptions foreground the nature of the project as one that is engaged in a process; that is, something which not only has an outcome, but also has dynamics that will need to be watched and accounted for. The second thing that needs to be kept in mind is that conflict resolution often hinges upon deep analyses before engaging in negotiations, during the negotiation period and, importantly, during the implementation period of any agreement reached. Failing to recognize the process-oriented nature of the conflict on the Korean Peninsula as well as failing to accurately analyze both the sources of the conflict as well as the goals and desires of all parties involved are the two major errors committed in this last round. In some senses we are fortunate that these failures have not, as of yet, derailed the possibility of any progress, but in order to move forward we should attempt to apply some of these lessons to the current situation. Conflict resolution is a broad field, whose remit covers a great many different academic disciplines as well as a great many practices encompassing everything from family mediation to community-level contact and reconciliation to international negotiation practices, peacemaking, peacekeeping and post-conflict peacebuilding. Without trying to get too far ahead of ourselves in this forum, I think that it would be important to clearly define the goals of any multilateral peace process in the region and then outline where and how the knowledge and practices of conflict resolution can be of assistance. What is it that the parties want? Conflict analysis as a tool of Conflict Resolution. Given that the focus of this panel is to discuss how to transform the currently stalled bilateral negotiations between the US and DPRK into multilateral negotiations, we should begin by asking about the goals of each of the invited parties. In most negotiations, one assumes that the parties enter into the process through a sincere desire to achieve a peace agreement and that any agreement reached needs to satisfy certain criteria to be acceptable. However, this isn’t always the case. Parties may enter negotiations in order to further other ends. For instance, some parties may be under pressure from powerful allies to enter negotiation or they may enter into talks in order to assuage domestic constituencies, but in neither case might they be really interested in or motivated to reach an agreement. This kind of “negotiating for side effects” may seem unlikely in such a high-stakes environment, but one cannot assume that the current US administration is as interested in achieving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as they are in promoting the current US president as a “great dealmaker.” All this means is that before attempting to entice the US and DPRK to enter multilateral talks, one must ask serious questions about the goals of each party. Why would they enter negotiations? What benefits do the states and, more importantly, their leaders, expect to accrue? What costs might each leader suffer if the negotiations are unsuccessful? What costs might each leader suffer if the negotiations are successful? The lesson of Anwar Sadat, whose assassination came at least in part from his willingness to make peace with Israel, should not be forgotten. Nor should the lessons of either Saddam Hussein or Muammar Gaddafi, both of whom lost their lives after giving up their ambitions for nuclear weapons. So, we need to start by asking, what does Chairman Kim want? Not just for his state, but for himself, his family and potentially his supporters in the regime? I’ll leave the details of those goals up to the experts, but I would imagine that Mr. Kim’s goals include improving the DPRK’s economy and rehabilitating its status as a “pariah” state, but more importantly I would imagine that Mr. Kim wants to ensure the survival of his regime and himself. Each of these are powerful factors driving him to make an agreement, but also putting severe constraints on how much and how many of his bargaining chips he’ll be prepared to trade away to achieve his goals. Then we need to ask similar questions about Mr. Trump and the US Administration. It seems clear that Mr. Trump would like to compare himself favorably with other US Presidents who have either brokered or signed major peace or arms control treaties. This would, for him, solidify his position as a legitimate president and would play into his self-perception as a dealmaker. This self-perception, perhaps more than any other factor, was likely responsible for his desire to “grab the brass ring” by going for a complete agreement rather than a step-by-step process. In contrast it seems clear that National Security Advisor Bolton is driven more by ideology, having gone on record a number of times to suggest military intervention in North Korea. While the goals of Secretary of State Pompeo are less clear, both of these advisors appear determined to extract maximum concessions for minimum exchanges. Similar questions need to be asked of the four other parties proposed for inclusion in multilateral talks, the Republic of Korea, People’s Republic of China, Russian Federation, and Government of Japan. In each of these cases we should do our best to ask both how these states, and their leaders, benefit either from the possibility of peace as well as the continuance of conflict. Understanding the answers to these kinds of questions can help to gauge how likely any particular negotiation process is to end in success or failure. Understanding the different power centers and powerful actors in each country and their individual goals can help to establish what Robert Putnam described as “win-sets” or the range of acceptable outcomes for each of the parties coming to the table. If one can establish that there are overlapping win-sets, then there may be a basis for engaging in negotiations. If the win-sets are not overlapping, or there is a great deal of distance between them, then options other than negotiation need to be pursued until conditions change. What openings exist or can be created? Ripeness for resolution as a goal rather than an obstacle. If we assume that circumstances limit the possibility of opening multilateral talks at this time, there are conflict resolution concepts that we can use to think about either moving towards a situation where successful negotiations can take place or, at the very least, moves might be made to ease tensions and hopefully prevent a return to escalation. In terms of conflict resolution, there are two concepts that can be applied to the situation in order to move towards negotiation or, at the very least, ease current tensions. The first is known as ripeness for resolution, representing the idea that there are certain times or certain circumstances that make it more likely for negotiating parties to be willing to enter negotiations. There are two elements to this concept, objective conditions and subjective perceptions. Objectively one is often looking for what is described as a hurting stalemate, typically either with a just passed or averted catastrophe or an impending crisis. This can be quite difficult, and dangerous, to engineer and so is often out of the hands of most parties. However, one could see that the imposition and tightening of sanctions on the DPRK as an attempt to push Chairman Kim into negotiations. However, there are limits to a singularly objective approach to ripeness as it tends to increase tensions without providing a constructive outlet—often leading to further escalation. This is where the subjective element to ripeness comes in handy with its focus on the enticing opportunity or way out. In order for a party to engage in negotiations—or a peace process—there should ideally be both disincentives to continue the conflict and incentives to enter negotiations; most especially a belief that more is to be gained from the peace process than from the conflict. Therefore, a combination of continued objective conditions and subjective perceptions needs to be created. Rather than just increase pressure, some outlet needs to be provided in terms of demonstrating to the DPRK the benefits of entering negotiations and—ideally—giving up its nuclear weapons program. In order to address that, we need to turn to our second concept, that of conciliatory gestures designed to act as confidence-building measures. An additional reason to consider the use of conciliatory gestures comes from the usual negotiating pattern of the DPRK, which is to escalate tensions in order to force concessions from its negotiating partners. While this has been somewhat successful in the past, it may be less successful at this time both due to the mercurial nature of Mr. Trump as well as the clear opposition to a deal by Mr. Bolton. Therefore, in order to keep some small level of progress going until conditions for multilateral talks improve, it may be necessary to encourage the use of confidence-building measures to reduce tensions. Gestures of Conciliation Much as conflict escalation follows a logic and pattern of increases in the severity incidents, the number of issues at hand or the number of parties involved in a conflict, de-escalation follows a pattern of a reduction in tensions, a gradual increase in trust and some confidence that a negotiated agreement might be possible. One of the more important techniques that can be used to induce de-escalation are conciliatory gestures, often known as confidence-building measures. In essence there are three types of conciliatory gestures, the first confer some kind of benefit upon the target party. One example of this kind of benefit was the creation of the Kaesong Industrial Park, which was designed to provide the DPRK with a legitimate source of foreign exchange, and the symbolic elements of joint participation in the 2018 Olympics hosted in Pyeongchang. The second kind of conciliatory gesture reduces negative sanctions against the target. Examples of this kind of cost-reduction include the reduction or removal of economic sanctions, a reduction or removal of threatening activities, such as the recent movement to remove loudspeakers and to at least partially disarm the DMZ in addition to the reduction in joint exercises by ROK and US forces. The third kind of conciliatory gesture is on that combines elements of the first two, including both a conferred benefit and the reduction of a negative sanction. Aside from their primary impact in changing the dynamics of a conflict by either conferring benefit or reducing costs, conciliatory gestures can have the effect of persuading the target that there is the possibility of a negotiated settlement and, furthermore, that the benefits of such a settlement will both outweigh the costs and will cost less than continued conflict. So, how does one impact the target with that intended message—assuming that one intends to send a message that a negotiated settlement is desired. Frankly it has to do with the risk incurred by the sender of the message—the conciliatory gesture—and that risk is determined by a few factors. The first factor is the extent to which the gesture is seen as irrevocable. In other words, gestures that impose a cost on the sender, typically by conferring a benefit on the target, are often seen as more genuine. These kinds of gestures can be substantial, such as the provision of aid or foreign exchange to the DPRK, or symbolic, such as the recognition that Mr. Kim received through his one-on-one meeting with Mr. Trump. These kinds of gestures are seen as more costly to the sender than those which merely stop imposing a cost on the target, such as the cancellation or postponing of joint military exercises by US and ROK forces. However, other cost-reducing measures, such as the removal of loudspeakers and weapons from the DMZ are less easily reversible, making this kind of gesture more genuine as well. For reference, one of the clearest, least ambiguous and costly gestures made in diplomatic history was Anwar Sadat’s decision to travel to Israel and give a speech to the Knesset, in effect recognizing that state in direct contravention to pledges by other Arab states not to. In seeking to identify conciliatory gestures that might have the potential to reduce tensions and induce the DPRK to remain at the negotiating table or to enter into multilateral negotiations, it is important to both understand its goals and to ensure that bargaining chips are left on the table for the actual negotiations. In other words, one should not expect Mr. Kim to give up all of his nuclear weapons information or capabilities as a gesture of conciliation, nor should the US or ROK compromise their security to bring Mr. Kim to the table. Instead areas like foreign aid or food delivery could be useful bargaining chips; as can continued symbolic outreach as was practiced with the Pyeongchang Olympics to both serve Mr. Kim’s needs to keep his people stable as well as provide some symbolic recognition of him as an equal national leader. Aid delivery might be seen as somewhat problematic in terms of supporting the DPRK and symbolic recognition is difficult to retract, making both of these gestures seem at least somewhat costly for the senders. This could, however, counteract the negative perceptions created by the failure of the Hanoi talks and could allow Mr. Kim to save some face with other power centers in the DPRK and so, should be seriously considered. Finally, and this is an important point here, while many might be tempted to require positive responses from the DPRK in response to either US or ROK conciliatory gestures, one should be careful about such requirements. When one attaches conditions to conciliatory gestures, they become much less conciliatory. This finding, based on Charles Osgood’s GRIT strategy, notes that the ‘if you do this, I’ll do that’ strategy tends to lead to escalation rather than de-escalation, and should be avoided. Instead, sending agents should consider what kinds of conciliatory gestures they can make, what kinds of risks or costs they are prepared to bear, and then communicate directly and clearly what their actions are going to be and why they are making them. In other words, if the sender wants to reduce tensions and encourage the DPRK to stay engaged in talks, they should communicate that the conciliatory gestures they are undertaking are designed to do this but are going to be made regardless of the response by the target. Negotiation as a Process rather than a Game In closing I want to reiterate the idea that negotiations and diplomatic talks are much more about process than about a series of moves or a game. Many businessmen, perhaps including Mr. Trump, tend to see negotiation as a psychological game in which one attempts to ‘defeat’ one’s opponent, to drive a hard bargain and gain all while giving up nothing in return. While this approach ‘might’ be fine for the boardroom or the playground—and I would argue that it is not—it clearly does not work well in the realm of international diplomacy, especially when the potential use of WMD’s is at stake. Regardless of how one feels about the DPRK as a state, or about their human rights record, or stated ambitions, one needs to come to the realization that one doesn’t negotiate peace with one’s friends, but with one’s opponents. This means that it is often not helpful to play psychological games, nor to rely too heavily upon ideological arguments when trying to resolve a conflict as sensitive as that on the Korean Peninsula. However, that does not mean that a deal must be done at any cost, either to grab for the ring of peace or to satisfy the personal needs of any particular leader. Making peace must also be about exposing and understanding one’s principles and applying them to the negotiating process. This essay has mostly focused on encouraging both the US and DPRK to engage in multiparty talks, but it is only through the discovery and adherence to principles that any kind of negotiations can be considered successful. The goal of all of the parties should be to seek to understand both their own principles and that of the other parties to the negotiation. In looking to principles rather than positions, all the parties to any future talks just might be able to create win-sets that encompass all of the parties’ principles; and that, in a nutshell, is likely the only way that a long-lasting peace and stability can be achieved on the Korean Peninsula. Edited by DOH Jong Yoon (Research Fellow, Jeju Peace Institute) Distributed by Hyeun Jung CHOI (Research Coordinator, Jeju Peace Institute)   Landon HANCOCK is Professor at Kent State University’s School of Peace and Conflict Studies and Senior Fulbright Fellow at Kyung Hee University’s Graduate Institute of Peace Studies. His main area of focus is the role of ethnicity and identity in conflict generation, dynamics, resolution and post-conflict efforts in transitional justice. This is coupled with an interest in grassroots peacebuilding, zones of peace and the role of agency in the success or failure of peacebuilding efforts. He is co-editor (with Christopher Mitchell) of the zones of peace series, Zones of Peace (2007), Local Peacebuilding and National Peace (2012) and Local Peacebuilding and Legitimacy (2018). He earned his PhD in Conflict Analysis and Resolution from George Mason University in 2003.